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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연구

PI(Personal Identity)와 이미지 메이킹의 세계

최태원 회장은 성공했지만, H사장은 실패한 이미지 메이킹

글 : 배정국  비즈커뮤니케이션앤컨설팅 대표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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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이미지는 개인의 이미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업과 조직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좌우하고 주식 가치 등 조직에 대한 가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 내부적으로도 PI를 통해 구성원이 자기 조직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충성심(로열티)을 견인해 낼 수 있다

⊙ 무뚝뚝한 인상 부드럽게 만들어낸 SK 최태원 회장. 기업이미지 쇄신에 도움 줘
⊙ 트위터 뉴스메이커 유통기업 2세, “일은 언제 하냐”는 비판 수면 위로… PI엔 부정적
⊙ 정치인도 특성 살린 별명이나 이미지 만드는 작업이 필수… ‘강 반장’의 성공사례

裵政國
⊙ 50세. 삼성SDI 홍보부장, 사람과이미지 대표 역임.
⊙ 現 비즈컴 대표이사.
SK 최태원 회장은 PI 개선 노력 끝에 무뚝뚝한 표정을 부드러운 이미지로 바꾸는 데 성공함과 동시에 젊고 패기에 찬 기업 이미지를 구현했다.
  흔히 기업 주변에서 ‘PI(Personal Identity)’ 혹은 ‘CEO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정치인, 연예인들에게도 PI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글도 자주 본다. 그런데 과연 PI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인가? 과연 이들이 PI의 정의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답한다면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제다.
 
  책을 출판하고 강연을 하고 기고를 하고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고 해서 성공적인 PI, 또는 이미지 메이킹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중(Public)과의 접점을 무작정 늘린다고 해서 그것에 비례해 본인과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긍정적 이미지가 자동적으로 쌓여 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인지도는 높아질 수 있으나 그것이 전략적 목표의 이미지로서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전략이 부족하고 준비되지 않은 PI 활동은 대기업 CEO로서의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은 될 수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당초 정의에 충실한 PI 작업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왜 그런가?
 
 
  세계적인 유명 CEO도 이미지 메이킹엔 실패
 
  필자가 경험한 사례를 먼저 소개한다. 글로벌 IT 시장에서 경쟁자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있는 국내 전자회사의 H 전(前) 사장에 대한 CEO PI 전략 컨설팅을 그 회사의 홍보실 관계자를 통해 의뢰받은 적이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성이 높은 최고경영자(CEO)였다. 한때는 그가 해외언론에 말한 인터뷰 기사 한 줄 때문에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출렁거렸을 정도로 거물이다. PI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H사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화려한 명성에 비해 그에 대한 자료가 충분한 편이 아니었다. 언론에 가끔 소개됐을 뿐 외부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무자들과 함께 고민을 하던 중 H사장이 마침 모 여자대학에서 강연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모니터링을 위해 강의장을 찾았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CEO의 멋진 강연을 예상하고 현장에 갔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우선 참석자 대다수가 대학생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시종일관 어려운 전문용어를 구사했다. 학생들은 강연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연방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분위기였다. 또 분위기를 띄우려고 던진 조금 과한 욕설성 농담은 여학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지어 무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는 바지를 걷어올리고 다리를 긁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H사장의 강연장 모니터링을 통해 내린 결론은 이 강연에서 H사장과 그의 회사가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이었다. 회사 실무진은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CEO 외부 강연을 진행함으로써 H사장의 대중적 이미지를 더 높이고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강연이 끝난 뒤 참석한 여대생들에게 H사장과 그의 강연에 대해 서베이를 한 결과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 ‘글로벌 리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CEO’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로서의 세련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H사장의 예는 전략적 준비 없이 진행된 CEO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 정립, PI
 
  PI의 본래 정의부터 살펴보자. 먼저 용어 측면에서 따져보자. CI(Corporate Identityㆍ기업 이미지)와 BI(Brand Identityㆍ브랜드 이미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PI는 낯설어 하는 사람이 많다.
 
