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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김성환 작가

“35년간 지켜본 연예인의 삶이란”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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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 자살, 고민 털어놓을 친구 없어… 방송에 소개할 친구 없어 친구 만들어주기도”
⊙ 최진실-조성민과의 인연, 잇따른 비극에 트라우마
⊙ 출연자가 울어야 시청률 잘 나와… “성공담보다 실패담 좋아하는 한국 사회”
⊙ 팬덤의 쏠림 현상, 인기의 유효기간이 짧은 한국

金成煥
1962년생. 1985년 KBS 공채 작가 출신 / 〈젊음의 행진〉 〈백분쇼〉 〈빅쇼〉 등 200여 프로그램 방송작가, 라디오 음악프로그램 구성 담당 및 패널 출연 / 現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작가
사진=조준우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산다는 건 어떤 삶일까. 지난 11월 2일 또 한 명의 연예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개그우먼 박지선. 슬픔이라는 단어 외엔 별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 죽음이다. 오랜 기간 병과 싸워왔다는 뒷얘기가 공개됐다.
 
  김성환 작가는 오랜 기간 연예인들의 삶을 지켜봐 왔다. 1985년에 KBS 공채 작가로 입문했으니, 35년째다. 지금은 TV조선에서 〈스타다큐 마이웨이〉(이하 〈마이웨이〉)를 맡고 있다. 제목 그대로 매주 한 스타의 인생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대중의 기억 속에 별처럼 박혀 있는 연예인들이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지난 10월 26일 김 작가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진실과 조성민
 
2000년 12월 5일 하얏트호텔에서 결혼한 최진실과 조성민. 사진=조선DB
  김 작가는 마주 앉자마자 문득 그 이름을 꺼냈다. 배우 최진실. 많은 한국인에게 슬픔을 넘어 아픔으로 새겨진 이름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한참을 온 나라가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딱 20년 전인 2000년 12월 최진실은 야구선수 조성민과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 결혼 뒤에 김 작가가 있었다.
 
  “두 사람은 제 기억 속에 주홍글씨로 박혀 있어요. 제 프로그램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게 됐거든요. 1998년 조성민씨가 일본 요미우리에서 뛸 때였어요. 토크쇼 게스트로 힘들게 섭외했어요.”
 
  ― 최진실씨와 같이 출연했나요.
 
  “사전 인터뷰라는 걸 하잖아요. 운동만 해서 그런지, 조성민씨를 처음 만났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순박했어요. 방송 내용을 구상해야 하니까 이것저것 묻다, 혹시 소원이 있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최진실씨를 한번 만나보는 게 소원이라는 거예요.”
 

  ― 최진실씨 팬이었나 보죠?
 
  “어느 정도였냐면 최진실씨가 출연한 드라마·영화 대사를 줄줄 욀 정도였어요. 집에 가보니 방에 브로마이드며 최진실씨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때 왠지 연결해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소원은 오직 최진실”
 
  ― 왜 그렇게 느꼈을까요.
 
  “최진실씨는 정상의 연예인인 데 반해, 조성민씨는 운동만 한 너무나 순박한 청년이었어요. 그래서 소원을 바꾸라고 얘기했어요. 다른 소원은 없냐고요. 오직 최진실밖에 없다는 거예요. 여러 번 얘기했어요. 소원을 바꾸라고요.”
 
  ― 결국 안 바꿨군요.
 
  “오직 최진실이라는 거예요. 결국 최진실씨한테 연락을 했죠. 조성민씨를 알고 있더라고요. 영화 촬영 중이었는데도 출연하러 온 거예요. 최진실씨의 적극적인 모습이 왠지 불안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방송이 잘 나갔고 각종 일간지에 ‘의남매가 됐다’ 기사로 도배가 됐어요. 조성민씨가 고맙다고 제작팀 회식을 여러 번 주선했어요.”
 
  ― 두 사람이 또 만났네요.
 
  “최진실씨가 매력이 있잖아요. 운동만 한 운동선수가 자신이 꿈에 그렸던 여인을 만나니 빠져드는 거예요. 몇 번 같이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져 있는 거 보고 불안했어요.”
 
  ― 뭐가 불안했나요.
 
  “정상급 스타들은 결혼생활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조성민씨는 운동만 해서 너무 순수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둘은 맞지 않는 거 같았어요. 비밀리에 두 사람 사이는 깊어졌고 둘 다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들러리로 제가 식사 자리에 같이하곤 했어요. 드디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주는데, 불안한 거예요.”
 
