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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32주년 맞은 연세의료원 윤도흠 원장

“2020년이면 꿈의 암 치료장비 ‘중입자 치료기’ 가동된다”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gsm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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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입자 치료기 들어갈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 곧 착공
⊙ 정상세포에 해 입히지 않고 암세포만 표적 치료 … 세계에 10대뿐
⊙ 1억원 드는 해외진료, 3000만원대로 낮출 수 있어
⊙ 용인 동백세브란스 병원은 ‘의료복합 도시첨단 산업단지 콤플렉스’로 바꿔 추진 … 의사와 제약회사,
    의료기기 업체가 한 곳에 모여 시너지효과 낼 것
⊙ 국내 최대량의 진료 데이터로 인공지능 진료 도전할 것 … 그것을 위해 100개 업체와 산학협력
  서울 신촌 연세의료원의 모태(母胎)는 제중원(濟衆院)이다. 1885년 개원한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이었다. 132년이 흐르는 동안 연세의료원은 국내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의 의료기관으로 우뚝 섰다. 취임 1년을 맞은 윤도흠(尹道欽·61) 의료원장 겸 연세대 의무부총장을 만나 대화했다.
 
  윤 원장은 “연세의료원이 환자 수와 매출액에서는 아산병원에 이어 2위이며 아카데믹, 즉 논문 수 등의 연구업적에서는 서울대 병원 등에 이어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국내 빅(Big) 3’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텐데 윤 원장은 야심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꿈의 암(癌) 치료장비’라는 중입자(重粒子·Baryon) 치료기’를 들여와 오는 2020년부터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 최초가 될 것이다. 소립자의 일종인 중입자 암 치료는 일본 국립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1994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치료법을 말한다.
 
  원리는 광속(光速)의 80%에 달하는 초고속으로 방사된 미세한 탄소 입자가 우리 몸의 정상적인 조직을 투과해 암세포가 있는 위치만 타격하는 것으로, 피부 안쪽 깊숙이 자리 잡은 암세포에 중입자를 발사하여 치료기에서 미리 조절된 깊이에 도달하면 주변 암세포만을 파괴하고 사라지는 치료다.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는 중입자 치료기는 간암 90%, 전립선암 100%, 폐암 80%, 재발된 암도 약 42% 완치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입자 치료기는 ‘브랙 픽(Bragg peak)’ 효과로 인해 암세포 살상력이 높지만 정상 세포는 죽이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이나 고통이 거의 없다.
 
 
  중입자 치료기 기계값만 1200억원
 
  — 그동안은 양성자 치료기가 알려져 있었습니다.
 
  “양성자 치료기는 국내에 두 대가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가 가동하고 있지요. 중입자 치료기는 양성자 치료기보다 훨씬 효과가 좋습니다.”
 
  — 그렇게 좋은데 왜 빨리 들여오지 않습니까.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가격이 양성자 치료기의 2배 정도 될 겁니다.”
 
  — 2배라면 어느 정도 ….
 
  “기계값만 1000억원에, 각종 스펙을 갖추려면 1200억 정도가 들어야 합니다. 기계의 덩치가 커서 건물 한 채를 새로 지어야 합니다. 한 400억~500억원 정도가 들지요. 그리고 일단 가동하면 매년 유지비만 5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그냥 단순히 기계 한 대가 아니군요.
 
  “저희가 최근에 중입자 치료기를 설치할 부지를 정했는데요, 지하 3층에 지상 3층, 연건평은 1만8480m², 즉 5600평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연세의료원 내 심장혈관병원 주차장 자리에 곧 공사를 착공할 예정입니다.”
 
  — 중입자 치료기가 가동되면 암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겠군요.
 
  “전립선암이나 폐암 환자들이 주로 일본에 가서 중입자 치료를 받는 데 1억원이 듭니다.”
 
  — 며칠이나 치료받기에 1억원이 듭니까.
 
  “한번 치료라는 것이 보통 패키지 형태입니다. 많으면 10번, 적으면 5번을 치료 받는데 그 정도 비용이 듭니다.”
 
  — 국내에서는요.
 
  “약 300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부담이 확 줄어들지요. 거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더 저렴해지겠지요. 양성자 치료에 대해서도 최근부터 보험이 적용됐으니 중입자 치료기도 그렇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의할 것은 이 중입자 치료기가 모든 암을 완치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 치료기가 몇 대나 있습니까.
 
