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규, 저서 《당신들의 댄스 댄스》 출간… “이재명 측 항의 없었다”
⊙ “저는 분명히 알려드렸습니다.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 “이재명의 ‘마리오네트(꼭두각시)’로 저지른 죄에 대한 반성… 여러분(국민)도 마리오네트가 될 수 있다”
⊙ “(재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이재명의 죄가 너무 많아서 그래요”
⊙ “올해 안에 최소한 1~2개 정도는 유죄 판결이 날 것… 반드시 결론 난다”
⊙ “김만배에게서 ‘쌍방울 통해 권순일에게 로비했다’라는 말 들었다”
⊙ “저는 분명히 알려드렸습니다.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 “이재명의 ‘마리오네트(꼭두각시)’로 저지른 죄에 대한 반성… 여러분(국민)도 마리오네트가 될 수 있다”
⊙ “(재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이재명의 죄가 너무 많아서 그래요”
⊙ “올해 안에 최소한 1~2개 정도는 유죄 판결이 날 것… 반드시 결론 난다”
⊙ “김만배에게서 ‘쌍방울 통해 권순일에게 로비했다’라는 말 들었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023년 3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 첫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미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저는 지금 아무런 두려움이 없습니다. 제가 아니면 이재명과 이렇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유동규(柳東珪·55)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비장(悲壯)했다. 지난 4월 4일 그에게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 그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증언해왔던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유씨는 딱 잘라 말했다.
많은 이의 예상대로, 며칠 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175석을 차지하며 의회 권력을 거머쥐게 됐다. 재판을 받으면서도 총선을 승리로 이끈 이재명 대표를 두고 벌써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유동규씨로서는 간담이 서늘할 법한 일이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인으로 나서고 있는 유씨는 지난 4월 2일 법정에서 “차라리 감옥 가는 게 편할 수 있다”며 “이재명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것은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법정 안팎에서 ‘개딸’ 등과 같은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동규씨는 지난 3월 28일 저서 《당신들의 댄스 댄스》를 내고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폭로했다. 앞으로도 그는 책에서 밝힌 것처럼 “사실을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말할” 수 있을까. 서울 마포구의 한 공원에서 유씨를 만났다.
“감옥 갔다 와서 두려움이란 게 없어졌다”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이재명 체제의 야권이 압승해 이 대표의 대권가도가 트이게 되지 않겠냐고 물었다. 떠오르는 권력자를 겨냥한 책을 낸 데 대한 중압감이 없는지도 물었다. 그러자 유동규씨가 되물었다.
“혹시 바둑 두십니까?”
- 둘 줄은 알지요.
“하수는 단수(單手·바둑에서 한 수만 더 두면 상대의 돌을 따는 상태)까지 가야 자신이 죽은 줄 알아요. 하지만 바둑을 어느 정도 둘 줄 알게 되면 한두 수(手) 전에 미리 죽는 돌을 볼 줄 알게 됩니다. 거기서 조금 더 고수가 되면요, 내가 두는 한 수 한 수가 살지 죽을지 보입니다.”
― 그래서요?
“저는 분명히 알려드렸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재명이라는 사람에 대해 낱낱이 보여줬습니다. 사실만을 적었어요.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 최악의 상황에 이르기 전에, 많은 분이 하수의 돌을 두지 않았으면 해요.”
―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해 의회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면, 그때 가서도 그간 사실을 밝히기 위해 증언을 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없습니다. 당연하죠. 추호도 (후회는) 없습니다. 계속 사실을 말할 겁니다.”
유동규씨는 한때 ‘이재명의 장비(張飛·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무장)’라고 불릴 만큼 그에게 충성했다. 검찰 수사에서도 ‘그분’을 위해 입을 열지 않았다.
― 이재명 대표와 척을 지게 된 걸 후회하진 않습니까.
“나한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감옥에서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겪었어요. 기도했어요. 저승사자를 빨리 만나게 해달라고. 감옥에 갔다 오고 나선 두려움이란 게 없어졌습니다.”
