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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인도의 모든 것

세계를 뒤흔드는 ‘인디언 파워’

美 부통령·英 총리에서 구글·스타벅스 CEO까지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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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소프트, IBM, 어도비, 트위터, 샤넬 CEO 등… 글로벌 500대 기업 CEO 중 인도계 58명
⊙ “인도의 재능, 서구 세계에 혁명 일으켜”(美 블룸버그)
⊙ 전 세계 인도계 이민자들의 80%가 학사 학위, 49%가 석사 학위 이상 보유
⊙ “공적 가치를 사적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인도인의 태도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과로 문화’와 부합”(BBC)
⊙ “인도계 이민자, 인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만들며 인도에 도움 줘”(조지프 나이 하버드大 교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6월 22일(현지시각)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날 저녁 백악관에 도착한 모디 총리는 “이 성대한 환영식은 14억 인도인의 영광이자 자부심”이라며 “이것은 또한 미국에 거주하는 400만 명 이상의 인도계 미국인에게도 영광”이라고 말했다.
 
  400만 명이 넘는 인도계 미국인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민족으로 꼽힌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인도계 미국인은 연평균 14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미국 내 모든 민족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 국민 연평균 소득의 2배에 달한다. 또 중국계 미국인(9만3000달러)과 한국계 미국인(8만2000달러)의 연평균 소득을 월등히 앞질렀다.
 
 
  미국 부통령, 영국 총리, 세계은행 총재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인도계 미국인 중에는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인물도 여럿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UN 주재 미국 대사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두 사람이 차기 혹은 차차기 대선에서 맞붙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백악관과 미국 행정부 요직에도 인도계가 많다. ‘바이든의 입’으로 꼽히는 비나이 레디 백악관 연설담당 국장, 니라 탠던 국내정책위원회 국장, ‘코로나 차르’로 불리는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 공중보건 정책을 총괄하는 비벡 머시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 등이다.
 
  한 세기 가까이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에도 인도계 인재가 많다. 지난해 영국 역사상 최초로 비백인 총리로 선출된 리시 수낙 영국 총리를 비롯해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의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 그의 전임자 프리티 파텔 전 내무장관, 알로크 샤르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영미권뿐만이 아니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리오 버래드커 아일랜드 총리,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의 프라빈드 주그노트 총리 모두 출생의 뿌리를 인도에 두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우리에게 친숙한 중남미 국가 수리남의 찬 산토키 대통령, 가이아나의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대통령도 인도계이다.
 

  경제계에서 인도계가 갖는 힘 또한 막강하다.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본 글로벌 기업의 CEO(최고경영자) 중에는 인도계가 유독 많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 등이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을 이끌고 있다.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 리나 나이르 샤넬 CEO, 인드라 누이 전(前) 펩시 CEO 역시 인도계다. 또 아제이 방가 전 마스터카드 CEO는 오는 7월 세계은행 총재에 취임할 예정이다.
 
  미국 《포천》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인도계가 CEO인 기업은 58곳에 달한다. 또 S&P500지수(500개 종목을 대상으로 작성해 발표하는 주가지수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25곳의 CEO가 인도계다. 인도계 이민자들의 행보가 이제는 마치 경제적인 성공을 거둔 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정계에도 입김을 행사하는 유대계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이 전 세계 각지에서 실력을 드러내면서 바야흐로 ‘인디언 파워’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원동력은 충분하다. 2023년 현재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인도계 이민자는 1800만 명으로 멕시코계(1120만 명)와 중국계(1050만 명)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다.
 
 
  교육, 인도 유일의 입신양명 수단
 
  미국 블룸버그는 최근 “인도의 재능이 10~15년 전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서구 세계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인도계의 약진에 관해 “인도인들이 세계 각지에 이주해 사는 것을 넘어 사회 지도층에 전방위적으로 진출하는 이른바 ‘인도 디아스포라(diaspora·이주)’가 인도의 진정한 ‘소프트파워(soft power)’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인도계 이민자들은 어떻게 이런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갈 수 있었을까? 그 중심엔 교육이 있다. 인도는 과거 카스트(caste)라는 계급 체계가 존재했다. 지금은 법적으로 폐지됐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카스트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기능해 왔다. 이런 까닭에 교육은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입신양명(立身揚名)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다리로 자리했다. 인도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헌신적으로 지원한다. 자녀를 영미권의 명문대학으로 유학 보내거나 아예 이민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인도계 이민자들의 교육열이 얼마나 높은지는 통계를 통해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통계국의 2023년도 자료에 따르면 25~55세 사이의 인도계 미국인 중 82%가 학사 학위 이상의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내 민족 중 압도적인 1위로 미국 국민 평균인 30%를 크게 웃돈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인도계 이민자들의 80%가 학사 학위를, 49%가 석사 학위 이상을 보유했을 정도로 이들은 학력 수준이 높다.
 
