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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년…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서 활동한 도태우(都泰佑) 변호사 인터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치소 안에서도 연금개혁 완수하지 못했다고 국민께 죄송해하는 분”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글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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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 다니던 곳도 그만두고 재판에 ‘올인’… “경제적 어려움보다 진실 규명이 훨씬 중요하다 판단”
⊙ 사건 실체 담긴 기록 보면서 ‘무죄’ 확신
⊙ 허원제 전 정무수석, 김재수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매번 재판 방청… TV에서 친박 핵심이라고 불리던 국회의원 모습 본 기억 없어
⊙ 박 전 대통령, 광복절 노래 2절 가사 가슴에 품고 되뇌어
⊙ “아프리카 순방 때 한국 발전 모델을 전수해 주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전 대통령, 자신이 이렇게 되는 바람에 약속 못 지켰다고 안타까워해”
⊙ 논리적이고 글 잘 쓰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내용을 고쳐달라 했다?… 너무 어이없는 모함
⊙ 아주 박약한 논리로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연장 결정, 더는 의미 없는 재판이라고 판단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가 제기한 이른바 ‘박근혜 때문이야’ 소송… “소송 통해 정치적 주장 하는 것처럼 보여”
  1986년 학력고사에서 대구·경북 지역 이과 수석을 차지한 수재(秀才)는 서울대 공업화학과(87학번)에 입학했다. 문학에 흥미가 생긴 화학과 학생은 3학기 만에 자퇴했다. 그는 6개월 뒤 시험을 치고, 서울대 국문학과(89학번)에 다시 입학했다. 문학인의 길을 가려던 차에 김홍우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현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학생에게 ▲영미법(보통법)을 보면 법과 정치가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미법은 법 공동체가 경험, 논의를 축적하면서 성장한다 ▲적법절차(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정해진 일련의 법적 절차)는 영미법이 발전을 거듭해 도달한 것이다 등 영미법에 대해 가르쳤다. 법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문학도(文學徒)는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김 교수의 수업을 듣기 위해 서울대 정치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1년 반가량 김 교수의 조교를 했다. 영미법이 자신이 생각해 오던 기존의 법(대륙법·독일법)과 다르다고 판단한 그는 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세계에 있어서 2대 법계(二大法系)를 이루는 것이 영미법(보통법)과 대륙법(독일법)이다. 두 법은 서로 대조적인 특색을 가진다. 영미법은 게르만법의 관습법을 토대로 한 보통법에 따라 개개의 판결로 이루어진 판례법이 법의 기간(基幹)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대륙법은 게르만법과 로마법이 혼합돼 있으나, 로마법이 지배적이어서 개인주의적이고 분석적·논리적이며 법전주의·성문법주의인 것이 특색이다. 한국은 대륙법을 이어왔기 때문에 대륙법계에 속하지만, 최근에는 영미법을 부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문학도는 2004년 35세의 늦은 나이에 사법고시에 도전했다. 20대 때 수재 소리를 들은 그였지만 만만치 않았다. 법조인이 되기까지는 정확히 5년이 걸렸다. 그때가 2009년이었다. 변호사가 된 그는 보수 변호사 단체인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에서 활동했다.
 
  긴 설명의 주인공은 도태우 변호사다. ‘도태우’라는 이름 석 자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일원으로 활약하면서부터다. 도 변호사는 지난 4월 재판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유영하·채명성·이상철·김상률·도태우·남효정·이동찬 변호사)에 합류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16일 법원이 자신에 대한 구속기한을 연장한 뒤 처음 열린 재판에서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판 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이날 도 변호사 등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도 모두 사임했다.
 
  도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6개월여의 기간에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11월 12일 도 변호사를 부인이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빛과소금 출판사’에서 만나 인터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형사재판을 보고, 우리나라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음을 느껴”
 
5월 23일 첫 정식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도태우 변호사 등 변호인단과 함께 앉아있다. 옆에는 최순실씨와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도 나와 있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세 번째다. 사진=조선DB
  도 변호사에게 가장 처음 물은 건 “어떻게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하게 됐느냐”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개인적인 인연이 없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과도 마찬가지였지요. 저는 경기도 시흥에서 민사 소송 위주로 재판하는 변호사였습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겁니다. 적법절차 원리가 무너진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탄핵 반대운동을 했는데, 아마 유영하 변호사가 유심히 봤나 봐요. 직접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유 변호사가 ‘같이할 수 있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 왜 맡겠다고 했습니까.
 
