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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경원 前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무너진 의회민주주의 바로 세우고 싶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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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국회는 정세균·문희상의 탐욕과 한국당의 무기력함이 빚어낸 참사”

⊙ 지금 국회는 청와대 출장소… 전·현직 국회 의장 모두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
⊙ 원내대표로 선거법과 공수처법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아쉬움 남아
⊙ 21대 총선에서 당선되면 5선, 국회 부의장 가능성
⊙ 與 동작을 전략공천설에 “민주당 텃밭인데다 내가 미우니 공격하고 싶은 듯”
⊙ “20대 국회 의장, 사실상 청와대가 양보해… 정권 빼앗길 만했다”
⊙ 가족 겨냥한 의혹 제기에는 법적 대응뿐… 더 이상 반응하지 않을 것
사진=정광성
  지난해 연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임기(1년)을 마친 나경원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당선되면 5선(選) 고지에 오르게 된다. 국회 부의장을 할 수 있는 선수(選數)다. 현재 5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4선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불출마하면서 나 의원은 5선에 성공할 경우 여성 최다선 의원이 된다. 역대 국회에서 5선을 달성한 여성 정치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故) 박순천 의원이 전부다.
 
  나 의원은 야당 원내대표로 재임하며 패스트트랙 사태와 장외 투쟁으로 대여(對與) 투쟁에 앞장섰으며, 2019년 2월 당대표로 당선된 황교안 대표와 원외·원내를 아우르는 ‘투톱’ 체제로 당을 이끌어왔다. 차기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에 임기가 종료되면서 나 원내대표가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황교안 대표는 “원칙대로 하겠다”며 원내대표 경선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 “대표나 최고위원회의가 원내대표 선거 여부에 개입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나 원내대표는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새 원내대표에 심재철 의원이 당선됐다.
 
  자유한국당은 2020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등 표결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민주정의당 + 대안신당)의 ‘날치기’ 통과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수적 열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내에서는 “나 의원이 총선전까지 마무리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의원도 적지 않다.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 인사청문위원장, 지역구 활동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나 의원을 국회에서 만났다.
 
 
  선거법과 공수처법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2019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개정안 가결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지금 국회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결국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은 통과됐는데, 총선 전까지 원내대표를 계속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요.
 
  “당 지도부가 고생을 너무 많이 하시니 제가 지도부에 대해 할 말은 없어요. 아쉬운 점은, 결과는 어쩔수 없다고 해도 과정이라도 제대로 진행했어야 하는데 결과와 과정 모두 무기력했다고 속상해하는 의원들이 좀 있었습니다.”
 
  — 자의(自意)가 아닌데 물러나게 된 것이 아쉽지 않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원내대표를 하면 시간을 뺏겨서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서울 동작을)에 올인할 수 없으니 잘된 일이기도 해요. 우리 지역구는 워낙 험지(險地)이기도 하고. 그런데 임기가 끝나는 시기가 지난해 12월 10일이라는 게 문제였죠. 선거법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은 제 임기에 제가 시작한 일이고, 그래서 제가 마무리하고 나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리 욕심이 있었던 게 아니고 제가 마무리하고 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걸 내팽개쳐놓고 나오는 상황이 되는 것 같았어요.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저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오랜 시간 주고받은 얘기가 있고, 청와대와도 제가 한 얘기가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겁니다.”
 
  — 스스로 평가해보자면 원내대표직 수행은 잘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임기 끝난 후 의원들에게서 의정보고회, 신년인사회, 출판기념회 등에 와 달라고, 혹은 동영상 인사라도 보내달라고 제안이 많이 오더군요.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국무총리 청문회 흐지부지 끝난 이유
 
  나 의원은 지난 1월 7일과 8일 양일간 열린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 인사청문위원장을 맡아 청문회를 진행했다. 자유한국당은 정 후보자의 재산 관련 의혹과 자료 제출 미비 등을 이유로 “적격 판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더불어민주당에 검증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검증위원회 구성에 반대했고, 정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이후 민주당은 본회의를 열어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고, 문재인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1월 13일 임명을 강행했다. 정 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24번째 장관급 이상 인사다.
 