유동규는 버림받은 장비였다. 그가 처음 구속된 2021년 10월, 이재명 대표는 ‘유동규 측근설’에 대해 “측근의 기준이 뭐냐”며 “(유동규를 자신과) 무리하게 엮지 마라”고 선을 그었다. 유씨에 대해 “측근 그룹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6개월이 지나 유씨의 구속 만기를 불과 하루 앞둔 2022년 4월 20일, 법원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좌절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그는 가족과 ‘그분’을 지키기 위해 수면제 50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눈꺼풀은 다시 열렸다. 고뇌 끝에 결심했다. “온전히 살고, 온전히 죽으려면 내 죄를 고백하고 모든 사실을 말하자”라고.
버림받은 장비
다음은 그의 저서에서 발췌한 유동규씨가 돌아선 계기다.
〈압수수색이 들어온 날, 내게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지라는 정진상의 말을 듣고 던져버린 게 증거인멸에 해당했다.〉(59쪽)
〈정진상이 어느 날 내게 갑자기 핸드폰을 바꾸라고 했다. ‘지사가 아이폰이 아니면 통화를 꺼려한다’라고 해서 (중략)
아이폰으로 처음 바꿀 때 나는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까지 못 믿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들은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나만 모른 거였다.〉(61쪽)
〈이재명의 입에서 퉁겨져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김문기 몰랐다.” (중략)
내가 구속되기 직전까지 이재명을 옹호하기 위해 같이 일했던 분이 아닌가.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죽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텔레비전 화면을 꽉 채운 이재명 부부의 모습이었다. 산타 복장을 한 부부가 웃으며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닌가. 더 소름이 돋았던 건 그날이 고 김문기 처장의 장례식 날이었다.〉(68쪽)
〈변호사로서 의뢰인(유동규)의 말을 민주당에 냉큼 전달하는 건 무슨 수작인가. 당신이 감시용 혹은 가짜 변호사가 아니고서야.〉(92쪽)
진술 신빙성 흔들기
“검사님, 진짜 사실대로 수사할 자신… 있습니까?”
2022년 9월 26일, 유동규씨가 검사에게 물었다. 그렇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측에선 유씨가 검찰의 회유를 받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유씨의 진술 신빙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일 유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측근이라고 인정한 정씨는 유씨에게 대장동 수익금 2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때 유씨는 정씨에게 돈을 준 과정과 용처 등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그러자 정씨 측 변호인은 집의 구조와 포장지 크기 등을 캐물으며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정씨 측은 검찰이 유씨를 회유해서 증언을 짜 맞춘 것이라고 의심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증언이 너무 생생하다며 “믿음직하게 연출하기 위해 요즘 말로 ‘주작(做作)’을 한 게 아니냐”며 “거짓말이 탄로 나 진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몰아붙였다. 정씨 측 변호인은 또 유씨에게 돈을 전달할 때 사용한 비닐의 종류를 물었고 유씨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울먹이다가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이로 인해 공판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4월 28일 유씨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도 출석했다. 이때 이 대표는 자신의 변호인과 유씨의 반대신문 도중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끼어들었다. 그러곤 유씨의 말에서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몰아붙였다. 이 대표는 유씨에게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이처럼 유씨로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요즘도 법정에서 이재명 대표 측 변호인이 자신의 진술 신빙성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지난 4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 측 변호인으로부터 신문을 받았다. 유씨는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서만 신문을 받기로 했는데 이 대표 측 변호인이 자꾸만 다른 얘기를 꺼내 진술 신빙성을 깎아내리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대장동 재판하는데 위례신도시에 대해서만 (신문)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증인 신문을 하는 3일 동안 ‘위례신도시’라는 단어는 다섯 번도 안 나왔습니다. 제 말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데만 3일을 쓴 겁니다. 제가 한마디라도 실수하길 바라면서 유도 신문을 계속한 거죠.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을 캐내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아까 얘기했던 거잖아요’라고 하면서 넘겼어요.”
유씨는 자신의 진술 신빙성을 지키기 위해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만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번에 출간한 271쪽 분량의 저서 《당신들의 댄스 댄스》 역시 마찬가지다.
“마리오네트 역할 끝나면 줄은 끊어진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동규씨를 만난 건 총선을 앞둔 4월 4일이다. 그는 책의 출간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재명의 ‘마리오네트’로 행동하며 제가 저지른 죄에 대한 반성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분도 마리오네트가 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 ‘여러분’은 국민을 가리키는 건가요.
“네, 국민입니다.”
―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요?