  “저는 이 일이(박 전 대통령 변호사)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변호인을 맡기 전)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보니, 우리나라 법치주의가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 박 전 대통령이 ‘여론재판’의 피해를 본다고 판단했군요.
 
  “그렇죠. 그런 측면에서 꼭 도와드려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재판이 공정하게 마무리돼야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김홍우 교수님은 ‘변호사로서 그런 사건을 경험할 기회가 또 있겠느냐’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제의를 수락했다고 하니, 부인은 뭐라 하던가요.
 
  “힘들어했죠. 제가 SNS상에서 욕먹는 것도 그렇고…. 사실 변호인단에 합류하고 난 뒤 제 변호사 사무실을 돌보지 못했어요. 2017년 9월 30일부로 문을 닫았죠. 제가 딸 부자(4명)입니다(웃음). 경제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죠.”
 
도태우 변호사는 “87년 헌법은 한마디로 적법절차의 헌법이었다”며 “탄핵심판으로부터 형사재판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적법절차의 원리가 무너져 버렸다”고 말했다. 사진=조선DB
  박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검찰 수사기록만 몇만 페이지인 데다가 일주일에 4일씩 재판이 잡혀 있어 모든 신경을 여기에 집중해도 모자랐다.
 
  “저뿐만이 아니라 채명성 변호사도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화우’를 그만뒀습니다. 김상률 변호사를 비롯한 다른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였죠. 주 4회 재판을 하면 오전 오후 증인신문만 합니다. 한 증인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신문하는데, 신문 내용을 미리 제출해야 합니다. 그것만 보통 몇십 페이지인데, 이것을 작성하려면 증인 외에 그와 관련한 인물의 수사기록을 완벽히 숙지해야 하지 않습니까. 인력과 시간상 버거웠던 게 사실이죠.”
 
  ― 변호인 숫자를 늘리면 해결됐을 문제 아닌가요.
 
  “대형 로펌에서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을 수 있을까요. (주위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으니) 어렵겠죠?”
 
  ― 그러니까, 선뜻 나서는 로펌이나 변호사가 없었다는 말이군요.
 
  “그런 부분이 있죠.”
 
  ― 수임료는 받고 일했나요.
 
  “네. 다만 얼마를 받았다고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습니다.”
 
  ― 박 전 대통령이 지급했나요.
 
  “네.”
 
  ― 변호인단의 채명성 변호사님 인터뷰(뉴시스 10월 26일)를 보니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사람 중 이재만,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국정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긴급 체포)은 탄핵 심판 때 증언을 해달라는 변호인단의 부탁을 거절했다고 하던데요.
 
  “제가 탄핵 과정에서는 변호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만 채 변호사가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맞겠죠.”
 
 
  “허원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매번 참석”
 
8월 25일 오후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주 4회 진행된 재판에 살인적인 일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조선DB
  ― 박 전 대통령 재판장에서 소위 ‘친박’ ‘진박’이라고 주장했던 정치인의 모습은 못 본 것 같은데요.
 
  “허원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경우 매번 오다시피 했습니다. 드문 일이죠. 김재수 전 농림부 장관도 자주 오셨습니다. 서상기 전 의원도 몇 번 방문했고요.”
 
  ―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의원처럼 박근혜 정부 때 승승장구했던 현역 의원들은 오지 않았나요.
 
  “제가 매일 재판장에 있었던 게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 변호인단의 호흡은 어땠습니까.
 
  “심각하게 부딪힌 적은 없었습니다. 재판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다들 힘들어했죠.”
 
  ― 6개월 동안 몇만 장의 자료를 다 살펴봤을 텐데, 박 전 대통령은 죄가 있습니까.
 
  “변호인을 맡기 전에는 막연하게 ‘무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건 실체가 담긴 기록을 보면서는 ‘무죄’라고 확신했습니다.”
 
  ― 왜죠.
 
  “박 전 대통령은 18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뇌물죄가 성립하느냐 마느냐지요. 검찰은 직권을 남용해서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보니까요.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공모를 해서 뇌물을 받은 증거라고 내세운 증인들의 증언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예를 들어주시죠.
 