  — 정세균 총리도 역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명됐습니다. 의원 출신이어서 청문회 통과가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닙니까.
 
  “우리(한국당)가 청문회 과정과 절차만 정리가 잘 됐다면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적격·부적격을 당장 판단할 수 없는 만큼 좀 더 논의해볼 필요가 있으니 검증위원회를 구성해보자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거죠. 결정적인 사건은 1월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대학살 인사였습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청문회를 제대로 끝내고 청문회보고서 채택 여부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는데, 청문회가 마무리될 시점에 인사 사건이 터진 겁니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협의해서 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 ‘검찰 대학살’이라고 보십니까.
 
  “의문의 여지가 없죠. ‘검찰이 정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은 철저히 묵살된 겁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수사의 칼날이 정권 핵심을 향하는 걸 알고 서둘러서 한 것 아니겠어요.”
 
  — 조국 장관을 막으려 그렇게 투쟁했는데, 추미애 장관이 이럴 줄 예상하셨나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가 지명됐을 때부터 검찰 인사를 하리라는 건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잔혹하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6개월도 안 된 검사장 인사를 다 바꿔버렸으니까요. ”
 
 
  패스트트랙 사태로 기소
 
2019년 4월 29일 오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저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해 4월 25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과 불법 사보임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 이른바 ‘동물국회’와 관련해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1월 2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한국당 황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23명, 보좌진·당직자 3명 등 27명을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국회법 위반, 국회 회의장 소동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 기소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종걸 전 원내대표와 박범계 의원 등 10명이 기소됐다. 단순 가담하거나 소극적으로 행동한 것으로 조사된 한국당 48명과 민주당 35명 등 양당 소속 의원과 보좌진·당직자 83명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나 의원은 당시 한국당 의원 등과 함께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사법개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특수감금을 지시한 혐의(공동감금) 등을 받는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을 점거하거나 회의장 앞에서 스크럼을 짜 회의를 방해했다며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 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민주당 이종걸·박범계·표창원·김병욱 등 의원 4명과 보좌진·당직자 4명은 폭행 가담에 따른 피해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해 불구속으로 정식 재판에 넘겼다. 이종걸 의원은 지난해 4월 26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한국당 당직자에게 다가가 목을 조르는 등 당직자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박범계·표창원 의원은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한국당 당직자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김병욱 의원은 한국당 소속 김승희 의원에게 전치 6주 상해를 가하고 한국당 당직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 패스트트랙 사태 고소 당시 관련 책임은 본인이 다 지겠다고 했는데요.
 
  “가장 중한 책임은 결국 황교안 대표와 제가 지게 될 겁니다. 정치적인 책임은 당연히 져야 되는 거고, 법적인 책임도 그렇게 될 겁니다. 더 이상의 얘기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조심스럽네요.”
 
 
  민주당, 동작을 전략공천 계획
 
  나 의원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지역구인 동작을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보고 있다. 나 의원의 대항마로 대국민 인지도가 높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 이수진 전 판사 등이 고려 중인 가운데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돌리고 있다. 민주당은 나 의원 수준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내놓을지, 정반대의 스펙을 가진 인물을 내놓을지 고심 중이다.
 
  — 민주당에서 동작을 전략공천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요.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곳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대선이나 지방선거 등에서 통계를 보면 늘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지역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가져갈 수 있는 지역이라고 보는 것 같아요. 게다가 그들이 미워하는 내가 있는 곳이니 더 신경 쓰지 않을까요.(웃음) 저는 그냥 제 선거를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원내대표 하는 동안 지역 주민들과 소통이 아무래도 줄어드니 아쉬웠는데, 요즘은 소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토요일마다 ‘토요 데이트’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도 하고요.”
 
  — 지역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많아요. 강남과 동작을 이어주는 서리풀터널도 개통됐고, 흑석동은 요즘 재개발 후 지역발전으로 ‘서(西)반포’라는 말이 나옵니다. 흑석동 재개발을 마무리하고 고등학교를 유치하는 것이 지역 숙원사업이고요. 지역 현안이 많아 저에게 주민들의 기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이 지역에서 재선하면서 지역에 대한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걸 주민들이 아시니까요.”
 
