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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보호무역주의가 밀려온다

‘장사꾼’ 트럼프를 열 받게 한 한미 FTA의 주역, 김종훈 전(前)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직언

속 쓰려도 미국 시장을 버릴 수 없어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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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 관세 11개국에 나토국가·EU·일본·대만 없어… “미운 털 박힌 것 같아”
⊙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강경 대응하라는 극단적 말 안 해
⊙ 한미FTA 체결로 양국 경제상황 좋아져
  김종훈 전(前)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기로 한 날 아침에 트럼프 미(美)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에 대해 폭탄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떠나 막판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일이 제대로 풀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그리로 흘렀다.
 
  — 결국 우리도 철강 관세 폭탄을 맞게 됐네요.
 
  “김현종 본부장이 그나마 미국에 가서 말이 통할 만한 사람이 게리 콘인데 그만뒀지 않아요. 백악관도 안에 보니까 저들끼리 다툼이 있는 것 같아요. 막가파식(式)으로 가는데, 뒤에서 누가 잡아 줘야 했는데 결국 못한 거죠.”
 
  — 게리 콘도 못한 일이면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말릴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피터 나바로, 그 둘이 있는 한 안 돼요. 그 두 놈 좀 이상해요.”
 
  — 대면한 적 있으세요?
 
  “나바로 책을 읽어 봤는데… 소름 끼쳐.”
 
  — 백악관의 두 실세 아닙니까.
 
  “나바로는 트럼프 캠프에 들어왔다가 밀려 있다 또 들어왔잖아요. 사람이 생긴 것도 그렇고… 거참.”
 
  김종훈 전 본부장의 입에서 나온 미국인 셋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통이다. 그나마 우리와 말이 통할 것으로 기대했던 ‘자유무역론자’ 게리 콘(Gary Cohn)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3월 7일(현지시각) 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콘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관세 부과를 밀어붙였을 때 자기 목을 걸고 말렸던 사람이다. 김 전 본부장이 책만 읽어 보고도 소름이 끼쳤다는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는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 실장이다. 경제학자였다가 트럼프 캠프에 합류한 그는 이번에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고(高)관세 부과를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극단주의적 보호무역주의자다. 지나치게 한쪽에 쏠린 색채로 인해 그동안 백악관의 다른 참모들과 부딪쳤던 그는 한때 트럼프의 눈 밖에 났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자리를 꿰찼다. 트럼프 대통령 근처를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고 이번 철강 관세를 주도했다. 나바로 실장이 교수 시절에 쓴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의 일부를 보자.
 
  〈중국이 제조업을 가져가서 미국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중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군사력을 키워 머지않아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미국 내에서 중국 옹호론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자유무역 원칙만 준수하면 중상주의라도 상관없다는 보수파’, ‘워싱턴의 파워 엘리트 유화론자들’(후략)〉
 
  나바로의 중국에 대한 시각은 경계를 넘어 극혐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런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앉아 있다.
 
 
  “철강 관세와 북한 핵문제, 무관하지 않을 듯”
 
  — 김현종 본부장의 ‘철강 관세 부과에서 우리만 빼 달라’가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을까요.
 
  “얘기는 되죠. 캐나다, 멕시코 빼 주는 것과 같은 거죠. 우리도 좀 봐달라 해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철강 관세를 부과한 11개국의 면면을 보면 우리가 거기 끼어 있을 건 아니거든요. 러시아, 브라질, 인도, 터키, 이집트 같은 곳이잖아요. 나토 국가도 없고, 유럽 국가도 하나도 없고, 동맹이라는 일본도 빠지고 대만도 없어요. 우리만 들어가 있어요.”
 
  — 왜 우리만 포함됐을까요.
 
  “미운털이 좀 박힌 것 같아. 우리 철강 생산이 3200만톤쯤 되는데 중국에서 1300만톤 정도 들여와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나가요. 미국 놈들이 그게 보기 싫었던 거지. 세계적으로 철강 문제의 핵심은 과잉 생산이죠. 철강이 ‘산업의 쌀’이라고 하니까 신흥국들이 전부 철강을 하잖아요. 중국이 대표적이죠. 중국은 공급이 남아도는데 조 단위로 남아요. 미국이 철강을 문제 삼은 건 10년도 더 됐죠. G20에서 만날 철강 공급 과잉 얘기를 했는데 잘 안 풀렸잖아요. 중국을 쳐야 하는 거지. 우리한테도 몇 번 메시지를 던졌죠. 중국 철강이 우리한테 들어와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되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때 얘기를 좀 들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우리가 그 메시지를 못 알아들어서 오늘날 관세 폭탄을 맞는 건가요.
 
