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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승환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스타트업 키우고 대기업 받아들이는 해양수산업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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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수산 분야 연구개발 지원하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 “LNG 운반선 등 高부가 선박과 친환경 선박 분야는 한국이 세계 정상 수준”
⊙ 이어도 과학기지, e-내비게이션, 명란김 등 해양수산 분야 연구개발 지원
⊙ 양식업에 대기업 진입 막은 규제 지난해 풀려, 수산물 가공업에도 변화 예상

趙承煥
1966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국무총리실, 해양수산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근무.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역임 / 現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사진=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돌아보면 우리 삶을 한동안 휘저은 여러 일은 바다에서 시작됐다. 세월호 침몰, 천안함 피격, 연평해전…. 섬 아닌 섬으로 살고 있는 우리는 바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20년 11월 서울 양재동의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하 KIMST)에서 조승환 원장을 만났다.
 
  KIMST는 해양수산부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집행하는 곳이다. 쉽게 설명하면 해양수산에 관한 연구개발 사업관리 등을 통해 신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사업화를 돕는 일을 한다. 조 원장은 해양수산부와 총리실에서 오래 근무했다. 바다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듣고 싶었다. 마주 앉자마자 물었다.
 
 
  발전 가능성 높은 해양수산 분야
 
  ― 해양수산 분야는 어쩐지 덜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반도국임에도요.
 
  “기본적으로 해양 분야는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수요가 적어요. 내비게이션 장비를 예로 들어보죠. 우리나라에 차량이 2300만 대가량 있지요. 내비게이션의 뭔가가 바뀌었다고 하면 국민 대다수가 관심을 가집니다. 배 경우엔 작은 배까지 다 합쳐도 7만5000척가량입니다.”
 

  ― 그래도 바다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분야 아닌가요.
 
  “파급 효과가 장기적이거든요. 크게 이슈가 되는 건 독도 문제 같은 지명 문제 정도고요. 해양수산부라는 부처 자체의 특징 때문이기도 합니다.”
 
  ― 그게 무슨 뜻이죠?
 
  “우리나라 정부 부처 대부분이 기능적으로 분류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해양수산부는 기능이 아니라 특정 분야를 정해서 담당하도록 한 부처라는 점이 특징적이죠.”
 
  ―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해양관광이면 문화체육관광부, 해양환경이면 환경부, 해양자원이라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첩돼요. 예를 들어 환경부 같은 경우엔 환경보호라는 확실한 기능과 목적이 있지 않습니까. 항만을 짓는다고 하면 환경부는 반대할 수 있죠. 해상풍력 같은 경우엔 산업통상자원부는 찬성할 것이고요. 해양수산부는 바다를 대상으로 개발·이용하고, 보전하는 대치되는 기능을 갖다 보니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 바다에 좀 더 관심이 필요한 거겠군요.
 
  “해양 쓰레기만 해도 그래요. 아무 생각 없이 버리지요. 바다는 다 안아주는 곳이고 우리 눈에 당장 보이지 않는 곳이라 생각하니까요. 해양관광이라면 해수욕장 정도만 생각하지 한걸음 더 나가려는 생각은 안 했던 거죠.”
 
  ― 그래도 부처에서 담당하는 대상이 확실하니 유리한 점도 있지 않나요.
 
  “행정을 해보면, 불특정의 이해관계인과 특정의 이해관계인은 완전히 다릅니다. 수산 분야는 어민과 어촌으로 정책 대상이 특정되잖아요. 예를 들면 ‘부동산 3법’은 이해관계인이 전국에 있죠. 게다가 전세 거주인지, 자가 주택에 사는지, 다주택자인지에 따라 입장도 각각 다르고요. 이해관계인이 특정되면 어떤 정책을 폈을 때 반발도 분명하죠.”
 
 
  바다의 그린벨트·블루벨트
 
  ― 단순히 바다에 관한 정책이라고 하면 좀 막연한 감이 있긴 하네요. 바다에도 어떤 종류가 있나요.
 
  “해양수산부에서 해양공간관리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국토 같은 경우 택지·농지·공업지역 하는 식으로 나눠놓지 않습니까. 해양도 ‘블루벨트(blue belt)’를 정하는 식입니다.”
 
  ― 그린벨트 같은 거군요.
 
  “그렇죠. 블루벨트 쪽 바다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일절 개발을 안 합니다. 여기는 풍향·풍속이 좋으니까 풍력발전을 할 수 있다, 여기는 어류에 영향이 없으니까 바다 골재를 채취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해양 공간을 관리하는 겁니다.”
 
  ― 관리계획이 없으면 난개발되겠군요.
 
  “‘선점적 이용’이란 표현을 씁니다. 지금은 먼저 쓰겠다는 사람이 임자예요. 누가 쓰겠다고 하면 해당 법 테두리 안에서 조건 붙이고 쓸 수 있는데, 해양공간관리계획이 추진되면 그렇게 못 하죠.”
 
  ― 해양수산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는 어디인가요.
 
