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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서울대 수의학과 천명선 교수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떠난다. 예정된 이별을 잘 준비해야 한다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libert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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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 된 첫째를 시작으로 고양이 5마리 키워… 3마리는 길고양이
⊙ 반려동물 증가와 출산율 감소는 상관관계 없어
⊙ 유럽은 동물복지 제품이 더 인기… 한국도 동물복지 관심 가져야
⊙ 31년 만의 수의사 윤리강령 개정 주도하며 수의사의 사회적 책무 강조
⊙ 캣맘 혐오, 과거 마녀사냥 떠올라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천명선 교수. 수의인문사회학을 전공한 천 교수는 수의 윤리, 인간동물학을 가르친다.
  수의대생이 수의사가 되려면 동물 치료에 관한 지식, 기술만으론 부족하다. 동물(수의) 윤리와 함께 수의사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한다. 수의(獸醫) 윤리를 연구하는 분야를 ‘수의인문사회학’이라고 하는데,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인문학 관점에서 다룬다. 동물의 질병과 건강을 생물학적 관점과 역사, 문화, 사회적 측면에서 연구하는 학제(學際) 융합 학문이다. 우리나라에는 10개 수의과대학이 있는데 유일하게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수의인문사회학 과정을 2017년 개설했다.
 
  서울대 수의대 천명선 교수는 수의인문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국내 유일 전임 교원이다. 서울대 입학본부장을 맡고 있는 천 교수는 “동물이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하다”고 강조하며 ‘우리(사람)는 지구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 6월에는 수의인문학,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연구하는 ‘인간동물학(Anthrozoology)’을 쉽게 풀어쓴 《우리는 지구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21세기북스)를 펴냈다.
 
  천 교수는 생물 과목을 좋아해 서울대 수의대로 진학했다. 수의학과를 졸업하고는 동물병원 대신 보건행정대학원에서 환경보건학(식품위생전공)을 공부했다. 석사 과정 중 수의과학검역원에 수의직 공무원으로 입사해 동물군(群)을 다루는 분야에서 2년가량 일했다. 당시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제도가 막 도입되던 시기였는데 천 교수는 축산물 위생 기준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행정과 실험을 했다.
 
 
  독일에서 수의역사학 공부
 
천명선 교수는 지난 6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연구하는 ‘인간동물학(Anthrozoology)’을 쉽게 풀어쓴 《우리는 지구에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21세기북스)를 펴냈다.
  천명선 교수는 대학원에서 ‘보건사(保健史)’를 공부하던 중 ‘수의사학(獸醫史學)도 공부해보라’는 교수의 권유로 수의인문학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후 독일로 가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에서 수의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천 교수는 독일에서 수의학을 공부할 때 현대 수의학은 치료 기술에 중점을 두지만, 과거에는 동물 치료와 윤리를 함께 다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국회 모임 ‘동심(動心, 회장 황세원)’과 함께 천명선 교수를 만났다. 2020년 설립된 동심은 국회 보좌진, 국회사무처 직원, 기자 등으로 구성된 국회 내 초당적 동물복지 연구모임 단체다.
 
  천 교수는 최근 사용하는 ‘동물권(動物權·동물의 기본적 권리와 복지를 보장하는 개념)’ ‘동물복지’라는 용어에 대해 “명확한 개념 정의가 없이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뚜렷한 실체가 없는 용어를 쓰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부른다”고 했다.
 
  “저는 ‘동물권’이라는 용어를 잘 쓰지 않아요. 말 자체도 무겁습니다. ‘사람이 동물에게 주는 권리’ ‘동물이 누리는 권리’는 사실 거의 없어요. ‘인권’이라는 말처럼 동물권이라는 용어를 쓰면 사람들은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오해합니다. ‘권리가 있으니, 의무도 발생한다’는 식으로 주장이 확대되곤 하죠. 하지만 동물이 누릴 권리는 그 범위가 넓지 않아요. ‘학대받지 않을 권리, 인도적 대우를 받을 권리’ 정도죠.”
 
  — 동물복지라는 표현은 어떻습니까.
 
  “동물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은 듯하나 맥락과 분야(윤리, 법, 과학 등)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에 정확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동물을 이용하지만 인도적인 처우를 위해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겠다는 태도에 대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어떤 표현을 쓰는 게 맞습니까.
 
  “제가 가장 선호하는 표현은 ‘동물에 대한 인도적인 처우’ 정도예요. 인간은 현재 그 정도로만 동물을 배려하고 있는 듯합니다.”
 
