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보고 해리 포터를 떠올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로 이해”
⊙ “J.K. 롤링이 쓴 다른 작품의 영화화에 나는 아무 관련 없어”
朴興津
⊙ 70세.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과 졸업.
⊙ 《한국일보》 기자, 인천과 이천서 교직. 《미주한국일보》 부장·편집국장 역임.
現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LA영화 비평가협회(LAFCA) 회원.
⊙ “J.K. 롤링이 쓴 다른 작품의 영화화에 나는 아무 관련 없어”
朴興津
⊙ 70세.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과 졸업.
⊙ 《한국일보》 기자, 인천과 이천서 교직. 《미주한국일보》 부장·편집국장 역임.
現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LA영화 비평가협회(LAFCA) 회원.
- <해리 포터>의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첫 성인영화 출연작 <왓 이프>.
로맨틱 드라마 <왓 이프(What If)>에 출연한 다니엘 래드클리프(25)와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래드클리프는 영화에서 동거 애인이 있는 샨트리(조이 카잔 扮-<워터프론트>와 <에덴의 동쪽>을 감독한 엘리아 카잔의 손녀)를 사랑하면서도 이 여자와 친구 사이로 있겠다고 한 약속 때문에 속을 태우는 실연한 의대 중퇴생 월래스로 나온다.
월래스 역은 《해리 포터》 시리즈로 성장하고 또 이로 인해 수퍼스타가 된 래드클리프의 본격적인 첫 성인 역이다. 영화는 다소 상투적인 데가 있고 당분의 함유량이 많긴 하지만 귀염성이 있고 따스해 호감이 가는데, 특히 래드클리프와 카잔의 콤비네이션이 보기 좋다.
소매가 짧은 짙은 회색 셔츠 차림에 얼굴에 잔 수염을 기른 래드클리프는 동안(童顔)이었는데 필자에게 깍듯이 ‘서(sir)’라는 존칭을 써 가면서 악센트가 있는 어투로 속사포 식으로 대답했다. 상냥하고 솔직하고 착해 보였는데 밝고 명랑해 함께 있기가 즐거웠다.
—월래스는 혼자 있고 싶으면 지붕 위로 올라가는데 실제로 당신이 혼자 있고 싶을 땐 어디로 가는지요.
“뉴욕의 내가 살고 있는 곳 주변에는 강도 있고 공원도 있어요. 난 혼자 있고 싶으면 그곳을 찾아 상념에 잠깁니다. 그러나 이곳보다 내가 가장 행복과 편안함을 느끼는 곳은 영화세트입니다. 세트에 있으면 마치 내 집에 있는 것 같아요. 그곳에선 그 누구도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신경을 안 써 좋습니다.”
“친구란 관계를 시작하기 아주 좋은 명분”
—당신은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친구란 관계를 시작하기 아주 좋은 명분이지요. 난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거기서 그 관계가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도 있고 또는 친구 사이로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요.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2년 정도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이 돼 결혼해 지금까지 30여년간을 잘 살고 계세요. 그러나 영화의 주제는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가 있느냐는 것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부인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이냐 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월래스는 누나의 아이를 돌봐 주는데 당신도 아이들을 돌볼 줄 아나요.
“난 아이들을 좋아해 잘 돌볼 줄도 압니다. 나는 2명의 대자(代子·종교에서 자신이 후견하기로 한 남자)도 있어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함께 있기가 즐거운데, 왜냐하면 그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얘기를 하기 때문이지요.”
—월래스처럼 실연해 괴로워해 본 적이 있습니까.
“월래스처럼 애인에게서 배신을 당해 고통스러워해 본 적은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겪은 상심이나 상사병은 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순전히 자해와도 같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입니까.
“특별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랑이란 각자가 다 다른 것이어서 하나의 정의로는 말할 수가 없겠지요. 사랑이란 멋있고 혼란스러운 것이 아닐까요.”
—당신에게 가장 좋았던 날과 나빴던 날은 언제였습니까.
