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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

1위는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2622억원’

글 : 백윤호  월간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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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이규현은 《조선일보》에서 11년 동안 미술 담당 기자를 거쳐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을 졸업하고 현재 ‘이앤아트’에서 미술 전시 기획과 홍보, 아트 컨설팅을 하고 있다. 대표작 《그림쇼핑》을 비롯해 다섯 권의 미술 관련서를 집필했고 2008년에는 《아트인컬처》가 선정한 ‘신한국 미술 파워 100인’에도 선정된 바 있다. 미술계에서 전문 지식과 현장 경험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명이다.

⊙ 100위 안에 파블로 피카소 15점, 앤디 워홀 10점, 프랜시스 베이컨 9점 올라
⊙ 100위까지 총액 ‘7조3555억6096만4000원’
⊙ 소유 이력에 따라 가격 천차만별

취재지도 : 裵振榮 月刊朝鮮 기자
  “미술 작품 가격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정합니까?”
 
  미술 경매 시장이 뜨겁다. 국내 한 경매회사에서 10월에 내놓은 미술품도 470점이 넘는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도 미술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대중은 미술 작품이 왜 고가에 거래되는지 잘 모른다. 저자 이규현은 《조선일보》 미술 담당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는 20여 년 동안 기자와 작가로 미술계 전반에서 활동한 경험으로 누구나 알기 쉬운 대답을 마련했다.
 
  이 책은 저자가 4년 동안 집필했다. 다양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설립한 뉴욕 크리스티 에듀케이션 도서관의 자료가 필요했다. 문제는 이미 졸업한 학교라는 것. 저자는 학장을 찾아갔다. 거래 가격이 알려진 미술 작품을 1위부터 100위까지 순서대로 정리하고 각 작품의 예술사적 가치와 ‘비싼 이유’를 분석하겠다는 기획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학장은 흔쾌히 허락하며 말했다. “재미있는 기획이긴 한데 그런 책이 정말 나올 수 있을까? 리서치도 쉽지 않을뿐더러 그림 이미지를 전부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텐데.” 그런 책은 미국에서도 나오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7조4000억원짜리 전시회’
 
  저자는 이 말에 반박하듯 그림들을 줄 세우고 이미지를 찾아냈다. 이 책에는 총액 68억 달러 상당의 작품에 대한 이미지가 실려 있다. 한국 돈으로 7조4000억원짜리 전시회를 연 것이다. 앞으로 대중에 공개될 가능성이 없는 그림들과 희귀한 작품이 대거 실려 있다는 걸 감안하면 값어치를 따질 수 없다. 어떤 갤러리에서도 열지 못한 전시회를 한국에서 처음 시도한 셈이다. 게다가 저자의 친절한 설명은 좋은 큐레이터 역할을 해준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문외한이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미술품을 사고파는 일은 일부에겐 불편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미술도 영화, 문학, 음반 등 다른 문화 상품처럼 사고파는 시장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미술 작품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독점 소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과 가격이 더 자주 거론된다. 그렇다고 작품 가격의 순위가 가치의 순위는 아니다. 대내외적으로 밝혀진 거래 가격이 있어야 순위를 매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그림이 그보다 가치가 낮은 거라고 논할 수는 없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집필하는 기간에도 100위권에 올라오는 새로운 작품들이 생겼다는 것. 저자 스스로 가격 순위가 가치 순위는 아니라고 말하듯 100위권에서 밀려난 작품들을 꼼꼼히 챙겼다.
 
 
  카타르의 부를 보여주는 세잔
 
1위에 등극한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1위에는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2억5000만 달러, 2622억원)이 등극했다. 세잔은 대표적인 후기 인상파 화가이다.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피카소가 ‘우리 모두의 아버지’라고 경의를 표했을 만큼 현대 미술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고향에서 “나는 여기에서 태어났고 여기에서 죽을 것이다”라며 소박한 이웃들을 그렸다. 사람이 많이 등장하는 그림을 별로 그리지 않던 그가 이토록 많은 사람을 그린 건 드문 일이다.
 
