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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상에 없던 ‘DQ’ 개념을 만들어낸 박유현 박사

“디지털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이 거꾸로 디지털 리더가 될 수 있게 할 것”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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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에 DQ(디지털 지능)는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역량의 국제 표준으로
⊙ 디지털 기술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디지털 시민의식’ 가져야
⊙ 온라인 공해로부터 아이들 지키는 ‘인폴루션’ 운동 펼쳐

박유현
1975년생. 서울대 통계학과 졸업, 미 하버드대 바이오 통계학 석·박사 /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역임. 現 DQ연구소 대표 / 유네스코 정보통신기술 교육상, ‘2015년 세계경제포럼 차세대 글로벌 리더’, 아쇼카 펠로
  ― 코로나19보다 코로나를 핑계로 게임만 하는 애들이 더 무섭다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코로나19 시대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이죠. 게임을 많이 한다고 걱정하기보다 게임 과몰입 상태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 둘의 차이가 뭐죠.
 
  “게임을 하느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흔히 중독이라고 말하는 게임 과몰입 상태로 치료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중독이 아니더라도 게임 시간을 제한하려고 난리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게임, 유튜브를 하는 시간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조절력과 분별력을 가지고 다양한 디지털 위험을 이겨낼 수 있는 디지털 역량을 가졌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아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이미 디지털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의 미래는 디지털 세계에서 어떻게 성공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야 합니다.”
 
 
  DQ 개념 창시자
 
박유현 박사의 《디지털 지능》.
  미국 하버드대에서 바이오 통계학으로 학위를 받은 박유현 박사와 게임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된 계기는 그가 DQ(디지털 지능)의 창시자이기 때문이다. 박 박사는 현재 디지털 역량과 안전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세우는 국제 싱크탱크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에 세계경제포럼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선정되며 DQ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소개했고, 2017년에는 미국과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DQ연구소를 설립해 글로벌 교육 운동을 펼치고 있다.
 
  ― IQ, EQ는 들어봤는데 DQ의 개념은 생소합니다.
 
  “제1차, 2차 산업혁명으로 기계를 통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인간의 가치 중심이 육체 우선에서 정신을 우선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인간의 육체적 힘보다는 정신적인 힘, 지식과 기술이 더 가치 있는 특징이 되면서 ‘지능(IQ)’ 개념이 등장하고, 현재의 학교 기반 교육은 지식 노동자 양성에 중점을 두게 됐습니다. 제3차 산업혁명은 전자기기와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일하고 노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를 바꿨습니다. 사람들은 도시로 이동했고, 사회적 역학 관계가 더 복잡해지면서 ‘감성지능(EQ)’ 개념이 나왔습니다. 10년 내에 우리는 인간의 정신노동을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을 겁니다. 인간의 지혜는 인터넷 검색으로 모을 수 있는 지식, 기술보다 더 중요해질 겁니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음주운전 하는 인간보다 실수가 없는 기계가 운전하는 무인자동차가 낫겠지만, 약한 사람에 대한 사랑과 존중은 기계의 최적화로는 계산되지 않을 겁니다. 이제 인간의 가치를 일깨울 새로운 교육제도가 필요하고, 그 핵심은 인간을 중심으로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인 ‘디지털 지능(DQ)’입니다.”
 
  ―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능력이라는 거군요.
 
  “AI 시대에 성공하려면 IQ와 EQ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 지능인 디지털 지능, 즉 DQ가 필요합니다. IQ가 높은 사람은 ‘똑똑하다’고 하고, EQ가 높은 사람은 ‘공감적’이라고 한다면 DQ가 높은 사람은 ‘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DQ가 높은 사람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고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효과적으로 기술을 활용합니다.”
 
  ― AI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들을 많이 하죠.
 
  “‘아이들이 기계와 경쟁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진절머리가 납니다. 저는 절대 이 말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겁니다. 기술은 인류의 생활 향상에 이바지할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우리를 위협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도록 하기 위해서 아닙니까.”
 
 
  아동의 10%가 게임 과몰입 위험
 
  ― AI 세상에서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겠죠.
 