  “중국산 철강이 고스란히 미국으로 가는 건 아니지만,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자체가 없고 다 흩어져서 미국으로 들어가잖아요. 미국 입장에서는 공급 과잉을 줄여야 하고, 그 주범이 중국이니까 때려잡으려고 하는데, 그거 받아서 생산하는 우리가 찍힌 것 아닌가 싶죠.”
 
  — 우리는 억울한 거 아닙니까.
 
  “좀 그렇죠. 우리가 좀 조정을 해야 할 겁니다. 미국에 대해서 각국이 대응 수위가 다르지만 근근이 따라가 주거든요. 그 이유가 뭐냐. 미국의 힘은 정치 안보 쪽에서는 군사력이고, 경제 쪽에서는 가장 큰 개방된 시장이라는 점이에요. 티껍고 속이 쓰려도 미국 시장에 등 돌릴 수는 없어요. 우리 사정이 딱 그래요.”
 
  — 북한 핵 문제는 철강 관세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까요.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워싱턴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면서 기억에 남는 게 우리를 ‘소위 말하는 동맹(so called aliance)’이라고 부른 거예요. ‘동맹이라는데 동맹이 맞아?’ 정도로 해석되겠네요. 얼마나 간극을 메울지가 문제죠. 그간 미국에서 보는 메시지와 우리가 하는 것에 간극이 있었죠. 미국은 늘 군사 옵션을 얘기하고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얘기하고, 그것 자체에 간극이 있고. 제재 압박을 하면서 대화를 한다는 것이 그렇죠. 그나마 북한이 (북미 대화에) 나서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보는데, 그러면 과거에 했던 기만의 경험을 살려서 속지 말고 확실하게 할 수 있을지 봐야죠. 이런 것들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아닌게 아니라 철강 얘기를 하면서 동맹 얘기가 나와요.”
 
  — 그럼 미국 시각으로 우리는 동맹국이 아닌가요.
 
  “사람 속(트럼프 대통령 지칭)을 알 수가 있나요.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중국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중국과의 거래에 한국이 밀접하다는 논리죠. 그런데 또 캐나다, 멕시코를 빼 주는 것을 보면 좀 그렇죠. 미국이 협상할 때 영어로 네스티(nasty·못된)하게 합니다. 아직 우리를 빼 줄 가능성은 있어요.”
 
 
  장사꾼 트럼프를 열 받게 한 한미 FTA의 주역
 
한·칠레 FTA에 서명하는 김종훈 전(前)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전 본부장의 예언(?)은 우리의 미래가 될는지 모른다. 인터뷰가 끝나고 불과 반나절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를 꼭 집어 관세 폭탄 예외국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각) “호주가 공정하고 호혜적인 군사 및 무역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동맹국이자 위대한 국가 호주에 철강,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으로 우리의 정세가 시끄러운 시점에서 김종훈 전 본부장의 얘기는 귀담아 들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현역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지는 않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우리나라의 외교통상 문제 전문가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2000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국장으로 업무를 시작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통상교섭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5년에 저술한 《이제 강해질 시간(Time to get tough)》이라는 책을 보자.
 
  〈오바마가 얼마나 덜떨어진 거래를 했는지 살펴보자. 오바마가 한국과 어떤 거래를 했는지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힐 것이다. 이론적으로 한미 FTA 협약으로 미국의 대한(對韓) 수출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효과는 쥐꼬리만큼이고 오히려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침식하고 일자리를 날려 버릴 것이며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제품에 부과할 관세만 없애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유리한 협상 카드를 죄다 들고 있으면서 대체 왜 이런 계약 조건을 받아들인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중략) 우리 대통령은 왜 미국에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국에 이익이 되는 무역 법안에 서명했는가? 우리에게 이런 협상가는 필요 없다.〉
 
  트럼프의 시각이 모순적이라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장사꾼’ 트럼프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한 계약을 이끌어 낸 사람은 김종훈 전 본부장이다.
 
  — 한미 FTA 체결 성과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FTA 해결되고 나서는 좋았죠. 그 안에서 다 이뤄졌으니까. 협조적인 무드가 지속했죠. 문제가 생기면 FTA 안에서 해결하고, 각 위원회가 있으니까. 나쁜 점은 좀 큰 그림을 못 본 거죠.”
 