  — 반려동물도 키우십니까.
 
  “고양이 다섯 마리와 함께 살아요. 두 마리는 분양받아 처음부터 키웠는데 가장 나이 많은 고양이가 18세입니다. 나머지 세 마리는 모두 길에서 구조한 아이들입니다.”
 

  — 고양이만 키우는 이유가 있습니까.
 
  “고양이를 좋아해요. 개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유는 딱히 모르겠고 그냥 고양이가 좋아요.”
 
  — 수의인문학 관련 수업을 얼마나 들어야 하나요.
 
  “수의예과에서 네 과목, 본과에서 한 과목을 배워야 합니다. 인간동물학을 선택 과목 형식으로 확장해 더 많은 수의대생이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수의인문사회학은 수의사로서의 직업 정체성, 직업 전문성에 대해서도 다룬다. 의학 지식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 수의사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는 방법 등을 배운다.
 
 
  수의사 윤리강령 개정 주도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2022년 1월 10일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개식용 금지’를 포함한 동물복지 정책 공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2023년 31년 만에 수의사 윤리강령이 개정됐습니다. 개정안 마련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데 당시 주안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의사나 변호사같이 전문 직종이 발달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 그다음에는 시험 제도, 면허 제도가 만들어집니다. 이후 면허를 가진 이들이 모여 협회, 단체를 세우죠. 전문인 조직이 생기면 그 모임이 어떤 사명감과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지를 합의하고 밝히는 때가 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에 처음 수의사 윤리강령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 수의학의 역사는 짧았죠.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흘러 수의학은 빠르게 발전해왔는데 수의사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한 내용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죠. 개정 윤리강령에는 수의사에게 주어진 사회적 약속이나 의무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뤘습니다.”
 
  — 직업인으로서 경제적 이익을 좇는 건 당연한데 사회적 책무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까.
 
  “수의사는 전문 직업인입니다. 동물을 치료할 권한은 수의사에게만 있죠. 이 독점권을 국가와 사회가 수의사에게 부여했다면 수의사는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이며 전문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밝혀야 합니다. 과거에는 ‘수의사끼리 서로 상도덕을 지켜야 한다’라는 식의 강령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죠.”
 
  — 수의대생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무엇입니까.
 
  “‘수의사는 동물을 위한 직업인지, (동물 주인인) 사람을 위한 직업인지’를 가장 많이 물어봐요.”
 
  — 어떻게 답합니까.
 
  “‘둘 모두를 위한 직업’이라고 말해요. 수의사는 동물을 치료하지만, 그 비용(대가)은 보호자가 지불합니다. 따라서 수의사는 동물의 건강과 보호자의 만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부적절한 진료는 동물에게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정서적·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한편, 보호자로서는 치료비가 부담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선의를 갖고 치료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만 각자의 사정은 다를 수 있기에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천명선 교수는 “수의사의 역할은 동물의 복지와 보호자가 처한 상황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면서도 “동물 학대나 방치처럼 동물의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될 땐 동물의 편에 서야 한다”고 했다.
 
 
  침팬지를 가축화하지 못한 이유
 
  —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통념은 사실입니까.
 
  “아니요. 나쁜 사람 많을 것 같아요. 오히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착하다’는 잘못된 관념 때문에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감정적으로 취약한 사람으로 취급해 이용하거나 못되게 구는 경우가 많죠.”
 
  — 동물들은 직관적으로 좋은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나요.
 
  “불가능해요.”
 
  — 동물들은 이른바 ‘육감’, 동물적 감각이라는 게 있잖아요. 개장수를 보면 개가 꼬리를 내린다든지요.
 
  “위협적인 태도를 감지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동물은 움직임에 민감하기에 사람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우선 판단하죠. 고양이를 잘 아는 사람은 고양이가 어떤 행동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기에 다른 고양이를 만나도 조심스럽게 행동해요. 이렇게 고양이를 배려하는 움직임, 동작이 동물에겐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 동물이 싫어하는 움직임, 동작은 어떤 게 있습니까.
 
  “크고 빠른 동작, 높낮이 차가 큰 움직임을 싫어해요. 예측하기 쉽지 않고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종은 유인원에 속하는 오랑우탄이나 침팬지인데 정작 인간과 가장 가까워진 종은 개나 고양이입니다.
 