  “일본에 4대, 중국에 1대, 유럽에 2~3대가 있고 미국은 건설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상상하기 힘든 거액이 소요되는데 수지는 맞나요.
 
  “환자를 치료하면서 돈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좀 조심스럽지만 적자(赤字)를 각오하고 내린 결정입니다. 암 환자들께서 막대한 비용을 물도록 우리가 방치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치료방사선과 교수들이야 절대로 적자가 안 난다고 주장하지만, 하하. 올해 건물을 짓는 공사에 착공하면 완공하는 데 20~25개월이 걸릴 것이고 장비를 들여오기 시작해 세팅하고 시범가동하는 데 10개월 정도가 예상됩니다.”
 
 
  용인에 연세 의료복합 산업단지 조성
 

  — 용인 동백신도시의 세브란스 병원은 말이 많았지요?
 
  “2014년 12월에 병원 건축이 잠정 중단됐습니다. 여기엔 사연이 많아요.”
 
  — 어떤 사연입니까.
 
  “처음에 용인 동백신도시를 건설할 때 건축업자들이 땅을 무상으로 증여할 테니 신도시 거주자들을 위한 병원을 지어 달라고 해서 시작된 게 용인 동백세브란스 병원 건립의 시초입니다. 사실 용인에는 대학병원이 없어서 환자들이 분당이나 수원으로 가야 했습니다. 여기서도 돈 문제가 나오는 게 죄송스럽지만 병원을 짓고 장비를 들여오려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됩니다.”
 
  — 아무리 병원이라도 손해 보면서 운영할 순 없지요.
 
  “게다가 아무래도 서울이 아닌 지방이다 보니 전공의를 확보할 수도 없고 교수들을 보내려면 인건비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상승한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결국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 계획을 중단한 것이지요.”
 
  — 그럼 무슨 계기로 다시 시작하게 됐나요. 명칭이 ‘용인 연세 의료복합 도시첨단 산업단지 콤플렉스’로 아주 거창한데.
 
  “처음에는 용인 동백세브란스 병원을 재난(災難) 전문 병원으로 만들어 볼까도 생각해 봤어요. 2014년에 세월호 사고가 발생해서 재난 전문 병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잖아요. 그런데 아이디어를 낼 때마다 부결되고 부결되고 하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그러던 차에 용인시에서 인근 그린벨트를 풀어 줄 테니 용인 연세 의료복합 도시첨단 산업단지 콤플렉스’로 계획을 바꾸자는 제안을 해 왔고 우리가 수락한 거지요.”
 
  — ‘용인 연세 의료복합 도시첨단 산업단지 콤플렉스’는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한마디로 같은 공간 내에서 의사와 제약회사·의료기기 제작회사가 함께 일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요. 더구나 요즘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타이밍도 좋았습니다.”
 
  — 말씀대로라면 이 의료복합 콤플렉스에 국내 최고의 의사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 새로운 치료법이나 치료기계를 개발한다는 것이군요.
 
  “한국 의사들의 수술법이 세계 최고입니다. 손으로 직접 하는 것뿐 아니라 로봇을 이용한 수술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이 콤플렉스에 로봇 수술 트레이닝 센터를 만든다면 전 세계의 의사들이 배우러 올 겁니다. 로봇 수술 트레이닝을 받은 뒤에는 임상을 보면서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겠지요.”
 
  — 콤플렉스의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지금 있는 부지가 2만3000평에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약 4만평이 되니 6만3000평인 셈이지요.”
 
  — 이 콤플렉스는 언제 완공됩니까.
 
  “이것도 2020년 2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연세의료원은 2020년하고 인연이 깊네요. 병상(病床) 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처음에는 1000베드 정도로 생각했다가 755병상으로 낮췄고요. 대신 종합병원뿐 아니라 의료 R&D단지, 의료관광시설, 의료 관련 최첨단 산업체 및 연구소와 함께 대규모 편의시설도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 콤플렉스가 완공되면 최첨단 진료는 물론 산학연관(産學硏官)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래 한국의 의료산업을 선도하는 허브가 될 것입니다.”
 
