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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페미니즘에 반기 든 ‘원조 페미’ 오세라비 작가

‘남성 혐오’ 불러온 K 페미니즘, 한국 사회 거대권력이 되다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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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대 유물인 ‘래디컬 페미’와 NL이 만나 만들어진 ‘K 페미니즘’
⊙ 진보 진영에서 여성운동 10년 해보니… 여성 인권 아닌 ‘민족 통일’ 담론만
⊙ 대통령이 페미니즘 언급하는 나라… ‘국가 페미니즘’ ‘국가 젠더리즘’ 시대
⊙ 개념도 모호한 ‘性인지’ 정책에 한 해 예산 31조7963억원 들여
⊙ 文 정부에서는 버린 카드? 페미 정책에 등 돌린 ‘2030 남성’ 끌어안아야
사진=조준우
  이름이 넉 자인 중년의 여성 작가. 당연히 페미니스트인 줄 알았다. 저서를 살펴보니, 갸우뚱하다.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2018)》 《그 페미니즘이 당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2019)》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2020)》.
 
  ― 이름이 네 글자라 처음엔 오해를 했습니다.
 
  “부모 성(姓) 나란히 쓰기인 줄 알고요? 나는 그거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 하긴 엄마 성도 사실 외할아버지 성인 건데….
 
  “그러니까요. 그네가 좋아하는 힐러리, 질 바이든은 전부 남편 성을 쓰고요.”
 
  오세라비(62)는 필명(筆名)이다. 프랑스어 ‘세라비’(c’est la vie·그것이 인생이다) 앞에 감탄사 ‘오’를 붙였다. 본명은 이영희(李英姬)다.
 
 
  그들만의 리그
 
  확실한 ‘안티 페미’다. 그런 그는 ‘원조(元祖) 페미’이기도 하다. 진보 진영에서 10년 이상 여성운동을 했다. IMF 직후, 지하철역에서 임신한 노숙인을 본 게 계기였다. ‘소외된 여성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성단체의 문을 두드렸다. 이후 2000년부터는 정당 활동도 했다. 개혁국민정당,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국민참여당, 통합진보당의 여성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2014년 정의당을 탈당하면서 진보 진영에 ‘안녕’을 고했다.
 
  ― 등을 돌린 이유는요.
 
  “여성계 활동에 국한해서 얘기하면, 여성운동이 민족통일 운동에 너무 치우쳐 있어서입니다. 당내 여성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과 함께 일했는데,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이 여연 대표였고 남인순 의원은 사무총장이었죠. 소외된 여성을 위해 일하고 싶어서 갔는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여긴 여성운동 안 하나요?’ 했더니 이상한 눈으로 보며 ‘이게 여성운동이에요’ 하더군요.”
 
  ― 민족통일에 치우친 여성운동은 어떤 겁니까.
 
  “민족자주·통일운동을 하며 ‘남북 분단의 원흉은 미국이다. 남북통일에 있어서 여성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라는 담론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거예요. ‘왜 여성·약자를 위한 일을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건 나라가 할 일이지 여성단체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위선적이라 느꼈어요.”
 
  ― 그때 뜻을 함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나요.
 
  “어딘가에는 있었겠지만, 제가 활동한 여연은 ‘그들만의 리그’였어요. 이화여대 출신끼리 밀고 당기고 아주…. 구성원들로 하여금 괴리감이 들도록 하더군요. 제가 그랬다니까요. ‘여긴 숙대도, 서울여대도 없냐’고요.”
 
  그는 “‘그들만의 리그’에 있던 이들은 몇 년 후, 어김없이 정치권 요직에 진출하더라”고 했다.
 
  ― 최근 저서 《페미니즘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2020)에서 ‘페미니즘이 정치권력과 결탁했다’고 했죠.
 
 
  ‘한국형 페미니즘’
 
2017년 3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맘카페 회원들. 사진=뉴시스
  “실제로 586 운동권 권력과 여성단체 운동은 출발이 같습니다. 동지적 관계죠. 이 단체가 생긴 게 민주화운동이 시작된 1987년이니까요. 이때부터 여연 관련 단체들이 여성운동의 주도권을 잡았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이 단체 출신 11명이 총리·장관·국회의원이 됐죠.”
 
