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정순택(鄭淳澤·60) 신임 대주교가 서울대교구장에 2021년 12월 8일 착좌(着座)했다. 정 대주교는 착좌식 강론에서 “2030년대를 향해 가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교회상이 무엇이며, 우리 교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모색하고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 모색의 하나로 “미래의 주역이자 현재의 주역인 젊은이들과 동반” “교구가 쇄신하고 변화하는 교회 되기” 등을 이야기했다. ‘미래’ ‘쇄신’ ‘변화’라는 단어에 힘을 실었다.
정순택 대주교는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정운장(1929~2000년)은 영남대 법대 교수로 국제법을 가르쳤다. 대구효성초등과 서울 동일중, 우신고를 졸업했다. 《가톨릭 평화신문》에 따르면, 고교 재학 시절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인천 영종도의 보육원에 찾아가곤 했다. 학창 시절 거의 전 과목 만점을 받을 만큼 학업 성적이 뛰어났다고 전한다. 서울대 공대 공업화학과를 1984년 졸업했다.
대학 3학년 무렵 ‘늦게 데워진 구들장이 좀처럼 식지 않는’ 신앙체험을 하고 사제의 길을 걷게 됐다. 아버지가 “대학 졸업 때까지 하느님 부르심이 확실한지 기다려보자”고 말했지만, 졸업 후에도 ‘구들장’이 식지 않았다.
정 대주교는 ‘하느님만으로 족하다’는 가르멜 영성을 흠모해 1986년 가르멜회에 입회했고 92년 사제품을 받았다. 2000년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Biblicum)에서 구약 시편 57편을 새롭게 해석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했다. 이후 가르멜회 로마 총본부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담당 부총장 및 최고평의원 등을 역임했으며 2013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자리를 옮겨 주교품을 받았다. 주로 청소년·수도회를 담당해 아무래도 대중과 접촉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처음 서울대교구장 임명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하느님의 뜻을 가늠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분이다. 한 단어로 치면 ‘비욘드(beyond)’, 우리 너머에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을 만큼 본인도 놀란 파격 인사였다. 수도회 사제가 교구의 장상(長上)에 임명된 사례는 한국교회사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매우 드문 사례다. 전 의정부교구장 이한택 요셉 주교(예수회)와 군종교구장 유수일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작은형제회) 정도다.
로마 바티칸이 서울대교구의 ‘미래’ ‘쇄신’ ‘변화’를 수도회 사제에게 맡긴 이유는 뭘까.
앞서 지난 9년 반 동안 서울대교구를 위해 헌신한 염수정 추기경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돌이켜보면 정진석(鄭鎭奭·서울대교구장 재임 1998~2012년)·염수정(廉洙政·재임 2012~2021년) 추기경 시절, 천주교는 국민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가톨릭신문》은 2021년 11월 7일 자 사설에서 “서울대교구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는 영세자 수 감소, 젊은 세대의 이탈, 미사 참례자 급감 등 산적한 과제들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국천주교회는 “빈부격차와 양극화, 만연하는 죽음의 문화, 생태위기에 복음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거나 미약했다. 천주교의 위기를 신자는 물론 수도자조차 걱정한다. 전동혁 신부(미국 신시내티 교포사목)는 “한국 가톨릭은 정치·사회 문제에 너무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회주의 이념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면서”라고 했다. 바로 정의구현사제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 대주교는 위기의 서울대교구를 구하고, 천주교에서 멀어진 한국인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 모색의 하나로 “미래의 주역이자 현재의 주역인 젊은이들과 동반” “교구가 쇄신하고 변화하는 교회 되기” 등을 이야기했다. ‘미래’ ‘쇄신’ ‘변화’라는 단어에 힘을 실었다.
정순택 대주교는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정운장(1929~2000년)은 영남대 법대 교수로 국제법을 가르쳤다. 대구효성초등과 서울 동일중, 우신고를 졸업했다. 《가톨릭 평화신문》에 따르면, 고교 재학 시절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인천 영종도의 보육원에 찾아가곤 했다. 학창 시절 거의 전 과목 만점을 받을 만큼 학업 성적이 뛰어났다고 전한다. 서울대 공대 공업화학과를 1984년 졸업했다.
대학 3학년 무렵 ‘늦게 데워진 구들장이 좀처럼 식지 않는’ 신앙체험을 하고 사제의 길을 걷게 됐다. 아버지가 “대학 졸업 때까지 하느님 부르심이 확실한지 기다려보자”고 말했지만, 졸업 후에도 ‘구들장’이 식지 않았다.
정 대주교는 ‘하느님만으로 족하다’는 가르멜 영성을 흠모해 1986년 가르멜회에 입회했고 92년 사제품을 받았다. 2000년 로마 교황청 성서대학(Biblicum)에서 구약 시편 57편을 새롭게 해석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했다. 이후 가르멜회 로마 총본부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담당 부총장 및 최고평의원 등을 역임했으며 2013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자리를 옮겨 주교품을 받았다. 주로 청소년·수도회를 담당해 아무래도 대중과 접촉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처음 서울대교구장 임명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하느님의 뜻을 가늠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분이다. 한 단어로 치면 ‘비욘드(beyond)’, 우리 너머에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을 만큼 본인도 놀란 파격 인사였다. 수도회 사제가 교구의 장상(長上)에 임명된 사례는 한국교회사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매우 드문 사례다. 전 의정부교구장 이한택 요셉 주교(예수회)와 군종교구장 유수일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작은형제회) 정도다.
로마 바티칸이 서울대교구의 ‘미래’ ‘쇄신’ ‘변화’를 수도회 사제에게 맡긴 이유는 뭘까.
앞서 지난 9년 반 동안 서울대교구를 위해 헌신한 염수정 추기경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돌이켜보면 정진석(鄭鎭奭·서울대교구장 재임 1998~2012년)·염수정(廉洙政·재임 2012~2021년) 추기경 시절, 천주교는 국민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가톨릭신문》은 2021년 11월 7일 자 사설에서 “서울대교구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는 영세자 수 감소, 젊은 세대의 이탈, 미사 참례자 급감 등 산적한 과제들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국천주교회는 “빈부격차와 양극화, 만연하는 죽음의 문화, 생태위기에 복음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거나 미약했다. 천주교의 위기를 신자는 물론 수도자조차 걱정한다. 전동혁 신부(미국 신시내티 교포사목)는 “한국 가톨릭은 정치·사회 문제에 너무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회주의 이념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면서”라고 했다. 바로 정의구현사제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 대주교는 위기의 서울대교구를 구하고, 천주교에서 멀어진 한국인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rhois99@hanmail.net
(202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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