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S-이회창, 박근혜-김무성… 대통령과 여당 대표 사이가 나쁠 때 정권 놓쳐”
⊙ “총리·내각이 야당과 싸워서야… 총리와 내각은 좀 더 정무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 “경북·대구, 인구는 뉴질랜드보다 많고 총생산도 웬만한 국가 단위에 견줄 수 있어”
⊙ 이재용 삼성 회장에게 “삼성 신입사원을 고졸로 뽑으면 초(超)일류국가 만들 수 있다”고 말해
⊙ “농민을 부자로 만들어야 젊은이들이 농사지어”
⊙ “수도권 一極 체제로 인한 지방소멸, 인구감소, 저출생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행정통합 이뤄야”
李喆雨
1955년생. 경북대 수학교육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업(정치학 석사), 대구대 명예 경영학 박사, 경북대 명예 교육학 박사 / 상주 화령중고 교사, 의성군 신평중 단밀중 교사, 경북부지사, 3선 국회의원(18·19·20대), 국회 정보위원장,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역임
⊙ “총리·내각이 야당과 싸워서야… 총리와 내각은 좀 더 정무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 “경북·대구, 인구는 뉴질랜드보다 많고 총생산도 웬만한 국가 단위에 견줄 수 있어”
⊙ 이재용 삼성 회장에게 “삼성 신입사원을 고졸로 뽑으면 초(超)일류국가 만들 수 있다”고 말해
⊙ “농민을 부자로 만들어야 젊은이들이 농사지어”
⊙ “수도권 一極 체제로 인한 지방소멸, 인구감소, 저출생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행정통합 이뤄야”
李喆雨
1955년생. 경북대 수학교육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업(정치학 석사), 대구대 명예 경영학 박사, 경북대 명예 교육학 박사 / 상주 화령중고 교사, 의성군 신평중 단밀중 교사, 경북부지사, 3선 국회의원(18·19·20대), 국회 정보위원장,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역임
- 사진=경북도
경상북도(慶尙北道). 줄여서 경북.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경북 이외의 지역 사람들에게 경북은 어떤 이미지로 다가올까? 천년 왕국 신라의 수도, 제철보국을 이룬 포항의 용광로, 구미의 전자 산업 신화가 연상될 수 있다. 혹은 누군가는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경북은 어떤 곳일까.
지난 10월 7일, 경북 안동 경북도청에서 기자는 32대에 이어 33대에 재선된 이철우(李喆雨) 경북도지사를 만났다. 이 도지사는 경북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지방정부”라고 소개했다. 사실 그렇다. 경북(면적 1만9030㎢ ), 강원(1만6873㎢), 전남(1만2247㎢), 경남(1만540㎢), 경기(1만184㎢) 순이다.
이 지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곳, 새마을 정신으로 나라를 잘살게 만든 동력(動力)의 공간이 경북”이라고 덧붙였다.
아! 옛날이여…
1949년 대한민국 최초의 인구통계에서 경북이 321만 명으로 가장 인구가 많았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놀랄지 모르겠다. 당시 서울은 144만 명밖에 되지 않았다. 1970년 서울과 역전되기 전까지 경북은 계속 인구 1위를 차지하던 지역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인 것이다.
믿기지 않는 데이터로 들리겠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토 면적 10%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고 대기업, 대학, 언론 등 국가 핵심 역량 대부분이 집중된 현실만 생각하면 경북의 본모습이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다.
“대구를 더해 경북·대구 인구는 뉴질랜드보다 많고 면적은 이스라엘과 비슷하며 총생산도 웬만한 국가 단위에 견줄 수 있는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대 매머드 서울과 상대적 비교를 하지 않는다면 경북은 세상과, 아니 전 세계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손색이 없다. 거대 매머드 서울과 상대적 비교를 하지 않는다면 경북은 세상과, 아니 전 세계 도시와 견줘 위축될 필요가 없다. 여기다 대구를 합쳐, 대구·경북이 하나이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 대구·경북특별시 혹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 된다면, 지금 막판 산고(産苦) 중인 행정구역 통합이 성사된다면, TK는 다른 시·도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 번영의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지난 2022년 7월 1일 민선 8기 도정(道政)을 시작하는 취임식장에서 이철우 지사는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리 경북은 여당이라면 여당이라고 양보했고 야당이라면 야당이라서 소외받아왔지만 특유의 묵묵함과 끈기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왔습니다. 이제, 우리 경북이 만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가장 앞장서서 일하고 정부도 우리의 노력에 합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수도권 병 고치지 않으면…”
이번 정부는 “지방 시대라는 모토를 갖고 새 정부를 운영할 생각”이라고 공언했지만 정부가 공약한 지방 시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불이 안 붙고 있다. 중앙정치권에서 들리는 선동과 비난 앞에 지방이니, 분권이니, 행정통합이니 하는 말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런 현실 앞에서 이철우 지사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과 함께 50년 넘게 이어온 수도권 집중의 물길을 바꾸고, 물꼬를 트는 꿈을 여전히 꾸고 싶다. “경북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지방 시대”를 꿈꾸는 마음이 현실화되기를 바란다.
― 서울로 떠난 사람을 어떻게 다시 고향으로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인지요?
“지방 사람들이 왜 서울로 갔겠어요? 돈 벌러 간 거잖아요. 돈 벌러 간 서울이 살기 팍팍한 거예요. 그래서 점점 결혼도 안 하고 아기도 안 낳고 살게 된 겁니다. 수도권 병(病)을 고치지 않으면 이 나라는 더는 발전하기 어려울 겁니다. 수도권 병 고치려고 공공기관 몇 개 옮겨놨는데 안 고쳐집니다.
세상을 안 바꾸고는 어렵습니다. 인구 정책은 세상 분위기를 바꾸는 데서 시작합니다. 서울에 돈 벌러 가서 핍박받는 생활을 하느니 경북 땅, 너른 시골에 와서 편안하게 살면서 돈 벌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는데요?
“문화를 즐기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의료 시설을 구비하면 됩니다. 또 어디 가서 편안하게 먹을 걸 만들어주면 돌아올 겁니다. 저는 확신해요. 한 20년 있으면 세상이 완전히 바뀔 겁니다. 10년 후부터 바뀌기 시작해 20년이 지나면 완전히 바뀌어서 그때가 되면 서울을 떠나는 게, 탈(脫)서울이 삶의 목표가 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중앙에 의존하는 지방자치의 헌 옷을 벗어야”
이 지사의 말에 점점 고개가 끄덕여졌다. 수학선생님 출신답게 숫자를 예로 들어 제시하는 말에 어떤 논리성이 있으리라 추측했지만 좀 더 확인이 필요했다. 이 지사가 말을 이었다.
“탈서울한 사람들이 지방으로, 경북으로 오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도지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 힐링하듯 생활할 수 있는, 그리고 어디 가든 치료가 가능하고, 교육이 가능한 정주(定住)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그 준비입니다.”