  흔히 PI를 ‘President Identity’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확한 표현은 ‘Personal Identity’이다. 언론매체 등을 통해 PI가 주로 기업체 CEO들을 대상으로 언급되기 때문에 인지 오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PI의 대상은 기업체 대표뿐 아니라 정치인, 유명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모든 ‘개인’을 포괄한다. 유명도와 직급을 떠나 일반인들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개인이 PI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기업의 대표나 ‘조직의 장(長)’에 초점을 맞춘 PI 활동을 따로 언급할 경우 ‘CEO PI’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조직의 장’을 이야기할 때 우선순위나 중요도 때문에 주로 CEO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잠재 CEO인 임원(EO PI - Executive Officer Personal Identity)과 직원(O PI - Officer Personal Identity)도 모두 PI 활동의 대상이자 주체이다.
 
  PI는 개인의 고유 브랜드를 구축해 조직의 가치로 연계시키는 총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기업 이미지 통합작업을 일컫는 CI와 대응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CI가 ‘기업’을 중심으로 이미지 통합을 통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듯이 PI는 ‘개인’이 중심이 되는 개념인 것이다. PI의 중요성과 효과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다.
 
  CEO PI의 경우를 보면 CEO의 이미지가 그 개인의 이미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외적으로 CEO의 이미지는 해당 기업과 조직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좌우한다. 또 주식 가치 등 조직에 대한 가치 평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CEO의 대외적 이미지가 사회적 평판과 신뢰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주가로 표현되는 기업 가치에 반영되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기업 내부적으로도 PI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PI를 통해 구성원이 자기 조직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충성심(로열티)을 견인해 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PI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조직을 두고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CEO의 이미지 개선을 염두에 두고 비주얼이나 스타일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회사나 개인(프리랜서)은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스타일 컨설팅은 PI 컨설팅의 한 부분일 뿐이다. 비주얼적인 요소와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망라한 종합적인 PI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조직과 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전문회사는 극소수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지 제고를 위해 PI 활동을 진행한다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같은 현상은 대부분의 조직에서 일반적인 PR 활동과 제대로 구분해 이해하지 못한 채 PI가 수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언론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많은 사람에게 이름이 알려진다고 해서 PI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알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겸손하거나 소탈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겸손하거나 소탈하게 보이느냐가 PI의 관건이다. 이런 면에서 PI는 PR보다는 훨씬 섬세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아이덴티티와 조직 지향점이 만나야
 
  PI 활동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개인이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의 원(圓)과 개인이 원하는 이미지의 원, 그리고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의 원이 일치돼 하나의 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개인의 아이덴티티와 개인이 원하는 이미지, 그리고 그가 소속된 기업이나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와 이미지에 동떨어진 채 언론매체나 공중에게 무조건적으로 많이 노출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PI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효과 측면에서 기업 PR이나 브랜드 PR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공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것도 ‘사람’이며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과가 큰 만큼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H사장의 예처럼 전략적으로 준비가 덜 된 PI 활동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PI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첫 단계에 해당하는 조사과정이 중요하다. 개인이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와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 그리고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CEO의 경우라면 우선 기업 안팎에서 현재 평가하고 있는 이미지, 아이덴티티를 정확하게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다음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점과 대응책을 마련하고 그것에 걸맞은 개성 있고 차별적인 목표 이미지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를 수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제대로 된 PI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세워질 수 있고 대중과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목표 이미지와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는 구체적일수록, 또 소재가 섬세하면 섬세할수록 좋다. 예를 들어 ‘경제 대통령’이라는 거창한 콘셉트보다는 차라리 ‘동네 이장’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PI 관점에서는 훨씬 낫다. 이는 글을 쓸 때 적용되는 원리와 비슷하다. 소재가 작고 명확할수록 독자들을 설득하고 감동시키기 쉽다. 또한 좋은 글과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해, 하는 척, 보이는 척하는 PI 활동은 위험하다.
 