  ― 그 느낌이 틀렸으면 좋았을 텐데요.
 
  “결혼을 하고, 비극적인 일들이 벌어졌잖아요. 제가 소개한 사람이 되어버린 거예요. 마치 저 때문에 일어난 일처럼, 부모님들한테 원망을 듣고…. 그렇게 슬픈 일이 벌어질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제게도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았어요. 게다가 전 한 남자의 몰락을 봤잖아요.”
 
  ― 조성민씨 얘기군요.
 
  “전도유망한 야구선수였는데 나중엔 ‘때려죽일 남편’으로 알려졌잖아요. 그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그 뒤에도 몇 번 만났어요. 저한테 오히려 묻더라고요. ‘제가 뭘 해야 할까요’라고. 대답을 해줄 수 없었어요.”
 
  ― 야구를 계속했으면 됐을 텐데요.
 
  “야구도 과거처럼 잘 되지 않고, 나이는 먹어가고. 사회적인 인식이 너무 안 좋다 보니까 이 나라에서 본인이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아이들이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줬는데… 오죽하면 그랬겠어요.”
 
 
  마음 통하는 친구 없는 연예인들
 

  최진실·최진영 남매와 조성민씨의 잇따른 죽음은 연예계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상흔(傷痕)을 남겼다. 특히 최진실씨의 자살이 준 충격은 엄청났다. 전 국민이 그녀의 데뷔부터 결혼과 이혼, 슬럼프와 재기까지 지켜봐온 터라 마치 지인의 죽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김 작가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게 오랜 기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 또 나올 수 있을까요. 최진실씨는 정상급 스타이면서도 방송에 자주 출연했어요. 자기를 숨겨 보여주지 않고 하지 않았어요. 팬들과 소위 ‘밀당’을 잘 한 거죠. 지금은 한번 뜨면 무조건 자신을 안 보여주는 식이에요. 그게 무조건 맞는 것도 아니거든요.”
 
  ― 애초에 최진실씨는 왜 목숨을 끊었을까요.
 
  “술김에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마음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한 명만 있었어도 그런 비극은 안 일어났을지 몰라요. 연예인들은 일반인에 비해 시련을 감내할 수 있는 참을성이 낮지 않나 싶어요.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다 보니, 본인이 힘든 걸 자존심 때문에라도 주변에 얘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고민이 있을 때 털어놓는 것만으로 짐을 덜 수 있기도 하잖아요. 마음을 다 보여줄 만한 단 한 명의 친구가 없었던 거죠.”
 

  이상하게도 2000년대 중반부터 한동안 연예인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유니, 이은주,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최진영 남매, 박용하…. 오죽하면 당시 시사 프로그램에서 ‘수면제’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내놨을 정도였다. 김 작가의 생각은 이렇다.
 
  “왜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할 수밖에 없겠냐고요. 그만큼 머리가 항상 무거웠다는 거죠. 그 사람들 옆엔 이용해서 장사하려는 사람만 있었지, 아픔은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은 거예요. 물론 두려움도 있었을 거예요. 괜히 털어놨다 소문나고 기사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그러면 연예인들끼리라도 서로 친하게 지내야 하는데 구조상 그게 안 돼요.”
 
 
  스타가 家長이 되는 이유
 
  ― 이제 와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최진실·조성민씨는 각자 평범한 사람을 만났으면 잘 살지 않았을까요.
 
  “지명도가 톱으로 올라선 배우나 가수는 혼자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신(神)이 다 주질 않아요. 그들의 가족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사람들이 잘 몰라요.”
 
  ― 대중에 노출되는 어려움일까요.
 
  “집안에 유명한 사람이 한 명 나오면 나머지 가족의 이름은 다 없어지잖아요. 누구의 남편, 누구의 동생, 누구의 아들딸로 살아야 하죠. 학교든, 직장이든 어디에서나 주목을 받고요. 다른 가족은 잘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 스타의 기(氣)에 눌린다고 할까요.”
 
  ― 반면에 집안의 경제적인 ‘가장(家長)’ 노릇을 하는 연예인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가족 입장에서 보세요. 사실 연예인이라는 건 특수한 직업인데 그 생각을 못 하는 겁니다. ‘나는 기껏 일해도 한 달에 몇백만원 버는데, 가수 동생은 광고 하나 찍으면 몇억을 벌어오네’ 그러다 보니 내가 일해서 버는 몇백만원은 돈도 아니게 느껴지는 거예요.”
 