  “가축화의 문제죠. 오랑우탄이나 침팬지 같은 동물은 가축화할 수 없어요. 유인원을 인간 사회로 들여온다면 이들에게 노동과 같이 어떤 역할을 맡겨야 합니다만 이게 굉장히 힘들죠. 영리하기 때문에 인간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했을 겁니다.”
 
 
  우연한 계기로 가축화된 개와 고양이
 
천명선 교수(왼쪽)와 국회 동물복지 향상 모임 ‘동심’의 황세원 회장.
  천명선 교수는 개와 고양이가 가축화된 것은 ‘우연’과 ‘상황’이 얽혀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개나 고양이를 길들이기 시작한 시점을 최근에는 3만 년 전으로도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인간은 구석기를 살고 있었어요. 침팬지와 다를 바 없는 상태였죠. 구석기 시대의 인간은 유인원이 자신보다 덩치도 크고 육체적으로 훨씬 강했기에 무서웠을 거예요. 반면 개·고양이와는 교류하며 이익을 취했을 거예요. 사람은 사람 대로, 개나 고양이는 자신에게 취약한 점을 상호 보완하며 관계를 맺은 거죠. 이러한 우연과 특정한 상황이 겹쳐 개와 고양이가 가축화된 거예요. 이러한 과정에서 생긴 감정적인 친숙함이 더 도움을 줬을 겁니다.”
 
  — 오늘날 다양한 품종의 개가 모두 늑대를 공통 조상으로 삼는 게 상상이 안 됩니다.
 
  “신기하게도, 오늘날 표준화된 개 품종은 모두 사람이 인위적으로 교배해 만든 종입니다. 사람이 선택적 교배를 할 때 가장 잘 적응했던 동물 중 하나가 개인 것 같아요.”
 
  — 제가 비숑프리제를 키우는데 이 개의 조상이 늑대라는 것인가요.
 
  “야생 늑대의 DNA에는 다양한 특성들이 내재되어 있어 선택적 교배를 통해 비숑프리제와 같은 품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와 늑대는 DNA의 99.9%가 동일하지만, 행동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주로 개의 ‘6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다. GTF2I, GTF2IRD1, WBSCR17 유전자의 변이가 개의 사회성과 인간에 대한 친근함에 영향을 준다. 이 유전자들은 사람의 ‘윌리엄스-보이렌 증후군(WBS)’과도 연관돼 있다. WBS는 과도한 사회적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발달 장애다. 이러한 유전적 변이는 개의 가축화 과정에서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향상하는 특성이 선호됐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6번 염색체’의 변이가 개를 인간의 동반자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우 가축화 실험
 
  천 교수는 러시아의 유전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의 여우 가축화 실험을 소개했다. 벨랴예프는 여러 여우를 모아놓고 사람에게 친화적인 여우만을 선별해 교배했다. 사람에게 우호적인 여우만을 대상으로 교배를 반복하며 6세대쯤 내려가니 여우의 외모와 성격이 점차 개와 유사해졌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개나 고양이도 위와 같은 방식을 거쳐 품종이 만들어졌다.
 
  — 특정 품종, 순혈견을 얻기 위해 같은 품종끼리 교배하면 유전 질환에 취약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인위적으로 교배를 하면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이에 유전적으로 취약한 인자가 보존될 수 있죠. 이 과정에서 특정 유전 인자가 증폭돼 특정 질환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 윤리적인 문제는 없습니까.
 
  “사람들은 특정한 모양을 가진 품종견, 순혈견을 갖고 싶어 하죠. 하지만 단두종(불도그, 퍼그와 같이 얼굴이 납작하고 코가 짧은 견종)은 호흡기 문제에 취약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존재하는 특정 품종을 없애야 하느냐? 그렇게 말하기도 어렵죠. 어려운 문제예요.”
 
  —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품종견(순혈견)에 대한 선호가 바람직하다고까지 말하기는 힘듭니다만, 퍼그와 같이 특정 유전 질환에 취약한 개를 일부러 만들어 키울 필요가 있을까요? 꼭 코가 짧고 머리가 둥글 필요는 없잖아요. 우리가 개와 관계를 맺는 데에는 생김새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보다 개와 함께하며 얻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문제는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가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겠죠.”
 
  — 소셜미디어나 TV에서 동물이 등장하는 콘텐츠가 인기입니다.
 
  “‘동물을 너무 의인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사람들은 그게 재밌나 봐요.”
 
 
  種을 초월한 우정? 실제로는 불가
 
  — 호랑이와 닭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처럼 종을 초월한 우정이 재밌지 않습니까.
 
