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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Before Deadline

서울구치소 수감자들의 버팀목 안현수(安賢洙) 목사

“최순실 사건 연루자 두 명과 편지 주고받았는데, 지난날에 대한 참회 담겨 있더라”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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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구치소에 수감 중인 대기업 거물급 인사 기독교 세례 받아
⊙ 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생활에 대해서는 구치소 측에서 함구
⊙ 한순간 잘못으로 수감자가 된 전도유망한 전직 여성 법조인, 매일 눈물로 회개
⊙ 여자 연예인 사건 관련해 구속된 전직 검사 보고 (여자 연예인에게) 이용당했다는 느낌 받아
⊙ 지금에서 밝히는 2009년 11월 사형수가 자살한 진짜 이유
⊙ 정대철·홍준표와 가까워… 홍 대표는 교회 위해 2년간 무료 변론하고, 피아노도 선물
⊙ 간암 말기 선고받은 사형수 원언식의 ‘목사님, 저는 두 번의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입니다. 한 번은 법정에서 한 번은 의학적으로요’라는 말 기억에 남아
⊙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자, 세탁비누로 예수님 조각 만들어 선물
⊙ 살인자 미화한다는 오해… 옥에 갇힌 자들을 돌아보라는 예수님의 명 지키려 하는 것일 뿐
  취재 중 알게 된 장기복역 출소자에게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대기업 거물급 인사 한 명이 기독교 세례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제가 수감 중에 교정선교를 하는 경기도 용인 ‘수지광성교회’의 안현수 목사님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목사님이 여전히 교정선교 활동을 하시는데, 서울구치소 관계자한테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대기업 거물급 인사 한 분이 목사님한테 세례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분이 목사님께 많이 의지하신다네요.”
 
  서울구치소. 유명 정치인이나 대기업 총수 등 사회 거물급 인사들이 수감돼 ‘범털 집합소’로 불린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이곳을 다녀갔다. 현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비선 실세’ 최순실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등이 생활하고 있다. 서울구치소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1심, 항소심 미결 수용자, 형기 5년 이하의 수형자를 수용 관리한다.
 
  안 목사에게 만나자는 전화를 걸었다.
 
  “많은 언론에서 인터뷰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제가 교정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수감생활 중인 사회 거물급 인사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전 (인터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좋은 의도로 이야기해도 그분들에게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월간조선》은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인기가 많은 책입니다. 그 안에서 《월간조선》을 통해 제가 당신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접할 텐데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아, 저 목사가 나를 이용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인터뷰는 사양하겠습니다.”
 
  다음 날 무작정 경기도 용인에 있는 수지광성교회를 찾아갔다. 안 목사가 말했다.
 
  “제가 어제 분명히 말씀을 드렸는데요.”
 
  기자는 “‘사형수의 대부’로 불리는 삼중 스님이 언론 인터뷰하는 이유는 마땅히 처벌받아야만 하는 죄인 중에도 참회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제가 이야기하는 수감자들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해 줄 수 있겠습니까?”
 
  반드시 익명으로 처리해야 할 인물에 한해서는 안 목사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그와 마주했다.
 
 
  대기업 거물급 인사에게 세례 줘
 
여성 무기수에게 세례를 주고 있는 안현수 목사.
  군·경 선교 및 교정선교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안 목사는 법무부 교정위원이자 서울구치소 기독교분과 위원장이다. 수감자들을 만나 희망을 주는 게 그의 역할이다. 수감자 중에는 TV나 신문에서 자주 보던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도 많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통합) 경기노회장과 세계선교부장, 국내선교부장, 장로신학대 총동문회장 등을 지낸 그는 신흥학원 이사장이기도 하다. 신흥학원은 경기도 의정부와 동두천에 캠퍼스를 둔 신한대와 신흥중·고등학교를 둔 재단이다.
 
  — 교회 표어가 ‘사랑과 나눔이 있는 교회’더군요.
 
  “목회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교정활동도 표어를 지키기 위한 일환이지요.”
 
  — 언제부터 교정활동을 한 겁니까.
 
  “2000년부터 했습니다. 이제 18년 됐네요. 선배 목사가 한 번 같이 가자고 해서 시작한 것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그런데 종교계에는 저보다 오래 하신 훌륭한 분들이 많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삼중 스님도 그렇고….”
 
