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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보수원로 2人 20대 大選을 이야기하다 | 정홍원 前 국무총리-김용갑 前 총무처장관

“비정상적인 나라를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 역대 이렇게 절박한 선거가 없었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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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도 상식도 윤리도 없는 나라, 모든 걸 이념의 잣대로만 재단하는 문재인 대통령… 탄식과 한숨과 분노 만연
⊙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수호, 시장경제, 공정, 안보 등 가치관 확실해야
⊙ 국민의힘 상승세 고무적… 당 밖 후보들 모두 들어와서 경쟁하고 야권이 하나 돼야 정권교체 가능
⊙ “정권교체 가능성 가장 높은 윤석열, 범야권이 합심해 밀어줘야”(김용갑) vs “윤석열·최재형·김동연 장점 있지만 검증 더 필요”(정홍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사면에 대한 시각은
⊙ “내가 윤석열을 인정하는 건 대통령한테 대들고 싸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내가 해봐서 알기 때문”(김용갑)

정홍원 전 국무총리
경남중·진주사범학교·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 광주지검·부산지검 검사장, 법무연수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장관급), 대한법률구조공단 제9대 이사장, 새누리당 공천위원장, 제42대 대한민국 국무총리 역임

김용갑 전 총무처장관
육사 17기 /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총무처 24대 장관, 15·16·17대 국회의원 / 現 국민의힘 상임고문
사진=조준우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8개월여 앞두고 보수세력 내부에서는 기필코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열망과 야권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대한 희망, 그래도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 보수세력의 원로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전 정권(박근혜 정권)의 최장수 국무총리인 정홍원 전 총리와 청와대 민정수석-총무처장관-15~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용갑 전 장관을 만나 대선 전망을 들어봤다.
 
  연령이 80대(김용갑)와 70대(정홍원)인 두 원로 정치인을 만나기 전에 그들의 주변 지인들로부터 대선 관련 의견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 보수 원로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대체로 비슷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념에 사로잡혀 법도 상식도 윤리도 개의치 않는 인물이며, 이번에 정권교체를 이뤄내지 않으면 보수는 역사의 죄인이 되리라는 것이었다.
 
  다만 내년 대선에 대비하는 구체적인 입장은 다소 달랐다. 특히 야권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정 전 총리는 “능력을 인정하지만 과거 행적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정권교체가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에 과거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정권교체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보고 확실하게 밀어줘야 한다”고 했다. 최근 공식 석상이나 뉴스에서 잘 볼 수 없었던 그들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가감 없이 소개한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
 
  “나라가 성한 곳 없어… 이번 대선은 국민 책임 막중한 역대급 선거”
 

  정홍원 전 총리는 선출직 공직에 출마하거나 정치에 직접 참여한 적은 없지만,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내고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직을 수행해 보수 진영의 원로로 자리 잡았다. 30여 년간 검사로 재직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장관급),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그는, 2012년 2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권유로 19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다.
 
  당시 새누리당은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한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과 전신인 한나라당의 파행적인 국회 운영 등으로 당에 대한 민심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태였다. 새누리당이 4월 총선에서 100석도 못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8개월 후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그를 제42대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그는 현 정권 출범 후 실정(失政)이 계속되자 전 정권 총리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문재인 정권의 반(反)헌법적인 국가 운영을 지적하는 대국민 호소문과 대통령을 향한 공개질의서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 서초동 개인사무실에서 만난 정 전 총리는 “살아오면서 이번 대선만큼 절박한 선거가 없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대급’으로 절박한 선거
 
  ― 여야가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을 어떻게 보십니까.
 
  “당연히 정권교체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평생 살아오는 동안, 건국 이래 이렇게 절박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선거가 없었습니다. 요즘 말로 ‘역대급’이라고 하죠. 사람이 살다 보면 괴로울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어야 되는데. 요즘 몇 년간 즐거움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 그 정도로 나라가 걱정됩니까.
 
  “지금 이 나라는 윤리도 상식도 법도 없는, 경우 없는 나라가 됐습니다. 의식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공직자가 죄를 짓고도 큰소리를 치고, 검찰을 욕하고, 정부 입맛대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시키고, 세금 올리는 건 당연히 법으로 해야 하는데 법 대신 과표(課標·과세시가표준액) 올려서 슬그머니 세금 올리고, 대통령이 선거(편집자주: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앞둔 곳 가서 가덕도 신공항 깃발 흔들고…. 이게 정상입니까. 생각이 올바른 사람들은 탄식, 한숨, 분노로 살고 있습니다.”
 

  ―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못하고 있는 건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한두 군데가 문제면 걱정도 하지 않습니다. 외교 분야도 동맹도 제대로 못 지키고 그러면서도 중국에서는 혼밥하는 대우나 받고 왔죠. 경제는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고, 국부(國富)를 이룰 수 있는 원전은 탈(脫)원전으로 가고, 부동산은 수요공급의 원칙도 지키지 못해서 억누르기만 하고, 교육도 후손들에게 바른 역사교육을 할 생각은 안 하고 이념이 개입된, 왜곡된 교육을 하고 말이죠. 하나하나 다 망가지고, 성한 데가 없습니다.”
 
  ― 대통령과 정부가 왜 나라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통치라는 것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고, 배부르고 등따습게 해주면 됩니다. 역대 어느 정부, 어느 대통령도 다 국민을 더 행복하게 해주려는 기본 생각이 있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도 ‘내가 대통령이 돼보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라고 했고,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도 맺고 제주해군기지도 건설했잖아요. 그게 바른 인식이죠. 그 전까지는 이념에 치우쳐 있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되면 국민을 위하는 게 먼저여야 합니다. 근데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부는 모든 것을 이념의 잣대로 재단을 하고 있습니다. 외교·국방·경제·교육 등 어느 한 분야도 빼놓지 않고 이념의 잣대로 밀고 가니까 나라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문제가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 정권교체가 안 된다면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십니까.
 
