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동계스포츠계의 원로’ 장명희 아시아빙상연맹 회장의 충언(忠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간, 앞당겨야”

글 : 조성호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개막식이 오후 8시 열리면 관중과 선수 모두 혹한에 시달려야
⊙ IOC와 NBC(美 방송사)에 알려 개막식을 오후 2시나 6시로 앞당겨야
⊙ 동계올림픽 이후, 경기 시설 활용방안 제안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오후 8시에 열리는 현 계획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메인 스타디움(올림픽 플라자)이 대관령 표고 700m에 위치해 관중은 물론 선수들까지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에서 칼바람을 맞아야 한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한다면, 개막식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29일 장명희(張明熙·86) 아시아빙상연맹(ASU) 회장을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장명희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부터 올림픽 시설 사후(事後) 활용까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장 회장에게 있어 평창 동계올림픽은 정성으로 키운 자식과 같다. 그만큼 대회 자체의 성공은 물론, 올림픽 이후의 활용 방안까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명희 회장은 “그동안 세 번이나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면서 국민 세금을 많이 쓴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평창 동계올림픽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 대사(大事)”라고 강조했다.
 
 
  개막식 때 혹한과 싸우나?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플라자 전경. 사진=조선DB
  장 회장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개막식이었다. 그는 “조직위가 2018년에 개최된다는 상징성을 고려해 오후 8시 18분에 개막식을 열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이는 메인 스타디움의 위치와 날씨를 고려했을 때 큰 악재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막식이 2~3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하루 중 가장 추운 시간대라 그동안 관중은 물론 선수들까지 추위에 떨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동안 개·폐막식에서의 추위 문제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였다. 조직위는 당초 지붕을 씌우고 난방시설도 설치하려고 했지만 예산 문제로 무산됐다. 조직위는 메인 스타디움 곳곳을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바람막이를 설치, 구멍을 막아 북서풍을 차단할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장 회장은 “메인 스타디움이 돔이 아닌 개방형인 데다가 관중들이 앉는 좌석이 조립식이라 전후좌우가 아닌 바닥 밑에서 한기(寒氣)가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관령 지역의 최근 10년간 2월 평균 기온은 영하 4.5도였다. 다른 지역보다 강한 바람(평균 풍속 초속 3.6~12.9m)으로 인해 체감기온은 영하 10도를 밑돌았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개막식이 끝나고 3만명 이상의 관중이 메인 스타디움을 빠져 나갈 땐 기온이 더 떨어져 있을 것이다. 게다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깔릴 시각이다. 관중들이 타고 온 버스를 찾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고, (관중들이) 어둠 속에서 추위를 무릅쓰고 나가다가 자칫 저체온증이라도 걸릴까 봐 걱정이다.”
 
 
  “선수들이 걱정”
 
  장 회장은 “더 큰 문제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그는 “관중들이야 옷을 껴입는 등 나름의 방한(防寒) 대책을 갖춘다고 하나 선수들은 어떡하나. 2시간 이상 추운 데서 마냥 서 있어야 한다. 말이 2시간이지 메인 스타디움 입장을 위해 바깥에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3시간 이상이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장 회장은 “선수들이 자칫 감기라도 들면 평창 동계올림픽의 위신은 깎이고 만다. 더구나 4년에 한 번 오는 올림픽인데 선수 입장에서 얼마나 분하겠냐”고 반문했다.
 
  장명희 회장에 따르면, 메인 스타디움이 위치해 있는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는 과거 황태 덕장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황태는 고지대(高地帶)에서 차가운 바람에 말리기 때문에 그 인근의 풍속이 세고 추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의 경우 밤 9시에 개막식이 열렸는데, 이때는 시내에서 개막식이 열려 그리 춥지 않았다고 한다.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1994)은 오후 5시, 나가노 동계올림픽(1998)도 오전 11시 등 낮 시간에 개막식이 열려 추위를 최대한 피할 수 있었다고 장 회장은 설명했다.
 
 
  개막식 시간 조정해야
 
2016년 9월 22일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기념주화 공개 발표회에 참석한 이희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전 피겨선수 김연아씨. 사진=조선DB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은 2017년 12월 21일 “추위에 대비해 개·폐막식 때 무릎 담요, 핫팩, 우의 등을 관람객에게 배포하는 등 관중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선 방한모자, 목도리 등을 배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장명희 회장은 “핫팩과 방한모자, 목도리 나눠 주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담요를 나눠 주는 게 조금 걱정”이라고 말했다. 관중들이 추위를 막기 위해 담요를 뒤집어쓴 모습이 전세계에 방영된다면 속된 말로 ‘모양이 빠진다’는 주장이었다.
 
