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은 핵 포기하지 않을 것… 경제위기 탈출 위한 술수일 뿐”
⊙ “문재인은 역대 가장 소통이 안 되는 대통령… 박근혜보다 심해”
⊙ 現 정부에 북핵보다 중요한 건 서민경제
⊙ 보수의 최우선 과제는 ‘젊은 리더’, “프랑스, 캐나다 같은 젊은 리더 우리는 왜 못 내나”
⊙ “지금 보수는 더 떨어질 곳이 없는 최악의 상태, 이제 올라갈 준비 해야”
⊙ “문재인은 역대 가장 소통이 안 되는 대통령… 박근혜보다 심해”
⊙ 現 정부에 북핵보다 중요한 건 서민경제
⊙ 보수의 최우선 과제는 ‘젊은 리더’, “프랑스, 캐나다 같은 젊은 리더 우리는 왜 못 내나”
⊙ “지금 보수는 더 떨어질 곳이 없는 최악의 상태, 이제 올라갈 준비 해야”
청와대 민정수석, 총무처장관을 거쳐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국회의원(3선)으로 국가보안법 보호에 앞장섰던 김용갑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려 왔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1996년부터 2008년까지 3선(15·16·17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국가보안법 수정 반대, 한나라당의 보수성 강화를 주장했다. 2000년 국회에서 여당이던 새정치국민회의를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말했던 사건은 그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18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그는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는 각계 원로들의 모임인 7인회(강창희·김기춘·김용갑·김용환·안병훈·최병렬·현경대)의 멤버로 알려졌다. 현재 자유한국당 상임고문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북한은 핵 포기하지 않을 것”
1936년생으로 올해 83세인 김 고문은 “위기에 처한 보수가 뼈를 깎는 개혁을 해야 하는데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이 나서서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지 않으냐”면서도 “나라 돌아가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경청하지 않고 혼자서만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국가보안법의 수호자로 불리고 있는데, 요즘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북핵폐기와 종전선언, 통일 등 장밋빛 단어들이 즐비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평화 싫어하고 통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북핵이 폐기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가능하지 않은 걸 허울 좋은 말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거죠.”
— 핵 폐기와 평화통일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십니까.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 아닙니까?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죽도록 고생해서 만든 핵을 이런 회담 몇 번으로 하루아침에 버릴 거라고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거죠. 북한의 모든 행위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경제문제와 고립이라는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술수를 부리는 겁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순진하다고 보시는지요.
“순진한 건 아닌 거 같고 (위기탈출이라는) 김정은과 같은 목표겠지요. 목표는 같아도 생각하는 건 다르겠지만요. 근데 원래 좌파들은 핵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통일되면 핵무기가 우리 것 아니냐는 생각들을 하는 게 좌파입니다. 그래도 평화가 있으면 (남북이) 공동발전할 거라는 이상한 논리만 갖고 우리나라의 운명과 진로를 대통령 혼자 좌지우지하고 있잖아요. 북핵과 관련해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각계각층에 물어봐야 되는데 국가 운영을 혼자 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 자신은 평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싱가포르에 가서 종전선언 운운한 것도 보세요. 지금 종전선언할 분위기입니까. 핵부터 동결시키고 폐기시키면 충분히 종전선언할 수 있죠. 그런데 핵 때문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이야기는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잖아요.”
— 문재인 대통령도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역대 가장 소통 안 되는 대통령이 문 대통령입니다. 아직 취임한 지 1년여밖에 안 됐는데 청와대 들어가더니 귀를 닫아 버렸어요. 주변 사람들이 소통을 차단하고 듣기 좋은 얘기만 하는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도 더 소통이 안 된다고 봅니다. 평상시 아무 문제가 없을 때는 괜찮지만 지금 보수세력이 보기엔 남북관계 때문에 최대의 위기상황 아닙니까. 지금 평화를 얘기할 때가 아닌데 대통령이 평화와 종전선언을 외치고 있으니 나라 걱정에 잠이 안 온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제가 가장 문제
김용갑 고문은 “북핵 등 남북관계도 걱정되지만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라고 말했다.