  서구의 페미니즘은 역사가 길다. 200년가량 된다. 하지만 한국은 짧다. 1990년 전후 여성운동 단체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야 페미니즘이 대중화됐다. 오 작가는 “국내 페미니즘은 뒤늦게 들여온 미국식 래디컬(급진) 페미니즘에 기반한다”면서 “이러한 래디컬 페미니즘이 진보, 특히 NL 계열과 결합해 ‘한국형 페미니즘’이 탄생했다”고 했다.
 
  “모순이죠. 미국식 모델인 래디컬 페미니즘을 적용해놓고 반미운동을 펼치다니요. 저는 정현백 전 장관이 한국형 페미니즘 이론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는 저서 《민족과 페미니즘》에서 ‘민족주의와 페미니즘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주창했는데, 이게 바로 ‘K 페미니즘’의 사상입니다.”
 
  ― K 페미니즘이라, 재밌네요.
 
  “문제는 반세기 전의 래디컬 페미가 우리나라에 뒤늦게 막 상륙을 해서 사람들에게 ‘단절의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그 옛날 이론을 끌고 와서 모든 건 가부장제 탓, 남성 중심 사회 탓이라며 남녀 갈등을 심화시켰죠. 저는 K 페미니즘은 곧 ‘남성 혐오’라고도 봅니다. 또한 운동권 출신 여성들의 카르텔이자, 권력화 수단이 되기도 하죠. 여연·한국여성민우회·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를 한 바퀴 돌면 거의 예외 없이 국회 비례대표로 진입합니다. 정현백 전 여성부 장관도 그렇고, 한명숙 전 총리도 여연 대표를 맡은 뒤 환경부·여성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에 올랐습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을 거의 10년 했고요.”
 
 
  진보에서 性추문이 잦은 이유
 
  ― 여연 등 출신 인사들이 여성 인권 신장에 기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봅니까.
 
  “있긴 하죠. 1998년 호주제폐지운동은 저도 지지를 했습니다. 1994년도에는 처음으로 성폭력처벌법이 생겼고, 피해자 보호조항이 만들어졌죠. 피해자 보호조항도 필요한 거예요. 그때까지는 인정한다 이겁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어떻습니까. ‘내 편’이 성범죄를 저지르면 그냥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잖아요.”
 
  ― 진보 진영 쪽에서 유독 성추문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네의 뿌리 깊은, 모순적인 성 관념 때문입니다. 진보 남성들은 성에 개방적이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가부장적이기도 합니다. 민주적이고 평등을 추구할 것 같죠? 천만에요. 기저에 남성우월주의가 깔려 있어요. 아닌 척하면서 여성당원들을 엄청 무시하죠.”
 
  ― 무시하는 건 어떤 겁니까. ‘집에서 밥이나 하지’?
 
  “제가 들었던 말은 ‘저 아줌마 뭐야?’입니다. 엄연히 직책이 있는 당원이었는데 말이죠. 그런 일이 아주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원래 운동권에서는 여성이 ‘2등 시민’입니다. 운동의 주체는 항상 남성이기 때문에 리더든 운영위원이든 뭐든 요직에는 모두 남성이 앉아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우리에게도 자리를 달라’ 해서 나온 게 여성위원회죠.”
 
  ― 어딘가 역설적이군요.
 
  “미국에서 래디컬 페미니즘이 급부상한 배경도 마찬가지예요. 좌파 남성들의 권위적이고 위력적인 모습에 대항하기 위해 출연했죠. 재밌는 건, 여연 등에서는 오히려 이를 영악하게 이용한다는 겁니다. ‘협력’을 포장으로 필요한 것을 얻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남성들의 약점을 확보해놓고요. 술자리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사람들은 워낙 잘 풀어지기 때문에….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 뽑기 100인 위원회’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니까요.”
 
  100인 위원회는 2000년 7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활동한 익명의 모임이다. 이들은 대학 총학생회, 노동조합, 사회운동 단체에서 벌어진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폭력 사건을 조사해 17명의 성폭력 가해 혐의자를 ‘운동사회 성폭력 가해자 명단’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문 정권의 페미니즘 정책

 
2017년 2월 16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 제7차 포럼에 참석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가 ‘페미니스트’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런 발언을 했다고 봅니까.
 