  ―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겠군요.
 
  “‘직장을 다니느니 차라리 얘 뒷수발하면서 용돈이나 받아 쓰는 게 훨씬 낫겠다’ 그러다 보니 결국 온 가족이 연예인한테 기대서 살게 돼요. 형제는 운전하고 누구는 스타일리스트처럼 쫓아다니는 식이에요. 이 사람이 일을 안 하면 온 가족이 굶게 되는 거예요.”
 
  ― 돈이 잘 벌릴 때야 좋겠지만요.
 
  “이상한 게 가족이 연예인이 버는 돈은 쉽게 버는 돈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도 어떤 고생의 대가인데 말이죠. 그리고 언제까지나 돈을 잘 벌 거라 생각해요. 심한 경우는 가족이라는 위치를 이상하게 활용해요. 내가 누구 엄마인데 돈 좀 빌려달라, 누구 형인데 투자를 해달라 하는 식으로요. 사실 그게 뭐가 대단해요. 근데 또 우리 사회가 유명인이라면 대우를 해주니까요.”
 
  ― 떠오르는 이름이 여럿 있네요.
 
  “법원에 갔다가 친한 여배우를 마주쳤어요. 선글라스를 끼고 왔더라고요. 어쩐 일이냐고 물었죠. 시간이 있냐고 하더라고요. 근처 카페로 갔는데 막 울어요. ‘엄마가 내 이름으로 수입차를 여러 대 사서 돈을 안 낸다. 독촉장이 오고 난리다’… 그 엄마는 이런 심리인 거예요. ‘갚아주겠지, 알려지면 창피하니까.’”
 
 
  부자 연예인은 1%
 
  ― 자칫 가족의 유대도 깨지겠네요.
 
  “연예인이라고 해서 돈을 다 잘 버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잘된 사람들만 보잖아요. 호화롭게 사는 연예인은 전체의 1%가 될까요? 전체 연예인을 보면 불행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더 많아요. 누가 강남에 빌딩을 샀다는 건 기사화되지만, 누가 잔고에 2만원밖에 없다 이런 기사는 안 나오니까요.”
 
  ― 고금리 사채업 쪽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의외로 연예인들이 급전을 빌리러 꽤 이용한다더군요.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좋은 면만 있지 않다는걸요. 연예인들이 배려가 뭔지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특히 연세 많은 분들이 더 그래요. 예전엔 매니저 없이 혼자 다 하는 경우가 많았대요. 그러다 보니 본인 말이 다 옳은 거예요.”
 
  ― 사기당했다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들의 주변인들을 만나보면 ‘예스맨’만 있어요. 경제력은 있고, 연예인을 지인으로 두고 싶어 하는 이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만 주위에 있더라고요. 벌거숭이 임금님인 거예요. 작정하고 사기 치려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입속의 혀처럼 굴어요. 그런 사람은 가까이하고 정확하고 입바른 소리 해주는 사람은 멀리해요.”
 
  ― 친구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평생 줄을 서 있었을 테니까요.
 
  “희한하죠? 연예인들끼리도 안 친해요. 방송 나와서 마치 친한 것처럼 말하는데, 표면적인 친분이고 진짜 친하진 않더라고요. 한번 경쟁자는 평생의 경쟁자더라고요. 친분관계가 오래가려면 서로 주고받고 노력을 해야 하잖아요. 그 노력을 안 해요. 본인 중심적인 사고가 굳어져 있어요. 매니저나 스태프가 다 해주니까요.”
 
  ― 연예인들끼리 별로 안 친한 건 좀 이상하네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을 칭찬할 때가 있잖아요. ‘그 배우 참 괜찮더라’ 그러면 막 욕을 해요. ‘당신이 그 사람을 몰라서 그렇다. 얼마나 남자관계가 문란한 줄 아느냐’… 없는 얘기도 지어내서 깎아내리는 거예요. 황당하죠.”
 
 
  배우로 전업하는 이유
 
  ― 요즘 활동하는 어린 연예인들은 좀 낫지 않나요.
 
