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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

국정원 출신 친목모임 양지회장 송봉선

‘정보요원’ 생활 27년 동안 그가 겪은 사노맹 검거 등 秘話 고백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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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배’ 최종흡·김승연 재판을 빠짐없이 방청한 ‘의리파’
⊙ ‘DJ 비자금 뒷조사’ ‘국정원 댓글사건’은 언젠가는 재조명돼야
⊙ 양지회원들의 수사 상황 적은 메모 한 장 때문에 檢 조사 받아
⊙ “국정원 ‘메인 서버’에 담겼던 극비자료, 변호사·검사들에게 유출”
⊙ 사노맹과 조국, 그리고 ‘박노해 검거’
⊙ ‘이름 없는 별’ 중 한 명인 故 최덕근 영사 暗殺 비화
⊙ 장승길 이집트 주재 北대사 아들 만나 ‘망명 의사’ 최초 포착
⊙ 2018년 한 해에만 1200여 명 脫北… 文 정부하에서도 이어지는 ‘탈북 러시’

宋鳳善
1946년생. 양정고, 고려대, 연세대 대학원 졸업 / 駐사우디대사관 서기관, 駐이집트대사관 영사관·참사관, 국가안전기획부 북한연구조사실 중국팀장·단장, 인하대 초빙교수, 고려대 북한학과 겸임교수, 북한연구소 소장 역임 / 저서 《사생활로 본 김정일》 《김정일 철저 연구(일어판)》 《북한은 왜 멸망하지 않는가》 《중국을 통해 북한을 본다》 등
  국가정보원(국정원) 출신들의 친목모임인 사단법인 양지회는 문재인 정권 출범과 함께 불어닥친 이른바 ‘적폐청산’의 유탄을 맞았다.
 
  ‘국정원 댓글사건’에 양지회 회원들이 개입했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양지회는 압수수색을 당하는 한편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을 누구보다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본 이는 송봉선(宋鳳善·73) 양지회장이다. 조사 대상자 중 대다수가 송 회장의 국정원 후배였기 때문이다. 송 회장도 자택을 압수수색당하는 한편, 검찰에 불려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양지회가 ‘융탄폭격’을 맞았음에도 송 회장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일간지에 “北 ‘해킹 외화벌이’ 대응 강화해야” “文·金 공조가 한·미 동맹보다 우선인가” “국정원 對共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는 제하의 칼럼을 꾸준히 게재하며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과 대북정책을 매섭게 비판했다.
 
 
  의리파
 
국가정보원 청사.
  취재차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송봉선 회장이지만, 그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은 건 ‘DJ 비자금’ 의혹을 취재하면서다. 송 회장은 최근 ‘DJ 비자금을 뒷조사했다’는 혐의(국고 손실 등)로 구속수감된 최종흡 전 국정원 차장과 김승연 대북전략국장 재판을 빠짐없이 방청했다. 재판을 방청하러 갔을 때, 그에게 인사를 건네면 으레 “어이, 조 기자 왔어?”라며 안부를 물었다. 송 회장이 매번 방청한 이유는 간단했다. 두 사람 다 ‘아끼는 후배’여서다. 전직 국정원 관계자들은 그런 송 회장을 ‘의리파’라고 입을 모은다.
 
  1973년 중앙정보부에 입부(入部)한 그는 중동(中東) 등지에서 해외 정보관 생활을 오래했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시절엔 북한연구조사실 단장을 맡아 대북 정보 분석에 있어서도 전문가로 불린다. 2000년 국정원에서 퇴직한 그는 현직 시절의 전문성을 살려 북한 관련 서적도 다수 집필했다.
 
  송 회장은 올해 말, 3년 임기의 양지회장직을 마무리 짓는다. 송봉선 회장으로부터 재임 중 겪은 ‘양지회 수사’를 비롯해 국정원을 개혁 대상으로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시각, 현직 시절의 비화(秘話) 등을 들어봤다.
 
  ― 2017년 양지회가 ‘국정원 댓글사건의 본산(本山)’이라는 식의 보도가 나와 떠들썩했는데, 곧 잠잠해졌습니다.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댓글과 국정원 특활비까지 포함해 총 39명의 전·현직 국정원 직원이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죠.”
 