  — 어떤 것이요?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고 행정부가 바뀔 때 ‘우리한테는 FTA가 있으니까, 이 안에서 다 이뤄질 것이다’ 생각한 겁니다. FTA 내에서 한미 통상 관계가 다 이뤄진다고 생각한 것이 실패고, 통상 조직을 여기저기 움직인 것도 문제고요. 한미 FTA 체결 전에 얼마나 말이 많았습니까. ‘맹장 수술 받는데 수백만 원 들어간다’, ‘수돗물 값이 금값이다’ 그랬죠. 뭐, 그런 현상은 처음부터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었고요.”
 
  — 예상대로 흘러갔다는 소린가요.
 
  “농업은 생각보다 그랬습니다. 미국산 옥수수 같은 경우 우리나라 사료는 99% 수입을 해야 하니까 당연히 해야 했던 것입니다. 쇠고기는 그때 국내산, 수입산이 반반 정도였는데 지금은 수입산 55%, 국내산 45%니까 미국이 재미를 좀 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농민들이 죽는다는 정도의 영향력은 아닌 것 같고요. 제조업은 다 좋아졌습니다. 그럼 미국은 나빠졌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미국의 대한(對韓) 수출이 8%였는데 11%까지 올라갔고 우리의 대미(對美) 수출은 0.6% 올랐습니다.”
 
  — 그런데 왜 불공정 거래였다고 저럽니까.
 
  “시장 규모가 다르니까요. 절대 수치로 따지면 자기들이 손해를 봤다는 건데 손해를 본 것은 아닙니다.”
 
  — 한미 FTA 체결로 서로 윈윈이라는 거죠.
 
  “미국이 FTA를 체결한 나라가 20개국은 될 텐데, 그중 양쪽이 다 좋아진 것은 6개국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한미 FTA는 미국이 3% 성장, 우리가 0.6% 성장이니까 제일 눈에 띄죠. 한·칠레 FTA 체결의 성과도 긍정적입니다. 유일한 예외가 한·EU FTA입니다. 우리 쪽 적자가 늘었습니다. 적자가 늘어난 이유가 딱 세 가지예요. 북해산 브랜트유라고, 고급 기름인데 거기 관세가 3% 붙었었는데 한·EU FTA 체결로 관세가 없어지면서 그동안 안 들어왔던 원유가 들어와서 우리 쪽이 수입을 더 많이 한 겁니다. 벤츠·BMW 같은 유럽 차가 늘었고, 핸드백 같은 사치 품목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EU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맺은 15개국과의 무역에서 경상 흑자에 다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통상본부 외교부 산하에 둬야
 
  — 그럼 트럼프는 대체 왜 저러는 겁니까.
 
  “11월 중간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막판에 어떻게 당선이 됐습니까. 쇠락한 미국 공업지구에 가서 ‘자유무역 때문에 우리가 오늘날 이 모양 이 꼴’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철강 관세 부과도 보니까 노동자들이 뒤에 서 있잖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11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늦추지 않을 겁니다.”
 
  — 우리는 11월까지 계속 끌려가야 하나요.
 
  “노력은 해야죠. 단발성이 아니라 계속 끈을 잡고 있어야 해요. 예전에는 외교는 외교대로, 업체는 업체대로 많이 움직였습니다. 한미 FTA 체결 전에는 미국 국무부와 우리나라 외교부, 미 상무부와 우리 산자부가 서로 만났는데 FTA가 체결되면서 ‘이제 이거면 됐다’고 생각을 한 겁니다. 그 안에서도 위원회를 자주 해야 했었는데 방심했고, 다른 채널들 관리를 안 했죠.”
 
  — 우리가 한미 FTA만 믿고 외교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건가요.
 
  “통상이라는 것이 우리 내부에서 하는 일이 아니잖습니까. 상대국과 접촉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상대편에서 누군가 오면 손님을 맞는 창구 기능을 해야 합니다.”
 
  — 통상본부도 외교부 산하에 있다가 산자부로 옮겨갔죠.
 
  “통상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를 두고 늘 찬반이 있었습니다. 나라마다 다르고, 어느 것이 제일 좋은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미국은 무역대표부(USTR)가 대통령 직속으로 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통상 권한이 미 헌법 제1조 8항에 따라서 ‘무역에 대한 최종 지휘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결국 대통령이 의회랑 얘기를 해야 하니까, 통상본부를 대통령 직속으로 둘 수밖에 없습니다.”
 
  — 다른 국가는 어떤가요.
 
