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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동환 前 국정원 대구지부장

“조사권도 박탈당하면 국가안보는 완전히 無力化”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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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년간 쌓인 국정원 간첩 수사 경험… ‘뚝딱’ 경찰에 넘겨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 이해되지 않아”
⊙ 대공 수사권 넘겨받은 경찰에 강의 다니는 근황…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 “경찰, 해외 내사 및 과학 수사와 관련해서 매우 난감해한다는 느낌”
⊙ “간첩 수사, 10~20년 걸리기도… 인사이동 잦은 경찰이 완벽히 할 수 있겠나”
⊙ “중국 공안에 잡히면 고문, 심하면 사형까지도”

河東煥
1967년생. 부산대 영문학과 졸업, 美 워싱턴주립대 로스쿨 국가안보학 수료 / 국가안전기획부 대공수사국, 국가정보원 수사과장, 국가정보원 수사처장, 국가정보원 수사단장, 국가정보원 대구지부장 / RO사건·왕재산 사건·범민련 사건 담당 과장 / 간첩수사 유공 국정원장 표창 3회 / 저서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
지난 7월 2일 만난 하동환 전 국정원 대구지부장이 자신이 쓴 저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간첩 잡는 데만 30년을 보냈다.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국내외를 넘나드는 방첩 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웠다. 남산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에 입사한 이래, 왕재산 간첩단 사건,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 등 굵직한 대공 사건들을 맡아오다가 2022년 3월 국가정보원 대구지부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지난 7월 2일 서울시청 앞 커피숍에서 하동환 전 국정원 대구지부장을 만났다. 그는 요즘 바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을 상대로 간첩 수사 강의를 하러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20년 12월 13일,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그로부터 3년의 유예 기간이 지난 올해 1월 1일부터 국정원은 간첩 사범에 대한 각종 증거 수집 내사(內査·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조사) 및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하 전 지부장은 지난 6월 19일 경찰청 본청 안보수사국 소속 경찰 100명을 상대로 강의를 진행했다. 7월 3일 경기남부경찰청 경찰 80명에게, 7월 8일 경찰 간부후보생 60명에게 ▲간첩의 존재 ▲간첩 수사의 방식 ▲간첩 사범의 특징 등 수십 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수사 기법들을 전수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간첩 수사는 정해진 ‘매뉴얼’보다, 오랜 간첩 수사 경험에서 나오는 수사관 개인의 역량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경찰이 간첩 수사를 전담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60여 년간 축적된 국정원의 간첩 수사 노하우(기법)가 꼭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동환 전 지부장을 만나고 며칠 뒤 7월 6일, 그는 “주말에 연락드려 죄송하다”며 급하게 연락을 해왔다. 정치권에서 국정원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건 말도 안 된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국가정보원 수사권에 이어 조사권까지 박탈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해외 내사 및 과학 수사와 관련해서, 경찰이 어떠한 노하우로 어떻게 증거를 수집해서 간첩 사범을 처리해야 할지 매우 난감해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동환 전 지부장이 경찰에게 간첩 수사 기법을 강의하며 들었던 생각이다. 예전엔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 사범을 국정원과 경찰이 이원화해서 처리해왔다. 경찰은 국보법 제7조 위반 사범, 즉 국내에서 자생(自生)한 이적 단체 사범만 전담했고, 국정원은 북한 상부선 간첩과 연계된 국내 지하당 간첩조직 사건을 맡아왔다. 지하당 조직 관련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선 해외 간첩 수사 기법과 암호 해독 역량이 필요한데, 이 분야는 확실히 국정원이 경찰과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덜컥 수사권을 모두 받아버린 경찰이 난감해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는 게 하 전 지부장의 시각이다.
 

  ― 강의를 듣는 경찰의 반응은 어땠나요.
 
  “경찰청 본청 안보수사국 요원들을 대상으로 1시간30분 정도 진행했는데, 반응은 대단히 좋았어요. 강의가 끝나고 보안 수사 경력에 따라 초급자 과정, 심화 과정으로 나눠서 교육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 강의를 어려워하진 않았나요.
 
  “경찰청 안보수사국 안에서도 보안 수사에 종사한 경력이 매우 다양했어요. 경력이 짧은 분들은 ‘간첩들의 해악성이 이렇게까지 심했구나’라는 반응을 보였고요. 특히 간첩 수사를 지휘하는 경찰 중간 간부들을 보안 수사 대장이라고 하거든요. 직책은 주로 경정급이고요. 이런 분들은 국보법 위반 사건의 증거 수집과 관련된 질문들을 많이 하더군요.”
 
