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간암 투병 사실이 알려진 복거일의 신작 소설. 요즘 작가의 일상과 사상(思想)을 담은 자전적(自傳的) 소설이다. 어느 봄날, 주인공인 현이립, 즉 작가가 집 근처 한강변을 산책하면서 보고 느낀 일들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늙은 작가의 감상(感傷)을 담은 가벼운 사소설(私小說)은 아니다. 오히려 소설의 형식을 빌린 사회평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소설 속 현이립은 갑자기 없어진 구멍가게나 중국집을 보면서는 시장경제가 가져다주는 진보의 대열에서 탈락하는 약자(弱者)들을 아파한다. 공사현장에서 공무원들의 부패를 성토하는 업자들을 보면서는 ‘정부 관리들이 산업계의 요직들을 실질적으로 독점하는 바람에 부패가 제도화되어 버린’ 현실을 고민한다. 강변에서 화투를 치며 소일하는 노인들을 보면서는 고령화(高齡化) 문제를 걱정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訪中)뉴스를 들으면서는 갈수록 굴기(崛起)하는 중국에 예속되어 가는 이 나라의 고단한 운명을 안타까워한다. 그 어느 하나 녹록한 일이 아니어서 돌이라도 얹힌 것처럼 가슴이 무거워진다.
현이립, 즉 작가의 생각은 끝없이 이어진다. 평생 변방 지식인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살아온 자신의 지적(知的) 편력을 되돌아보면서 그는 요즘 자신이 관심을 쏟고 있는 진화생물학에 대해, 그리고 인류와 가없는 우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현실에 실망해 과거로 눈을 돌리지 않았고, 그의 눈길은 늘 생각하기 어렵고 두려운 미래로 향했음을 자랑스러워한다.
이처럼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가장 가슴을 울리는 것은 죽음을 앞둔 늙은 작가의 당당함이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잊히고 기억되는 것이야 그가 통제할 수 없지만, 적어도 위엄을 지니고 죽음을 맞는 것은 그가 통제할 수 있다.”
작은 판형에 200페이지 남짓하지만, 읽고 나면 가슴이 뻐근해지는 책이다.⊙
소설 속 현이립은 갑자기 없어진 구멍가게나 중국집을 보면서는 시장경제가 가져다주는 진보의 대열에서 탈락하는 약자(弱者)들을 아파한다. 공사현장에서 공무원들의 부패를 성토하는 업자들을 보면서는 ‘정부 관리들이 산업계의 요직들을 실질적으로 독점하는 바람에 부패가 제도화되어 버린’ 현실을 고민한다. 강변에서 화투를 치며 소일하는 노인들을 보면서는 고령화(高齡化) 문제를 걱정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訪中)뉴스를 들으면서는 갈수록 굴기(崛起)하는 중국에 예속되어 가는 이 나라의 고단한 운명을 안타까워한다. 그 어느 하나 녹록한 일이 아니어서 돌이라도 얹힌 것처럼 가슴이 무거워진다.
현이립, 즉 작가의 생각은 끝없이 이어진다. 평생 변방 지식인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살아온 자신의 지적(知的) 편력을 되돌아보면서 그는 요즘 자신이 관심을 쏟고 있는 진화생물학에 대해, 그리고 인류와 가없는 우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현실에 실망해 과거로 눈을 돌리지 않았고, 그의 눈길은 늘 생각하기 어렵고 두려운 미래로 향했음을 자랑스러워한다.
이처럼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가장 가슴을 울리는 것은 죽음을 앞둔 늙은 작가의 당당함이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잊히고 기억되는 것이야 그가 통제할 수 없지만, 적어도 위엄을 지니고 죽음을 맞는 것은 그가 통제할 수 있다.”
작은 판형에 200페이지 남짓하지만, 읽고 나면 가슴이 뻐근해지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