  “미국과 유럽이 선봉에 서 있어요. 미국은 신약 개발 등의 해양 바이오산업과 수중 로봇, 수중 통신 등 첨단 해양장비산업에서 최고의 선도국가입니다. 유럽은 조력발전 같은 해양에너지와 바다의 광물자원을 활용하는 해양자원산업, 선박평형수 같은 해양안전산업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엔 일본과 중국도 경쟁에 뛰어들었어요. 일본은 수산양식과 가공산업 분야에서 단연 앞서고 있어요.”
 
  ― 우리나라는 어떤 수준인가요.
 
  “선박과 관련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LNG 운반선 같은 고(高)부가 선박은 세계 1위의 경쟁력이죠. 친환경 선박과 관련한 산업 분야에선 세계 선도국가로 진입했다고 봅니다.”
 
 
  이어도 과학기지 건설
 
제주의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에 위치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사진=조선DB
  KIMST에서 예산을 지원한 사업 중 눈에 띄는 게 있다. 바로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고도화다. KIMST는 종합해양과학기지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데에도 예산을 지원한다. 가거초와 소청초 과학기지는 설립부터 지원했다.
 
  이어도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수중 암초다. 가장 높이 솟은 곳을 기준으로 수심 약 4.6m 아래에 있다. ‘환상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제주도 어민 사이에선 이어도를 보면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전설도 내려왔다. 나름 근거는 있다. 파고가 10m 이상 되는 격랑을 만나야 이어도가 보이는데 예전의 배로는 그 정도 파도를 이길 수 없었을 터다.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는 수중 암초 위에 지어졌다. 1995년 첫 삽을 떠 2003년에 완공했다. 조 원장의 설명이다.
 
  “이어도 과학기지도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으로 지었죠. 거기에서 수많은 연구 자료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태풍의 진로와 규모를 예측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KIMST가 지원한 사업엔 ‘e-내비게이션’도 있다. 조 원장의 설명이다.
 
  “바다에서 쓰는 내비게이션이죠.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만들었습니다. 1300억원을 들였습니다. 지금 작은 배에는 예전 방식의 내비게이션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한 번 지도를 입력하면 변화 없이 그대로인 거죠. 옆에 새로 길이 뚫렸는데도 옛날 길만 안내하는 ‘먹통 내비게이션’이라고 할까요.”
 
  ― e-내비게이션은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한가요.
 
  “그렇습니다. 최적 항로를 찾아주죠. 이전 내비게이션은 ‘여기 암초가 있다’고 한 번 입력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그런데 그 옆 부근에서 배가 침몰을 해요. 그러면 높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기에도 암초가 있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해도(海圖)가 바뀌는 부분이 반영이 안 됐던 거죠.”
 
  ― 해도도 바뀌나요.
 
  “그럼요. 안전에 직접 영향이 있느냐에 따라 다른데, 기본적으로 6개월마다 해도를 업데이트하게 되어 있어요. 어떤 곳은 수심 15m였는데 이번에 다시 수심을 측량해보니 수심 8m밖에 안 되더라, 그러면 알려줘야지요. 그래야 다른 배들이 잘 들어올 거 아닙니까.”
 
  ― e-내비게이션은 해도가 개정되면 반영이 되는가 보죠.
 
  “그렇죠. 작은 배에도 이제 전자해도 시스템이 깔리는 거죠. 365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됩니다. 최적항로도 찾아줍니다. 실시간으로 선박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니 충돌 가능성도 미리 알려줍니다.”
 
 
  해양수산산업 생태계 조성이 목표
 
거제도의 대방어 양식장. 사진=조선DB
  조 원장은 ‘해양수산 분야의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게 목표’라는 말을 자주 했다.
 
  “우리가 창업 지원도 합니다. 기술 인증부터 투자 유치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까지 열어주고 있어요. 예를 들면 연구개발을 통해 해초에서 인체에 무해한 접착제 성분을 발견했다고 합시다. 이 연구가 투자유치를 받을 때까지 지원해주는 겁니다. 해양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는 ‘사장(死藏)될 수 있는 기술을 살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KIMST의 2020년 연구개발을 포함한 예산이 약 4500억원입니다. 지금까지 누적 예산으로 따지면 약 2조원입니다. 기술이란 게 타이밍이 맞아야 합니다. 옛날에 개발된 기술이 그 당시엔 유용성이 없었지만 지금은 가치가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 걸 재발견해 추가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지도록 하고자 합니다.”
 
 
  낚시는 규제 무풍지대
 
  수산(水産) 분야는 어떨까. 조 원장은 규제 얘기를 꺼냈다.
 
  “낚시 인구가 거의 850만명에 육박합니다. 낚시 규제를 한다고 하면 당장 항의가 있죠. 개인 취미생활이라고 하거든요.”
 
  ― 낚시가 생업 수단인 사람도 있지요.
 