  “정현식씨(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같은 경우에는 최순실씨와의 통화를 되돌아볼 때, 박 전 대통령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증언했습니다. 저희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최순실씨랑 통화를 하고 일정표 같은 데 기록을 해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정현식씨가 함께 제출한 다른 문서와 내용이 달라 이를 캐물어 봤더니, 결국 정씨가 일정표에 적은 내용은 통화 직후가 아니라, 통화 이후 검찰 수사 받기 직전에 적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되었습니다. 정씨도 ‘아들의 도움을 받아 검찰 조사 직전에 적었다’고 실토했습니다. 게다가 일정표에는 통화나 면담 일정만 적혀 있을 뿐 대화 내용은 적혀 있지 않은데, 검찰 주장에 부합하는 어떤 날의 대화 내용은 기억이 나고, 다른 날의 대화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입니다. 이런 증언이 신뢰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검찰은 이런 증언 몇 개를 모아 박 전 대통령의 공모 증거라고 내놓은 겁니다.”
 
  ―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PC’를 개통한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도 이와 관련한 증언이 달라지는 것 같던데요.
 
  “1차 진술과 2차 진술에 큰 차이를 보이는 등 관련자들의 증언에 불투명한 점이 많죠. 그러니까 의혹이 생기는 것이고요.”
 
 
  “박 전 대통령은 국가와 결혼했다는 말이 어울리는 분”
 
도태우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감옥 안에서도 나라 걱정을 하며 연금개혁 등 못다 이룬 국정 공약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된 후 147일 동안 148번 변호인을 접견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으로 구속된 지난 3월 31일부터 8월 24일까지 통계를 낸 것이다. 당연히 도 변호사도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다.
 
  ― 접견 시간이 어떻게 됩니까.
 
  “주로 오전에 1~2시간 정도 뵙고 재판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박 전 대통령 건강은 어떤가요.
 
  “힘들어하십니다. 갈수록 더 힘들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몇 개월 쭉 보니깐 느껴지더군요. 날씨도 추워지는데….”
 
  ― 박 전 대통령이 변호인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면회하지 않은 이유는 뭡니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일반 면회를 하면 대화 내용을 다 녹음합니다. 이 녹음 파일이 재판 증거로 나오는 경우도 있죠. 대통령께서는 대화 내용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것을 우려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 독대해 본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입니까.
 
  “‘국가와 결혼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정말 그런 분 같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가까이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그런 기간이 지나고 나면 참 소탈하게 대해 주십니다. 배려심도 많으시고요. 대통령은 형사재판 내내 재판 시작과 끝에 변호인들에게 항상 먼저 인사말을 건네셨습니다. 그리고 자제력과 인내심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안에서도 나라 걱정을 하고 있나요.
 
  “하루는 광복절 노래 2절 가사를 아느냐고 묻더군요. 2절은 잘 모르겠다고 하니, 2절 세 번째 소절 가사가 ‘세계에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인데, 당시 우리가 아무것도 없던 시절인데 어떻게 이런 가사가 나왔는지 놀랍지 않으냐. (대한민국은) 참 저력이 있는 국가라고 하셨습니다.”
 
  ‘세계에 보람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는 글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보람될 일이 반드시 한국에서 일어난다는 예언인데, 가사처럼 식민지에서 해방될 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한국은 1990년대 들어 세계 15대 수출국이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고 세계 11대 수출국으로 진입해 세계 모든 저개발 국가의 본보기, 최고 선진국에는 경계의 나라가 됐다.
 
  ―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쪽에서는 ‘나라를 망친 원흉’이 무슨 나라 걱정을 하느냐고 시비를 걸 것 같습니다.
 
  “진심이었어요. 삼성 사건 이야기할 때였는데 대통령께서 ‘문형표씨가 연금전문가여서 국정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임명했는데 기대했던 것을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고 하셨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국가 재정 건전성을 위해 ‘연금 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4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과 함께 군인연금 개혁을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근혜 정부 치적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수조 원의 만성적 적자를 보였던 공무원연금은 개혁이 필요했지만, 공무원 전체를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역대 어떤 정권도 손대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향후 70년간 333조원의 재정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이 아쉬움을 표시한 것은 사학연금, 군인연금 개혁을 이루지 못했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실형(2년6개월)을 선고받은 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도 변호사가 말을 이었다.
 