  “그들도 고충이 있어요. 아이돌이 매년 새로 쏟아지잖아요. 밀려날 수밖에 없죠. 1990년대, 200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정말 많은 댄스그룹이 등장했어요. 솔로들은 자기 히트곡이 있으면 어디 가서 행사라도 할 수 있어요. 그룹의 멤버였던 사람들은 달라요. 그룹 이름은 알아도 개개인은 누군지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요. 나중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 하긴 아이돌 그룹이 너무 많아서 개개인은 잘 알아보지도 못 하겠더군요.
 
  “그래서 결국은 가수로 얼굴을 알려놓고 배우로 전업하잖아요. 배우는 나이 먹어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것도 잘해야 오래갈 수 있죠. 배우로 갈아타서 살아남느냐 퇴장하느냐 갈림길이에요.”
 
  ― 가수냐 배우냐에 따라 성격적 차이점들이 있나요.
 
  “영화나 드라마는 협업이잖아요. 배우들은 드라마 촬영하면서도, 다른 사람 촬영 끝날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아야 되고 배려심도 배우지요. 가수들은 자기 무대만 하면 끝이에요. 대화, 배려 다 없어도 활동할 수 있어요. 개그맨들은 배우와 비슷해요. 같이 아이디어를 짜야 하니까요.”
 
  ― 가수들이 자칫 배려심이 부족해질 수 있겠군요.
 
  “흔히 ‘빠’라고 하는 팬덤이 가수들한테 많잖아요. 자기 무대에선 왕인데다, 항상 팬들이 좋다고 함성 질러주지, 만날 뭐 먹어보라고 갖다주지. 지하철역에 보면 누구 생일이라고 팬들이 전광판에 광고를 하잖아요. 부모가 힘들게 번 돈을 왜 그런데 쓰나 싶어요.”
 
 
  노래 듣다 떠들었다며 뺨 때린 국민가수
 
  ― 그래도 정상급 스타들은 인성이 좋지 않나요? 그래야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국민가수로 불리는 분이 있어요. 이분은 지인들과 노래방에 가면 자기 노래만 불러요. 분위기에, 합석한 사람 또한 다른 가수 노래는 일절 못 불러요. 놀러 간 건데 본인 콘서트를 하는 거예요. 떠들면 또 안 돼요. 본인이 노래하는데 누가 얘기를 나눴다고 느닷없이 뺨을 때린 적이 있어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 어이가 없네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생활하다 보면 사회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또 어딜 가나 왕으로 모시잖아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누구나 아는 정상급 가수와 지방 공연을 함께 갔어요. 공연이 끝나고 배가 고픈 거예요. 매니저가 고속도로 휴게소를 가겠냐고 물었어요.”
 
  ― 뭐라고 했나요.
 
  “휴게소는 사람들이 알아보니까 불편하다고 부근의 동네로 들어가자고 해요. 허름한 식당이 있더라고요. 먹고 있는데 갑자기 이분이 숟가락을 던지는 거예요. 사진 찍자는 사람이 왜 아무도 없냐면서요.”
 
  ― 당황스럽네요.
 
  “식당 아주머니들이 아는 척을 안 하니까 화가 난 거예요. 왜 이런 데를 왔냐고 매니저한테 화풀이를 하더라고요. 남의 관심을 받는 데 익숙해져서 관심이 없으면 못 견디는 거죠.”
 
  ― 일단 인기를 얻으면 늘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성찰해야 평정심을 유지하겠네요.
 
  “〈마이웨이〉 출연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세요. ‘인기 있을 때 좀 잘할걸.’”
 
  ― 오히려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이 인기가 떨어지면 더 비참해질 수도 있겠군요.
 
  “연예계 맛은 봤지, 얼굴이 알려져 있으니 어디 가서 직장 생활할 수도 없잖아요. 고정된 수입이 나오는 직업도 아니고요. 연예인들은 자신들이 항상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경제 관념이 의외로 없더라고요. 요즘 연예인들은 좀 나아요. 부동산 투자도 하고요.”
 
 
  장수 프로그램 〈마이웨이〉
 
〈마이웨이〉 배우 김영옥씨 편은 시청률 7.2%를 기록했다. 사진=조선DB
  김 작가의 ‘톱스타론(論)’을 듣다 보니 기분이 좀 가라앉았다. 화려한 연극무대만 보다 우연히 무대 뒤편 지저분한 대기실을 본 기분이었다. 〈마이웨이〉 얘기를 꺼냈다.
 
