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興津
⊙ 70세.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과 졸업.
⊙ 《한국일보》 기자, 인천과 이천서 교직. 《미주한국일보》 부장·편집국장 역임.
現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LA영화 비평가협회(LAFCA) 회원.
⊙ 70세.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과 졸업.
⊙ 《한국일보》 기자, 인천과 이천서 교직. 《미주한국일보》 부장·편집국장 역임.
現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LA영화 비평가협회(LAFCA) 회원.
- 매튜 맥커너히에게 아카데미 주연상을 안겨 준 영화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
2013년 9월.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가 열리던 때 매튜 맥커너히와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당시 그가 아카데미상 주연상을 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래서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두었다가 나중에 아카데미상이 발표되고 났을 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는 제86회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달라스 바이어즈 클럽>으로 남우주연상을 탔다.
맥커너히는 영화에서 1980년대 실존 인물로 동성애자를 오물 보듯 하던, 텍사스의 약물을 즐기는 술꾼 전기공 론 우드러프로 나왔다. 우드러프는 에이즈에 걸린 뒤 오히려 동성애자들을 비롯한 에이즈환자들을 돕는 구원의 천사 역을 영혼을 불사르듯이 연기한다. 그는 이 역을 소화하기 위해 체중을 47파운드(약 21kg)나 뺐다.
이 영화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의 그릇됨을 진지하고 연민에 찬 목소리로 얘기하는 드라마이자 마치 현대판 로빈 후드의 모험과 액션까지 포함하고 있는 스릴과 흥미를 겸비한 작품이다. 우드러프는 멕시코에서 사제 에이즈약을 매입해 미국으로 밀반입한 뒤 자기도 복용하고 다른 에이즈환자들에게도 팔았는데, 이 약 덕분으로 의사의 1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진단과 달리 7년을 더 살다가 1992년 42세로 사망했다.
영화에서 우드러프의 에이즈약 불법판매의 동조자로, 여자로 성전환한 에이즈환자 레이언으로 나온 재레드 레토가 남우조연상과 함께 분장상도 받았다.
언제 봐도 호남인 맥커너히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에 응했는데 텍사스 태생이어서 코맹맹이 악센트가 있는 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활발한 제스처를 써 가면서 차근차근 질문에 답했다.
매우 진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으며 질문에 대해 심사숙고한 뒤 대답하면서 가끔 유머도 구사했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 같았는데 쏘아 보는 파란 눈동자가 날카로웠다.
—영화를 위해 체중을 엄청나게 뺀 줄 아는데 그 과정에 대해 말해 주세요.
“출연에 응한 뒤 영양사를 만나서 영화에 나오기 전까지 4개월간 그가 마련한 식단대로 음식을 먹었습니다. 밖에 나가면 내가 좋아하는 스테이크집을 찾아갈 것 같아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아예 외출을 안 했지요. 은둔자처럼 지냈는데 하루에 3.5파운드씩 줄었습니다. 목표 체중인 135파운드에 이르렀을 때 체중 줄이기를 마쳤는데 내 평균 체중이 182파운드니 47파운드를 뺀 것입니다. 그러나 건강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체중이 줄면서 가슴 아래로는 힘이 빠졌지만 그 위로는 오히려 날카로워지더라고요. 그리고 줄어든 체중 때문에 밤에 잠을 보통 때보다 3시간 덜 자도 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얼 먹었습니까.
“생선과 야채를 소량 섭취했습니다. 다이어트 코크 같은 것도 안 마셨지요. 그러니까 사실은 건강식만 먹은 셈입니다.”
—영화는 편견적인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 마음을 여는 내용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선 내 경우 나는 아주 젊었을 때부터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 공통분모를 찾고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세계여행을 즐겼습니다. 내가 로스앤젤레스(LA)에 간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내게 거기에는 별 이상한 종교도 있고 머리를 파랗게 염색한 사람들이 있으며 또 게이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 ‘그거 좋은 일이구먼’이라고 응했지요. 론의 경우를 말하자면 그는 편견적이요 상놈입니다. 그런 그가 에이즈에 걸리고 나서 자기가 평소 멸시하던 사람과 같은 처지가 된 것이지요. 그는 국외자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는 사람으로 묘사하려고 하질 않았습니다. 단지 그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거기서 자연스럽게 그의 구제자로서의 특성이 나타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찍을 때면 가족과 함께 트레일러에서 생활
—론 우드러프에 관해 연구할 때 그의 가족의 도움을 받았는지요.