  “한번은 박 전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 때 한국 발전 모델을 전수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후속 조처를 할 무렵 본인이 이렇게 돼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며 정말 안타까워하시더군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유럽 사람들에게 일종의 배신 같은 것을 많이 당했는데 (우리나라한테도) 배신감을 느끼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하시면서요.”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5월 에티오피아(25~28일), 우간다(28~30일), 케냐(30일~6월 1일)를 방문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아프리카 3개국에서 한국형 개발협력 프로젝트인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사업을 출범시키고 새마을운동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사업과 관련,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이다.
 
 
  “논리적이고 글 잘 쓰는 분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고쳐달라 했겠나”
 
  도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열리지 않을 때는 10.6m2 크기의 독방에서 주로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박 전 대통령은 최근 영문으로 된 《Condoleezza Rice》라는 책을 읽기도 했다고 한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흑인 여성으로 미 국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은 2006년 5월 박 전 대통령이 면도칼 피습을 당했을 때 은밀하게 위로 전문을 보낸 사실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뒤늦게 공개된 바 있다.
 
  2017년 10월 1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 박 전 대통령이 준비해 온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히길 바란다”는 말로 10여 분의 낭독을 마치자 재판부는 20분간 휴정을 선언했다. 유영하 변호사를 포함한 박근혜 대통령 측 변호인단 7명은 재판부에 사임계를 제출하고 퇴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휴정 후 법정 밖을 나서면서 변호인단과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 밖을 나갈 때 일부 방청객은 “힘내세요”라고 외쳤다. 재판부를 향해 “너무하다” “천벌 받을 거야”라는 말도 나왔다.
 
  ―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후 처음으로 침묵을 깨고 ‘정치 투쟁’에 나설 것임을 알고 있었나요.
 
  “당일 대통령님의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재판 당일 들었다는 이야기입니까.
 
  “당일 듣긴 했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금요일(10월 13일)에 ‘16일 재판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죠.”
 
  박 전 대통령은 10월 13일 구속 연장이 결정되고 나서 구치소장과 면담하면서 “석방을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변호인단 총사퇴는 언제 결정한 겁니까.
 
  “변호인단 모두 법리상으로 나올 영장이 아닌데 발부된다면 더는 의미가 없는 재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어떤 점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까.
 
  “SK그룹 부분은 이미 심리가 끝났는데 이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한 것은 (결국 이를 명목으로) 다른 사건을 심리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SK그룹 부분이 얼마나 박약하냐면 고영태, 박헌영, 정현식 이 유명한 사람들이 SK임원(전무급)을 만납니다. 임원이 이 사람들이 말하는 게 너무 황당하니까 청와대에 확인해 보겠다고 하니까 깜짝 놀라서 그만둬 버립니다. 이후 임원이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에게 보고를 하는데, 이 사장은 이를 최태원 회장에게 보고도 안 했습니다. 너무 이상하니까 자기 선에서 해결하려 한 것이죠. 이걸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SK에 뇌물 요구를 했다고 하는데 뇌물 요구가 성립하려면 최소한 요구 의사가 의사결정권자한테 가야 하거든요. 이건 의사결정권자한테 가지도 않은 것입니다. 이런 박약한 논리가 받아들여져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연장된 것입니다.”
 
  ― 박 전 대통령이 준비해 온 글을 읽었는데, 직접 쓴 겁니까.
 
  “직접 쓰신 겁니다.”
 
  ― 이번 글을 보면서 구성과 내용에서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논리적인 분입니다. 글도 잘 쓰시고요. 이런 분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의 내용을 고쳐달라고 했겠습니까. 너무 어이없는 모함이죠.”
 
  실제 박 전 대통령이 준비한 글은 830자 분량으로 길지는 않지만 구성과 내용에서 단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jtbc 고발 이유
 
윤석열 서울 중앙지검장은 10월 23일 국정감사에서 “jtbc의 태블릿PC 입수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도태우 변호사는 “검찰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jtbc 방송 캡처
  도 변호사는 2016년 12월 24일 jtbc 소속 기자와 회사 관계자 등을 태블릿PC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고발했다. 검찰은 7월 6일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했네요.
 