이 지사는 “앞으로 드론 타고 가면 30분~1시간 안에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이 온다. 편안한 주거 문화를 만들면 그곳에 사람들이 모인다. 집도, 아파트도 다닥다닥 붙은 데서 더는 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진정한 지방화는 “중앙에 의존하는 지방자치의 헌 옷을 벗고 지방정부가 주인이 되어 스스로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이 지사는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지방에 살면서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는 삶”을 한참이나 기자에게 설명했다. 판소리에 맞춰 허벅지 장단을 맞추고 싶을 만큼 쉽고 명쾌한 비유를 들었다. 절로 탄성이 나왔다.
무엇보다 이 지사의 국가 개조(改造) 플랜이 흥미로웠다. 그의 말을 반박할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지방화 시대를 준비하며 국가 개혁도 고민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교육열이 높습니다. 그런데 껍데기 교육, 한풀이 교육이었습니다. 조선 시대 서원이나 향교가 있었지만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세종대왕이 하도 답답해 훈민정음을 만들었는데도 사용을 거의 안 했습니다. 광복 후 못 배운 한(恨)이 맺혀 학교에 다 보냈습니다. 지금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습니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30% 정도일지 모릅니다. 50%는 붕 떠버려요. 이런 얘기가 있어요. 실습 나온 서울 농대생들에게 ‘농업에 종사할 사람, 손들어보세요’ 하니 70명 중 한 사람 손들더랍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고교 전성시대 만들어야”
중·고교 수학 교사 출신의 이 지사는 “고교 전성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에게 말했어요. ‘선친인 이건희 회장은 우리나라를 일류 국가로 만들고, 일류 제품을 만들었는데 당신은 초(超)일류 국가로 만들 수 있다’고 말이죠. 어떻게? 삼성 신입사원을 고졸 출신으로 받으면 됩니다. 연구직이나 특별한 관리직 30% 내외만 대졸자로 뽑고 나머지는 고졸을 받는 겁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으면 ‘삼성대학’에 들어가 온라인으로 수업토록 하면 대한민국이 완전히 정상화될 겁니다.”
― 고졸이 사회에 직행하면 결혼하는 나이도 빨라지겠네요.
“20세에 사회에 나가 일찍 군대 다녀오면 20대 중반에 결혼도 가능하죠. 아이를 낳으면 나라에서 데려다가 키워 저출산 대책도 필요 없어집니다. 대입 학원도 다 없애야 해요. 애들한테 즐겁게 살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운동장에서 체육선생님과 뛰어놀도록 만들고 음악·미술 놀이를 가르쳐주는 학교 교육이어야 합니다. 강남 대치동 아이들을 보세요. 학교 갔다 학원 갔다 정신병원에 간다고 합니다. 이게 한국 교육의 현실입니다.”
이철우 지사는 “그런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서 무슨 큰일을 하겠나. 그러니 대한민국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요즘 농업 대전환을 강조합니다. 여든이 넘어 농사짓다 경운기 사고로 다쳐서야 농업 발전이 없습니다. 땅 가진 어르신이 계시면 ‘지금까지 농사짓는 것보다 더 드릴 테니까 땅을 내놓으시오’ 하는 겁니다. 파는 게 아니에요. 지주(地主)를 주주(株主)로 만들고 우리는 과학영농으로 해서 생산성을 2~3배 높이는 겁니다. 농민을 부자로 만들어야 젊은이들이 와서 농사를 짓습니다. 농업이 과학이고 첨단 산업이 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기업보다 스마트팜”
이 지사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 우리 경북 스마트팜, 스마트컴퍼니, 스마트㈜에 와서 일하는 게 돈도 더 벌고 나라를 더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10마지기, 15마지기식(式) 농사가 아니라 10만 평씩 이렇게 (농사를) 지어야 돼요. 이게 농업 대전환입니다. 네덜란드는 한국 영토의 41% 정도 되는데 농토 넓이는 우리보다 더 큽니다. 네덜란드가 180만 ha, 한국이 170만 ha죠. 그러나 네덜란드는 농업 수출로 380억 달러 흑자를 냈어요.”
―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우리는 360억 달러 적자가 났습니다.”
―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 나라는 대규모 첨단 산업화 농업으로 바뀌었지만, 우리나라는 옛날 농사짓던 방식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농토가 개인당 1.5ha가 돌아가는데 네덜란드는 32ha 땅에 개인이 농사를 짓고 있어요.
농사짓는 분이 도시 근로자보다 더 잘삽니다. 네덜란드의 농업 인구도 많지 않지만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8만 달러 소득에 일반 국민은 5만5000달러예요. 우리나라는 도시 근로자보다 농민이 더 못살잖아요. 우리나라 농업은 나라에서 대부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정부 지원이 없습니다. 시장 경제에 맡깁니다. 그래서 청년들 일자리를 농업 대전환을 통해 만들어야겠다, 이 말입니다.”
그는 “대통령한테도 농업 대전환을 얘기했더니 ‘경북의 농업 대전환을 전국으로 확대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경북에 내려와 현장을 둘러본 뒤 전국적 확산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충남도에서도 공무원을 보내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단다. 이 지사는 “세상은 바꿀 게 많아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 시책인 ‘혁신농업타운’은 국내 최초 주주형 이모작 공동 영농 모델로서 ‘공동 영농을 통한 소득배가’가 핵심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다. 문경 영순지구에서 벼농사만 짓던 80호 농가가 110ha의 농지를 법인 주도로 규모화하여 하절기에는 콩을, 동절기에는 양파와 감자를 심는 이모작 고소득 작목으로 전환했다. 이 지사가 숫자를 제시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단지 내 농업생산액은 기존 벼 단작(7.8억원)에 비해 3배 이상 증대된 22.7억원이 됐습니다. 법인은 지난해 연말 참여 농가에 약속한 10억 원가량의 배당금을 모두 지급했고, 올해 9월 초에는 추가 배당까지 지급했죠.”
이 외에도 이 지사는 첨단 스마트농업 확산, 미래형 사과원 조성, 가공산업 대전환 등 농업 전반에 걸쳐 혁신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경북 상주 사벌면에 위치한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청년 스마트농업 전문가를 양성하여 도내 원예 시설이 첨단화되고 있다. 사과와 마늘 등 노지작물은 데이터 기반 스마트 영농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농식품 산업은 민간 투자를 통해 외연(外延)을 확장하고, 안동소주 등 지역 전통식품 육성과 수출 확대를 통해 K-경북 푸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지요. 농산물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에서 출하·판매까지 유통 전 과정 디지털화로 유통 구조 첨단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과 산업 대전환
여기에 더해, 사과 산업 대전환도 추진 중이다. 최근 선포식도 열었는데, 기존 신경북형 사과원에서 평면 사과원(다축형)으로 바꿔 최대 사과 주산지의 명성을 이어나갈 예정이란다.
―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산림자원국을 만들었습니다. 이 기관을 신설하신 이유가 무엇인지요?
대한민국 국토에서 산림은 활용 가치가 무한한 자원이다. 산주의 80% 이상이 3ha 미만의 산림을 소유한 영세경영인인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이다. 특히, 산촌 인구는 더욱 급감하고 있어 지금 당장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만 하는 절박한 때다.