  ― 그중 인신구속된 사람은 몇 명입니까.
 
  “22명이죠. 재판 과정에서 집행유예로 나온 사람도 있고, 구속기간 만료로 나온 사람도 있어요. 1년에서 1년 6개월 형 받은 분들은 거의 다 만기 출소한 상태예요.”
 
  ― 전직 국정원 심리전단장들이 주로 고초를 겪고 있던데요.
 
  “‘댓글 혐의’를 받은 유성옥 전 단장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받아 수감 상태입니다. 민병주 전 단장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았고요.”
 
  ― 양지회에서 전·현직 간부 중 직접적인 혐의를 받은 사람은 누군가요.
 
  “전직 양지회장 두 명 중 한 명은 집행유예, 다른 한 명은 무죄를 받았어요. 전직 기획실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메모 하나로 검찰에 불려가
 
2017년 8월 23일 서울 서초구 양지회 사무실에서 국가정보원 댓글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전직 회장들이야 전(前) 정권 시절 회장을 지냈으니 이해가 가는데, 본인은 왜 조사를 받은 겁니까.
 
  “한창 검찰 조사가 이뤄질 때 양지회 차원에서 대책회의를 연 적이 있어요. 대책회의라기보다는 티타임 수준의 간담회였죠.”
 
  ― 그게 조사받을 이유가 됩니까.
 
  “그때 내가 A4 용지 한 장 분량으로 조그맣게 메모를 한 게 있어요. 누가 어떤 이유로 조사를 받았고, 어떻게 됐는지를 적은 메모였죠. 그걸 가지고 검찰이 ‘왜 이런 걸 썼느냐’고 묻더라고요. 내가 ‘명색이 양지회장인데 당연히 우리 회원이 어떤 경위로 조사를 받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죠. 두 번이나 그렇게 조사를 받았어요. 우리 집도 압수수색당하고.”
 
  ― 당황스러웠겠습니다.
 
  “건수만 하나 있으면 구속하려고 그러는데…. (검찰이) 전직 회장 중 한 명에게 ‘국정원으로부터 격려금 500만원씩 받고 (양지회가) 댓글을 썼다’고 몰아붙였는데, 나중에 돈 받은 적이 없는 걸로 확인돼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죠.”
 
  ― 별건(別件) 조사로 의심되는 정황은 없었습니까.
 
  “우리 여직원 중 한 명이 컴퓨터에서 어떤 파일을 실수로 지워나 봐요. 그걸로 그 사람은 여섯 번이나 검찰에 불려갔어요. 검찰에서 여직원한테 ‘(송봉선) 회장이 (지우라고) 지시했냐’고 물어봤다는데, 내가 시킨 적이 있어야죠. 그 여직원도 ‘그런 적 없다’고 했고요. 결국 컴퓨터를 가져가 뒤지고 했는데, 특별한 건 안 나왔어요.”
 
  ― 양지회 회원들이 했다는 댓글 조작이 말 그대로 조직적인 거였습니까.
 
  “난 몰랐는데, 우리 사무실 지하에 컴퓨터가 두 대 있었대요. 회원들이 사무실 오면 가지고 놀던, 뭐 그런 거였나 봐요. 거기서 뭘 좀 한 거 같더라고.”
 
  ― 문제의 댓글을 읽어봤는데, 대선(大選) 당락에 영향을 주는 그런 내용이라고 보십니까.
 
  “그런 건 아니죠. 좌파들의 체제 전복 활동을 비판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국정원 퇴직자 중 김모라는 사람이 ‘(국정원이) 안가(安家)에서 댓글 작업 하고 있다’고 현직 여직원을 고발하는 바람에….”
 
 
  사노맹과 조국, 그리고 ‘박노해 검거’ 秘話
 
1991년 3월, 안기부 수사관들이 박노해가 조직원들과 함께 각종 남한사회주의 노동자동맹(사노맹) 관련 유인물을 만들어온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지하인쇄소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그 국정원 여직원이 고초를 겪었죠.
 