  “뜻을 전혀 모르고 한 말이죠. 제가 2000년 초반 열린우리당 여성위원회에 있을 때 우상호, 이인영, 유시민, 김태년 의원이 모두 초선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들은 ‘양성평등’이라는 말이 뭔지, 젠더(사회적 성)와 섹스(생물학적 성)가 어떻게 다른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즘이 뭔지 과연 알까요. 막연히 ‘여성 인권을 지키고, 성차별에 대항하는 것’ 정도로 이해했겠죠.”
 
  ― 몰랐다고 하면, 굳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2015년에 메갈리아 사이트가 만들어졌고,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불특정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 마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영 페미(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아주 들고일어났죠. 그걸 동력 삼은 겁니다. 페미 물결을 읽고요. 실제로 2017년경에 페미니스트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문 대통령 취임 후 2018년에는 정점을 찍었잖아요. ‘미투’ 터지고, 죄다 혜화역에 뛰어나와서 시위하고요.”
 
  ― 표심을 노린 정치적 발언이었다?
 
  “그럼요. 엄청나게 정치적인 발언이죠. 그때부터 2030 여성들이 문 정권의 집토끼가 됐지 않아요? 단적으로 조국 수호 집회 때 보세요.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은 다 젊은 여성이었죠. 아마 여성이 절반 이상이었을 겁니다.”
 
  ― 그렇다고 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큰데요. 동시에 2030대 남성들은 잃었잖아요.
 
  “유권자 인구를 보면 여성들에 비해 젊은 남성 수가 그리 많지 않아요. 버려도 되는 카드라고 판단했겠죠. 지금 민주당은 젊은 여성과 맘카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2030 남성들에게는 전혀 신경을 안 쓰더군요.”
 
  ― 그렇게 무모할 리가 있겠습니까.
 
  “이번 정권은 아마추어 정부입니다. 깊이가 없어요. 그때그때 포퓰리즘적으로 정책을 펴죠. 페미 발언도 당시 영 페미의 물결을 포퓰리즘적으로 이용한 것뿐이에요. 지금도 계속해서 자신들의 표밭인 여성 유권자들을 의식하며 편향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잖아요. 명백한 성차별이죠. 그럼 남성들은 뭐죠?”
 
 
  예산 낭비 여가부 없어져야
 
2018년 6월 혜화역, ‘홍대 몰카 유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규탄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집회. 사진=조선DB
  ― 페미니즘 정책 중에 가장 심각하다 느껴지는 건 뭡니까.
 
  “우선 여가부 예산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겁니다. 단적인 예로 이번 예산 편성에서 ‘경단녀(경력단절여성)’ 예산이 700억원이 조금 넘더군요. 아니, 남자는 경력단절이 안 됩니까. 비동의(非同意) 간음죄 추진? 국가가 그걸 왜 관여하려는 거죠.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애초에 어떻게 동의를 받나요.”
 
  ― 여성의 경력단절은 대부분 출산·육아로 인해 일어나죠. 이를 남성과 동일한 잣대에서 보는 건 평등이 아니라 여성성 자체를 부정하는 거 아닙니까.
 
  “애초에 왜 여성, 남성을 갈라서 정책을 만드냐는 거예요. 그렇게 따지면 군복무를 한 남성들에게도 보상을 해줘야지요. 한창때인 20대의 5분의 1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건데요. 군가산점은 왜 없앴습니까. 그리고 경단녀에게 700억원을 쓰는데, 과연 경단녀 처우가 됐습니까. 그 예산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자료가 있긴 한가요?”
 

  ― 어느 정도 예산이 적당하다고 봅니까.
 
  “여가부를 아예 없애야 해요. 아니면 일본의 ‘일억총인구상’처럼 가든지요. 인구를 일억으로 유지하는, 달리 말하면 인구청 비슷한 거예요. 여기서 여성문제, 고령화문제, 출산문제 다 다룹니다. 정부 개편이 그렇게 돼야지, 지금 여가부는 편 가르기만 해서 난맥상만 일으킵니다.”
 
  ― 안심귀가도우미, 여성전용주차장, 안심택배도 모두 없어져야 한다?
 
  “다 없애야 해요. 여가부의 ‘여성친화도시’로 만들라는 지침에 지자체들이 따른 건데, 실효성 없는 게 많아요. 안심귀가도우미는 도우미를 붙여줘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보호해준다는 건데 밤 10시까지밖에 운영 안 해요. 밤 10시 이후부터가 위험한 거 아니에요? 왜 10시까지밖에 안 하느냐. 여성 도우미를 붙여줘서 그럽니다. 그분들도 집에 가야 하거든요. 남성을 붙여주면 추행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랍니다. 쓸데없는 제도죠. 여성안심택배? 봤더니 먼지만 가득 쌓여 있더군요. 전부 예산 낭비입니다.”
 
