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상속·증여세 개편안은 공제한도 높이는 방향
⊙ “상속세를 증여세처럼 취득과세 방식으로 해야 이중과세 오해 벗어”
⊙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내는 사람 매년 늘고 있어
羅喆好
한양대 경영학과 졸업,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석사, 한양대 경영학 박사 / 現 재정회계법인 대표, 한국세무학회 부회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대법원 감사위원회 위원 / 저서 《상속을 지금 준비하라》
⊙ “상속세를 증여세처럼 취득과세 방식으로 해야 이중과세 오해 벗어”
⊙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내는 사람 매년 늘고 있어
羅喆好
한양대 경영학과 졸업,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석사, 한양대 경영학 박사 / 現 재정회계법인 대표, 한국세무학회 부회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대법원 감사위원회 위원 / 저서 《상속을 지금 준비하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상속세 납부자 비율이 10%대에 진입할 조짐입니다. 자식에 대한 상속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상속·증여세 관련 전문가인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가 힘줘 말했다. 그는 책, 강연, 유튜브를 통해 ‘준비된 상속은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라고 호소한다. 나 대표가 2017년도에 집필한 《상속을 지금 준비하라》는 베스트셀러로 뽑혀 올해까지 8번째 개정판을 냈고, 10월 11일에 대전DCC, 18일에는 부산벡스코, 26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상속·증여 관련 강의를 할 예정이다. 나 대표는 유튜브 ‘나철호의 상속증여’를 통해 상속과 증여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는 데 애쓰고 있다. 상속·증여 및 부동산 세제에 특화된 재정회계법인을 이끌고 있는 나철호 대표를 지난 8월 27일 서울 서초구 역삼동 본사에서 만났다.
10억원 공제에서 17억원 공제로
정부는 지난 7월 상속증여세(이하 상증세) 개편안을 내놨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행과는 큰 차이가 있어 관심이 쏠린다. 현재의 상증법은 상속인에게 2억원의 기초공제와 인적공제(자녀 1인당 5000만원 등)를 제공하며,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합친 금액이 5억원 미만이면 5억원을 일괄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배우자가 상속받은 경우에 법정 상속 지분 등을 고려해 최소 5억원의 배우자 상속공제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보통 인적공제가 5억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일괄공제 5억원으로 간다. 나철호 대표의 얘기다.
“올해 정부 개편안의 핵심은 인적공제가 속한 자녀공제를 현재의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린다는 것입니다.”
― 세금을 덜 내도록 한다는 것이죠?
“네. 자녀가 한 명인 경우라도 기초공제 2억원에 자녀공제 5억원이 더해져 7억원이 되니까, 현행 일괄공제 5억원보다 커집니다. 자녀가 2명이면 12억원, 3명이면 17억원으로 늘어납니다. 가령 자녀가 둘인 가구에 부모님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배우자공제 5억원과 기초공제 2억원, 자녀공제 10억원이 적용돼 총 17억원이 공제됩니다.”
― 현재 상속세는 얼마 이상이면 부과됩니까.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배우자 없이 자녀만 있으면 5억원, 배우자와 자녀가 있으면 10억원(배우자공제 5억원 적용)인 경우에 부과되니 개정안이 통과되면 훨씬 공제가 커지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세율 조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 세율을 낮추는 방향인가요?
“현행 상속세 최고 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 이상일 때 50%인데, 개정안에서는 최고 세율을 40%로 낮췄습니다. 과세표준이 10억원 이상이면 40%가 적용되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이것이 최고 세율이 됩니다. 또 최대주주 할증과세 20%도 폐지하는 것으로 제안됐습니다.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 부자들만 혜택을 보는 건가요?
“아닙니다. 10%가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했는데, 이 부분은 중산층에게 혜택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 여야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죠?
“더불어민주당은 세율 인하를 반대하고 있지만 공제액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입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林光鉉) 민주당 의원은 일괄공제액을 8억원으로, 배우자공제를 10억원으로 올리는 안을 내놨습니다. 국민의힘은 정부안과 비슷한 입장인데 공제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송언석(宋彦錫) 국민의힘 의원은 일괄공제, 배우자공제를 각각 1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내놨습니다.”