“가족이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그의 일기를 보고 론이라는 사람을 잘 알게 됐지요. 그는 중1 과정만 마친 사람으로 한 번도 무언가를 끝마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에이즈환자가 되면서 의사들보다 더 그 병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과학자가 된 것입니다. 그는 매우 고독하고 갈 길을 잃었던 사람인데 에이즈환자가 되면서 비로소 생애 처음으로 무언가 붙잡고 매달릴 일이 생긴 셈이지요. 비로소 인생의 목표가 설정된 것입니다.”
—론은 사제 에이즈약을 팔아 이득을 많이 남겼다는데요. 그의 여자 관계는 어땠습니까.
“론은 결코 구세군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금과 캐딜락을 좋아했지요. 에이즈약을 사러 온 사람이 돈이 모자라면 되돌려 보냈습니다. 그의 여자 관계는 매우 문란했습니다. 에이즈에 걸리고 나서도 보호책 없이 여자와 섹스를 했는데 당시 에이즈환자들은 진짜로 모두 함께 환자가 되자는 심정으로 아무 대책도 없이 섹스들을 했었습니다.”
—당신은 영화에서 완전히 론이 되는 변신을 하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 얘기해 주세요.
“영화를 만드는 4개월간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나도 론이 한 대로 에이즈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또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난 매우 과학적인 사람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가 완전히 국외자가 됐듯이 나도 나 자신을 고립시켰지요. 론이 의사의 말과 달리 7년을 더 산 것은 그의 분노 탓입니다. 그것이 그를 보다 활동적으로 만든 삶의 자극제가 된 셈입니다.”
—당신은 영화에서 로데오에 나가 황소를 타는데 실제로도 좋아합니까.
“난 말 타기를 좋아합니다. 제법 잘 타지요. 난 그동안 말 타는 영화에 여러 편 나왔습니다. 로데오 경기장보다는 목장이 더 좋아요. 작은 황소는 타 봤지만 영화에서처럼 3000파운드짜리 황소는 아직 못 타 봤어요.”
—당신이 두문불출하면서 갈비씨가 되는 것을 보는 아내와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매일같이 조금씩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들은 별로 심각히 느끼질 못했지요. 한번은 딸이 내게 ‘아빠 목이 왜 기린처럼 길어지고 있어요?’라고 물은 적은 있습니다. 어느 날 벽에 비친 제 실루엣을 보니 해골처럼 보여서 기분이 으스스하더라고요. 진짜 날 보고 놀란 사람은 내 어머니로 오래간 만에 날 본 어머니가 ‘너 어떻게 된거니’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가족은 전적으로 절 지원했습니다. 그러데 은둔자가 된다는 것은 당분간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일이라고 봅니다.”
—당신은 모두 여섯 살 미만의 2남1녀를 두고 있는데 가정생활은 어떻습니까. 아이를 더 가질 생각입니까.
“아주 즐겁고 좋아요. 모두 건강하고요. 나는 영화를 찍을 때면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다닙니다. 그리고 좁은 트레일러에서 같이 살지요. 좀 불편은 하지만 서로 가깝게 보낼 수 있어 좋습니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서 아이는 이제 그만 낳으려고 합니다. 셋이면 족해요.”
—당신은 과거 여러 편의 로맨틱 코미디에 나왔으나 최근 들어 이 영화처럼 극단적인 인물역을 맡고 있는데 스스로 그러기로 결정한 것입니까.