“나는 좋았던 날이 아주 많아서 딱 하나만 고르기가 쉽지가 않군요. 난 늘 흥분되고 기분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태여 고르자면 최근 내 생일 전날에 내 애인이 탁구클럽에 차려 준 깜짝파티였습니다. 탁구를 치고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던 일이 정말로 좋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내 생일에 참석한 것을 보면 내가 올바로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직업적으로 가장 불안하고 두려웠던 날은 토니상 시상식 전날이었습니다. 시상식 날 난 뮤지컬을 노래하고 춤을 춰야 했기 때문이지요. 브로드웨이 전 단체가 모인 앞에서 노래하고 춤춘다는 것은 정말로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커튼이 오르자 첫눈에 보이는 것이 알 파치노여서 더했습니다. 끝내고 나니 정말 살 것 같더라고요.”
“배우는 모든 장면에 똑같이 접근”
—마이클 다우스 감독은 이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라기보다는 윤리적이요 도덕적인 로맨스 영화라고 말했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재미 있는 해석이네요. 그런데 배우들은 저널리스트들보다 장르에 대해 크게 신경을 안 씁니다. 각본을 읽고 작품을 선택할 때나 세트에 있을 때 우리는 이것이 로맨틱 코미디로구나 하고 생각하질 않아요. 단 하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영화의 각본이 정말로 좋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사실적입니다. 일례로, ‘사랑이란 이기적인 행동을 위한 완벽한 변명’이란 말은 참으로 근사하지 않습니까.
이 영화에는 사랑에 빠졌을 때 내려야 하는 결정과 딜레마와 거짓과 상심 등이 모두 담겨 있는데 이런 것들은 사실 명백하게 표현하기가 쉽지가 않지요.
이 영화가 다른 통속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점은 샨트리의 애인이 특별히 결점을 찾을 수가 없는 사람이고 또 둘 사이에 갈등이 없는데도 샨트리가 그를 떠나 월래스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제겐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나도 더 이상 이 영화를 롬콤(로맨틱 코미디)이라고 부르고 싶지가 않군요.”
—작년에 당신은 <킬 유어 달링스>에서 남자를 사랑했고 이번에는 여자를 사랑하는데 배우로서 두 역이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남자이건 여자이건 간에 매력적인 사람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다 같은 일이겠지요. 남자와 어떻게 사랑하지, 아니면 여자와 어떻게 사랑하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그렇게 갈라 가면서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둘 간에 다른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남자냐 여자냐가 문제가 아닙니다. 배우는 모든 장면에 똑같이 접근한답니다.”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일엔 관심 없어”
—길에서 아이들이 당신을 보고 ‘해리 포터네’ 하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기분이 어떻습니까. 태고적의 일처럼 느껴지나요.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해리 포터에 대해 흥분해서 얘기를 할 때면 그들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들은 나를 그 영화로 인해 알게 됐으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이 요즘에는 내게 와서는 해리 포터라기보다 내 본명을 불러요. 다니엘 래드클리프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내가 뉴욕에서 연극에 나왔을 때 팬들이 매일 밤 무대로 통하는 문에서 기다리다가 날 만나면 ‘해리 포터’가 자기들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그것을 듣는 것은 참으로 환상적인 일이었지요.
그러나 이와 반대로 주정꾼들이 날 보고 ‘해리 포터’ 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것을 듣는 일은 짜증나고 힘든 일입니다. 농담을 하려면 좋은 농담을 하란 말입니다. 좌우지간 날 그렇게 기억해 주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깊은 향수에 젖곤 하지요.”
—아침에 혼자 일어나면서 자의식이라도 합니까.
“오, 노. 그런 생각 하면서 일어나지 않아요.”
—해리 포터의 작가 J.K. 롤링이 새로운 작품을 쓴다면 거기에 나올 생각이 있는지요.
“그것에 대해서는 우리들 간에 어떤 논의도 없었습니다. 롤링은 최근에 신작 단편을 냈는데 아마도 이 때문에 영화 얘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게 영화 출연 제의가 온 적은 없습니다. 롤링이 이미 쓴 다른 작품의 영화화에도 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당신은 최근에 마법 세계 속의 어른에 관한 영화에 나갈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아는데 사실입니까.