 
  “국회의 질서가 망가지고 있다”
 
  나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5선이 된다.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몫인 국회 부의장은 상반기 심재철 의원과 하반기 이주영 의원이다. 둘 다 5선 의원이다. 나 의원이 5선이 되면 국회 부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여성 의원이 국회 부의장을 맡은 경우는 없었다.
 
  — 5선이 되면 여성 최다선이 됨은 물론 당내에서도 두세 손가락 안에 꼽힐 다선 의원이 되는데,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까.
 
  “5선이 되면 의회민주주의를 복원시키고 싶습니다.”
 
  — 무슨 뜻인가요.
 
  “제가 4선이니 20년 동안 국회의원을 했는데 2019년 한 해는 특별했습니다. 의회정치가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해요. 문재인 정권의 정치·경제·사회·안보 폭망에 앞서서 국회가 망가지는 게 정말 안타깝습니다.”
 
  — 지난해 4월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동물국회’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국회의 모든 질서가 무너졌어요. 여당은 우리가 ‘동물국회’로 국회를 망가뜨렸다고 하는데, 천만에요. 의회 질서가 무너진 겁니다.
 
  ‘동물국회’라는 사건을 한번 봅시다. 의원들이 왜 그렇게 자발적으로 분노하고 항의하게 됐을까요? 불법 사보임(바꿔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에 의원 두 명(권은희·오신환)이나 자신의 의사에 반해서 바꿔치기를 한 거예요. 패스트트랙 법안에 반대한다는 이유로요.
 
  두 분은 바른미래당에서 처음에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해 논의하면서 ‘김관영 원내대표가 적어도 의원을 바꿔치기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불법으로 바꾼 겁니다. 한 명도 아닌 두 명을요. 의회민주주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의원들이 모두 분노해서 들고 일어났어요. 국민들도 분노하지 않았습니까.”
 
  ‘동물국회’는 2019년 4월 24~25일에 걸쳐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여부를 놓고 여야가 국회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한 사태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반대했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찬성했다. 바른미래당은 의원들의 입장이 반으로 갈렸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처리해야 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바른미래당 위원인 권은희·오신환 의원은 패스트트랙 반대파였다. 패스트트랙 찬성파인 당 지도부는 이들을 해당 특위에서 사임시키고 다른 의원으로 보임했다. 문제의 ‘불법 사보임’이다. 한국당은 크게 반발했고, 새로 보임된 채이배 의원을 찾아가 특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종용했다. 또 법안을 제출하지 못하도록 스크럼을 짜고 의안과 앞을 막았다. 이후 의안과 문을 열겠다며 빠루와 망치를 든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330일 동안 논의해야
 
나경원 의원은 2019년 한 해 동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원내외 ‘투톱’으로 당을 이끌었다.
  — 패스트트랙과 불법 사보임 모두 국민 입장에서는 조금 어려운 이슈였는데요.
 
  “패스트트랙의 취지는 330일 동안 그 법안을 논의하라는 겁니다. 패스트라고 빨리 하라는 게 아니라, 330일이 지나면 통과시키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 당기겠다고 그 난리를 친 것 아닙니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은 법안이 무기한 계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한 것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심의 180일,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 최장 330일이 지나면 자동 상정된다. 전체 국회의원의 과반수 또는 해당 상임위 과반수의 서명이 있어야 패스트트랙 요청을 할 수 있으며, 재적의원의 5분의 3 이상이 표결로 찬성해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다.
 
  — 선거법은 신중하게 여야 합의를 거쳐 개정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패스트트랙 사태가 일어나고 나서 더 이상의 진행을 막아보겠다고 국회법에 명시된 안건조정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이것도 날치기라는 방법을 썼어요.”
 
  한국당은 지난해 8월 27일 정개특위에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이견을 조정해야 한다고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 이튿날 안건조정위가 열렸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의원들이 합의를 끝내면서 사실상 안건조정위는 무력화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조정위는 90일 동안 논의할 수 있지만, 단 하루 만에 끝낸 것이다. 나 의원은 “국회법에 나와 있는 절차와 법 취지를 무시하고 강행,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의 의회민주주의 폭거”라며 “정치개혁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위원회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했다.
 