 
  트위터로 뉴스 초점 되는 CEO, PI 관점에선 부정적
 
손욱 전 삼성SDI 대표는 ‘6시그마 전도사’라는 콘셉트로 PI에 성공한 사례다.
  이런 PI의 본래 정의를 바탕으로 주변을 살펴보자. 모 유통그룹 2세는 강력한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으로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자랑한다. 그가 트위터를 통해 날리는 단문 하나하나가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PI의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소셜 미디어의 특성상 준비되고 걸러지지 않은 채 그의 사생활과 개인적인 판단, 선호가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큰 그림을 바탕으로 한 신중한 소통이 아니라 순간적이고 감성적인 소통에만 치중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구설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지나친 시간 투자 등은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다. “도대체 일은 언제 하는지”와 같은 부정적인 목소리가 벌써 들려오고 있다. 대중과의 소통량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PI 관점에서 이 젊은 2세 기업인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조언하자면 우선 목표 이미지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이 기업이 쌓아온 ‘윤리경영’ ‘동반성장’ ‘내부고객 만족’ 등의 이미지를 개인의 이미지와 일치시키는 맥락에서 목표 이미지를 개념화시키는 것이다. 그 이후에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데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소통 작업도 진행돼야 한다.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현재 한국엔지니어클럽 부회장이자 전 삼성SDI 대표였던 손욱 대표의 PI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필자가 삼성에서 근무할 당시 직접 실무를 수행했던 일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6시그마’(품질혁신과 고객만족을 달성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실행하는 21세기형 기업경영 전략·네이버 백과사전)의 도입과 전파에 대한 명확한 목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6시그마 캠페인과 손욱 대표에 대한 PI 작업을 함께 실행했다.
 
  손욱 대표에 대한 PI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는 ‘6시그마 전도사’였다. 1990년대 초반이었던 당시만 해도 6시그마라는 개념이 국내업계에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손욱 대표의 PI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론매체를 통해 우선 6시그마의 개념을 알리는 일이 급했다. 모 경제신문사와 협업해 6시그마 알리기 작업을 전개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당시 사보를 사내신문으로 바꾸고 사내 방송과 신문을 최대한 활용해 교육과 홍보를 전개했다. 그 이후 그가 삼성SDI에 재직한 기간 내내, 그리고 삼성에서 농심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언론에 표현된 그의 수식어는 여전히 ‘6시그마 전도사’였다. 그만큼 PI의 힘은 막강하다. 그 막강한 힘 덕분에 그는 자기 회사의 가치를 높였으며 본인 또한 성공한 CEO로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PI에 관심과 노력 들여 성공한 최태원 SK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강력한 트위터리안이지만 PI의 관점에서 보면 전략적인 소통이 아닌 순간적이고 감성적인 소통에 치우쳐 예기치 않은 구설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오너경영인으로는 역시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두드러진다. SK글로벌 사태로 시련을 겪은 뒤 행복경영이란 슬로건하에 본인이 직접 일선에 서서 개인과 그룹의 이미지를 일신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 회장에게는 PI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대한 관심과 노력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2세 오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기존의 무뚝뚝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과거 2~3년 전과 최근 언론에 게재된 그의 사진을 비교해 보면 외견상 나타나는 그의 이미지에 상당한 변화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그의 표정이다. 최 회장은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과 마찬가지로 평소 표정이 무뚝뚝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알려진 바로는 선대 회장 때부터 사진을 찍을 때 회장의 표정을 부드럽게 만들려고 참모진이 무진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실제 변화로 나타난 것은 최근의 최태원 회장 얼굴에서다. 고객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정열을 바치는 젊고 밝고 패기에 찬 CEO의 이미지를 PI 를 통해 구현한 것이다. 무뚝뚝하고 ‘뚱한’ 표정의 과거 최 회장 표정에서 밝고 건강하게 바뀐 최근 최 회장의 이미지는 그룹 전체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소비자들의 뇌리에 심는 데 충분하다.
 
