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청년 정책으로 주목받는 최명서 영월군수

“젊은 영월… 처음으로 전입이 전출보다 많아”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월간조선》, 석달마다 강원도 영월의 風光 담은 별책부록 발행
⊙ ‘레지던스 in 영월’ ‘워킹홀리데이 in 영월’ ‘청년 마르쉐’ ‘청년 메이커스’ ‘영월 창업 허브 프로그램’ 등 다양한 청년 유인책들
⊙ 강원도로 농촌 유학을 오겠다는 서울 초등학생 43명 가운데 63%인 27명이 영월 선택
⊙ 9월 1일부터 고속열차 ‘ITX-마음’ 하루 2차례 운행… 향후 확대 운영

崔明瑞
1956년생. 강원대 경영행정대학원 졸업 / 강원도 문화예술과장, 강원도 여성청소년과장, 영월 부군수, 강원도의원, 한국 슬로시티 시장군수협의회장 역임. 現 영월군수(재선)
사진=C영상미디어 양수열
  가을밤 늦게 온 소포를 받아 든 느낌이랄까? 《영월통신》. 석 달마다 나오는 《월간조선》 별책부록을 두고 드는 생각이다.
 
  시사잡지라는 이념과 역사가 충돌하는 장애물 경기에서 강원도 영월의 풍광(風光)을 전하는 《영월통신》은 시골서 부친 그림엽서 같은 책이 아닐까. 독자들에게 전하는 한 뼘 쉼표, 도랑의 징검다리, 나그네에게 건네는 물 한 잔, 해독주스, 봄날 배추흰나비 날개 같은 선물이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그동안 영월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영월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라디오스타〉(2006) 속 청록다방의 빨간 맥스웰 커피 포터에 담긴 달짝지근하고 따끈한 공간으로 기억한다. 모두 《영월통신》 덕이다. 책 속엔 여행의 설렘과 흥분, 고요, 외로움, 열정 같은 것이 모두 담겨 있다.
 
  생각해보면 이건 대단한 일이다. 강원도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영월의 자연, 단종의 눈물이 흐르는 동강(東江)과 서강(西江)의 살찐 옆구리를 《월간조선》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다.
 
 
  지난해 처음 전입이 전출보다 많아
 
《월간조선》 9월호 별책부록 《영월통신》.
  기자는 지난 8월 31일 강원도 영월군청을 찾았다. 2층 집무실에서 최명서(崔明瑞) 군수를 두 번째 만났다. 첫 번째는 2018년 12월 5일 서울에서였다. 당시 초선이던 최 군수는 어느덧 재선 단체장이 되었다. 목소리가 훨씬 커졌고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군수 집무실 벽에 걸린 ‘영월 상황판’을 눈으로 훑어보았다.
 
  전체 면적 1127.4㎢ 중 산림이 84.8%(956㎢)고 농경지는 8.5%(96㎢)에 불과한 곳. 2개 읍 7개 면. 한 해 살림의 재정은 4948억원(일반회계 4517억원)이고 재정자립도는 11.88%…. 한때 석탄 산업으로 빛났던 옛 영월의 영화(榮華)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영월을 설명하는 최 군수는 주눅 들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활기차 보였다.
 
  “김 기자. 계속 줄던 영월군 인구가 지난해 처음 전입이 전출보다 많아졌어요. 자연적 요인에 의한 인구 감소의 속도가 완화된 거죠.”
 
  최근 5년간 지역 간 인구 순이동 요인을 분석하니 서울, 인천 및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부터 지속적인 순전입(서울 116명, 인천 210명, 경기 572명)과 강원남부권 주변 도시(태백 95명, 평창 29명, 정선 139명)로부터의 인구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영월 주변의 태백·평창·정선 등은 주민 유출을 막기 위해 당장 ‘집안 단속’에 나설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난해 처음 전입이 많았네요. 축하할 일입니다.
 
  “혁신적인 투자를 해주지 않는 한 농촌 시골은 다 인구가 줄 수밖에 없어요. 왜? 고령화돼서. 자연 감소는 계속 이뤄지고 있거든요. 작년 영월의 어르신 550분이 돌아가셨어요.
 
  현재 영월군 인구가 3만8000명, 정확히는 3만7700명인데 한 해 평균 500여 분씩 세상을 떠나십니다. 태어나는 아기는 100명이 안 되고요. 결국 400여 명이 자연 감소하잖아요. 이걸 인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죠.”
 
  최 군수는 자연 감소를 받아들이되 주소 전입이 전출보다 많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었다.
 
