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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정희의 고향’ 구미시장 김장호

‘구미 재창조’의 마중물 마련해 防産·반도체 도시로!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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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구미는 한물갔다? 내년 아시아육상대회 성공시켜 구미의 위기 날리고 싶어”
⊙ 구미는 방산 매출 국내 2위 도시… 전자 산업 도시에서 방산 도시로 변모 중
⊙ 작년 7월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로 지정… 용인은 완제품, 구미는 소재 부품 산업 집중
⊙ 나무하고 소 돌보며 꼴 베던 산골 소년… 구름처럼 자유로운 삶 꿈꿔
⊙ “대구·경북 안에 있는 서울 같은 도시, 외지인 많아”… 전임 시장은 민주당 출신

金璋鎬
1969년생. 경북대 경제학과 졸업, KDI 국제정책대학원 정책학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 제1회 지방고등고시 합격, 경북도 투자유치팀장, 울진군 부군수,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 행안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지원국 국장, 경북도 기획조정실장 역임. 現 민선 8기 구미시장
김장호 구미시장. 사진=구미시
  경북 구미 하면 박정희(朴正熙· 1917~1979년) 대통령이 먼저 떠오르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전진 도시다. 1970년대 초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구미는 내륙 최대의 첨단 산업 수출 도시로 비약적인 변모를 했다.
 
  5·16 혁명이 일어난 지 두 해 뒤인 1963년에서야 면에서 읍으로 승격된 곳이 구미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1970년대 중반 금성사(현 LG전자)가 구미공단에 안착, 컬러TV를 생산하며 가전(家電)의 신화(神話)를 쓰기 시작했다. 팩스, 키폰 전화기를 만들던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1988년 국내 최초의 휴대전화 SH-100을 개발, ‘애니콜 신화’를 알렸다. 이후 구미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한강에 이어 낙동강의 기적(奇蹟)을 이뤄냈다.
 
  20년 전인 2004년 구미의 수출액은 274억 달러였다. 이는 전국 수출액의 10.8%, 전국 무역 흑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실로 엄청난 규모다. 구미에는 IMF 징후조차 없었고, 대구와 같은 소비 도시를 그야말로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구미에는 1~5공단까지 38㎢의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또 고아·해평·산동 농공단지와 각지의 소규모 공장 등 2023년 12월 현재 총 2474개 기업체에서 8만여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약 250억 달러로 20년 전과 비교해 성장 그래프는 주춤해졌다. 그래도 전국 수출의 4.5%, 경북 수출의 63%를 차지하며 포항과 함께 경북의 산업 도시로 손색이 없다.(2011년에는 전국 수출의 6%, 경북 수출의 64.3%)
 
 
  ‘구미 경제가 곧 대한민국 경제’라고 불리던 시절
 
구미 제1공단 전경(1999년 4월 촬영). 윤성방적, 세한협업회, 이화섬유, 태광산업, 한국합섬, 동국합섬, 한일방적, 제일합섬, 제일모직 등 섬유업체가 입주했었다. 뒤로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사진=조선DB
  구두를 벗어던지고 운동화만 신는다는 젊은 시장(市長) 김장호(金璋鎬)가 구미를 짊어진 지 2년이 넘었다. 2022년 7월 구미 시정(市政)을 책임진 후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취임과 동시에 김 시장은 ‘비상경제대책TF’를 꾸렸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였다. 공공요금 할인, 소상공인 금융 지원 확대, 구미 쌀 소비 촉진 등 서민 생활 안정과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팔을 걷고 땀을 흘렸다.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해 지난 10월 8일 청사(廳舍)를 찾아 김 시장과 만났다. 역시 듣던 대로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취임 후 뛴 거리가 지구 4바퀴 넘어
 
  ― 홍보 담당관 말씀이 부임하신 이후 운동화를 세 켤레나 바꿨다던데요.
 