“네, 선거를 앞두고 있죠. 투표를 잘못해도 마리오네트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이재명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이 왜 죽어나가는지(를 이 책에 담았다). 마리오네트의 역할이 끝나면 줄은 끊어질 겁니다. 줄이 끊어지는 순간 마리오네트는 죽습니다.”
― 책을 쓰는 데 얼마나 걸렸습니까.
“자료 준비하는 데만 1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리고 문장을 다듬고 했으니 1년 조금 넘게 걸렸네요.”
―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네요.
“네. 확실한 것만 담았어요.”
― 오래된 일인데 이렇게 자세히 기억할 수 있나요.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만 썼어요.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겪지 않은 일들도 추측을 기반으로 이야기해달라’고 요구할 때가 있어요. 어렴풋하게라도 기억하지 않느냐고요. 그러면 저는 바로 거절해요. 저는 증인 신분이잖아요. 제 증언의 신빙성을 지키려면 정확하고 분명하게 기억나는 사실만 말해야 합니다.”
― 책에 등장한 이재명 대표와 그의 측근, 민주당 등으로부터 책 내용에 대한 이의 내지 반박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항의를 받은 바 있습니까.
“없습니다.”
“이재명, 자기 욕해도 된다고 하면서 다 고소”
더불어민주당 공보국 관계자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동규씨의 저서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틀리다고 항의하거나 반박 내지 법적 대응 등을 포함한 조치를 할 것인지’를 묻자 “아직은 그런 부분에 대해 논의되지 않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추후에도 그럴 것인지는 아직 말하지 못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씨는 “이번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 이상한 점을 제기했는데 이재명 대표 측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며 “(이 대표는) 자기를 욕해도 된다고 하면서 다 고소한다”고 꼬집었다. 유씨는 저서 28쪽에서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병적으로 작은 것 하나도 참거나 그대로 넘기는 법이 없다. 누가 됐든 싸웠다. 말로, SNS 글로, 고소·고발로. 나로선 그것을 수습하느라 진땀 뺀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쳤다”고 비판했다. 106쪽에서도 “이재명은 내게도 이재선 회계사를 고소할 것을 부추기고 종용했다. 고소의 요건이 되지 않아도 재촉했다”고 했다. 이러한 ‘고소 종용’ 대목에 대해 유씨가 경험담을 꺼냈다.
“(이 대표가) ‘고소했다면서?’ 그러자 저는 ‘예, 고소했습니다’라고 했죠. 그러자 (이 대표는) ‘잘했어’라고 칭찬해줬어요. 그렇게 하면 (이 대표의) 측근이 될 수 있습니다. 그의 측근이 되려면 죄를 많이 지어야 해요.”
유동규씨가 입을 연 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유씨가 증언하는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 가운데 유죄가 확정된 건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 이재명 대표의 사법 절차가 지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나요.
“이제 하나씩 하나씩 정리될 겁니다. 그동안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거죠. 반나절이면 끝날 증인 신문을 3일을 끈다든지 재판에 안 나온다든지, 드러눕고 온갖 쇼를 다 하니까 재판이 질질 늘어질 수밖에 없죠. 판사도 이를 좌시하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 법치가 살아 있으면 하나씩 하나씩 유죄 판결이 나올 겁니다. 반드시 처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만배, ‘권순일이 내 말밖에 안 들어’”
― 그래도 더디지 않나요.
“다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예상되는 시점이 있나요.
“올해 안에 최소한 1~2개 정도는 유죄 판결이 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검찰이 이 대표를 탈탈 털어도 수사에 진전이 없지 않으냐’는 시각도 있지 않나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당연하죠. 그건 이재명의 죄가 너무 많아서 그래요. 한두 개가 아니잖아요.”
유씨는 저서 38쪽에 “나는 당시 김만배에게 똑똑히 들었다. ‘쌍방울 통해 권순일에게 로비했다’라는 말을”이라고 적었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의 재판 거래 의혹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는 3심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경기도지사직을 잃을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7월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 판결을 했고, 권순일 당시 대법관은 이 판결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유씨는 “대법원에서 뒤집힐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파기 환송’으로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를 받았다”며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은 다름 아닌 김만배였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2020년 10월 대법원 판결 직후 수원 정자동의 한 아파트 단지 스포츠 센터 앞 야외에서 김씨를 만났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이때 김씨는 “야, 내가 1심 판사한테 180억 썼어. 근데 2심 판사는 씨알도 안 먹히더라”라고 했다고 한다.