  장명희 회장은 이 같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방법으로 개막식 시간을 앞당길 것을 제안했다. 그는 “올림픽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상태에서 무리일 수 있지만, 성공적인 개막식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장 회장의 말이다.
 
  “지금이라도 조직위가 IOC와 미국의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에 양해를 구해 오후 2시나 6시로 앞당겨야 한다. 그 시간이면 일단 날씨가 덜 춥다. 오후 2시면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오후 9시, 덴버는 오후 10시, 시카고는 오후 11시, 뉴욕은 자정이다. 이 시간이면 미국에서 개막식을 중계하고, 시청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는 개막식이 야간에 치러질 것을 상정해 레이저빔과 폭죽 등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은 “개막식 행사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건 관중과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스포츠 외교력을 발휘해 개막식 시간 조정에 지금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017년 12월 22일 KTX경강선 신규 구간이 연장 개통되었다. 총 공사비 3조원에 달하는 이 구간이 완공됨으로써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횡성~둔내~평창~진부~강릉까지 KTX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신규 개통 구간 중 평창역-진부(오대산)역-강릉역 구간에 주요 경기 시설이 밀집돼 있다. 특히 메인 스타디움에 가려면 평창역이 아닌 진부역에서 내려야 한다. 장명희 회장도 “메인 스타디움에 가려던 관광객들이 자칫 진부역이 아닌 평창역에서 하차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진부역이 평창역이 될 수 없었던 데에는 역명을 결정하는 권한이 지자체와 국토교통부에 있기 때문이다. 평창군의 한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잠시뿐이고 대회 이후에는 오대산을 관광 명소로 키워야 한다는 정서가 강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메인 스타디움 ‘올림픽 플라자’ 대신 ‘오대산’이 병기되었다는 것이다. 조직위는 “KTX에서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KTX스마트폰 앱(app)에 자세한 안내를 제공해 착오가 없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세워 두고 있다.
 
  장명희 회장은 조직위의 인적 구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조직위원장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현재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무원들이 조직위로 파견 근무를 나와 있지만 대부분이 2년 주기로 바뀌어 2년 후면 부처로 원대 복귀한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대부분 역대 올림픽은 개최하기 7년 전에 결정된다. 무능하지 않다면, 동계올림픽 유치부터 올림픽이 마무리될 때까지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올림픽이 일관되게 치러질 수 있고 누군가 책임지는 구조도 만들어질 수 있다.”
 
  장 회장은 현재 조직위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있다. 자문위원 자격으로 조직위에 이러한 문제점을 건의하고 협의하려고 했지만, “조직위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계올림픽에 많이 나가 본 사람으로서 그저 충정에서 건의했을 뿐인데 …”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보 페레아니의 제안
 
2017년 2월 17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 참석한 관람객들. 사진=조선DB
  장명희 회장이 관심을 갖는 사안 중 하나가 올림픽 이후, 관련 시설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여부다. 그는 이른바 ‘레거시 플랜(Legacy Plan)’에 대한 나름의 복안을 세워 두고 있었다. 그래야 ‘경제적인 올림픽’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직위는 올림픽 후 메인 스타디움을 철거할 계획이다. 시설 유지 관리가 버겁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난 뒤 철거에 들어가 관중석은 5000석만 남기고 철거한다. 본동 건물도 3층까지만 남길 계획이다.
 