  “민주당 인사들이 그 여직원 오피스텔로 몰려갔잖아요. 나중에 보니 민주당을 직접 겨냥한 댓글이라기보다는 좌파 세력의 준동을 비판한 댓글에 불과했어요. 사실 국정원이라는 데가 뭐하는 뎁니까. 좌파들의 활동에 맞대응하는 곳 아닙니까. 지금은 일이 이렇게 돼버렸지만, 이 사건은 언젠가 반드시 재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얼마 전 출소한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최근에 만나봤습니까.
 
  “만났죠.”
 
  ― 무슨 얘기를 나눴습니까.
 
  “이병기 원장 얘길 들어보니깐 박근혜 전 대통령하고 독대(獨對)를 못 해봤대요. 이병호 원장도 아마 독대를 몇 번 못 한 것 같아요. 원세훈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수시로 만났거든요. 대통령은 정보 수장(首長)인 국정원장의 얘길 들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좀 부족했던 게 아닌가….”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터뷰 당시 후보자 신분)로 인해 정국이 시끄럽습니다. 조국 후보자가 연루됐던 ‘사노맹 사건’에 대해 과거 안기부 수사관 얘길 들어보니 ‘평생 그렇게 적발하기 어려운 공안사건은 처음이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어땠습니까.
 
  “일단 조국씨의 역할은 그리 별 볼 일 없었어요. 사노맹에 가입한 게 아니라 사노맹의 연구단체 격인 ‘남한사회과학원’에서 사회주의 관련 유인물을 제작하는 정도에 불과했죠. 수사망에 들어왔을 때에도 안기부는 (조국씨에 대해)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았고요.”
 
  ― 그때 안기부가 동원한 수사 인력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하던데요.
 
  “주범은 박노해 부부, 그리고 백태웅이었죠. 수사에 관여했던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노해 검거 과정이 재밌었다고 해요. 박노해가 하도 신출귀몰하니까 수사관이 머리를 썼어요. 박노해 아내한테 ‘당신 남편이 어디서 연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속임수를 쓴 거죠. 그 얘길 듣고 아내가 화나서 남편의 소재지가 어딘지 밝혔다고 하더라고요. 그 덕에 검거할 수 있었던 거죠.”
 
 
  “DJ 비자금 뒷조사 재판, 본말이 전도”
 
‘DJ 비자금 뒷조사’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최종흡 전 국정원 2차장. 사진=조선DB
  ― 얼마 전 ‘DJ 비자금 뒷조사’ 관련해 최종흡 국정원 차장과 김승연 대북전략국장의 1심이 마무리되지 않았습니까. 결국 1심에서 두 사람 모두 실형을 받았습니다.
 
  “본말이 전도된 판결이라는 게 내 생각입니다. 당시 도○○ 미국 시애틀 영사가 보내온 DJ 비자금 관련 첩보를 최종흡·김승연 두 사람이 맡아 조사한 게 답니다. 왜 조사를 했냐? 첩보의 내용이 ‘DJ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돈 중 일부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려는 정황이 있다’는 거였기 때문입니다. 의심되는 비자금의 총액은 ‘13억5000만 달러’였고, 그중 ‘1억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간다는 게 도 영사의 첩보였어요. 국정원은 그걸 응당 추적해야 할 의무가 있죠. 손 놓고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근데 재판부는 사안의 본질은 간과하고 회계 처리의 미비만 가지고 두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 당시 ‘원세훈 국정원’이 관련 ‘수표 사본(寫本)’을 확보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월간조선》이 그에 대해 보도를 했습니다만.
 
  “제일 중요한 게 그겁니다. 1억 달러 수표 사본이 존재하는 것과 그 수표를 인출하기 위해선 네 사람의 코사인(co-sign·공동서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 네 사람이 누군지도 재판에서 언급됐어요. 사인한 장소인 한 호텔, 거기다 사인한 증서(證書)까지 다 입수했다고 해요. 증거가 명확한 셈이죠. 그런 건 안 따져보고 무슨 회계 처리 미비 어쩌고….”
 
  ― 도○○ 전 영사는 최종흡·김승연에게 유리하게 진술하지 않았습니까.
 