  예컨대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옥스퍼드대 PPE(철학·정치·경제학)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IT(정보기술) 분야의 CEO들은 인도의 MIT로 불리는 인도공대(IIT) 등 상위권 공과대학을 나와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석·박사를 땄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 등이 이 코스를 밟은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영국 BBC는 “이들의 성공 배경엔 높은 학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공학, 국가 중점 교육으로 육성
 
인도계인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인도는 1991년 경제 자유화 조치를 단행해 경제 개방과 개혁에 눈을 떴다. 인도 정부는 공학(工學)을 국가 중점 교육으로 육성하며 IT·소프트웨어 산업에 투자했다. 아라비아 숫자를 처음 만든 나라답게 인도인들은 수학적·논리적 사고에 익숙했다. 이런 역량은 자연스럽게 IT 산업 발전을 일궈냈다. 인도 내 최상위 엘리트 학생들은 공과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졌다.
 
  이후 세계적인 IT 붐이 일면서 인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영국 등으로 대거 이주해 정착했다. 이들은 건너간 나라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갔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인도계 엔지니어가 없으면 실리콘밸리가 돌아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고위 직책까지 맡는 경우는 드물었다. 백인 사회에서 인도계라는 편견을 깨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20년 이상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빅테크 기업들은 인도계들을 CEO로 낙점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인도인 특유의 총명함과 근면 성실함이 최근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벡 와드와 미국 카네기멜론대 공대 교수는 “인도인은 지난 수십 년간 부패와 열악한 인프라, 제한된 기회와 싸우면서 생존력·회복력을 길렀으며 인도 가정에선 겸손함과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인도계 특유의 문화적 요인이 기업가 정신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BBC는 “공적인 가치를 사적인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인도인의 태도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과로 문화’와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한편, 미숙련 노동자들이 이민을 떠났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전문직 이민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IT, 의료업 종사자들이 기회를 찾아 미국 등지로 향했다. 지난해 미국의 전문직 전용 취업 비자인 ‘H-1B’ 취득자 중 73%가 인도계였다.
 
  인도계의 유창한 영어 구사 능력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800여 개의 언어, 2000여 개의 방언, 22개의 정부 지정 계획어가 존재하는 인도에선 영어가 사실상 공용어로 쓰인다. 이는 인도인들이 영미권 국가로 이민을 갔을 때 수월하게 정착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강성용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은 “인도인들은 영어가 유창하다 보니 인도 최고 대학을 나와 장학금 제도를 통해 미국·영국 등에 유학 가서 엔지니어·의사 등 고액 연봉을 받는 직업을 갖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 민주주의 정치체제, 시장경제와 매우 친숙하다는 점과 서구권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점도 이들의 성공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인도계, 인도 국력 신장에도 큰 역할
 
  최근 중국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수출 제재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인도는 중국의 역할을 갈음할 매력적인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모디 총리가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의 인도계 CEO들이 총출동해 인도 투자에 힘을 실어줬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모디 총리와 만나 인도 디지털화 기금으로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州)에 건설 중인 국제금융기술도시(GIFT CITY)에 구글의 글로벌 핀테크 운용센터를 열겠다고도 밝혔다.
 

  인도계가 CEO를 맡고 있진 않지만, 아마존 또한 오는 2030년까지 인도에만 260억 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테슬라도 인도 공장 설립 검토에 들어갔다.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도 최대 8억2500만 달러를 들여 인도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한편,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 해외 거주민들의 모국 송금액 순위에서 인도계는 893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해외에서 막대한 부를 축적해 모국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는 자유주의 국가라는 점을 활용해 서방과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며 “이미 이민자들의 네트워크도 탄탄해서 더 쉽게 통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인도계 이민자들이 인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세계 곳곳에 심어주면서 인도에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미국에 정착한 인도계 이민자들 또한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가능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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