“아닙니다. 각본은커녕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나는 곧 다리 건설에 관한 영화 <무너진 다리>의 촬영을 시작하는데 이것도 각본을 읽고서야 출연에 응했습니다. 따라서 아무 것도 아는 사실이 없는 것을 놓고 내 느낌이나 미래를 얘기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오직 내가 할 말은 나는 다양한 역을 찾아서 부지런히 일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냥 과거와 다르다고 해서 각본을 선택한다기보다는 내가 즐길 수 있는 역을 찾을 것입니다. 모든 가능성에 대해 저는 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절대로 안 한다는 말은 어리석은 것이지요.”
“조이는 아주 멋있는 사람”
—당신의 애인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나요.
“그럴 수가 없네요.”
—조이 카잔과의 관계는 어땠고 그에게서 무엇을 배웠는지요.
“우린 사실 같이 자란 사이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부모들도 서로 비슷하지요. 그래서 우린 사이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조이와 나는 서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화계에서 자라 관계가 더 돈독합니다. 우린 서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영화에서 우리의 화학작용이 대단히 좋았습니다. 우린 책벌레들인 데다가 유머감각도 비슷하답니다. 조이와 연극을 함께 하고 싶어요. 앞으로 우린 함께 일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다짐합니다. 조이는 아주 멋있는 사람이지요.”
—영화에서 당신은 베이컨 요리로 여자를 유혹하는데 실제로 그래 본 적이 있나요.
“여자를 유혹할 때 베이컨을 사용하리라곤 생각 안 합니다. 왜냐하면 전 요리솜씨가 매우 서투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난 베이컨을 아주 좋아합니다.”
—영화에서 당신은 샨트리를 놀라게 하려고 예고도 없이 비행기를 타고 토론토에서 더블린으로 날아갔는데 실제로도 그런 적이 있나요.
“내가 과거 아일랜드 태생의 애인이 있었을 때 영국에서 아일랜드로 예고 없이 찾아간 적이 있는데 비행시간은 달랑 45분밖에 안 걸려 별 스릴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에 빠지려면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지녀야 할까요, 아니면 비슷한 사람들이 돼야 할까요.
“어딘가 서로 공통되는 바탕은 있어야겠지만 보통은 서로 상반되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기가 쉽다고 봅니다. 그래서 서로가 상대와 균형을 맞춰 줄 수 있으면 좋겠지요. 나는 매우 다혈질이어서 자연 나보다 침착한 사람에게 마음이 갑니다.”
—남녀 친구지간에도 정열이 타오를 수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럼요. 친구로 지내면서 서로 함께 성장하고 사귀다 보면 경우에 따라 정열이 서서히 솟아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당신의 다음 영화 <뿔>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애인 살해 혐의를 받는 남자의 머리에서 신통력을 지닌 뿔이 나와 이 남자는 이 뿔을 이용해 애인의 진짜 살해범을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마법적 사실주의 영화로 나는 이 영화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조 힐이 쓴 소설이 원작으로 관객들로부터 완전히 상반된 반응을 받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과는 아주 다른 영화입니다.”
—요즘 많은 영화배우들이 TV 작품에 나오고 있는데 당신도 그럴 생각이 있는지요.
“언젠가 한 번 흥미 있는 TV 작품의 각본을 읽고 관심이 있었는데 한 번 계약하면 7년은 매달려야 한다는 바람에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TV 작품에 나오고 싶습니다. 단 7년씩은 못하겠네요.”
다음 출연할 작품은 <뿔>
—당신은 얼마 전에 25세가 됐습니다. 이제 진짜 어른이 된 것인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계속 글을 쓰고 언젠가는 감독을 하고 싶습니다. 먼저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뒤에 보다 큰 작품을 연출하고 싶습니다. 내가 과거에 한 일들을 보다 공고히 하면서 새 것을 찾을 것입니다. 계속해 연기를 하고 연극에 나오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가정을 꾸리겠지만 아직은 생각이 없습니다.”
—남자와 여자 중에 어느 쪽이 더 당신의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하기가 쉽다고 여깁니까.
“남자들은 친구지간에도 서로 약점을 안 보이려고 심각한 얘기 하기를 꺼립니다. 그러나 여자들은 안 그래서 그들과 대화하기가 더 편하지요.”
—요즘 남자 배우들이 수염을 기르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면 나처럼 말끔히 면도한 남자는 이제 더 이상 핸섬하지 않다는 것인지요.