 
  “간첩 사건 수사 전문성 차이 커”
 
지난해 3월 4일 제주교도소 앞에서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 국정원과 경찰의 간첩 사건 증거 수집 역량이나 전문성 차이가 큽니까.
 
  “네. 매우 큽니다. 특히 해외에서 이뤄지는 북한 상부선 간첩과 국내 간첩 간의 은밀한 접선 관련 증거 수집 활동은 국정원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었죠. 게다가 국가보안법도 제4조(반국가단체 목적수행), 5조(반국가단체 지원 또는 금품수수), 6조(잠입, 탈출) 등의 조항별 범죄 양식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경찰에서 관련 질문이 와도 사건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영양가 있는 답변을 해줄 수 있어요.”
 
  ― 그럼 국정원의 수사권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두 기관 사이의 공조는 효율성이 떨어지겠네요.
 
  “그렇죠. 그리고 경찰의 경우, 간첩 수사만 10년 이상 오래 해본 사람이 드물다 보니 어떤 증거를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지 어려워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아직은 국정원 현직에 있는 전문 수사관들이나 베테랑 요원들의 조력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긴밀히 협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강의 자료에선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한 애통함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PPT(파워포인트) 자료 첫 페이지부터 빨간 글씨로 “올해부터 모든 간첩은 경찰이 잡아야 합니다”라며 국정원 로고와 함께 “님은 갔습니다”라고 써놨다. 이어 “국정원 간첩 수사권 폐지, 이젠 경찰이 전담한다”며 “정상이 아니다. 국가 안보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 국정원 업무를 이어받을 경찰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본청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하고 대공 수사 인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건 처리에 있어 일반적인 형사범과 국가보안사범은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일반 형사범과의 차이, 利敵知情
 
  ― 뭐가 다른가요.
 
  “법 적용 방식이 다릅니다. 일반 형사 사건의 피의자는 자백을 하거나 증거가 나오면 바로 처벌이 이뤄지잖아요. 그런데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경우, 외국에 가서 북한 고위 간첩을 만나고 온 사진이 있어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정(情·사정 또는 정황)을 알면서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해 만났다는 ‘이적지정(利敵知情)’도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합니다. 안 그러면 북한 고위 간첩을 만났어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벌금형만 적용돼요.”
 
  ― 이적지정을 입증하는 증거는 무엇이 있나요.
 
  “예를 들면, 피의자의 수첩이나 메모장에 김정은을 찬양하는 내용이나, 주체사상에 입각한 조국 통일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내용 정도는 있어야 재판부에서도 이적지정이 있었다고 인정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처벌이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엄격한 증거가 요구되죠.”
 
  ― 이적지정을 입증하기 위해 일련의 행위 전말을 설명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간첩 수사의 경우, 보통 5년 이상 걸리고 12년, 15년 걸리는 것도 있어요. 오랜 기간 지켜봐야 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은 90% 이상이 재범(再犯)이라고 봅니다. 이 확신범들은 감옥에 다녀오면 투쟁성이 더 강해집니다. 그렇게 감옥에 다녀오면 수사기관에서 어떤 방식으로 추적하고 수사하는지 잘 알게 되기 때문에 증거 수집이 더욱 어려운 상대가 됩니다.”
 
  ― 간첩들도 갈수록 교묘해지겠네요.
 
  “우리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재판을 할 때 검찰이나 국정원, 경찰에서 제출한 모든 수사 서류를 복사해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쪽 수사 서류도 다 볼 수 있습니다. 제가 RO(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 당시 압수수색을 하러 나갔는데, 핵심 간부에게서 민혁당 사건 당시 국정원에서 수집한 증거와 해당 증거 수집 과정까지 담은 자료가 나오더라고요. 밑줄까지 그어가며 통째로 학습한 흔적도 발견됐어요. 이런 사람들이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면 증거를 수집할 때 굉장히 힘듭니다.”
 
 
  간첩 잡는 뒷이야기
 
  하동환 전 지부장은 지난 4월 24일 국정원 재직 수기를 담은 저서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를 냈다. 수사와 관련해, 책에 나오지 않는 뒷이야기들을 물었다.
 