“원래 자본주의 시장경제라 하는 것은 그 원리가 작동을 해야 되는 겁니다. 어떻게 정부가 세금을 퍼부어 임금을 올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가 있습니까. 그게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주장하는데 전혀 검증되지 않은 정책입니다. 1990년대 후반에 일본 민주당이 집권해 비슷한 정책을 썼다가 3년여 만에 두손 두발 다 든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죠.”
— 현 정부가 자본주의의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죠?
“경제는 시장경제의 기본대로 가야 합니다. 정부가 자기들 생각대로 가치를 존중한다, 그런 식으로 경제를 끌고가고 국가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면 사회주의 국가들이 왜 다 못살게 되고 무너졌겠습니까. 실용주의나 여러 가지가 복합돼야 발전하는 겁니다. 현 정부 경제방향이 완전히 잘못됐어요. 이걸 땜질로 일자리를 만든다 임금을 올린다, 이건 아주 잘못된 겁니다. 그걸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기업의 기를 살린다? 기업 다 죽여 놓고 무슨 기를 살립니까.”
— 현 정부는 친기업이라기보다는 친노동자 성향입니다.
“진정으로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정부라면 그나마 괜찮죠. 집 옆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는데 주인이 요즘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주변 소상공인들도 똑같은 반응이에요. 최저임금을 올리면 서민은 죽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 서민정책은 민노총 같은 노동단체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소상공인 같은 일반적인 서민들은 그런 노동단체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경제가 실패하면 모든 게 다 실패하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남북문제니 이런 걸 갖고 덮고 넘어가는데 올 가을쯤 되면 모두가 체감하게 될 겁니다. 너무 늦었어요. 이제 와서 정책을 수정할 수도 없고, 수정하려고 하면 그들 내부에서 문제가 불거지겠죠. 진퇴양난에 빠질 겁니다.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결단력이 있었습니다. 내부 세력이 반대해도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면 돌파해 나갔어요. 그런 결단력이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요.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 문재인 정부는 서민을 위하는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고 있습니다.
“서민을 위하고 소득격차를 줄인다는 거, 참 좋은 말이고 어느 정권이 하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데 방향을 잘못 잡아 놓았으니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역작용이 생기는 겁니다. 우선 ‘일자리 정부’라고 했는데 지금 보세요. 결국 부끄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까. 일자리는 안 늘어나고, 근로자는 수입이 줄고, 소상공인들은 망하게 생겼습니다.”
보수는 최악의 상태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지금 위기를 맞은 보수세력을 보는 시각은 어떨까.
“물론 보수정권이 잘못한 게 많습니다. 한두 가지 잘못한 게 아니죠. 그런데 지금도 각성을 못해서 국민 모두가 질타하고 있잖아요. 반성만 하면 뭘 합니까. 개혁할 의지가 보이질 않아요.”
— 지금도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습니다. 상임고문단에 자문을 구하는 회의나 연락은 없습니까.
“그런 걸 한들 당에서 누가 지금 상임고문들 얘기를 듣겠어요? 오히려 나이 든 사람들 나서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보수가 최악의 상태입니다. 더 이상 내려갈 밑바닥이 없어요. 지금부터 올라갈 수 있는데, 제일 문제는 이걸 이끌 수 있는 리더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나한테 묻는다면 무조건 젊은 리더를 만들어야 된다고 할 겁니다. 프랑스 마크롱 같은 사람 있으면 키우고 앞세워서 신뢰를 얻고 개혁해서 국민의 지지를 얻는 그런 길밖에 없어요.”
— 자유한국당이 그런 개혁을 스스로 하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그(당) 안에 있다 보면 생각이 다릅니다. 나도 있어 봤지만 자기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당찬 리더 하나 세워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 당을 개혁할 수 있는데 그 길을 왜 제대로 가지 못하는 건지요.”