  “유리하게 했어요. 유리하다기보다는 사실대로 얘기했죠. 근데 그렇게 말해봐야 뭐해…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 DJ 일가와 친분이 깊고,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A씨를 만났더니 비자금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입니다.
 
  “그렇겠지. DJ 일가가 다치니까. A씨는 조사를 받았나?”
 
  ― 참고인 조사도 받은 적이 없답니다.
 
  “그렇다면 DJ가 흠집 날까 봐 국정원 쪽만 치는 거 아닌가. 말이 안 되는 얘기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회계가 본질이 아니고 ‘DJ 비자금과 그중 일부가 북한으로 유입되려는 정황이 있었다’가 본질이죠. 언젠가 다시 조사해서 《월간조선》이 또 특종하세요.”
 
  ― 최종흡·김승연 두 사람 면회도 갑니까.
 
  “엊그제도 갔어요.”
 
  ― 최종흡 차장과 김승연 국장은 어떤 성격의 소유자입니까.
 
  “열심히 하는 친구지. 최종흡은 과거 이병호 국정원장이 말레이시아대사로 있을 때, 거기서 같이 일해서 두 사람이 가까워졌죠. 최종흡씨는 러시아에도 있었고요. 열심히 일하는 친구야. 의리도 있고요. 김승연은 나랑 같이 일했는데, 육사를 나오고 아주 똑똑한 사람입니다. 그 일만 없었으면… 미국의 어느 회사에서 일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출소하면) 머리가 좋은 친구라 잘될 거예요.”
 
 
  文 정부 국정원 개혁은 잠복 중… 총선 승리하면 再浮上할 수도
 
2019년 5월 28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항의 방문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만찬 회동에 대해 “국정원의 정치 관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며 서 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국정원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국정원 적폐청산위원회’가 ‘슈퍼컴퓨터를 열람해 비밀자료를 열어봤다’는 등 의심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걸 원(院) 내부에서는 흔히 ‘메인 서버’라고 부르는데, 그걸 열었다는 거잖아요. 그래 뭐, 서버를 열어서 보는 건 그렇다 칩시다. 문제는 그 자료가 특정 변호사는 물론, 판사들의 사무실에까지 들어가 있다는 거죠.”
 
  ― 극비자료가 그런 식으로 유출돼 있다고요?
 
  “일부가 그렇게 가 있나 보더라고. 보안상 문제가 커요. 아무리 적폐청산이 중요하다고 해도 대외비(對外秘) 자료를 그렇게 다루면 안 되죠.”
 
  ― 한창 적폐청산 운운할 때, 이 정부가 국정원의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잠잠해졌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국내 정보 파트를 없앤다면서 그 얘기가 나온 건데, 사실 국정원은 그 어떤 이름을 써도 상관은 없어요.”
 
  ―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 의지가 퇴색했다고 봐도 되는 겁니까.
 
  “퇴색이라기보다는 현재는 개혁 드라이브를 잠시 중단하고, 잠복하고 있는 걸로 보여요. 내년에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다시 또 수면으로 떠오를 수 있어요.”
 
  ― 국내 정보가 막혀 있다 보니 서훈 국정원장도 (국내) 정보에 목말라하는 거 같습니다.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을 만난 것만 봐도 그렇고요. 최근엔 ‘문재인 국정원’도 민간인 사찰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게 다 국내 정보 수집이 안 돼 빚어진 문제 아닙니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있죠. 정보기관이 국내 정보 수집을 안 한다고 그게 되겠습니까. 중요한 건 두 사람(서훈·양정철)이 만난 자리에서 어떤 정치적 밀약(密約)이나 국정원이 선거에 도움 주겠다는 얘기가 없었어야죠. 그간의 약속이랑 배치되니까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조국씨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하는 일을 유심히 봤는데 옛날 국정원이 하던 일을 하고 있더랍니다. 이게 뭘 말하는 거겠습니까.”
 
  ―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이 마치 정치 개입으로 비친 감이 있죠.
 
  “국내 정보 수집을 안 한다고 국정원이 공언했지만, 정보라는 건 국내외·대북 정보가 전부 같이 맞물려 돌아갑니다. 국내 정보는 반드시 해외나 북한으로 연결되기 마련입니다. 이 세 개는 떼려야 뗄 수가 없어요. 국정원이 절대로 해선 안 되는 게 바로 선거에 개입하는 겁니다.”
 
