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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재판’ 전문 최창호 변호사

“탄핵 남발은 법치주의 위기이자 비정상적 의회 활동”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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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이어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재판 대리인 맡아
⊙ 이진숙 탄핵과 관련, 헌재 설립 이래 최초로 헌재법 조항에 대해 가처분 신청 인용 이끌어내
⊙ “탄핵 심판은 훼손된 헌법 질서 회복함으로써 법치주의 수호하기 위한 제도… 업무 이행 평가 제도 아니다”
⊙ “민주당이 당파적 이익으로 탄핵 소추 강행할 경우 법치주의, 민주주의, 헌법 체계 훼손하는 결과 가져올 것”

崔昌鎬
서울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대 대학원 석사, 서울대 법대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 美 플로리다대 로스쿨 방문 연구원,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중앙지검·여주지청·법무부 검사,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법무부 국가송무과장, 충주지청장, 대구 서구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서울중앙지검 중경단 부장검사, 서울서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 역임. 現 법무법인 정론 변호사 / 저서 《형법총론》 《형법각론》 《新형사소송법》 등
  지난 10월 8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된 이진숙(李眞淑)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의 대리인인 최창호(崔昌鎬) 변호사는 변론 준비 중이었다. 헌재는 사건을 처리하기 전에 청구인과 피청구인을 대상으로 미리 서면 준비 시간을 갖기 때문에 사건이 헌재로 넘어간 이상 특이할 것이 없는 날이었다.
 
  이런 중 문형배(文炯培) 헌재 재판관이 물었다.
 
  “오는 17일에 재판관 3명이 임기 만료여서 18일부터 심리를 못 합니다. 국회 측(청구인) 입장은 없습니까?”
 
  국회가 곧 공석이 될 예정인 헌재 재판관 3명을 추천할 생각이 있느냐는 뜻인 것 같았다. 국회에서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하자 문 재판관은 최 변호사에게 “대응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최 변호사는 돌아 나오면서 이것이 무슨 의미일까 생각했다. 헌법재판소는 최소 7명이 있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기 때문에 10월 18일 이후에는 헌재 재판관이 6명이어서 재판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소리인데 어떤 대응 방안이 필요할까 계속 생각했다. 헌법 교수, 전직 헌재 재판관 등 10명에게 물었지만 시원한 답을 내놓는 이가 없었다. 절친인 박진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와 상의하다가 ‘헌법 27조 1항’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헌재를 상대로 가처분신청 인용 이끌어내
 
  “유레카!”
 
  최창호 변호사는 무릎을 딱 쳤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민사·형사·행정 재판뿐 아니라 헌법 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된다. 물론 국회가 3명의 헌재 재판관을 신속히 추천해 대통령이 재가(裁可)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는 정치적 상황 등을 종합할 때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해서 오랜 기간 재판관이 공석이 되더라도 헌법 재판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헌법 제27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생각을 끝낸 최창호 변호사는 10월 10일 ‘청구인(이진숙)은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한다면 청구인의 헌법 재판을 받을 권리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침해받는다’라며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냈다. 사건번호 900번. 헌재에 전화해 가처분(假處分) 신청서 접수 사실을 알렸고 청구서는 이튿날 오후에 배당됐다. 나흘 뒤인 10월 14일, 헌재 측에서 “결정 났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인용(認容)됐습니까?”
 
  최 변호사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졌다.
 
  헌재 판결문이다.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신속한 헌법 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된다. (중략)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면 이는 사실상 재판 외의 사유로 재판 절차를 정지시키는 것이고 탄핵 심판 사건 피청구인(이진숙)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재이다.〉
 
  헌재가 헌재법 조항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은 1988년 헌재가 설립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최창호 변호사는 “문형배 재판관의 지적은 헌재 마비 사태를 우려하거나 피청구인이 무엇이라도 해보라는 절박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며 “9명의 재판관 전원이 신청을 받아준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진숙 위원장은 앞으로 헌재 재판관이 6명인 상황 속에서도 위헌(違憲)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 심판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됐다.
 
 
  “헌재법 조항에 대한 가처분 신청 인용, 의미 있는 일”
 
최창호 변호사가 이진숙 위원장 대리인 자격으로 제출한 준비 서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창호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 검사로 임용돼 공안·기획·특수·강력·지적재산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헌재 헌법연구관으로 헌법 재판을 경험했다.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 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 재판, 행정 재판 및 국가 소송 사건을 맡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유독 ‘헌법 재판’과 관련해 인연이 깊다. 주요 이력으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관련 헌법소원, 이상민(李祥敏)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 사건(2023년), 민사소송법 헌법소원사건(2023년)이 있다. 이번에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 심판 사건까지 추가돼 ‘헌재 재판 전문가’ 타이틀을 얻게 된 최창호 변호사를 지난 11월 7일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법무법인 정론 사무실에서 만났다.
 