  “야생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예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로 다른 종은 친할 수 없고 종이 같더라도 서로 생존해야 하기에 친하게 지내질 않아요. 저는 동물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이 좀 불편해요. 동물을 인간의 관점에서 소비 대상으로만 묘사하고 있거든요. 사람들의 욕구 때문이죠.”
 
  — 서양은 동물을 도구적 존재로, 동양은 공생적 존재로 보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오해입니다.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주장입니다. 동서양 모두 동물을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고 밝힙니다. 동물은 일을 시키고 잡아먹는 존재였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동서양에서 모두 ‘도구적 존재’였어요.”
 
  — 최근 동물복지를 내세운 제품(방목형 달걀 등)이 늘고 있습니다. 값이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자본주의와 동물복지는 서로 충돌하는 것 아닙니까.
 
  “오해입니다. 서구에서는 동물복지 제품이 더 인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마케팅 수단으로 동물복지를 활용하기 때문이에요.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우해 만든 제품’이라는 그것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거죠. 소비자들도 동물친화적이고 위생적인 시설에서 자라 도축된 제품을 더 선호하지 않겠어요? 동물복지 제품은 오히려 자본주의 시스템과 잘 어울립니다. 동물복지에 투자한 비용보다 그 제품을 팔아 거두는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죠.”
 
  —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습니까.
 
  “‘동물복지에 돈이 많이 든다’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동물복지는 주로 시설 투자를 중심으로 평가됐습니다. 특정 시설을 갖추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었죠. 이 때문에 시설을 모두 교체해야만 동물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동물복지는 동물을 인도적으로 대우하면서도 더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해 산업적, 경제적 이득을 거두게 할 수 있습니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동물복지를 개선할 방법부터 실천하면 됩니다. 지속 가능한 축산을 위해선 과학적인 동물복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천 교수는 동물복지가 개선돼야 우리의 삶도 나아진다고 말한다.
 
  “축산 환경이 열악하면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삶도 열악해집니다. 도축될 운명인 소나 돼지에게도 동물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는 동물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그와 함께하는 인간도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삶이 열악해지면 우리 사회는 병들게 됩니다. 사람은 지구에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규모 공장식 축산을 개선해 어차피 죽을 운명인 축산 동물에게도 인도적 처우를 제공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개식용금지법
 
  — 지난 1월 9일 개식용금지법이 통과됐습니다.
 
  “가장 큰 반대 의견은 ‘개식용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개고기를 (앞으로도) 먹을 것이기에 개식용금지법에 반대한다’는 주장보다는 개인의 선호를 규제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죠.”
 
  — 앞으로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 텐데 법을 만들 필요까지 있었습니까.
 
  “찬성하는 측은 ‘법을 만들지 않으면 개식용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개고기 섭취를 종식할 강제 수단이 없기에 시간만 질질 끌며 개식용 문화가 보전될 것이라고 걱정했죠. 반대 측에서는 ‘개고기를 계속 먹겠다’라는 입장은 소수였어요. 상당수는 ‘법으로 강제해도 괜찮은가?’에 대한 문제 제기였죠. 그 이면에는 굉장히 수준 높은 생각의 대립이 있었습니다.”
 
  — 왜 개를 먹으면 안 되는 겁니까.
 
  “보통 소나 돼지, 양, 닭 등 우리가 먹는 동물은 식품 위생과 관련한 제도들이 엄격하게 정립돼 있어요. 어떻게 키우고, 도살하며 유통하고 판매할지에 대해 표준화돼 있죠.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동안 발전시켜온 기준입니다. 하지만 개는 위와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게 매우 어려워요. 개가 특별한 영양학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식품위생학 차원에서 먹을 수 있는 종(種)이 많으면 많을수록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코로나19나 사스, AI 등 신종 감염병은 모두 야생동물을 매개로 하거나 살아있는 동물을 도축해 파는 재래시장 등에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공중위생의 관점에서 어떤 음식은 먹고 어떤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할지를 국가가 관리하는 게 맞습니다.”
 
  — 만약 식용견을 위생적으로 도축하면 개식용을 허용해도 된다고 보십니까.
 
  “위생 시설과 각종 절차를 마련하는 데 얼마의 비용을 치를 것인지, 그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없기에 개를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 2027년 2월까지 완전한 개식용 종식이 목적입니다. 남아 있는 식용견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식용견에 대한 시장 수요는 줄어드는 데도 개농장주는 (향후 보상을 목적으로) 공급은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이런 폐단을 없애고 가능한 한 인도적인 방식으로 개농장을 없애는 방식으로 책임을 함께 져야 합니다.”
 