 
  정치인, PI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마포 강 반장’이라는 콘셉트로 PI전략을 펼친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 선거유세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등 시민과의 친근감을 강조했다.
  PI 활동을 기준으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정치인보다 기업인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유력 대선후보를 포함한 정치인들의 PI 활동은 CEO 등 기업인들에 비해 뒤처져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앞서 이야기한 대로 PI가 ‘President Identity’로 오인돼 CEO들의 고유 영역으로 오해된 탓이 클 것이다. 또한 정치인들은 기업인들에 비해 본인의 이미지나 개선 활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정파의 정치적 입장을 맹신하고 이를 국민 또는 유권자들과 일방적으로 공유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PI 전략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정치인들이야말로 PI 전략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이다. PI가 가장 강력하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정치 현장이다. 특히 선거 현장이다. 후보자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이미지를 어떻게 설정하고 이를 통해 소속 정당과 유권자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선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PI의 정의로 되돌아가 정치인의 PI를 생각해 보자. 정치인의 PI는 정치인 개인의 현재 아이덴티티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이미지를 지역사회 또는 국가의 바람직한 모습과 일치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지역사회 및 국가의 바람직한 모습은 결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고 그 마음과 염원에 다가서서 정치인의 아이덴티티와 이미지에 일치시킴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의 PI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이다. 목표 이미지나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를 수립할 때 나의 관점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 유권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나라당 강승규 국회의원은 PI 콘셉트를 자신의 성을 따서 ‘강 반장’이라고 정했다.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전문가로 언론홍보 전문가로도 활동했던 그 국회의원은 PI의 개념과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있었다. ‘강 반장’은 동네 구석구석을 속속들이 알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몸소 나서 해결해 주는 이미지를 대변한다. 국회의원으로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의 편에서 지역 구민들과 밀착해서 동네 반장처럼 민원을 해결하는 정치인으로 포지셔닝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지는 짧은 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 메이킹 수업 중 웃는 연습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 유명도와 직급을 떠나 모든 개인이 PI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강 반장’으로 PI의 콘셉트를 잡은 뒤 그는 의정보고에서는 물론이고 명함, 개인 블로그, 1인 방송국 등에서 일관되게 활용하고 있다. 지역구를 돌 때마다 주민들이 “어이, 강 반장”이라고 불러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민생’과 ‘서민 경제’가 주요 테마가 될 내년 총선에서 ‘강 반장’이라는 이미지 콘셉트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미지를 가꾸기 위해 PI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에게 꼭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첫째, 이미지 쌓기의 어려움을 인식해 달라는 것이다. 이미지는 유기물과 같아 정체되어 있는 개념이 아니다. 계속 변화한다. 따라서 한시라도 주의를 늦추면 그동안 공들였던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 그만큼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성형외과에 가서 수술 몇 번 받았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지 않듯 이미지도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목표 이미지를 세우고 오랜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 과실을 가꾸듯 씨앗을 뿌리고 물도 주고 비료도 주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선거철이 돼서야 뒤늦게 선거 구호를 어떻게 만들지 허둥지둥 뛰어다니는 자세로는 올바른 PI를 전개할 수 없다. 손자병법에 ‘병법(兵法)은 평법(平法)이다’란 말이 있다. 평상시에 준비되어 있으면 급할 때 몇 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지와 같이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없는 요소에 딱 부합하는 말이다.
 
  둘째, PI 커뮤니케이션은 사전 충분한 조사에 의한 전략수립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10가지 장점을 부각시키기보다는 부족한 하나를 메우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건 전략의 기본이다. 장점보다는 약점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강자는 장점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약점이 적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은 수박 겉 핥기 식의 PI 활동은 아니 한 만 못하다. 정확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사전 조사가 중요하다. 현재의 나의 이미지는 무엇인지, 나의 강점과 약점은, 다른 사람은 나를 어떤 이미지로 바라보고 있는지, 또 나에게 어떤 이미지를 원하는지 등에 대한 상세한 서베이가 우선돼야 한다.
 
  셋째, 피드백의 중요성이다. 전략이 세워지고 이것이 커뮤니케이션 실행으로 옮겨지면 이에 대한 피드백이 중요하다. 목표 이미지를 만들어 실행을 하고 실행과정 중간 중간 주기적으로 점검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콘셉트가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잘 반영되고 있는지, 비주얼적인 모습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지, 각각의 커뮤니케이션 툴 간에 조합이 잘 이뤄져서 실행되고 있는지, 공중과 매체, 내부 구성원의 평가는 어떠한지 등을 객관적 시각에서 평가해야 한다. 객관성을 유지해 PI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피드백과 평가 작업을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툴들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1부터 10까지 더하면 55지만 곱하면 3,628,800이 된다. 잘 조합된 전략적 PI 활동은 이처럼 어마어마한 힘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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