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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2020년 주목해야 할 20인

상할수록 더 진한 향을 만드는 소설가 김금희

연민·무정이 뒤범벅된 야만의 리얼리즘을 지탱하는 마음의 動力學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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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50인이 선정한 ‘올해(2019)의 소설’(작품집 《오직 한 사람의 차지》)에 뽑혀서가 아니다. 김금희의 소설이 주는 확신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임정균의 표현대로라면 ‘다시 리얼리즘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 리얼리즘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그의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김금희의 연작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 사건은 죄다 찌질하다. 빚쟁이를 피해 집을 나간 아버지의 행적을 뒤쫓거나(단편 〈너의 도큐먼트〉), 연민과 무정(無情)이 뒤범벅된 감정(〈센티멘털도 하루 이틀〉)과 씨름한다. 부당 해고, 권고사직에 준하는 부당 발령, 인현동 화재사건, 세월호 참사(《경애의 마음》 《너무 한낮의 연애》) 등 비틀린 세계와 마주한다.
 
  김금희는 비정함의 사회에서 닳아서 뭉개지고 해어진 감정의 실존을 묵묵히 꿰맨다. 그 기록이 리얼리즘을 필요로 하고, 김금희 소설을 필요로 한다.
 
  김금희는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작품집으로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등이 있다. 2019년에 펴낸 소설집 《오직 한 사람의 차지》에 쓰인 ‘작가의 말’에 눈길이 간다.
 
  “상할수록 더 진하고 달콤한 향을 내는 무언가가 있다고 마음이 다치는 과정을 미화할 생각은 없지만, 상처를 들여다보는 사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진실, 깨달음, 아름다움, 서글픈 환희를 발견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292쪽)
 
  마음이 상할수록 더 향기를 내는 것은 비정한 세상에 풍기는 연민의 정 때문이 아닐까. 그 정이 마음의 동역학이다. 한 예로 《너무 한낮의 연애》에 실린 단편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를 보자.
 
  소설 속 “고양이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라고 말하는 한 남자가 있다. 가구회사에서 권고사직에 해당하는 인사이동을 당한다. 동료들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에 돌입하는 동안 그는 회사의 요구에 순응한다. 고양이로 치자면 네 발을 모두 몸체 밑에 말아 넣고 그냥 있음으로써 견딘다고 할까. 이 남자는 색다른 ‘투잡’이 있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는 일이다.
 
  고양이 탐정이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자살을 하려다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 새끼 때문이었다. 그 새끼를 보살피느라 그의 삶은 연장되었다. 인간이 아닌, 고양이라는 매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눈을 뜬다.
 
  소설 《경애의 마음》에 인현동 화재사건이 등장한다. 1999년 10월 30일 인천 인현동의 한 호프집에서 축제 뒤풀이를 하던 고등학생 등 손님 56명이 화재로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학생들이 돈 내지 않을 것을 염려한 호프집 주인이 사람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는 비상구로 빠져나가면서 큰 인명피해를 냈다.
 
  친구를 잃거나 화재 현장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트라우마가 된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이렇게 공격한다. “학생이 왜 거기 갔니?”라고. 김금희는 폭력성에 치를 떤다. “아픈 사람을 더 아프게 하고, 약한 사람을 더 약자로 만들며, 그렇게 대열에서 이탈시키고 소외시키고자 하는 욕망들이 나쁘게 작동할 때”가 있음을 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김금희는 아직 장편의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0년이 설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장편을 향한 도전, 그가 개척할 한 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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