  ― 법조계 안팎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고 하더군요.
 
  “헌재가 여태까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은 사법시험령 외 3~4건밖에 안 되고, 특히 헌재법 조항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헌재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9월 3일에 첫 번째, 10월 8일에 두 번째 준비기일을 가졌습니다. 헌재는 9인의 합의체(合議體) 기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9명이 따지면 재판 절차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청구인의 주장, 피청구인의 주장을 미리 듣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청구인은 국회, 피청구인은 이진숙 위원장이죠. 헌재 재판관은 국회가 탄핵 소추를 한 이유를 법률적으로 정리하고, ‘무엇이 헌법을 위협하는 행위였는지 특정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또 피청구인인 이진숙 위원장 대리인인 제게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한 의견서를 내라고 해서 이진숙 위원장의 행위가 법률상으로 어긋나지 않는다는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문형배 재판관이 ‘헌재 마비 위험’의 뉘앙스를 띤 얘기를 하게 된 겁니다.”
 
 
  “헌재, 이진숙 탄핵 결정 내릴 수 있어”
 
  ― 헌재를 상대로 헌재법 가처분을 내기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균형 잡힌 법률가라면 헌재의 귀책(歸責) 사유가 아니라 국회의 선출 절차 미비로 인해 헌재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참을 수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재판관 3인의 임기 만료가 17일이어서 15일에 결정 날 줄 알았는데, 하루 일찍 났네요. 가처분 신청서 글도 술술 잘 써졌고, 사건 번호도 좋아서 인용될 것 같았습니다(웃음).”
 
  ― 일부에서는 헌재 재판 심리는 계속되지만 결국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결정은 미뤄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것 같은데요.
 
  “헌재법 23조 2항에 의하면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헌재 재판관 6명 전원이 탄핵을 결정하면 되는데, 만일 한 명이라도 기각(棄却)하면 안 되는 겁니다. 이럴 경우에 나중에 3명이 새로 선출됐을 때 ‘우리는 탄핵을 하려 했다’고 하면 8대 1이 되어 문제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최종 판결은 헌재 재판관이 충원된 이후에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재판 심리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의미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 이진숙 위원장은 헌재가 자신을 탄핵하든, 탄핵하지 않든 빨리 결정해 달라고 요청해 왔죠.
 
  “방통위에 일이 많으니까 하루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방통위원장 임기를 탄핵 심판을 받느라 모조리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국가는 입법, 행정, 사법의 3권 분립 체제로 운영되는데 이것은 행정 집행부의 형해화(形骸化·형식만 있고 가치나 의미가 없게 됨), 무력화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기관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마비시키는 것은 위헌(違憲)입니다.”
 
 
  이진숙 재판 쟁점 네 가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0월 7일,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창호 변호사는 이진숙 위원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지는 않지만, 올해 여름에 국회에서 이 위원장을 탄핵 소추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최 변호사가 박사 과정 때 헌법을 연구했고 헌재에서 3년간 파견 근무를 한 적이 있어서 헌재 재판에 관심이 많은 데다, 지난해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탄핵 소추됐을 때 담당 변호사이기도 했다. 최창호 변호사는 “미국 헌법을 공부하는 것은 미국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헌법은 기본적으로 자유권이 원칙이고, 자유권이라 함은 표현의 자유, 즉 미디어의 자유일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 대로 윤석열 정부는 방통위원장에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동관(李東官) 위원장, 검사 출신인 김홍일(金洪一) 위원장에 이어 기자 출신으로 대전 MBC 사장을 지낸 이진숙 위원장을 임명했다.
 
  전임인 이동관, 김홍일 위원장은 중도 사퇴했고, 이진숙 위원장은 출근 이틀 만에 국회로부터 탄핵당했다. 국회라고 하지만, 다수당인 민주당 단독으로 그를 탄핵했다. 현재 헌재가 이를 심리 중인데 핵심 쟁점은 네 가지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둘이서 업무를 한 것이 과연 법률에 어긋나느냐는 ‘2인 체제 위법’ 여부, ‘셀프 기각’,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공정성 의심’, 그리고 이진숙 위원장이 행했다는 ‘관례에 벗어난 행동’이다.
 