  개농장주는 두당 30만~50만원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천명선 교수는 개식용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개식용을 합법화해 전통상품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우리 국민이 문화적으로 허용하지 않았어요. 개식용 산업화는 이미 오래전에 실패했습니다. 개식용금지법을 계기로 무책임하게 동물의 숫자를 늘리는 게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학습하는 기회가 돼야 합니다. 2027년 2월 이후에도 존재할 식용견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식용견의 특성상 덩치가 크기에 입양도 쉽지 않아 일부는 안락사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물세는 징벌적 성격
 
조류독감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멀쩡한 닭을 대상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있다. 천명선 교수는 예방적 살처분에 반대한다.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예방적 살처분은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하면서 백신 접종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뉴시스
  — 일부에서는 반려동물을 소유한 이들에게 ‘동물세’를 걷자고 주장합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일정 수준의 복지를 국가의 의무라고 밝힙니다. 전 국민이 다 동물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요. 일부에서 주장하는 ‘동물세’는 징벌적 의미가 강합니다.”
 
  — 최근에는 동물원을 두고 동물의 자유를 제약하는 공간으로 묘사합니다.
 
  “자연(야생)에 대한 인간의 지배욕이 동물원을 통해 드러나죠. 하지만 지금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가축이에요. 더는 야생동물이 아니에요. 동물원을 당장 모두 없앨 순 없어요. 다만 동물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이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야 하죠.”
 
  — 동물원이 사라지면 역설적으로 동물에 대한 인간의 관심도 사라질 수 있지 않습니까.
 
  “동물을 반드시 동물원에서만 볼 필요는 없어요. 야생이나 특정 종에 대한 환상은 대체할 수 있는 매체로 전환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종의 긍정적인 거리 두기죠.”
 
  — 에버랜드에서 나고 자란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푸바오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사람들은 원래 귀여운 동물을 좋아해요. 푸바오에 대한 관심은 ‘판다’라는 종이 아닌 ‘푸바오’라는 개체에 대한 반응이죠.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며 돌보는 여성을 ‘캣맘’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캣맘을 향해 ‘길고양이를 통해 도덕적 우월감을 얻고는 책임은 회피하는 자’라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불쌍하면 제집에 데려가서 키우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천 교수는 “역사적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고양이와 여성을 연결 지어 혐오하는 문화가 있었다”며 “캣맘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여론에 정부도 편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녀사냥과 캣맘
 
  “마녀사냥 시대에 여성들이 부당하게 희생될 때 고양이도 함께 피해를 보았어요. 여성과 고양이는 공통점이 있거든요. 당시 마녀로 지목된 여성들은 주로 홀로 살거나 동물친화적인 경우가 많았어요. (사회의 주류 세력은) 이들을 독립적이고 통제하기 어려운 존재로 여겼죠. 이러한 특성이 고양이에게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 둘을 연결해 혐오의 대상으로 삼은 거였죠.”
 
  천 교수는 길고양이와 개의 특성을 알면 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다고 했다.
 
  “개는 집 안에서 집을 지키니 주인과 상대적으로 더 가까워요. 고양이는 그렇지 않아요. 집 주변과 동네를 배회하죠. 실컷 돌아다니다가 배고프면 동네 할머니가 주는 밥을 먹죠. 사람과의 관계가 개보다는 더 느슨해요. 길고양이라고 표현하지만, 인간을 떠날 수 없어요. 캣맘이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은 고양이와의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 방법입니다. 우리는 종종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지나치게 밀접하게 생각해 서로를 얽매려는 경향이 있어요. 길고양이도 개체마다 특성이 다 다르기에 입양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고양이는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고양이는 그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중성화 수술은 꼭 필요하다고 봐요.”
 

  천명선 교수는 “대개 캣맘을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운 중년 여성’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조사했더니 캣맘 중 30대 화이트칼라 여성들이 제일 많았다. 나도 캣맘”이라고 했다.
 
  — 올해 초 국내 유튜버의 반려견 복제가 논란이 됐습니다. 펫로스(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슬픔)를 극복하기 위해 반려견을 복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복제된 개’가 ‘이전의 개’가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마치 ‘테세우스의 역설’을 떠오르게 합니다.
 