  “물론 국민들이 그것만은 용납하지 않겠지만, 만약 이 정권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교만이 극에 달해서 우리나라의 국가 정체성을 바꾸는 일까지 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헌법을 흔들려 하지 않겠어요? 특히 지금 이 비정상적인 나라가 계속된다면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현상이 나타날까 봐 걱정이 큽니다. 베네수엘라 보세요. 나라가 망해서 여자들이 몸 팔러 해외로 나가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게 정상입니까.”
 
 
  대통령이 가져야 할 3가지 기본 소양
 
정홍원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최장수 국무총리였다. 사진=조선DB
  ― 대선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데, 차기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
 
  “대통령에 출마하려면 자격시험을 보게 하는 법이라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요. 저는 세 가지 기본 소양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는 세계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 두 번째는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 세 번째는 큰 그릇입니다. 세계사 인식이란 얘기하자면 길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공산주의가 왜 태어났고 왜 망할 수밖에 없었는지 정확하게 역사를 통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빈부 문제가 뒤따르게 되는데 이를 해결한다고 나온 공산주의는 유물론에 빠져 인간의 소유 의지를 부정함으로써 모두가 못사는 나라로 갈 수밖에 없는 사상임을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나라를 경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이 망한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데도 아직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 애국심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갖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외국에 나가 보면 우리나라에 대한 예우와 존경심이 대단합니다.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한다면 세계 5위권도 될 나라입니다. 우리나라가 오늘날이 있게 된 과정을 이해하고 참된 애국심을 가진 사람이라야 진심에서 우러난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역사를 부정하고, 정통성이 없는 나라라고 하고, 미군은 점령군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면 되겠습니까.”
 
  ― 그릇이 커야 한다는 뜻은요.
 
  “포용력으로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제가 총리 시절 만델라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조문사절단을 이끌고 남아공에 갔었는데요. 만델라 대통령은 20여 년간 옥살이를 한 분입니다. 원한이 쌓였겠지만 대통령이 된 후 과거의 적폐에 대해 ‘전부 조사하라, 그러나 나는 보복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릇이 큰 사람이죠.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그릇이 큰 사람이 나와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그릇은 자유민주주의 의식이 투철한 사람에게만 가능하지 좌파 의식을 가진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좌파는 분노를 자양분으로 삼으니까요. 이렇게 세 가지를 갖춘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고,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했으면 좋겠습니다.”
 
  ― 링컨 대통령의 리더십도 자주 언급하셨죠..
 
  “우리나라 대통령도 링컨 대통령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링컨 리더십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겸손, 포용력, 책임감입니다. 정말 지도자는 겸손했으면 좋겠어요. 문재인 정부는 어찌 그리 틈만 나면 자랑을 하려고 드는지… 포용력과 책임감도 꼭 필요한 덕목이죠.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 당시 최후의 결전장인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북군 사령관에게 진격 명령을 하면서 ‘이기면 장군 덕이고 지면 내 책임’이라고 자신의 책임을 강조했고,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의 경쟁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습니다. 그런 리더십 덕분에 미국이 남북전쟁 후에도 갈등이 이어지지 않고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 현 정부에 대입해본다면 어떨까요.
 
  “잘못이 있으면 ‘국민 여러분, 제가 생각을 잘못했습니다’ 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겁니다. 탈원전만 예로 들어도 원전 1기를 중단시켰다 재개하는 데 수천억원이 들지 않습니까. 그런 손실을 끼쳤으면 책임감을 느껴야죠. 대통령이 ‘지금 보니 제 판단이 잘못됐습니다, 다시 되돌리겠습니다’ 한다면 얼마나 사람의 그릇이 커 보이고 국민들도 안도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박수를 칠 겁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매사 자랑이고, 잘못된 일 생기면 전부 전 정부 탓, 남 탓이고… 이런 대통령이 다시 나와서는 안 됩니다.”
 
 
  야당은 더 절박함 가져야
 
  ― 야당이 요즘 몇 달간 보궐선거 승리와 30대 당대표 등장, 지지율 상승 등으로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작년 7월에 내가 대(對)국민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으로 이기고 나니 너무 안타깝고 국민들이 깨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런데 지난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보고 우리 국민들이 그래도 깨어 있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야당이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야지요. 보궐선거 후 여당이 잠시 겁이 났는지 뭔가 고치는 시늉을 하긴 했는데 그냥 흐지부지됐잖아요. 국민들이 그런 걸 다 주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 이런 분위기가 대선 야당 승리로 이어질까요.
 
  “걱정되는 건 있습니다. 이 정부가 현금 살포로 국민을 회유하는 방법을 쓰려고 할 겁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부채가 약 600조원대였는데, 지금은 1000조원에 육박합니다. 이번에 또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했죠. 현 정부 때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막 써도 되는 겁니까. 대선 전에 또 퍼주기를 계속할 걸로 보입니다. 그냥 소비하라고 나눠줄 지원금 있으면 그 돈을 국민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더 투자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또 돈을 마구 뿌리면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오죠. 빚 늘고 물가 오르는 결과만 나오는 겁니다. 국민이 깨어야 합니다. 정부가 막 나눠줘도 이 돈이 어디서 난 거냐, 이걸 누가 갚아야 되느냐, 곧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겠느냐…. 이런 의식을 가지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겁니다.”
 
  ― 국민의힘은 잘 하고 있습니까.
 
  “절박한 심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국가 정체성이 흔들리는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야당이 대처를 못 한다면 국가에 큰 죄를 짓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의 배지는 입신양명의 상징이 아니고, 국민 고혈(膏血)의 표현입니다.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 국회의원이 3D(Dirty·Difficult·Dangerous: 더러운・어려운・위험한) 업종이란 얘길 들었어요. 덴마크의 국회의원은 업무량이 많고 책임이 크지만, 보좌인력은 거의 없고, 의원들은 의사당에 침대를 갖다 놓고 밤을 새우면서 입법작업을 직접 다 한다는 겁니다. 우리 야당 국회의원들도 집에 갈 생각하지 말고 밤새 토론하고 대안을 만들어내고, 국민에게 절절하게 호소하여 국민 의식을 깨어나게 해야 야당 구실을 하는 겁니다. 얼마 전에 김기현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는 걸 봤는데 정말 절박한 심정이 느껴졌습니다. 근데 대표 연설에서 끝날 게 아니라 그런 내용을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민에게 각인시켜줘야 돼요.”
 
