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選은 환갑” 외치며 18대 총선 불출마 선언
⊙ “3선 이상 영남 의원들은 기득권 내려놓아야”
⊙ “야당, 자기네가 정권을 잡은 듯 굴고 있어… 탄핵병 걸린 듯 굴어”
⊙ “이준석 본성 드러나… 청년정치인 영입은 신중해야”
⊙ “총선에서 국민의힘 승리 못 하면 나라 망한다”
金容甲
육사 17기 /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총무처 24대 장관, 15·16·17대 국회의원, 現 국민의힘 상임고문
⊙ “3선 이상 영남 의원들은 기득권 내려놓아야”
⊙ “야당, 자기네가 정권을 잡은 듯 굴고 있어… 탄핵병 걸린 듯 굴어”
⊙ “이준석 본성 드러나… 청년정치인 영입은 신중해야”
⊙ “총선에서 국민의힘 승리 못 하면 나라 망한다”
金容甲
육사 17기 /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총무처 24대 장관, 15·16·17대 국회의원, 現 국민의힘 상임고문
- 사진=조준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중진 및 친윤(친윤석열) 인사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강력 권고하고 나서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혁신위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대상으로 지목한 영남권 다선 의원들은 이에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출마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면서 당내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선을 끝으로 불출마를 선언하고 ‘박수 칠 때 떠난’ 김용갑 국민의힘 상임고문(15~17대 국회의원)을 만나 보수 정당이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에 성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들었다.
3選 마치며 불출마 선언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만난 김 고문은 “할 말을 거침없이 하는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국민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 국민의힘 혁신위가 내놓은 영남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와 관련한 논란을 보며 느낀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내가 2008년 불출마 선언을 하며 국회의원 3선은 환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환갑이 많은 나이가 아닐 수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환갑은 이제 물러나 여생을 보낼 때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12년이란 정치인 입장에서 할 만큼 한 시간이고 원하는 바를 이뤄냈어야 할 시간입니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같은 사람이 그 이상 권력을 잡고 있으면 지루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수 칠 때 떠나는’ 모습으로 남고 싶었고요.”
경남 밀양·창녕에서 3선을 지낸 김 고문은 2008년 1월 초 18대 총선을 3개월여 앞둔 시기에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좌파 정권 10년간 국가 안보와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선봉에서 싸워왔고, 이제 좌파 정권이 퇴진하고 이명박 정부가 나라를 이끌게 돼 안심하고 물러갈 수 있게 됐다”며 “나는 이제 자유다,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 혁신위원회가 강력하게 중진들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인요한 혁신위는 우리 당 내에서 나오지 못할 것 같던 얘기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처럼 당이 인기가 없는 상황에서 영남 중진들이 용퇴해야 당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인요한 위원장은 그런 얘길 거침없이 하면서 강하게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논란도 있지만 혁신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 국민의힘 중진 중에서 솔선수범하는 인물이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지금 정치인들은 거의 다 ‘정치병(病)’에 걸려 있어요. 이곳은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이번에 출마 안 하면 사람들에게 잊힐 것 같은 두려움이 있는 겁니다. 만약 솔선수범을 한다 해도 주변의 비판에 시달릴 거예요. 내가 불출마 선언을 했을 때 중진급 의원들이 줄줄이 연락해왔습니다. 본인 불출마하는 건 좋은데 다른 중진들은 뭐가 되느냐는 불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경쟁자들이 ‘3선은 환갑’이라고 비판하니 내가 원망스러웠겠지요. 이번에 인요한 위원장에게 응원과 격려차 전화를 했는데, 중진 불출마 권고에 대해 혁신위 내부에서도 격렬한 찬반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중진들이 반발할 것이 불 보듯 훤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해결이 될 겁니다. 그게 자신과 당, 국가 전부 사는 길입니다.”
“영남 선거는 선거도 아냐”
김용갑 고문은 혁신위의 혁신안을 지지하며 특히 영남 지역 의원들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 정당 후보가 영남에서 출마해 치르는 선거는 선거도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공천에 사활을 걸어서는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이는 그의 정치 이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김 고문은 전두환 정부 민정수석과 노태우 정부 총무처 장관을 지낸 후 14대 총선에서 거주지였던 서울 서초을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당시 서초을에서는 민자당 김덕룡 의원이 김영삼 총재를 배경으로 공천에 사활을 걸고 있었고, 신생 정당인 통일국민당은 그에게 공천을 주겠다고 설득하는 상황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김동길 연세대 교수가 찾아와 전폭적으로 지원할 테니 통일국민당 후보로 출마해달라고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공천을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당론에 따라야 하고 그렇다면 내가 하려는 정치를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요. 당에 물질적으로든 심적으로든 빚을 지고 있는 정치인은 소신껏 행동하기 어렵습니다.”