  “사람의 의사 결정 과정은 다섯 가지로 분류됩니다. 우리가 가진 정보를 수집하고,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정보를 예측해보고, 예측에 근거해서 판단합니다. 그 판단에 근거해서 결정하고, 결정에 따라 행동합니다. AI는 첫 두 단계인 정보 수집과 예측에서 인간보다 뛰어납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나머지 세 단계인 판단, 결정, 행동을 잘 다뤄야 합니다. AI가 예측한 결과에 기반을 둬 현재 상황과 잠재적인 결과 사이의 균형을 평가해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DQ 역량입니다. 인간이 DQ 역량을 가질 때 기술의 노예가 아니라 기술을 주도적으로 이용하는 주인이 됩니다.”
 
  ― 기계의 노예가 된 경우가 벌써 있지 않나요.
 
  “많은 사람이 이미 휴대폰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의 ‘게임중독’이라고 흔히 말하는 게임 과몰입이 대표적이죠. 2019년 세계보건기구는 게임 과몰입(Gaming Disorder)을 정신 질환으로 인정했습니다. 2020년 아동 온라인안전지수 연구에 의하면 만 8~12세 아이 중 약 10%가 게임 과몰입에 빠질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이보다 심각한 노예 형태는 사람들이 기계가 정해주는 것 외에는 선택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밀레니얼 세대는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디지털 친구와 가장 사적인 생각과 감정을 편하게 나눈다’고 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저는 인간이 스스로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인권을 지키며,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자유 의지로 결정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IQ, EQ처럼 DQ도 측정이 가능할까요.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에 대한 개인의 재능과 사용 능력도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자신을 둘러싼 디지털 위험들의 악영향에 함몰되지 않고, 디지털 기술을 무조건 추종하지도 소비하지도 않으며, 새로운 기술과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을 ‘디지털 리더’라고 부릅니다. 세상은 이미 디지털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게 됐습니다. 저는 누구든 디지털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평생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디지털이 제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지, 디지털 리더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요.
 
  “다만 스프레드 시트 사용법이나 코딩, 소프트웨어 기술 그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세계의 생활에 관련된 인지적, 사회적, 감성적, 기술적 역량 등 모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개인이 디지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성숙 단계인 디지털 시민의식, 디지털 창의력, 디지털 경쟁력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디지털 피해 최소화하며 기술의 혜택 누려야”
 
지난 2018년 World Economic Forum에 참석한 박유현 박사(가운데). 사진=DQ연구소 제공
  박유현 박사의 설명으로는 ‘디지털 시민의식’은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디지털 창의력’은 디지털 도구들을 이용해서 새로운 콘텐츠와 기술을 창조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해서 디지털 생태계의 일부로 만드는 능력이다. 코딩, 소프트웨어, 미디어 활용 교육 등을 통해 기를 수 있다. ‘디지털 경쟁력’은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사용하는 능력이다. AI 전문가 등, 고급 디지털 인재를 키우기 위한 핵심이다.
 
  박 박사가 설명한 바로는 DQ는 ‘개인이 디지털 생활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보편적인 윤리에 기반을 둔 기술적, 인지적, 메타인지적, 사회정서적 역량을 포괄하는 지능’으로 정의된다. 즉 모든 디지털 역량을 포괄하는 큰 틀이라고 설명한다.
 
  ‘DQ 프레임워크’는 디지털 역량에 관한 24가지의 주요 선행 프레임워크로 구성돼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8가지 분야인 정체성, 사용, 안전, 보안, 감성지능, 커뮤니케이션, 리터러시, 권리로 분류된다. 이 8가지 분야는 앞에서 설명한 시민의식, 창의력, 경쟁력의 세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디지털 창의력은 새로운 지식, 기술,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 걸친 문제 해결 역량이다. 디지털 경쟁력은 기술을 이용해 더 나은 사회와 디지털 경제를 만드는 혁신 역량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 두 단계는 이미 코딩, 소프트웨어 교육, 디지털 창업 등 사회와 기업에서 큰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DQ의 첫 번째 단계인 디지털 시민의식은 흔히 무시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박유현 박사는 말한다.
 
  박유현 박사는 “최종 목표는 아이들이 디지털 사회의 일원으로서 메타버스 등 다가오는 디지털 사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아이가 훌륭한 ‘디지털 시민’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얘기다.
 