  ― 보수정당 처음으로 30대 당대표가 탄생했는데, 이준석 대표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격식을 파괴하고 새로움을 보이려고 하는 건 좋은 점이죠. 다만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국민 다수가 걱정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하고 중점을 뒀으면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 앞으로 잘 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 문재인 정권, 특히 조국 사태 후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라는 가치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와 자유민주주의자이며 헌법주의자들이 공정에 대해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미국 사람들이 ‘It’s unfair(불공정해)’라고 외치는 것을 영화에서 종종 봅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미국 사람들이 불공정 행위를 얼마나 혐오하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이제는 더치페이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데이트를 하는 남녀가 피자를 시켜 먹었는데 남자가 더 많이 먹었는데도 돈은 꼭 같이 반씩 내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여자가 투덜댄다는 기사를 읽고 웃은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한 젊은이들에게 불공정은 치명적인 상처를 줍니다. 원하는 곳에 취업하려고 머리를 싸잡아 매고 공부하여 왔는데 느닷없이 경쟁자가 자기 부모 찬스로 그 자리를 꿰찬다면 세상에 이처럼 좌절감을 주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문재인 정부 들어 수많은 불공정 행위를 목격한 국민 모두는 이것은 아니라는 데 생각을 같이하고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 정부는 불공정의 문제를 분배의 문제로 둔갑시키려고 합니다. 삶 전반의 불공정 문제와 분배의 문제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자유민주주의자들은 이 점을 명확히 하여 국민들이 착오에 빠지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당이 불공정한 행태를 신랄하게 파헤쳐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준석 대표가 공정의 가치를 구호로 들고나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19대 총선 새누리당의 성공비결
 
정홍원 전 총리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을 맡아 과반수(152석) 승리를 이끌어냈다. 사진=조선DB
  정 전 총리는 그 전까지는 정치권과 인연이 없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부탁으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을 맡아 ‘사심 없는 공천’을 실행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100석도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적으로 152석을 차지, 과반수 승리를 거뒀다.
 
  ― 보수정당이 20대와 21대 총선에서 유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데는 공천파동이 크게 작용했는데요. 19대는 그 반대였죠. 정부·여당 인기가 바닥이었는데 과반수를 얻었습니다.
 
  “공천위원장을 맡으면서 고민 끝에 두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사심이 없어야 한다는 점,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는 점 두 가지입니다. 위원들에게 ‘역사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고 했어요. 18대 총선 공천에서 친이(친이명박) 공천이니 친박(친박근혜) 학살이니 하는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이젠 친이계가 대거 잘려나갈 것이라는 예상을 언론과 정치권이 하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처음으로 발표한 1차 공천에서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을 공천했죠.
 
  “지역구에서 단독으로 공천 신청을 한 곳이 21곳이었고 이 의원의 지역구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나는 이 의원을 잘 알지 못하지만 단독 공천을 신청했는데 굳이 공천에서 배제한다면 보복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고, 친이계는 반발할 것이고, 국민이 볼 때는 역시 저 당은 별 볼 일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까. 공천 내부갈등은 선거 패배의 지름길입니다. 그래서 이 의원을 공천 명단에 올렸는데, 다만 공천 명단을 최종 결재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진통이 있을 거라는 예상은 했습니다.”
 
  ― 그 일이 결국은 전화위복이 됐죠.
 
  “비대위에서는 일부 위원이 이재오는 안 된다면서 얘기가 길어지더라고요.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마뜩잖아 비대위원장의 허락을 받고 부속실로 나와 잠시 고민하다가 기자실로 가서 21명 1차 공천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기자들이 ‘비대위 결재가 안 끝났는데 어떻게 발표를 하냐’고 질문하기에 나는 공천위의 결정을 발표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공천위의 결정에 대해 비대위에서 이견이 있으면 그 후 과정도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했죠.”
 
  ― 굳이 그렇게 한 이유는 뭡니까.
 
  “비대위에서 결정한 결과만 발표하면 공천위가 어떻게 일을 했는지 국민이 알 수 없지 않습니까. 공천위는 철저하게 사심 없이 공정한 공천을 한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었어요. 다음 날 신문기사 제목이 ‘정홍원의 뚝심이 이겼다’였습니다. 그동안 국민은 새누리당이 자기들끼리 계파싸움이나 하는 걸로 생각했지만 이번엔 외부에서 영입한 공천위원장이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공천한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거죠. 그 사건 후에는 공천 잡음이 거의 없었습니다. 야당(민주당)은 여전히 나눠먹기식 공천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고요.”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2020년 1월 더불어민주당이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을 날치기 통과시키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검찰 출신인 정홍원 전 총리는 “섣부른 수사권 조정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사진=조선DB
  ― 19~21대 총선에서 보수정당의 성적표를 통해 공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들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공천이 100%는 아니고… 19대 총선 점수를 내자면 100점 만점 중 60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선거관리 능력, 30점은 잘 된 공천, 10점은 야당의 실책과 막말 등 분위기, 이렇게 주고 싶습니다.”
 
  ― 그 후엔 ‘선거의 여왕’ 박근혜가 없었군요.
 
  “물론 리더십의 부재도 패배 원인이지만, 그렇다고 이길 수 없는 건 아니죠. 작년 21대 총선을 봅시다. 작년 초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경제실정에 코로나19는 잡히지 않고 국민들은 마스크 하루 2장 산다고 200m씩 약국 앞에 줄 서는 사태가 벌어지고, 누가 봐도 야당에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한두 달 사이에 까먹은 겁니다.”
 
  ― 까먹은 원인이 공천파동입니까.
 