“경상북도는 전국 산림 면적의 20%, 도 전체 면적의 70%에 달하는 산림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배출권 거래 등은 산림녹화에 성공하여 풍부한 산림자원을 보유한 경북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있어요.”
임산물 총생산액은 1조3467억원(17.4%)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지사는 “송이, 대추, 오미자, 떫은 감, 호두 등 11개 품목의 임산물 생산량은 전국 1위”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울진 금강송 소나무 숲길 조성과 연계된 숲밥, 숙박시설 운영 등으로 연간 11억원의 주민소득을 창출하는 등 지역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지역 경제 활성화 사례도 있습니다.”
“행정통합, 대구·경북 미래 위한 불가피한 선택”
광역 정부의 통합과 지방 분권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철우 지사는 “행정통합은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까지 노력해 반드시 성공적인 통합을 이루어내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논의가 거의 막바지에 이른 듯 보인다. 행정안전부의 중재(仲裁) 아래 시·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 것이다. 윤 대통령도 TK 행정통합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지사는 “대구·경북 간 90% 이상 통합 논의에 합의했는데 시·군 권한과 청사 문제로 무산되면 역사에 죄인이 된다”고 했다.
“TK 행정통합은 광역 간 통합이라는 역사적인 첫 사례인 만큼, 기존 광역시나 도(道)보다 더 많은 권한과 특례를 부여받고 자치권을 대폭 확보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대구·경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행정통합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어요.
통합이 실현되면 TK 행정통합특별법을 근거로 중앙정부의 권한을 특례의 형태로 이양받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구와 경북이 90% 이상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TK가 하나가 되어야 하는 명제는 무엇일까요?
“현장에 살고 있는 주민이 지역 문제를 제일 잘 아는 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도지사조차도 낙동강, 산업단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내 집 앞의 소나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이 모든 것을 지방정부에서 직접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또 일부는 시·군에 다시 내려주는 자치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 행정통합이 이루어지면 지방 자율성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나요?
“행정통합을 통해 대표적으로 지역 주민과 밀접한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이관하고 농지·산지전용 허가 권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환경영향평가 권한 등을 통합자치단체로 이양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권한들은 수십 년 동안 중앙정부가 독점하면서 지방의 자율성을 제한해왔던 것들이죠.
지방정부가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에 따른 책임감도 커질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주민 중심적 행정으로 이어질 겁니다.”
통합 논의에 있어 대구와 경북 사이에 이견이 있다. 통합청사 운영 방식, 기초단체 자치권 범위, 통합을 위한 주민 의사 확인 절차 등 아직도 의견을 좁혀야 할 사안이 산재해 있다.
이런 도전적인 상황에서 이철우 지사는 어떤 고뇌가 있을까.
‘국가 대개조의 첫걸음’
“대구시장께서 행정통합 무산을 선언한 직후, 저는 즉시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했습니다. 현재 4개 기관이 공통의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며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통합의 본질(本質)입니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지역 통합이 아닌,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 지사는 “지적한 대로 통합청사 운영 방식이나 주민 의사 확인 절차 등에 대한 이견들도 있다. 모두 중요한 사안들이지만, 통합의 큰 그림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행정통합과 같은 중대한 결정은 시도지사 두 사람만의 의견으로 결정할 수 없어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과정일지라도 전문가, 시·군 관계자, 그리고 무엇보다 시도민 대표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대구와의 통합 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인가요?
“단순히 대구와 경북 간의 갈등이나 이해관계의 충돌로 볼 것이 아니라, 더 큰 그림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지방소멸과 수도권 일극 체제입니다. 단순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과제입니다.”
이 지사는 “TK 행정통합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 대개조의 첫걸음”이라며 힘 있는 어조로 말했다.
“대구·경북 통합, 운영은 현체제 유지”
― 대구·경북특별시가 되든,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 되든 TK의 통합 청사를 대구에 두느냐 안동에 두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대구 인근의 구미·포항·경주는 대구를 원하고, 경북 북부 지역은 안동에 통합청사를 두길 원하는 절박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합청사를 대구, 안동 두 곳에 두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 상태대로 기능별로 분류하면 돼요. 도시 업무는 대구에서 하고, 농촌 업무는 안동에서 하면 됩니다.
TK 모두에게 필요한 업무는 대구와 안동에서 같이 하면 됩니다. 그렇게 시작한 다음, 10년 20년 지나면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도 있어요. 디지털 온라인 시대이니 화상회의를 하면 불편할 것도 없어요. 현재 하고 있는 걸 그대로 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 통합 청사를 대구에 두든 안동에 두든 상관없다는 의미군요.
“현 체제를 유지하자는 겁니다. 당분간 이렇게 유지하는 게 맞아요. 안 그러면, 여기서(안동이든 대구든) 청사가 어디로 떠난다고 하면 통합이 안 돼. 그렇게 하면….”
― 흡수 통합처럼 보이면 안 되겠지요.
“기능별로 통합하면 됩니다.”
― 특별시장이든 특별자치도지사의 관사(官舍)는 어디에 둬야 할까요?
“대구와 안동을 왔다 갔다 하면 되는데. 제가 볼 때 여기(안동)에 더 많이 와 있을 겁니다.”
― 이유가 무엇인가요?
“안동은 (새로 지은) 관사가 좋고, 주변 공기도 좋거든요. 어쨌든 대구든 안동이든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굳이 한 군데 못 박을 필요가 있나요?”
외국의 행정통합
― 이철우 지사께서 생각하시는 지방화 모델 국가가 있나요?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추진 중인 행정통합 사례가 TK 행정통합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프랑스는 2016년 지방행정 개혁을 통해 레지옹(Région·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에 해당)을 22개에서 13개로 통합을 이뤄냈습니다.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을 넘어 지방분권화의 일환으로 프랑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개혁에 관한 법’을 제정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레지옹으로 대폭 이양했죠.
이 결과 레지옹당 평균 인구는 300만 명에서 500만 명이 되었어요. 규모의 경제 실현, 국가 경쟁력 강화, 지역 간 격차 완화 등의 긍정적 효과를 거뒀습니다.”
― 일본의 지방분권이나 행정통합 사례는 어떤가요? 참고할 만한가요?
“일본의 경우 1943년 도쿄부와 도쿄시를 통합해 23개 특별구, 39개 시·정·촌(市·町·村)으로 구성한 제3의 광역지방정부인 도쿄도(東京都)를 출범시켰습니다. 현재 도쿄도는 시·정·촌과 특별구가 공존하는 독특한 이중구조를 통해 광역행정과 기초행정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결과 도쿄의 급격한 성장과 복잡한 도시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도쿄가 세계적인 대도시로 성장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지사의 생각이다.
그는 또 “일본 오사카부와 오사카시의 행정통합은 도쿄 일극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국가 전체의 성장을 견인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거점도시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집권형 시스템을 타파하고, 지방의 자기결정·자기책임·자기경영을 기반으로 하는 분권형 선도 도시를 구축해 일본의 제2 수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지속적인 통합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행정통합은 단순히 대구·경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이군요.
“세계는 지금 급변에 급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어요. 수도권 일극 체제로 인한 지방소멸, 인구감소, 저출생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행정통합을 이뤄야만 합니다.