  “작년 전입하는 이가 전출하는 이보다 300명이 더 많았어요. 그게 자연 감소 속도를 완화시킨 거지요. 그러니까 400~500명씩 빠지다가 작년 처음으로 100명대로 내려왔어요.”
 
  정확하게는 2021년 말 대비 176명이 감소해 작년 12월 30일 기준 영월군 인구는 3만7733명이다. 자연 인구 감소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외지인이 영월에서 살겠다고 이삿짐을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찾아오는 현상은 기쁘고 또 기쁜 일이다.
 
 
  ‘청정 영월’의 비책
 
  ‘귀농·귀촌의 1번지’를 꿈꾸는 영월은 2017년부터 귀농·귀촌인 5616명이 유입되었다고 한다. 최 군수의 말이다.
 
  “몇 가지 우리 군이 추진 중인 시책들이 있어요.”
 
  기자의 귀에는 ‘시책(施策)’이란 단어가 ‘비책(策)’으로 들렸다.
 
  “대표적으로 청년 정책과 농촌 유학 정책이 있어요. 민선 7기(2018~2022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청년 정책이었죠. 이전에는 청년과 관련한 정책이 거의 없었어요.”
 
  영월군은 2020년 ‘청년이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청년이 정착하기 편리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청년사업단을 군청에 마련하면 공무원들이야 편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죠. 젊은이들이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게 카페 분위기의 사무실을 시내 한복판에 두었지요.
 
  ‘청년이 정착하기 좋은 영월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앞 글자를 따와 ‘청정 영월’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산 좋고 물 좋은 청정(淸淨)땅 영월에 ‘청(靑)’년이 ‘정(定)’착도록 만들자는 취지다. 지난해 11월 영월군은 ‘청정 영월’ 사업의 청년 유입 및 인구 감소를 효과적으로 잘 대응했다고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2022년 저출산 대응 우수사례경진대회’에서 우수상(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청년 전담 조직인 청년사업단을 통한 ‘청년잡담회’(연 10회), ‘북·토크 콘서트’(연 4회), ‘청년시장 마르쉐(프랑스어로 ‘장터’)’(연 4회), ‘명사 초청 콘서트’(연 3회) 등 각종 청년 유인 프로그램에 연 4500명이 참여하고 있단다. 그 결과, 2021년부터 총 77개 팀이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했다.
 
  “우리가 서울시와 제휴해 ‘넥스트 로컬’ 사업을 추진 중인데, 그게 뭐냐 하면, 서울 청년들을 시골로 보내어 뭔가 새로운 사업[창업]을 하면 (서울시가)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창업을 꿈꾸는 서울 청년의 창업 지원 사업이 ‘넥스트 로컬’이다. 놀랍게도 영월은 5년 연속 선정됐다. 지난 7월 공모를 거쳐 선발된 63팀 113명이 영월을 비롯해 강릉, 충남 서천, 전북 익산, 전남 목포·강진·해남, 경북 영주·의성, 경남 밀양 등지에 머무르며 지역 자원 조사에 나섰다. 이 중 8개 팀이 영월 지역과 연결돼 지난 8월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했다. 올해 선발팀들은 넥스트 로컬 5기다.
 
 
  “좋은 일자리도 ‘문화’가 중요”
 
지난 2월 영월군 청년사업단 청정지대(봉래산로 5)에서 열린 ‘청년 정책 사업설명회’ 모습이다.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앞으로 참가팀들은 창업 경진대회를 통해 사업화 과정(최대 2000만원)과 후속 과정(최대 5000만원) 지원 등의 기회를 얻게 된다.
 
  이번에 선정된 ‘울퉁불퉁 컴퍼니’는 기후변화로 토마토 생산지가 점점 강원도까지 북상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최근 10년 사이 영월의 토마토 재배지가 700% 이상 늘어났다. ‘울퉁불퉁’은 향후 새로운 토마토 가공식품 및 밀키트 개발로 영월산(産) 토마토 맛을 전국에 널리 알릴 예정이다.
 
  최 군수는 “‘청년 문화’가 없으면 청년들은 얼마 후 영월을 다시 떠나게 된다”며 “아무리 좋은 일자리도 ‘문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영월은 청년들의 취업, 창업, 일자리, 주거 안정망 등 생애주기별로 지역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창업 허브를 구축해 성장의 한계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다시 역량을 제고(提高)하도록 청년 정책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영월군에 따르면 지난 6월 국회사무처 소관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가 주관하는 ‘제6회 청년 친화 헌정대상’에서 종합대상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청년 친화 헌정대상’은 청년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한 광역·기초자치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청년을 위한 정책과 입법, 소통 분야에서 청년 기여도를 평가하는 ‘청년친화지수’를 기준으로 심사해 수상 지자체를 선정했다.
 