15대 총선에서는 고향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경남 밀양에 출마했다. “공천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후 16대, 17대에서는 지역 주민과 주변인들의 권유에 따라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두 번은 무소속으로, 두 번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선거를 치른 것이다.
“무소속으로 두 번 출마했을 때는 정치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모르고 뛰어든 데 대해 후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영남에서 보수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해보니 너무 쉬워서 선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렇게 쉽게 치러도 되나 당황스러울 정도였지요. 한나라당은 야당이었지만 영남에서 선거를 치를 때는 야당이라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여당, 의외로 인재 없어”
― 그러니 다들 좋은 지역에 공천받으려고 애쓰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줄을 서서 공천을 받으면 그 정치인은 어떤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당이 시키는 대로 종속되는 수밖에 없어요. 영남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얼마나 당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합니까. 거기에 에너지를 다 쓰고 본선(총선)은 쉽게 가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 국회에 가서도 또 다음 공천과 선거만 생각하고요.”
― 일부 중진은 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를 놓을 수 없는 것 아닐까요. 예를 들면 대권이라든가 국회의장이라든가 말이죠.
“대권은 하늘이 내리는 겁니다. 하고 싶다고, 꾸준히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줄 누가 예상했습니까? 당이, 국민이 중진 의원들의 용퇴를 바라고 있는데 자기 욕심에 대권 도전하겠다고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건 미련한 짓입니다. 지금 한 발 물러서면 나중에 충분히 기회가 올 수도 있는데 왜 버티고 있습니까.”
영남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에 적극 찬성 의견을 보인 그는 친윤 인사들이 불출마하거나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혁신안 내용에는 반대 의견을 보였다.
“여당 쪽에 인재 자원이 의외로 많지 않아요.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대통령 측근 빼고 친윤 빼고 하면 남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윤핵관이니 친윤이니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사람들은 결국 영남권 중진들입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혁신을 강조하면 됩니다. 혁신위도 지금까지 내놓은 혁신안을 100% 관철시킬 순 없을 것이고, 절반 정도만 실현돼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은 정치의 목적 확실히 해야”
김 고문은 당이 혁신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김기현 대표라고 했다. 김 고문은 3선인 17대 시절 초선으로 입성한 김 대표를 처음 만났고, 김 고문이 상임위원장 시절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하며 친분을 쌓아 왔다.
“김기현 대표의 첫인상은 아주 똑똑하고 예의바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능력과 인성 모두 갖춘 인재입니다. 그런데 당대표가 되고 나서는 대표다운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짐이 너무 무거워 보입니다. 그럴수록 대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습니까. 대표가 대통령 눈치만 보고 있다고 사람들이 비판하는데도 달라지지가 않습니다. 대한민국과 보수 정당이 살려면, 뿐만 아니라 본인이 더 큰 정치를 하려면 지금은 김 대표가 솔선수범해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수도권으로 가면 당선 가능성이 확실히 적어지고, 불출마를 결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겠죠.”
그는 “정치인은 정치의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김 고문은 정치에 뛰어든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1980년대 반미(反美)·종북(從北) 세력이 커져가던 중 1989년 임종석 주도의 임수경 방북 사건을 비롯해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건이 잇달아 벌어졌다. 대한민국의 좌경화를 우려했던 김 고문은 정치에 직접 나서기로 결심, 1992년 14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1996년 15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후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국회 단상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를 외치다 쓰러지기도 하고, 김대중 정부를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규탄하는 등 안보와 국가 정체성 지키기에 앞장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나는 애초 정치를 하고 싶은 이유가 명확했고, 3선 12년동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좌파 정권 치하에서 늘 감시에 시달리고 정권의 감시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정치를 했지만 온갖 어려움 속에서 할 일을 다 했어요. 3선을 하고 나니 당에서는 소장파가 득세하면서 65세 이상은 공천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는데, 난 할 일 다 했는데 자존심 구겨가면서 의원직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새롭게 잘할 사람이 있다면 경력 있는 사람이 도와주고 밀어주면 서로 좋지 않겠습니까.”
― 지금은 스스로 물러나 새 사람을 밀어줄 생각을 하는 의원을 찾아보기 힘들죠.