TK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행정통합을 하겠다는 의지는 변화가 없습니다. 대구 240만 명, 경북 260만 명이 더해져 500만 명 수준의 인구 규모를 확보하고 국제도시 간 경쟁에 대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요.”
“대구·경북 행정통합, 주민투표로 결정 안 해도 돼”
― 이 지사는 ‘시도지사는 잠시 왔다 가는 사람이다. 자기 생각을 가지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합니다. 대구시장은 ‘주민투표를 하자. 다시 공론화위원회를 뒤늦게 만드는 것은 통합하지 말자는 것’이라 주장하죠. TK 통합에 정치적 결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TK 행정통합의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지역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는 중대 사안을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속도전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전문가, 시·군, 시도민 대표 등 충분한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도민의 뜻을 충분히 살펴볼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대구와 공통의 법안이 마련되는 즉시 서로 간의 이견과 쟁점은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시도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다듬어 가야 합니다.”
이 지사는 “시도민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는 시도의회 의결, 주민투표, 여론조사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TK 통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의견 수렴 절차로는 대의기관인 의회의 의견 청취를 최대한 우선하겠지만, 시도민의 공감대와 수용성이 낮고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어려운 경우 다양한 의견 수렴의 방식을 고려할 생각입니다.
다만, 주민투표 실시에는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고 또 시기를 놓칠 수 있으니 신중하게 검토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꼭 주민투표나 공론화위원회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합의만 잘 되면 굳이 주민투표 안 해도 돼요. 합의만 잘 되면 말이죠. 합의가 안 되고 삐그덕거리면 주민 의견을 물어보는 게 당연한 것이고요. 그래서 합의 잘 되고, 통합 청사를 어디에 두느냐를 두고 반발이 없으면 시도의회가 결정하면 됩니다. 법에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돼 있어요.
다시 말하지만, 꼭 주민투표하자고 하는 게 아니고 주민투표를 통해서 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래도 시간도 없고 돈도 많이 드니까 합의만 잘 되면 투표 없이 의회에서 통과해도 아무 상관없어요.”
이철우 지사는 합의와 절충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치력 부족한 與黨 대표
국회의원 3선 출신의 이철우 지사는 정치 실종(失踪)의 현 정치권을 어떻게 바라볼까.
습관적 탄핵과 특검, 막무가내 입법독재가 횡행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정권 끝내는 끝장 감사를 하겠다”고 선언, 여야 간 문자 그대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하고 야당 4당이 ‘탄핵 준비 연대’까지 만들었다.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불화설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여당 대표가 위기를 관리해야 되는데, 대통령과 사이가 좀 안 좋으니까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많아요.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역대 우리 당이 정권을 놓친 게 대통령하고 여당 대표가 사이가 나쁠 때 놓쳤어요. YS(金泳三)와 이회창(李會昌) 대표 사이가 나빠서 정권을 DJ(金大中)한테 뺏겼잖아요. DJ에게 넘겨놓으니까 또 노무현(盧武鉉)한테 갔어요.
그다음에 박근혜(朴槿惠)와 김무성(金武星) 대표 사이가 나빠가지고 탄핵으로 가서 정권을 놓치고 문재인(文在寅)이 된 거예요. 세 번이나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사이가 나빠서 정권을 놓쳤단 말이야.”
― 맞습니다.
“근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야. 지금 대통령을 못 바꿔. 대통령을 어떻게 바꾸냐고요. 대통령 임기가 아직 2년 반 이상 남았는데 여당 대표는 대통령을 어떻게 돕느냐를 고민해야 해요. 대통령 성격을 파악해서 어떻게 도울 것이냐, 이런 걸 연구해야 되는데, 그냥 언론에다 독대를 신청했다고 하고….
여당 대표는 독대 신청을 안 해도 자동 독대가 가능한 자리입니다. 여럿이 만났다가도 대통령께 ‘잠깐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하면 독대가 되는 거지. 그러고 전화를 해도 돼요. 그래야 긴밀한 사이가 됩니다.
정치가 공식 석상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비공식으로 만나 서로 의견을 나누어야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지. 정치를 ‘공식 석상에서 방문하겠습니다’ ‘언제 방문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그래서 여당 대표의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와 당이 좀 더 어려움을 겪는 거 아니냐….”
“총리는 정무 감각 있어야”
― 한덕수 총리의 역할론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금 굉장히 피로도가 높은 것 같아요. 내각을 다잡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현재 경험과 관록이 깊으신 한덕수 총리께서 잘 해주고 계시지만, 총리라는 자리 자체를 놓고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정무적 역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관료들이 이끌던 시대는 1980년대입니다. 90년대부터는 사실상 나라는 기업이 이끌어가고 있어요. 기업이 끌어가는 나라의 관료는 정무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정무 감각! 근데 관료주의에 빠져 있는 게 현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총리와 내각은 좀 더 정무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할 때가 됐어요.
국회에서 야당하고 싸우는 게 정부가 아닙니다. 여당하고 야당이 싸우는 거지 어떻게 정부가 야당하고 국회에서 싸우냐고요. 물론 국민이 볼 때 야당이 해도 해도 너무하니까, 야당이 얼토당토 안 한 걸로 어깃장만 계속 놓으니까, 정부가 (야당에) 대들어도 이해하는 거야. 과거 같으면 이해를 못 해요. 정상적인 나라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예요.”
― 총리나 장관이 야당 국회의원과 싸우는 게 정상적이진 않지요.
“아니 어떻게… 야당하고 싸워 투쟁력이 있다고 합니까. 그게 투쟁력이 아닙니다. 정부 관료들이 내각에서 좀 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게 정무력을 키워야 합니다.”
현재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정치적 분별력과 균형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지사의 말속에는 한숨이 섞여 있었다.
― 습관적 탄핵에다 특검, 막무가내 입법독재가 이뤄지는 게 요즘 국회의사당입니다. 일각에선 헌정(憲政) 마비가 올 것이라 우려합니다. 국회의장 역할론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OECD 국가의 국회 신뢰도 조사에서 전체 30국가 중 한국이 28위를 했다고 합니다.
“국회의장이 한쪽 편을 못 들도록 의장 당적을 무소속으로 만들었잖아요. 중진이 되면 여야를 떠나 중립적인 위치에서 국가를 생각해야 하고 그렇게 가야 되는데, 팬덤 정치에 물들어서, 그런 의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라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의장 개인이 문제가 아니고, 팬덤 정치가 지나치게 기운 상태이니 아무리 당적을 무소속으로 해놔도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그런 정치 환경이 됐다고 봅니다. 우원식 의장 본인이야 역사에 남는 의장이 되고 싶겠지요. 도저히 못 배기는, 버티지 못하는 그런 팬덤 정치하에서, 중립을 지킨다고 하는 게 매우 어려울 겁니다.”
“장관들, 현장에 와도 안 보여”
― 민생 현장에 장관들이 안 보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공직자들이 안 움직인다, 복지부동한다는 얘기 말이죠. ‘이 정권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지 않도록 너무 두드러지는 일은 가급적 맡지 마라’는 충고를 한다는 겁니다.