 
  1세기 이상 축적된 빅테이터 활용
 
  — 연세의료원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바탕이 될 수 있도록 보유한 모든 데이터를 통합·정제·제공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연세의료원은 올해로 창립 132주년을 맞았습니다. 연세의료원의 역사가 곧 대한민국 현대의학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세기 이상 축적한 방대한 분량의 의료 데이터는 하나같이 ‘한국인’이 지닌 질환별 특성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는 소중한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지요.”
 
  —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자원이나 마찬가지 존재지요.
 
  “그렇습니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누가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통합, 분석해서 활용하기 쉬운 플랫폼 형태로 갖추어 놓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연세의료원은 국내 여느 기관을 압도하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것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최고급 인력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고의 IT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업체들과 연계한다면 미래형 발전적 플랫폼 구축 사업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 지난 3월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 IT기업 10개사와 ‘한국형 디지털 헬스케어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지요?
 
  “그것이 앞서 말씀드린 데이터를 통합·정제·제공하는 시스템 구축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10개 회사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외에 디에스이트레이드, 아임클라우드, 센서웨이, 마젤원, 디엔에이링크 등 우리나라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핵심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거나 수준 높은 성과를 양산하고 있는 회사들도 대거 참가했습니다.”
 
  — 결국 데이터를 통합·정제·제공한다는 것은 이 데이터를 학습시켜 인공지능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 분야는 미국이 앞서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저희가 데이터를 정제한다는 것은 영어로 마이닝(mining)이라고 하는데 만일 편리한 것만 따진다면 미국 것을 따라하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가진 데이터는 그들의 것이고 연세의료원이 가진 것은 ‘한국인의 것’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형 인공지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인공지능 치료 시대 열린다

 
  — 인공지능이 치료를 맡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지금도 IBM 왓슨 같은 경우 항암 처방을 내립니다. 우리도 데이터의 총합(總合)에서는 정점이 있기 때문에 멀지 않은 시일 내에 그런 처방이 가능해집니다.”
 
  — 인공지능 치료가 시작되면 병원의 그림 자체가 달라지겠군요.
 
  “예전에는 병원의 경쟁력이 어떤 명의(名醫)를 모셔 오느냐, 그 병원에 어떤 새로운 기계가 있느냐로 결정됐습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그런 게 모두 무의미해집니다.”
 
  — 그렇지만 이런 미지의 세계를 걷는 데 병원으로서는 위험부담이 있지요.
 
  “맞습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엄청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컨드 팔로워(Second follower)는 퍼스트 무버의 뒤를 따르며 눈치를 보니 돈은 줄일 수 있지만 역시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 병원마다 인공지능에 대비하고 있겠네요.
 
  “아마 상위권 병원들은 전부 필사적일 겁니다. 여기서 제가 정부에 바라는 게 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바이오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병원들이 중복 투자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저는 정부가 중복 투자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개 IT기업과 공동연구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 IT기업 10개사와 ‘한국형 디지털 헬스케어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더 늘릴 계획입니까.
 
  “이것은 2020년까지 최대 100개의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기업을 유치하려는 계획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전 이것을 ‘스타트업 세브란스 100 프로젝트’라고 명명했습니다.
 
  — 중입자 치료기도 2020년, 용인 동백 콤플렉스도 2020년인데 또 2020년입니다. 스타트업 세브란스 100프로젝트와 ‘디지털 세브란스 2020’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당연히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업체에는 연세의료원 산하 대학과 병원과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전문 연구인력을 적극 개방할 겁니다. 그게 진정한 산학 공동연구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폐쇄적이어서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 윤 원장께서는 ‘융합 사이언스 파크’도 추진하고 있다는데, 사업을 굉장히 많이 하시는 거 같습니다.
 
  “융합 사이언스 파크는 대학본부와 최근에 추진 협약서를 체결했습니다. 융합 사이언스 파크 구상은 기초·응용·임상연구간 협업(協業)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만일 이학(理學)·공학·의학의 두뇌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장벽을 허물고 연구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연구성과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정확한 장소는 학과간 의견 조정이 필요해 당분간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아까 전공의를 확보하기가 힘들다고 하셨는데 그건 무슨 이야기입니까.
 
  “약간 주제가 다른 것인데 …, 사실 우리나라 병원계가 질 높은 진료 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전공의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런데 전공의들은 한 병원에 소속된 임상의사이면서 전공 진료과의 심화교육을 받는 학생이라는 상반된 신분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근무시간과 처우 측면에서 병원별로 차이가 큽니다. 전공의들이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는 데는 타당한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작년 12월 23일 시행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은 이런 전공의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병원계와 전공의단체 그리고 정부가 합의를 이룬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요.”
 