  “제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할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부산에 감천항이라고 있어요. 그곳의 방파제가 태풍에 무너졌습니다. 추가 붕괴될 위험에 부근을 못 들어가게 막았어요. 낚시꾼들이 경찰관들과 실랑이하고 난리였어요. 그들이 ‘내가 취미로 낚시하는 줄 아냐, 생업이다’라고 말하더군요.”
 
  ― 낚시꾼들을 실어 나르는 낚싯배를 운영하는 분들도 규제를 반대하겠어요.
 
  “실제로 그분들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어민이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휴어기 때 어민들이 부업 좀 하라고 규제를 풀어준 건데, 그 자체가 업이 돼버린 거죠. 어업 허가를 받고서 어업은 안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잡으면 팔면 안 되는데 또 그걸 팔죠.”
 
  ― 하긴 생선은 자연산이 더 비싸잖아요.
 
  “낚시 허가제 같은 규제가 필요한데, 사실 타이밍을 놓쳤어요. 한 해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생선이 90만t이 조금 넘습니다. 대형 선박까지 합쳐서요. 850만명이 낚시해서 잡는 게 총 포획량의 10%라 추정합니다.”
 
  ― 산에서 임산물(林産物)을 채취하는 건 벌금을 매기고 규제하지요. 바다나 강은 그런 게 없네요.
 
  “규제해야 하는데 규제를 실패한 거죠. 반대로 오래 지속된 규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양식업에 대기업이 진입하는 걸 막은 규제입니다. 대기업이 수산물 가공업을 한다고 하면, 원재료 수급이 중요하잖아요. 대기업이 양식장을 갖고 있으면 개발이 쉽겠죠.”
 
  ― 생선을 이용한 가공식품은 종류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대표적인 식품 기업들도 생선 가공품은 많이 만들지 않네요.
 
  “가공한다면 훈제 같은 장기 보존형이 대부분이죠. 5~7일 안에 유통하는 반건조·반조리 형태로도 개발해야 해요. 소비자가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간편하게 생선을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하는 거죠.”
 
  ― 생선은 조리하기 힘들어서 아무래도 덜 먹게 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생선 소비도 늘어나겠네요.
 
  “예를 들어 광어는 횟감으로 다 나가잖아요. 가공하면 다른 식으로도 소비될 수 있는 거죠. 음료 회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만들잖아요.”
 
  ― 수산물 가공업이 영세하게 유지된 건 대기업 진입을 실질적으로 막은 탓이 크네요.
 
  “그렇죠. 경자유전(耕者有田), 농토를 농민만 가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식장도 어민만 가질 수 있다는 규제 때문이에요.”
 
 
  명란김 개발 지원
 
  ― 아직 그 규제가 남아 있나요.
 
  “2020년 8월부터 양식산업발전법이 시행됐습니다. 기술 개발과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경우 대기업의 양식업 진출을 허용하도록 규제가 개선되었습니다. 대기업 진출 규제가 없어진 거죠. 규제가 개선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어요. 경자유전 원칙을 바꾸는 거거든요. 하나의 금기를 깬 거죠. 기왕에 규제도 없어졌으니 소비가 촉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요. 연구개발, 기술인증, 투자유치 사업을 하나로 엮어서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 KIMST가 개발을 지원한 수산가공품엔 어떤 게 있나요.
 
  “김에 명란을 붙여서 구운 ‘명란김’도 우리가 연구개발을 지원해 탄생했어요. 수산가공품은 아니지만, 합성사료 연구도 지원했습니다. 생사료라고, 양식장엔 작은 생선을 먹이로 집어넣곤 했습니다. 이걸 합성사료를 쓰게 되면 수질오염이 덜해요.”
 
  ― 돼지나 소에 사료를 먹이는 것 같은 거군요.
 
  “문제는 합성사료가 아직 비쌉니다. 작은 생선을 먹였을 때보다 생육이 늦다는 단점도 있어요. 기술개발이 그만큼 더 필요한 거죠.”
 
 
  해양관광 발전도 과제
 
2019년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보령머드축제에서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조선DB
  ― 해양관광에도 연구개발이 접목될 수 있나요.
 
  “그렇지요. 바닷가 모래에서 노르딕 워킹을 하면 근력 향상에 좋답니다. 해풍(海風)이 기관지에 아주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그런데 어떤 조건에서 언제 어떻게 운동을 하고, 바람을 맞아야 좋은지는 아직 연구가 세세히 안 되어 있는 거죠.”
 
  ― 머드(진흙) 축제도 그러고 보니 해양관광에 속하겠네요.
 
  “머드가 정확히 뭐에 좋은지, 머드에 뭘 섞으면 더 좋아지는지는 아직 연구가 안 되어 있죠.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원하면 해양관광 발전에 더 이바지할 수 있겠죠.”
 
  강대국의 흥망을 연구한 미국의 폴 케네디 예일대(역사학)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나라의 운명은 해양력에 달려 있다.”
 
  조 원장에게 바다에 관한 얘기를 듣고 나니 바다를 잘 아는 것이, 나라의 운명까진 잘 모르겠으나 국민의 삶이 좀 더 안락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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