“장관들은 현장에 많이 와요. 와도 안 보이는 거지. 그래 쉽게 말하자면은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보이는데 누가 왔다 갔나 이게 안 보이는 거야.
공직자들이 몸을 사리는 풍토가 확연합니다. 대한민국의 공직 풍토를 바꿔야 합니다.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지금 공직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나중에 문제 삼을까, 안 삼을까부터 고민해요.
제 생각에는 중앙부처에 실장 제도가 있는데 실장이 1급 차관보 자리거든요. 그 자리는 정권과 5년간 같이 가며, 책임을 지고, 실적도 남기게 해야 합니다. 이 1급 실장들이 통솔하면 공무원들도 따라간다고 봅니다.”
이 지사는 이러한 제도의 자리 배치에 대한 도표를 수학공식을 말하듯이 또박또박 제시해주었다. 인터뷰 중에 놓친 수학공식이 있는지 새겨보았다.
이철우 도지사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경(書經)》에서 나온 ‘시원유명(視遠惟明)’을 떠올리게 했다.
‘멀리 내다보고 그 끝의 밝음을 염두에 두며 분별하자’는 뜻이다. 이러한 안목이 앞으로 대구·경북 미션뿐만 아니라 경상북도가 지방화 시대를 리드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생각이 인터뷰 내내 들었다.⊙
경북은 어떤 곳일까.
지난 10월 7일, 경북 안동 경북도청에서 기자는 32대에 이어 33대에 재선된 이철우(李喆雨) 경북도지사를 만났다. 이 도지사는 경북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지방정부”라고 소개했다. 사실 그렇다. 경북(면적 1만9030㎢ ), 강원(1만6873㎢), 전남(1만2247㎢), 경남(1만540㎢), 경기(1만184㎢) 순이다.
이 지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곳, 새마을 정신으로 나라를 잘살게 만든 동력(動力)의 공간이 경북”이라고 덧붙였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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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018년 11월부터 7년 동안 모두 300차례에 걸쳐 화요공부, 일명 화공 굿모닝 특강을 진행했다. 국내외 최고 전문가와 명사를 초빙해 공직 사회 변화를 꾀했다. 지난 9월 24일 300회 특집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초청했다. |
믿기지 않는 데이터로 들리겠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토 면적 10%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고 대기업, 대학, 언론 등 국가 핵심 역량 대부분이 집중된 현실만 생각하면 경북의 본모습이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다.
“대구를 더해 경북·대구 인구는 뉴질랜드보다 많고 면적은 이스라엘과 비슷하며 총생산도 웬만한 국가 단위에 견줄 수 있는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대 매머드 서울과 상대적 비교를 하지 않는다면 경북은 세상과, 아니 전 세계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손색이 없다. 거대 매머드 서울과 상대적 비교를 하지 않는다면 경북은 세상과, 아니 전 세계 도시와 견줘 위축될 필요가 없다. 여기다 대구를 합쳐, 대구·경북이 하나이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 대구·경북특별시 혹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 된다면, 지금 막판 산고(産苦) 중인 행정구역 통합이 성사된다면, TK는 다른 시·도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 번영의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지난 2022년 7월 1일 민선 8기 도정(道政)을 시작하는 취임식장에서 이철우 지사는 이런 말을 했었다.
“우리 경북은 여당이라면 여당이라고 양보했고 야당이라면 야당이라서 소외받아왔지만 특유의 묵묵함과 끈기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왔습니다. 이제, 우리 경북이 만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가장 앞장서서 일하고 정부도 우리의 노력에 합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수도권 병 고치지 않으면…”
이번 정부는 “지방 시대라는 모토를 갖고 새 정부를 운영할 생각”이라고 공언했지만 정부가 공약한 지방 시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불이 안 붙고 있다. 중앙정치권에서 들리는 선동과 비난 앞에 지방이니, 분권이니, 행정통합이니 하는 말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런 현실 앞에서 이철우 지사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과 함께 50년 넘게 이어온 수도권 집중의 물길을 바꾸고, 물꼬를 트는 꿈을 여전히 꾸고 싶다. “경북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지방 시대”를 꿈꾸는 마음이 현실화되기를 바란다.
― 서울로 떠난 사람을 어떻게 다시 고향으로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인지요?
“지방 사람들이 왜 서울로 갔겠어요? 돈 벌러 간 거잖아요. 돈 벌러 간 서울이 살기 팍팍한 거예요. 그래서 점점 결혼도 안 하고 아기도 안 낳고 살게 된 겁니다. 수도권 병(病)을 고치지 않으면 이 나라는 더는 발전하기 어려울 겁니다. 수도권 병 고치려고 공공기관 몇 개 옮겨놨는데 안 고쳐집니다.
세상을 안 바꾸고는 어렵습니다. 인구 정책은 세상 분위기를 바꾸는 데서 시작합니다. 서울에 돈 벌러 가서 핍박받는 생활을 하느니 경북 땅, 너른 시골에 와서 편안하게 살면서 돈 벌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는데요?
“문화를 즐기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의료 시설을 구비하면 됩니다. 또 어디 가서 편안하게 먹을 걸 만들어주면 돌아올 겁니다. 저는 확신해요. 한 20년 있으면 세상이 완전히 바뀔 겁니다. 10년 후부터 바뀌기 시작해 20년이 지나면 완전히 바뀌어서 그때가 되면 서울을 떠나는 게, 탈(脫)서울이 삶의 목표가 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중앙에 의존하는 지방자치의 헌 옷을 벗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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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4일 경북 구미시 도개면 밀밸리 특구에서 이철우 경북지사가 농업 대전환 들녘특구 성과보고를 가졌다. 이 지사가 우리 밀로 제분한 ‘경북 1호 밀가루’ 제분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
“탈서울한 사람들이 지방으로, 경북으로 오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도지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 힐링하듯 생활할 수 있는, 그리고 어디 가든 치료가 가능하고, 교육이 가능한 정주(定住)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그 준비입니다.”
이 지사는 “앞으로 드론 타고 가면 30분~1시간 안에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이 온다. 편안한 주거 문화를 만들면 그곳에 사람들이 모인다. 집도, 아파트도 다닥다닥 붙은 데서 더는 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진정한 지방화는 “중앙에 의존하는 지방자치의 헌 옷을 벗고 지방정부가 주인이 되어 스스로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이 지사는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지방에 살면서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는 삶”을 한참이나 기자에게 설명했다. 판소리에 맞춰 허벅지 장단을 맞추고 싶을 만큼 쉽고 명쾌한 비유를 들었다. 절로 탄성이 나왔다.