― 양당 모두 공제액을 올리는 방안엔 합의한 셈이군요.
“네. 다만 민주당이 다수당이라 최고 세율 인하는 어렵지 싶습니다. 공제 방식을 ‘자녀공제 확대냐,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확대냐’의 문제가 남는데 아무래도 후자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현재 피상속인은 80세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상속을 받는 사람들도 보통 50세가 넘습니다. 지금 자녀공제를 늘린다고 저출산 대책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피상속인의 자녀수는 통제 불가능한 요소이기 때문에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확대하는 쪽으로 의견이 많이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 지난해에도 주요 세법이 개정됐죠?
“지난해 말에 국회는 혼인·출산 및 가업 승계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상증세를 개정했습니다. 자녀의 혼인 또는 출산 비용 지원으로 인한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혼인하는 경우, 출산하는 경우, 혼인 및 출산하는 경우 납세 의무자가 1억원 한도 내에서 증여재산공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 가업 승계로 발생하는 증여세에 대해 자율과세 구간과 연부연납 기간을 확대해 세 부담을 완화했습니다.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저율과세 구간은 현행 60억원에서 120억원 이하로, 가업 승계 증여세 연부연납은 현행 5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났습니다.”
“상속세율은 높은 수준 아냐”
국세통계에 의한 2023년 말을 기준으로 전체 피상속인 29만2545명 중 상속세 납부자 수는 1만9944명(전체의 6.82%)이다. 전년보다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4200명 정도 늘었다. 상속재산가액 증가로 상속세 납부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상속세 얘기가 나오면 으레 높다고 합니다.
“국가별 상속세율은 일본 55%, 한국 50%, 프랑스 45%, 미국 40% 순(順)으로 우리나라가 두 번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상속세율은 해당 나라의 최고 세율을 말합니다. 즉 명목세율(법정세율)의 최고값입니다. 하지만 명목세율이 아니라 실부담세율(실제로 부담한 세율)로 판단해보면 2021년을 제외하고는 약 17~24% 사이입니다. 2021년은 고(故)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 상속으로 인한 일시적 효과로 상승했고, 이를 제외하면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 상속세가 이중과세라고도 합니다만.
“그건 아닙니다. 여기서 이중과세의 취지는 아버지가 소득세를 내면서 재산을 형성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유만으로 자식한테 물려줄 때 또 세금을 매기는 것이 맞느냐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아버지 재산이 자녀에게 넘어가는 것은 명의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이중과세는 아닙니다. 그런데 과세 방식이 돌아가신 아버님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중과세인 양 오해가 되는 겁니다. 이걸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면 이중과세라는 오해를 벗고, 또 국민들의 조세 저항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속세를 증여세 방식으로 해야 납부 세액 줄어
― 상증세 전문가이신데 우리나라 상속세가 어떤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첫째, 현재의 유산세 방식인 상속세를 증여세처럼 취득과세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사망한 분의 재산에 대해 과세되는 세금입니다. 반면 증여세는 증여받은 사람이 증여받은 재산만큼만 세금을 냅니다. 따라서 상속세는 상속인이 몇 명이든 상관없이 상속되는 전체 재산에 대해 세금을 매깁니다. 즉 상속인이 2명이든, 5명이든 상속인 숫자는 상속세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가령 상속세 과세표준이 10억원인 경우 유산세 방식에서는 1명이 받으나 5명이 받으나 전체 상속세는 2억4000만원입니다. 하지만 상속세를 증여세처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하면, 한 명이 받으면 2억4000만원이지만 5명이 받으면 각각 3000만원씩 과세가 되어 총 내야 할 금액이 1억5000만원입니다.”
― 상속이나 증여나 물려주는 것은 같은데 과세 체계가 완전히 다르네요.