 
  “재적 위원 2명이 결정한 것은 합법”
 
  최창호 변호사는 하나하나 짚어보자고 했다.
 
  첫째, 청구인(국회)은 이진숙 위원장이 임명된 당일에 회의를 소집하고, 방통위 상임위원 2인이 참석한 가운데 공영방송 임원 후보자 선정과 임명 안건을 의결한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법) 제4조 제1항, 제13조 제1항 및 제2항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방통위법에 위원 2인 이상 요구 또는 위원장이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의결은 재적(在籍)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방통위법에서 국회법과 비슷하게 개회를 위한 의사 정족수 규정을 따로 마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방통위법상 재적 위원 2인의 요구에 따라 적법하게 회의를 소집해 개의(開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위원장도 상임위원의 지위를 갖는데, 위 조항의 해석에 반드시 3인 이상이 전제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 두 명이 의결할 수 있다고 법에 규정돼 있으면 간단했을 텐데요.
 
  “문형배 재판관도 ‘의사 정족수는 없느냐’고 묻더군요. 사실 2인이 해도 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법에 규정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방통위는 5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는데, 여기서 위원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즉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여당 몫인 1인, 야당 몫인 2인 등 5명 모두가 상임위원입니다. 방통위법에는 의사 정족수에 관한 내용은 규정되어 있지 않고, 의결 정족수만 규정돼 있습니다. 의결 정족수는 재적 위원 과반수입니다. ‘재적’은 현재 위원으로 명부에 등재된 사람입니다. 현재 방통위는 3인 위원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로 2인뿐이므로, 재적 위원은 2인이고, 그 2인이 의결했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방통위원 2명인 것은 민주당 때문”
 
지난 8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 뉴시스
  ― 우리나라 위원회 중에서 ‘의사 정족수’가 아니라 ‘의결 정족수’만 규정한 곳이 방통위뿐입니까.
 
  “아닙니다. 감사원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고위 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등 또한 회의체의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의사 정족수는 규정하지 않고, 의결 정족수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통위만 특별한 것이 아니란 소리입니다.”
 
  ― 방통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재 둘뿐인데, 마치 현재 다섯 명이 있는데 셋은 배제한 채 둘이서 모든 것을 한 것처럼 호도(糊塗)하는 것 아닐까요.
 
  “정상적으로 5명의 위원이 참석해 3명이 의결하면 토를 달기 어려울 텐데, 현재는 위원이 둘뿐이라서 그렇게 의결한 겁니다. 그럼 왜 방통위에는 위원이 두 명뿐인 걸까요? 다수당이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때문입니다.”
 
  ― 방통위의 5인 체제를 2인 체제로 만든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는 거군요.
 
  “국회의 몫이 세 명입니다. 민주당 몫이 2명, 국민의힘 몫이 1명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지명 권한을 가진 방통위원장 선임에 관해 계속 문제를 삼으면서, 자신들이 추천해야 할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추천을 안 하니까, 국민의힘도 하지 못했고, 결국 국회에서 추천해야 하는 위원 3인에 대한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만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은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의 결과입니다. 이를 방통위의 문제인 양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방통위원장 직무와 무관한 일로 탄핵”
 
  둘째, 민주당은 이진숙 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기피 신청이 있었으므로 그 기피 신청 의결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회의를 소집해 기피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방통위법 제14조 제2항, 제3항, 제13항’을 위배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셀프 기각’이다. 최창호 변호사는 이에 대해 “기피 신청 안건에 대한 적법한 의결이 있으려면 최소 2명의 재적 위원이 관여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 김태규 부위원장 한 명만 남아 심의, 의결을 아예 할 수가 없다”며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새로운 상임위원이 별도로 임명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는 기피 신청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셋째, 민주당은 이진숙 위원장이 과거 문화방송에 재직할 때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에 방통위 위원으로서 안건의 공정한 심의, 의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방통위법 제14조 제4항, 제13항’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최창호 변호사의 얘기다.
 
  “청구인이 주장하는 소추 사유들은 이진숙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사실에 바탕을 두는 것이어서,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직무 행위와는 무관해서 탄핵 소추의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 사유의 요건을 ‘직무’ 집행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직무 집행과 무관합니다.”
 
 
  “야당, 편향 방송 MBC 지키기 위한 것”
 
  ― 이진숙 위원장이 출근 당일에 관례를 무시하고 공영방송 임원 후보자 선정에 관여한 것도 탄핵의 사유라고 하고 있죠.
 