무엇보다 이 지사의 국가 개조(改造) 플랜이 흥미로웠다. 그의 말을 반박할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지방화 시대를 준비하며 국가 개혁도 고민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교육열이 높습니다. 그런데 껍데기 교육, 한풀이 교육이었습니다. 조선 시대 서원이나 향교가 있었지만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세종대왕이 하도 답답해 훈민정음을 만들었는데도 사용을 거의 안 했습니다. 광복 후 못 배운 한(恨)이 맺혀 학교에 다 보냈습니다. 지금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습니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30% 정도일지 모릅니다. 50%는 붕 떠버려요. 이런 얘기가 있어요. 실습 나온 서울 농대생들에게 ‘농업에 종사할 사람, 손들어보세요’ 하니 70명 중 한 사람 손들더랍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고교 전성시대 만들어야”
중·고교 수학 교사 출신의 이 지사는 “고교 전성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에게 말했어요. ‘선친인 이건희 회장은 우리나라를 일류 국가로 만들고, 일류 제품을 만들었는데 당신은 초(超)일류 국가로 만들 수 있다’고 말이죠. 어떻게? 삼성 신입사원을 고졸 출신으로 받으면 됩니다. 연구직이나 특별한 관리직 30% 내외만 대졸자로 뽑고 나머지는 고졸을 받는 겁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으면 ‘삼성대학’에 들어가 온라인으로 수업토록 하면 대한민국이 완전히 정상화될 겁니다.”
― 고졸이 사회에 직행하면 결혼하는 나이도 빨라지겠네요.
“20세에 사회에 나가 일찍 군대 다녀오면 20대 중반에 결혼도 가능하죠. 아이를 낳으면 나라에서 데려다가 키워 저출산 대책도 필요 없어집니다. 대입 학원도 다 없애야 해요. 애들한테 즐겁게 살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운동장에서 체육선생님과 뛰어놀도록 만들고 음악·미술 놀이를 가르쳐주는 학교 교육이어야 합니다. 강남 대치동 아이들을 보세요. 학교 갔다 학원 갔다 정신병원에 간다고 합니다. 이게 한국 교육의 현실입니다.”
이철우 지사는 “그런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서 무슨 큰일을 하겠나. 그러니 대한민국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요즘 농업 대전환을 강조합니다. 여든이 넘어 농사짓다 경운기 사고로 다쳐서야 농업 발전이 없습니다. 땅 가진 어르신이 계시면 ‘지금까지 농사짓는 것보다 더 드릴 테니까 땅을 내놓으시오’ 하는 겁니다. 파는 게 아니에요. 지주(地主)를 주주(株主)로 만들고 우리는 과학영농으로 해서 생산성을 2~3배 높이는 겁니다. 농민을 부자로 만들어야 젊은이들이 와서 농사를 짓습니다. 농업이 과학이고 첨단 산업이 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기업보다 스마트팜”
이 지사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 우리 경북 스마트팜, 스마트컴퍼니, 스마트㈜에 와서 일하는 게 돈도 더 벌고 나라를 더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10마지기, 15마지기식(式) 농사가 아니라 10만 평씩 이렇게 (농사를) 지어야 돼요. 이게 농업 대전환입니다. 네덜란드는 한국 영토의 41% 정도 되는데 농토 넓이는 우리보다 더 큽니다. 네덜란드가 180만 ha, 한국이 170만 ha죠. 그러나 네덜란드는 농업 수출로 380억 달러 흑자를 냈어요.”
―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우리는 360억 달러 적자가 났습니다.”
―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 나라는 대규모 첨단 산업화 농업으로 바뀌었지만, 우리나라는 옛날 농사짓던 방식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농토가 개인당 1.5ha가 돌아가는데 네덜란드는 32ha 땅에 개인이 농사를 짓고 있어요.
농사짓는 분이 도시 근로자보다 더 잘삽니다. 네덜란드의 농업 인구도 많지 않지만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8만 달러 소득에 일반 국민은 5만5000달러예요. 우리나라는 도시 근로자보다 농민이 더 못살잖아요. 우리나라 농업은 나라에서 대부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정부 지원이 없습니다. 시장 경제에 맡깁니다. 그래서 청년들 일자리를 농업 대전환을 통해 만들어야겠다, 이 말입니다.”
그는 “대통령한테도 농업 대전환을 얘기했더니 ‘경북의 농업 대전환을 전국으로 확대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경북에 내려와 현장을 둘러본 뒤 전국적 확산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충남도에서도 공무원을 보내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단다. 이 지사는 “세상은 바꿀 게 많아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 시책인 ‘혁신농업타운’은 국내 최초 주주형 이모작 공동 영농 모델로서 ‘공동 영농을 통한 소득배가’가 핵심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다. 문경 영순지구에서 벼농사만 짓던 80호 농가가 110ha의 농지를 법인 주도로 규모화하여 하절기에는 콩을, 동절기에는 양파와 감자를 심는 이모작 고소득 작목으로 전환했다. 이 지사가 숫자를 제시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단지 내 농업생산액은 기존 벼 단작(7.8억원)에 비해 3배 이상 증대된 22.7억원이 됐습니다. 법인은 지난해 연말 참여 농가에 약속한 10억 원가량의 배당금을 모두 지급했고, 올해 9월 초에는 추가 배당까지 지급했죠.”
이 외에도 이 지사는 첨단 스마트농업 확산, 미래형 사과원 조성, 가공산업 대전환 등 농업 전반에 걸쳐 혁신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경북 상주 사벌면에 위치한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청년 스마트농업 전문가를 양성하여 도내 원예 시설이 첨단화되고 있다. 사과와 마늘 등 노지작물은 데이터 기반 스마트 영농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농식품 산업은 민간 투자를 통해 외연(外延)을 확장하고, 안동소주 등 지역 전통식품 육성과 수출 확대를 통해 K-경북 푸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지요. 농산물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에서 출하·판매까지 유통 전 과정 디지털화로 유통 구조 첨단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과 산업 대전환
여기에 더해, 사과 산업 대전환도 추진 중이다. 최근 선포식도 열었는데, 기존 신경북형 사과원에서 평면 사과원(다축형)으로 바꿔 최대 사과 주산지의 명성을 이어나갈 예정이란다.
―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산림자원국을 만들었습니다. 이 기관을 신설하신 이유가 무엇인지요?
대한민국 국토에서 산림은 활용 가치가 무한한 자원이다. 산주의 80% 이상이 3ha 미만의 산림을 소유한 영세경영인인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이다. 특히, 산촌 인구는 더욱 급감하고 있어 지금 당장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만 하는 절박한 때다.
“경상북도는 전국 산림 면적의 20%, 도 전체 면적의 70%에 달하는 산림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배출권 거래 등은 산림녹화에 성공하여 풍부한 산림자원을 보유한 경북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있어요.”
임산물 총생산액은 1조3467억원(17.4%)으로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지사는 “송이, 대추, 오미자, 떫은 감, 호두 등 11개 품목의 임산물 생산량은 전국 1위”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울진 금강송 소나무 숲길 조성과 연계된 숲밥, 숙박시설 운영 등으로 연간 11억원의 주민소득을 창출하는 등 지역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지역 경제 활성화 사례도 있습니다.”
“행정통합, 대구·경북 미래 위한 불가피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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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왼쪽부터) 이상민 행안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이 지사는 “대구·경북 간 90% 이상 통합 논의에 합의했는데 시·군 권한과 청사 문제로 무산되면 역사에 죄인이 된다”고 했다.
“TK 행정통합은 광역 간 통합이라는 역사적인 첫 사례인 만큼, 기존 광역시나 도(道)보다 더 많은 권한과 특례를 부여받고 자치권을 대폭 확보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대구·경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행정통합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어요.
