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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임영웅 현상

임영웅 노래의 비밀을 책으로 펴낸 조위씨

“임영웅 노래는 무채색 세계에 빛깔을 입히는 탈출구”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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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과잉 대신 ‘삼키는 울음’으로 감정의 밀도 획득”
⊙ “임영웅은 트로트 가수가 아니라 트로트도 잘 부르는 가수”
⊙ 보컬의 변화는 현재진행형… “묵직하고 덤덤하게 변화돼. 큰 강물 같아”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를 쓴 조위씨.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추적한 책이 나왔다. 책 제목도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한스미디어 간)이다. 저자 조위(趙瑋·47)씨는 전문 음악인은 아니지만, 음악 듣는 삶을 지향하며 포크부터 블루스, 록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의 수많은 노래를 들어왔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임영웅의 노래를 듣고 이상한 느낌을 받았단다. “그간 들었던 모든 노래와 견줘도 무언가 다르게 들렸다”는 것이다. 그런 놀라움 때문에 “2020년 1월 임영웅 가수가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바램’을 부르는 모습을 보며 우승하리라 직감했다”고 한다.
 
  기자는 지난 4월 말 서울 상암동에서 저자 조위씨를 만나 임영웅 가수의 노래 비밀을 들어보았다. 그는 한사코 얼굴을 드러내길 주저하였다. 아쉽지만 모자 쓴 모습만 공개키로 했다. 그의 말이다.
 
  “임영웅 가수의 노래와 관련한 책을 펴내기로 한 이유는, 임영웅 가수의 노래에서 왜 새로운 느낌을 받는지, 그의 노래가 왜 감동을 주는지 궁금한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닐 것이란 직감 때문입니다.
 
  평범한 노래가 임영웅 가수의 목을 거치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에 대한 답의 일단(一端)이나 실마리를 전해주고 싶었어요.”
 
 
  〈미스터트롯〉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이유
 
  임영웅은 주 장르인 트로트뿐만 아니라 팝송 등 다양한 장르에서 탁월한 노래 실력을 자랑한다. 그는 경복대학교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뒤 발라드 가수를 꿈꾸었다. 으레 남다른 인생을 살기 위해선 가혹한 시련기를 보내기 마련이다. 컴컴한 터널을 지나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야 저 멀리 ‘나의 길’이 보이는 법이다. 대개의 범인(凡人)은 어두운 터널 속에서 주저앉거나 포기하고 왔던 길로 돌아간다.
 
  임영웅은 여러 가요제에 도전했지만 입상하지 못했다. 무명(無名)의 터널을 걷던 중 계기가 찾아왔다. 2015년 경기 포천시에서 열린 지역 트로트 가요제에서 오승근의 곡 ‘내 나이가 어때서’로 입상하며 처음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KBS 1TV 〈전국노래자랑〉 경기 포천시 편에 출연해 신유의 ‘일소일소 일노일노’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같은 해 가수로 정식 데뷔해 ‘미워요’ ‘뭣이 중헌디’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 등을 발표했다. 또한 2017년 KBS 1TV 〈아침마당〉 프로의 ‘도전, 꿈의 무대’에서 5연승하며 ‘될성부른’ 가수임을 확인시켰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어두운 터널을 걸으며 닦아온 잠재력을 폭발시킨 건 2020년 TV조선의 〈미스터트롯〉에서였다. 압도적 1위 이후 날개를 활짝 폈다. 그렇다면 가수 임영웅의 노래 비결은 뭘까. 조위씨의 말이다.
 
  “아무래도 안정적인 발성이 아닐까요?”
 
  ― 예를 들어 설명해주세요.
 
  “임영웅 가수가 부른 조항조의 ‘만약에’를 들어보세요.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예컨대 ‘이제는 더 이상 지칠 몸조차 비워둘 마음조차 없는데’라든가, ‘또 다른 이유로 널 못 본다면’ 등의 고음 파트를 부를 때 보면 눈만 잠시 질끈 감아요. 별다른 자세 변화 없이도 고음을 감당합니다.”
 
  ― ‘고음을 감당한다’는 의미는 감정을 절제할 줄 안다는 의미와 상통할까요?
 
  “‘삼키는 울음’으로서의 미덕이 돋보이는 가수라고 할 수 있지요. 트로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감정을 숨기지 않고 노래한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트로트 장르의 고유 특성이 바로 ‘감정 과잉’이라 말합니다. 이 과잉을 뒷받침하는 것이 꺾고, 늘리고, 흔들고, 밀고 당기는 트로트의 여러 창법이죠. 그런데….”
 
 
  “슬픈 노래일수록 담담하게 불러야 하는 이유”
 
  ― 그런데….
 