  “아무리 당이 잘 하고 상대 당이 못 해도 공천을 잘못하면 싹 가려집니다. 나는 공천위원장을 해봤기 때문에 20대와 21대 총선도 공천 과정을 높은 관심을 갖고 분석했습니다. 일단 처음 지역구 공천부터 잡음이 나기 시작했어요. 사심(私心) 논란이 이어졌죠. 누구와 누구가 친하고, 누가 누굴 챙겨주고, 누구는 누구의 인맥이라는 얘기가 계속 떠돌았습니다. 결국 공천받은 후보가 바뀌는 사례가 많았고요. 근데 거기서 끝이 아니라 비례대표 명단도 난리가 나서 완전히 뒤집히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국민 입장에선 ‘저것들은 뭘 하는 거냐’라는 말이 나오죠. 공천 과정에서 이미 만신창이가 됐는데, 그다음에도 막말 사태가 나오고 여당의 프레임에 말려들고. 당 지휘부에서는 자기편 장수의 목을 오늘 치느냐 내일 치느냐 하는 걸 뉴스거리로 만드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원래 선거라는 건 여당이 불리합니다. 공격거리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같은 상황에서 야당이 조금만 뒤져도 억울할 판에 어떻게 여당에 180석을 내주냐고요. 21대 총선 결과를 보면서 안타까워서 화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 공천파동은 왜 자꾸 일어날까요.
 
  “사심이 들어가서 그렇죠. 나라가 어려울 땐 일단 나라를 살리는 게 우선인데, 나와 가까운 사람, 나를 지지해주고 내 힘이 될 사람을 찾아서 밀어넣으려고 하다 보니 그런 겁니다. 절대로 사심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20대 총선 때도 새누리당이 당연히 이기는 분위기였는데 공천파동으로 탈당 사태가 일어나고 결국 민주당에 뒤졌죠.”
 
  ― 공천이 잘 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습니까.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는 공정하게 국민경선으로 후보를 내놓아서 이겼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공천 잡음이 없으면 그때는 인물과 정책으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습니다. 잘 된 공천에선 정당한 승부가 가능하지만, 잘못된 공천은 바로 실패죠.”
 
 
  야권의 대권 주자들
 
  ― 내년 대선에서는 당내 후보보다 당 밖의 후보 지지율이 더 높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했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 공직을 지낸 사람들이 유력한 야당 후보로 거론되는 건 두 가지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첫째, 이들이 야당 후보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을 방증하는 셈입니다. 둘째, 그 문제점을 직접 피부로 느낀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권을 잡으면 잘못된 점을 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죠. 세 명 모두 특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발휘한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 한 명씩 본다면 어떻습니까.
 
  “윤석열 전 총장은 검찰총장을 하면서 정권의 비리도 많이 보고 탄압도 받았기 때문에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이 있으리라 봅니다. 또 언행을 보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도 장점이죠. 하지만 과거 행적에서 입장 정리를 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 그 부분을 어찌 풀어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재형 전 원장은 인성도 인정받고 미담도, 스토리도 많은 사람입니다. 대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보이고 법조인으로서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는 의지도 있는 걸로 보입니다. 다만 아직 정치력이 검증이 안 돼 있기 때문에 그런 검증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경륜이 풍부하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통치 능력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겠지만요.”
 
  ― 셋 다 장단점이 있단 이야기죠. 마음이 가는 후보는 있습니까.
 
  “세 사람 모두 검증을 마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검증 과정을 거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아까 얘기한 기초 소양과 링컨 리더십을 갖고 있거나 앞으로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지하려 합니다. 완벽한 사람이야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제일 절박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줄 사람이면 됩니다.”
 
  ―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 야당의 공격을 이길 수 있는 인격이 훌륭한 사람, 국정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의 기준으로 지지 대상을 정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흑묘백묘론에 비유하는 게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최고인 것처럼 누구든지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아니면 후보에서 탈락해야죠. 지금 단계에서 누구라고 논하고 싶진 않습니다.”
 
  ― 얼마 전 ‘윤석열 X파일’이라는 것도 나오고… 이미 경쟁은 시작됐죠.
 
  “정치라는 게 추잡한 면이 있지요. 그렇게 뒤에서 연기를 피우거나 살짝살짝 총질을 해서 상처를 내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음모라는 게 입을 거치면서 계속 커지는 건데 의혹이 있으면 당당하게 내놓고 공론화하든지 해야죠. 그리고 개인 비리 얘기도 나오지만요, 만약 자신의 개인 비리가 심각하다면 후보로 나서겠습니까? 본인이 제일 잘 알 텐데. 실격 사유가 될 것 같으면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야당에선 외부 주자들만 주목받는다는 데 섭섭함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순 있는데, 보통 선거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워낙 절박한 ‘역대급’ 선거 아닙니까. 대한민국이 더 흔들려 무너지느냐 기로에 서 있어요. 과거에는 아무리 불안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정책에 대한 지엽적인 문제점은 있었어도 근본에 대한 불안과 회의는 없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요.”
 
 
  박근혜, 사면보다 석방이 우선
 
  ―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인데.
 
  “대통령 두 사람을 가둬놓고, 특히 한 분(박근혜)은 4년 이상 수감돼 있는데 정말 후진국적인 행태입니다. 미얀마가 그러는 걸 보면 후진국이라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그런 모양새가 돼버렸습니다. 사면보다 석방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 정부·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사면을 정치적으로, 예를 들어 야권의 이간계로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사면이나 석방을 정략적인 차원에서 이용한다면 그건 그들이 양심을 팔고 큰 죄를 짓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겠죠.”
 
  ― 박 전 대통령이 나온다면 정치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니 그런 것 아닐까요.
 
  “내가 2년 이상 가까이 접촉하면서 본 박 전 대통령은 그렇게 함부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석방된다고 해서 당장 정치활동을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다만 내 입장에서는 그분이 원로로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충고와 조언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쉽게 행동하지는 않을 겁니다.”
 
  ― 22년형이 확정돼서 아직 남은 형기가 많습니다.
 