— 지금까지 나왔던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후보와 개혁안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땜질 식이죠. 사람 치는 게 개혁이 아닙니다. 의원들의 불출마선언이고 일선후퇴고 지금 큰 의미가 없어요. 당이 개혁을 하고 적폐한테는 공천 안 주면 되는 거죠. 다음 총선에서 공천 잘하고 국민에게 심판받으면 됩니다. 먼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게 중요합니다.”
— 불출마선언 같은 걸 식상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국민들이 인정할 만한 보수개혁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그런 아이디어를 내는 게 보수세력 내의 과제인데, 그걸 안 하니까 방법이 없다면서 주저앉고 있는 겁니다. 비대위원장 후보를 고른다면서 그런(식상한) 사람들을 고르고 말입니다. 비대위가 임시조처는 되겠지요. 문재인 정부가 사실 앞으로 성공할 확률이 좀 없으니까 그런 기대를 갖고 보수세력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생각일 겁니다.”
보수 스스로 신뢰 얻어야
그는 보수세력이 현 정부의 대척점이라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진보의 대척점으로서의 보수가 아닌, 스스로 신뢰받는 보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세력이 현실에 맞는 정책과 인물을 내놓아야 합니다. 지금 복지 같은 정책은 상당히 진보성향으로 치우쳐 있지 않습니까. 이걸 당장 해소하기는 어려워요. 기조는 지키되 과도하게 우리 경제와 사회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대안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책임이 보수에게 있는 겁니다.”
— 제1야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참 안타깝습니다. 좋은 말, 맞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그 말의 내용이 국민들에게 신뢰가 갈 수 있도록 언변을 구사해야 하는데 그걸 못한 거죠. 품위가 그렇게 없을 수가 없어요. 말로 천냥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상대방이 맘에 안 들어도 덕담도 하면서 달래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냥 감정적으로 행동을 하다 보니 다 싫어하잖아요. 진보는 물론 보수도 싫어하는 사람이 돼 버렸습니다. 옳은 얘기가 전달이 안 되니 안타까웠어요.”
— 홍 전 대표의 입장 자체는 지지합니까.
“좌파정권을 지적하는 용기도 있고 방향도 옳았어요. 그런데 주변을 설득하고 국민 동의를 받는 방법이 틀렸던 겁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그런 식으로 하면 지지받을 수 있겠어요?”
— 요즘은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SNS를 통해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김문수도 인간적으로 좋아합니다. 국회 들어갈 때만 해도 완전히 좌파였어요. 한나라당 시절 함께 의정활동할 때 김문수는 완전히 왼쪽, 나는 완전히 오른쪽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김문수가 완전 우파, 나는 안보만 빼면 우파라고 보긴 어려운 이런 상황이 됐네요.”
— 스스로 우파가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안보 분야에는 완전히 우파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합리적 보수라고 생각해요. 보수는 과격하면 안 됩니다. 보수는 시대상을 외면하거나 전복하려 하면 안 되고 이 시대의 바탕에서 뭔가를 해 나가야 합니다. 아무리 강한 진보정권이라 해도 보수가 과격하게 나가면 지지를 받을 수 없어요. 보수의 가치는 그런 겁니다.”
새 리더 키우는 게 나이 든 사람들의 역할
— 위기의 보수를 위해 ‘보수의 아이콘’이 스스로 나설 생각은 안 하십니까.
“지금도 나서 달라며 찾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내가 나선들 보수가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들지 않겠어요? 젊은 사람이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보수에서 젊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시선이 가지 나이 든 사람이 앞에 나서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면 뭐가 되겠습니까.”
— ‘김용갑’이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지 않습니까.
“보수는 젊은이들을 앞장세워서 키워야 하고, 그게 우리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눈이 가는 젊은 보수 리더감이 있습니까.