“우리나라는 증여세, 상속세 과세 체계가 유일하게 다른 나라입니다. 증여세는 증여를 받은 수증자를 기준으로 계산하고, 상속세는 돌아가신 분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결국 증여는 증여를 받은 사람의 취득과세인 만큼 상속도 상속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부동산 상속세는 자본이득세처럼 바꿔야”
― 또 바꿔야 할 것으로 꼽으시는 것이 있나요?
“상속세가 늘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 때문입니다. 상속재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60~70%, 나머지는 금융·주식·보험·예금 정도입니다. 상속을 받으면 6개월 이내에 신고 납부를 해야 합니다. 연부연납 제도가 있지만 재산을 물려받았을 때 세금을 낼 돈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주장은 세금은 부동산이 팔렸을 때 과세하라는 겁니다. 자본이득세와 같은 개념입니다.”
― 집값이 올라서 서울에 집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가 부과되고 있죠.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빚을 내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가령 노부부 중 한쪽이 사망해서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상속받는 경우를 보죠. 중산층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 집을 팔아야 합니다. 주거와 생활 안정까지 위협받게 됩니다. 이것은 상속공제와 세율구간 등 상속세 과세 체계가 1990년대 말부터 바뀌지 않아서 그동안의 자산 가치와 소득 증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중산층에게까지 세금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다 보니 조세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죠.
“저는 국민들의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국가 정책이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세금을 유예해주고, 대신에 이득이 생겼을 때 세금을 내도록 꼬리표를 달아놓으면 됩니다. 재산 처분이 실현됐을 때 돈을 내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끝으로 상속증여 세율을 조금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결과적으로 다 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향이네요.
“기본적으로 절세(節稅)하면 우리나라 수입이 줄어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내면 음성화된 것이 양성화되어 세수 차원에서 결코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절세는 탈세와 다릅니다. 저는 국세청에서 절세 전략을 대대적으로 광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속세 신고 불성실하면 가산세
세금은 신고납부기한이 존재한다. 상속세 납세 의무는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일(사망일 또는 실종선고일)에 성립하며,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피상속인이나 상속인 전원이 외국에 주소를 둔 경우에는 9개월)에 신고, 납부해야 한다. 세무서장 등은 상속세 신고기한으로부터 9개월 이내에 납세자가 신고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한다. 통상 신고기한으로부터 1년 후에 결정된다. 나철호 대표의 얘기다.
“상속세를 낮춰서 신고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얘기를 간혹 듣는데 결국 세무서로부터 신고불성실 등으로 가산세 추징을 당하게 됩니다. 상속세는 신고서를 접수한 다음에 과세관청의 조사 결정에 의해서 납세 의무가 확정되는 세목입니다. 특히 고액의 상속인은 상속 개시 후 5년 동안 사후 관리에 각별히 유념해야 합니다.”
― 분납은 가능한가요?
“2번에 나눠서 분납하거나, 10년에 걸쳐 11번 나누는 연부연납이 가능합니다. 비(非)유동자산을 현금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납부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 상속재산가를 두고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속재산 평가의 대원칙은 시가(市價)입니다. 시가는 특정 가격이 아니라 하한가에서 상한가까지 설정돼 있습니다. 가령 10억원대인 아파트 시가는 통상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시가 판단이 늘 다툼의 대상으로 조세 불복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죠. 반면 토지, 단독주택, 일반건물, 상가 등은 기준시가로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상속이나 증여 시 세 부담이 시가 적용 때보다 적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속과 증여를 섞으면 절세효과 커”
―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살아 계실 때 미리 준비하라’는 얘기를 많이 하더군요.