  “대통령이 중한 벌을 받아야 되는 경우는 두 가지라 생각합니다. 국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나라의 근본을 흔든 행위를 한 경우와, 뇌물을 대규모로 받는 등 부패한 경우입니다. 두 경우는 처벌을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요, 박 전 대통령의 가장 주된 처벌 이유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인데, 그분 주머니에 들어간 돈이 없는데 어떻게 20년이 넘는 징역형을 받을 정도의 부패입니까. 최서원과 경제공동체라고 하는데요, 옛날에 모 장관 부인이 뇌물을 받은 사건이 있었는데 부인은 남편이 몰랐다 하고 남편도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남편은 처벌을 못 했어요. 부부 사이에도 경제공동체론을 적용 못 했는데 하물며…. 경제공동체라는 거, 청탁이 ‘추정’된다는 거, 이건 모두 엄격한 증거가 없는 사안이고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 논리입니다.”
 
  ― 석방이나 사면이 된다면 억울함을 호소할 가능성도 있겠군요.
 
  “본인은 무척 억울할 겁니다. 역사에 어떻게 정확하게 기록할 것인가, 정상적인 국가가 되면 잘못된 점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 형량이 부당하다고 했는데, 그에 일정 부분 기여한 사람이 야권 유력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닙니까.
 
  “과거의 행적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게 그런 뜻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은 그런 면에 의미를 두고 있거든요.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든지 정리를 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개헌 논의는 안 돼
 
  검찰에 30여 년간 몸담았던 정 전 총리는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관철시킨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 1월 1일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경찰은 1차 수사 종결권을 쥐게 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로 축소돼 경찰의 수사 범위가 대폭 늘었다.
 
  ― 검경수사권이 조정됐고 얼마 전 검찰 인사가 있었습니다. 정권의 검찰 힘 빼기가 절정에 달한 것 같은데요.
 
  “내가 총리일 때도 경찰의 검경수사권 조정 요청은 계속 있었습니다. 경찰청장이 인사차 방문했을 때 이렇게 얘기했어요. 경찰이 두 가지만 갖추면 요구하지 않아도 국민이 수사권을 주라고 할 거라고 말입니다. 두 가지란 수사 능력과 자질입니다. 경찰에게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그리고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자질 두 가지가 증명된다면 국민이 안심할 수 있으니 얼마든지 수사권을 주라고 할 것이라고 했죠. 그런데 방대한 경찰 조직이 수사를 잘 하는지, 부패경찰은 없는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경찰에 전속수사권을 줘버리면 위험해질 수 있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경찰이 이제 스스로 성찰하고 능력과 자질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 국회에서 여권이 180석 이상을 갖고 있다 보니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죠. 심지어 개헌까지도요. 여야 모두 개헌론이 나옵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개헌을 한다면 이해합니다. 또 내 평소 지론이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에 책임총리제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헌법에 책임총리제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조금 손을 볼 필요는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개헌을 논할 시기가 아닙니다. 정부·여당이 헌법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분명히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고 체제를 변형시키는 쪽으로 헌법을 바꿀 것 아닙니까. 나라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개헌 논의는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정 전 총리는 2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나지막한 목소리를 유지하면서도 때로는 언성을 높이고 때로는 한숨을 쉬며 나라를 걱정했다. 그는 많은 얘기 끝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도와 법을 지키는 지도자는 매사 조심스럽고 걸음과 손짓 하나하나가 신중해야 하는데, 그분의 머리에는 이념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존경받던 우리나라의 품위가 왜 이렇게 됐는지….”
 
  한때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조선의 영의정, 현재는 국무총리)이었던 노신사의 애국심이 느껴졌다.
 
 

 
  김용갑 전 총무처장관
 
  “정권교체는 보고 죽을 것… 윤석열은 하루빨리 국민의힘 입당해야”
 

  김용갑 전 장관은 육사 17기로 전역 후 국가안전기획부 감찰실 실장, 전두환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노태우 정부 총무처장관을 지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해 17대까지 3선을 지냈으며 현재 국민의힘 상임고문이다. 그는 의원 시절 안보를 강조하고 국보법 수호에 앞장서면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2008년 3선을 끝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물러난 그를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만났다.
 
  ― 요즘 소식을 듣기가 힘든데, 어떻게 지내십니까.
 
  “나는 정계를 은퇴한 뒤로 무대에서 사라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주변 사람들이 날 찾습니다. 이런 엄중한 시국에 왜 가만히 있느냐고. 내가 할 말은 다 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거든요.”
 
  그를 강경보수주의자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스스로는 ‘중립주의자’를 표방한다. 2004년 총선 직후 한나라당 내에서는 정체성 논쟁이 격화됐다. 남경필·원희룡 등 소장파가 수구부패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좌(左)로 한 걸음씩 발걸음을 떼야 한다”며 ‘좌클릭’을 주장했고, 좌클릭에 반대하는 김용갑 의원 등 정통보수파와 대립했다. 당시 기자들이 김용갑 의원을 향해 “당내에서 좌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당이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묻자 김 의원은 “왜 좌로 가야 하냐”고 반문했고, 기자들이 “그럼 우(右)로 가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일성을 날렸다. “어디로 가긴! 똑바로 가야지!” 그의 ‘똑바로 가야 한다’는 말은 다음 날 수많은 신문에서 기사 제목으로 등장했다.
 
  ― 강경보수의 이미지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들어선 이후 나라가 안보를 등한시해 그 점을 내가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됐지요. 내가 5공 민정수석(1985~1988)일 때 임종석·임수경 같은 사람들이 북으로 가자 운운했단 말입니다.(편집자 주: 이후 대학생 임수경은 1989년 방북했다) 북이라면 내가 아주 치를 떨어요. 쭉 그런 철학으로 정치를 했으니까요. 안보와 이념 외의 모든 이슈에는 중립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그런 점을 젊은 동료 의원들도 인정했습니다.”
 
 
  6·29에 출마선언한 윤석열
 
2006년 10월 국회에서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북 핵실험에 대해 對국민사과를 하라고 이종석 통일부 장관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사진=조선DB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29일 매헌윤봉길기념관에서 출마선언을 해 보수우파의 민심에 편승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1987년 6·29선언을 이끌어낸 주역 중 한명인데요.
 
  “내 주변 사람들이 다 윤 전 총장이 6월 29일에 출마선언을 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이야기합니다. 6·29민주화선언은 그동안의 군정(軍政)을 종식하고 대통령직선제를 도입했다는, 우리나라 헌정사상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사건입니다.”
 