  “그런데 임영웅의 보컬은 트로트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창법을 과감하게 포기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 감정 표현을 포기하면 노래의 맛이 줄지 않나요?
 
  “아뇨. 그런 포기 과정을 통해 임영웅의 노래가 오히려 감정의 밀도를 획득했어요. 가수가 노래 속 화자(話者)에 지나치게 동화해 눈물을 쥐어짜고 말겠다는 각오를 표정에서 드러내면 청자(聽者)의 감정이 개입할 여지가 좁아지게 됩니다. 슬픈 노래일수록 담담하게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죠.”
 
  ― 트로트는 대개 ‘꺾고, 흔들어야’ 제맛이라 여기는 이도 있더군요.
 
  “오래 사랑받는 가수를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젊었을 때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힘을 빼고 노래한다는 점입니다. 풍파를 겪으며 기교를 덜어내는 과정에서 획득한, 관록이 선사하는 깊이감과 무게감의 매력을 무시할 수 없어요.”
 
  조위씨는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에릭 클랩튼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에릭 클랩튼은 1963~68년 사이 활동했던 영국 록그룹 ‘야드버즈’ 시절, 강력한 속주(速奏)로 이름을 날렸지요. 시간이 흐른 뒤 수수하고 담담한 블루스 연주를 선보였죠. 그럼에도 누구도 클랩튼 연주에 이의(異議)를 제기하지 않았어요.”
 
  ― 클랩튼은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가수 임영웅은 너무 젊잖아요.
 
  “그런 점에서 임영웅은 특이한 가수입니다. 서른이 되기 전부터 일찍이 노래에서 불필요한 힘을 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노래에서 실제로 관철했기 때문입니다.
 
  예술작품의 진정성은 수용자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지, 창작자의 일방적인 독백에서 나오지 않아요. 가수는 감성을 풍부하게 드러내되 감정 노출은 자제하는 식으로 청자와 소통해야 합니다.”
 
  조위씨는 그러나 임영웅이 감정 표현을 못 하거나 기교가 부족해서 절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괴물 보컬’이라는 찬사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임영웅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면 밀고 당기기, 들었다가 내려놓기 등의 호흡법을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사용하며 노래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극대화합니다. 그래서 청자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요.
 
  짚고 넘어갈 점은 고도의 기교를 절대 과시 수준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임영웅은 노래가 주는 감정선(線)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모든 기교를 갈무리하죠.”
 
 
  트로트 장르의 관념을 타파하다
 
  ‘쿠세’라는 말이 있다. 일본어로 ‘버릇’ ‘습관’ ‘편향된 경향이나 성질’을 뜻한다. 노래에서는 무심코 나오는 버릇을 말한다. 가수들도 자신의 버릇을 알기에 “‘쿠세’ 박혔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쓴단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노래 소절 중간에 나오는 호흡, 과잉 비브라토, 끝음을 지나치게 내리거나 올리는 버릇 등이 나오면 녹음 관계자들이 “쿠세가 심하다”며 가수를 꾸짖는다. 그러나 익숙한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임영웅 보컬의 특징은 이런 ‘쿠세’가 없어요.”
 
  ― 습관이 없다….
 
  “기교를 숨기고, 감정 과잉과 기교를 자제하며, ‘쿠세’를 경계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팬들은 임영웅의 보컬에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이란 수식어를 붙입니다.”
 
  천의무봉은 선녀의 옷에 바느질 흔적이 없다는 뜻으로 조금도 꾸민 데가 없이 자연스럽다는 의미다.
 
  ― 팬들은 임영웅 가수를 ‘트로트 가수’로 한정 짓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한다던데 이유가 뭘까요.
 
  “임영웅 노래를 들어보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모든 노래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체화(體化)하려 합니다. 예컨대 정규 1집 앨범 〈아임 히어로〉에서 발라드, 트로트, 힙합을 섞는 모험(冒險)을 감행해 자신을 트로트 가수의 틀로 규정하는 데 저항(抵抗)하죠.”
 
  ― 처음부터 트로트 가수를 뛰어넘으려 했군요.
 
  “임영웅의 열렬 팬만이 아니라 대중가요를 좋아하는 팬들도 요즘엔 그를 트로트라는 한정적인 틀로 묶지 않게 되었어요. 트로트 가수가 아니라 트로트도 잘 부르는 가수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죠.”
 
  조위씨는 “장르의 관념을 타파하면서도 모든 예술이 궁극적으로 가닿고자 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교를 바꿨다는 것은 임영웅의 세계관이 바뀌었다는 의미”
 
2020년 6월 11일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에서 가수 임영웅이 배호의 노래 ‘영시의 이별’을 부르고 있다.
  조위씨는 “임영웅의 보컬이 계속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가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그의 창법이 극적으로 바뀌었거나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 정말인가요? 대개의 팬들은 그 변화를 눈치채고 있나요?
 