  최 군수는 “광역·기초자치단체별로 종합대상·정책대상·소통대상을 선정하는데 영월군을 비롯한 11개 기초자치단체가 종합대상을 받았다. 강원도에서는 영월군이 유일했다”고 귀띔했다.
 
  청년을 유인하기 위한 각종 정책 덕분일까. 영월을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는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 빅데이터 관광 동향 분석 결과, 올해 상반기 영월군을 방문한 관광객 수가 전년도 대비 7.3% 증가했다. 관광소비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12.6% 증가했으며 소셜미디어(SNS) 언급량 분야에서는 전년 동기간 대비 27.1%나 증가했다고 한다.
 
도시 청년도 관심 갖는 청년 정책들
 
‘레지던스 in 영월’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
  영월의 청년 구애(求愛)는 다양하고 적극적이다. 너무 많아 지면으론 소개하기 힘들 정도. 요약하면 이렇다.
 
  ‘레지던스 in 영월’은 벌써 소문난 인기 창업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에게 약 두 달간 1대 1 창업 컨설팅을 제공하는데 최대 200만원의 체류비를 지원한다. 창업 공모 사업 신청 시 가점을 준다.
 
  ‘워킹홀리데이 in 영월’도 있다. 영월군 소재 친환경 농가(농장)에서 신청자가 단기 취업을 하면서 영월에서 지내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청년 마르쉐’는 영월군 내 청년들이 만드는 물건을 파는 프리미엄 마켓이다. 프랑스어 마르쉐는 장터라는 뜻. 단순히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청년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단다.
 
  ‘청년 메이커스’는 참신하고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가진 청년 예비 창업가를 돕는 창업 지원 사업이다. 다양한 위크숍을 열어 창업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리빌딩’ 기회를 제공한다. 청년 메이커스는 1호점 ‘최진호도자기’를 시작으로 ‘동강주조’ ‘비어스’ ‘영월소금빵’ 등이 론칭했다.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되고, 경쟁률은 4대 1가량이란다.
 
  여기다 ‘영월 창업 허브 프로그램’으로 25명의 외부 전문가가 청년 창업을 시시콜콜 챙긴다. 한 달에 두 번씩 현황을 계속 확인해 지속적인 컨설팅을 한다.
 
  “1700억원, 인구 활력의 마중물로 활용”
 
영월의 지도.
  지난해 영월군은 전국 대도시와 경쟁해 당당히 제4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 올해부터 5년간 130억원 규모의 사업비로 다양한 문화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석탄광산에서 문화광산’이라는 영월의 ‘문화도시’ 캐치프레이즈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영월군이 문화도시로 선정된 가장 큰 배경은 젊은 청년들의 힘이 아닐까요? 도시에서 영월로 이주한 젊은 청년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젊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영월이 고무적으로 변화되고 있어요. 그 덕에 군민 모두가 다양한 문화 활동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도시문화브랜드 형성 등의 6개 분야 12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월군은 지난 1년간 문화도시 조성 사업을 비롯해 지방소멸 대응기금, 풍수해 생활권 정비 사업, 지역맞춤형 통합하천 사업 등으로 1700억원가량의 대규모 사업비를 확보해 성장의 큰 원동력을 갖게 되었다.
 
  ― 1700억원의 적절한 투여와 효과적 활용이 중요한데 구체적 계획은 있는지요.
 
  “우선, 지방소멸 대응기금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어요.
 
  군에서 직접 배정받아 추진하는 기초계정 사업, 도 차원에서 광역 기능으로 배정해주는 광역계정 사업이 있어요.
 
  영월군은 기초계정으로 6개 사업에 140억, 광역계정으로 2개 사업 136억원, 전체 8개 사업에 276억원을 확보했지요.”
 
  기초계정 사업은 공공산후조리원, 청년 창업 상상허브,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행복 고도 799 B-PARK 프로젝트(봉래산 명소화 사업), 동·서강 수월래 프로젝트, 목재친화도시 등이 있다.
 
  광역계정 사업은 드론 테스트베드 조성 사업, 강원 남부 디지털 요양병원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 군수의 말이다.
 
