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鏞頊
⊙ 51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동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역임.
⊙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20세의 몸으로 100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 51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동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역임.
⊙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20세의 몸으로 100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자체이다(We are what we eat)’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 음식의 중요성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은 없는 것 같다. 신장, 체형, 질병 발생, 노화, 장수 등 건강 전반에 걸쳐서 타고난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후천적 요인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중에서 식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식습관, 즉 영양의 중요성을 알아보려면 한국인과 일본인의 평균 신장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보면, 조선시대에는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6cm 이상 컸다. 우리가 일본인을 체구가 작다는 의미의 ‘왜(倭)’로 불렀다는 것만 보아도 우리가 일본 사람들보다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세기 들어 역전이 되었는데, 1970~80년대의 통계 자료를 보면 일본인들이 우리보다 평균 신장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1964년 도쿄올림픽 전후로 늘어난 육류·유제품 섭취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 남성 평균이 173.3cm, 여성은 160.9cm로 일본 남성 170.7cm, 여성 157.9cm보다 2~3cm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경제 발전 결과 80년대 이후로 육류 섭취량이 늘고 유제품 섭취가 늘었기 때문이다. 원래 유전자는 우리나라가 더 크기 때문에 영양결핍으로 인한 손실을 보충하자 다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커진 것이다.
일본인과 비교할 것도 없이 유전자가 같은 북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영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북한의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 성인과 한국 성인의 신장은 무려 10cm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가 같은 민족끼리도 식습관과 영양 섭취의 차이 때문에 불과 60년 만에 이런 엄청난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식습관의 변화는 신장뿐만 아니라 체형이나 얼굴 생김새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보면 부모세대보다 체구가 더 큰 것은 물론 다리 길이가 길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얼굴은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평면적인 형태에서 입체적인 형태로 변해 간다. 채식을 위주로 하는 동양인 형태의 체형에서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 형태로 조금씩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육류 섭취 많은 프랑스인이 심혈관 질환에 덜 걸리는 이유
성장이 끝난 성인들에게도 식습관과 영양은 중요하다. 이유는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질병 발생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가 바로 하와이로 이주한 일본인에 대한 연구다. 하와이로 이주한 일본인들은 본토 사람들에 비해 위암 발병률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대신 대장암이나 유방암, 전립선암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전자는 그대로지만 서구식 식습관을 따르다 보니 질병도 서구식 식습관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장암, 유방암 등이 많은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최근에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이 모두 1980년대부터 부쩍 증가한 육류 및 유제품 섭취 등 서구식 식습관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암의 발병 패턴뿐만이 아니라 칼로리와 당분,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에 의해 당뇨병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육류와 유제품의 과잉 섭취에 의해서 협심증과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혈관질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질병 발생과 음식과의 관계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프렌치 패러독스’다. 육류와 유제품 섭취가 유럽에서도 높은 편인 프랑스 사람들이 이상하게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낮다는 것이 그 유명한 ‘프렌치 패러독스’다.
그런데 이 프렌치 패러독스의 비밀이 바로 와인 때문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 밝혀졌다. 와인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항산화 성분과 ‘레스베라트롤’이라는 물질이 혈관을 보호해서 심혈관질환의 발병을 막아 준다는 것이다. 프랑스에 와인이 있다면 그리스에는 올리브가 있다. 그리스는 장수국가로 유명한데 그 비결은 매일 올리브유를 몇 스푼씩 먹기 때문이다. 나쁜 것을 먹지 않는 것과 함께 좋은 것을 챙겨 먹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화방지와 건강장수에 있어서도 물론 식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면 일 년에 1095끼, 일생을 80년으로 잡으면 8만7600끼라는 계산이 나온다. 거기에다가 중간중간에 먹는 간식까지 더한다면 얼마나 많은 음식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고, 그 음식들이 우리 몸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노화방지와 건강장수를 하려면 좋은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나쁜 음식을 많이 먹으면 여러 가지 질병에 잘 걸리고 신체기관이 빨리 늙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노화는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식습관 때문에 며칠 또는 몇 달 만에 눈에 띄게 노화가 촉진되거나 방지되지는 않지만 몇 년 또는 몇 십 년에 걸쳐 쌓이는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나쁜 음식은 가랑비에 속옷 젖듯이 서서히 우리 몸의 노화를 앞당기고, 좋은 음식은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루듯이 우리 몸을 건강하고 젊게 해 준다.