  “(웃음) 요즘엔 운동화가 튼튼해 잘 안 해지더라고요. 시장 취임식 때 시청 노조위원장이 열심히 뛰라고 운동화 한 켤레를 사주기에 취임식장에서 바로 바꿔 신었어요. 시민들이 굉장히 신선하게 보셨나 봐요. 어느 동에 가면 통장이 한 켤레 사주시고, 무슨 단체에 가면 단체장께서 또 하나 사주시고… 이렇게 여러 켤레 됩니다.
 
  그런데 기왕 사주시려면 ‘코오롱’ 것을 사달라고 했어요.”
 
  ― 아니, 왜요?
 
  “코오롱 공장이 구미에 있거든요. 다른 신발 회사가 구미에 들어오면 그 제품도 신을게요. 하하하.”
 

  구미시가 기자에게 건넨 자료를 보니 김장호 시장이 지난 2년간 중앙부처와 관계 기관으로 지역 현안 해결과 국책사업 확보를 위해 다닌 거리는 18만7446km였다. 지구 4바퀴가 넘는다. 모두 168차례나 서울로, 세종으로, 전국으로 달려갔다는 얘기다. 아무리 튼튼한 운동화라고 해도 이 혹사훈련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김 시장은 공직 생활을 하며 마라톤 하프코스를 뛴 기억이 있다. 풀코스를 못 뛴 그에게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찾아오겠냐만, 그 비슷한 경험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30분 이상 달리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경쾌한 느낌이 드는데 이를 러너스 하이 혹은 러닝 하이(running high)라고 하죠. 이때에는 오래 달려도 전혀 지치지 않을 것 같고,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해요.”
 
  김 시장이 왜 이 말을 꺼냈는지 이해가 돼 이런 질문을 던졌다.
 
 
  지금 구미는 초기 활력을 점점 잃어
 
  ― 달리다 한계에 도달했을 때, 그 한계를 극복하는 순간을 느끼고 싶어서 그런 것인가요?
 
  “구미 시정을 책임지며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고 싶습니다. 구미는 ‘구미 경제가 곧 대한민국 경제’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어요. 인구 2만 명의 조그만 시골 읍이 인구 42만 명, 최대 수출 기록 320억 달러의 글로벌 전자 산업 도시가 됐었잖아요.
 
  지금 구미는 초기의 활력을 잃고 공단은 노후화되고 있어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는 항상 위태로운 겁니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떠나고, 수도권이 비수도권의 사람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어려울 수밖에요.”
 
  ― 제조업 도시가 갖는 숙명일까요?
 
  “LG디스플레이가 (구미에서) 파주로 옮겨간다고 해서 어려운 게 아니라, 디스플레이 산업 자체가 이젠 중국에 밀립니다. 산업이 어렵고, 트렌드도 변하고 있습니다. 구미가 새로운 미래 산업에 뛰어들어 기업을 일으키면 좋은데, 그게 지금 어느 정도 임계치에 와 있는 느낌을 많이 받는 거죠.”
 
  LG디스플레이가 구미공장 직원을 경기도 파주, 서울 마곡 사업장으로 근무지를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란 흉흉한 소문이 구미에 파다하다. 여기다 구미 LG디스플레이 사업장은 작년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는 김 시장의 속은 타들어간다.
 
  뭔가 전환점을 마련하고 싶은데, 내년 5월에 구미에서 열리는 ‘2025 제26회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를 준비하며 시민의 저력을 모으려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중국 샤먼(廈門)시와 경쟁해 대회를 유치했다. 러너스 하이를 꿈꾸는 김 시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5년 서울(제2회 대회), 2005년 인천(제16회 대회)에서 열렸다. 20년 만에 구미에서 개최되는데 기초자치단체로선 처음이다.
 