“국회의원직을 잘 수행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걸 명예롭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중진이나 당 지도부 중 한두 명만 나서도 국민들이 보는 당 이미지가 확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국힘보다 민주당이 더 심각”
김 고문은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야당은 자기네가 정권을 잡은 듯 굴고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예우도 하나도 없고요. 맨날 탄핵 주장만 하는 ‘탄핵병’에 걸려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마치 대통령인 듯 자신만만한 표정을 잃지 않더군요. 이 대표가 한마디 하면 160여 명의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공격과 방어에 나섭니다. 마치 군사작전 같아요. 이재명 총사령관이 지휘하면 의원들은 상명하복(上命下服)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쌍특검이다 뭐다 하면서 미사일 줄줄이 쏴 놓고 자기들은 납작 엎드려 있는 겁니다.”
― 22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같은 현상이 계속되겠죠.
“그 정도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는 식물정부가 되고 나라는 무정부 상태가 되는 겁니다.”
―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더 불리하다고 봅니까.
“국민의힘이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훨씬 더 상태가 심각하고,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실 선거는 한 번 잘되면 그다음 번엔 안 되는 사이클이 있습니다. 한 번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어요. 독선적이고 민주당에 실망한 국민이 많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과반만 가져온다면 국정 운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안보관이 확실하기 때문에 나라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중국·미국·일본과의 관계도 잘 하고 있고요.”
“인성이 안 되는 사람은 앞날 없어”
그는 국민의힘이 혁신을 위해 청년정치인 비중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혁신안에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청년정치인 확대에 대해서는 이준석 전 대표의 사례를 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람을 잘못 들이는 바람에 청년정치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언을 얻는 원로그룹, 이른바 ‘박근혜의 7인회’ 일원으로 불렸고, 박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다.
“솔직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준석을 픽업한 가장 큰 이유는 학벌 아닙니까? 하지만 우리나라에 하버드 나온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사람을 영입할 때는 능력과 함께 인성(人性)을 갖췄는지 봐야 합니다. 인성이 안 되는 사람은 앞날이 없어요. 그런 사람이 성공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 이준석 전 대표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까.
“인성이 나쁘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어떻게 대통령을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을 씁니까. 제대로 된 정치인, 아니 인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행태입니다. 그 말 외에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을 계속하고 있지 않습니까.”
― 당대표로 당선될 때는 인기가 좋았는데요. 본인이 궁지에 몰리다 보니 예민한 언행을 계속하는 건 아닐까요.
“그렇지 않아요. 그동안 감춰왔던 본성이 이제야 제대로 드러나는 겁니다. 본성이 아니면 그런 언행 못 합니다. 거기다 예의도 없고… 나이만 청년이지 청년정치라는 말을 망쳐놓은 장본인입니다.”
“정부·여당이 혁신 앞장서길”
― 이준석신당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김종인·금태섭 등 신당 세력과도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고요.
“김종인도 참… 그런 말 들으면 그저 들어주기만 하든가 그러지 못하도록 잘 설득하든가 해야지 그걸 부추기는 건 원로의 모습이 아니지요.”
김 고문은 1936년생으로 87세다. 서슬 퍼런 5공 시절 전두환 대통령 앞에서도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등 평생 ‘할 말은 한다’며 살아온 그는 ‘할 말은 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응원한다고 했다.
“소신을 밀고 나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려면 여당이 힘을 얻어야 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정부·여당이 혁신에 앞장서길 기대합니다.”⊙
3選 마치며 불출마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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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18대 국회의원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3선인 김 의원은 “국회의원 3선은 환갑”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조선DB |
― 국민의힘 혁신위가 내놓은 영남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와 관련한 논란을 보며 느낀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내가 2008년 불출마 선언을 하며 국회의원 3선은 환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환갑이 많은 나이가 아닐 수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환갑은 이제 물러나 여생을 보낼 때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12년이란 정치인 입장에서 할 만큼 한 시간이고 원하는 바를 이뤄냈어야 할 시간입니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같은 사람이 그 이상 권력을 잡고 있으면 지루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수 칠 때 떠나는’ 모습으로 남고 싶었고요.”