이제부터 노화방지와 건강장수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을 알아보자. 노화방지, 건강장수 식습관을 알아보려면 먼저 노화의 이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노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것이 식습관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아야 실제 생활에서 그것을 적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이론
우리 몸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늙어 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이론으로, 얼마나 빨리 늙을 것인지,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는 모두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장수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면 오래 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일찍 죽는다는 이론이다. 매일 술과 담배를 즐기고도 오래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데도 일찍 죽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론이다.
그러나 ‘골골 80년’이라는 말도 있듯이 유전자가 좋지 않아 몸이 약하고 잔병치레가 잦은 사람들이 유전자가 좋아 건강한 사람보다 더 오래 살 수도 있다. 몸이 약한 사람들은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몸에 금방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늘 건강관리를 하며 좋은 것을 챙겨 먹지만, 자신이 건강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해도 별 문제가 없어 잘 고치지 않고 건강관리에 소홀하기 쉬워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분해능력이 뛰어난(술이 센)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알코올성 간암이나 간경변으로 사망하거나 알코올 중독자가 될 확률이 술이 약한 사람들보다 더 높은 것이 그 예다.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노화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면 누구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마찬가지로 건강과 장수에 관한 한 그다지 좋지 않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그저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더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예전에는 노화와 장수에는 유전적 요인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했으나 최근의 역학적 연구 결과는 환경, 식습관, 운동, 스트레스 등 후천적 요인의 영향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습관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이런 개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기술의 진보에 따라 얼마 전까지 수억 원대였던 유전자 분석 비용이 최근엔 수백만 원대로 떨어졌다. 가족력에 따라 걱정되는 몇 가지 검사만 골라서 한다면 수십만 원이면 가능하다. 이젠 누구나 큰돈 들이지 않고 자신의 유전정보를 분석해서 자신이 걸리기 쉬운 질병을 알아내서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 만성질환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드시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생활습관을 좋게 가져가면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지나갈 수 있지만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그 병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질병 관련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맞는 개인별 맞춤 치료를 받으면 된다. 즉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취약해진 부분을 보완하는 맞춤 식습관과 영양요법을 포함한 생활습관교정요법을 실시하여 질병의 발생 위험을 낮추고 건강 상태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유전자는 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자신의 식습관 등에 따라 유전자가 변하고 그것이 후대에게 전달된다는 후생유전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신이 먹은 음식이 3대를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유전자는 물론 자녀의 유전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젊어서부터 좋은 식습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자동차와 똑같은 우리 몸의 속성
마모 이론(Wear and Tear Theory)은 가장 오래된 이론의 한 가지로 우리 몸과 세포들을 계속 쓰면 손상이 되어 노화가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마치 오래 탄 자동차의 엔진과 부품들이 마모되듯이 우리 몸도 계속 쓰면 낡고 망가져 간다는 것이다.