  이 그림이 1위를 할 수 있었던 요인은 ‘사는 사람’들의 이력과 관리가 독특하단 점에 있다. 처음에는 그리스 선박업계 큰손이던 게오르게 엠비리코스가 소유하고 있던 작품이다. 다섯 점뿐인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중에서 개인의 손에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게오르게 엠비리코스가 죽기 직전인 2011년 말에 이 그림이 경매에 나왔다. 영리하게도 그해 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크게 기획전을 연 타이밍에 맞췄다.
 
  이 그림은 카타르 왕족이 차지했다. 카타르는 이슬람 왕족이 통치하는 인구 180만명의 작은 중동 국가다. 방대한 양의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다. 2012년 기준 1인당 국민 소득이 10만4655달러로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하다. 이 국가는 2000년대 들어 세계 미술 시장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랐다. 2014년 재개관하는 카타르 국립 미술관에 전시하기 위해 세잔의 작품을 구매했다고 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꿈>은 2위에 올랐다. 이 그림은 마리-테레즈 월터를 모델로 한 그림 중 최고가로 거래됐다.
  2위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꿈>(1억5500만 달러, 1626억2000만원)이 올랐다. <꿈>은 의자에 앉아 잠든 모델의 모습을 정면에서 클로즈업해 그렸다. 몸매의 부드러운 곡선이 잘 드러나고 단꿈에 젖은 달콤한 모습은 워낙 강렬해서 잊기 어려울 정도다. 피카소의 작품은 100위권 내에서 가장 많은 작품 수를 자랑한다(15작품). 특히 top10에는 <꿈> 외에 한 작품이 더 있다. 바로 9위에 오른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1억648만2500달러, 1117억2000만원)이다. 금발의 젊은 여성이 곤하게 잠든 누드가 화면을 가로 질러 그려져 있다. 이 누드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그 여성의 흉상이 놓여 있다. 그림을 부위부위 살펴볼 때 이 여성 모델은 피카소와 육체적 관계를 한 사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두 작품은 마리-테레즈 월터를 모델로 했다. 그녀는 피카소의 연인인 프랑수아즈 질로가 찬사를 아끼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17세이던 때 그녀를 처음 본 피카소는 만 45세의 나이로 사랑에 빠졌다. 그녀에 대한 사랑은 피카소 작품 전반에 나타났다. <검은 팔걸이 의자에 누워 있는 누드>(75위, 4510만 달러, 473억2000만원)를 비롯해 이 책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금발의 여인> <잠> 등이 모두 그녀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이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자 관계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의 작품들에는 애인들 또는 부인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의 아내 올가가 그랬고 또 다른 애인 도라 마르가 그랬다. 특히 도라 마르를 모델로 한 <정원에 앉아 있는 젊은 여인>(4950만2500달러, 519억4000만원)은 62위에 있다.
 
 
  독보적, 특이함, 삼부작
 
3위를 차지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 초상 습작 삼부작>.
  3위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 초상 습작 삼부작>(1억4240만5000달러, 1494억1000만원)이다. 이 그림은 2013년 11월 당시 역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이다. 베이컨은 총 3가지 캔버스에 그렸다. 이 그림은 루치안 프로이트라는 또 다른 영국 화가를 그린 초상화다. 루치안 프로이트는 정신 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이며 베이컨과는 아주 가까운 친구이자 경쟁자였다. 화가 프로이트는 굉장히 이상한 형상으로 표현됐다. 이에 대해 베이컨은 “나는 젊었을 때는 사물의 형상을 그리는 것에 관심을 가졌지만, 나이가 들면서 필요한 형상은 다 그려봤기 때문에 그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베이컨은 특이하게도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렸는데 모델을 보면 작가 마음대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구상화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작가다. 그의 구상화는 특히 삼부작 시리즈로 유명하다. <삼부작>(58위, 5176만1000달러, 543억1000만원), <거울에 비친 글 쓰는 형상>(77위, 4488만2500달러, 470억9000만원) 등 9점이나 100위 안에 작품을 올렸다.
 
 
  “무질서가 아니라고, 젠장!”
 