“모두 내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페이퍼 보이>와 <킬러 조> 및 <매직 마이크>는 내가 결정했다기보다 내게 주어진 것입니다. 난 영화와 영화 사이에 영감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 휴지기간을 둡니다. 최근 내가 맡은 역들은 대부분 반영웅들인데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규칙을 세우는 사람들이며 또 자기 자신만의 형태를 창조하는 사람들이어서 하기가 아주 즐겁습니다. 난 상상력이 만개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상상력을 동원해 반영웅들을 만화 같은 인물들이 아니라 인간적인 인물들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극단적인 데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진실이 있지요. 요즘 내가 맡는 역은 배우로서 내게 필요불가결한 것들입니다.”
—당신이 집에서 굶으면서 가족에게 이것이 끝나면 성대한 외식을 대접하겠다고 약속이라도 했는지요.
“아니요. 그들은 매일같이 잘 먹었어요. 그런데 그 음식은 제가 요리한 것이었지요. 난 가족에게 거의 매일처럼 진수성찬을 요리해 대접했는데 난 그저 손가락만 빨았을 뿐입니다. 고약한 쾌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나 재미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요리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약보다 음식과 공기에 신경 더 써야
—다음 작품은 무엇입니까.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하는 공상과학 액션 드라마로 앤 해서웨이, 제시카 채스테인 및 마이클 케인이 공연한다는 것 외엔 감독의 지시에 따라 더 말할 수가 없습니다.”
—론처럼 죽음에 저항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의 고독과 고립 그리고 공포와 무기력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의사들은 에이즈에 대해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죽음에 굴하지 않고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들인 론을 존경합니다. 그는 결코 후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고립과 공포의 그림자 속에 주저앉기를 거부한 사람입니다.”
—미국의 의료제도가 그때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봅니까.
“이 얘기는 그 면에서 요즘에도 적용이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직도 개선할 바가 많다고 봅니다. 제약계의 이익추구 문제를 비롯해 모두에게 공평한 의료혜택이 돌아가기 위해선 아직도 개선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론은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인데 당신은 그를 연민에 찬 모습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는 천박한 편견주의자이자 호모를 사갈시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그러나 그가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에게 접근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를 비단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나는 그의 내면에 있을 인간성에 기대를 걸었지 그를 도덕적으로 판단하려 하지도, 또 옳고 그름을 따지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예술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상대에게서 인간성을 찾을 수 있다면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를 짓는 것이지요.”
—에이즈환자 중에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요.
“더러 있습니다. 그땐 내가 10대였지만 그 병으로 사망한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 병을 앓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만들 땐 이런 사람들을 모두 포함한 객관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오직 론 한 사람에게만 매달렸습니다. 그를 안에서부터 밖으로 보는 식으로 그리려고 했습니다. 거울에서 바싹 마른 나를 볼 때 나는 그 사람을 나로 보지 않고 론으로 봤습니다. 그를 연기한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모험이었으며 훌륭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조금도 방심할 틈이 없었고 이 일이 현재로선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각오로 일했지요. 그러곤 끝나자마자 치즈버거를 먹었지요.‘
—체중을 47파운드나 줄이면서 극단적인 역을 한다는 것이 때로 위험하다는 얘기를 들었는지요.
“상황이 요구해서 체중을 줄인 것이지 어떤 허영이나 과시를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난 론의 사진을 보고 그 즉시 그를 책임 있게 표현하려면 체중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체중을 줄인 것은 극단적인 것을 위한 극단적인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 이후 약이나 의사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라도 했는지요.
“난 늘 서양식 처방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처방약에 의존하는데 그것은 여러 가지 식품 첨가물을 좋아하는 것이나 마찬 가지입니다. 그것은 항상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물과 숨 쉬는 공기에 대해 신경을 보다 더 써야 한다고 봅니다.”
—당신은 세계여행을 즐긴다고 했는데 아이들에게도 그를 권장합니까.
“물론이지요. 문화는 좋은 교육입니다. 아이들이 앞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자기와 다른 것과 새로운 것을 사랑할 줄 알고 또 그것에 적응하도록 권장할 것입니다. 어린 내 딸은 뉴욕이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색깔이 있어서 좋다고 해요.”