  “이진숙 위원장에게는 출근 당일에 긴급하게 방통위 업무를 진행해야 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진숙 위원장이 임명되기 전부터 야당은 탄핵하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이틀 만에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진숙 위원장 입장에서는 탄핵 심판 청구 절차에 걸리는 기간 동안 방통위 기능이 정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하게 움직였어야만 했습니다.”
 
  ― 민주당은 공영방송 후보자가 수십 명이었는데 하루 만에 이들을 모두 스크리닝하고 결정을 한 것이 말이 되느냐, 후보자에 대한 인터뷰 한 번이 없었다고 합니다.
 
  “방통위법이나 방문진법에는 방문진 이사에 대한 구체적인 선임 절차, 기준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습니다. 이는 규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보다 방통위에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면접이 없었다고 해서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무직 공무원의 임용에 대해서 광범위한 재량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진숙 위원장에 대해 탄핵을 하기 전에 국회(법사위)에서 이 위원장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이진숙 위원장을 청문회에서 3번이나 불렀습니다.
 
  “장관급으로는 유일하게 사흘 동안 청문회를 했죠. 그것도 ‘방송 장악’이라는 명칭을 붙여서요. 하지만 탄핵 사건에 대해서는 이런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이 대행 자격으로 나갔지만, 청문회를 보면 ‘네, 아니오로만 답하세요’라고 윽박지르면서 실질적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이 모든 일은 대체 왜 생겼을까요.
 
  “이진숙 위원장은 야당의 이런 탄핵 소추 발의는 방통위의 운영을 정지시키고자 한 것이고, 주된 목적은 야당 편향적 방송을 하고 있는 MBC 사장과 경영진의 인사 교체를 막고자 하는 것으로 봅니다. MBC 사장 지명권이 있는 방문진 이사를 방통위에서 임명하기 때문이죠. 비단 이진숙 위원장뿐 아니라, 야당이 이동관, 김홍일 전임 위원장에 대해 탄핵 소추를 발의한 이유도 MBC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승소할 것으로 보나요.
 
  “검사의 공소권 남용처럼 탄핵 소추권의 남용이기 때문에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는 각하(却下)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당파적으로 탄핵 소추 강행’
 
  지난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됐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대리인이었던 최창호 변호사는 탄핵 사건과 관련해 유독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이번 소송 답변서에서도 탄핵에 관한 의견을 가감 없이 적시(摘示)했다.
 
  〈탄핵제도는 중대한 위법행위나 비위행위를 범한 고위 공직자를 의회의 소추 절차를 통해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제도로서, 중대한 위법행위를 행한 고위 공직자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책임을 묻는 제도다. 즉 탄핵심판제도는 훼손된 헌법 질서를 회복함으로써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행정기관의 장이나 정부 부처가 업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그 업무 처리는 적정했는지를 판단하거나 평가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이 사건 탄핵 심판은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객관적 조사와 증거자료가 부실한 상태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기능을 수행하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이 당파적 이익으로 탄핵 소추를 강행할 경우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권력 분립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헌법 체계와 법질서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탄핵 정국’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023년 7월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이 장관의 변호인을 맡았다. 사진=뉴시스
  최근 들어 법조계에서는 ‘탄핵의 일상화’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2004년 고(故)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의결이 최초다. 두 번째는 2016년에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다. 하지만 2021년 이후로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의결된 것을 비롯해 2023년에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 안동완 검사, 손준성 검사, 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의결됐다. 이뿐 아니라 이동관, 김홍일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발의 직후 의결 직전에 해당 인사들의 자진 사퇴가 있었고, 최근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법사위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1년 반 사이에 국회의 다수당 주도로 탄핵 소추가 급증했고, 발의에 그치지 않고 의결된 경우도 많다. 계속된 최 변호사의 주장이다.
 
  “누가 봐도 이런 변화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과거 정치 공세 차원에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하더라도 자동 폐기된 경우가 많았던 것과 달리 민주당이 국회를 주도하면서 탄핵 소추안 의결까지 강행하고 있어요. 문제는 이렇게 탄핵 소추가 의결돼도 헌재에서 인용된 경우는 박근혜 탄핵 결정 이외에 단 한 건도 없다는 겁니다.”
 
  ― 그래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헌재로 넘어가는 재판은 중대한 사안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겠습니까.
 
  “헌법 제65조 제3항은 ‘탄핵 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탄핵 소추로 인해 직무에서 배제되는 고위 공직자가 많아지면 이로 인해 국가의 중대한 업무에 차질을 빚는 문제까지 발생시킵니다. 탄핵의 본질이 ‘예외적인 파면 절차’라는 점을 무시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면서 발생하는 겁니다. 비정상이 정상화되면 그 결과는 해당 제도뿐 아니라 국가 전체에 부정적 파급 효과를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의 탄핵 남발은 법치주의의 위기이고 비정상적인 의회 활동입니다.”
 