통합이 실현되면 TK 행정통합특별법을 근거로 중앙정부의 권한을 특례의 형태로 이양받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구와 경북이 90% 이상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TK가 하나가 되어야 하는 명제는 무엇일까요?
“현장에 살고 있는 주민이 지역 문제를 제일 잘 아는 것이 지방자치의 본질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도지사조차도 낙동강, 산업단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내 집 앞의 소나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이 모든 것을 지방정부에서 직접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또 일부는 시·군에 다시 내려주는 자치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 행정통합이 이루어지면 지방 자율성이 보장된다고 볼 수 있나요?
“행정통합을 통해 대표적으로 지역 주민과 밀접한 특별지방행정기관을 이관하고 농지·산지전용 허가 권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환경영향평가 권한 등을 통합자치단체로 이양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권한들은 수십 년 동안 중앙정부가 독점하면서 지방의 자율성을 제한해왔던 것들이죠.
지방정부가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에 따른 책임감도 커질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주민 중심적 행정으로 이어질 겁니다.”
통합 논의에 있어 대구와 경북 사이에 이견이 있다. 통합청사 운영 방식, 기초단체 자치권 범위, 통합을 위한 주민 의사 확인 절차 등 아직도 의견을 좁혀야 할 사안이 산재해 있다.
이런 도전적인 상황에서 이철우 지사는 어떤 고뇌가 있을까.
‘국가 대개조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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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는 9월 3일부터 14일까지 사랑의 온기나눔 릴레이 행사를 가졌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상주시 보건소를 찾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명절 음식 키트를 직접 준비했다. 이 지사가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통합의 본질(本質)입니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지역 통합이 아닌,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 지사는 “지적한 대로 통합청사 운영 방식이나 주민 의사 확인 절차 등에 대한 이견들도 있다. 모두 중요한 사안들이지만, 통합의 큰 그림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행정통합과 같은 중대한 결정은 시도지사 두 사람만의 의견으로 결정할 수 없어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과정일지라도 전문가, 시·군 관계자, 그리고 무엇보다 시도민 대표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대구와의 통합 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인가요?
“단순히 대구와 경북 간의 갈등이나 이해관계의 충돌로 볼 것이 아니라, 더 큰 그림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지방소멸과 수도권 일극 체제입니다. 단순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과제입니다.”
이 지사는 “TK 행정통합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 대개조의 첫걸음”이라며 힘 있는 어조로 말했다.
“대구·경북 통합, 운영은 현체제 유지”
― 대구·경북특별시가 되든, 대구·경북특별자치도가 되든 TK의 통합 청사를 대구에 두느냐 안동에 두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대구 인근의 구미·포항·경주는 대구를 원하고, 경북 북부 지역은 안동에 통합청사를 두길 원하는 절박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합청사를 대구, 안동 두 곳에 두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 상태대로 기능별로 분류하면 돼요. 도시 업무는 대구에서 하고, 농촌 업무는 안동에서 하면 됩니다.
TK 모두에게 필요한 업무는 대구와 안동에서 같이 하면 됩니다. 그렇게 시작한 다음, 10년 20년 지나면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도 있어요. 디지털 온라인 시대이니 화상회의를 하면 불편할 것도 없어요. 현재 하고 있는 걸 그대로 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 통합 청사를 대구에 두든 안동에 두든 상관없다는 의미군요.
“현 체제를 유지하자는 겁니다. 당분간 이렇게 유지하는 게 맞아요. 안 그러면, 여기서(안동이든 대구든) 청사가 어디로 떠난다고 하면 통합이 안 돼. 그렇게 하면….”
― 흡수 통합처럼 보이면 안 되겠지요.
“기능별로 통합하면 됩니다.”
― 특별시장이든 특별자치도지사의 관사(官舍)는 어디에 둬야 할까요?
“대구와 안동을 왔다 갔다 하면 되는데. 제가 볼 때 여기(안동)에 더 많이 와 있을 겁니다.”
― 이유가 무엇인가요?
“안동은 (새로 지은) 관사가 좋고, 주변 공기도 좋거든요. 어쨌든 대구든 안동이든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굳이 한 군데 못 박을 필요가 있나요?”
외국의 행정통합
― 이철우 지사께서 생각하시는 지방화 모델 국가가 있나요?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추진 중인 행정통합 사례가 TK 행정통합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프랑스는 2016년 지방행정 개혁을 통해 레지옹(Région·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에 해당)을 22개에서 13개로 통합을 이뤄냈습니다.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을 넘어 지방분권화의 일환으로 프랑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개혁에 관한 법’을 제정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레지옹으로 대폭 이양했죠.
이 결과 레지옹당 평균 인구는 300만 명에서 500만 명이 되었어요. 규모의 경제 실현, 국가 경쟁력 강화, 지역 간 격차 완화 등의 긍정적 효과를 거뒀습니다.”
― 일본의 지방분권이나 행정통합 사례는 어떤가요? 참고할 만한가요?
“일본의 경우 1943년 도쿄부와 도쿄시를 통합해 23개 특별구, 39개 시·정·촌(市·町·村)으로 구성한 제3의 광역지방정부인 도쿄도(東京都)를 출범시켰습니다. 현재 도쿄도는 시·정·촌과 특별구가 공존하는 독특한 이중구조를 통해 광역행정과 기초행정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결과 도쿄의 급격한 성장과 복잡한 도시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도쿄가 세계적인 대도시로 성장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지사의 생각이다.
그는 또 “일본 오사카부와 오사카시의 행정통합은 도쿄 일극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국가 전체의 성장을 견인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거점도시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집권형 시스템을 타파하고, 지방의 자기결정·자기책임·자기경영을 기반으로 하는 분권형 선도 도시를 구축해 일본의 제2 수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지속적인 통합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행정통합은 단순히 대구·경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이군요.
“세계는 지금 급변에 급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어요. 수도권 일극 체제로 인한 지방소멸, 인구감소, 저출생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행정통합을 이뤄야만 합니다.
TK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행정통합을 하겠다는 의지는 변화가 없습니다. 대구 240만 명, 경북 260만 명이 더해져 500만 명 수준의 인구 규모를 확보하고 국제도시 간 경쟁에 대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요.”
“대구·경북 행정통합, 주민투표로 결정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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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저출생과 전쟁’이라고 적혀 있는 도청 비서실 입구 문을 열고 있다. 경상북도는 만남부터, 출산, 돌봄,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등 저출생 전주기에 대응한 100대 실행 과제를 추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TK 행정통합의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지역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는 중대 사안을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속도전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전문가, 시·군, 시도민 대표 등 충분한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도민의 뜻을 충분히 살펴볼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대구와 공통의 법안이 마련되는 즉시 서로 간의 이견과 쟁점은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시도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다듬어 가야 합니다.”
이 지사는 “시도민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는 시도의회 의결, 주민투표, 여론조사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TK 통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의견 수렴 절차로는 대의기관인 의회의 의견 청취를 최대한 우선하겠지만, 시도민의 공감대와 수용성이 낮고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어려운 경우 다양한 의견 수렴의 방식을 고려할 생각입니다.