—역을 마치고 나서 감정적인 후유증이라도 있었습니까.
“영화에 나온 경험은 마치 로데오에서 황소를 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전신이 탈수현상을 겪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기분 좋은 탈진이었습니다. 모든 역은 다 심한 신체단련 훈련 같지만 난 그것을 즐깁니다.”⊙
맥커너히는 영화에서 1980년대 실존 인물로 동성애자를 오물 보듯 하던, 텍사스의 약물을 즐기는 술꾼 전기공 론 우드러프로 나왔다. 우드러프는 에이즈에 걸린 뒤 오히려 동성애자들을 비롯한 에이즈환자들을 돕는 구원의 천사 역을 영혼을 불사르듯이 연기한다. 그는 이 역을 소화하기 위해 체중을 47파운드(약 21kg)나 뺐다.
이 영화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의 그릇됨을 진지하고 연민에 찬 목소리로 얘기하는 드라마이자 마치 현대판 로빈 후드의 모험과 액션까지 포함하고 있는 스릴과 흥미를 겸비한 작품이다. 우드러프는 멕시코에서 사제 에이즈약을 매입해 미국으로 밀반입한 뒤 자기도 복용하고 다른 에이즈환자들에게도 팔았는데, 이 약 덕분으로 의사의 1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진단과 달리 7년을 더 살다가 1992년 42세로 사망했다.
영화에서 우드러프의 에이즈약 불법판매의 동조자로, 여자로 성전환한 에이즈환자 레이언으로 나온 재레드 레토가 남우조연상과 함께 분장상도 받았다.
언제 봐도 호남인 맥커너히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에 응했는데 텍사스 태생이어서 코맹맹이 악센트가 있는 소리와 함께 두 손으로 활발한 제스처를 써 가면서 차근차근 질문에 답했다.
매우 진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으며 질문에 대해 심사숙고한 뒤 대답하면서 가끔 유머도 구사했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 같았는데 쏘아 보는 파란 눈동자가 날카로웠다.
—영화를 위해 체중을 엄청나게 뺀 줄 아는데 그 과정에 대해 말해 주세요.
“출연에 응한 뒤 영양사를 만나서 영화에 나오기 전까지 4개월간 그가 마련한 식단대로 음식을 먹었습니다. 밖에 나가면 내가 좋아하는 스테이크집을 찾아갈 것 같아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아예 외출을 안 했지요. 은둔자처럼 지냈는데 하루에 3.5파운드씩 줄었습니다. 목표 체중인 135파운드에 이르렀을 때 체중 줄이기를 마쳤는데 내 평균 체중이 182파운드니 47파운드를 뺀 것입니다. 그러나 건강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체중이 줄면서 가슴 아래로는 힘이 빠졌지만 그 위로는 오히려 날카로워지더라고요. 그리고 줄어든 체중 때문에 밤에 잠을 보통 때보다 3시간 덜 자도 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얼 먹었습니까.
“생선과 야채를 소량 섭취했습니다. 다이어트 코크 같은 것도 안 마셨지요. 그러니까 사실은 건강식만 먹은 셈입니다.”
—영화는 편견적인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 마음을 여는 내용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선 내 경우 나는 아주 젊었을 때부터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 공통분모를 찾고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 세계여행을 즐겼습니다. 내가 로스앤젤레스(LA)에 간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내게 거기에는 별 이상한 종교도 있고 머리를 파랗게 염색한 사람들이 있으며 또 게이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 ‘그거 좋은 일이구먼’이라고 응했지요. 론의 경우를 말하자면 그는 편견적이요 상놈입니다. 그런 그가 에이즈에 걸리고 나서 자기가 평소 멸시하던 사람과 같은 처지가 된 것이지요. 그는 국외자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는 사람으로 묘사하려고 하질 않았습니다. 단지 그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거기서 자연스럽게 그의 구제자로서의 특성이 나타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찍을 때면 가족과 함께 트레일러에서 생활
—론 우드러프에 관해 연구할 때 그의 가족의 도움을 받았는지요.