  〈마이웨이〉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200명가량의 삶을 시청자들에게 펼쳐놔 줬다. 여전히 시청률도 높다. 지난 8월 3일 방송된 김영옥씨 편은 7.2%를 기록했다. 〈마이웨이〉의 미덕은 뭘까.
 
  “간접 경험이죠. 손쉽게 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잖아요. 각기 다 다른 삶을 살았어요. 누가 옳고 그른 건 아닌 것 같아요. 시청자들은 보면서 생각할 거예요. ‘저 사람처럼 살아야겠다’ ‘저렇게 살진 말아야겠다’.”
 
  지난 추석 때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연했다.
 
  ― 출연 요청을 하신 건가요.
 
  “그동안 연예인만 출연했으니 확장을 하려 했지요. 균형을 맞추려고 각 당에 제안서를 냈어요. 안 대표 쪽과 제일 먼저 성사가 됐어요. 개인적으론 촬영하고 나서 더 좋아하게 됐어요. ‘이 가족은 잘 살아가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 가족들한테 그런 인상을 받았다는 건가요.
 
  “안 대표는 결혼한 후 부인한테 한 번도 밥 차려달라 한 적이 없대요. 본인이 찾아 먹거나 만들어 먹는다고 해요. 집안일을 꼭 여자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촬영할 때도 부인은 연구 작업을 하고 있고, 안 대표가 주방에서 간단히 토스트와 커피를 만들어주는 모습이 자연스럽더라고요. 그런 게 〈마이웨이〉의 매력인 것 같아요. 잘 몰랐던 이면을 볼 수 있잖아요.”
 
  ― 진짜 모습인지 어떻게 아시나요.
 
  “방송일을 한 지 오래돼서 그런지, 이제는 보면 알아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촬영을 하는데 느낌이 이상해요. 인테리어도 급조한 티가 나고, 집 소개를 하는데 잘 몰라요. 자신감도 없어 보이고. 손님 같은 느낌이에요. 계속 물어보니 실토하더군요. 마땅한 거처가 없어서 빌렸다고요. 씁쓸했죠.”
 
  ― 왜 그렇게까지 한 거죠.
 
  “한때 인기 있었으니까.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거죠. 본인이 가장 화려하고 좋았던 때에 생각이 멈춰 있는 경우도 많아요. 안타깝죠. ‘아, 이분은 〈마이웨이〉 출연이 아니라 빨리 병원에 모셔가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은 경우도 있어요.”
 
〈마이웨이〉에 출연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조선DB
  편당 평균 촬영 기간은 일주일, 일부러 상황을 연출하진 않는다고 한다.
 
  “웃고 싶으면 웃고 울고 싶으면 울라고 해요. 그게 제일 좋더라고요. 그런 경우는 있어요. 어떤 연예인들은 친구가 없어서 분량을 못 채워요. 그러면 친구를 만들어주기도 해요.”
 
  ― 친구를 만들어준다고요?
 
  “친구를 해도 될 법한 분들에게 전화해서 부탁을 하죠. 사정을 아니까 들어주기도 하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뭐라 하는 분들도 있어요.”
 
  ― 〈마이웨이〉 촬영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출연자는 누군가요.
 
  “조수미씨 참 좋았어요. 조수미씨 어머니가 당시 치매에 걸려 있었어요. 세기의 프리마돈나도 ‘딸’이구나. 해외공연에 동행했는데 참 인간적이더라고요. 어머니 얘기 하면 눈물 흘리고.”
 
  ― 조수미씨는 미혼이시지요.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다면 조수미가 될 수 없다’… 디바(Diva)로도, 개인 생활로도 동시에 성공할 순 없다는 거예요. 신은 다 주시지 않는다는 거죠.”
 
  ― 둘 다 가진 사람은 못 만나보셨어요.
 
  “김혜자 선생님 촬영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의 어머니’라고 하잖아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주부의 이미지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하실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명언을 남기셨어요. ‘나는 주부 연기를 잘한 거지, 주부를 잘한 건 아니다’… 주부를 잘했다면 배우 김혜자로 성공을 못 했다는 거예요.”
 
 
  실패담이 시청률 높아
 
2019년 4월 세상의 어머니들을 위한 노래를 담은 앨범 〈마더〉를 발표한 조수미는 “너무나도 외로운 그 길을 꿋꿋이 견디게 해준 어머니. 그분이 가르쳐주신 노래를 마음에 담아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조선DB
  대중은 〈마이웨이〉를 보며 어떤 대목을 좋아할까. ‘시련’이다.
 