“많은 분이 상속은 죽음에 임박해서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때 상속을 준비하면 늦습니다. 특히 사전에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돌아가시기 최소 10년 전에는 준비해야 합니다. 상속인이 증여를 하고 나서 10년 안에 사망하면, 사전 증여한 재산이 상속재산에 합산되어 과세됩니다. 절세를 위해 사전 증여를 하려면 최소한 10년 전에 해야 하고, 사전 증여 후에 10년 동안 건강하게 살다가 돌아가시는 것이 자녀들을 위한 가장 큰 선물입니다. 또 부모가 살아 계실 때 증여를 하면 과세가 되지 않는 비과세를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가정주부인 부인에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지급하거나, 백수인 자녀에게 줄 때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비과세가 증여됩니다. 생활비는 증여로 인정되어 증여공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 자식 간의 금전소비대차가 너무 많은데 이럴 때는 반드시 자녀가 부모에게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세법에서 규정한 이자율은 4.6%지만 2억원 이하의 금전소비대차는 1% 이상을 주고받으면 됩니다.”
― 상속세도 그렇고 세금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일이 대부분 아닙니까.
“돈을 쓰면 소명하는 절차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가령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현금 1억원을 5만원짜리로 전부 인출해서 사용했다고 칩시다. 만약 인출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돌아가시면 상속재산으로 합산되어 상속인인 자식들이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면 그 돈의 사용처를 국세청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빠집니다. 이런 디테일한 것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저는 항상 ‘상속을 지금 준비하라’고 조언합니다.”
― 특히 자산이 많은 분들이 그렇죠.
“자산이 많은 분들은 오랜 기간을 두고 증여를 통해 상속재산을 줄이는 계획을 짜야 합니다. 증여와 상속을 적절히 섞으면 절세액이 상당해지는데, 저는 적정사전증여비율(Golden Ratio)을 만들었습니다. 자산 수준에 따라 적정한 사전증여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증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 자식 간에 상속재산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는 상속재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꼭 이뤄져야 합니다. 상속을 지금 준비하는 것이 가족에 대한 진정한 사랑입니다.”⊙
상속·증여세 관련 전문가인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가 힘줘 말했다. 그는 책, 강연, 유튜브를 통해 ‘준비된 상속은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라고 호소한다. 나 대표가 2017년도에 집필한 《상속을 지금 준비하라》는 베스트셀러로 뽑혀 올해까지 8번째 개정판을 냈고, 10월 11일에 대전DCC, 18일에는 부산벡스코, 26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상속·증여 관련 강의를 할 예정이다. 나 대표는 유튜브 ‘나철호의 상속증여’를 통해 상속과 증여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는 데 애쓰고 있다. 상속·증여 및 부동산 세제에 특화된 재정회계법인을 이끌고 있는 나철호 대표를 지난 8월 27일 서울 서초구 역삼동 본사에서 만났다.
10억원 공제에서 17억원 공제로
정부는 지난 7월 상속증여세(이하 상증세) 개편안을 내놨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행과는 큰 차이가 있어 관심이 쏠린다. 현재의 상증법은 상속인에게 2억원의 기초공제와 인적공제(자녀 1인당 5000만원 등)를 제공하며,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합친 금액이 5억원 미만이면 5억원을 일괄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배우자가 상속받은 경우에 법정 상속 지분 등을 고려해 최소 5억원의 배우자 상속공제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보통 인적공제가 5억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일괄공제 5억원으로 간다. 나철호 대표의 얘기다.
“올해 정부 개편안의 핵심은 인적공제가 속한 자녀공제를 현재의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린다는 것입니다.”
― 세금을 덜 내도록 한다는 것이죠?
“네. 자녀가 한 명인 경우라도 기초공제 2억원에 자녀공제 5억원이 더해져 7억원이 되니까, 현행 일괄공제 5억원보다 커집니다. 자녀가 2명이면 12억원, 3명이면 17억원으로 늘어납니다. 가령 자녀가 둘인 가구에 부모님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배우자공제 5억원과 기초공제 2억원, 자녀공제 10억원이 적용돼 총 17억원이 공제됩니다.”
― 현재 상속세는 얼마 이상이면 부과됩니까.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배우자 없이 자녀만 있으면 5억원, 배우자와 자녀가 있으면 10억원(배우자공제 5억원 적용)인 경우에 부과되니 개정안이 통과되면 훨씬 공제가 커지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세율 조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 세율을 낮추는 방향인가요?