  “중진국들은 대부분 산업부 소관으로 되어 있습니다. 외교력이 조금 뛰어나다는 국가에서는 외교부에서 하는 편이고, EU는 통상담당장관이 따로 있습니다. 호주, 캐나다 등 영연방은 외교부에서 합니다.”
 
  — 개인적으로 통상본부가 어디 있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외교부에 두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거죠. 외교부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나마 사람 만나는 법을 훈련받은 곳이 외교부니까요. 산자부 영역이 자동차, 철강 뭐 이런 건데 통상업무가 외교부에서 산자부로 가면서 대외 접촉이 많이 약해진 듯싶습니다. 산자부 장관이 통상 문제로 미국에 가서 카운터파트를 만나는 것이 1년에 한두 번 아닐까요. 산자부 장관이 당장 상대해야 할 미국 파트가 미 에너지 장관, 상무부 장관, 무역대표부(USTR) 대표입니다. 한 명이 셋을 상대하는 것에 무리가 있죠. 산자부가 통상 문제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까도 문제고요. 여름이 되면 전력난 신경 써야죠, 밀양 송전탑 문제 있으면 가야죠, 연구·개발(R&D) 신경 써야죠, 산자부가 미국 대표를 만나서 통역 쓰고 앉아서 얘기하면 얼마나 진전이 있을까 생각하죠.”
 
  — USTR은 전문적인가요.
 
  “자기들 말로는 소수 정예만 있다고 해요. 200명 정도.”
 
  — 초 엘리트 그룹인가요.
 
  “딱히 그렇다기보다 여자 분들이 많아요. 여성분들이 꼼꼼하게 따져서 그런지, 제 카운터파트도 한 분 빼고는 다 여성이었어요. 조직 문화도 조금 폐쇄적이에요. 오픈돼 있지 않고, 협상을 하는 곳이니까. 협상을 하면서 국민하고 속속 커뮤니케이션할 수는 없잖아요. 미국 기업들 불러서 얘기할 때는 하는데, 통상 말이 대화가 잘 안 통한다고 불만들을 하죠. 그래도 우리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이메일도 자주 받고. 우리는 일이 생겨야 부르는 편이고.”
 
  — 우리에게 맨 파워는 있나요.
 
  “우리도 경쟁력이 있죠. 한국 사람들도 잘 따져요(웃음). 충분히 능력은 있는데 통상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봐요.”
 
 
  얘기 외에는 답이 없다
 

  김종훈 전 본부장은 한창 활약할 때 별명이 ‘검투사’였다. 하지만 그는 협상 상대방에게 ‘나의 전략은 너 죽고 나 살자는 것이 아니라, 나 살고 너도 살자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 ‘나도 살고 너도 살자’는 소신엔 변함없나요.
 
  “변함이 없죠. 너 죽고 나 죽으면 안 되는 것이 협상의 기본입니다. 트럼프는 한 마디로 ‘너 죽고 나 살자’거든. 그게 이미 세계 각국이 그랬다가 다 죽는다는 교훈이 있죠. 1930년도 대공황이에요. 결국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성장이 줄고, 그걸 우려하는 거 아닙니까. 게리 콘 같은 자유무역주의자들이 트럼프한테 ‘당장은 너 사는 것 같지만, 남 죽이면 우리도 결국 죽는다’고 설득을 했던 것이고요.”
 
  — 상대방이 ‘너 죽이고 나 살겠다’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법이 없어요. 중국과 EU가 관세를 올리기 시작하면 대미(對美), 대중(對中), 대(對) EU의 비중이 절반인 우리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우리 같은 소규모 경제가 맞대응할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
 
  — 맞대응 생각은 아예 버리라는 거죠?
 
  “맞대응할 생각은 하지 말고, 정 맞대응을 하려면 공동으로 해야죠. EU랑 하든지요. 현재 상황에서 미국을 가장 잘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캐나다하고 멕시코 빼 줬는데 우리한테 왜 그러느냐’고 계속 그 얘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도 동맹국이다, 마침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이슈가 있으니까 잘해 보자고 해야죠. 너희가 꼭 필요로 한 품목을 조정해 보자, 그리고 결국은 고깝게 생각하는 중국과의 거래를 조정해야겠다고 해야 합니다.”
 
  — 중국을 버려야 하나요.
 
  “전체 맥락이, 철강 공급 과잉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고, 중국 때문인 것도 맞아요. 우리가 방조할 수는 없어요.”
 
  — 그러잖아도 사드 때문에 멀어졌는데 중국과 관계를 더 악화시켜야 합니까.
 
  “중국 때문에 그러면 미국과 등지는 리스크를 져야 하느냐… 음.”
 