“가족이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그의 일기를 보고 론이라는 사람을 잘 알게 됐지요. 그는 중1 과정만 마친 사람으로 한 번도 무언가를 끝마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에이즈환자가 되면서 의사들보다 더 그 병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과학자가 된 것입니다. 그는 매우 고독하고 갈 길을 잃었던 사람인데 에이즈환자가 되면서 비로소 생애 처음으로 무언가 붙잡고 매달릴 일이 생긴 셈이지요. 비로소 인생의 목표가 설정된 것입니다.”
—론은 사제 에이즈약을 팔아 이득을 많이 남겼다는데요. 그의 여자 관계는 어땠습니까.
“론은 결코 구세군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금과 캐딜락을 좋아했지요. 에이즈약을 사러 온 사람이 돈이 모자라면 되돌려 보냈습니다. 그의 여자 관계는 매우 문란했습니다. 에이즈에 걸리고 나서도 보호책 없이 여자와 섹스를 했는데 당시 에이즈환자들은 진짜로 모두 함께 환자가 되자는 심정으로 아무 대책도 없이 섹스들을 했었습니다.”
—당신은 영화에서 완전히 론이 되는 변신을 하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 얘기해 주세요.
“영화를 만드는 4개월간 난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나도 론이 한 대로 에이즈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또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난 매우 과학적인 사람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가 완전히 국외자가 됐듯이 나도 나 자신을 고립시켰지요. 론이 의사의 말과 달리 7년을 더 산 것은 그의 분노 탓입니다. 그것이 그를 보다 활동적으로 만든 삶의 자극제가 된 셈입니다.”
—당신은 영화에서 로데오에 나가 황소를 타는데 실제로도 좋아합니까.
“난 말 타기를 좋아합니다. 제법 잘 타지요. 난 그동안 말 타는 영화에 여러 편 나왔습니다. 로데오 경기장보다는 목장이 더 좋아요. 작은 황소는 타 봤지만 영화에서처럼 3000파운드짜리 황소는 아직 못 타 봤어요.”
—당신이 두문불출하면서 갈비씨가 되는 것을 보는 아내와 아이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매일같이 조금씩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들은 별로 심각히 느끼질 못했지요. 한번은 딸이 내게 ‘아빠 목이 왜 기린처럼 길어지고 있어요?’라고 물은 적은 있습니다. 어느 날 벽에 비친 제 실루엣을 보니 해골처럼 보여서 기분이 으스스하더라고요. 진짜 날 보고 놀란 사람은 내 어머니로 오래간 만에 날 본 어머니가 ‘너 어떻게 된거니’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가족은 전적으로 절 지원했습니다. 그러데 은둔자가 된다는 것은 당분간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일이라고 봅니다.”
—당신은 모두 여섯 살 미만의 2남1녀를 두고 있는데 가정생활은 어떻습니까. 아이를 더 가질 생각입니까.
“아주 즐겁고 좋아요. 모두 건강하고요. 나는 영화를 찍을 때면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다닙니다. 그리고 좁은 트레일러에서 같이 살지요. 좀 불편은 하지만 서로 가깝게 보낼 수 있어 좋습니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서 아이는 이제 그만 낳으려고 합니다. 셋이면 족해요.”
—당신은 과거 여러 편의 로맨틱 코미디에 나왔으나 최근 들어 이 영화처럼 극단적인 인물역을 맡고 있는데 스스로 그러기로 결정한 것입니까.
“모두 내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페이퍼 보이>와 <킬러 조> 및 <매직 마이크>는 내가 결정했다기보다 내게 주어진 것입니다. 난 영화와 영화 사이에 영감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 휴지기간을 둡니다. 최근 내가 맡은 역들은 대부분 반영웅들인데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규칙을 세우는 사람들이며 또 자기 자신만의 형태를 창조하는 사람들이어서 하기가 아주 즐겁습니다. 난 상상력이 만개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상상력을 동원해 반영웅들을 만화 같은 인물들이 아니라 인간적인 인물들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극단적인 데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진실이 있지요. 요즘 내가 맡는 역은 배우로서 내게 필요불가결한 것들입니다.”