  ― 6월항쟁을 무마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 아니었습니까.
 
  “전두환 전 대통령 뜻대로 했다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사를 동원해 진압했을 것이고 지금의 우리나라 모습은 없었을 겁니다. 근데 서슬 퍼런 5공 시절 아닙니까.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의 뜻을 거스를 용기가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수석들도 일단 대통령 뜻대로 하고 올림픽(주: 1988년 서울올림픽) 끝나고 국민투표로 직선제로 가자느니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민정수석)가 역정을 냈지요. 국민의 뜻이 직선제니까 직선제를 받아들이고 선거, 우리가 이기면 될 거 아니냐고요. 전두환 대통령한테 가서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대통령 임기 8개월 남았는데 이걸 어떻게 수습할 거냐고. 직선제 도입해서 선거 이기면 된다고 했어요. 만약 지면 야당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야당 할 엄두가 안 났겠지요.
 
  “내 머릿속엔 (민정당 노태우가) 이길 거라는 계산이 있었습니다. 내가 그때까지 선거를 치러본 사람은 아니지만 김대중·김영삼이 둘 다 나올 거고 단일화에는 실패하리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보수 민심만 흩어지지 않게 공략하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점도 설명했지요.”
 

  ― 그랬더니 전 대통령이 받아들였습니까.
 
  “알았다고, 당신이 노태우한테 가서 이야기하라고 하더군요. 민정당 노태우 대표한테 가서 같은 얘기를 했는데 잘 설득이 안 되는 겁니다. 그 후에 우여곡절이 많았죠. 갑자기 대통령이 직선제 받아들이자고 하니까 안기부장이니 당 사무총장이니 다 화를 내고 대체 누구 뜻이냐며 나하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노(태우) 대표가 받아들여서 측근들과 문안을 작성하고 발표한 게 6·29선언입니다.”
 
  ― 당시 민정수석의 파워가 막강했군요.
 
  “민정비서실은 포괄적인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기강을 잡는 역할인 민정수석 하나만 잘 해도 청와대가 잘못된 길로 가는 걸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민정수석이 정말 중요하다는 거예요. 민정수석의 조건은 사심이 없고 바른말 하는 사람이면 됩니다. 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민정수석 하나만 잘 쓰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같은 사람을 민정수석을 시켜놨으니… 결국 이 정부가 망하는 길로 들어섰잖아요.”
 
 
  윤석열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지난 6월 29일 오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용갑 전 장관은 “(6·29로 만들어진) 헌법 정신을 수호하겠다는 점이 인상깊었다”고 했다. 사진=조선DB
  ― 그래서 6·29라는 날짜에 출마선언을 한 윤 전 총장을 좋게 보시는 겁니까.
 
  “윤 전 총장이 선언문에서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고 현 정부가 거기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고 비판했잖아요. 6·29로 만든 현재의 헌법입니다. 정말 제대로 지적했다고 봐요. 헌법은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기본이고 그 기본을 지켜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헌법이고 뭐고 없습니다. 자신의 이념과 공약이 만고불변의 진리인 줄 착각하고 있습니다.”
 
  ― 안보를 강조해왔는데 윤 전 총장의 안보 인식은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정치 시작하면서 연평도와 천안함 용사 묘역을 찾았죠. 강력한 안보를 중요시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보수가 그를 믿을 수 있는 겁니다. 안보와 외교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고, 그 분야에 소신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국민의힘 상임고문인데, 당내 후보보다 윤석열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윤석열 전에는 지지율이나 여러 이유로 정권교체를 이뤄낼 인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물이 없어서 다들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윤석열이라는 인물이 나타난 거죠.”
 
  ― 높은 지지율이라는 가능성을 빼고도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의 적임자라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잘 아는 건 아니지만요, 언론을 통해 지켜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저렇게 제왕적인 대통령이 존재하는데 검찰총장이 자기의 의견을 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겁니다. 나는 천성이 권력자 앞에서 싫은 소리나 충고를 잘 하는 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아요. 윤 전 총장이 정말 강인하고 대단한 겁니다. 기대를 많이 했지요.”
 
  ― 출마선언과 그 후 행보를 보면 어떻습니까.
 
  “문득 옛 생각이 났습니다. 나도 민정수석 하고 총무처장관 할 때는 기백이 하늘을 찔렀지요. 그런데 정치권에 들어오고 나니까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져요. 나는 총선에 무소속으로 두 번 출마(편집자 주: 그는 1992년 무소속으로 서울 서초을에 출마해 22.1%를 얻어 낙선했고, 1996년 경남 밀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28.55%를 얻어 당선됐다)했는데, 참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당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무소속 후보는 사방이 적입니다. 상대 후보들의 물어뜯기에 견디기가 힘들고, 경찰도 조사한다고 오라 가라 하고 참 미칠 일이었어요. 그런데 당에 들어가서 두 번 선거를 치러보니 이건 무소속 시절에 비하면 너무 쉬운 겁니다.”
 
  15~17대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2008년 18대 총선 전 불출마선언을 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지역기반이 탄탄해 손쉽게 4선 고지에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정계 은퇴를 택한 그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는 “한 지역에서 10년 넘게 하면 아무리 잘해도 지역주민들이 지루함을 느낄 것”이라며 깔끔하게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 그 얘기는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게 낫다는 뜻인가요.
 
  “정치는 공직과는 다릅니다. 의혹이 불거졌을 때 내 입장에선 안 했고 결백하니 당당할 수 있지만, 선거에서는 그렇다고 해서 괜찮은 게 아니거든요. 그런 게 정치입니다. 특히 지금 여당이 얼마나 마타도어(흑색선전)를 잘합니까. 그걸 헤쳐나가지 못하고 좌절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 과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유력 대권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치권에서 버티지 못했죠.
 
  “반기문은 개인적으로 잘 알지만 정치권에서 버텨내기엔 약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그보다는 훨씬 강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정치권이 어떤 곳입니까. 부정한 돈 받았거나 청탁을 받았으면 밝혀내면 될 것을 부인이 어디 출신이라느니 그런 근거 없는 소문으로 공격하질 않나 정말 시궁창 같은 곳 아닙니까.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 건 사실입니다.”
 