유씨가 당시 일화를 꺼냈다.
“김만배가 ‘권순일이 내 말밖에 안 들어. 쌍방울 통해서 작업했다며, (권순일) 대법관님이 이야기하시더라’라고 했어요. 그 이야기 듣고 정진상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래서 정진상에게 ‘형, 쌍방울 통해서 권순일 뭐 작업한 거 있어?’라고 물었더니 전화인데도, 수화기 너머로 깜짝 놀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마치 ‘너 그걸 어떻게 알았어’라는 식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만배 형이 이야기해줘서 알았지’라고 했죠. 그랬더니 정진상이 ‘이야… 진짜 대단하다. 만배 형’ 그러더라고요.”
‘앞으로 모든 걸 문서화하라’
유씨는 저서의 서두에 이런 말을 남겼다.
“만기 출소한 나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나는 대답 대신 이 책 《당신들의 댄스 댄스》로 갈음한다. 지금, 죄의 무게로 잠을 못 이루는 나날을 품고 있을 ‘그분’과 여전히 ‘그분’ 곁에서 ‘그분’ 죄의 무게를 늘리고 있는 그들을 위해 나는 이 반성문을 썼다.”
― 대장동 사건은 십수 년 전 일이고, 그동안 극단 선택을 시도하는 등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었는데 그때의 일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다 기억하나요. 그때 자료를 남겨뒀나요.
“자료는 없습니다. 원래는 없었어요. 여러 재판을 거치면서 관련 자료가 쌓였죠. 그걸 보니 사건 당시의 장면이 떠오르는 겁니다. 직접 겪은 일들이기 때문에 기억이 나는 겁니다. 기억이 안 나는 걸 어떻게 소설로 만들어내겠습니까. 거짓말로 쌓아 올린 성(城)은, 벽돌 하나만 움직여도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이재명 쪽에선 당황했을 거예요. 이렇게까지 기억하고 있는 줄은 몰랐을 테니까요. 그때 상황 하나하나를 어떻게 지어내겠습니까. 금방 다른 거(말)하고 안 맞죠. 이재명이 만들어낸 가설, ‘유동규와 김만배가 짰다’는 건 바로 허물어지잖아요.”
― 저서에 따르면, 성남도개공 재직 당시 공사(公社)에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직접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때 정리한 자료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재판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맞아요. 제가 (성남도개공에) 인사위원장으로 가 보니까, 우리 애들(직원들)이 징계에 회부된 이유를 물어보면 ‘공무원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한 겁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막상 그 공무원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해요. 공무원들은 항상 문제가 되면 ‘난 그런 적 없다’며 빠져나가려고 습관처럼 구두(口頭)로 업무 지시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직원들이 뒤집어쓰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모든 걸 문서화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징계 건이 있을 때 ‘공무원이 시켰다’는 핑계를 대는 건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어요. 일할 땐 무조건 문서화해서 공문으로 주고받고, 말로 전달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렇게 공문이 남게 된 거예요.”
“그 사람은 절대 정치를 해선 안 됩니다”
― 그게 재판에서 도움이 됐군요.
“도움을 받고 있는 거죠. 제가 한 말들이 사소한 부분에서도 그 자료와 맞잖아요. 이재명의 말과 다르게 상황이 다 맞아떨어지잖아요. 그래서 보강 증거로 나오고 있는 거고요. 저도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던 문서들이 나오는데, 검사들도 (자료를) 펼쳐보고 ‘아, 이게 그거였구나’라고 했어요. 그 자료들이 지금 제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어요. 아무리 가짜 증인을 내세워서 사실관계를 바꿔보려고 해도, 누굴 만나고 했던 것들이 공문을 통해 남아 있잖아요. 겪지 않고서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그날 맑았는지 흐렸는지. 제 말 중에서 하나만 어긋나길 바라는 게 이재명 쪽의 생각일 겁니다.”
― 혹시라도 말이 꼬일까 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겠네요.
“아니요. 저는 자신 있습니다. 제 기억이니까요. 또렷한 기억만 말합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관련해 김만배에게 들었던 말도 명확하게 어디서 들었는지 그 장면까지 또렷하게 기억나니까 얘기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요, 다 틀어지게 돼 있어요.”