 
  구미시는 방산 매출 국내 2위 도시
 
김장호 시장이 지난 9월 14일 구미신생아집중치료센터를 찾았다. 구미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혼인 건수가 증가하고 출산율도 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샤먼시는 인구 528만 명의 경제특구 도시답게 신설 경기장, 국제공항, 30개가 넘는 호텔 등 풍부한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시아육상연맹 이사가 한 명도 없지만 중국은 투표권을 가진 이사회 18명 중 위원이 두 명(중국, 홍콩)이나 돼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이었다. 김 시장은 이러한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차별화된 요소를 부각시켜 어필했다.
 
  “구미가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성장·발전한 도시라는 점과 아시아 각국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위해 경상북도와 구미시 차원에서 새마을 세계화 운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점, K-팝 등 한국이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점 등을 강조했어요.”
 
  ― 구미 산업단지도 시민들도, 시장님도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면 좋겠네요.
 
  “1969년 박정희 대통령께서 구미 1공단을 조성한 이래 수십 년간 구미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지요. 구미에 터전을 잡았던 삼성, LG, 코오롱과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잖아요. 구미 발전이 현재 정체돼 있는데, 새로운 동력이 필요합니다.”
 
  혹자는 ‘이제 구미는 한물갔다’ ‘어렵다’라는 심한 표현까지 쓰기도 한다.
 
  “내년 아시아육상대회를 성공시켜 구미의 위기(危機)를 날리고 싶고, 미래 50년 구미의 발판을 다시 마련하고자 합니다. 시민의 역량을 모아 구미 브랜드를 아시아 전역에 알릴 기회로 생각하고 있어요.”
 
  ― 요즘 구미가 K-방위 산업의 핵심 기지로 발돋움 중이라고 하던데요?
 
  구미시는 방산(防産) 매출 국내 2위 도시다. 전자 산업 도시에서 방산 도시로 빠르게 변모 중이다.
 
  지난해 3월 구미는 ‘방산 혁신클러스터’로 지정된 이후 국방 5대 신산업과 연계한 기술 개발 및 사업화로 ‘K국방 신산업 수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단다. 방산 혁신클러스터 사업(~2027년까지 499억원)은 방위사업청과 지자체가 국방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목표로 협력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최근 한국형 패트리엇 ‘천궁-Ⅱ’ 수주액이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세계 방산 시장에서 구미산(産) 무기 체계의 글로벌 수출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가 안보의 핵심인 기간산업답게 파급 효과가 매우 커요. 앞으로 방산 분야 창업·업종 전환 100개사, 생산 5780억원, 일자리 창출은 21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첨단방위산업진흥센터 건립(150억) ▲방산특화 개발연구소 구축(50억) ▲국방유무인복합체계 클러스터 지원 사업(55억) 등도 추진 중이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방산 기업들의 구미 투자도 이어지고 있어요. 국방신산업연구, 창업 및 중소기업 진입 지원, 전문인력을 양성해 관련 중소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김 시장은 10월 12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 육군 전시회(AUSA 2024)에 참관한다. 미국 육군협회가 주관하는 ‘AUSA 2024’는 매년 세계 90여 개국에서 우주, 항공, 보안 등 방위 산업과 관련한 750여 개 기업이 참가하고 4만여 명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 방산 전시회다. 김 시장은 미국 방산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전시회를 둘러보고 미 항공우주국 NASA가 있는 헌츠빌도 방문할 예정이다.
 
  “방산 클러스터로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도시가 헌츠빌입니다. 이 도시의 경쟁력을 배워 구미 방산을 더 육성해보려고 해요. 현재 LIG넥스원과 한화가 계속 구미에 투자하고 있어요. 실은, 이들 기업도 중요하지만, 관련 협력업체들이 구미에 많이 와야 일자리가 생깁니다. 방산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 해요.”
 