  “사람들 마음속에 관음증 같은 게 있는 거 같아요. 시청률이 가장 높을 때가 출연자의 집이나 냉장고가 공개될 때예요. 안타까운 건, 행복한 사람들 얘기는 시청률이 별로 안 나온다는 거예요. 되는 일이 없었던 사람들 이야기가 시청률이 잘 나와요. 남의 불행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 경우가 많은 걸까요?”
 
  ―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을 듣고 싶어 하는 거군요.
 
  “웃을 때보다 울 때 시청률이 높아요. 여전히 의문이에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더 심해진 것 같아요. 나는 살기 힘든데 저 사람은 돈 벌었다고, 성공했다고 하는 게 싫은 걸까요.”
 
  김 작가는 한국 사회가 스타를 소비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말했다.
 
  “김연자씨가 〈마이웨이〉에 출연했을 때 일본에 같이 갔어요. 지금도 일본 팬들이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모임을 갖고, 식사하면서 김연자씨 얘기도 하고. 일본에선 한번 누구를 좋아하면 평생 관심을 가지고, 때로는 대를 이어서 팬 생활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 의리가 있군요.
 
  “좋아하는 연예인이 잘못을 저질러도 등을 돌리지 않더라고요. 박유천이나 김현중씨의 경우도 일본 팬들은 지금도 좋아해주잖아요. 화보도 사주고요. 한국은 순환이 빠르다고 할까요. 달면 삼키고 쓰면 바로 뱉죠.”
 
 
  인기의 유효기간 짧은 한국
 
  ― 쏠림 현상이라고 할까요. 누가 인기가 있으면 몰려가는 경향이 있지요.
 
  “연예인들이 인기가 떨어지면 힘들어지는 원인이 그런 것일 수 있어요. 팬들이 더 이상 찾질 않으니까. 누가 와야 콘서트도 열잖아요. 일본은 최소한의 관객이 항상 있다는 거예요. 한국은 A가 인기 있었는데, B의 인기가 올라가면 다 몰려가서 A의 팬들은 더 이상 없어요. 외국에 비해 인기의 유효기간이 짧다고 할까요.”
 
  ― 한국 연예인들이 좀 더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겠네요.
 
  “누굴 좋아하면, 설령 그 사람이 추문(醜聞)에 연루되더라도 팬들이라도 보듬어주면 자살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연예계에선 물 들어오면 바로 배 띄워야 한다고 해요. 물이 바로 빠지니까요. 긴 호흡으로 활동할 수 없는 거예요. 그랬다간 다른 연예인이 치고 들어와서 내 자리를 뺏어가니까요. 찾아줄 때 본전을 뽑아야 되는 거죠.”
 
  ― 인기라는 게 허망하다는 생각을 하시겠어요.
 
  “요새 누가 인기라고 해도 ‘아 그렇구나’지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은 안 들어요. 그 사람의 미래가 보일 때가 있어요. 저 친구도 결국 소년가장, 소녀가장밖에 더 되겠나 싶은 거예요. 안 그러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너무 많으니까요.”
 
 
  원로배우가 연기 계속하는 이유
 
“나는 주부 연기를 잘한 거지, 주부를 잘한 게 아니다”는 명언을 남긴 배우 김혜자씨. 사진=조선DB
  ― 나이 지긋해서도 활동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원로배우 중엔 손자 학비 때문에 일을 못 그만둔다는 경우도 많아요. ‘손자가 유학 마치려면 일 더 해야 된다’, 자식을 넘어서 손자·손녀까지 먹여 살리는 거예요.”
 
  그는 〈마이웨이〉를 통해 연예인이 대중에게 좀 더 솔직한 면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예인은 일반인과 달라야 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연예인은 직업이지 어떤 특권이 아니잖아요. 시청자들도 스타의 너무 어두운 면이 아니라 밝은 면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시청자 따라 프로그램도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가게 되거든요. 행복하게 잘사는 분들 얘기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세상에 제일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 정치인 걱정이라지만, 가끔은 같이 걱정해줘도 좋지 않을까. 건조한 우리 일상을 종종 웃음으로, 감동으로 적셔주는 이들이니 말이다. 고인이 된 박지선씨가 고난(苦難)을 아주 조금만 더 견뎌줬다면, 언젠가 〈마이웨이〉에 출연해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다’며 미소짓는 날이 오지 않았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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