  ― 간첩 사범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할 땐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국내에서 활동하는 간첩은 길을 다닐 때도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보거나 ‘역감시’를 해요. 예를 들어, 은밀하게 비밀 회합을 하러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탈 때는 우리가 미행을 한다는 걸 그들도 알아요. 그래서 맨 앞 칸이나 맨 끝에 타요. 플랫폼 양쪽 끝에 서 있으면 따라가는 사람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그리고 지하철 문이 열려도 바로 안 타요. 그럼 미행하던 수사관으로선 들키지 않기 위해 그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식으로 놓치는 경우를 우리끼리는 ‘탈미(脫尾·꼬리를 놓침)’라고 합니다. 내릴 땐 문 앞에 서서 내릴 것처럼 있다가 수사관이 내리면 본인도 내렸다가 갑자기 다시 타기도 해요.”
 
  ―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는 경우는 어떤가요.
 
  “국내 지하조직을 이끄는 간첩은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북한 상부선 간첩과 만납니다. 그간의 국내 간첩 활동에 대한 보고도 해야 하고, 새로운 지령도 받아야 하니까요. 거액의 공작금도 받습니다. 해외로 나가서 외사(外事)를 할 땐 더더욱 용의주도함이 느껴집니다. 예를 들면 베이징 공항에서 간첩은 택시를 타기 위해 줄을 설 때 자기 차례가 와도 바로 타지 않고 뒷사람 보고 먼저 타라고 해요. 그래서 많이 놓치게 돼요.”
 
  ― 물리적 충돌을 빚는 경우도 있나요.
 
  “후배 수사관이 ‘RO’ 조직원에게 역감시를 당해 몸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었어요. 서로 고소하고 그랬죠. 그런데 이들을 무력으로 제압을 해선 안 됩니다. 차라리 맞는 게 나아요. 조금만 대응해도 국정원이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며 악의적인 여론전을 펼칩니다.”
 
 
  이름 없는 별
 
국정원 순직 요원들을 기리는 ‘이름 없는 별’ 추모석. 사진=뉴시스
  하 전 지부장은 살얼음판 같은 음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줬다. 그는 “국정원은 이렇게 싸워왔다”며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순직자들은 19개의 별이 되어 국정원 한곳을 수놓고 있었다.
 
  ― 중국에서의 활동은 수사관에게도 위험할 것 같습니다.
 
  “국정원 직원들은 해외 내사를 위해 출국할 때 엄청난 심적 부담을 느낍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힘듭니다. 왜냐하면 중국 정부는 대놓고 한국의 외교부 영사들을 도청할 만큼 국내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사찰을 하니까요. 저도 간첩 사범 추적을 위해 중국에 출장 갈 때가 가장 부담스러웠습니다. 수사관들이 중국 호텔에 투숙할 때도 본인 여권을 제시해야 해요. 이걸 ‘주숙 등기’라고 하는데, 내 신분을 중국 당국에 오롯이 노출하는 것이니 찜찜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중국에는 ‘반(反)간첩법’이라는 게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간첩을 중국 영토 안에서 추적하다 중국 공안에 발각되는 경우, 이 반간첩법에 따라 처벌받습니다. 국정원 수사관이 노출될 경우 곧바로 구속될 수 있고 감옥에서 엄청난 고문을 받기도 합니다. 반면 중국이 북한과는 관계가 좋으니, 북한이 벌이는 첩보 활동은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숨 걸고 중국 갈 수 있겠나”
 
  하 전 지부장은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2009년, 북한 상부선 간첩과 접촉하러 중국에 간 국내 간첩 A씨를 미행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출장을 갔을 때였다.
 
  “(간첩 혐의자가) 택시를 타러 줄을 서기에 제가 따라갔어요. 뒷사람 몇 명을 보낼 걸 예상해서 중간에 두 사람을 사이에 두고 뒤에 섰는데 이 사람(간첩 혐의자)이 갑자기 후다닥 택시를 타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앞에 두 사람에게 급하게 미안하다고 하고 바로 가서 택시를 탔거든요. 그래서 급하게 택시기사에게 ‘요금은 두 배로 줄 테니 저 택시를 따라가 달라’라고 영어로 말했어요. 그런데 제가 탄 택시기사가 저를 수상하게 여기고 도로 한복판에 서 있던 중국 공안 쪽으로 차를 몰더라고요.”
 
  ―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어떻게 하기는… 택시에서 급하게 내려서 냅다 쭉 뛰었죠. 공안한테 잡히면 어떻게 될지 아니까요. 빨리 차 세우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차 속도가 줄었을 때 얼른 내려서 도망갔어요. 제가 만약 중국 공안에 체포되었다면 국정원과 우리나라 정부에도 큰 부담을 주는 것이니 이런 바보 같은 상황은 결코 만들어서는 안 되겠지요.”
 