  나 의원은 “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무너뜨려 놓고 우리한테 책임을 뒤집어씌웠다”며 분노했다. “그때(2019년 4월 24~25일) 우리가 뭘 했죠? 스크럼 짜고 문 앞을 막고 한 게 동물국회인가요. 못 합니까. 야당 의원이 정치적 행동은 회의장에서 반대표 누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건가요? 누워 있었던 게 무슨 죄가 된다는 겁니까. 빠루와 해머를 가져오고 문을 부순 건 상대방입니다.”
 
 
  의회민주주의 복원
 
나경원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자유한국당 장외집회 등을 통해 대여투쟁에 앞장섰다.
  그는 “의회가 이렇게 망가져서는 행정부를 견제할 수 없다”며 “의회민주주의를 복원시키고 싶다”고 했다.
 
  — 의회민주주의가 망가졌다면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 않습니까.
 
  “국회 의장이 이렇게 의회를 자의적으로 운영해서는 안 됩니다. 20대 국회 의장인 정세균·문희상 의장 모두 좋지 않은 예를 보여줬어요.”
 
  — 어떤 안 좋은 예입니까.
 
  “국회 의장은 정치적으로 마지막 자리입니다. 국회 의장을 지내면 불출마하는 게 관례고, 사실상 정계은퇴를 하는 거죠. 마지막 자리니까 중립적으로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당적을 갖지 않는 것이고.
 
  그런데 국회 의장 다음에 국무총리를 하다니요. 우리가 인사청문회에서 항의하기도 했는데, 매우 좋지 않은 사례입니다. 국회 의장직을 마치고도 할 일이 있다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임무수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문희상 의장도 마찬가지죠. 이분은 본인이 아니라 아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상태입니다.(편집자 註: 문희상 의장의 아들 문석균씨는 21대 총선에서 아버지의 지역구인 의정부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함) 아들이 공천을 받으려면 민주당 지도부에 잘 보여야 하겠죠. 그러다보니 이런 사태가 이어진 겁니다.”
 
  — 지금까지 국회 의장이 퇴임 후 다른 공직을 맡은 사례는 없었죠.
 
  “한국당이 정권 잡았을 때, 국회 의장 맡았을 때는 그런 의장은 없었습니다. 정의화 의장이나 김형오 의장은 같은 편인 우리가 ‘직권상정 해달라’고 항의하고 사정해도 합의해오라며 들어주지 않았어요. 합의할 때까지 미룬 적도 많고. 국회 의장은 정치적으로 마지막 길이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철저히 공정하게 하겠다는 분을 의장으로 모셔야 되는 겁니다.”
 
  — 국회 의장이 바로 서면 의회민주주의가 망가지는 일은 없겠죠.
 
  “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라고 봐요. 어떤 사람이 의장을 하느냐에 따라서 의회가 망가질 수도, 바로 설 수도 있습니다.”
 
 
  국회는 청와대 출장소?
 

  — 20대 국회는 유독 여야 충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여당은 의회민주주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청와대 파출소’ ‘청와대 출장소’ 역할밖에 못 하고 있습니다. 여당이 얼마나 치졸한지 예를 들어볼까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희화화한 거 보세요. 필리버스터는 한국어로 정확하게 번역하면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입니다. 야당만 가질 수 있는 권리인 겁니다. 그런데 여당이 같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나와서 떠드는 겁니다. 국회법에 따라 일하면 될 것을 청와대 하자는 대로 쪼개기 임시국회를 하지 않나… 여당의 의회 파괴 행위는 한둘이 아니에요. 국회법상 야당에 주어진 권리인 필리버스터와 안건조정위원회를 그렇게 희화화하고 짓밟을 수 있습니까. 그러면서 우리한테 동물국회라니요.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 한국당도 좀 더 강력하게 나갔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결국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밀렸습니다.
 
  “결국 숫자입니다. 상대방이 한국당만 빼고 싹 묶어서 과반수를 만들어버리니 수적 열세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 수적 열세에 국회 의장도 편파적인 상황에서 힘들 수밖에 없겠군요.
 