― 앞으로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참회하는 마음으로 제가 겪은 일들을 사실 그대로 말할 겁니다. 그리고 후세에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조그마한 일들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건들은 마무리가 될까요.
“당연합니다.”
― 지난해 12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저에게 ‘이재명 의혹 사건 관련,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증언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까.
“네. 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할 겁니다. 그 사람은 절대 정치를 해선 안 됩니다.”
총선이 끝난 후 유동규씨에게 총선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는 문자를 보냈다. 그는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나라가 걱정입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나라가 망하면,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지난 정권의 퍼주기를 탓하는 게 아니라 손발 꽁꽁 묶인 윤석열을 비난할 것입니다 저들은 나라가 망하거나 말거나 하는 인간들입니다.”⊙
유동규(柳東珪·55)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비장(悲壯)했다. 지난 4월 4일 그에게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 그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증언해왔던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유씨는 딱 잘라 말했다.
많은 이의 예상대로, 며칠 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175석을 차지하며 의회 권력을 거머쥐게 됐다. 재판을 받으면서도 총선을 승리로 이끈 이재명 대표를 두고 벌써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유동규씨로서는 간담이 서늘할 법한 일이다.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인으로 나서고 있는 유씨는 지난 4월 2일 법정에서 “차라리 감옥 가는 게 편할 수 있다”며 “이재명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것은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법정 안팎에서 ‘개딸’ 등과 같은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유동규씨는 지난 3월 28일 저서 《당신들의 댄스 댄스》를 내고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폭로했다. 앞으로도 그는 책에서 밝힌 것처럼 “사실을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말할” 수 있을까. 서울 마포구의 한 공원에서 유씨를 만났다.
“감옥 갔다 와서 두려움이란 게 없어졌다”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이재명 체제의 야권이 압승해 이 대표의 대권가도가 트이게 되지 않겠냐고 물었다. 떠오르는 권력자를 겨냥한 책을 낸 데 대한 중압감이 없는지도 물었다. 그러자 유동규씨가 되물었다.
“혹시 바둑 두십니까?”
- 둘 줄은 알지요.
“하수는 단수(單手·바둑에서 한 수만 더 두면 상대의 돌을 따는 상태)까지 가야 자신이 죽은 줄 알아요. 하지만 바둑을 어느 정도 둘 줄 알게 되면 한두 수(手) 전에 미리 죽는 돌을 볼 줄 알게 됩니다. 거기서 조금 더 고수가 되면요, 내가 두는 한 수 한 수가 살지 죽을지 보입니다.”
― 그래서요?
“저는 분명히 알려드렸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재명이라는 사람에 대해 낱낱이 보여줬습니다. 사실만을 적었어요. 사람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 최악의 상황에 이르기 전에, 많은 분이 하수의 돌을 두지 않았으면 해요.”
―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해 의회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면, 그때 가서도 그간 사실을 밝히기 위해 증언을 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없습니다. 당연하죠. 추호도 (후회는) 없습니다. 계속 사실을 말할 겁니다.”
유동규씨는 한때 ‘이재명의 장비(張飛·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무장)’라고 불릴 만큼 그에게 충성했다. 검찰 수사에서도 ‘그분’을 위해 입을 열지 않았다.
― 이재명 대표와 척을 지게 된 걸 후회하진 않습니까.
“나한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감옥에서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겪었어요. 기도했어요. 저승사자를 빨리 만나게 해달라고. 감옥에 갔다 오고 나선 두려움이란 게 없어졌습니다.”
유동규는 버림받은 장비였다. 그가 처음 구속된 2021년 10월, 이재명 대표는 ‘유동규 측근설’에 대해 “측근의 기준이 뭐냐”며 “(유동규를 자신과) 무리하게 엮지 마라”고 선을 그었다. 유씨에 대해 “측근 그룹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6개월이 지나 유씨의 구속 만기를 불과 하루 앞둔 2022년 4월 20일, 법원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좌절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그는 가족과 ‘그분’을 지키기 위해 수면제 50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눈꺼풀은 다시 열렸다. 고뇌 끝에 결심했다. “온전히 살고, 온전히 죽으려면 내 죄를 고백하고 모든 사실을 말하자”라고.
버림받은 장비
다음은 그의 저서에서 발췌한 유동규씨가 돌아선 계기다.
