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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 2020년 주목해야 할 20인

10억분의 1, 나노 기술 세계적 석학 현택환 교수

‘트로이 목마’ 면역세포, ‘나노 수류탄’ 소개돼… ‘애국’ 강조, 의료·반도체 협업 연구 성과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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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노(Nano). 나노 화장품 등 나노를 표방한 상품 광고는 익숙하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답이 쉽지 않다. 나노는 ‘10억분의 1’을 뜻하는 접두사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를 탐구하는 분야가 나노공학이다.
 
  바로 이 나노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가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이다. IBS는 차세대 과학 연구의 거점 마련과 안정적 연구 및 지원을 위해 2011년 설립된 기초과학연구 전담 연구소이다.
 
  나노 연구는 인접 학문에 도움을 주는 기반 기술이다. 모든 완제품은 소자(素子)로 구성되어 있다. 소자는 재료로 만들어진다. 나노는 재료를 가공하는 기술이다. 무엇을 만들려면, 그 재료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나노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의료·정보통신·에너지·반도체 등의 발전이 가능한 이유다.
 
  아마 현 교수의 이름은 몰라도, 그의 연구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언론에 자주 소개되기도 하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연구가 많기 때문이다.
 
  2019년 8월에는 ‘트로이의 목마’로 불리는 면역세포가 발표됐다. 현 교수팀과 국민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체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면역세포를 트로이 목마처럼 활용하는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항암 물질을 나노 기술을 이용해 트로이의 목마처럼 침투시키는 기술이었다.
 
  2014년 ‘나노 수류탄’ 개발도 언론에 소개됐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기술인데, 항암제를 품은 나노입자가 암세포에 닿으면 터지게 만든 것이다. 정상세포에서는 작동하지 않아 화제가 되었다.
 
  2019년 4월에는 햇빛과 물만으로 수소를 만들 수 있는 광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18년 4월에는 뇌 질환 치료 방법을 발표했다. 세리아 나노입자 시스템으로 파킨슨병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파킨슨병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나노입자의 새로운 의학적 적용 방법을 보여준 연구로 알려져 있다.
 
  의학뿐만 아니라 나노 기술은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이다. 특히 배터리 개발에서 나노 기술이 중요하다. 2018년에는 수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를 이용해 기존 배터리의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나노 구조를 발표했다.
 
  현 교수의 연구는 다양한 연구자와 협업을 통해 발표된 경우가 많다.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나노 기술은 도우미 기술, 즉 영어로 ‘인에이블링(enabling) 테크놀로지’라며 다양한 분야에 도움을 주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문 발전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무기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독 ‘애국’을 강조한다. 자신이 받은 혜택을 국가에 되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이 연구의 힘이라고 말한다.
 
  현 교수는 노벨상 발표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후보군으로 등장하는 학자다. 노벨 과학상은 주로 기초과학에서 나온다. 우리의 경우 기초과학이 아닌 ‘기술’에 투자가 몰려 있어 가까운 시일 내 노벨상 수상을 낙관할 수 없다. 현 교수 같은 기초과학 연구자에게 그나마 희망을 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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