 
  나무하고 꼴 베던 소년 김장호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2월 1일 경북 구미 SK실트론 공장을 찾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안내로 실리콘 웨이퍼 생산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연합뉴스
  김장호 시장은 구미가 고향이다. 1969년 구미 형곡동에서 태어났다. 당시만 해도 완전 깡촌이었다. 구미역에서 산을 두 개 넘어야 갈 수 있는 곳으로 시내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여섯 살 때 아버지가 경찰 공무원으로 대구로 이사하면서 초등학교부터는 대구에서 다녔다. 그래도 여름과 겨울 방학이 되면 조부모가 계신 구미에서 한철을 보냈다. 김 시장은 “구미 정기(精氣)와 금오산 정기를 받으며 성장기를 보냈다”며 “농사짓던 할아버지·할머니 슬하에서 나무하고 소를 돌보며 꼴도 베야 했다”고 말했다.
 
  “그 시절 형곡동을 ‘시무실’이라 불렀어요. 주변에 시무나무(느릅나무과)가 많아요. 시무실 앞산에서 내려다보면 박정희 대통령의 상모동 생가와 경부고속도로, 경부선 철길, 그리고 구미 1공단의 광활함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고향에 대한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며 성장했어요.”
 
  대구 친구들이 영어학원, 주산학원에 다닐 때 그는 시골 들판을 원 없이 뛰어다녔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면 성적이 뚝 떨어졌지만 구미에서 보고 겪은 산과 들, 성장하는 도시를 본 것이 인생의 큰 자산(資産)이 되었다고 말하며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뉘엿뉘엿 해가 떨어질 무렵, 부리나케 산에 가서 소를 데리고 오는 것이 제 일과였어요. 어느 날 산에 갔다가 문득 하늘을 보았어요.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가고 있었죠. 그때 더 넓은 세상에 나가 구름처럼 자유롭게 제 꿈을 펼치고 싶었어요. ‘희망이 있는 사람은 현실이 두렵지 않다!’ 소를 끌고 내려오는 산 중턱에서 저는 이 말을 되뇌어 보았어요.”
 
구미, 반도체 도시 꿈꾼다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로 지정

 
  구미시는 작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경기 용인과 평택을 제외하고 지방에서 유일한 반도체 분야 특화단지로 구미가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난 6월에는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이 특구에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면 세제·재정 지원, 규제특례, 정주 여건 개선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구미국가산단 57만 평이 기회발전특구가 됐다.
 
  구미시 자료를 보니 ‘민선 8기 투자유치 실적(올 9월 말 기준)이 560개사, 5조8417억원에 달하고 고용 창출 효과는 4698명에 이른다’고 적혀 있다.
 
  구미는 방산과 함께 전자·반도체 도시라는 오랜 명성을 고수하려 한다. 반도체 회사인 SK실트론이 2022년 3월 구미시에 1조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26년까지 4만2716㎡ 부지에 총 2조3000억원을 들여 300mm(12인치) 실리콘웨이퍼 제조 설비를 증설, 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김장호 시장의 말이다.
 
  “지금 모든 지자체가 반도체 산업을 유치하려 뛰어들고 있잖아요. 국가는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했는데 용인은 완제품인 ‘칩’이고 구미는 소재 부품 산업에 집중하려 합니다. 정부에다 비수도권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우리 구미가 R&D 사업을 유치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계속 건의하고 있죠.”
 
  완제품 중심의 수도권 반도체 단지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반도체 소재·부품 공급 허브(hub)를 구미에 조성하겠다는 의지다.
 
  ― 방산과 반도체, 이게 구미의 미래 먹거리군요.
 
  “어떤가요? 구미의 미래 상차림이….”
 
  이런 상차림이라면 누구에게나 ‘구미’가 당길 것이다.
 
  김 시장은 박정희 105돌 탄신제(2022년 11월 14일) 때 “반도체·방산을 유치 못 하면 낙동강에 뛰어들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이대로라면 낙동강에 뛰어들 일이 없을 것이다.
 
  ― 왜 강물에 뛰어들 각오를 했나요?
 
  “민선 8기 취임 당시 구미는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었어요.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국책사업 유치에 임했어요.”
 