〈압수수색이 들어온 날, 내게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지라는 정진상의 말을 듣고 던져버린 게 증거인멸에 해당했다.〉(59쪽)
〈정진상이 어느 날 내게 갑자기 핸드폰을 바꾸라고 했다. ‘지사가 아이폰이 아니면 통화를 꺼려한다’라고 해서 (중략)
아이폰으로 처음 바꿀 때 나는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까지 못 믿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들은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나만 모른 거였다.〉(61쪽)
〈이재명의 입에서 퉁겨져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김문기 몰랐다.” (중략)
내가 구속되기 직전까지 이재명을 옹호하기 위해 같이 일했던 분이 아닌가.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죽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텔레비전 화면을 꽉 채운 이재명 부부의 모습이었다. 산타 복장을 한 부부가 웃으며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닌가. 더 소름이 돋았던 건 그날이 고 김문기 처장의 장례식 날이었다.〉(68쪽)
〈변호사로서 의뢰인(유동규)의 말을 민주당에 냉큼 전달하는 건 무슨 수작인가. 당신이 감시용 혹은 가짜 변호사가 아니고서야.〉(92쪽)
진술 신빙성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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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3월 28일 낸 저서 《당신들의 댄스 댄스》 |
2022년 9월 26일, 유동규씨가 검사에게 물었다. 그렇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측에선 유씨가 검찰의 회유를 받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유씨의 진술 신빙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일 유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측근이라고 인정한 정씨는 유씨에게 대장동 수익금 2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때 유씨는 정씨에게 돈을 준 과정과 용처 등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그러자 정씨 측 변호인은 집의 구조와 포장지 크기 등을 캐물으며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정씨 측은 검찰이 유씨를 회유해서 증언을 짜 맞춘 것이라고 의심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증언이 너무 생생하다며 “믿음직하게 연출하기 위해 요즘 말로 ‘주작(做作)’을 한 게 아니냐”며 “거짓말이 탄로 나 진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몰아붙였다. 정씨 측 변호인은 또 유씨에게 돈을 전달할 때 사용한 비닐의 종류를 물었고 유씨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울먹이다가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이로 인해 공판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4월 28일 유씨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도 출석했다. 이때 이 대표는 자신의 변호인과 유씨의 반대신문 도중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끼어들었다. 그러곤 유씨의 말에서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몰아붙였다. 이 대표는 유씨에게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이처럼 유씨로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요즘도 법정에서 이재명 대표 측 변호인이 자신의 진술 신빙성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씨는 지난 4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 측 변호인으로부터 신문을 받았다. 유씨는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서만 신문을 받기로 했는데 이 대표 측 변호인이 자꾸만 다른 얘기를 꺼내 진술 신빙성을 깎아내리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대장동 재판하는데 위례신도시에 대해서만 (신문)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증인 신문을 하는 3일 동안 ‘위례신도시’라는 단어는 다섯 번도 안 나왔습니다. 제 말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데만 3일을 쓴 겁니다. 제가 한마디라도 실수하길 바라면서 유도 신문을 계속한 거죠.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을 캐내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아까 얘기했던 거잖아요’라고 하면서 넘겼어요.”
유씨는 자신의 진술 신빙성을 지키기 위해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만 말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번에 출간한 271쪽 분량의 저서 《당신들의 댄스 댄스》 역시 마찬가지다.
“마리오네트 역할 끝나면 줄은 끊어진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동규씨를 만난 건 총선을 앞둔 4월 4일이다. 그는 책의 출간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재명의 ‘마리오네트’로 행동하며 제가 저지른 죄에 대한 반성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분도 마리오네트가 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 ‘여러분’은 국민을 가리키는 건가요.
“네, 국민입니다.”
―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요?
“네, 선거를 앞두고 있죠. 투표를 잘못해도 마리오네트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이재명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이 왜 죽어나가는지(를 이 책에 담았다). 마리오네트의 역할이 끝나면 줄은 끊어질 겁니다. 줄이 끊어지는 순간 마리오네트는 죽습니다.”
― 책을 쓰는 데 얼마나 걸렸습니까.
“자료 준비하는 데만 1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리고 문장을 다듬고 했으니 1년 조금 넘게 걸렸네요.”
―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썼네요.
“네. 확실한 것만 담았어요.”