“다들 용기가 없어 보여요. 자기의 모든 걸 버리고 나라를 위해서, 보수의 가치 실현을 위해서 나설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참 없습니다. 보수의 가치라는 걸 다들 모르지 않은데 왜 안 할까요. 나는 공직생활하면서 사표를 많이 던졌습니다. 권력을 지키려고 하고 누리려고 하면 부패하거나 망할 수밖에 없어요. 희생하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정답이 보입니다. 그런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런 용기 있는 젊은이가 그렇게 없는지 궁금해요. 젊은 사람을 내세운 호주나 캐나다, 다 잘되고 있지 않습니까.”
— 기존 자유한국당의 틀에서 벗어난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나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등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도 이미 정치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기도 했고 심하게 시달리기도 했고 소위 말하는 ‘정치권의 때’가 묻은 사람들이에요. 내가 국회 의정활동할 때 소장파였으니까요. ”
— 주변의 정치권 원로들도 비슷한 생각입니까.
“사실 그렇지 않더라고요. 나는 무조건 프랑스나 캐나다처럼 젊은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경력이나 연륜이 부족한 사람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원로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경력이 많은 건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젊은 사람에게 맡겨 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30~40대가 그런 일을 못할 이유가 있습니까.”
눈여겨본 사람은 전희경
— 자유한국당에 국회의원이 100명 넘는데, 괜찮은 리더감이 없습니까.
“한국당 국회의원들 활동하는 걸 지켜봤는데, 맘에 드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습니다. 전희경 의원은 어디서 그렇게 훈련을 받았는지 보수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고 신념이 있더군요. 보수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역사교과서 문제나 안보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아요. 공부만 많이 한 게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당차고 논리정연하고 토론도 잘하고. 누구와 붙어도 자신감이 있더군요. 그 사람 발언이 나오면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 대안이 될 수 있어요.
— 젊고 초선이다 보니 당내에서는 대안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겠습니다.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어른들 체면도 있는데’라는 소리가 나오겠지요. 보수에서 늘 하는 잘못이 그런 거예요. 젊은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오면 잔소리가 많아집니다. 그러면 국민 지지는 못 받는 겁니다.”
— 개인적으로 전희경 의원을 아십니까.
“아니오. 본 적 없습니다. 의정활동과 토론에 나온 모습을 본 게 전부인데, 어찌나 똑똑하고 신념이 있는지 다음 대통령선거도 바라볼 수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들도 다 그 나이에 총리 하고 대통령 하는데 나이가 문제가 되진 않죠.”
— 대선까지 바라보십니까.
“보수를 위기에서 구하는 잔다르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젊은 나이에도 국회에서 아무에게도 밀리지 않는 당찬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비대위원장이 안 되더라도 다음 대선에서 보수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갑 고문은 “나이 든 사람이 나서면 ‘틀딱’(‘틀니딱딱’이라는 뜻으로 노인을 폄하하는 비속어)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보수세력에서 젊은 리더와 인재들이 나와 개혁을 이끌어 나가야 보수가 살 수 있다”고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북한은 핵 포기하지 않을 것”
![]() |
김용갑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국가보안법 수호와 당 보수성 강화에 앞장섰다. |
— 국가보안법의 수호자로 불리고 있는데, 요즘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북핵폐기와 종전선언, 통일 등 장밋빛 단어들이 즐비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평화 싫어하고 통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북핵이 폐기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가능하지 않은 걸 허울 좋은 말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거죠.”
— 핵 폐기와 평화통일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십니까.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 아닙니까? 김정은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죽도록 고생해서 만든 핵을 이런 회담 몇 번으로 하루아침에 버릴 거라고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거죠. 북한의 모든 행위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경제문제와 고립이라는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술수를 부리는 겁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순진하다고 보시는지요.
“순진한 건 아닌 거 같고 (위기탈출이라는) 김정은과 같은 목표겠지요. 목표는 같아도 생각하는 건 다르겠지만요. 근데 원래 좌파들은 핵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통일되면 핵무기가 우리 것 아니냐는 생각들을 하는 게 좌파입니다. 그래도 평화가 있으면 (남북이) 공동발전할 거라는 이상한 논리만 갖고 우리나라의 운명과 진로를 대통령 혼자 좌지우지하고 있잖아요. 북핵과 관련해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각계각층에 물어봐야 되는데 국가 운영을 혼자 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 자신은 평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싱가포르에 가서 종전선언 운운한 것도 보세요. 지금 종전선언할 분위기입니까. 핵부터 동결시키고 폐기시키면 충분히 종전선언할 수 있죠. 그런데 핵 때문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이야기는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잖아요.”