  “동물 복제는 죽은 동물과 똑같은 동물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복제된 개는 외모는 비슷할 수 있지만, 이전의 개와는 다른 개체입니다. 인간과 한 동물의 관계는 서로 다른 종이 만들어낸 대체할 수 없는 소통의 역사입니다.”
 
 
  복제견의 문제점
 
  — 기술적인 문제는 없습니까.
 
  “복제를 위해 대리모견은 난자를 채취당합니다. 임신하기 위해 호르몬제도 강제로 맞습니다. 정상적인 출산은 아니죠. 이런 어미 개에게서 건강한 개가 태어날까요? 그렇다고 원하는 외형을 가진 개가 반드시 태어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체세포 이식된 난자가 대리모에게 착상해 태어나는 비율은 개에서 1% 미만으로 추정합니다. 대리모가 된 개는 비정상적인 착상과 임신 중독, 요막 수종의 위험이 있습니다. 복제된 동물은 심부전, 성장 부진 등 건강상의 문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요.”
 
  천 교수는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며 “수의사는 동물의 번식과 건강, 복지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윤리적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이해당사자와 사회를 도울 의무가 있다”고 했다.
 
  천명선 교수는 수의사가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직업성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전문 지식, 직업윤리의식, 사회적 책임이 있다.
 
  — 해외는 반려동물 보험이 활성화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왜 그렇지 않습니까.
 
  “해외도 보험에 가입된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동물 등록을 했다고 해도 그 동물이 보험에 실제 가입한 동물인지를 확인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무적으로 등록하지 않는 고양이의 경우 개체 식별이 더 쉽지 않죠. 그리고 동물질병에 대한 통계가 부족하기 때문에 보험에서 보장해 줄 수 있는 질병이나 질환의 수준과 비용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의계 내에서도 한창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진료하는 것과 달리 동물은 개체마다 처한 환경이나 상태가 다르기에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어요. 한 살 된 개를 치료하는 것과 합병증 발병 위험이 있는 늙은 개를 치료하는 것은 그 복잡성에 차이가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너무 잘돼 있는 바람에 사람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을 수의계에까지 적용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건강보험은 국가 재정이 투입되지만 동물의료는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거든요.”
 
 
  진료부 공개하면 자가 진료 위험
 
길고양이는 길에서 나고 자라 길에서 생을 마감한다. 사진=조선DB
  —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 의무화에 대해서는요.
 
  “학교에서는 진료 기록을 꼼꼼히 잘 쓰라고 가르칩니다. 수의사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진료부를 공개할 때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수의사의 진료, 처방 내역을 바탕으로 자가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동물병원에 속한 수의사만이 동물을 진료할 수 있습니다.”
 
  —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 수의학은 어느 수준입니다.
 
  “기술적인 분야에서는 이미 국제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 출산율이 감소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습니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약 70%가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3인 이상 가족입니다. 1인 가구가 늘자, 이들의 외로움을 덜어줄 반려동물도 늘어났다고 단순하게 인과를 연결 짓는 것이죠.”
 
  길고양이는 3~4년, 집에서 사는 고양이는 15년쯤 산다.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자유롭되 짧게 사는 삶과 집사의 관리를 받으며 노화로 인한 질병을 겪다 죽는 것 중 무엇이 동물에겐 더 행복할까. 천 교수는 “동물이 느끼는 행복의 기준을 우리가 아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인간은 동물이 짧게 살더라도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나 고양이는 시간이 갈수록 노화로 인한 고통이 커진다. 하지만 동물은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할 수 없다. 안락사를 택하거나 고통 속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 수의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보호자가 결정해야 하지만 어떤 선택이 동물을 위한 제일 나은 선택일까.
 
 
  안락사의 정의
 
  천 교수는 “안락사의 정의는 ‘고통 없는 죽음’이 아니라 ‘현재의 고통보다는 죽음이 낫다’라고 판단할 때 선택하는 죽음”이라며 “참을 수 없는 고통, 개선될 수 없는 고통 때문에 죽는 것 자체가 동물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안락사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안락사가 아니다. ‘죽임’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 펫로스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담대해져야 합니다.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아요. 그러니까 생각을 바꿔야 해요. 내가 얘를 마지막까지 돌봐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내가 죽고 없을 때 얘가 혼자 남아서 겪어야 하는 고통보다는 내가 이 동물의 짧은 생을 다 책임졌다는 자기 위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원래부터 예정된 이별이니 마음의 준비를 잘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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