  김 시장 생각대로 반도체 클러스터가 마련되면 구미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구미시가 기자에게 건넨 자료를 보니 이런 내용이 눈에 띄었다.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Complex 구축(1조4000억원)’ 사업 추진=반도체 소재·부품 전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 하반기 예타면제(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위해 현재 산업부와 협의 중
      ▲‘국방용 반도체 설계·모듈화 지원플랫폼 구축(167억원)’ 사업 추진=구미전자정보기술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첨단방위산업 시스템 반도체 실증 기반을 구축하고 검증을 지원〉
 
  세월이 오래되면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김 시장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1994년)했다. 경북대 행정대학원에 다닐 때 제1회 지방고등고시에 합격해 구미시청 사무관시보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울진부군수,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지원국장, 경북도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풍부한 공직 경험을 쌓았다. 그사이 KDI 국제정책대학원(정책학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공공정책학 석사)을 졸업할 만큼 학문에 대한 열정도 넘쳤다. 그런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김 시장의 리더십을 만들지 않았을까.
 
  김 시장은 《명심보감》에 나오는 ‘노요지마력 일구견인심(路遙知馬力 日久見人心)’이란 말을 가슴에 새긴다. ‘길이 멀면 말[馬]의 힘을 알 수 있고, 세월이 오래되면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러너스 하이를 향해 뛰는 김 시장의 진면목을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 구미 사람들의 특별한 정서가 있습니까? 구미의 정체성이 궁금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이 굉장합니다. 구미 산업단지가 그동안 굉장히 잘나갔으니까요.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선산에 있다(朝鮮人才 半在嶺南 嶺南人才 半在一善)’는 《택리지》의 문장에도 자부심을 느낍니다.”
 
  《택리지》에 나오는 ‘일선’은 선산(善山)의 옛 지명으로 지금의 구미다.
 
  “반면에 자부심 가득했던 도시가 수도권이나 그 주변 대도시에 밀리니까 실망감도 상존하고, 그게 있으니까 지난번에 민주당 출신이 구미 시장이 됐잖아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장세용 시장이 40.79%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이양호 후보(38.69%)를 눌러 보수의 텃밭을 화들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후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김 시장이 70.29%의 득표율로 장 전 시장(26.91%)을 크게 압도하며 승리했다.
 
  “구미는 호락호락한 지역구가 아닙니다. 전국에서 몰려든 이들로 들끓는 도시입니다. 호남향우회도, 충청향우회도 활발하죠. 사실상 대구·경북 안에 있는 서울 같은 도시예요. 외지인들이 많아요. 여기 시청 공무원들도 구미 출신은 30%도 안 돼요. 실·국장도 김천·울릉·성주·예천·상주 출신 등 다양합니다.
 
  상대적으로 경주, 안동은 순혈주의가 드센 곳입니다. 특정학교 출신이 아니면 (공직 사회조차) 말발이 안 먹힌다고 해요. 저는 구미고 출신이 아니거든요.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어요.
 
  이처럼 구미는 일자리를 찾아, 살기 위해 몰려온 열린 도시, 열린 사회입니다.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좋은 여건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구미의 경쟁력이 여기에 있습니다.”
 
 
  금오산도 김장호라 카더라?
 
라면의 최대 생산지인 구미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라면 축제를 해마다 열고 있다. 작년 라면 축제 때 김장호 시장이 신라면 모형을 안고 있다. 사진=구미시
  김 시장의 장인어른은 제14,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서훈(徐勳·82) 전 의원이다. ‘팔공산 호랑이’라는 별명의 서 전 의원은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신민당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여당인 민자당 공천 없이는 당선되기 불가능한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강단 있는 정치인이었다.
 
  “장인어른이 쓰신 책이 《팔공산 갓바위도 서훈이라 카더라》입니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낸 책이 《금오산도 김장호라 카더라》입니다. 장인어른은 엄격하면서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부드러운 말투로 상대를 포용, 편안하게 해줄 줄 아는 정치인이셨습니다. 그분 말씀처럼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여 올바르게 역사에 기록될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해봅니다.”
 