— 문재인 대통령도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역대 가장 소통 안 되는 대통령이 문 대통령입니다. 아직 취임한 지 1년여밖에 안 됐는데 청와대 들어가더니 귀를 닫아 버렸어요. 주변 사람들이 소통을 차단하고 듣기 좋은 얘기만 하는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도 더 소통이 안 된다고 봅니다. 평상시 아무 문제가 없을 때는 괜찮지만 지금 보수세력이 보기엔 남북관계 때문에 최대의 위기상황 아닙니까. 지금 평화를 얘기할 때가 아닌데 대통령이 평화와 종전선언을 외치고 있으니 나라 걱정에 잠이 안 온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제가 가장 문제
김용갑 고문은 “북핵 등 남북관계도 걱정되지만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라고 말했다.
“원래 자본주의 시장경제라 하는 것은 그 원리가 작동을 해야 되는 겁니다. 어떻게 정부가 세금을 퍼부어 임금을 올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가 있습니까. 그게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주장하는데 전혀 검증되지 않은 정책입니다. 1990년대 후반에 일본 민주당이 집권해 비슷한 정책을 썼다가 3년여 만에 두손 두발 다 든 사례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걸 반면교사로 삼아야죠.”
— 현 정부가 자본주의의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죠?
“경제는 시장경제의 기본대로 가야 합니다. 정부가 자기들 생각대로 가치를 존중한다, 그런 식으로 경제를 끌고가고 국가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면 사회주의 국가들이 왜 다 못살게 되고 무너졌겠습니까. 실용주의나 여러 가지가 복합돼야 발전하는 겁니다. 현 정부 경제방향이 완전히 잘못됐어요. 이걸 땜질로 일자리를 만든다 임금을 올린다, 이건 아주 잘못된 겁니다. 그걸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기업의 기를 살린다? 기업 다 죽여 놓고 무슨 기를 살립니까.”
— 현 정부는 친기업이라기보다는 친노동자 성향입니다.
“진정으로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정부라면 그나마 괜찮죠. 집 옆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는데 주인이 요즘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주변 소상공인들도 똑같은 반응이에요. 최저임금을 올리면 서민은 죽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 서민정책은 민노총 같은 노동단체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소상공인 같은 일반적인 서민들은 그런 노동단체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경제가 실패하면 모든 게 다 실패하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남북문제니 이런 걸 갖고 덮고 넘어가는데 올 가을쯤 되면 모두가 체감하게 될 겁니다. 너무 늦었어요. 이제 와서 정책을 수정할 수도 없고, 수정하려고 하면 그들 내부에서 문제가 불거지겠죠. 진퇴양난에 빠질 겁니다.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결단력이 있었습니다. 내부 세력이 반대해도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면 돌파해 나갔어요. 그런 결단력이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요.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 문재인 정부는 서민을 위하는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고 있습니다.
“서민을 위하고 소득격차를 줄인다는 거, 참 좋은 말이고 어느 정권이 하고 싶지 않겠어요. 그런데 방향을 잘못 잡아 놓았으니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역작용이 생기는 겁니다. 우선 ‘일자리 정부’라고 했는데 지금 보세요. 결국 부끄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까. 일자리는 안 늘어나고, 근로자는 수입이 줄고, 소상공인들은 망하게 생겼습니다.”
보수는 최악의 상태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지금 위기를 맞은 보수세력을 보는 시각은 어떨까.
“물론 보수정권이 잘못한 게 많습니다. 한두 가지 잘못한 게 아니죠. 그런데 지금도 각성을 못해서 국민 모두가 질타하고 있잖아요. 반성만 하면 뭘 합니까. 개혁할 의지가 보이질 않아요.”