  “그래서 항고했습니다. 검찰은 절도의 무죄 이유를 두 가지로 얘기했어요. 건물 관리인 노광일씨가 양해를 해줬고, 태블릿PC를 열어본 게 물건의 경제적 가치를 손상하지 않았기에 절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 노광일씨가 태블릿PC의 주인도 아닌데, 양해할 자격이 있나요.
 
  “없죠. 법적으로 처분권이 있는 사람이 묵인해 주는 것을 양해라고 합니다. 노씨는 관리인이지, 소유자가 아니죠. 결국 양해할 권리가 없는데, 요즘 언론보도를 보면 검찰의 주장이 살짝 바뀐 것 같더군요.”
 
  ― 어떻게요.
 
  “그러니까 태블릿PC가 유류물, 즉 버리고 간 물건이다. 주인 없는 물건이다. 이런 식으로 바뀌었죠.”
 
  ― jtbc와 검찰은 주인 없는 물건을 최순실 소유라고 한 게 되네요.
 
  “아무래도 절도죄를 피하기 위해 이런 논리를 만드는 것 같은데요, jtbc 보도에 따르면 이게 말이 안 됩니다. 더블루K 사무실 문이 잠겨 있었다고 했지 않습니까. 버릴 거면 왜 문을 잠가놓습니까. 잠금장치를 했다는 것은 버리지 않았다는 뜻이죠.”
 
  ― 태블릿PC가 유류물이면 죄가 안 되나요? 주인이 없어도 함부로 취하면 점유이탈물횡령 아닌가요.
 
  “소유권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누군가 지하철에 가방을 모르고 두고 내렸는데, 주운 사람이 가방을 가지면 점유이탈물횡령입니다. 그런데 주인이 진짜 필요 없다고 망치로 깬 다음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것을 주워다 그 안에 유용한 걸 뽑아내 사용한다면 그건 죄가 안 되죠. 그런데 태블릿PC가 망치로 깨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물건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겁니다.”
 
  ― 볼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너무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하는 것이죠.”
 
  건물 관리인 노씨는 2017년 10월 25일 ‘jtbc 뉴스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평소 제가 손석희 사장을 존경하고 믿기 때문에 jtbc 기자여서 내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렇게 협조한 거라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했다. 2017년 4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씨는 “자신은 본래 통진당 당원이었으나 통진당이 해산된 후 정의당 당원이 되었고,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라고 진술했다.
 
 
  ‘박근혜 때문이야’ 소송은 법리적으로 가능할까?
 
  구속기간 연장에 반발해 변호인단이 총사임하는 등 형사재판을 거부하는 박 전 대통령이지만 민사소송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도 변호사는 민사재판의 유일한 소송대리인이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문에 고통받았다는 시민 9577명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는데 그 사건도 담당하시죠.
 
  “네. 지난해 12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를 포함한 국민 9577명이 소송을 제기했죠. 청구 액수는 1인당 50만원입니다.”
 
  ― 소위 ‘박근혜 때문이야’ 소송은 법리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법률적으로 의문이 매우 많습니다. 국민 전체를 피해자로 보는 것인데요, 이런 식의 민사소송이 성립할까요. 이것은 구체적인 법률관계를 다투는 민사소송의 기본 구조와 어긋나는 소 제기입니다. 또한 이는 판례가 취하는 ‘상당인과관계론’, 어떤 원인이 있으면 통상 그런 결과가 발생할 것이 인정되는 사안으로 보기 어렵지요.”
 
  한 손해배상소송 전문 변호사는 “국민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과연 법적인 손해인지 모르겠다”며 “상대방이 나를 때리거나 교통사고를 내 다치게 하거나 하는 것처럼 권리침해가 명백한 경우와는 달리 직접 관계가 없는 공직자의 행위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배상을 받을 수 없는 사실적 손해에 불과하다”고 했다.
 
  ― 이 소송을 주도한 사람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점에서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오던데요.
 
  “재판부도 이에 대해 굉장히 의문을 가지는 것으로 압니다. 저는 소송 자체가 아니라 소송을 통해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게 목적 아니냐는 항변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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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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