금연, 금주에 자연식만 해서 스트레스와 독소를 피한다 해도 장기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만으로 마모는 일어나며 남용과 과용은 다만 마모 과정을 촉진할 뿐이라고 한다. 젊을 때는 신체를 유지하고 회복시키는 체계가 활발하게 작동하여 마모를 보상하나 나이가 들면 식사, 환경,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손상에서 회복시키는 능력이 떨어져서 질병에 걸리고 결국에는 사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마모에 대한 대처 방법은 닳아 없어지는 정도를 최소화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신체의 남용과 과용을 피하는 것이다. 급발진, 급제동을 삼가고, 좋은 연료를 사용하고, 엔진 오일을 자주 갈아 주면 자동차를 오래 탈 수 있듯이, 유해한 환경을 피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을 한다면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의 중요한 기능들을 조절하는 생화학물질의 네트워크인 신경-호르몬 체계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호르몬은 신체의 한 부분에서 합성되어 혈액을 통하여 다른 곳으로 이동한 후 그곳의 세포나 조직의 기능을 조절하는 생체신호전달 물질이다. 호르몬들은 서로 협조하여 신진대사를 비롯해 성기능 등 신체 기능을 조절하고 나빠진 기능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좋은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나쁜 호르몬들은 분비가 증가하므로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회복 능력과 조절 능력도 떨어진다. 이 이론에 따른 노화 대처법은 좋은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도록 신체를 자극하고 나쁜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는 자연호르몬 요법이다. 과식과 나쁜 음식을 피하고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관리함으로써 나쁜 호르몬 분비를 줄이고, 적절한 운동, 좋은 음식, 충분한 숙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좋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거나 호르몬이 심하게 떨어져 있는 사람은 자연요법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에는 호르몬 보충요법이 필요하다. 호르몬 보충요법은 호르몬을 투여하거나 분비를 자극하여 노화의 과정을 돌이키거나 지연시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라 호르몬 수치를 젊게 유지하면 아직 젊은 사람은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나이 든 사람들은 호르몬 보충에 의해 세포들이 자극되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므로 생체나이가 10년 정도 젊어지고 노화의 속도도 지연시킬 수 있게 된다.
자연호르몬 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식습관이다.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에 따라 나쁜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킬 수도 있고 좋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산소가 노화 원인
지구에 사는 생명체는 대부분 생명을 유지하는 데 산소를 필요로 한다. 호흡을 하거나 섭취한 음식물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데 산소를 쓰기 때문이다.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곳인 미토콘드리아는 종종 발전소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발전소가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 산소는 화학물질들과 결합하고 물과 탄산가스를 배출하지만 산소의 약 1~5%는 불가피하게 세포를 파괴하는 활성산소로 변한다. 공기 중의 산소가 쇠를 녹슬게 하는 것처럼 활성산소는 생체조직을 공격하여 세포를 산화해 결국 손상시킨다. 활성산소는 세포를 손상시키고 중요한 생체물질인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을 산화시켜 단백질 기능을 저하시킨다. DNA에도 손상을 주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생명 유지에 꼭 있어야 하는 산소가 노화와 질병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크나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데 젊은 시절에는 손상을 빨리 회복하는 메커니즘이 잘 작동해 활성산소의 파괴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이 누적되는 반면 활성산소에 대항하는 항산화 능력은 떨어져 세포는 노화된다. 또한 활성산소는 피부와 관절, 힘줄, 인대, 근육을 부드럽고 탄력 있게 유지하는 콜라겐과 섬유질을 공격한다. 그 결과 피부가 처지고 주름살이 생기는 피부 노화가 일어나며 관절이 뻣뻣해지면서 몸의 유연성도 떨어지게 된다.
대처 방법은 먼저 활성산소 발생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활성산소를 많이 만드는 흡연과 스트레스를 반드시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참지 말고 그때그때 해소하고 적당한 운동도 필요하다. 공해, 자외선, 식품첨가물 등 각종 유해 환경에 되도록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활성산소도 많이 만들어지므로 소식이 좋다.