  4위는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인 잭슨 폴록의 <넘버5>(1억4000만 달러, 1468억8000만원)다. 그는 독특한 방식의 작품 작업을 했다.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물감을 통째로 흩뿌렸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몸이 그림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이를 ‘드립 페인팅’이라고 한다. 폴록의 작품은 드립 페인팅의 경우에만 고가에 거래된다. 이 작품은 세계 미술 시장이 호황이던 2006년, 데이비드 게펜이 판매한 작품이다. 데이비드 게펜은 드림웍스의 공동 설립자다. 미국 LA 엔터테인먼트 사업계의 거물이다. 게펜은 미술 컬렉터로도 유명한데 폴록, 드 쿠닝, 로스코 같은 추상 표현주의 대가들의 작품을 많이 갖고 있다.
 
  5위는 윌렘 드 쿠닝의 <여인3>(1억3750만 달러, 1442억6000만원)이다. 이 그림에서 여자는 눈, 코, 입은 지나치게 크고 이를 드러내고 웃는 표정은 기괴하다. 지나치게 큰 가슴을 드러낸 것도 보기 불편하다. 몸매도 일반적인 여성 모델에서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순탄치 못한 결혼 생활이 드 쿠닝에게 여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게 한 건 아니다. 1950년대 미국은 각종 광고에서 여성의 상업적 이미지가 넘쳐났다. 여성은 언제나 상냥하고 예쁘고 섹시하게 그려졌다. 여기에 반발해 이러한 이미지의 여성 작품을 만든 것이다.
 
8년간의 분쟁 끝에 찾아온 6위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1>.
  6위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1>(1억3500만 달러, 1416억4000만원)이 올랐다. 당시 여성 초상화와 풍경화는 진부한 소재였다. 그러나 이 그림은 진부하기는커녕 너무 새로워 신비롭기까지 하다. 정교하고 화려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심리적 묘미를 담고 있는 그림이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작가들이 스스로 이름 붙인 분리파의 대표주자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오스트리아에서 이 그림의 소유주였던 페르디난트 블로흐-바우어에게서 재산과 그림을 압수했다. 1998년 아침 소유주의 조카였던 마리아 알트만에게 친구로부터 오스트리아 정부가 가진 블로흐-바우어 클림트 컬렉션이 합법적인 소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전화가 온다. 마리아 알트만은 소유주의 3명의 상속자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었다. 2000년이 되던 해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했고 8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되찾아왔다.
 
  이 그림의 현재 주인은 로널드 로더이다. 그는 화장품 기업 에스티 로더 창업주의 둘째 아들로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현대의 <모나리자>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던 그가 소유권 소송이 진행될 때부터 그녀와 그녀의 변호사를 접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니 소유권이 이전된 후 클림트의 대표작이 그에게 넘어가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죽음과 고통의 글로벌 아이콘
 
집안에 드리워진 죽음과 불행은 뭉크에게 <절규>라는 명작을 탄생시켜 줬다.
  7위는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1억1992만2500달러, 1258억2000만원)다. 에드바르 뭉크는 그의 이름보다 작품이 더욱 유명하다. <절규>는 가히 <모나리자> <별이 빛나는 밤>에 비할 수 있는 글로벌 아이콘이다. 이 작품은 뭉크 개인의 경험이 응축된 그림이라 볼 수 있다. 그의 집안 죽음과 가까웠다. 5세 때 결핵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14세 때는 누나가 죽었다. 불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동생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게다가 여동생은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갇혀 있었다. 미술 사학자 수 프리도는 ‘뭉크는 아마도 여동생을 만나러 수용소에 갈 때마다 정신병자들이 지르는 고통의 절규와 도살장에서 나는 짐승들이 죽어가는 소리를 함께 들어야 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그가 들었을 죽음과 고통의 소리가 이 작품을 통해서 절실히 느껴진다.
 
  이 작품이 시장에 나왔을 당시인 2012년 5월은 세계 경기가 별로 좋지 않았을 때였다. 더군다나 다른 작품들이 유화였던 것에 비해 <절규>는 파스텔화였다. 당시에는 파스텔화나 수채화는 일반적으로 유화만큼 비싸지 않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아이콘은 그러한 고정 관념과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오히려 이 작품이 경매에 나왔을 때는 가히 뭉크의 해였다. 런던올림픽을 맞아 런던 테이트 미술관의 뭉크 특별전을 앞두고 있었고, 2011년에는 퐁피두 미술관에서 뭉크 특별전을 열었다. 2013년은 뭉크 탄생 150주년이라 노르웨이 미술관들이 합동으로 대규모 전시를 계획 중이란 사실까지 알려진 상태였으니, 글로벌 아이콘은 자신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올릴 수 있는 특별한 힘이 있나 보다.
 