  — 서울구치소에 자주 가시죠.
 
  “아무래도 제가 서울구치소 기독교분과 위원장이니까요. 예배 일정을 제가 짭니다. 요즘 안타까운 게 사정이 어려운 교회가 늘면서 교정선교가 위축되고 있는 것입니다.”
 
  — 교정활동 할 때 쓰이는 자금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그렇죠. 우리 교회 교인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그리고 제가 몸담은 ‘두기고 선교회’라고 ‘갇힌 자를 생각하라(히브리서 13장 3절)’는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전국 교도소, 구치소의 수형자를 대상으로 교정 사역을 펼치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후원을 해 주고 있죠. 아무리 사정이 어려워도 (후원받기 위해) 뛰어다녀야 합니다. 갈 때마다 떡을 해 가는 데 그걸 기다리는 수감자들도 많거든요.”
 
  — 떡이요?
 
  “그 안에서는 떡을 먹을 수가 없잖아요. 군대에서 종교활동 가면 ‘초코파이’ 같은 간식을 주는데, 그 시간을 기다리는 군인들도 많잖아요. 그런 것이죠.”
 
  — 떡 말고 준비해 가는 게 있습니까.
 
  “우리말을 전혀 못하는 외국인 수형자나 가족이 없는 수형자에게 영치금을 넣어 줍니다. 아, 그리고 올겨울이 추웠잖아요. 두꺼운 수면양말을 선물했는데 좋아하시더라고요. 몇몇 분들은 양말을 연결해 목도리처럼 착용도 하시고.”
 
  —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대기업 거물급 인사 한 명이 기독교 세례를 받았다고 하던데요.
 
  “사실이긴 한데, 이게 알려지면 그분이 언짢아하실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 동석했던 안 목사의 측근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분(대기업 거물급 인사) 딸이 신앙심이 아주 깊어서 구치소에 있는 엄마에게 기독교 세례를 받으라고 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목사님이 세례를 준 것이죠. 그분 딸이 목사님께 감사하다고 여러 번 인사했습니다.”
 
 
  최순실 사건 관련자들의 편지
 
안현수 목사가 수감자들에게 받은 편지의 일부분.
  — 서울구치소에는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된 사람이 많은데 만나 봤나요.
 
  “국정농단이라, 참 이름을 잘 지었습니다. 그렇죠? 보복은 보복을 낳잖아요. 참 걱정입니다. 제가 최순실 사건에 연루된 분들과 면담을 하면 그 내용이 다 검찰에 보고가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안 하려 하죠. 다만 그 사건과 관련한 분 중 2명은 저와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차관을 지내신 분은 편지에 수감생활 하면서 기독교를 처음으로 믿게 됐다며 찬송가가 너무 좋다고 썼더군요. 여성 수감자는 원래 기독교 신자인데, 고맙다고 한 번 찾아온다고 하더군요. 이런 내용의 편지를 여러 통 주고받았죠.”
 
  — 억울할 수도 있을 텐데 그들은 반성, 참회를 하나요.
 
  “물론이죠. 반성하고 참회하고, 자신이 하나님의 믿음 아래서 다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다짐하죠.”
 
  안 목사가 이야기한 차관은 구치소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주변 재소자들에게 사건 관련 얘기를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등 주눅이 든 모습을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 전 차관에게는 ‘구치소를 누비고 다닌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전 “500mL 페트병에 물을 담아 근력 운동을 하라”고 수감생활 코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수감자는 박근혜 청와대 실세들에게 금품과 미용 시술 등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인물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감생활에 대해선 들어봤나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야기 안 해 주더라고요. 구치소 직원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 왜죠.
 
  “MB(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니까요. 상식적으로 전직 대통령 2명이 구치소에 수감 중이면 구치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습니까. 아이고, 걱정이에요.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부르는데….”
 
  구치소에 사회적 지위 고하에 따른 특별대우가 존재합니까.
 
  “최순실씨가 ‘황제수감’ 중이라는 보도와 주장이 있지 않았습니까. 당시 일했던 소장님이 장로였는데, 사실이 아닌 보도와 주장 때문에 많이 시달렸죠. 거기는 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밥을 먹는 곳입니다.”
 