“전연 그렇지 않아요. 당신 아주 핸섬한데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마세요. 난 단지 너무 동안이어서 좀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수염을 기르는 것이지요. 당신은 면도한 얼굴이 멋있으니 절대로 수염 기르지 마세요.”
—당신이 배낭을 지고 어딘가 가게 된다면 목적지가 어디입니까.
“아시아를 여행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당분간 나는 여행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내 직업 때문에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 별로 여행에 대한 욕망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역이 앞으로 성인 역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렇습니다. 해리 포터와 나를 쉽게 떼어 놓을 수야 없겠지만 나는 이 역이 광범위한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여튼 나는 나를 흥분시키고 또 정열적으로 만드는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월래스 역은 《해리 포터》 시리즈로 성장하고 또 이로 인해 수퍼스타가 된 래드클리프의 본격적인 첫 성인 역이다. 영화는 다소 상투적인 데가 있고 당분의 함유량이 많긴 하지만 귀염성이 있고 따스해 호감이 가는데, 특히 래드클리프와 카잔의 콤비네이션이 보기 좋다.
소매가 짧은 짙은 회색 셔츠 차림에 얼굴에 잔 수염을 기른 래드클리프는 동안(童顔)이었는데 필자에게 깍듯이 ‘서(sir)’라는 존칭을 써 가면서 악센트가 있는 어투로 속사포 식으로 대답했다. 상냥하고 솔직하고 착해 보였는데 밝고 명랑해 함께 있기가 즐거웠다.
—월래스는 혼자 있고 싶으면 지붕 위로 올라가는데 실제로 당신이 혼자 있고 싶을 땐 어디로 가는지요.
“뉴욕의 내가 살고 있는 곳 주변에는 강도 있고 공원도 있어요. 난 혼자 있고 싶으면 그곳을 찾아 상념에 잠깁니다. 그러나 이곳보다 내가 가장 행복과 편안함을 느끼는 곳은 영화세트입니다. 세트에 있으면 마치 내 집에 있는 것 같아요. 그곳에선 그 누구도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신경을 안 써 좋습니다.”
“친구란 관계를 시작하기 아주 좋은 명분”
—당신은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친구란 관계를 시작하기 아주 좋은 명분이지요. 난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거기서 그 관계가 연인 사이로 발전할 수도 있고 또는 친구 사이로 남아 있을 수도 있겠지요.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2년 정도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이 돼 결혼해 지금까지 30여년간을 잘 살고 계세요. 그러나 영화의 주제는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가 있느냐는 것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부인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이냐 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월래스는 누나의 아이를 돌봐 주는데 당신도 아이들을 돌볼 줄 아나요.
“난 아이들을 좋아해 잘 돌볼 줄도 압니다. 나는 2명의 대자(代子·종교에서 자신이 후견하기로 한 남자)도 있어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함께 있기가 즐거운데, 왜냐하면 그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얘기를 하기 때문이지요.”
—월래스처럼 실연해 괴로워해 본 적이 있습니까.
“월래스처럼 애인에게서 배신을 당해 고통스러워해 본 적은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겪은 상심이나 상사병은 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순전히 자해와도 같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입니까.
“특별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랑이란 각자가 다 다른 것이어서 하나의 정의로는 말할 수가 없겠지요. 사랑이란 멋있고 혼란스러운 것이 아닐까요.”
—당신에게 가장 좋았던 날과 나빴던 날은 언제였습니까.
“나는 좋았던 날이 아주 많아서 딱 하나만 고르기가 쉽지가 않군요. 난 늘 흥분되고 기분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태여 고르자면 최근 내 생일 전날에 내 애인이 탁구클럽에 차려 준 깜짝파티였습니다. 탁구를 치고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던 일이 정말로 좋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내 생일에 참석한 것을 보면 내가 올바로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직업적으로 가장 불안하고 두려웠던 날은 토니상 시상식 전날이었습니다. 시상식 날 난 뮤지컬을 노래하고 춤을 춰야 했기 때문이지요. 브로드웨이 전 단체가 모인 앞에서 노래하고 춤춘다는 것은 정말로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커튼이 오르자 첫눈에 보이는 것이 알 파치노여서 더했습니다. 끝내고 나니 정말 살 것 같더라고요.”