  ― 이번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은 출근 이틀 만에 이뤄졌는데요.
 
  “말도 안 되죠.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권한 정지를 악용하면서 공을 헌법재판소로 넘겨 정치의 사법화(司法化)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의회의 탄핵 소추 권한이 정치적 무기로 남용되는 경우에 탄핵제도는 오히려 권력 분립 원칙을 훼손하고, 의회 내의 대화와 타협, 견제와 균형이라고 하는 정상적인 민주주의의 작동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일단 탄핵하고 보자’는 式
 
  ― 헌재에 의해서 탄핵이 인용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뿐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 결정문을 볼게요. 헌재는 2004년에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 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서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탄핵 심판 절차가 파면 결정을 통해서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 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수호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만 비로소 파면 결정이 정당화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불법의 중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 헌법 가치를 훼손할 정도로 중대한 일이어야 한다는 거죠.
 
  “요즘의 탄핵 사건은 정치의 사법화입니다. 국회는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 조정, 설득 과정을 거쳐야 국가가 발전하는데,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달으니까 정말 예외적으로 사용되는 탄핵을 무기로 사용하는 겁니다. 국회 다수당에 의한 탄핵 소추권 남용입니다. 검사가 우선 피의자를 기소부터 해놓고, 그 이후에 피의자에 대한 수사,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맞는 얘기입니까? 탄핵도 위법한 사유에 대한 수사를 하고,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 탄핵 소추 사유를 구체화하고 소추안을 발의하는 것이 정상적인데, 일단 탄핵 소추안부터 발의해 국회를 통과시켜 놓고 봅니다. 이건 말이 마차를 끄는 것이 아니라 마차가 말을 끄는 것과 똑같은 원리입니다.”
 
 
  “재판 판결을 기다리는 당사자는 수험생 심정”
 
  ― 헌재 재판관 3명은 언제 임명될까요.
 
  “상당 기간 공석이 아닐까 우려됩니다. 국회가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5명이 아닌 2명 체제가 된 것처럼, 헌재 재판관 역시 국회가 추천하지 않아 공석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방통위가 식물 기관이 된 것은 오롯이 정파적 이익을 앞세운 다수당의 몽니에서 기인했습니다. 최근 정치권의 상황을 보면 국회 다수당의 몽니에 의해 헌법기관의 구성이 무력화될 수 있음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헌법기관 내지 행정기관 구성에 국회가 관여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권력 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큽니다.”
 
  ― 이진숙 위원장의 임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습니다. 헌재가 어떤 식으로든 하루빨리 판결을 내려야 할 텐데요.
 
  “법정에서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당사자나 변호사의 심정은 시험을 치러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이나 학부모의 심정과 같습니다. 심리기일이나 선고기일의 재판에 임해서는 재판장이나 주심 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숨죽이고 주시하게 됩니다. 한없는 기다림 속에 선고를 하는 재판장의 한마디 한마디는 당사자의 신분, 지위, 상태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죠. 결과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시간이 흘러갑니다. 이진숙 위원장의 경우에도 방통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책무가 정말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가 정쟁을 하느라 시간을 끌지 말고 하루빨리 헌재 재판관을 추천해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서, 이 사건이 하루빨리 결론 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검수완박’ 이후 재판 늦어지는 일 비일비재
 
최창호 변호사가 대구지방변호사회에서 제정 70주년이 된 형사소송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25년 동안 검사를 지낸 최창호 변호사는 최근 《新형사소송법》을 집필했다. 2024년은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2022년에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시행됐던 형사사법 체계의 틀을 대규모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2020년 무렵에는 중대범죄수사청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공수처가 설립되는 등의 일련의 조치가 시행됐죠. 수년이 지났지만 당시 이뤄졌던 급박한 입법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급기야 개정 법률에 의한 ‘검수완박’ 관련 헌재의 결정에 이르게 된 역사적 광경도 우리는 봤습니다. 법률 개정 이후에 법조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건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소위 검수완박에 대한 경찰의 준비 부족으로 사건 처리 자체가 지연되고, 민사소송에서는 부실 수사로 인해 가해자가 불송치 결정을 받아 민사소송에서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는 지적이 있어요.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고요. 국민의 입장에서 개정 법률이 얼마나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도움을 줬는지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봅니다. 물론 개정된 법률에 빨리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이제라도 개정할 부분이 있으면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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