 
  기억에 남는 전직 여성 법조인
 
  안 목사는 수감자들이 보낸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써 준다. 가끔 전자우편을 보내기도 하지만 거의 자필로 답장을 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수감자들이 기다리니까 자필로 써서 보내야죠. 장기 복역하신 분한테 들으니 편지 받는 날에는 설렌다고 하더라고요. 최근에 동대문에서 큰 쇼핑몰을 운영하셨다가 구속된 분이 출소하면서 저한테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자기는 불교신자지만 은혜 잊지 않겠다’고 말하더군요. 이런 전화 받을 때마다 (자필로 편지를 쓴) 보람을 느끼죠.”
 
  — 요즘 기억에 남는 편지를 보낸 수감자가 누굽니까.
 
  “전도유망한 여성 법조인이었는데, 한순간 잘못으로 수감자가 된 분이 있습니다. 이분이 편지를 보내면 10장(A4 기준)씩 보내요. 이분은 저한테 세례를 받았는데 진심으로 참회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과 죽음이 영광될 수 있도록 참회하고 노력하겠다’는 문구를 꼭 넣죠. 예배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데, 마음이 짠하죠. 하루는 이분이 제가 상담하는 분하고 편지를 하고 싶다고 해서 유영구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 펜팔 친구를 만들어 주신 거네요.
 
  “그런 셈이죠. 서로 위로가 되니까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웃음)
 
  안 목사가 이야기한 여성 법조인은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인데 화려한 이력으로 유명했다. 1993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년 후 1995년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7기) 합격에 성공했다. 이후 1998년 서울지법에서 판사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2013년 부장판사가 된 후 2014년 전주지법 군산지원 부장판사까지 한 후 변호사로 개업했다. 일명 ‘문학판사’라고 불릴 정도로 글솜씨가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목사에게 쓴 편지를 읽어 보니 이해가 갔다. 그녀는 재판부 로비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수감 중이다. 유영구 전 KBO 총재는 2011년 명지학원 이사장 재직 시절 교비(校費) 등을 횡령하고 명지학원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 전직 여성 법조인 외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법조인 출신 수감자는 없었습니까.
 
  “여자 연예인과 사랑에 빠진 검사가 있었습니다. 이 여자의 부탁을 받고 성형외과 원장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됐죠. 이분을 제가 만났는데, 아주 순수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자 연예인이 이분을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분도 땅을 치고 후회하더라고요. 면담할 때 꽈배기 빵을 사서 갔는데, ‘어제 TV에서 강호동씨가 꽈배기 먹는 장면이 나왔는데, 오늘 제가 먹네요’ 하면서 맛있게 먹는데 뭉클했습니다.”
 
 
  정치인들과의 인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교회 설립 당시인 2000년 선물한 그랜드 피아노.
  — 교정활동을 하다 보면 정치인과도 인연을 맺게 되지요?
 
  “정대철 민주평화당 상임고문과는 지금도 인연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정 고문이 2004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년 6개월을 복역했는데, 그때 알게 됐죠. 정 고문이 저를 많이 도와줍니다. 교도소 집회할 때 간증도 많이 해 주시죠. 최근 연락을 받았는데, 부인께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다고 하더군요. 참 좋은 분인데 빨리 쾌차했으면 좋겠습니다.”
 
  정 고문은 2004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년 6개월을 복역하면서 교도관을 통해 성경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신실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가운데 ‘사도 바울을 주시하라’는 소리를 듣고 바울의 저서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 고문은 교정활동에 대해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일곱 번씩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하라’고 하신 말씀은 무한정 용서하라는 말씀”이라며 “용서하면 자유와 행복을 얻게 되고 세상이 아름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용서는 치유의 시작이고 기독교 복음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안 목사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홍 대표에 대해 “친구”라고 했다.
 
  “제 친구를 통해서 홍 대표를 소개받았습니다. 홍 대표가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서울 송파갑 지역에 출마할 때였죠. 당시 제가 세례를 줬습니다. 이후 홍 대표는 개척교회인 수지광성교회를 위해 2년간 무료 법률 상담을 해 줬죠. 수지광성교회를 설립할 때(2000년) 그랜드피아노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홍 대표가 지난 대선에 출마했을 때 상대 쪽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홍 대표가 진짜 교인이 맞느냐’고 묻더군요.”
 