  “이 기술을 책임감 있고 안전하며 윤리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이 없으면, 아이들은 결국 디지털 위험에 빠지고, 다음 단계로 성공적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런 디지털 시민의식 역량은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고, 일단 배우면 자신의 사생활, 직장 생활에서 여러 가지 디지털 위험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기술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두순 사건’ 때 온라인 음란 광고를 보고 창업
 
  서울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박사까지 받고, 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던 그가 이런 사회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조두순 사건’ 때문이다. ‘조두순 사건’은 여덟 살 여자아이 나영이가 소아성애자인 조두순에게 납치돼 잔혹하게 성폭행을 당하고 죽임을 당할 뻔한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사건이다. 사건이 일어난 2008년에 미국에서 임신 중이었던 박유현 박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다른 엄마들처럼 화가 치밀었다고 했다. 이내 온라인 뉴스 포털 사이트를 통해 해당 뉴스를 보던 중 두 개의 사진이 동시에 뜨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하나는 병상에 누워 있는 나영이가 조두순이 최고 형량을 선고받기를 기도하는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열여섯 살 여자아이가 당신을 침대로 초대합니다’라며 젊은 여자가 침대에 누워 있는 광고였다. 박 박사의 얘기다.
 
  “나영이 사진과 미성년 여자아이의 음란 광고가 동시에 게재된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온라인 광고가 외설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포함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뉴스 사이트를 본 순간 희생자는 단지 여덟 살짜리 여자아이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가 신기술을 맹목적으로 찬양하며 온라인에서의 익명성, 표현의 자유를 누릴 때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디지털 폭력, 인터넷 중독, 아동 포르노 등 기술 발전의 부정적 측면이 방치됐죠.”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인터넷의 정보공해(infollution)’를 막자는 차원에서 2009년에 ‘인폴루션 제로’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었다. 당시는 많은 부모가 오늘날과 달리 온라인상의 안전을 신경을 쓰지 않을 때였다.
 
  “몇몇 언론과 인터뷰를 했는데 다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저에 대한 개인적 관심뿐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공부를 할 만큼 한 분이 왜 자발적으로 이등 시민이 되려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이슈를 다루는 비영리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을 마치 실패처럼 생각하고 있었죠.”
 

  몇 달 후, 신문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본 청와대 관계자 한 명이 그에게 연락을 취해 만남이 이뤄졌다. 그가 정치적 야망이 있는지를 떠보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박유현 박사는 “10년 안에 디지털 안전과 아이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글로벌 표준을 만들겠다. 전 세계 모든 기업과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이 온라인상 아동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라는 사람의 황당해하던 표정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단다.
 
  박유현 박사의 얘기다.
 
  “솔직히 그런 10년 비전 같은 건 없었거든요(하하). 저는 ‘인폴루션 제로’ 운동을 시작해서 하루하루 살아남으려고 애썼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무시하거나 비웃음을 보내는 것에 화가 났어요. 불쑥 얘기를 던져놓고는 그날 밤 일기장에 적었습니다. 10년 안에 인터넷상의 안전에 관한 글로벌 표준을 내놓겠다고요.”
 
 
  글로벌 캠페인 ‘DQ 에브리 차일드’ 운동
 
앞으로 다가올 증강현실 세상에서는 디지털에 대한 올바른 사용이 더욱 중요하다. 2021년 6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서울 가상 증강현실 박람회.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조선DB
  이후 그는 남편의 이직에 따라 두 아이와 함께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계속 아동 온라인 안전과 디지털 교육에 관한 일을 했고 DQ에 대한 개념과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17년에는 세계경제포럼과 제휴해 DQ연구소를 만들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과 함께 글로벌 캠페인인 ‘DQ 에브리 차일드’ 운동을 시작했다. 만 8~12세 아동에게 책임감 있는 디지털 시민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불과 1년 뒤인 2018년, 박유현 박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브리엘라 라모스 사무총장,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의 캐런 매케이브 수석이사, 세계경제포럼의 에릭 화이트와 나란히 앉았다. 이 세 국제기구와 DQ연구소는 전 세계 디지털 역량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글로벌 연합체인 ‘디지털 지능을 위한 연대’ 출범을 선포했다. 세 국제기구는 박 박사가 글로벌 표준으로 개발한 DQ 프레임워크를 사용키로 했다.
 
  이후 그는 훨훨 날았다. 세계 최초로 ‘아동 온라인안전지수’를 발표(2020년 2월)했고, 같은 해 9월 글로벌 표준을 정하는 세계 최대 기술협회로부터 ‘디지털 지능’이 세계 최초로 글로벌 표준으로 공식 승인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019년 10월에는 뉴욕, 런던에서 첫 국제 ‘DQ 데이’가 시작됐다. 이날 협력 단체들은 ‘DQ 프레임워크(모든 국가가 채택할 수 있는 글로벌 표준 프레임워크)’ ‘DQ 월드(모든 어린이가 사용할 수 있는 글로벌 아동 교육 프로그램)’ ‘아동 온라인 안전지수(모든 국가가 주목할 글로벌 디지털 지수)’가 실현됐음을 축하했다.
 