― 오래된 일인데 이렇게 자세히 기억할 수 있나요.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만 썼어요.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겪지 않은 일들도 추측을 기반으로 이야기해달라’고 요구할 때가 있어요. 어렴풋하게라도 기억하지 않느냐고요. 그러면 저는 바로 거절해요. 저는 증인 신분이잖아요. 제 증언의 신빙성을 지키려면 정확하고 분명하게 기억나는 사실만 말해야 합니다.”
― 책에 등장한 이재명 대표와 그의 측근, 민주당 등으로부터 책 내용에 대한 이의 내지 반박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항의를 받은 바 있습니까.
“없습니다.”
“이재명, 자기 욕해도 된다고 하면서 다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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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한편 유씨는 “이번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 이상한 점을 제기했는데 이재명 대표 측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며 “(이 대표는) 자기를 욕해도 된다고 하면서 다 고소한다”고 꼬집었다. 유씨는 저서 28쪽에서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병적으로 작은 것 하나도 참거나 그대로 넘기는 법이 없다. 누가 됐든 싸웠다. 말로, SNS 글로, 고소·고발로. 나로선 그것을 수습하느라 진땀 뺀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쳤다”고 비판했다. 106쪽에서도 “이재명은 내게도 이재선 회계사를 고소할 것을 부추기고 종용했다. 고소의 요건이 되지 않아도 재촉했다”고 했다. 이러한 ‘고소 종용’ 대목에 대해 유씨가 경험담을 꺼냈다.
“(이 대표가) ‘고소했다면서?’ 그러자 저는 ‘예, 고소했습니다’라고 했죠. 그러자 (이 대표는) ‘잘했어’라고 칭찬해줬어요. 그렇게 하면 (이 대표의) 측근이 될 수 있습니다. 그의 측근이 되려면 죄를 많이 지어야 해요.”
유동규씨가 입을 연 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유씨가 증언하는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 가운데 유죄가 확정된 건 아직 단 한 건도 없다.
― 이재명 대표의 사법 절차가 지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나요.
“이제 하나씩 하나씩 정리될 겁니다. 그동안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 거죠. 반나절이면 끝날 증인 신문을 3일을 끈다든지 재판에 안 나온다든지, 드러눕고 온갖 쇼를 다 하니까 재판이 질질 늘어질 수밖에 없죠. 판사도 이를 좌시하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 법치가 살아 있으면 하나씩 하나씩 유죄 판결이 나올 겁니다. 반드시 처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만배, ‘권순일이 내 말밖에 안 들어’”
― 그래도 더디지 않나요.
“다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예상되는 시점이 있나요.
“올해 안에 최소한 1~2개 정도는 유죄 판결이 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검찰이 이 대표를 탈탈 털어도 수사에 진전이 없지 않으냐’는 시각도 있지 않나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당연하죠. 그건 이재명의 죄가 너무 많아서 그래요. 한두 개가 아니잖아요.”
유씨는 저서 38쪽에 “나는 당시 김만배에게 똑똑히 들었다. ‘쌍방울 통해 권순일에게 로비했다’라는 말을”이라고 적었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의 재판 거래 의혹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는 3심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경기도지사직을 잃을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7월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 판결을 했고, 권순일 당시 대법관은 이 판결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유씨는 “대법원에서 뒤집힐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하지만 ‘파기 환송’으로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를 받았다”며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은 다름 아닌 김만배였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2020년 10월 대법원 판결 직후 수원 정자동의 한 아파트 단지 스포츠 센터 앞 야외에서 김씨를 만났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이때 김씨는 “야, 내가 1심 판사한테 180억 썼어. 근데 2심 판사는 씨알도 안 먹히더라”라고 했다고 한다.
유씨가 당시 일화를 꺼냈다.
“김만배가 ‘권순일이 내 말밖에 안 들어. 쌍방울 통해서 작업했다며, (권순일) 대법관님이 이야기하시더라’라고 했어요. 그 이야기 듣고 정진상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래서 정진상에게 ‘형, 쌍방울 통해서 권순일 뭐 작업한 거 있어?’라고 물었더니 전화인데도, 수화기 너머로 깜짝 놀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마치 ‘너 그걸 어떻게 알았어’라는 식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만배 형이 이야기해줘서 알았지’라고 했죠. 그랬더니 정진상이 ‘이야… 진짜 대단하다. 만배 형’ 그러더라고요.”