 
  ‘이름 없는 별’ 중 한 명, 故 최덕근
 
2018년 7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원 청사에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조형물 앞에서 묵념을 한 후 방명록을 남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서훈 원장 얘기가 나와서 여쭤봅니다. DJ 정부 시절 국정원 고위직을 지낸 사람에게 물어보니 서 원장 자체는 ‘나이스(nice)하다’고 하던데요.
 
  “흔히 말하는 왼쪽 성향은 아니에요. 지금 저쪽 진영에 속해 있으니까 아무래도 성향이 그렇게 비치는 감은 있죠. 성격도 원만하고 괜찮은 사람이에요. 서훈 원장을 훈육한 훈육관도 그렇게 평가하고요. 운동도 만능이었다고 해요.”
 
  ―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마찬가지로 안기부 시절 ‘학원사찰’ 업무를 하지 않았습니까.
 
  “학원과에서 근무했었죠. 거긴 잠깐 있었고, 그다음엔 남북대화 담당하는 전략국에 있었어요.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일을 맡아 2년가량 북한에 가 있었죠.”
 
  ― 그때 북한에서의 행적에 대해선 별로 알려진 게 없습니다.
 
  “북한에 있었으니까 우리로선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죠.”
 
  ― 서훈 원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세 정권에 몸담으며 남북정상회담을 세팅한 주역(主役)입니다. 북한 김정일은 생전에 ‘서훈 동지’라고 부르면서 서 원장의 안부를 묻곤 했다는데, 왜 그랬을까요.
 
  “글쎄… 유능하니까 ‘저만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 아닐까. 뭔가 좋아할 만한 구석이 있었겠죠.”
 
  ― KEDO에 있을 때 북한 고위층과도 안면이나 교분을 쌓지 않았을까요.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그럴 수도 있죠.”
 
  ― 국정원 원내에 ‘블랙요원(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요원)’ 임무를 수행하다가 순직한 이들을 위해 세운 ‘이름 없는 별’이란 조형물이 있지 않습니까. 이들이 수행한 임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잘 알겠지만 보안상 요원들의 개별 활동에 대해선 밝힐 수 없어요.(웃음) 《조선일보》 기자도 그것 좀 자세히 알려달라고 그랬는데 알려줄 수 없었어요.”
 
  ― 몇 개만이라도 좀….
 
  “생각이 잘 안 나네. 원(院)에서도 보안사항이라 안 알려주려고 합니다. 《조선일보》 기자도 못 얻고 돌아갔다니까요.”
 
  ― 그중 한 명이 1996년 북한에 의해 암살된 최덕근(당시 블라디보스토크 영사)씨 아닌가요.
 
  “최덕근을 알아? 최덕근씨는 원래 우크라이나 영사를 하다가 블라디보스토크로 명령이 나서 갔다가 변(變)을 당했어요.”
 
  ― 최덕근 영사도 원래 국정원에서 오랫동안 정보분석하던 분 아닙니까.
 
  “그 사람 애널리시스(analysis·분석) 하던 분인데 안타깝게도 안전에 조금 소홀한 면이 있었죠. 너무 안됐지.”
 
  ― 안전이요?
 
  “그 양반이 안타까운 게 원래 새 임지에 부임하면, 보안시설이 다 돼 있는 전임자의 숙소로 입주하는 게 관례예요. 근데 최 영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새 집으로 들어갔대요. 문제는 그 집이 CCTV가 제대로 안 돼 있었던 모양이더라고. 보안이 허술했던 거지. 그래서 북한 놈들이 냄새를 맡고 살해한 거 같아요.”
 
 
  장승길 駐이집트 北대사 망명 비화
 
장승길 전 이집트 주재 북한 대사. 사진=KBS 뉴스 캡처
  ― 이듬해 황장엽 북한노동당 비서와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가 망명했는데, 장승길 대사 건(件)은 본인이 관여하신 거 아닙니까.
 