이 이론에 따른 좋은 식습관은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항산화제를 많이 먹는 것이다. 항산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으며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많은 커피나 녹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채소나 과일만으로는 활성산소를 없애기에 부족하므로 항산화 효능이 좋은 아스타잔틴, 코엔자임 Q10, 비타민 C와 E, 베타카로틴, 셀레늄, 멜라토닌, 폴리페놀, 프로폴리스 등을 정제로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리해 보면 피해야 할 것은 만성질환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나쁜 음식과 식습관, 신체의 마모를 촉진시키는 과식과 나쁜 음식, 나쁜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식습관, 유해 활성산소를 많이 발생시키는 과식과 나쁜 식습관이다. 반대로 좋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음식과 식습관,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고 젊고 활력 있게 장수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식습관, 즉 영양의 중요성을 알아보려면 한국인과 일본인의 평균 신장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보면, 조선시대에는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6cm 이상 컸다. 우리가 일본인을 체구가 작다는 의미의 ‘왜(倭)’로 불렀다는 것만 보아도 우리가 일본 사람들보다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세기 들어 역전이 되었는데, 1970~80년대의 통계 자료를 보면 일본인들이 우리보다 평균 신장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1964년 도쿄올림픽 전후로 늘어난 육류·유제품 섭취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 남성 평균이 173.3cm, 여성은 160.9cm로 일본 남성 170.7cm, 여성 157.9cm보다 2~3cm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경제 발전 결과 80년대 이후로 육류 섭취량이 늘고 유제품 섭취가 늘었기 때문이다. 원래 유전자는 우리나라가 더 크기 때문에 영양결핍으로 인한 손실을 보충하자 다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커진 것이다.
일본인과 비교할 것도 없이 유전자가 같은 북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영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북한의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 성인과 한국 성인의 신장은 무려 10cm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자가 같은 민족끼리도 식습관과 영양 섭취의 차이 때문에 불과 60년 만에 이런 엄청난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식습관의 변화는 신장뿐만 아니라 체형이나 얼굴 생김새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보면 부모세대보다 체구가 더 큰 것은 물론 다리 길이가 길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얼굴은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평면적인 형태에서 입체적인 형태로 변해 간다. 채식을 위주로 하는 동양인 형태의 체형에서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 형태로 조금씩 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육류 섭취 많은 프랑스인이 심혈관 질환에 덜 걸리는 이유
성장이 끝난 성인들에게도 식습관과 영양은 중요하다. 이유는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질병 발생의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가 바로 하와이로 이주한 일본인에 대한 연구다. 하와이로 이주한 일본인들은 본토 사람들에 비해 위암 발병률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대신 대장암이나 유방암, 전립선암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전자는 그대로지만 서구식 식습관을 따르다 보니 질병도 서구식 식습관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장암, 유방암 등이 많은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최근에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이 모두 1980년대부터 부쩍 증가한 육류 및 유제품 섭취 등 서구식 식습관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암의 발병 패턴뿐만이 아니라 칼로리와 당분,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에 의해 당뇨병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육류와 유제품의 과잉 섭취에 의해서 협심증과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혈관질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질병 발생과 음식과의 관계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프렌치 패러독스’다. 육류와 유제품 섭취가 유럽에서도 높은 편인 프랑스 사람들이 이상하게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낮다는 것이 그 유명한 ‘프렌치 패러독스’다.
그런데 이 프렌치 패러독스의 비밀이 바로 와인 때문이라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 밝혀졌다. 와인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항산화 성분과 ‘레스베라트롤’이라는 물질이 혈관을 보호해서 심혈관질환의 발병을 막아 준다는 것이다. 프랑스에 와인이 있다면 그리스에는 올리브가 있다. 그리스는 장수국가로 유명한데 그 비결은 매일 올리브유를 몇 스푼씩 먹기 때문이다. 나쁜 것을 먹지 않는 것과 함께 좋은 것을 챙겨 먹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화방지와 건강장수에 있어서도 물론 식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면 일 년에 1095끼, 일생을 80년으로 잡으면 8만7600끼라는 계산이 나온다. 거기에다가 중간중간에 먹는 간식까지 더한다면 얼마나 많은 음식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고, 그 음식들이 우리 몸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노화방지와 건강장수를 하려면 좋은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 나쁜 음식을 많이 먹으면 여러 가지 질병에 잘 걸리고 신체기관이 빨리 늙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노화는 짧은 기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식습관 때문에 며칠 또는 몇 달 만에 눈에 띄게 노화가 촉진되거나 방지되지는 않지만 몇 년 또는 몇 십 년에 걸쳐 쌓이는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나쁜 음식은 가랑비에 속옷 젖듯이 서서히 우리 몸의 노화를 앞당기고, 좋은 음식은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루듯이 우리 몸을 건강하고 젊게 해 준다.