  더 자세히 밝힐 수 없는 이야기는 이쯤 하고, 그가 맡았던 대표적인 간첩 사건을 들어보기로 했다. 사건 중엔 ‘왕재산 간첩단’ 사건이 있다. 사소하지만, 그때 있었던 일도 처음 공개한다.
 
 
  왕재산 간첩단 총책은 ‘수집광’
 
  왕재산 사건은 북한 대남공작부서 ‘225국’의 지령을 받은 주사파(주체사상파) 출신 총책 김모씨 등 조직원들이 약 20여 년간 대한민국에서 간첩 활동을 전개하다 국정원에 적발된 사건이다. 이들은 1990년대 초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됐고, 2011년 6월 구속됐다. 수사 당시 하 전 지부장은 설득 끝에 김씨의 자백 약속을 받아냈지만 다음 날 아침 변호인을 만난 김씨는 돌연 입을 다물었고, 끝내 자백하지 않았다.
 
  ― 김씨가 자백하지 않았는데, 이후 어떻게 수사했나요.
 
  “왕재산 사건의 경우, 증거 자료가 워낙 많았습니다. 김씨가 ‘수집광’이었기 때문이죠. 서울 마포구에 있는 그의 집을 압수수색했을 때 방에서 이틀 전에 코 푼 휴지도 나올 정도였어요. 그래서 10년 동안의 북한 지령문과 왕재산 조직원들의 대북 보고문들을 CD나 USB(이동식 저장 장치)에 저장하고 있었어요.”
 
  ― 지령문은 보통 읽고 나서 흔적을 없애지 않나요.
 
  “그렇죠. 북한은 지령문을 보내고 나면, 그걸 불에 태운 모습을 찍어서 다시 보고하라고 해요. 그걸 ‘소각 정형’이라고 해요. 불에 태운 모양이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 ‘수집광’ 김씨는 그 지령문을 태우기 전에 그걸 찍어서 보관한 거예요. 다행이었죠. 10년 동안 보관한 북한 지령문과 대북 보고문 덕분에 묵비권을 행사한 나머지 관련자들에 대한 혐의도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지금이다. 하동환 전 지부장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충북동지회 사건 ▲자통 창원조직 사건 ▲자통 제주조직 사건 등을 언급하며 “간첩 사건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 이들을 더 지켜볼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언급했듯, 간첩 수사는 십수 년이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 전 지부장은 “지난해 자통 창원조직이나 제주조직 사건은 올해부터 국정원의 수사권이 폐지되는 상황이니 그 상태로서 처리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도 이 분야에서 아직 완숙한 수사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금도 지하당 간첩 많아”
 
  “지금도 우리 사회 각 분야엔 지하당 간첩이 많다”며 “지난해 국정원이 찾아낸 간첩은 북한 직파 간첩을 만났거나 지령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한 정도인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어떤 국가 기밀까지 탐지됐는지는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해외 내사가 필요한 간첩 사건들을 경찰에게 넘겨도 당장 수사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은 아직 해외 간첩 수사나 과학 수사의 전문성이 국정원만큼 체계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찰이 하루빨리 해외 수사 역량과 암호 해독을 전담할 과학 수사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전 지부장은 “저처럼 입사 후 30년간 간첩 수사만 하는 국정원 직원과 달리, 경찰은 안보 관련 수사를 하다가도 2~3년에 한 번씩 정보, 경비, 아동청소년 등 다른 보직으로 바뀐다”고 했다. 그만의 수사기법을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 피의자를 대할 때, 정해진 수사 매뉴얼이 있나요.
 
  “수사관 개인의 역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잖아요. 성격이 급한 사람이 있고, 순한 사람도 있고, 외향적인 사람도, 내향적인 사람도 있으니까요. 사람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제 경우엔, 30년 동안 수사를 하면서 ‘이런 피의자는 이런 유(類)에 속한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죠.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에게 거칠게 다가가선 안 되는 것처럼요. 수사관의 경험에 따라 각종 사건들을 각자 다르게 접근해야지, 반드시 매뉴얼화하는 것이 정답이 아닙니다. 사람이라는 게 물건처럼 규격화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1961년 창설 이후) 63년간 쌓인 국정원 간첩 수사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뚝딱’ 경찰에 넘겨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 왕재산 간첩단 사건 주범을 신문(訊問) 조사하며 자백을 이끌어냈을 때도 개인기를 발휘했나요.
 