  — 예전에는 전공의들이 거의 쉬지도 못하고 일했지요.
 
  “제가 학생일 때도 그랬습니다만, 전공의 특별법의 가장 핵심사항은 사실 근무시간의 제한(주당 80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세브란스 산하 병원에서는 입원환자를 전담해 진료를 책임지는 병동 전담 전문의 제도를 최근에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이들의 근무시간을 줄여 주기 위해 진료 지원 업무에서 자동화와 전산화 작업도 추진하고 있고요.”
 
  — 연세의료원에는 전공의가 몇 명이나 됩니까.
 
  “인턴이 199명, 전공의가 691명으로 900여 명 됩니다. 사실 병동마다 전공의가 있으면 환자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문제가 생겨 전공의를 찾느라 수술실로 연락하는 등 난리법석인 적도 있었거든요. 다만 전공의들이 공공재(公共財)로서 높은 진료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저부담으로 제공하고 군에 입대해서는 군의관 혹은 공보의로 국가와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정 부분 국고 보조가 있었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저는 의료계를 볼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단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최고 우수한 인재들은 의사가 되고 제일 미련한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는 농담도 있지요.
 
  “앞서 전공의 문제를 말씀드렸지만 꽤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0.01%에 해당하는 인재들이 전부 의대를 지망했어요. 그런데 문제점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의대에 오는 학생들은 전부 1등 외에는 다른 등수를 모르고 살아온 학생들입니다. 그런데 130명의 1등을 모아 놓으면 다시 1등과 130등이라는 숫자가 주어지지요.”
 
  — 못 참겠네요, 1등만 하던 학생들이라.
 
  “그렇지요. 그래서 좌절하는 학생들이 꽤 있습니다. 저는 이런 인재들을 다른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잠재력이 대단한 이들이 사장된다면 국가적으로 너무 큰 손실이 아니겠습니까.”
 
  — 예를 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굳이 예를 든다면 진료 이외에 갈 수 있는 트랙이 너무 없는데 그것을 열어 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마다 진료기록(EMR)도 다른데 이것을 표준화시킨다면 또 다른 출구가 될 수도 있고요.”
 
 
 
“세브란스 병원은 3등쯤”

 
  — 연세대 의대생들의 수능점수가 서울대 의대생들과 비슷하다는데 서울대 병원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서울대 의대생들보다 높다곤 할 수 없지만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저희 병원이 환자 수나 매출액 면에서는 아산병원에 이어 2위입니다.”
 
  — 연구성과, 예를 들어 논문 발표 수 같은 것은요.
 
  “아카데믹한 쪽은 아무래도 서울대 병원이 1위지요. 의사 수에 비해 진료해야 할 환자 수가 적으니까 상대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을 겁니다. 2위는 삼성서울병원과 아산병원일 거고 우리는 3등쯤 될 겁니다.”
 
  — 원장님 사무실을 찾느라고 안내데스크를 봤더니 웬 외국인이 근무하고 있네요.
 
  “아무래도 병원의 수익이 해외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서 많이 나니까 외국인 안내원을 배치했습니다. 문 국장이 본 안내원은 러시아인입니다. 처음에는 러시아에서 환자가 많이 왔다가 지금은 경제가 안 좋아 조금 줄었습니다. 대신 중동 쪽 환자가 늘었고요. 아무래도 각 대형 병원들은 해외환자 유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 아까 원장님께서 돈 문제를 거론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하셨습니다만 병원이 적자 보고 진료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영리(營利)병원이라는 말 자체도 처음부터 잘못 지은 것인데, 현재 병원이 수익을 내는 부분은 해외환자 유치와 중계연구 정도일 겁니다. 중계연구는 기업과 연계해야 하는 분야인데 아직 비중이 미미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글로벌 임상과 함께 신경을 써야 하지요.”
 
  — 학교는 연세대를 나오셨고 혹시 고등학교는 어디 나오셨나요.
 
  “신설동의 대광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 그럼 계속 전교 1등 하셨습니까.
 
  “무슨 말씀을. 대광고가 서울대 진학자가 적을 뿐이지 연세대는 70~80명씩 보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굉장히 우수한 학교입니다. 지금 고려대 병원장도 저와 같은 대광고 동문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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