  “청년 인구 유입, 생애주기별 서비스를 통한 정주 여건 개선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동시에, 영월군이 강원 남부의 산업과 물류거점도시, 관광·문화도시, 의료도시로 기반을 확고히 다져 인구의 활력이 넘치는 마중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영월로 유학 오는 도시 아이들
 
  기자는 영월군이 추진 중인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에 관심이 갔다.
 
  “학생이 없어서 폐교될 위험에 처한 학교가 있었어요. 아기 울음소리가 안 들리는데 어쩌겠어요.
 
  문 닫는 작은 학교 하나를 살리자고 우리 군에서 적극적으로 매달려 전교생이 20명밖에 안 되는 시골학교에 도시 유학생 30명이 왔어요. 학생이 오면 자연히 학부모가 따라옵니다. 학부모 48명이 왔어요.”
 
  최 군수가 말한 성공 사례는 영월 신천초등학교다. 신천초등학교는 가족 단위 인구 유입 실적을 내며 지역소멸위기 극복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러자 지난 7월 10일 서울에서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과 신경호 강원특별자치도 교육감이 농촌 유학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흥미롭게도 강원도로 농촌 유학을 오겠다는 서울 초등학생 43명 가운데 63%(27명)가 영월을 선택(홍천 9명, 춘천 6명, 인제 1명)했다고 한다. 영월은 농촌 유학생을 ‘품기’ 위해 삼굿마을 및 예밀포도마을의 주거시설 20실(영월 산솔면 10실, 김삿갓면 10실)을 확보하고 ‘내 집처럼’ 지낼 수 있게 주거시설들을 말끔히 고쳤다.
 
  “농어촌 유학은 제가 2016년 강원도의원 시절에 제일 먼저 주장한 사안입니다. 무엇보다 강원도는 수도권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어요. 강원도에는 농촌 있지, 어촌 있지, 산촌 있지,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우리 영월도 서울에서 2시간이면 옵니다. 저 먼 전라도 해안마을까지 갈 필요가 없어요.
 
  대부분의 아이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고 있어요. ‘개천에서 용 난다’고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 커서 성공한 사례들이 많잖아요.
 
  아이들이 6개월이든 1년이든 농촌을 경험해보면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제2의 고향을 만들어줄 수도 있어요. 그렇잖아요?”
 
 
  유학생을 대하는 영월의 진심
 
《영월통신》에 실린 영월의 야경. 별마로천문대가 있는 봉래산 정상에서 영월읍내를 내려다본 모습이다.
  최 군수의 말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제가 나서서 서울시교육청을 찾아 농촌 유학생을 유치하려 한다 하니까 서울시-강원도 교육감이 협약을 먼저 맺어야 된대요. 벌써 2년 전 서울시교육청은 전남도·전북도 교육청과 그런 협약을 맺었다는 거야. 그걸 듣고 제가 속이 터져서….
 
  제가 강원도교육감을 찾아가 ‘우리는 준비가 다 됐다’고 했어요. 그분들도 조사해보니 준비가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았던 거지요.”
 
  결국 지난 7월에 서울시-강원도 교육감끼리 협약을 체결했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시교육청이 농촌 유학생에게 매월 유학비 30만원을, 강원도교육청도 똑같이 30만원을 보탠다. 60만원은 엄밀히 말해 장학금이자 주거비인 셈이다.
 
  “그럼 영월군은 뭐 하냐? 원어민 1대 1 영어수업 같은 방과후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했어요. 우리 군의 교육 경비로 말이죠.”
 
  최 군수의 말이 더욱 빨라졌다. 신바람이 났다.
 
  “서울 아이들이 농촌 유학을 오려면 집이 있어야 하잖아요. 보통 농촌 유학은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유학센터’라는 건물을 하나 지어서 기숙하게 하는 형이 있고, 아이들만 와서 지내게 하는 형, 아예 가족 단위로 체류하게 하는 형이 있어요. 우리 영월군은 가족 체류형을 선호했어요.
 
  그럼,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집이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영월은 ‘한 달 살아보기’ 같은 귀농·귀촌 적응 체험시설을 다 가지고 있었어요. 그걸 활용한 거지요.”
 
 
  가족 체류형 농촌 유학 선호
 
작년 3월 2일 영월군의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프로젝트로 새로 전입 및 입학생을 맞은 영월 신천초등학교의 입학식 모습이다. 당시 신입생 8명과 전학생 17명을 유치, 전교생이 23명에서 44명으로 늘어났다. 병설 유치원생도 지역 6명에 세종시와 원주시에서 각 1명씩 모두 8명이 입학했다.
  ― 왜 영월을 도시 학생들이 좋아할까요.
 