이제부터 노화방지와 건강장수에 도움이 되는 식습관을 알아보자. 노화방지, 건강장수 식습관을 알아보려면 먼저 노화의 이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노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것이 식습관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아야 실제 생활에서 그것을 적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이론
우리 몸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늙어 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이론으로, 얼마나 빨리 늙을 것인지, 얼마나 오래 살 것인지는 모두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장수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면 오래 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일찍 죽는다는 이론이다. 매일 술과 담배를 즐기고도 오래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데도 일찍 죽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론이다.
그러나 ‘골골 80년’이라는 말도 있듯이 유전자가 좋지 않아 몸이 약하고 잔병치레가 잦은 사람들이 유전자가 좋아 건강한 사람보다 더 오래 살 수도 있다. 몸이 약한 사람들은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몸에 금방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늘 건강관리를 하며 좋은 것을 챙겨 먹지만, 자신이 건강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해도 별 문제가 없어 잘 고치지 않고 건강관리에 소홀하기 쉬워 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분해능력이 뛰어난(술이 센)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알코올성 간암이나 간경변으로 사망하거나 알코올 중독자가 될 확률이 술이 약한 사람들보다 더 높은 것이 그 예다.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노화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면 누구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마찬가지로 건강과 장수에 관한 한 그다지 좋지 않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그저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더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예전에는 노화와 장수에는 유전적 요인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했으나 최근의 역학적 연구 결과는 환경, 식습관, 운동, 스트레스 등 후천적 요인의 영향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습관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최근 들어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이런 개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기술의 진보에 따라 얼마 전까지 수억 원대였던 유전자 분석 비용이 최근엔 수백만 원대로 떨어졌다. 가족력에 따라 걱정되는 몇 가지 검사만 골라서 한다면 수십만 원이면 가능하다. 이젠 누구나 큰돈 들이지 않고 자신의 유전정보를 분석해서 자신이 걸리기 쉬운 질병을 알아내서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 만성질환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드시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생활습관을 좋게 가져가면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지나갈 수 있지만 나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그 병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질병 관련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맞는 개인별 맞춤 치료를 받으면 된다. 즉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취약해진 부분을 보완하는 맞춤 식습관과 영양요법을 포함한 생활습관교정요법을 실시하여 질병의 발생 위험을 낮추고 건강 상태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유전자는 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자신의 식습관 등에 따라 유전자가 변하고 그것이 후대에게 전달된다는 후생유전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신이 먹은 음식이 3대를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유전자는 물론 자녀의 유전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젊어서부터 좋은 식습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자동차와 똑같은 우리 몸의 속성
마모 이론(Wear and Tear Theory)은 가장 오래된 이론의 한 가지로 우리 몸과 세포들을 계속 쓰면 손상이 되어 노화가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마치 오래 탄 자동차의 엔진과 부품들이 마모되듯이 우리 몸도 계속 쓰면 낡고 망가져 간다는 것이다.