  “우리가 처음부터 잘못했어요. 20대 국회 출범할 때 새누리당은 여당이었고,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123석, 한국당이 122석이었지만, 유승민 등 공천파동 때문에 무소속으로 나가서 당선됐고 곧 복당할 당선자가 많았기 때문에 사실상 새누리당이 제1당이었습니다. 국회 의장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친박 공천에 대응한 김무성 당대표의 ‘옥새파동’ 등 공천 논란으로 유승민 의원 등이 공천에서 탈락했고, 유승민·주호영 등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들은 총선 한두 달 후 새누리당으로 복당했다. 2016년 7월 기준으로는 새누리당 129석, 민주당 122석이었다. 나 의원은 총선 직후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정책위의장 후보 김재경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했지만 정진석·김광림 조에 패배했다.
 
  — 그때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죠.
 
  “원내대표 경선에서 제가 국회 의장은 우리가 해야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당이었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당 지도부가 ‘멋있게’ 국회 의장은 양보해도 된다고 결론을 낸 겁니다. 청와대의 의중이었겠죠.
 
  어떻게 그리 안이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그때 지도부의 얘기는 법사위원장만 우리가 가져오면 법안은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아니 국회 의장에게 직권상정 권한이 있는데 법사위원장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렇게 한심한 결론을 내리니 우리가 지금 이렇게 당하는 겁니다. 솔직히 정권 뺏길 만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 국회 의장을 가져와야 된다는 주장이 왜 그리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야당으로 제1당일 때도 여당에 국회 의장을 양보한 사례가 두 번이나 있어요. 여당 출신이 국회 의장을 하는 편이 국정 운영에 좋을 거라고 양보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러니 여야 동수라면 여당이 국회 의장을 하는 게 맞죠. 게다가 20대 초반은 새누리당이 1 당이었던 게 맞아요. 유승민 의원은 당선되면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거라고 선거운동하고 그랬는데,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4~5석은 많은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저의 외침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실상 제1당도 아닌 야당에 국회 의장을 ‘양보’한 겁니다.
 
  이런 전례가 또 생겨서는 안 돼요. 국회 의장이라는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데 그렇게 나이브(naive)하게 넘겨줄 수가 있습니까. 아니 나이브하기보다는 절대권력을 갖고 있으니 국회 의장 정도는 줘도 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졌던 것 아닌가 싶어요. 국회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겁니다. 이런 실수는 다시 해서는 안 됩니다.”
 
 
  가족 의혹은 대응할 가치 못 느껴
 
  나 의원은 차기 국회에서 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그런 중에 인터뷰 전날인 1월 14일,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나경원 아들 의문의 황금 스펙 2탄, 미국 현지 추적’이라는 방송을 내보내 나 의원의 아들 스펙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예일대학에 재학 중인 나 의원의 아들 김모씨가 고등학교 시절 저자 중 한 명으로 등록된 논문 포스터에 대해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나 의원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아들 관련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아무 문제 없다. 학장도 아이를 불러 문제가 없으니 지금처럼 열심히 하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MBC는 이 장면을 방송하며 예일대학 화학과 마빈 천 학장을 찾아가지만 만나지 못했고, 예일대학 측도 ‘한패거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 유튜브에서 말한 학장이 MBC가 찾아간 마빈 천(천명우) 예일대학 학장 맞습니까.
 
  “그분 아닙니다. 아이가 학장한테 그런 말 들은 건 사실인데 누구라고 얘기하면 또 찾아내고 쫓아갈 거 아닙니까. 누구라고 이야기할 수 없어요. 예일대학은 시스템이 좀 특이하다 보니 잘못 짚은 것 같아요.”
 
  — 아들이 실험실을 사용했다는 서울대 교수도 MBC가 찾아갔던데요.
 
  “그때가 동작을 보궐선거 나가던 여름이에요.(편집자 註: 2014년 7월 30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여름방학이라 한국에 왔고 실험실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바쁘기도 하고 제가 그 분야를 잘 모르니 아는 교수를 소개해준 게 전부입니다. 국회의원 신분도 아니었고요. 그 부분은 더 이상 할 얘기도 없어요. 전엔 고등학교 성적표도 공개했는데, 이제 대학교 성적표도 공개해야 됩니까. 더 이상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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