경남 밀양·창녕에서 3선을 지낸 김 고문은 2008년 1월 초 18대 총선을 3개월여 앞둔 시기에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좌파 정권 10년간 국가 안보와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선봉에서 싸워왔고, 이제 좌파 정권이 퇴진하고 이명박 정부가 나라를 이끌게 돼 안심하고 물러갈 수 있게 됐다”며 “나는 이제 자유다,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 혁신위원회가 강력하게 중진들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인요한 혁신위는 우리 당 내에서 나오지 못할 것 같던 얘기들을 계속 쏟아내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처럼 당이 인기가 없는 상황에서 영남 중진들이 용퇴해야 당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인요한 위원장은 그런 얘길 거침없이 하면서 강하게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저런 논란도 있지만 혁신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 국민의힘 중진 중에서 솔선수범하는 인물이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솔직히 지금 정치인들은 거의 다 ‘정치병(病)’에 걸려 있어요. 이곳은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이번에 출마 안 하면 사람들에게 잊힐 것 같은 두려움이 있는 겁니다. 만약 솔선수범을 한다 해도 주변의 비판에 시달릴 거예요. 내가 불출마 선언을 했을 때 중진급 의원들이 줄줄이 연락해왔습니다. 본인 불출마하는 건 좋은데 다른 중진들은 뭐가 되느냐는 불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경쟁자들이 ‘3선은 환갑’이라고 비판하니 내가 원망스러웠겠지요. 이번에 인요한 위원장에게 응원과 격려차 전화를 했는데, 중진 불출마 권고에 대해 혁신위 내부에서도 격렬한 찬반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중진들이 반발할 것이 불 보듯 훤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해결이 될 겁니다. 그게 자신과 당, 국가 전부 사는 길입니다.”
“영남 선거는 선거도 아냐”
김용갑 고문은 혁신위의 혁신안을 지지하며 특히 영남 지역 의원들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 정당 후보가 영남에서 출마해 치르는 선거는 선거도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공천에 사활을 걸어서는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이는 그의 정치 이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김 고문은 전두환 정부 민정수석과 노태우 정부 총무처 장관을 지낸 후 14대 총선에서 거주지였던 서울 서초을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당시 서초을에서는 민자당 김덕룡 의원이 김영삼 총재를 배경으로 공천에 사활을 걸고 있었고, 신생 정당인 통일국민당은 그에게 공천을 주겠다고 설득하는 상황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김동길 연세대 교수가 찾아와 전폭적으로 지원할 테니 통일국민당 후보로 출마해달라고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공천을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당론에 따라야 하고 그렇다면 내가 하려는 정치를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요. 당에 물질적으로든 심적으로든 빚을 지고 있는 정치인은 소신껏 행동하기 어렵습니다.”
15대 총선에서는 고향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경남 밀양에 출마했다. “공천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후 16대, 17대에서는 지역 주민과 주변인들의 권유에 따라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두 번은 무소속으로, 두 번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선거를 치른 것이다.
“무소속으로 두 번 출마했을 때는 정치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모르고 뛰어든 데 대해 후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영남에서 보수 정당 공천을 받아 출마해보니 너무 쉬워서 선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렇게 쉽게 치러도 되나 당황스러울 정도였지요. 한나라당은 야당이었지만 영남에서 선거를 치를 때는 야당이라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여당, 의외로 인재 없어”
― 그러니 다들 좋은 지역에 공천받으려고 애쓰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줄을 서서 공천을 받으면 그 정치인은 어떤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당이 시키는 대로 종속되는 수밖에 없어요. 영남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얼마나 당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합니까. 거기에 에너지를 다 쓰고 본선(총선)은 쉽게 가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 국회에 가서도 또 다음 공천과 선거만 생각하고요.”
― 일부 중진은 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를 놓을 수 없는 것 아닐까요. 예를 들면 대권이라든가 국회의장이라든가 말이죠.
“대권은 하늘이 내리는 겁니다. 하고 싶다고, 꾸준히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줄 누가 예상했습니까? 당이, 국민이 중진 의원들의 용퇴를 바라고 있는데 자기 욕심에 대권 도전하겠다고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건 미련한 짓입니다. 지금 한 발 물러서면 나중에 충분히 기회가 올 수도 있는데 왜 버티고 있습니까.”
영남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에 적극 찬성 의견을 보인 그는 친윤 인사들이 불출마하거나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혁신안 내용에는 반대 의견을 보였다.
“여당 쪽에 인재 자원이 의외로 많지 않아요.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대통령 측근 빼고 친윤 빼고 하면 남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윤핵관이니 친윤이니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사람들은 결국 영남권 중진들입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혁신을 강조하면 됩니다. 혁신위도 지금까지 내놓은 혁신안을 100% 관철시킬 순 없을 것이고, 절반 정도만 실현돼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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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갑 국민의힘 고문(왼쪽에서 세 번째)은 한나라당 의원 시절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주도했다. 사진=조선DB |
“김기현 대표의 첫인상은 아주 똑똑하고 예의바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능력과 인성 모두 갖춘 인재입니다. 그런데 당대표가 되고 나서는 대표다운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짐이 너무 무거워 보입니다. 그럴수록 대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습니까. 대표가 대통령 눈치만 보고 있다고 사람들이 비판하는데도 달라지지가 않습니다. 대한민국과 보수 정당이 살려면, 뿐만 아니라 본인이 더 큰 정치를 하려면 지금은 김 대표가 솔선수범해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수도권으로 가면 당선 가능성이 확실히 적어지고, 불출마를 결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겠죠.”