  ― 페미 정책에 등 돌리고 현재 부동층인 젊은 남성들의 마음은 어떻게 얻어야 할까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죠. 20대 남성들을 불러놓고 이 정권의 ‘성인지·페미니즘 정책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무엇이 부당한지’에 대해 얘기를 들어봐야죠. 민주당에 등을 돌렸지만, 이들이 그렇다고 보수당을 지지하지는 않거든요. 보수당에서는 왜 이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눈앞에서 다 놓치는지 모르겠어요.”
 
 
  ‘性인지 감수성’
 
오세라비 작가는 저서 《성인지 감수성 트러블》(2020)에서 ‘성인지’ 정책의 폐해를 다각도로 짚었다.
  언제부턴가 자주 들리는 말이다. ‘성인지 감수성’. 오 작가는 “최근 정부는 페미니즘에서 ‘성인지’로 키워드를 바꿔 성(性)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2일 국무회의에서 ‘교원자격검정령 일부 개정령안’이 통과했어요. 앞으로 교대와 사범대에 다니는 예비 교사들은 교원 자격 취득을 위해서 4회 이상 성인지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2021년 4월 보궐선거를 두고 ‘국민 전체가 성인지 집단 학습의 기회’라는 발언을 했죠. 성인지 감수성, 성인지 교육, 성인지 트레이닝…. 한 해 정부 예산 513조원 중 성인지 예산 규모가 31조7963억원에 달합니다.”
 
  그는 얼마 전 《성인지 감수성 트러블》(2020)이라는 책도 냈다. ‘성인지’의 폐해를 다각도로 짚었다.
 
  ―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게 정확히 뭡니까.
 
  “상당히 애매한 개념인데, 성별 간의 불균형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민감성입니다. 이 또한 급진 페미니즘과 젠더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의미가 내포된 사상으로 굉장히 편향된 용어죠.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고 의미도 불명확한 이 개념으로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며 도리어 남녀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만들며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 초·중·고교 학생들은 연간 15시간씩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을 듣고 있죠.”
 
  ― 연중 15시간이면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닌데요.
 
  “학생들이 너무 지겹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노잼’(재미없음)이라고요.”
 
  ― 학교 수업이란 게 원래 좀 재미가 없잖습니까.
 
  “정도가 심각한 거죠. 여러 학생이 저한테 상담을 해옵니다. 성 평등 강사가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요. 그들이 주로 하는 얘기는 이렇습니다. ‘여자친구의 손을 잡을 때마다 동의를 받아야 한다’ ‘남학생들은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고 여성이 불편해하는 언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남학생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거죠.”
 
  ― 성교육 실시 이전 여학생들의 성적 피해보다 남학생들의 성차별 호소가 더 심각하다고 보시는 겁니까.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거예요. 요즘 10대들이 어디 성차별을 받고 자랍니까. ‘아빠가 누나를, 여동생을 더 사랑한다’고 하는데요. 시대착오적이라는 거예요. 교육 내용도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제가 여성위(委)에서 양성평등 강사를 직접 섭외하는 일을 했었거든요. 여자들이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는 얘기를 아직도 합니다. 오죽하면 강사풀을 관리하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항의까지 했어요. 종종 그런 민원이 들어오는데, 3000명의 강사를 일일이 관리할 수 없다는 식으로 답하더군요.”
 
 
 
페미니스트의 피해의식

 
2016년 5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집회. 사진=조선DB
  ― 어느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은 자존감 낮은 여성들의 방어기제”라고 했던데요.
 
  “그럼요. ‘걸스 캔 두 애니싱’. 뭐든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요구사항을 가만히 보면 ‘나는 약자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드러내고 있어요. 여성 할당제 해주세요, 이거 주세요, 저거 주세요…. 결국 가부장제를 인정하고 의존적인 모습이죠.”
 
  ― 그러니까 ‘탈코르셋’을 외치고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열광하는 것은 피해의식의 발현이다?
 
  “피해의식이 자꾸 주입돼서 그러는 겁니다, 네.”
 
  ― 〈82년생 김지영〉을 보셨습니까.
 