금연, 금주에 자연식만 해서 스트레스와 독소를 피한다 해도 장기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만으로 마모는 일어나며 남용과 과용은 다만 마모 과정을 촉진할 뿐이라고 한다. 젊을 때는 신체를 유지하고 회복시키는 체계가 활발하게 작동하여 마모를 보상하나 나이가 들면 식사, 환경,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손상에서 회복시키는 능력이 떨어져서 질병에 걸리고 결국에는 사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마모에 대한 대처 방법은 닳아 없어지는 정도를 최소화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신체의 남용과 과용을 피하는 것이다. 급발진, 급제동을 삼가고, 좋은 연료를 사용하고, 엔진 오일을 자주 갈아 주면 자동차를 오래 탈 수 있듯이, 유해한 환경을 피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을 한다면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의 중요한 기능들을 조절하는 생화학물질의 네트워크인 신경-호르몬 체계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호르몬은 신체의 한 부분에서 합성되어 혈액을 통하여 다른 곳으로 이동한 후 그곳의 세포나 조직의 기능을 조절하는 생체신호전달 물질이다. 호르몬들은 서로 협조하여 신진대사를 비롯해 성기능 등 신체 기능을 조절하고 나빠진 기능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좋은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나쁜 호르몬들은 분비가 증가하므로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회복 능력과 조절 능력도 떨어진다. 이 이론에 따른 노화 대처법은 좋은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도록 신체를 자극하고 나쁜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는 자연호르몬 요법이다. 과식과 나쁜 음식을 피하고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관리함으로써 나쁜 호르몬 분비를 줄이고, 적절한 운동, 좋은 음식, 충분한 숙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좋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거나 호르몬이 심하게 떨어져 있는 사람은 자연요법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에는 호르몬 보충요법이 필요하다. 호르몬 보충요법은 호르몬을 투여하거나 분비를 자극하여 노화의 과정을 돌이키거나 지연시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라 호르몬 수치를 젊게 유지하면 아직 젊은 사람은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나이 든 사람들은 호르몬 보충에 의해 세포들이 자극되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므로 생체나이가 10년 정도 젊어지고 노화의 속도도 지연시킬 수 있게 된다.
자연호르몬 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식습관이다.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에 따라 나쁜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킬 수도 있고 좋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킬 수도 있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산소가 노화 원인
지구에 사는 생명체는 대부분 생명을 유지하는 데 산소를 필요로 한다. 호흡을 하거나 섭취한 음식물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데 산소를 쓰기 때문이다.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곳인 미토콘드리아는 종종 발전소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발전소가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 산소는 화학물질들과 결합하고 물과 탄산가스를 배출하지만 산소의 약 1~5%는 불가피하게 세포를 파괴하는 활성산소로 변한다. 공기 중의 산소가 쇠를 녹슬게 하는 것처럼 활성산소는 생체조직을 공격하여 세포를 산화해 결국 손상시킨다. 활성산소는 세포를 손상시키고 중요한 생체물질인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을 산화시켜 단백질 기능을 저하시킨다. DNA에도 손상을 주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생명 유지에 꼭 있어야 하는 산소가 노화와 질병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크나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데 젊은 시절에는 손상을 빨리 회복하는 메커니즘이 잘 작동해 활성산소의 파괴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이 누적되는 반면 활성산소에 대항하는 항산화 능력은 떨어져 세포는 노화된다. 또한 활성산소는 피부와 관절, 힘줄, 인대, 근육을 부드럽고 탄력 있게 유지하는 콜라겐과 섬유질을 공격한다. 그 결과 피부가 처지고 주름살이 생기는 피부 노화가 일어나며 관절이 뻣뻣해지면서 몸의 유연성도 떨어지게 된다.
대처 방법은 먼저 활성산소 발생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활성산소를 많이 만드는 흡연과 스트레스를 반드시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참지 말고 그때그때 해소하고 적당한 운동도 필요하다. 공해, 자외선, 식품첨가물 등 각종 유해 환경에 되도록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활성산소도 많이 만들어지므로 소식이 좋다.
이 이론에 따른 좋은 식습관은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항산화제를 많이 먹는 것이다. 항산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으며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많은 커피나 녹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채소나 과일만으로는 활성산소를 없애기에 부족하므로 항산화 효능이 좋은 아스타잔틴, 코엔자임 Q10, 비타민 C와 E, 베타카로틴, 셀레늄, 멜라토닌, 폴리페놀, 프로폴리스 등을 정제로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리해 보면 피해야 할 것은 만성질환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나쁜 음식과 식습관, 신체의 마모를 촉진시키는 과식과 나쁜 음식, 나쁜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식습관, 유해 활성산소를 많이 발생시키는 과식과 나쁜 식습관이다. 반대로 좋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음식과 식습관,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고 젊고 활력 있게 장수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