  홍 대표가 선물한 피아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수지광성교회 창립 주일에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드립니다. 2000년 4월 9일 홍준표 집사.〉
 
 
  사형수와의 만남
 
20여 년 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
  — 사형수들도 많이 만나셨죠.
 
  “그럼요. 기억에 남는 분들이 많죠.”
 
  잠시 말을 끊은 안 목사는 자신의 자리 책상에서 편지 뭉치를 가져왔다. 김민찬이라는 아이가 보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민찬이 처음으로 보낸 편지를 꺼내 읽었다.
 
  〈저는 2011년 7월 총기 난사의 주범 김민찬입니다. 저는 사형선고를 받을 겁니다. 교도소에서 평생 나가지 못하고, 엄마 아빠 손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인생이 돼 버렸습니다. 목사님 저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전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전 더는 살 가치가 없습니다. 더는 희망도 없습니다. 저는 목사님을 뵙고 싶습니다. 죽음, 인생의 한계점, 걷잡을 수 없는 깊고 깊은 어둠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절망. 제발 저를 죽여 주세요. 저는 도로 차에 치여 죽어 가는 강아지 한 마리 인생과 똑같습니다.〉
 
  “이 편지를 받고 고민을 하다가 면회를 갔습니다. 죽는다고 하니까요. 가 보니 다리를 절면서 나왔습니다. 수류탄으로 자폭하려다 불발돼서 부상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나를 어떻게 알고 편지를 보냈니’라고 물으니, 치료를 받다가 제가 상담했던 무기수를 만났는데, 그를 통해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부모님 생각해서 절대 자살하지 마라. 네가 죽인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그게 인연이 돼서 지금까지 편지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김민찬씨는 2011년 7월 인천 강화 해병대 2사단 해안 초소에서 부대원들에게 K-2 소총을 난사해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 김민찬씨가 참회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피해자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도 헤아려야 하기에 그대로 옮긴다.
 
  〈해병대 내무반에서 총기를 난사한 김민찬(당시 19세) 상병이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는 권승혁(20) 일병의 유가족들은 “죽은 승혁이는 평소에 김 상병으로부터 상습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권 일병이 김 상병으로부터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성희롱적인 발언도 들었다.”고 가족들에게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목사는 현재 미결수 신분으로 27년째 광주교도소에 구금된 국내 최장기 수감자 원언식씨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 친구 부인이 ‘독실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였습니다. 가정을 돌보지 않고, 집회 장소에만 가니까 술김에 화가 나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죠. 사람이 15명이 죽었습니다. 사형이 선고됐죠. 수감생활 중에 이 친구가 암에 걸린 겁니다. 간암 말기였죠. 한림대병원에 수술하러 들어가기 전에 만나 기도를 해 줬습니다. 그때 이 친구가 저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목사님 저는 두 번의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입니다. 한 번은 법정에서, 한 번은 의학적으로요. 저는 이미 저를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
 
  원씨는 성실한 가장이자 모범 사원이었다. 원주로 전근하면서 4000만원을 주고 25평짜리 아파트도 샀다. 회사에는 결근 한 번 하지 않았다. 최우수 사원으로 뽑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원씨는 평소 성실한 가장, 효성이 지극한 아들, 모범적인 직장인으로 알려졌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칭찬을 들었던 원씨의 범행이었기에 주변 사람들의 충격은 컸다.
 
  원씨가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이유는 아내의 종교 문제 때문이었다. 아내가 여호와의 증인에 심취하기 전까지 원씨는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신씨가 여호와의 증인에 빠지기 시작한 1991년 5월쯤부터 부부는 심하게 다투기 시작했다. 1992년 10월 4일 일요일 아침 숙직을 마친 원씨는 집에 돌아와 아내를 설득했다. 이미 종교에 깊이 빠져 있던 아내는 말을 듣지 않았다. 아내는 “가정보다도 하나님이 먼저이니 교회에 가야 한다”며 집을 나가 버렸다. 화가 난 그는 밖으로 나와 소주 2병을 마신 후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왕국회관에 나가고 없었고 두 딸만 울고 있었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원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강원도 원주시 우산동 여호와의 증인 교회인 왕국회관에 불을 질렀다. 최종 집계된 사망자는 15명. 36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는 10살 이하 2명, 10대 4명, 20대 5명, 60대 1명 등이었다. 가족과 함께 온 어린아이들까지 희생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환상 속에서 범행했다고 주장하나 범행 전후 행동으로 보아 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무고한 많은 사람을 비참하게 숨지게 한 점은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다”고 사형을 선고했다.
 
