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때같은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는 대한민국에 수많은 과제를 남긴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고치고 바꿔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속한 구조와는 거리가 먼 재난구조체계, 자리에만 연연하지, 안전에는 신경을 두지 않는 ‘관(官)피아’는 국민들을 제대로 뿔나게 했다. 이와 더불어 드러난 해운독점체제의 폐해(弊害)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드러난 한국해운조합은 한국해운조합법 제6조에 의해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및 선박안전관리체계 관련 업무를, 한국선급은 선박안전법 제60조에 따라 선박검사 업무를 각각 맡아 왔다. 법률이라는 확실한 근거에 의해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독점적(獨占的)으로 보호받아 온 셈이다.
독점체제는 잘못 운영될 경우 부실과 비리가 발생하기 쉽다. 경쟁을 할 필요가 없으니 현상유지에만 급급하게 되고 관리감독체계도 무뎌지면 무사안일에 빠지기 십상이다. 실제 이들 단체는 법률에 의해 독점 부여된 본연의 업무를 게을리했다. 해운조합이 선임한 운항관리사는 승객 명단과 화물적재 현황을 허위 보고하였다. 한국선급은 세월호에 설치된 구명뗏목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실제 사고시(時) 구명뗏목은 단 1개만 작동했다. 부실과 더불어 비리의 단면도 참으로 볼썽사납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보호하기 위하여 관련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법률이 필요할 때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 로비를 하곤 했다. 다음 자리를 생각하는 현관(現官)의 이익과 자신의 현재 이익을 유지하려는 단체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감독체계는 무력화(無力化)되었다.
공(公)기업이나 공공(公共)기관이 아님에도 이렇게 독점체제를 부여한 경우는 쉽게 찾기 어렵다. 해운업계의 이익단체나 일개 사단법인(社團法人)에 법률로 독점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적이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실과 부패의 원인인 해운독점체제를 깨야 한다. 진작 정상화해야 할 분야가 바로 해운독점체제였다. 먼저 독점체제의 근간이 된 법률을 조속히 바꿔야 한다. 이들 단체가 수십 년간 그 위치를 굳건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근거 법률 덕분이었다. 국회는 문제가 된 한국해운조합법과 선박안전법 등 관련 법률을 즉시 개정하여 독점의 발생 가능성 자체를 배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적 요구에 떠밀려 관련 법률을 개정하더라도 슬쩍 예외(例外)규정을 두어 문제 단체들의 기존 지위를 보전시켜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정부는 해운독점체제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한 대증요법(對症療法)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냉철한 진단을 해야 할 때이다. 기존의 시각에서는 보이지 않던 적폐(積弊)를 제거하기 위해 해당 부처에만 업무를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외부 기관 등 제3자적 위치에 있는 곳을 통해 문제점을 진단하여 분석한 뒤 해결방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의지는 결국 법령(法令)개정과 정책변화로 나타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행령, 시행규칙의 개정이나 각종 방침의 변경이다. 이들의 경우, 법률의 개정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익단체의 간섭과 로비가 심하게 작용한다. 각종 비리의 시작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관련 공무원의 의지가 필요한 대목이다.
해당 단체들도 기존의 독점영역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통렬한 자기반성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수십 년간 계속된 해운독점체제는 부실과 부패를 낳았고 급기야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한 원인이 되었다. 변죽 울리기식 개선이 아닌 독점체제의 확실한 혁파(革罷)가 필요하다.⊙
<김철·변호사>
독점체제는 잘못 운영될 경우 부실과 비리가 발생하기 쉽다. 경쟁을 할 필요가 없으니 현상유지에만 급급하게 되고 관리감독체계도 무뎌지면 무사안일에 빠지기 십상이다. 실제 이들 단체는 법률에 의해 독점 부여된 본연의 업무를 게을리했다. 해운조합이 선임한 운항관리사는 승객 명단과 화물적재 현황을 허위 보고하였다. 한국선급은 세월호에 설치된 구명뗏목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실제 사고시(時) 구명뗏목은 단 1개만 작동했다. 부실과 더불어 비리의 단면도 참으로 볼썽사납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보호하기 위하여 관련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법률이 필요할 때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 로비를 하곤 했다. 다음 자리를 생각하는 현관(現官)의 이익과 자신의 현재 이익을 유지하려는 단체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감독체계는 무력화(無力化)되었다.
공(公)기업이나 공공(公共)기관이 아님에도 이렇게 독점체제를 부여한 경우는 쉽게 찾기 어렵다. 해운업계의 이익단체나 일개 사단법인(社團法人)에 법률로 독점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적이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실과 부패의 원인인 해운독점체제를 깨야 한다. 진작 정상화해야 할 분야가 바로 해운독점체제였다. 먼저 독점체제의 근간이 된 법률을 조속히 바꿔야 한다. 이들 단체가 수십 년간 그 위치를 굳건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근거 법률 덕분이었다. 국회는 문제가 된 한국해운조합법과 선박안전법 등 관련 법률을 즉시 개정하여 독점의 발생 가능성 자체를 배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적 요구에 떠밀려 관련 법률을 개정하더라도 슬쩍 예외(例外)규정을 두어 문제 단체들의 기존 지위를 보전시켜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정부는 해운독점체제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제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한 대증요법(對症療法)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냉철한 진단을 해야 할 때이다. 기존의 시각에서는 보이지 않던 적폐(積弊)를 제거하기 위해 해당 부처에만 업무를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외부 기관 등 제3자적 위치에 있는 곳을 통해 문제점을 진단하여 분석한 뒤 해결방안을 찾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의지는 결국 법령(法令)개정과 정책변화로 나타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행령, 시행규칙의 개정이나 각종 방침의 변경이다. 이들의 경우, 법률의 개정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익단체의 간섭과 로비가 심하게 작용한다. 각종 비리의 시작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관련 공무원의 의지가 필요한 대목이다.
해당 단체들도 기존의 독점영역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통렬한 자기반성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수십 년간 계속된 해운독점체제는 부실과 부패를 낳았고 급기야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한 원인이 되었다. 변죽 울리기식 개선이 아닌 독점체제의 확실한 혁파(革罷)가 필요하다.⊙
<김철·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