  장명희 회장은 메인 스타디움을 제외한 평창과 강릉 지역을 동계스포츠 ‘메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막대한 SOC를 투자한 만큼 이 시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수익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동계스포츠 국내 7개 연맹(스키, 빙상, 아이스하키, 컬링, 봅슬레이스켈레톤, 바이애슬론, 루지)이 힘을 합쳐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컬링 등의 시설을 국내 선수뿐 아니라 해외 선수들이 와서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자는 제안도 했다. 장 회장은 “이보 페레아니(Ivo Ferriani)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의 회장이 내게 ‘평창의 경기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뜻을 전해 왔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내 7개 연맹은 국제경기연맹(IF)과 유대를 돈독히 해 평창의 시설을 활용, 앞으로도 그곳에 계속 국제대회를 유치해야 한다. 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이 시설들을 그냥 묵혀선 안 된다. 태릉선수촌의 경우, 충북 진천으로 확장·이전했는데 그곳은 전적으로 국가 지원하에 대한체육회가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하계스포츠는 정부 지원이 뒤따르는데, 동계스포츠에도 정부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창의 경기시설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선수들이 이곳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한다면 올림픽 이후에도 평창의 위상은 한 차원 더 높아질 것이다. 평창을 ‘동계스포츠 트레이닝 센터’, 즉 ‘세계 동계스포츠의 메카’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프레스센터 역할을 할 IBC(국제방송센터)에 대해 “유스호스텔로 활용하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IBC의 현재 구조상 유스호스텔로 개조하면 돈도 적게 들고, 외국 선수들이 왔을 때 숙소로 이용할 수 있으니 훨씬 경제적이란 주장이었다. 장 회장은 “모 대학 교수가 IBC를 의료 및 건강센터로 활용하자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는 추가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고 올림픽 레거시 플랜과도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회장은 “현재 ‘레거시 플랜’ 전문가가 안 보인다. 분야별 전문가가 나서 체계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軍) 협조 필요”
 
  장 회장은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자원봉사자(volunteer)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당시 한 자원봉사자에게 ‘임원 좌석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잘 모른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한다. 장 회장은 “자원봉사자들은 각국의 언어, 친절은 물론 외국인이 물어봤을 때, 막힘 없이 대답할 수 있게 인근 지리를 완벽히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원봉사자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부스(booth)도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군(軍)의 협조도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폭설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시 군이 투입되면 경기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1980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 당시 뉴욕주가 주방위군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던 예를 들기도 했다. 장명희 회장은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예술 공연을 각 시도(市道)로부터 추천 받아 개·폐막식에 선보였으면 좋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광역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많은 돈이 들지 않을 것이란 게 장 회장의 생각이었다. 그는 “최근 유행하는 K-POP 공연도 좋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우리 전통 문화와도 거리가 있다”고도 했다.
 
  장명희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 나이에 내가 무슨 욕심이 있나. 평창 동계올림픽이 가장 경제적이고, 가장 실속 있는 올림픽으로 성공했으면 하는 게 유일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장명희 회장은 누구?
 
  형제가 모두 동계스포츠계에서 활동
 
장명희 회장.
  1932년 개성 출생인 장명희 회장은 우리나라 동계올림픽의 산증인이자 동계스포츠계의 원로다. 송도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동국대 문리과를 수료했다. 장 회장은 유년 시절부터 평양 대동강에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고, 보통학교 시절엔 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했다. 그 덕에 장 회장은 전국소년체전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다. 장명희 회장은 1960년 심판위원을 시작으로 빙상연맹과 인연을 맺은 뒤 1962년 섭외담당 이사와 전무이사 등을 거쳐 1993년 대한빙상연맹 회장에 올랐다. 1994년 국제빙상연맹(ISU) 이사로 당선되어 20년간 재임했다. 장 회장은 제12회 1976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부터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까지 감독과 총감독, 부단장 자격으로 참가했었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때에는 한국 대표선수단 단장을 맡는 등 동계올림픽에만 총 11차례나 참가했다. 2004년 9월엔 아시아빙상연맹 회장에 선출된 후 3선에 성공, 현재까지 그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도 관여해 동계올림픽 유치에 많은 역할을 했다. 장 회장의 친형인 고(故) 장철희 전 한국관광협회장도 한국대학교빙상연맹 회장, 국제대학빙상연맹 쇼트트랙 기술위원장 등을 맡아 형제가 모두 동계스포츠와 인연이 깊다.
조회 : 21229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1건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정은    (2018-01-21)     수정   삭제 찬성 : 30   반대 : 16
12년 여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우연히 뵌적이 있었네요.
기억으로는 아시아연맹회장에 당선 되셨다고 하셨는데. 스케이트를 시작했던 아들 녀석이 이젠 중3이 되어 상비군이 되었습니다. 타국에서 정말 뿌듯했고, 영광이였는데 훌쩍 지난 시간이지만 회장님도 아들도 같은 분야에서 열심히 애쓰시는 모습에 감사합니다.

201806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