‘앞으로 모든 걸 문서화하라’
유씨는 저서의 서두에 이런 말을 남겼다.
“만기 출소한 나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나는 대답 대신 이 책 《당신들의 댄스 댄스》로 갈음한다. 지금, 죄의 무게로 잠을 못 이루는 나날을 품고 있을 ‘그분’과 여전히 ‘그분’ 곁에서 ‘그분’ 죄의 무게를 늘리고 있는 그들을 위해 나는 이 반성문을 썼다.”
― 대장동 사건은 십수 년 전 일이고, 그동안 극단 선택을 시도하는 등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었는데 그때의 일들을 어떻게 하나하나 다 기억하나요. 그때 자료를 남겨뒀나요.
“자료는 없습니다. 원래는 없었어요. 여러 재판을 거치면서 관련 자료가 쌓였죠. 그걸 보니 사건 당시의 장면이 떠오르는 겁니다. 직접 겪은 일들이기 때문에 기억이 나는 겁니다. 기억이 안 나는 걸 어떻게 소설로 만들어내겠습니까. 거짓말로 쌓아 올린 성(城)은, 벽돌 하나만 움직여도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이재명 쪽에선 당황했을 거예요. 이렇게까지 기억하고 있는 줄은 몰랐을 테니까요. 그때 상황 하나하나를 어떻게 지어내겠습니까. 금방 다른 거(말)하고 안 맞죠. 이재명이 만들어낸 가설, ‘유동규와 김만배가 짰다’는 건 바로 허물어지잖아요.”
― 저서에 따르면, 성남도개공 재직 당시 공사(公社)에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직접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때 정리한 자료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재판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맞아요. 제가 (성남도개공에) 인사위원장으로 가 보니까, 우리 애들(직원들)이 징계에 회부된 이유를 물어보면 ‘공무원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한 겁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막상 그 공무원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해요. 공무원들은 항상 문제가 되면 ‘난 그런 적 없다’며 빠져나가려고 습관처럼 구두(口頭)로 업무 지시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직원들이 뒤집어쓰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 모든 걸 문서화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징계 건이 있을 때 ‘공무원이 시켰다’는 핑계를 대는 건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어요. 일할 땐 무조건 문서화해서 공문으로 주고받고, 말로 전달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렇게 공문이 남게 된 거예요.”
“그 사람은 절대 정치를 해선 안 됩니다”
― 그게 재판에서 도움이 됐군요.
“도움을 받고 있는 거죠. 제가 한 말들이 사소한 부분에서도 그 자료와 맞잖아요. 이재명의 말과 다르게 상황이 다 맞아떨어지잖아요. 그래서 보강 증거로 나오고 있는 거고요. 저도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던 문서들이 나오는데, 검사들도 (자료를) 펼쳐보고 ‘아, 이게 그거였구나’라고 했어요. 그 자료들이 지금 제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어요. 아무리 가짜 증인을 내세워서 사실관계를 바꿔보려고 해도, 누굴 만나고 했던 것들이 공문을 통해 남아 있잖아요. 겪지 않고서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그날 맑았는지 흐렸는지. 제 말 중에서 하나만 어긋나길 바라는 게 이재명 쪽의 생각일 겁니다.”
― 혹시라도 말이 꼬일까 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겠네요.
“아니요. 저는 자신 있습니다. 제 기억이니까요. 또렷한 기억만 말합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관련해 김만배에게 들었던 말도 명확하게 어디서 들었는지 그 장면까지 또렷하게 기억나니까 얘기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요, 다 틀어지게 돼 있어요.”
― 앞으로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참회하는 마음으로 제가 겪은 일들을 사실 그대로 말할 겁니다. 그리고 후세에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조그마한 일들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건들은 마무리가 될까요.
“당연합니다.”
― 지난해 12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저에게 ‘이재명 의혹 사건 관련,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증언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까.
“네. 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할 겁니다. 그 사람은 절대 정치를 해선 안 됩니다.”
총선이 끝난 후 유동규씨에게 총선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는 문자를 보냈다. 그는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나라가 걱정입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나라가 망하면,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와 지난 정권의 퍼주기를 탓하는 게 아니라 손발 꽁꽁 묶인 윤석열을 비난할 것입니다 저들은 나라가 망하거나 말거나 하는 인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