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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게 ‘팽(烹)’당한 쿠르드족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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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 쿠르드족(族)이 제노사이드(종족 간 대량학살)의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7일 전격적으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선언한 게 발단이었다.
 
  지난 5년간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는 IS(이슬람 국가)와의 싸움에서 선봉에 섰다. IS와의 전쟁 기간 중 전사한 YPG 대원 수는 1만1000여 명에 달한다. 쿠르드족이 이렇게 희생적으로 싸운 것은 IS가 격퇴되면 시리아 북부 지역에 쿠르드족 독립국가 내지 자치지역을 세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쿠르드족이 거주하고 있는 여러 나라, 특히 터키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쿠르드족의 20%가 거주하는 터키는 터키공화국 수립 이래 100년 가까이 쿠르드족을 탄압해왔다. 쿠르드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공식적으로 ‘쿠르드족’이라는 민족명 자체를 말살하고 ‘산악지역 터키인’으로 호칭했다. 1978년 압둘라 외잘란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결성한 후 터키를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여왔지만 1999년 체포됐다. PKK를 테러단체로 규정하는 터키 정부는 YPG를 PKK의 시리아 지부로 간주하고 공격 기회만을 노리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내리자마자 공격을 개시했다.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 결정은 트럼프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계산이 맞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더 이상의 비용과 인명희생 없이 시리아에서 발을 빼기 원했고, 강권통치와 경제실정(失政)으로 궁지에 몰린 에르도안은 국민들의 불만을 다른 데로 돌릴 희생양을 원했던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 안보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의회 지도자들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을 “동맹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터키에 대해 경제제재를 하겠다고 엄포만 놓을 뿐 손을 놓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EU 등이 우려를 표명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EU가 계속 비난하면 300만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문을 열겠다”고 위협했다.
 
  터키군은 ‘평화의 봄 작전’ 개시 나흘째인 10월 12일 쿠르드족의 치하인 시리아 북부 요충지 라스 알 아인을 점령하고, 쿠르드족 군사 대원 480명을 무력화(無力化, 사살·생포·항복)시켰다고 밝혔다. 붕괴 위기에 처한 쿠르드족은 어제까지의 적이던 아사드 정권에 살려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한편 터키군의 공격으로 궁지에 몰린 쿠르드족 YPG가 IS 포로수용소를 경비할 여력이 없어지면서 일부 IS 포로들이 탈주하고 있다.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과 터키군의 쿠르드족 공격이 IS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던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의 예측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쿠르드족은 터키·시리아·이라크·이란 등에 흩어져 사는 민족이다. 수니파 이슬람교도로 인구는 중동 지역에서 네 번째로 많은 3200만~4000만명에 달하지만, 한 번도 독립국가를 가져보지 못한 비운(悲運)의 민족이다. 2005년 이라크전쟁 이후 이라크 북부에 수립된 쿠르드족 자치정부는 2017년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92.7%의 ‘찬성’을 얻었다. 하지만 이라크 중앙정부는 물론 터키·시리아·이란까지 반발하는 바람에 독립은 무산됐고, 오히려 이라크 중앙정부의 공격을 받아 유전 지대인 키르쿠크 지역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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