다만, 주민투표 실시에는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고 또 시기를 놓칠 수 있으니 신중하게 검토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꼭 주민투표나 공론화위원회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합의만 잘 되면 굳이 주민투표 안 해도 돼요. 합의만 잘 되면 말이죠. 합의가 안 되고 삐그덕거리면 주민 의견을 물어보는 게 당연한 것이고요. 그래서 합의 잘 되고, 통합 청사를 어디에 두느냐를 두고 반발이 없으면 시도의회가 결정하면 됩니다. 법에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돼 있어요.
다시 말하지만, 꼭 주민투표하자고 하는 게 아니고 주민투표를 통해서 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그래도 시간도 없고 돈도 많이 드니까 합의만 잘 되면 투표 없이 의회에서 통과해도 아무 상관없어요.”
이철우 지사는 합의와 절충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치력 부족한 與黨 대표
국회의원 3선 출신의 이철우 지사는 정치 실종(失踪)의 현 정치권을 어떻게 바라볼까.
습관적 탄핵과 특검, 막무가내 입법독재가 횡행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정권 끝내는 끝장 감사를 하겠다”고 선언, 여야 간 문자 그대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하고 야당 4당이 ‘탄핵 준비 연대’까지 만들었다.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불화설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여당 대표가 위기를 관리해야 되는데, 대통령과 사이가 좀 안 좋으니까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많아요.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역대 우리 당이 정권을 놓친 게 대통령하고 여당 대표가 사이가 나쁠 때 놓쳤어요. YS(金泳三)와 이회창(李會昌) 대표 사이가 나빠서 정권을 DJ(金大中)한테 뺏겼잖아요. DJ에게 넘겨놓으니까 또 노무현(盧武鉉)한테 갔어요.
그다음에 박근혜(朴槿惠)와 김무성(金武星) 대표 사이가 나빠가지고 탄핵으로 가서 정권을 놓치고 문재인(文在寅)이 된 거예요. 세 번이나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사이가 나빠서 정권을 놓쳤단 말이야.”
― 맞습니다.
“근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야. 지금 대통령을 못 바꿔. 대통령을 어떻게 바꾸냐고요. 대통령 임기가 아직 2년 반 이상 남았는데 여당 대표는 대통령을 어떻게 돕느냐를 고민해야 해요. 대통령 성격을 파악해서 어떻게 도울 것이냐, 이런 걸 연구해야 되는데, 그냥 언론에다 독대를 신청했다고 하고….
여당 대표는 독대 신청을 안 해도 자동 독대가 가능한 자리입니다. 여럿이 만났다가도 대통령께 ‘잠깐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하면 독대가 되는 거지. 그러고 전화를 해도 돼요. 그래야 긴밀한 사이가 됩니다.
정치가 공식 석상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비공식으로 만나 서로 의견을 나누어야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지. 정치를 ‘공식 석상에서 방문하겠습니다’ ‘언제 방문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그래서 여당 대표의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와 당이 좀 더 어려움을 겪는 거 아니냐….”
“총리는 정무 감각 있어야”
― 한덕수 총리의 역할론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금 굉장히 피로도가 높은 것 같아요. 내각을 다잡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현재 경험과 관록이 깊으신 한덕수 총리께서 잘 해주고 계시지만, 총리라는 자리 자체를 놓고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정무적 역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관료들이 이끌던 시대는 1980년대입니다. 90년대부터는 사실상 나라는 기업이 이끌어가고 있어요. 기업이 끌어가는 나라의 관료는 정무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정무 감각! 근데 관료주의에 빠져 있는 게 현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총리와 내각은 좀 더 정무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할 때가 됐어요.
국회에서 야당하고 싸우는 게 정부가 아닙니다. 여당하고 야당이 싸우는 거지 어떻게 정부가 야당하고 국회에서 싸우냐고요. 물론 국민이 볼 때 야당이 해도 해도 너무하니까, 야당이 얼토당토 안 한 걸로 어깃장만 계속 놓으니까, 정부가 (야당에) 대들어도 이해하는 거야. 과거 같으면 이해를 못 해요. 정상적인 나라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예요.”
― 총리나 장관이 야당 국회의원과 싸우는 게 정상적이진 않지요.
“아니 어떻게… 야당하고 싸워 투쟁력이 있다고 합니까. 그게 투쟁력이 아닙니다. 정부 관료들이 내각에서 좀 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게 정무력을 키워야 합니다.”
현재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정치적 분별력과 균형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지사의 말속에는 한숨이 섞여 있었다.
― 습관적 탄핵에다 특검, 막무가내 입법독재가 이뤄지는 게 요즘 국회의사당입니다. 일각에선 헌정(憲政) 마비가 올 것이라 우려합니다. 국회의장 역할론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OECD 국가의 국회 신뢰도 조사에서 전체 30국가 중 한국이 28위를 했다고 합니다.
“국회의장이 한쪽 편을 못 들도록 의장 당적을 무소속으로 만들었잖아요. 중진이 되면 여야를 떠나 중립적인 위치에서 국가를 생각해야 하고 그렇게 가야 되는데, 팬덤 정치에 물들어서, 그런 의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라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의장 개인이 문제가 아니고, 팬덤 정치가 지나치게 기운 상태이니 아무리 당적을 무소속으로 해놔도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그런 정치 환경이 됐다고 봅니다. 우원식 의장 본인이야 역사에 남는 의장이 되고 싶겠지요. 도저히 못 배기는, 버티지 못하는 그런 팬덤 정치하에서, 중립을 지킨다고 하는 게 매우 어려울 겁니다.”
“장관들, 현장에 와도 안 보여”
― 민생 현장에 장관들이 안 보인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공직자들이 안 움직인다, 복지부동한다는 얘기 말이죠. ‘이 정권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지 않도록 너무 두드러지는 일은 가급적 맡지 마라’는 충고를 한다는 겁니다.
“장관들은 현장에 많이 와요. 와도 안 보이는 거지. 그래 쉽게 말하자면은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보이는데 누가 왔다 갔나 이게 안 보이는 거야.
공직자들이 몸을 사리는 풍토가 확연합니다. 대한민국의 공직 풍토를 바꿔야 합니다.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지금 공직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나중에 문제 삼을까, 안 삼을까부터 고민해요.
제 생각에는 중앙부처에 실장 제도가 있는데 실장이 1급 차관보 자리거든요. 그 자리는 정권과 5년간 같이 가며, 책임을 지고, 실적도 남기게 해야 합니다. 이 1급 실장들이 통솔하면 공무원들도 따라간다고 봅니다.”
이 지사는 이러한 제도의 자리 배치에 대한 도표를 수학공식을 말하듯이 또박또박 제시해주었다. 인터뷰 중에 놓친 수학공식이 있는지 새겨보았다.
이철우 도지사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경(書經)》에서 나온 ‘시원유명(視遠惟明)’을 떠올리게 했다.
‘멀리 내다보고 그 끝의 밝음을 염두에 두며 분별하자’는 뜻이다. 이러한 안목이 앞으로 대구·경북 미션뿐만 아니라 경상북도가 지방화 시대를 리드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생각이 인터뷰 내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