  “내가 (관여하고) 있었죠. 사실 장승길 아들 중에 장철민이라고 있어. 걔가 이집트 영국문화원에 영어를 배우러 오곤 했어요. 그때 아마 열일곱 살이었을 거예요. 담배도 피우고 그랬는데…. 근데 그놈이 우리 대사관저에 전화를 해 ‘내가 북한대사 아들인데 남조선으로 가고 싶다’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만나서 ‘너 정말 (남한으로) 가고 싶어?’ 그랬더니 ‘가고 싶다’고 그래요. 왜냐고 물으니까 ‘조선이 싫다’고 하더라고요.”
 
  ― 그랬더니요.
 
  “본부(안기부)와 장철민을 국내로 송환할지 여부를 두고 의논을 했습니다. 본부 입장은 ‘(장철민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국제 분쟁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였어요. 납치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러는 와중에 장철민이 이스라엘로 튀었어요.(웃음) 아마 미국하고 접선(接線)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캐나다로 간 거까지 확인했는데 그 뒤는 모르겠어요.”
 
  ― 장승길 대사는요?
 
  “그로부터 얼마 안 있다가 장승길이 탈출한 겁니다. 난 장승길을 이집트공항에서 만난 적도 있어요.”
 
  ― 그건 장승길 망명이 이뤄질 때의 얘긴가요.
 
  “그전에 우연히 봤을 때 얘기죠. 그때 장승길더러 ‘여긴 어쩐 일입니까. (김일성·김정일) 배지가 좋아 보입니다’라고 농(弄)을 하니까 ‘에티오피아에서 손님이 와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하대요. 그러더니 나한테 ‘여기(이집트)에 한국 사람 많이 나와 있죠’라고 물어봅디다. 내가 ‘많이 있습니다’ 했더니 ‘그 사람들 돈은 얼마나 받습니까’라고 또 묻대. ‘한인 식당 주방장의 경우, 한 3000달러 받습디다’ 했더니 ‘어이구, 그렇게 많이 주느냐’며 놀라더라고.(웃음)”
 
  ― 실제로 그렇게 많이 줬어요?
 
  “맞아 그랬어. 사실 북한대사 봉급이 얼만지 내가 빤히 알았거든. 그때 북한대사 봉급이 250~300달러 정도였어요. 그 돈 가지고 생활이 불가능하죠. 담배나 술을 ‘프리숍(free shop)’에서 싸게 사 갖고 시중에 비싸게 팔면서 이익 챙기는 게 일이었어요.”
 
  ― 결국 쪼들리는 생활비와 아들 때문에 장승길이 탈출을 감행한 거군요.
 
  “그때 장승길의 친형이 프랑스 북한무역대표부 대표로 있던 장승호였어요. 장승길이 장승호한테 연락해 형제가 같이 미국으로 갔죠. 그 뒤로 우리가 심문을 요청했는데 미국이 거절해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우리가 관여도 못 했고요. 아마 아들하고 부인하고 다 같이 미국 정부의 보호하에 살고 있는 거 같아요.”
 
  ― 장승길 부인이 북한에서 유명한 배우였죠.
 
  “유명한 북한의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에 나오는 배우 최혜옥이었지. 굉장한 미인(美人)이고 키도 커요.”
 
 
  “‘흑금성’ 김정일 안 만나… 만나줄 級 아냐”
 
  ― 작년에 개봉해 화제가 된 영화 〈공작〉 아시죠. 영화의 실제 주인공 ‘흑금성’ 박채서가 벌인 대북공작 역시 본인이 직접 관여했던 걸로 압니다.
 
  “관여라기보다는… 뭐 잘 알곤 있죠.”
 
  ― 박채서가 ‘김정일을 만났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만난 거 맞습니까.
 
  “안 만났어. 박채서 본인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 정도 급(級)은 김정일이 만나주질 않아요.”
 
  ― 당시 안기부도 박채서의 움직임을 다 파악하고 있었죠.
 
  “그렇지. 그때 대선(1997년)을 앞두고 있었잖아요. 박채서가 우리랑 일을 벌이면서 동시에 정치권 유력 인사들하고도 선(線)이 닿아 있더라고요.”
 