  “네. 그것도 완전 노잼. 영화 마지막쯤에 여자 주인공이 정신분열이 옵니다. 그때 공유(남자 주인공)가 ‘다 내 탓이야’라고 해요. 여자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공유의 입을 빌려 한 거죠. ‘이게 다 남자들 탓이야’라는. 근데 작중 정말 성실한 남편이거든요. 알고 보면 감독이 안티 페미 아닐까요? 그 영화 보고 다들 공유가 너무 불쌍하다고 하던데요.”
 
  ― 페미니즘의 순기능은 전혀 없을까요. 아예 사라져야 합니까.
 
  “네. 반세기 전 구시대 담론일 뿐입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한국은 성평등 순위에서 10위, 아시아 1위예요. 성평등을 어느 정도 이뤘다고요. 나아가 우리나라는 이미 모계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권한을 위해 투쟁할 때가 아니라고요. 집에서도 실권은 엄마에게 있잖아요. 재테크하고 이사 갈 집을 구하고, 애들 학원 선택하는 것 다 엄마가 하잖아요. 정자은행에 긴 줄이 늘어서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굳이 남성들을 이렇게 밟을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요.”
 
  ― 앞서 페미니스트들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에 모계사회로 갈 수 있었던 거 아닙니까.
 
  “일정 부분 있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필요 없다는 겁니다. 농경사회나 산업화 시대에는 남성들의 육체적인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어요. 일례로 문명의 건설에서 꼭 필요했죠. 남성들이 없었으면 어떻게 전쟁을 하고 피라미드를 세웠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기계화되고 디지털화되고 있죠. 여성과 남성의 영역의 경계가 점점 없어지는 겁니다.”
 
  ― 가만히 있어도 양성평등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씀이죠.
 
  “네. 갈등을 일으킬 필요가 전혀 없어요.”
 
  ― 우리 사회에 남녀 불평등이 전혀 없다고 봅니까.
 
  “물론 아직 있긴 하죠. 방식의 문제입니다. 불평등을 상호 보완 관계로 다듬어 가야지, 이렇게 갈등만 조장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페미들은 예컨대 이렇습니다. ‘여성들이 남성 임금의 60%를 받는다’는 통계자료를 보고 무조건 ‘성차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에는 노동시간, 강도, 직군이 다 빠져 있어요.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여성들이 잘 가지 않는 이공계 분야거나, 경력 차이가 난다거나 그 이유가 납득할 만하다는 거예요.”
 
 
  ‘남녀 공동 징병제’
 
  ― 이른바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왕왕 여군·여경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데요. 여군·여경의 채용과 훈련기준은 어떻게 봅니까.
 
  “여군과 여경도 남성과 똑같이 신체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스웨덴 여군은 다 똑같이 받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들이 부사관으로 가는 것, 저는 성차별이라고 봐요. 똑같이 사병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봐요. 누가 군대를 가고 싶어서 가나요? 인구도 줄어드는데요. 나아가 저는 남녀공동징병제를 주장합니다. 남녀 공히 2년 동안 갔다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 남녀공동징병제라….
 
  “노르웨이나 스웨덴같이 성 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들은 이미 여성 의무 복무제를 채택하고 있어요. 1970년대엔 노르웨이도 급진적인 페미니즘이 극에 달하며 갈등이 심했지만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성별과 상관없이 동일해야 한다’는 원칙을 추구한 결과 세계적인 성 평등 국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남녀공동징병제도 그 일환이었죠.”
 
  ― 일전에 ‘남성연대’라고 있었는데, 혹시 기억합니까.
 
  “네.”
 
  ― 한편으로는 여성 혐오 조장으로 비판을 받던 남성연대의 목소리와 겹쳐 보이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구분해야 합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저는 기본적으로 ‘남성’ 혹은 ‘여성’의 기준으로 나눈 집단에 속해 특정 성별의 관점에서 사안을 다루는 건 아닙니다. 휴머니스트의 관점에서 동일해야 한다는 거죠.”
 
  ― 앞서 페미니즘이 남성 혐오를 낳는다고 했는데, 이 같은 ‘안티 페미’는 또 다른 혐오(페미 혐오)를 낳는 것 아닐까요.
 
  “그렇게 지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종국적으로 페미니스트가 그 틀에서 해방돼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페미니즘의 이분법적인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룰 수 있어요.”
 