  ― 사실상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윤석열에 ‘올인’하자는 의견인데요.
 
  “워낙 지지율이 독보적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지지율이 높아도 기본이 안 돼 있고 인성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되겠지만, 지금 같은 지지율이 나온다는 것은 국민들이 윤석열에 대해 어느 정도 판단을 마쳤다는 뜻입니다.”
 
  ―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사건도 있었고, 윤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여권의 흠집 내기가 시작되겠죠.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출마했을 때 김대업이라는 거짓말쟁이 때문에 만신창이가 되지 않았습니까. 결국 거짓말이 승리했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되는 거고 당의 보호를 받았으면 합니다.”
 
  ― 윤 전 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는 등 국민의힘 입당보다는 외곽에서 세를 불리려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이 아니면 윤석열은 힘이 없어요. 지금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공부하고 포섭하겠다는 건 이해하는데, 분명히 입당할 것이고 언제쯤 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있어야지요. 한 달이 필요하면 한 달이라고 얘기하면 되지 두고 보겠다거나 생각 중이라는 등 애매한 소리만 하고 있잖아요. 지도자는 결단력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 같은 태도는 마이너스라고 봅니다. 우유부단하다는 인식이 씌워지면 좋을 게 없습니다.”
 
  ― 본인이 정치 경력이 없으니 각계 인사들을 만나 공부를 더 하면서 기회를 보는 것 같기도 한데요.
 
  “그런 걸 대체 누구한테 배운다는 겁니까. 또 기회가 알아서 찾아오는 겁니까. 지도자는 판단하는 자리이고 리더십과 판단력, 결단력만 있으면 됩니다. 원칙이 있으면 일은 다 다른 사람들이 하게 돼 있어요. 또 그 주변을 보니까 정치 경력이 없는 사람,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정치력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은데 주변 사람이라도 제대로 썼으면 좋겠어요.”
 
 
  국민의힘은 무의미한 견제 자제해야
 
  ― 윤 전 총장의 대선가도가 쉽지는 않겠군요.
 
  “벌써 야권 내에서 흠집 내기가 시작됐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윤 전 총장을 공격하고 있잖아요. 입에서 나오는 말이 독침 같은데, 그런 태도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자기가 대선에 나가려면 신사적으로 표를 얻어야지 자기도 상대방도 좋을 게 없어요. 홍준표라는 사람은 당대표도, 대선 후보도 지냈기 때문에 그 말에 영향력이 있단 말입니다. 내 주변에서도 홍준표는 왜 저러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원로들이 그걸 막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와요.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내란 말이죠.”
 
  ― 홍 의원 외에도 야당에서 윤 전 총장을 견제하는 사람은 계속 나타나지 않겠습니까.
 
  “대표적인 사람이 김종인(전 비대위원장) 아닙니까.”
 
  김 전 장관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젊은 시절부터 잘 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5공 출범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참여했고, 전두환 정권에서 두 차례에 걸쳐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을 지냈으며, 1981년에는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5공 권력 핵심인 김용갑 전 장관과 접점이 많다.
 
  ― 김종인 전 위원장은 한때 윤 전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이라며 주목했지만 지금은 연락도 안 한다고 하죠.
 
  “뉴스 보니까 윤석열 출마선언문을 보지도 않았다고 하더군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출마하려고 할 때 김종인 찾아가서 사정사정해서 모셔왔잖아요. 윤석열도 그러길 바랐는데 그렇게 안 하니까 삐친 거잖아요. 지금 자기가 삐칠 상황이며 자기 아니면 정권교체 못 할 거라고 오만한 말 할 때입니까. 사람이 겸손하지 못하고 모든 게 자기 위주입니다. 야권이 다 같이 힘 모아서 개인보다 전체를 위해서 정권교체를 향해 뛰어야지요.” .
 
  ― 지금 정치권에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쓴소리하는 사람이 없지요.
 
  “그래서 내가 쓴소리하는 겁니다. 내가 그 사람보다 나이도 많고 그 사람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데 그런 얘기도 못 하겠어요. 원래 아주 꾀가 많은데다 늘 자신이 관심을 받아야 해서 그런 쪽으로 분위기를 모는 사람입니다. 어쨌든 어른이 돼서 반문재인으로 뭉쳐서 돕고 같이 가야지 윤석열 말하는 것마다 비꼬고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 보수정당에 처음으로 30대 당대표가 나왔습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전당대회 투표 전에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많이 했는데 나는 처음부터 이준석이었어요. 나뿐만 아니라 70~80대가 이준석을 많이 찍었습니다. 보수라고 해서 자기 이익을 보호해주는 사람을 지지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당의 얼굴도 바꾸고, 우리 보수 진영의 생각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준석이 대표가 되길 바랐지만 과연 잘 해낼 것인지는 조금 걱정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잘 하고 있습니다. 당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공정 등에 대한 보수적인 인식이 잘 정리돼 있습니다. 안보에 대한 인식도 잘 돼 있어요. 잘 하고 있으니 이기적이고 겸손하지 못한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이준석 당대표가 상임고문단과 가진 만남에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여러 얘기를 했는데요.
 
  “나는 안 갔지만 뉴스로 내용을 봤습니다. 당의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요. 정의화 전 의장은 지금 내각제 얘기할 땝니까. 원래 생각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특정 후보를 생각하고 그런 소리 하는 게 어이가 없어요. 김무성도 자기 보좌관 출신이 윤석열 X파일이 있다느니 하며 내부 총질을 해대는데 나랑 요즘 연락 안 한다는 한마디가 끝입니까. 연락은 안 하지만 이런 일이 생겨 송구스럽다 이렇게 얘길 해야죠.”
 
  ― 지금 당에 있는 ‘올드보이’들은 대부분 21대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다 보니 나서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황교안이 대표 하고 김형오가 공천위원장 하면서 다 망쳐놨잖아요. 김형오는 사람이 왜 그렇게 변해버렸는지…. 어린애도 아니고 사천 논란에 휩싸이고 말입니다. 황교안 대표도 그 사람이 국무총리 했던 게 맞나 싶어요. 대선은 왜 또 나온답니까.”
 