  ― 일종의 ‘이중 플레이’ 같은 건가요.
 
  “보기에 따라선 그렇죠. 영화에서는 흑금성이 북한에 가 김정일을 만나고, ‘총풍(銃風)사건’을 기획했다는 식의 얘기도 나오던데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북한에서 광고 촬영권을 얻어 사업을 하겠다는 게 다였지, 그 외에는 사실이 아니란 점을 알아야 합니다. 다만, 북한은 박채서를 이용해 선거 정국에서 나오는 정보를 좀 얻으려고 한 거 같아요. (박채서는) 그 이후에 작전교범을 현역 육군 소장한테 건네 받아 북한에 준 걸로 한 번 더 걸렸을걸요?”
 
  ― 자신의 3사관학교 선배인 현역 소장한테 받아 유출한 걸로 2010년 구속됐죠. 그 장성(將星)은 보직해임돼 구속됐고요. 중장 진급을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장성씩이나 된 사람이 아무리 공개된 교범이라고 해도…. 그건 말이 안 되지. 잘못된 거죠.”
 
  ― 총풍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그건 ‘김영삼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연관됐던 거 아닙니까.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공작원하고 접촉해 ‘이회창씨 당선을 위해 휴전선에서 총을 쏴달라’고 부탁한 경남 마산 출신의 B씨를 안기부가 검거했죠. 우리(안기부)가 정보 수집을 통해 처음 포착한 겁니다. 당시 안가가 꽉 차 있어 내가 우리 부(部)의 정모 심문관한테 ‘김포공항에서 B의 신병을 인수한 뒤 모텔로 가 조사하라’고 지시했어요. 사실 총풍은 안기부하고는 전혀 무관해요. B씨가 ‘청와대 비서관 누구누구하고 친분이 있었다’는 얘기만 있을 뿐이죠.”
 
  ―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총선 직전, 안기부 예비비를 선거자금으로 썼다는 이른바 ‘안풍(安風)사건’도 있었습니다. 강삼재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 그 돈을 받아 지구당(현재의 당협위원회)에 뿌렸다는 건데요.
 
  “국회 차원에서 돈을 받아 여당이 쓴 건 확실해요. 중요한 건 (안기부 돈을) 여당만 받아 쓴 게 아니라는 거지.”
 
  ― 김대중씨가 총재던 새정치국민회의나 김종필씨가 이끌던 자유민주연합도 받아 썼다는 얘긴가요.
 
  “여당이 좀 더 많이 받았겠지만 야당도 받아 썼어요. 지금은 큰일 날 일이지. 하지만 그 당시에는 안기부 돈을 여야(與野)가 나눠 쓰는 게 별문제가 없었나 봐요. 나도 국회 예결위원장 출신 중진 국회의원한테 들은 거예요.”
 
 
  지금도 ‘탈북 러시’는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북한 동향을 계속 분석하고 있는 송봉선 회장은 “보도가 안 돼 그렇지 지난해에만 1200여 명의 북한 주민이 탈북했다”고 귀띔했다. 통상 2000명 수준이던 데 비해 감소한 수치지만, 문 정부하에서도 남한으로 향한 ‘탈북 러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렇듯 북한 정권이 무너져가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숨통 틔워주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요지의 비판도 했다. 그의 말이다.
 
  “이 정부는 북한에 맹목적이에요. 대화에 굶주려 있어서 그런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유리잔같이 조심스럽게 다루려고만 해요. 반면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를 비난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요. 문재인 정부를 이용해 어떻게든 제재 국면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는데, 우리 정부는 그런 북한에 기대나 하고… 걱정이 커요.”
 
  송 회장은 “오는 11월 부산에서 ‘한(韓)-아세안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이때 정부가 전격적으로 김정은을 초청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한반도 무대’를 넘어 김정은을 ‘국제 무대’에 데뷔시켜준다는 의미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내년 총선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의 방남(訪南)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재선(再選)을 앞두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카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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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재광    (2019-10-03) 찬성 : 0   반대 : 0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 하신 님의 삶에 한없는 경의를 표합니다. 건강 하시고 여생 편안 하시길 기원 합니다.

20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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