“현행 상속세 최고 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 이상일 때 50%인데, 개정안에서는 최고 세율을 40%로 낮췄습니다. 과세표준이 10억원 이상이면 40%가 적용되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이것이 최고 세율이 됩니다. 또 최대주주 할증과세 20%도 폐지하는 것으로 제안됐습니다.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 부자들만 혜택을 보는 건가요?
“아닙니다. 10%가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했는데, 이 부분은 중산층에게 혜택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 여야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죠?
“더불어민주당은 세율 인하를 반대하고 있지만 공제액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입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林光鉉) 민주당 의원은 일괄공제액을 8억원으로, 배우자공제를 10억원으로 올리는 안을 내놨습니다. 국민의힘은 정부안과 비슷한 입장인데 공제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송언석(宋彦錫) 국민의힘 의원은 일괄공제, 배우자공제를 각각 1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내놨습니다.”
― 양당 모두 공제액을 올리는 방안엔 합의한 셈이군요.
“네. 다만 민주당이 다수당이라 최고 세율 인하는 어렵지 싶습니다. 공제 방식을 ‘자녀공제 확대냐,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확대냐’의 문제가 남는데 아무래도 후자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현재 피상속인은 80세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상속을 받는 사람들도 보통 50세가 넘습니다. 지금 자녀공제를 늘린다고 저출산 대책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피상속인의 자녀수는 통제 불가능한 요소이기 때문에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확대하는 쪽으로 의견이 많이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 지난해에도 주요 세법이 개정됐죠?
“지난해 말에 국회는 혼인·출산 및 가업 승계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상증세를 개정했습니다. 자녀의 혼인 또는 출산 비용 지원으로 인한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혼인하는 경우, 출산하는 경우, 혼인 및 출산하는 경우 납세 의무자가 1억원 한도 내에서 증여재산공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 가업 승계로 발생하는 증여세에 대해 자율과세 구간과 연부연납 기간을 확대해 세 부담을 완화했습니다.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저율과세 구간은 현행 60억원에서 120억원 이하로, 가업 승계 증여세 연부연납은 현행 5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났습니다.”
“상속세율은 높은 수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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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상속을 지금 준비하라》 |
― 상속세 얘기가 나오면 으레 높다고 합니다.
“국가별 상속세율은 일본 55%, 한국 50%, 프랑스 45%, 미국 40% 순(順)으로 우리나라가 두 번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상속세율은 해당 나라의 최고 세율을 말합니다. 즉 명목세율(법정세율)의 최고값입니다. 하지만 명목세율이 아니라 실부담세율(실제로 부담한 세율)로 판단해보면 2021년을 제외하고는 약 17~24% 사이입니다. 2021년은 고(故)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 상속으로 인한 일시적 효과로 상승했고, 이를 제외하면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 상속세가 이중과세라고도 합니다만.
“그건 아닙니다. 여기서 이중과세의 취지는 아버지가 소득세를 내면서 재산을 형성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유만으로 자식한테 물려줄 때 또 세금을 매기는 것이 맞느냐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아버지 재산이 자녀에게 넘어가는 것은 명의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이중과세는 아닙니다. 그런데 과세 방식이 돌아가신 아버님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중과세인 양 오해가 되는 겁니다. 이걸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면 이중과세라는 오해를 벗고, 또 국민들의 조세 저항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속세를 증여세 방식으로 해야 납부 세액 줄어
― 상증세 전문가이신데 우리나라 상속세가 어떤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첫째, 현재의 유산세 방식인 상속세를 증여세처럼 취득과세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사망한 분의 재산에 대해 과세되는 세금입니다. 반면 증여세는 증여받은 사람이 증여받은 재산만큼만 세금을 냅니다. 따라서 상속세는 상속인이 몇 명이든 상관없이 상속되는 전체 재산에 대해 세금을 매깁니다. 즉 상속인이 2명이든, 5명이든 상속인 숫자는 상속세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가령 상속세 과세표준이 10억원인 경우 유산세 방식에서는 1명이 받으나 5명이 받으나 전체 상속세는 2억4000만원입니다. 하지만 상속세를 증여세처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하면, 한 명이 받으면 2억4000만원이지만 5명이 받으면 각각 3000만원씩 과세가 되어 총 내야 할 금액이 1억5000만원입니다.”