  박 박사의 연구로는, 이미 아이들은 상당 수준 인터넷의 폐해에 노출돼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2월, ‘안전한 인터넷의 날’을 맞아 DQ팀은 ‘2020년 아동 온라인안전지수’를 발표했다. 아동 온라인 안전과 디지털 시민의식 분야에서 국가 발달과정을 평가하는 세계 최초의 지수다. 2017년 3월~2020년 1월까지 30개국, 14만5000명 아동과 청소년을 분석했다. 8~12세 아동 중 60%가 사이버불링, 게임 과몰입, 위험한 콘텐츠, 위험한 접촉 같은 디지털 위험을 적어도 하나 이상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디지털 위험의 유행과 패턴은 국가, 문화, 지역을 넘어서 일관적이고 체계적이었다. 박유현 박사는 이를 ‘디지털 팬데믹’이라고 표현했다.
 
  박유현 박사는 “많은 전자기기, 빠른 인터넷 접속, 풍부한 디지털 콘텐츠를 가진 부유한 국가의 아이들이 문제일 것 같지만, 저개발국가의 디지털 위험 노출이 선진국 아이들보다 30% 높았다”며 “코로나19가 모든 국가를 빠르게 디지털 전환으로 내몰았는데, 아직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디지털 시민의식 교육은 충분하지 않아 아이들이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부모, 학교, 기업, 국가가 나서야
 
DQ연구소는 여덟 가지 DQ프로필 점수를 만들어서 아동들이 디지털 기술을 무조건 추종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사진=DQ연구소 제공
  박유현 박사가 ‘인폴루션 제로’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아이들의 온라인 안전과 디지털 시민의식 수준을 평가하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검사를 받는 또 다른 시험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부모들이 디지털 위험 수준과 디지털 시민의식의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를 마련하고 싶었단다.
 
  “부모들이 제게 가장 자주 묻는 말은 ‘몇 살 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줘야 할까요?’입니다. 저는 아이가 DQ점수에서 적어도 100점을 받을 때 주라고 말합니다. DQ 점수는 디지털 도구를 책임감 있게 쓸 준비가 됐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휴대폰과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중요합니다. 마치 운전면허증과 같죠.”
 
  ―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몇 살에 휴대폰을 사주셨습니까.
 
  “큰 애가 만 13세가 됐을 때 사줬어요. 아이에게 8가지 DQ 프로필 점수에서 모두 115점 이상을 받으면 사주겠다고 약속했고, 13세 생일 때 사줬습니다. 좋은 DQ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디지털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디지털 세계에서 접하는 다양한 위험, 그 위험에 대처하는 기본지식, 역량, 태도, 또 좋은 디지털 시민으로서 기기를 책임감 있게 쓰는 법을 안다고 생각합니다.”
 
  ― 기업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죠.
 
  “중국에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촉진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해서 흥을 깬 적이 있습니다. 2020년 중국에서 열한 살 남자아이가 아홉 살짜리 여동생과 함께 15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린 사건이 있었거든요. 다시 살아날 것이라 믿고 비디오 게임에서 본 장면을 따라 한 거죠. 한 아이는 자신을 뚱보라고 부른 친구의 목을 커터로 찌른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경찰 조사에서 친구에게 사과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친구가 비디오 게임에서처럼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믿었던 겁니다. 저는 그들에게 ‘당신이 기술을 앞에 내놓기 전에 아이들에게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한 계획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겪는 디지털 팬데믹은 그 자체로 오늘날 디지털 생태계에 보내는 경고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기술 발전에 앞서서 글로벌 커뮤니티가 아이들을 위해 국제적 협력을 해야 합니다.”
 
  ―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가족, 학교, 커뮤니티, 기업, 국가가 나서야겠군요.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건전한 디지털 환경을 아이들에게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국가의 디지털 전환의 척도는 아동 온라인 안전과 디지털 시민의식 교육을 얼마나 확실히 하는가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급격히 디지털화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 리더들이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지 말고 기술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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