— 지금도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습니다. 상임고문단에 자문을 구하는 회의나 연락은 없습니까.
“그런 걸 한들 당에서 누가 지금 상임고문들 얘기를 듣겠어요? 오히려 나이 든 사람들 나서면 안 된다고 생각하죠. 보수가 최악의 상태입니다. 더 이상 내려갈 밑바닥이 없어요. 지금부터 올라갈 수 있는데, 제일 문제는 이걸 이끌 수 있는 리더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나한테 묻는다면 무조건 젊은 리더를 만들어야 된다고 할 겁니다. 프랑스 마크롱 같은 사람 있으면 키우고 앞세워서 신뢰를 얻고 개혁해서 국민의 지지를 얻는 그런 길밖에 없어요.”
— 자유한국당이 그런 개혁을 스스로 하면 좋겠습니다만.
“사실 그(당) 안에 있다 보면 생각이 다릅니다. 나도 있어 봤지만 자기 중심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당찬 리더 하나 세워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 당을 개혁할 수 있는데 그 길을 왜 제대로 가지 못하는 건지요.”
— 지금까지 나왔던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후보와 개혁안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땜질 식이죠. 사람 치는 게 개혁이 아닙니다. 의원들의 불출마선언이고 일선후퇴고 지금 큰 의미가 없어요. 당이 개혁을 하고 적폐한테는 공천 안 주면 되는 거죠. 다음 총선에서 공천 잘하고 국민에게 심판받으면 됩니다. 먼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게 중요합니다.”
— 불출마선언 같은 걸 식상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국민들이 인정할 만한 보수개혁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그런 아이디어를 내는 게 보수세력 내의 과제인데, 그걸 안 하니까 방법이 없다면서 주저앉고 있는 겁니다. 비대위원장 후보를 고른다면서 그런(식상한) 사람들을 고르고 말입니다. 비대위가 임시조처는 되겠지요. 문재인 정부가 사실 앞으로 성공할 확률이 좀 없으니까 그런 기대를 갖고 보수세력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생각일 겁니다.”
그는 보수세력이 현 정부의 대척점이라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진보의 대척점으로서의 보수가 아닌, 스스로 신뢰받는 보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세력이 현실에 맞는 정책과 인물을 내놓아야 합니다. 지금 복지 같은 정책은 상당히 진보성향으로 치우쳐 있지 않습니까. 이걸 당장 해소하기는 어려워요. 기조는 지키되 과도하게 우리 경제와 사회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대안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책임이 보수에게 있는 겁니다.”
— 제1야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참 안타깝습니다. 좋은 말, 맞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그 말의 내용이 국민들에게 신뢰가 갈 수 있도록 언변을 구사해야 하는데 그걸 못한 거죠. 품위가 그렇게 없을 수가 없어요. 말로 천냥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상대방이 맘에 안 들어도 덕담도 하면서 달래서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냥 감정적으로 행동을 하다 보니 다 싫어하잖아요. 진보는 물론 보수도 싫어하는 사람이 돼 버렸습니다. 옳은 얘기가 전달이 안 되니 안타까웠어요.”
— 홍 전 대표의 입장 자체는 지지합니까.
“좌파정권을 지적하는 용기도 있고 방향도 옳았어요. 그런데 주변을 설득하고 국민 동의를 받는 방법이 틀렸던 겁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그런 식으로 하면 지지받을 수 있겠어요?”
— 요즘은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SNS를 통해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김문수도 인간적으로 좋아합니다. 국회 들어갈 때만 해도 완전히 좌파였어요. 한나라당 시절 함께 의정활동할 때 김문수는 완전히 왼쪽, 나는 완전히 오른쪽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김문수가 완전 우파, 나는 안보만 빼면 우파라고 보긴 어려운 이런 상황이 됐네요.”