― 상속이나 증여나 물려주는 것은 같은데 과세 체계가 완전히 다르네요.
“우리나라는 증여세, 상속세 과세 체계가 유일하게 다른 나라입니다. 증여세는 증여를 받은 수증자를 기준으로 계산하고, 상속세는 돌아가신 분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결국 증여는 증여를 받은 사람의 취득과세인 만큼 상속도 상속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부동산 상속세는 자본이득세처럼 바꿔야”
― 또 바꿔야 할 것으로 꼽으시는 것이 있나요?
“상속세가 늘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 때문입니다. 상속재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60~70%, 나머지는 금융·주식·보험·예금 정도입니다. 상속을 받으면 6개월 이내에 신고 납부를 해야 합니다. 연부연납 제도가 있지만 재산을 물려받았을 때 세금을 낼 돈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주장은 세금은 부동산이 팔렸을 때 과세하라는 겁니다. 자본이득세와 같은 개념입니다.”
― 집값이 올라서 서울에 집 한 채만 있어도 상속세가 부과되고 있죠.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빚을 내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가령 노부부 중 한쪽이 사망해서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상속받는 경우를 보죠. 중산층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 집을 팔아야 합니다. 주거와 생활 안정까지 위협받게 됩니다. 이것은 상속공제와 세율구간 등 상속세 과세 체계가 1990년대 말부터 바뀌지 않아서 그동안의 자산 가치와 소득 증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중산층에게까지 세금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다 보니 조세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죠.
“저는 국민들의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국가 정책이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세금을 유예해주고, 대신에 이득이 생겼을 때 세금을 내도록 꼬리표를 달아놓으면 됩니다. 재산 처분이 실현됐을 때 돈을 내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끝으로 상속증여 세율을 조금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결과적으로 다 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향이네요.
“기본적으로 절세(節稅)하면 우리나라 수입이 줄어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내면 음성화된 것이 양성화되어 세수 차원에서 결코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절세는 탈세와 다릅니다. 저는 국세청에서 절세 전략을 대대적으로 광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속세 신고 불성실하면 가산세
세금은 신고납부기한이 존재한다. 상속세 납세 의무는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일(사망일 또는 실종선고일)에 성립하며,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피상속인이나 상속인 전원이 외국에 주소를 둔 경우에는 9개월)에 신고, 납부해야 한다. 세무서장 등은 상속세 신고기한으로부터 9개월 이내에 납세자가 신고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한다. 통상 신고기한으로부터 1년 후에 결정된다. 나철호 대표의 얘기다.
“상속세를 낮춰서 신고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얘기를 간혹 듣는데 결국 세무서로부터 신고불성실 등으로 가산세 추징을 당하게 됩니다. 상속세는 신고서를 접수한 다음에 과세관청의 조사 결정에 의해서 납세 의무가 확정되는 세목입니다. 특히 고액의 상속인은 상속 개시 후 5년 동안 사후 관리에 각별히 유념해야 합니다.”
― 분납은 가능한가요?
“2번에 나눠서 분납하거나, 10년에 걸쳐 11번 나누는 연부연납이 가능합니다. 비(非)유동자산을 현금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납부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 상속재산가를 두고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속재산 평가의 대원칙은 시가(市價)입니다. 시가는 특정 가격이 아니라 하한가에서 상한가까지 설정돼 있습니다. 가령 10억원대인 아파트 시가는 통상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시가 판단이 늘 다툼의 대상으로 조세 불복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죠. 반면 토지, 단독주택, 일반건물, 상가 등은 기준시가로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상속이나 증여 시 세 부담이 시가 적용 때보다 적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속과 증여를 섞으면 절세효과 커”
―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살아 계실 때 미리 준비하라’는 얘기를 많이 하더군요.