“배우는 모든 장면에 똑같이 접근”
 |
| 필자와 다니엘 래드클리프. |
“재미 있는 해석이네요. 그런데 배우들은 저널리스트들보다 장르에 대해 크게 신경을 안 씁니다. 각본을 읽고 작품을 선택할 때나 세트에 있을 때 우리는 이것이 로맨틱 코미디로구나 하고 생각하질 않아요. 단 하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영화의 각본이 정말로 좋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사실적입니다. 일례로, ‘사랑이란 이기적인 행동을 위한 완벽한 변명’이란 말은 참으로 근사하지 않습니까.
이 영화에는 사랑에 빠졌을 때 내려야 하는 결정과 딜레마와 거짓과 상심 등이 모두 담겨 있는데 이런 것들은 사실 명백하게 표현하기가 쉽지가 않지요.
이 영화가 다른 통속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점은 샨트리의 애인이 특별히 결점을 찾을 수가 없는 사람이고 또 둘 사이에 갈등이 없는데도 샨트리가 그를 떠나 월래스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제겐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나도 더 이상 이 영화를 롬콤(로맨틱 코미디)이라고 부르고 싶지가 않군요.”
—작년에 당신은 <킬 유어 달링스>에서 남자를 사랑했고 이번에는 여자를 사랑하는데 배우로서 두 역이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남자이건 여자이건 간에 매력적인 사람에게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다 같은 일이겠지요. 남자와 어떻게 사랑하지, 아니면 여자와 어떻게 사랑하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그렇게 갈라 가면서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둘 간에 다른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남자냐 여자냐가 문제가 아닙니다. 배우는 모든 장면에 똑같이 접근한답니다.”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일엔 관심 없어”
—길에서 아이들이 당신을 보고 ‘해리 포터네’ 하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기분이 어떻습니까. 태고적의 일처럼 느껴지나요.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내게 다가와 해리 포터에 대해 흥분해서 얘기를 할 때면 그들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들은 나를 그 영화로 인해 알게 됐으니까요.
그런데 사람들이 요즘에는 내게 와서는 해리 포터라기보다 내 본명을 불러요. 다니엘 래드클리프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내가 뉴욕에서 연극에 나왔을 때 팬들이 매일 밤 무대로 통하는 문에서 기다리다가 날 만나면 ‘해리 포터’가 자기들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그것을 듣는 것은 참으로 환상적인 일이었지요.
그러나 이와 반대로 주정꾼들이 날 보고 ‘해리 포터’ 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것을 듣는 일은 짜증나고 힘든 일입니다. 농담을 하려면 좋은 농담을 하란 말입니다. 좌우지간 날 그렇게 기억해 주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깊은 향수에 젖곤 하지요.”
—아침에 혼자 일어나면서 자의식이라도 합니까.
“오, 노. 그런 생각 하면서 일어나지 않아요.”
—해리 포터의 작가 J.K. 롤링이 새로운 작품을 쓴다면 거기에 나올 생각이 있는지요.
“그것에 대해서는 우리들 간에 어떤 논의도 없었습니다. 롤링은 최근에 신작 단편을 냈는데 아마도 이 때문에 영화 얘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게 영화 출연 제의가 온 적은 없습니다. 롤링이 이미 쓴 다른 작품의 영화화에도 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당신은 최근에 마법 세계 속의 어른에 관한 영화에 나갈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아는데 사실입니까.
“아닙니다. 각본은커녕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나는 곧 다리 건설에 관한 영화 <무너진 다리>의 촬영을 시작하는데 이것도 각본을 읽고서야 출연에 응했습니다. 따라서 아무 것도 아는 사실이 없는 것을 놓고 내 느낌이나 미래를 얘기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오직 내가 할 말은 나는 다양한 역을 찾아서 부지런히 일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냥 과거와 다르다고 해서 각본을 선택한다기보다는 내가 즐길 수 있는 역을 찾을 것입니다. 모든 가능성에 대해 저는 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절대로 안 한다는 말은 어리석은 것이지요.”
“조이는 아주 멋있는 사람”
—당신의 애인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나요.
“그럴 수가 없네요.”
—조이 카잔과의 관계는 어땠고 그에게서 무엇을 배웠는지요.