  8위에 올라 있는 작품은 재스퍼 존스의 <깃발>(1억1000만 달러, 1154억원)이다. 이 작품은 왁스를 녹여서 바르고 그 위에 유화로 그리는 납화라는 기법을 썼다. 그래서 그림이 양초처럼 녹아 흘러내리는 질감을 갖게 됐다. 거기에 그는 익숙한 기존 이미지들을 차용했다. 그렇다고 구상화라기보다는 추상화에 가깝고, 그림에 작가 개성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시기적으로나 작품의 성격으로나 추상 표현주의와 팝 아트의 중간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미술 작품 구매는 판매자의 명예를 사는 것”
 
9위에 오른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 마리-테레즈 월터를 모델로 했다.
  그렇다면 이토록 그림을 높은 가격에라도 사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것이 신분상승과 명예의 문제라고 말한다. 100위 안에 작품을 올린 작가는 고작 35명뿐이다. 특히 파블로 피카소(15점), 앤디 워홀(10점), 프랜시스 베이컨(9점) 순으로 선호한다. 이들이 활동한 시기나 작품 스타일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피카소, 워홀, 베이컨 같은 작가들은 기존의 예술 경향을 뒤엎고 새로운 시대를 연 선구자들이다. 어찌 보면 그들의 작품을 선호하고 초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남들과는 새로운 혁신을 한 작가의 작품을 하나쯤 소장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더군다나 그 작가들의 대표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그림이라면 ‘사는 사람’들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구하고 싶을 것이다.
 
 
  작품성, 소유이력, 시대성이 가격결정
 
  미술품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경제 논리는 공급과 수요에 의해서 가격이 형성된다. 미술품의 경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공급은 하나로 고정돼 있다. 따라서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시대상을 민감하게 반영해야 한다.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미술품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더욱 특별하고 희소성이 커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얼마나 시대를 대표하는지, 작품이 그 작가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성을 갖는지도 가격 결정의 요인이 된다. 생산된 제품의 효용가치보다는 그 제품의 만들어진 뒷배경이 더욱 평가받는 것이다. 따라서 미술 시장을 이해하면 작품과 작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시장과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사는 사람’들이다. 어떤 한 작품이 나오면 작가와 딜러는 가격을 책정한다. 그 후 ‘사는 사람’은 이 작품을 제 가격보다 몇십, 몇백 배나 많은 돈을 주고 살 건지 말 건지를 결정한다. 2차 시장인 미술 경매에서는 모든 과정이 공개된다. 이때 해당 작품을 소장했던 사람이나 기관이 유명하거나 믿을 수 있는 곳이면 가격은 한층 뛴다. 유통 과정이 분명하거나 유명 전시회에서 전시됐다는 기록이 있다면 더욱 좋다.
 
  미술품의 진짜 가격은 전시장에 공시된 가격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미술 컬렉터들이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동의한 가격’인 셈이다. 여기에 해당 작품에 대한 독특한 소유 이력이 중요해진다. 즉 누가, 어떻게 소유하고 있었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된다. 작품이나 작가의 가치 위에 ‘사는 사람’에 대한 독특한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 미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일반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최대한 풀어쓴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작품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부록으로 제공된 ‘집필 기간에 100위 밖으로 밀려난 작품들’과 ‘위대한 예술가 41인의 삶과 작품 세계’도 본문에 대한 내용 못지않게 흥미롭다.
 
  처음에는 600여 쪽에 달하는 두께에 놀라 지레 겁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한 작품에 대한 분량이 많지 않고 흥미로운 사건들이 많이 담겨 있다. 내용 또한 미술 작품에 대한 초보자가 알기에 재밌고 알차다. 화창한 오후 따뜻한 커피와 함께 여유를 가지고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더없이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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