“많은 분이 상속은 죽음에 임박해서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때 상속을 준비하면 늦습니다. 특히 사전에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돌아가시기 최소 10년 전에는 준비해야 합니다. 상속인이 증여를 하고 나서 10년 안에 사망하면, 사전 증여한 재산이 상속재산에 합산되어 과세됩니다. 절세를 위해 사전 증여를 하려면 최소한 10년 전에 해야 하고, 사전 증여 후에 10년 동안 건강하게 살다가 돌아가시는 것이 자녀들을 위한 가장 큰 선물입니다. 또 부모가 살아 계실 때 증여를 하면 과세가 되지 않는 비과세를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가정주부인 부인에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지급하거나, 백수인 자녀에게 줄 때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비과세가 증여됩니다. 생활비는 증여로 인정되어 증여공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 자식 간의 금전소비대차가 너무 많은데 이럴 때는 반드시 자녀가 부모에게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세법에서 규정한 이자율은 4.6%지만 2억원 이하의 금전소비대차는 1% 이상을 주고받으면 됩니다.”
― 상속세도 그렇고 세금 절차가 너무 복잡해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일이 대부분 아닙니까.
“돈을 쓰면 소명하는 절차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가령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현금 1억원을 5만원짜리로 전부 인출해서 사용했다고 칩시다. 만약 인출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돌아가시면 상속재산으로 합산되어 상속인인 자식들이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면 그 돈의 사용처를 국세청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빠집니다. 이런 디테일한 것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저는 항상 ‘상속을 지금 준비하라’고 조언합니다.”
― 특히 자산이 많은 분들이 그렇죠.
“자산이 많은 분들은 오랜 기간을 두고 증여를 통해 상속재산을 줄이는 계획을 짜야 합니다. 증여와 상속을 적절히 섞으면 절세액이 상당해지는데, 저는 적정사전증여비율(Golden Ratio)을 만들었습니다. 자산 수준에 따라 적정한 사전증여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증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 자식 간에 상속재산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는 상속재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꼭 이뤄져야 합니다. 상속을 지금 준비하는 것이 가족에 대한 진정한 사랑입니다.”⊙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가 답하는 상속과 증여 Q. 상속과 증여의 차이는 뭔가. A. “상속은 돌아가시면 발생하고, 증여는 생전에 발생한다. 공짜로 주는 것인데 부모 생전에 자식에게 주면 증여고, 돌아가시면 상속이다.” Q. 상속인과 피상속인은 뭔가. A. “상속을 받는 사람이 상속인, 돌아가신 분이 피상속인이다.” Q. 상속세와 증여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 A. “상속세는 돌아가신 분(피상속인)을 기준으로 부과되고, 증여세는 수증자(받는 사람)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Q. 이것이 세금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A. “상속세는 돌아가신 분의 재산 자체가 줄어들어야 세금도 줄어든다. 하지만 증여세는 수증자가 늘어날수록 세금이 줄어든다.” Q. OECD 국가는 모두 상속세가 있나. A. “24개 국가에 상속세가 있다. 이 중 우리나라처럼 돌아가신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나라는 미국, 영국, 덴마크 등 세 곳이다.” Q. 우리나라 세율은 어떤가. A. “상속·증여세는 최저 10~최고 50% 세율 구조를 갖고 있다. 1억원은 10%, 5억원까지는 20%, 10억원까지는 30%, 30억원 초과는 50%가 적용된다.” Q. 10억을 한 명에게 증여할 때, 여러 사람에게 증여할 때 어떤 차이가 있나. A. “10억을 장남 한 명에게 증여하면 2억2000만원이 나온다. 장남과 며느리에게 각각 5억원씩 증여하면 5500만원이 줄어든다. 장남, 며느리, 손주 한 명, 손녀 한 명에게 증여하면 7700만원이 줄어든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그렇다.” Q. 상속 전에 증여하면 절세가 되나. A.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상속과 증여를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