“우린 사실 같이 자란 사이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부모들도 서로 비슷하지요. 그래서 우린 사이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조이와 나는 서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화계에서 자라 관계가 더 돈독합니다. 우린 서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영화에서 우리의 화학작용이 대단히 좋았습니다. 우린 책벌레들인 데다가 유머감각도 비슷하답니다. 조이와 연극을 함께 하고 싶어요. 앞으로 우린 함께 일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다짐합니다. 조이는 아주 멋있는 사람이지요.”
—영화에서 당신은 베이컨 요리로 여자를 유혹하는데 실제로 그래 본 적이 있나요.
“여자를 유혹할 때 베이컨을 사용하리라곤 생각 안 합니다. 왜냐하면 전 요리솜씨가 매우 서투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난 베이컨을 아주 좋아합니다.”
—영화에서 당신은 샨트리를 놀라게 하려고 예고도 없이 비행기를 타고 토론토에서 더블린으로 날아갔는데 실제로도 그런 적이 있나요.
“내가 과거 아일랜드 태생의 애인이 있었을 때 영국에서 아일랜드로 예고 없이 찾아간 적이 있는데 비행시간은 달랑 45분밖에 안 걸려 별 스릴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랑에 빠지려면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지녀야 할까요, 아니면 비슷한 사람들이 돼야 할까요.
“어딘가 서로 공통되는 바탕은 있어야겠지만 보통은 서로 상반되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기가 쉽다고 봅니다. 그래서 서로가 상대와 균형을 맞춰 줄 수 있으면 좋겠지요. 나는 매우 다혈질이어서 자연 나보다 침착한 사람에게 마음이 갑니다.”
—남녀 친구지간에도 정열이 타오를 수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럼요. 친구로 지내면서 서로 함께 성장하고 사귀다 보면 경우에 따라 정열이 서서히 솟아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당신의 다음 영화 <뿔>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애인 살해 혐의를 받는 남자의 머리에서 신통력을 지닌 뿔이 나와 이 남자는 이 뿔을 이용해 애인의 진짜 살해범을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마법적 사실주의 영화로 나는 이 영화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조 힐이 쓴 소설이 원작으로 관객들로부터 완전히 상반된 반응을 받을 것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나온 영화들과는 아주 다른 영화입니다.”
—요즘 많은 영화배우들이 TV 작품에 나오고 있는데 당신도 그럴 생각이 있는지요.
“언젠가 한 번 흥미 있는 TV 작품의 각본을 읽고 관심이 있었는데 한 번 계약하면 7년은 매달려야 한다는 바람에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TV 작품에 나오고 싶습니다. 단 7년씩은 못하겠네요.”
다음 출연할 작품은 <뿔>
—당신은 얼마 전에 25세가 됐습니다. 이제 진짜 어른이 된 것인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계속 글을 쓰고 언젠가는 감독을 하고 싶습니다. 먼저 뮤직 비디오를 감독한 뒤에 보다 큰 작품을 연출하고 싶습니다. 내가 과거에 한 일들을 보다 공고히 하면서 새 것을 찾을 것입니다. 계속해 연기를 하고 연극에 나오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가정을 꾸리겠지만 아직은 생각이 없습니다.”
—남자와 여자 중에 어느 쪽이 더 당신의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하기가 쉽다고 여깁니까.
“남자들은 친구지간에도 서로 약점을 안 보이려고 심각한 얘기 하기를 꺼립니다. 그러나 여자들은 안 그래서 그들과 대화하기가 더 편하지요.”
—요즘 남자 배우들이 수염을 기르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면 나처럼 말끔히 면도한 남자는 이제 더 이상 핸섬하지 않다는 것인지요.
“전연 그렇지 않아요. 당신 아주 핸섬한데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마세요. 난 단지 너무 동안이어서 좀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수염을 기르는 것이지요. 당신은 면도한 얼굴이 멋있으니 절대로 수염 기르지 마세요.”
—당신이 배낭을 지고 어딘가 가게 된다면 목적지가 어디입니까.
“아시아를 여행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당분간 나는 여행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내 직업 때문에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 별로 여행에 대한 욕망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역이 앞으로 성인 역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렇습니다. 해리 포터와 나를 쉽게 떼어 놓을 수야 없겠지만 나는 이 역이 광범위한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여튼 나는 나를 흥분시키고 또 정열적으로 만드는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