  당시 아내는 여호와의 증인에 심취한 이유에 대해 “시어머니와 갈등이 빚어지면 남편은 어머니 편을 들고 나를 몰아세워 큰 갈등을 느꼈다. 친정어머니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니 성경공부를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성경책을 주어 교리공부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2005년 9월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수술로 간의 75%를 잘라낸 그는 당시 길어야 2~3개월 산다고 했지만 13년째 삶을 이어 가고 있다. 안 목사 관계자는 “목사님이 수술 전 안씨를 위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기도를 해 줬다”고 했다. 안 목사는 “오는 4월 9일 원씨가 수감 중인 광주교도소로 교정활동을 간다”고 했다.
 
 
  사형수가 자살한 진짜 이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자가 안 목사에게 세탁비누로 예수님 조각을 만들어 선물한 것.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간 약 13명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있었다. 그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라이벌 의식까지 느꼈다고 한다. 이 살인자는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죄책감도 두려움도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범행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권일용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경감)은 그를 “쾌락을 위해 살인을 하던 진짜 괴물이자 악(惡)의 끝판왕”이라고 회상했다. 그런 그가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2009년 11월 22일,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언론에 보도된 자살 이유는 “사형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그가 남긴 노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현재 사형제도를 폐지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인생은 구름 같은 것.”
 
  법무부는 자살 원인에 대해 “사형제 존폐·집행 여부에 대한 불안감, 자책감에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사형확정자 처우 및 수용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형수는 생전 안 목사를 믿고 따랐다.
 
  “그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았어요. 편지에 깜짝 놀랄 내용이 있었는데, 자기가 군대에서 고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예요. 처음 만났을 때 제 눈도 잘 못 마주치더라고요. 저와 면담한 사실이 알려지니까 기자들이 찾아왔어요. 저에게 죽은 이유를 묻고 싶었겠죠. 언론에서는 가혹행위로 인해 자살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어요.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인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기자들을 돌려보냈는데 지금 한마디 하자면 그 사형수도 참회하려고 무지 노력했어요. 그런데 연쇄살인과 관련한 일만 생기면 이 사람 이름이 TV에 종일 나왔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본인은 ‘내가 용서받으려 발버둥치고 있는데, 왜 내 이름이 또 나오나’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아마 그래서 죽음을 택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는 책꽂이에 올려놓은 조각 작품 2점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하나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모양이었고, 다른 하나는 예수가 십자가를 지는 모습이었다.
 
  “이게 세탁비누로 만든 겁니다. 사형수가 만들어서 저에게 선물로 줬죠. 플라스틱 수저로 만든 것 같은데, 정교하죠? 이걸 만든 사형수 정체를 알면 아주 놀랄 겁니다.”
 
  이 사형수는 2005년 10월부터 2008년 12월 사이 10명을 살해했다. 10명 중에는 장모와 전처도 있었다.
 
  — 말씀 들어 보면 사형수들도 참회하고 있지만,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아야죠.
 
  “그렇죠. 벌 받아야죠. 다만 그럴지라도 참회하고 반성하고 싶어한다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살인자를 미화한다는 오해를 받지는 않나요.
 
  “인터뷰 기사가 나가고 나면 그럴 수도 있겠군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처형을 받으실 때, 양옆에는 사형수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은 강도로 처형되면서도 죽는 순간에 예수께 간구해 낙원에 가게 됐죠. 왜 교정활동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마태복음 25장을 보면 ‘예수님은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 마실 것을 주고 나그네 된 자를 영접하고 벗은 자에게 옷 입히고 병든 자들과 옥에 갇힌 자들을 돌아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정선교는 예수님의 명이죠. 저는 그것을 따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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