— 스스로 우파가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안보 분야에는 완전히 우파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합리적 보수라고 생각해요. 보수는 과격하면 안 됩니다. 보수는 시대상을 외면하거나 전복하려 하면 안 되고 이 시대의 바탕에서 뭔가를 해 나가야 합니다. 아무리 강한 진보정권이라 해도 보수가 과격하게 나가면 지지를 받을 수 없어요. 보수의 가치는 그런 겁니다.”
새 리더 키우는 게 나이 든 사람들의 역할
— 위기의 보수를 위해 ‘보수의 아이콘’이 스스로 나설 생각은 안 하십니까.
“지금도 나서 달라며 찾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내가 나선들 보수가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들지 않겠어요? 젊은 사람이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보수에서 젊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시선이 가지 나이 든 사람이 앞에 나서서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면 뭐가 되겠습니까.”
— ‘김용갑’이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지 않습니까.
“보수는 젊은이들을 앞장세워서 키워야 하고, 그게 우리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눈이 가는 젊은 보수 리더감이 있습니까.
“다들 용기가 없어 보여요. 자기의 모든 걸 버리고 나라를 위해서, 보수의 가치 실현을 위해서 나설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참 없습니다. 보수의 가치라는 걸 다들 모르지 않은데 왜 안 할까요. 나는 공직생활하면서 사표를 많이 던졌습니다. 권력을 지키려고 하고 누리려고 하면 부패하거나 망할 수밖에 없어요. 희생하겠다는 마음이 있으면 정답이 보입니다. 그런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런 용기 있는 젊은이가 그렇게 없는지 궁금해요. 젊은 사람을 내세운 호주나 캐나다, 다 잘되고 있지 않습니까.”
— 기존 자유한국당의 틀에서 벗어난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나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등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도 이미 정치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기도 했고 심하게 시달리기도 했고 소위 말하는 ‘정치권의 때’가 묻은 사람들이에요. 내가 국회 의정활동할 때 소장파였으니까요. ”
— 주변의 정치권 원로들도 비슷한 생각입니까.
“사실 그렇지 않더라고요. 나는 무조건 프랑스나 캐나다처럼 젊은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경력이나 연륜이 부족한 사람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원로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경력이 많은 건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젊은 사람에게 맡겨 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30~40대가 그런 일을 못할 이유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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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갑 고문이 ‘젊은 리더’로 지목한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2017년 7월 당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
“한국당 국회의원들 활동하는 걸 지켜봤는데, 맘에 드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습니다. 전희경 의원은 어디서 그렇게 훈련을 받았는지 보수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고 신념이 있더군요. 보수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역사교과서 문제나 안보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아요. 공부만 많이 한 게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있어요. 당차고 논리정연하고 토론도 잘하고. 누구와 붙어도 자신감이 있더군요. 그 사람 발언이 나오면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됩니다. 그런 사람이 대안이 될 수 있어요.
— 젊고 초선이다 보니 당내에서는 대안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겠습니다.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어른들 체면도 있는데’라는 소리가 나오겠지요. 보수에서 늘 하는 잘못이 그런 거예요. 젊은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오면 잔소리가 많아집니다. 그러면 국민 지지는 못 받는 겁니다.”
— 개인적으로 전희경 의원을 아십니까.
“아니오. 본 적 없습니다. 의정활동과 토론에 나온 모습을 본 게 전부인데, 어찌나 똑똑하고 신념이 있는지 다음 대통령선거도 바라볼 수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들도 다 그 나이에 총리 하고 대통령 하는데 나이가 문제가 되진 않죠.”
— 대선까지 바라보십니까.
“보수를 위기에서 구하는 잔다르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젊은 나이에도 국회에서 아무에게도 밀리지 않는 당찬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비대위원장이 안 되더라도 다음 대선에서 보수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갑 고문은 “나이 든 사람이 나서면 ‘틀딱’(‘틀니딱딱’이라는 뜻으로 노인을 폄하하는 비속어)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보수세력에서 젊은 리더와 인재들이 나와 개혁을 이끌어 나가야 보수가 살 수 있다”고 마지막까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