  “영월이 농촌 유학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와서 많이 알려진 거죠. 서울과도 가까워요. 또 영월이 제안한 영어 방과후 수업에 학생들이 관심을 보였나 봐요. 참, 영월에는 승마장도 있어요. 아이들이 승마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나 봅니다.”
 
  영어 공부를 대도시 사교육 뺨치게 할 수 있게 교육 프로그램을 손질했다. 도시 유학생을 받은 영월 신천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ORT(Oxford Reading Tree)를 이용, 영어를 원서로 읽고 듣게 하고, 원어민과 방과후 1대 1 대화(3~6학년), 영어 온라인 도서관 프로그램 도입(1인 1 태블릿 활용, p-book 1200여 권 보유), 영어 읽기 발음 교정 프로그램, 여름방학 영어뮤지컬 캠프, 영어마을 체험, 해외 어학연수(뉴질랜드) 실시라는 파격적인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 아이들이 농촌으로 유학 오면 부모는 직장을 그만둬야 합니까?
 
  “아니, 그건 가정마다 다르죠. 아버지는 서울에 있고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온 경우도 있고, 할머니·할아버지가 손자·손녀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고 다양합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어요.”
 
  ― 조건이 뭔가요.
 
  “영월에 유학을 오려면 주민등록을 옮겨야 합니다. 그러니 농촌 유학생 유치는 결과적으로 인구 유입과 연결이 됩니다. 올해 농촌 유학으로만 인구가 40여 명이나 늘어났어요.”
 
  최 군수의 굵은 땀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태백선 고속철과 제천~영월~삼척 고속도로의 꿈
 
  서울 청량리역에서 영월역까지 무궁화호 열차가 오간다. 2시간20분가량 걸린다. 아무래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즐기는 이들에겐 무궁화호의 ‘느림’이 반갑지만 낡고 오래된 시설마저 공감하긴 어렵다.
 
  다행스러운 것은 9월 1일부터 청량리에서 제천, 영월, 사북, 태백, 삼척으로 이어지는 태백선에 처음으로 고속열차 EMU-150(‘ITX-마음’으로 명명되었다)이 도입됐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시범 운행이지만 시간이 1시간58분대, 일반 열차(무궁화호)보다 22분가량 단축된다.
 

  향후 정차역 조정, 노선 정비가 이뤄지면 1시간26분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영월군은 내심 기대하고 있다.
 
  ‘ITX-마음’의 최고 속도는 150㎞/h. 4칸(264석) 또는 6칸(392석)으로 한 편성이 구성됐다. 태백선은 상행, 하행 각 1번씩 하루 2회 운행된다. 무선인터넷과 좌석당 전원 콘센트 및 USB 포트, 독서등, 위급상황 비상호출 스위치, 자동 심장 충격기 등을 갖추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오는 2028년까지 일반 철도 노선에 순차적으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당장은 기존 일반 열차보다 20분 정도 단축되는 효과가 있지만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50분대 단축입니다. 얼마 전에 시승 행사가 있었어요. 원희룡 국토부 장관,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시장·군수 4분이 오셨어요. 제가 원 장관에게 말했어요. ‘왜 자꾸 수도권 지역 정차역을 집어넣느냐. 그것만 빼줘도 시간이 확 단축된다’고 호소했죠.
 
 
  “영월~청량리 구간을 1시간30분대로 줄이는 게 목표”
 
  우리는 영월~청량리 구간을 1시간30분대로 줄이는 게 목표예요. 가능해요! 이번에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복선으로 고속철로가 새로 깔렸어요. 대신 제천에서 분기해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태백선은 전철이 돼 있거든요. 그냥 (고속철로) 열차만 바꾸면 됩니다. 제가 4년 전부터 태백선 고속열차 도입이 중요하다고 주장해왔어요.
 
  교통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지면 영월에 관심을 가진 기업 등의 투자 문의가 이어질 겁니다. 민간 투자 및 환동해 물류 활성화의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강원 남부권의 아주 오래된 숙원인 동서고속도로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금 한반도의 바둑판처럼 이어져야 할 교통망에서 비어져 있는 곳이 바로 제천~영월~삼척 구간이다.
 
  영월~제천 구간 고속도로는 현재 실시 설계 막바지 단계다. 2031년 개통이 목표. 올해 착공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영월~삼척 구간입니다. 이미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으로 확정되었어요. 두 사업이 같은 시기에 준공될 때 효과가 극대화될 겁니다.
 
  그래야 영월이 다른 지역과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영월이 진짜 날개를 달 겁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