 
  박근혜는 대단한 사람이지만 이미 정치적 생명 끝나
 
김용갑 전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7인회’ 일원이었다. 2008년 1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 위로 겸 신년인사 모임을 열었다. 사진=조선DB
  김용갑 전 장관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시절 ‘친박(친박근혜)’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조언을 받는 원로모임 ‘7인회’ 중 한명이었다. 그런 그가 윤석열 전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거리낌은 없는지 궁금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중 박 전 대통령을 잡아넣은 윤석열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있겠지만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걸로 압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은 끝난 겁니다. 거기에 얽매이는 건 의미가 없어요.”
 
  ―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엔 원로그룹이 조언과 충고를 했지요.
 
  “당 고문으로서 충고를 하고, 잘못하면 전화해서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그랬어요. 또 내가 민정수석이었으니 대통령이 되면 민정수석을 잘 둬서 친인척을 멀리하고 가까운 사람을 경계하라고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근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나를 경계하는 겁니다. 내가 바른말 잘하는 사람이니까 듣기 싫었을 겁니다. 시키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김기춘을 비서실장 시키고 말이죠. 김기춘한테 당신이 청와대 들어갔으면 옳고 그른 걸 판단해주고 나쁜 건 막아주고 해야지 뭐 했냐고 잔소리를 했더니 ‘그러면 대통령이 싫어한다’고 하는 겁니다. 싫어하든 말든 할 일은 해야 한다고 하니 ‘저는 형님만큼 용기가 없어서…’라고 했어요. 어디 김기춘뿐입니까. 최경환이니 이런 사람들 옆에 두니 망한 거 아닙니까.”
 
  ―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후 박근혜 대통령이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만났죠.
 
  “그때 내가 박근혜한테 어떻게 4년 동안 나라를 이렇게 망쳤냐고, 나 같으면 당장 하야한다고 쓴소리를 했어요. 내가 워낙 세게 발언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말도 잘 못 했습니다. 나는 그 서슬 퍼런 5공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도 대통령한테 달려들어 비판했던 사람입니다. 나는 어차피 박근혜 정권에서 공직 맡을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나 같은 사람을 단 한명이라도 옆에 뒀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 박 전 대통령 사면설이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야권 이간계로 사용하려 한다는 말도 있고요.
 
  “지금 사면 얘기할 땝니까. 정치적 생명이 끊어진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없어요. 사면해달라고 사정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는데, 박근혜는 그런 사람들 때문에 망한 겁니다. 사면은 언젠가는 해줄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 하면 다음 대통령이 해줄 것이고, 누구든 정치적으로 계산해서 할 시기에 할 겁니다. 그리고 정권 바뀌면 다시 사면 논의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지금 보수는 정권교체에 더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 박 전 대통령과 한때 가까웠는데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건 아닙니까.
 
  “결론적으로 실패했다는 거지, 정치인으로서는 그 사람을 정말 높게 평가합니다. 박근혜는 진짜 지도자이고 대단한 사람입니다. 카리스마와 대중성을 다 갖췄고,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그에 비교할 사람이 없어요. 그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필연이었습니다.”
 
 
  윤석열 외 다른 후보는
 
  ―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않아 대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출마의 뜻을 보였는데요.
 
  “솔직히 정치를 하지 않던 사람들이 줄줄이 야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감사원장이 대통령에 나오다니, 왜 나오는 거죠. 윤석열이 나오니까 자기도 나오는 겁니까. 내가 윤석열을 인정하는 건 대통령한테 대들고 싸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내가 해봐서 알기 때문입니다.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을 봤는데 그건 대통령과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 최재형 전 원장도 문재인 정권에서 정권과 각을 세운 고위 공직자라는 점은 같지 않습니까.
 
  “각을 세우고 핍박받은 정도가 윤석열의 100분의 1이나 됩니까. 그 정도로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 이유로 부추겨서 나오라고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동연 전 부총리도 상황은 비슷하고, 그들이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습니까. 대체재가 될 순 없어요. 나오는 걸 반대할 순 없지만 보수의 정권교체에 도움을 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힘을 빼지 말고 오로지 정권교체만 보고 가야 합니다.”
 
  ― 윤석열 외의 다른 후보들은 다 가능성이 없다고 보십니까.
 
  “윤석열이 지지율이나 여러 이유로 윤석열이 가장 앞섰다는 얘기고, 그를 능가하는 사람이 있거나 경쟁을 통해서 뽑은 후보가 윤석열보다 괜찮다면 그 사람을 밀어주면 됩니다. 다만 그런 후보가 안 보인다는 거죠. 어떻게 온 정권교체의 기회인데, 놓쳐서는 안 됩니다.”
 
  ― 홍준표를 비롯해 원희룡·유승민 등 당내 후보들은요.
 
  “홍준표는 부정적 이미지가 너무 강하고… 다른 후보들도 지지율에서 따라올 수가 없다는 사실이 이미 명백하지 않습니까.”
 
  ― 만약 정권교체가 안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문재인 2기 정권의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갈 겁니다. 또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보수야당은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 일단 지금은 야당에 유리한 정국 아닙니까.
 
  “여당은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정권을 쥐고 있고 국회에서 180여 석을 갖고 있는데 거리낄 게 뭐가 있겠어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되지 않습니까. 대표적인 게 마타도어와 북한이죠. 좌파에는 마타도어 기술자들이 즐비합니다. 아무리 보수 후보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도 언론을 장악하고 마타도어에 나설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김대업 같은 사람에게 국민들이 솔깃하고 넘어갔지 않습니까. 또 대선 전에 북한 김정은이 어떻게 나올지도 문제입니다. 북한의 동향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올해 86세(1936년생)인 김 전 장관은 “내 주변 사람들 모두 정권교체는 보고 죽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과 여당은 물론 야당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지금 정치권에 그처럼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 더 많으면 자유민주주의가 한 발 더 발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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