  ― 《금오산도 김장호라 카더라》라는 책 제목이 귀에 쏙 들어오네요. 어떤 이유에서 이런 제목을 택하셨는지요?
 
  “(집무실 창밖을 손으로 가리키며) 저 산 있잖아요. 저 산을 넘으면 박 대통령 생가가 있는 상모동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구미 전역이 경북도립공원 금오산 권역 안에 있어요. 사람들은 금오산을 영험(靈驗)하다고 생각하니까, 제 이름이 (금오산에) 메아리치듯 ‘카더라’ ‘카더라’ 하고 알려지면 좋잖아요.”
 
  구미 남쪽에 솟아 있는 금오산 등성이는 멀리서 바라보면 누워 있는 사람의 옆얼굴을 닮았다고 한다. 조선 시대 무학대사(無學大師·1327~1405년)가 이 산을 두고 “임금 낳을 기운이 서려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인동(仁同) 장씨(張氏)들이 금오산 기슭의 칠곡군 북삼면 오태리로 옮겨와 자리를 잡았다. 뒷날 국무총리를 지낸 장택상(張澤相·1893~1969년)씨를 배출하며 지세가 임금 기운에 가까워지다가, 드디어 구미 상모동에서 박정희가 태어나 대통령이 되었다. 임금과 대통령은 혼동해서는 안 되는 말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무학대사 말이 전혀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라고 여기며 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긍지를 느낀다.
 
  ― 구미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축제들이 있나요?
 
  “며칠 전 주말 동안 많은 방문객이 찾아 대박을 터뜨린 ‘구미 푸드페스티벌(10월 5~6일)’에 17만 명이 다녀갔어요. 다음 달 11월 1일부터 사흘간 국내 최대 규모의 라면축제가 구미에서 열립니다.”
 
  ― 구미와 라면이 무슨 관계가 있나요?
 
  “국내 최대 라면 생산기지가 구미죠. 대표기업 농심이 있어요. 국내 라면 소비 1등 브랜드인 신라면을 70% 이상 구미에서 만듭니다.”
 
  올해 라면축제는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레스토랑’ 콘셉트로 20여 개 팀이 참여해 개성 넘치는 라면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란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구미… 신생아 늘어
 
구미시는 효과가 낮은 현금성 지원을 최소화하는 대신 영유아를 위한 인프라 서비스를 구축했다. 2023년 1월 9일 김장호 시장이 365소아청소년 진료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구미시
  ― 요즘 구미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입소문이 나고 있습니다. 어떤 정책들이 효과를 봤나요?
 
  지난 10월 5~6일 경북 구미시 구미복합스포츠센터 일대에서 ‘아이가 행복입니다! 해피투게더 경북’ 캠페인이 열렸다. 《조선일보》가 2018년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다.
 
  “효과가 낮은 현금성 지원을 최소화하는 대신 ‘365일 24시 10분 거리 내 완전 돌봄 서비스’ 같은 인프라·서비스 구축을 최우선으로 추진했어요.”
 
  이러한 실질적인 지원의 일환으로 ▲365일 상시 진료 가능한 ‘365소아청소년진료센터(작년 1월)’ ▲경북 최초 ‘아픈아이 돌봄센터(작년 10월)’ ▲‘신생아 집중치료센터(지난 3월)’를 개소해 경북 중서부권 소아 필수의료 체계를 구축했다.
 
  이 결과 혼인 건수가 늘고 신생아 수도 늘고 있단다. 구미시는, 혼인 건수가 작년 1500건에서 올해 1800건 정도로 300여 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생아 수 역시 작년 1900명에서 올해 2070명으로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끝으로 《월간조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구미, 지난 2년 동안 마련한 ‘구미 재창조’의 마중물로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구미의 변화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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