 
  “대통령이 처음부터 강경 대응하라고 지르면 더 지를 사람이 없지 않나”
 
  —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발(發) 관세 폭탄 소식이 전해지자, 강경하게 대응하라고 했는데요.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는데, 대통령은 국정의 마지막 아닙니까. 그런 유의 맞대응을 장관선까지 하는 것은 오케이예요. 멱살 잡을 때는 잡아야지. 하지만 대통령은 마지막 보루로 남아 계셔야 하지 않나 싶어요. 처음부터 질러 버리면 더 지를 사람이 없잖아요.”
 
  — 통상은 통상대로, 안보는 안보대로 하면 된다고 했지요.
 
  “통상 관계가 삐걱거리는데 양국 동맹관계가 좋을 수 있나요. 경제분야에서 서로 활발하게 교류해야 양국 동맹 관계도 긍정적으로 유지되겠죠.”
 
  — 한미FTA를 주도했을 때가 고(故)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죠.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극단적인 얘기는 안 하신 것 같아요. 한미FTA 체결 문제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니까, ‘협상은 장사꾼 계산으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 말이야 좋죠. (미국에 가서) 뒤집으라든지, 강경 대응하라든지 그런 얘기는 절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MB도 그런 말은 안 했습니다. ‘잘해서 갖고 와 봐라’ 정도였습니다.”
 
  — 현역에 계실 때 협상장에서 박차고 나온 적도 있으시잖아요.
 
  “그건 막판에 승부수를 띄울 때. 통상적으로 계속 화내고 일어서고 그러면 안 되죠. 상대편이 의도적으로 박박 긁을 때가 있어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 막 빠르게 영어 쓰면서, 페이퍼 내밀어서 당황하게 만들려는 때가 있죠. 놓치면 딸려 가는 거예요. 그럴 때는 ‘잠깐 쉬자. 나도 담배 한 대 피워야지’ 이러면서 시간도 벌고.”
 
  — 그게 협상가의 마음가짐입니까.
 
  “상대에 대한 신뢰는 있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냉정함을 잃으면 안 돼요. 먼저 파르르 끓으면 안 되고, 상식적인 얘기인데 실제로 참 어렵죠.”
 
  — 지금 김현종 본부장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일단 페이스 투 페이스로 서로에게 각인을 시키고요. 장황하게 얘기해 봐야 머리에 안 들어갑니다. A4 한 페이지에 주요한 거 3~4개 적어서 계속 얘기를 해야죠. 다행인 것은 우리가 애써 미국과 대화의 장을 열려고 하지 않아도 이미 한미FTA 재협상을 위한 장이 열려 있다는 겁니다. 우리랑 얘기 좀 하자고 문부터 두드리기 시작하면 힘들 텐데 이미 FTA라는 장이 있으니까 적극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 상대방이 정상적이어야 협상을 하지, 지금 트럼프처럼 나오면 대화 자체가 되나요.
 
  “트럼프가 하는 통상 무역은 기존 무역 질서를 배운 사람은 이해를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게 현상인 것은 분명하죠. 하지만 속상하다고 말을 안 하면 어쩝니까. 속상하다고 미국 시장을 버릴 수는 없어요. 미국 문화도 이해해야 됩니다. 미국은 자기가 얘기했는데 상대방이 가만히 있으면 문제가 없는 줄 알아요. 미국이 말할 때 우리 입장을 바로 얘기를 해서 각인을 시켜야 해요.”
 
  — 저자세 외교도 해야 합니까.
 
  “정치적으로 패권이 있잖아요. 대한민국은 패권 국가가 아닙니다. 힘이 있어야 패권을 쓰죠. 미국은 패권 국가죠. 트럼프 보고 다들 미쳤다고 하니까 그 패권을 보여주느라 더 흔든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네요. 그래도 그동안 트럼프를 죽 관찰해 보면 입장을 쉽게 바꾸기도 하더라고.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한다더니 얼마 전에는 또 TPP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을 했대요. 답이 없어요. 얘기를 해야 돼요. 속상해도, 힘들어도, 계속.”
 
  김종훈 전 본부장의 현 직함은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이다. 이전에 그는 새누리당의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인터뷰를 끝내며 ‘어떤 직함으로 불리는 것이 제일 편한지’ 물었더니 그는 조금 생각 끝에 “아무래도 본부장”이라고 답했다. ‘협상장의 검투사’라는 별명이 여전히 무색하지 않은 답이란 생각에 그 직함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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