 
  ‘영 페미’보다 ‘안티 페미’인 ‘문빠’가 더 무서워
 
  ― 2014년 정의당 탈당 이후에는 당적이 없죠.
 
  “네.”
 
  ― 보수로 전향한 겁니까, 하는 중입니까.
 
  “서서히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엄밀히 말하면 저는 ‘부분적 보수’예요. 이념을 보수다, 진보다 딱 자르듯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시 좌파 진영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들의 밑바닥, 민낯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요. 그 시간들이 흑역사이기도 하고요.”
 
  그는 2020년 9월 자신의 SNS에 “해명하기도 지친다. 일각에서 나를 미래통합당원이라고 하는데 나는 당적이 없다”고 글을 올렸다.
 
  ― ‘당적이 없다’고 강조한 이유는 사람들이 ‘안티 페미’ 발언을 진영 논리로 판단하기 때문인가요.
 
  “오해를 많이 하더군요. 좌파에서 등 돌리고 이제 ‘우파 코인’을 타서 저러는 거라고. 그런데 보수에 뭐 먹을 게 있나요. 우파 코인이라는 게 있긴 한가요? 보수는 페미 비판에 관심도 크게 없는데요.”
 
  ― 갑자기 ‘우파 코인’ 탔다는 얘기는 왜 나온 겁니까.
 
  “제가 2020년 SNS에 ‘노재팬 운동’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서 그런 것 같아요. 폐쇄적인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한일문제는 외교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어느새 ‘토착왜구’가 돼 있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반일, 아니면 다 토착왜구잖아요.”
 
  ― 실제로 2018년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를 냈을 때만 해도 소위 ‘진보 남성’들에게 폭발적 지지를 받았는데, 지금은 더 강력한 제목으로 신간을 냈지만 비교적 조용하더군요.
 
  “다 떨어져 나갔어요. 2019년까지만 해도 루리웹, 클리앙, 보배드림에서 반응이 좋았는데 그들이 싹 다 안티가 됐어요. ‘영 페미’보다 더 무서운 게 ‘안티 페미’인 ‘문빠’더군요. 이제 남은 남초 사이트는 ‘에펨코리아’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에로스’가 거세된 사회
 
  ― 한창 인기 좋을 때는 ‘오세라비 같은 사람이 여가부 장관이 돼야 한다’는 소리도 많이 나왔는데요. 솔직히 기분이 어땠습니까.
 
  “아이고, 그건 남자들이 하도 답답하니까 하는 얘기일 뿐이죠. 그 소리도 소위 말하는 ‘우파 코인’을 탄 후에는 쏙 들어갔어요. 그리고 애초에 저는 여가부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람이고요.”
 
  ― 혹시 자제분이 있나요.
 
  “개인적인 질문은 삼가셨으면 합니다.”
 
  ― 일각에서 ‘아들이 있어서 저렇게 남자 편을 든다’는 말이 들려서 그럽니다.
 
  “그런 얘기 저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 것과는 전혀 관련 없습니다.”
 
  ― 꾸준한 ‘안티 페미’ 활동을 통해 이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길 기대합니까.
 
  “우리네 삶이 전반적으로 피폐해졌습니다. 서로 간 갈등이 심화된데다가 팬데믹도 길어지면서 사회 전체에 혐오가 난무하죠. 이런 시대는 처음 살아봅니다. 비극이에요. 인간성, 휴머니즘 정신을 회복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지금 사회에는 ‘에로스(eros)’가 사라졌어요. 페미니즘이 에로스의 종말을 불렀습니다. 사랑하기 너무 어려운 시대가 돼버렸죠. 그러면서 리얼돌 수입하는 건 왜 또 그렇게 반대하나요? 대체 어쩌자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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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호    (2021-03-14) 찬성 : 10   반대 : 4
ㅑ여성 혐오 조장으로 비판을 받던 남성연대의 목소리와 겹쳐 보이기도 하는데요..ㅕ 그 사람들이 한건 혐오조장이 아니라 어느 입장에서 봐도 타당한 정의와 상식을 말한것뿐이었고, 그 사람들이 받은건 비판이 아니라 무관심이었다. 그리고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라면 그 분야에 정통한 인터뷰어가 담당하는게 맞지만 논쟁거리(상식적으로 접근하면 논쟁거리도 아닌)를 가진 페미이슈에 안티페미 전향자 인터뷰이에 페미기자를 붙이는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토론을 기획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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