  “그가 2016년 〈전국노래자랑〉에서 신유의 ‘일소일소 일노일노’를 부르는 모습을 보세요. 그리고 2018년 유튜브 채널 ‘임영웅’에서 노사연의 ‘바램’을 부르는 모습과 비교해 보세요.
 
  여기다 2020년 TV조선의 〈미스터트롯〉에서 ‘바램’을 다시 불렀는데 3곡을 비교하면 답이 나옵니다.”
 
  ― 뭔가가 느껴지는데 어떻게 다른가요.
 
  “‘일소일소…’와 2년 후 ‘바램’을 비교하면 같은 사람이 불렀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발성 분위기가 다릅니다.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창법이랄까요?
 
  대하(大河)의 물이 강의 크기를 과시하며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한 광경이 연상되는 발성을 보여주었죠.”
 
  ― 2020년 ‘바램’과 다시 비교한다면….
 
  “여전히 큰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가운데 수면이 햇빛 아래에서 잔주름을 보이며 반짝인다고 할까요?”
 
  ― 더 알 듯 말 듯한 말씀이네요.
 
  “큰 강 위를 나는 새와 버드나무가 긴 가지를 흔들고 있는 둑의 풍경이 보인다고 할까요? 노래가 급하지 않고 유장(悠長)하면서도 사소한 주변 풍경까지 품는 섬세함을 획득하고 있어요. 극히 미묘한 호흡의 변화만으로 감동 포인트를 잘 짚고 있죠. 힘을 빼야 할 곳과 불어넣어야 할 곳을 더 완벽하게 습득했다고 할까요?”
 
  임영웅은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2020년 6월)에서 배호의 ‘영시의 이별’을 불렀다. 한 해 전인 2019년 1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같은 곡을 불렀을 때와 비교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조위씨의 계속된 설명이다.
 
  “2020년 노래를 들어보면 한 해 전 노래보다 묵직하고 덤덤합니다. 이별이란 정서에 대한 담담한 응시가 돋보인다고 할까요? 어쩌면 기교를 바꿨다는 것은 임영웅의 세계관이 바뀌었다는 것을 뜻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기교는 단순한 표현 전략이 아닙니다.”
 
 
  이 시대 ‘임영웅 현상’이란…
 
  ― 그럼 뭔가요.
 
  “예를 들어 연인으로부터 난데없이 이별을 통보받은 이를 화자로 하는 노래를 부를 때 가수는 어떤 방식으로 노래할까요? 울부짖듯 오열할 수도, 각골지통(刻骨之痛)을 속으로 삼킬 수도, 마치 남의 일인 양 예사롭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요. 가수는 이 3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를 화자로 고르는데 어떤 화자를 택하느냐에 따라 노래를 부르는 태도나 기교가 달라집니다.”
 
  조위씨는 “기교야말로 화자와 대상의 긴밀도를 반영하는 지표이자 관계, 즉 세계 자체에 대한 뮤지션의 주관을 드러내는 수단”이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임영웅이 곡 전체에 걸쳐 안정적이고 묵직한 호흡과 보컬, 따뜻한 음색으로 노래한다는 것은, 노래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를 끝까지 밀고 나가고자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고자 하는 예술가적 자의식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임영웅은 이 시대의 현상이랄 정도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그의 보컬 속에 어떤 마력이 있는 것일까. 특히 60대 이상 여성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지만 60대 이상 한국 여성의 삶은 여전히 근대에 머물고 있어요. 황혼 육아, 가족 내 소외 등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아요.
 
  임영웅의 노래에는 이들의 고단한 삶을 치유하는 마력이 있어요. 역사적으로 주술적 의식에서 음악은 치료의 중요한 도구였다고 하잖아요.”
 
  조위씨는 이 시대 ‘임영웅 현상’을 이렇게 결론지었다.
 
  “임영웅 현상은 기존의 관계망에서 허덕이는 60대 이상 여성들이 사실상 처음 맞닥뜨린 탈출구입니다. 여성들은 ‘임영웅에 너무 깊이 빠져 탈출구가 안 보인다’고 말하지만, 임영웅에게 깊게 매혹될수록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의 크기가 커지기에 나오는 말입니다.
 
  60대 이상 여성들에게 임영웅의 노래는 단순한 노래가 아닙니다. 무채색의 세계에 의미의 빛깔을 입히고 무의미한 일상에 흥분되는 서사(敍事)를 부여하는 탈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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