그는 “정치인은 정치의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했다. 김 고문은 정치에 뛰어든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1980년대 반미(反美)·종북(從北) 세력이 커져가던 중 1989년 임종석 주도의 임수경 방북 사건을 비롯해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건이 잇달아 벌어졌다. 대한민국의 좌경화를 우려했던 김 고문은 정치에 직접 나서기로 결심, 1992년 14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1996년 15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후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국회 단상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를 외치다 쓰러지기도 하고, 김대중 정부를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규탄하는 등 안보와 국가 정체성 지키기에 앞장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나는 애초 정치를 하고 싶은 이유가 명확했고, 3선 12년동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좌파 정권 치하에서 늘 감시에 시달리고 정권의 감시 때문에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정치를 했지만 온갖 어려움 속에서 할 일을 다 했어요. 3선을 하고 나니 당에서는 소장파가 득세하면서 65세 이상은 공천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는데, 난 할 일 다 했는데 자존심 구겨가면서 의원직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새롭게 잘할 사람이 있다면 경력 있는 사람이 도와주고 밀어주면 서로 좋지 않겠습니까.”
― 지금은 스스로 물러나 새 사람을 밀어줄 생각을 하는 의원을 찾아보기 힘들죠.
“국회의원직을 잘 수행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걸 명예롭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중진이나 당 지도부 중 한두 명만 나서도 국민들이 보는 당 이미지가 확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국힘보다 민주당이 더 심각”
김 고문은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야당은 자기네가 정권을 잡은 듯 굴고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예우도 하나도 없고요. 맨날 탄핵 주장만 하는 ‘탄핵병’에 걸려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마치 대통령인 듯 자신만만한 표정을 잃지 않더군요. 이 대표가 한마디 하면 160여 명의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공격과 방어에 나섭니다. 마치 군사작전 같아요. 이재명 총사령관이 지휘하면 의원들은 상명하복(上命下服)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쌍특검이다 뭐다 하면서 미사일 줄줄이 쏴 놓고 자기들은 납작 엎드려 있는 겁니다.”
― 22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같은 현상이 계속되겠죠.
“그 정도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는 식물정부가 되고 나라는 무정부 상태가 되는 겁니다.”
―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더 불리하다고 봅니까.
“국민의힘이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훨씬 더 상태가 심각하고,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실 선거는 한 번 잘되면 그다음 번엔 안 되는 사이클이 있습니다. 한 번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어요. 독선적이고 민주당에 실망한 국민이 많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과반만 가져온다면 국정 운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안보관이 확실하기 때문에 나라 걱정은 되지 않습니다. 중국·미국·일본과의 관계도 잘 하고 있고요.”
“인성이 안 되는 사람은 앞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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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용갑 산자위원장이 ‘경제와 민생국감’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솔직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준석을 픽업한 가장 큰 이유는 학벌 아닙니까? 하지만 우리나라에 하버드 나온 사람이 얼마나 많아요? 사람을 영입할 때는 능력과 함께 인성(人性)을 갖췄는지 봐야 합니다. 인성이 안 되는 사람은 앞날이 없어요. 그런 사람이 성공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 이준석 전 대표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까.
“인성이 나쁘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어떻게 대통령을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을 씁니까. 제대로 된 정치인, 아니 인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행태입니다. 그 말 외에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을 계속하고 있지 않습니까.”
― 당대표로 당선될 때는 인기가 좋았는데요. 본인이 궁지에 몰리다 보니 예민한 언행을 계속하는 건 아닐까요.
“그렇지 않아요. 그동안 감춰왔던 본성이 이제야 제대로 드러나는 겁니다. 본성이 아니면 그런 언행 못 합니다. 거기다 예의도 없고… 나이만 청년이지 청년정치라는 말을 망쳐놓은 장본인입니다.”
“정부·여당이 혁신 앞장서길”
― 이준석신당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김종인·금태섭 등 신당 세력과도 공조하는 모습을 보였고요.
“김종인도 참… 그런 말 들으면 그저 들어주기만 하든가 그러지 못하도록 잘 설득하든가 해야지 그걸 부추기는 건 원로의 모습이 아니지요.”
김 고문은 1936년생으로 87세다. 서슬 퍼런 5공 시절 전두환 대통령 앞에서도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등 평생 ‘할 말은 한다’며 살아온 그는 ‘할 말은 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응원한다고 했다.
“소신을 밀고 나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려면 여당이 힘을 얻어야 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정부·여당이 혁신에 앞장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