—당신이 집에서 굶으면서 가족에게 이것이 끝나면 성대한 외식을 대접하겠다고 약속이라도 했는지요.
“아니요. 그들은 매일같이 잘 먹었어요. 그런데 그 음식은 제가 요리한 것이었지요. 난 가족에게 거의 매일처럼 진수성찬을 요리해 대접했는데 난 그저 손가락만 빨았을 뿐입니다. 고약한 쾌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나 재미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요리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약보다 음식과 공기에 신경 더 써야
 |
| 매튜 맥커너히와 함께한 필자. |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하는 공상과학 액션 드라마로 앤 해서웨이, 제시카 채스테인 및 마이클 케인이 공연한다는 것 외엔 감독의 지시에 따라 더 말할 수가 없습니다.”
—론처럼 죽음에 저항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의 고독과 고립 그리고 공포와 무기력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의사들은 에이즈에 대해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죽음에 굴하지 않고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들인 론을 존경합니다. 그는 결코 후퇴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고립과 공포의 그림자 속에 주저앉기를 거부한 사람입니다.”
—미국의 의료제도가 그때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봅니까.
“이 얘기는 그 면에서 요즘에도 적용이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직도 개선할 바가 많다고 봅니다. 제약계의 이익추구 문제를 비롯해 모두에게 공평한 의료혜택이 돌아가기 위해선 아직도 개선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론은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인데 당신은 그를 연민에 찬 모습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는 천박한 편견주의자이자 호모를 사갈시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그러나 그가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에게 접근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를 비단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나는 그의 내면에 있을 인간성에 기대를 걸었지 그를 도덕적으로 판단하려 하지도, 또 옳고 그름을 따지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예술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상대에게서 인간성을 찾을 수 있다면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를 짓는 것이지요.”
—에이즈환자 중에 아는 사람이 있었는지요.
“더러 있습니다. 그땐 내가 10대였지만 그 병으로 사망한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 병을 앓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만들 땐 이런 사람들을 모두 포함한 객관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오직 론 한 사람에게만 매달렸습니다. 그를 안에서부터 밖으로 보는 식으로 그리려고 했습니다. 거울에서 바싹 마른 나를 볼 때 나는 그 사람을 나로 보지 않고 론으로 봤습니다. 그를 연기한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모험이었으며 훌륭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조금도 방심할 틈이 없었고 이 일이 현재로선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각오로 일했지요. 그러곤 끝나자마자 치즈버거를 먹었지요.‘
—체중을 47파운드나 줄이면서 극단적인 역을 한다는 것이 때로 위험하다는 얘기를 들었는지요.
“상황이 요구해서 체중을 줄인 것이지 어떤 허영이나 과시를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난 론의 사진을 보고 그 즉시 그를 책임 있게 표현하려면 체중을 줄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체중을 줄인 것은 극단적인 것을 위한 극단적인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 이후 약이나 의사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라도 했는지요.
“난 늘 서양식 처방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처방약에 의존하는데 그것은 여러 가지 식품 첨가물을 좋아하는 것이나 마찬 가지입니다. 그것은 항상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물과 숨 쉬는 공기에 대해 신경을 보다 더 써야 한다고 봅니다.”
—당신은 세계여행을 즐긴다고 했는데 아이들에게도 그를 권장합니까.
“물론이지요. 문화는 좋은 교육입니다. 아이들이 앞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자기와 다른 것과 새로운 것을 사랑할 줄 알고 또 그것에 적응하도록 권장할 것입니다. 어린 내 딸은 뉴욕이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색깔이 있어서 좋다고 해요.”
—역을 마치고 나서 감정적인 후유증이라도 있었습니까.
“영화에 나온 경험은 마치 로데오에서 황소를 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전신이 탈수현상을 겪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기분 좋은 탈진이었습니다. 모든 역은 다 심한 신체단련 훈련 같지만 난 그것을 즐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