  “아, 자백은 다릅니다. 자백을 받는다는 건 말의 기법이나 다른 노하우, 자기 개인기가 들어가는 영역이 아닙니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교감해야 해요. 왕재산 간첩단 사건 주범은 저와 같은 80년대 학번입니다. 저도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 생활을 하면서 김영환(金永煥)씨의 《강철서신》이나 막심 고리키(Maxim Gorky·1868~1936년)의 《어머니》와 같은 사회주의 서적을 탐독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추억을 공유했죠. 간첩 사범들은 자신의 사상이나 신념이 강합니다. 그래서 이를 부정하기보다는 ‘나도 당신처럼 한반도 통일을 간절히 바라지만 통일을 이루려는 그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교감하는 방식으로 대해야 해요. 저는 피의자들을 거칠게 대하지 않았어요. 조직폭력배들이야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사실 멘털이 약한 애들이라서 겁을 주면 자백할지 몰라요. 하지만 국보법 위반 사범들은 사상범이자 확신범이기 때문에 약해 보여도 더 까다로운 상대예요.”
 
 
  굿바이, 국정원 수사국
 
  하동환 전 지부장은 국정원이 빼앗긴 ‘수사권’의 개념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사권이 없는 국정원은 사실상 민간인과 다를 게 없었다.
 
  “간첩 혐의자의 휴대폰을 감청하거나, 통신 제한 조치, 위치 추적을 강제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수사권입니다. 근데 국정원은 이제 그런 걸 못 하고 어떤 사람에 대해 북한 관련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정보 수집만 해서 경찰에 넘기라는 거예요. 과연 강제적 증거 수집 권한 없이 국정원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간첩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예전 민주당의 모(某) 국회의원이 ‘개정 국정원법상 국정원은 수사권만 사라졌지, 정보 수집이나 조사 권한은 보유하기 때문에 경찰과 정보 공유만 잘 하면 된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습니다. 지난 7월 3일엔 민주당에서 ‘국정원의 조사권이 광범위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이 조사권도 폐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정말 기가 막힙니다.”
 
  ―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로 인한 다른 부작용은 무엇이 있나요.
 
  “국정원에서도 북한 공작원들이 해외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는데, 예를 들어 동남아 A국에서 한국인 홍길동(가명)씨가 북한 공작원을 만나면 바로 홍길동의 이메일을 들여다보거나 통신을 감청한 뒤 혐의점이 발견되면 곧바로 수사관들이 증거 수집 활동에 돌입합니다. 그런데 이젠 그런 권한이 전혀 없으니 구체적인 증거 수집 자체가 하세월이 되겠지요”
 
  ― 북한이나 중국의 정보기관 역량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시나요.
 
  “그쪽은 우리가 판단하기 어려워요. 중국과 북한 정보기관은 우리와 교류할 일이 없잖아요. 다만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미국, 일본, 이스라엘 등의 정보기관과는 교류가 있어서 알 수 있죠. FBI 서울 거점장 등과도 업무 협의를 했는데, 그들의 역량은 대단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받는 평가도 알 수 있어요. 특히 미국과 일본에선 국정원의 간첩 수사 역량을 대단히 높게 평가합니다. 아주 아주 높이요. 그런데 그런 국정원이 수사권에 이어 그나마 남은 조사권도 박탈당한다면 국가 안보 체계는 완전히 무력화(無力化)되는 겁니다. 수사권 폐지로 두 손이 묶였다면, 조사권 폐지로 두 발이 묶이는 겁니다. 북한은 환호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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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p3shin@gmail.com    (2024-08-07) 찬성 : 0   반대 : 0
남과 북이 대치 돼있는 사항에 국정원이 공안수사를 못 한다? 정말 이 나라에는 간첩이 이렇게도 많은가? 옛날에 황장엽이 남한에 간첩이 수십만이라고 했던가? 수만이라고 했던가? 정말 곳곳에 좌파들이 앉아 있어서 간첩들을 비호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븐 민주당이라는 정당에도 간첩들이 았는것 같아 하나같이 민생은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퍼주기와 국정조사에서 관료들과 장군들 망신주고 내려 깔고 망신주기 몇번의 탄핵정국을 만들어 나라를 어지럽게 만드는 민주당 뻔히 대통령 불가 할줄 알면서도 할일이 없고 무식들 해서 무얼 할지도 모르는 간첩에 가까운 민주당 의원들 어떻게든 돈 빼돌려 지들만 살려는 민주당 국회의원들 마치 북한의 정은이 한테 지령 받는 사람들 같다. 오물이 날라와도 북한에 말한마디 못하는 국회의원들 모두 간첩 같다. 이제 국회의원수 100명으로 제한해서 나라 살림에 보태야 한다 대한민국 빛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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