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탄생 100주년 맞은 연민(淵民) 이가원(李家源) 선생의 생애와 학문 : 월간조선

지난 4월 7일 연세대학교에서 연민 이가원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필자의 ‘연민 이가원의 학문연원과 특징’이라는 기조강연을 비롯하여, 중국 남개대학(南開大學)의 조계(趙季) 교수, 고려대학교 심경호(沈慶昊)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권오영(權五榮) 교수 등 11명의 국내외 학자들이 연민 이가원 선생의 학문과 사상에 대하여 다방면에 걸쳐 무게 있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연민 이가원 선생은,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저명한 학자이다. 그는 한문학자, 국문학자, 중국문학자, 한시인, 한문문장가, 고전번역가, 교육자, 서법가, 유림지도자라고 일컬을 수 있을 정도로 학문의 폭이 넓고 활동이 다양하였다.

연민은, 1917년 4월 6일 경상북도 안동군(지금의 안동시) 도산면(陶山面) 온혜리(溫惠里)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자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의 14대 후손으로 태어났다. 퇴계의 후손 가운데서도 종가 계통의 집안 사람으로 그 증조부까지는 퇴계의 종손이었고, 조부는 종손의 아우였다.

자는 철연(悊淵), 호는 연민인데, 연민 이외에도 입옹(笠翁) 등 90여 개의 호가 더 있다.

퇴계 가문의 학문과 사상을 이어온 가문에서 생장하여 영향을 많이 받았다. 연민의 고조부 고계(古溪) 이휘녕(李彙寧)은 퇴계의 10대 종손일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학문과 덕행으로도 당시 영남의 대표적인 학자로서, 영남의 선비사회를 주도하였다.

23세까지 전통 한학 공부

평소 글씨를 쓰던 모습. 연민은 서예가로서도 일가를 이루었다.

연민의 생가 5대조인 후계(後溪) 이이순(李頤淳)은, 퇴계학을 계승하여 다시 중흥시킨 큰 공이 있었고, 많은 제자를 가르쳤다.

당시 연민의 증조부, 조부, 부친과 같은 항렬의 가까운 일가 가운데서 학문이 뛰어난 학자들이 많아 연민이 어릴 때 그의 가문은 학문하는 분위기가 충만하였다.

후계의 아들 소계(素溪) 이휘병(李彙炳)은, 1855년 사도세자(思悼世子)의 추숭(追崇)을 요청하는 영남만인소(嶺南萬人疏)의 소수(疏首·상소의 대표자)가 되었다. 그 아들 돈와(遯窩) 이만손(李晩孫)은 1881년 청나라 관원 황준헌(黃遵憲)의 《조선책략(朝鮮策略)》을 수용한 영의정 김홍집(金弘集)의 처벌을 포함한 척사를 주장하는 영남만인소의 소수가 되어 유림에서 중망이 있었다. 소계는 연민의 종고조부이고, 돈와는 연민의 종증조부이다.

연민의 조부 노산(老山) 이중인(李中寅)은, 자신은 어려서부터 몸이 아파 큰 공부를 못 했기 때문에 연민을 큰 학자로 만들기 위해서 5세 때부터 같이 데리고 자면서 지극정성으로 관심을 기울였다. 훌륭한 스승을 골라 배우도록 하고, 장가도 학문 있는 집안에 들게 하였다.

연민은 5세 때부터 23세 때까지 고향 집에서 전통적 방식에 의한 한학 공부에 전념하였다. 당시 집안에는 당숙 양전(陽田) 이상호(李祥鎬)를 비롯하여 동전(東田) 이중균(李中均), 애간(愛磵) 이화성(李和聖) 등 많은 학자가 있었는데, 이들에게서 경사(經史)와 시문(詩文)을 배웠다. 또 외가가 있는 영주(榮州)에 가서 외재(畏齋) 정태진(丁泰鎭), 서주(西洲) 김사진(金思鎭)에게 배웠다. 13세 때 안동 임하면(臨河面) 수곡(水谷)에 세거하던 전주유씨(全州柳氏) 종가에 장가든 이후로 장인 회계(匯溪) 유건우(柳健宇)에게 배웠다.

16세부터 연민은 전통적인 한학 공부 방식인 같은 글을 여러 번 읽어 암기하는 공부 방식을 취하지 않고, 글의 뜻을 깊이 생각하여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공부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연민의 조부 노산 이중인은 늘 연민에게 “너는 도포 입고 꿇어앉는 선비가 되지 마라”고 훈계하였다. 선비가 도포 입고 꿇어앉는 것은 기본자세인데, 왜 이런 훈계를 했을까? 유교가 너무 수구적이라 선비들이 자기 생각은 하나도 없이 옛날 것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만을 능사로 삼아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한 채 일생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조부는 아무런 자기 생각 없이 이전의 것만 따라하는 형식적인 선비가 되지 말라고 가르친 것이었다. 조부의 이 훈계가 뒷날 연민을 독창성이 있는 큰 학자로 키우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송지영과 북경 유학하려다 중단

도자기에 쓴 연민의 글씨 오유지족(吾唯知足).

또 서주 김사진 같은 분은 정통유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 반계(磻溪) 유형원(柳馨遠)의 《반계수록(磻溪隨錄)》,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 등 실학파의 저작들을 구해 읽었다. 서주는 자신이 실학사상에 심취하여 연민에게 자주 실학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또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중국에도 다녀와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었는데, 연민에게 중국의 상황도 자주 이야기해 주었다. 이런 서주의 영향으로 연민이 나중에 성리학 연구에 빠지지 않고 실학자에 관심을 갖고 실학의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향에서 한학만 공부하던 연민은 나이 들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다. 이대로 한학만 해서는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겠는가 등으로 깊은 고민이 되었다. 전통학문을 하더라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 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일본 사람들이 세운 학교에는 집안 어른들이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고, 본인도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한창 고민을 하고 있던 23세 되던 해인 1939년 2월, 영주에 살면서 중국을 몇 차례 왕래하던 소설가 송지영(宋志英)이, “내가 지금 북경대학(北京大學)에 유학하기 위해서 떠나니, 같이 가고 싶으면 같이 가자”라는 요지의 엽서를 보내왔다.

그래서 어머니에게만 이야기하고 조부 몰래 송지영을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송지영은 북경으로 갔지만, 연민은 여비가 없어 가지 못하고, 서울에 머물렀다. 고학을 하더라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서 버티며 신학문을 익힐 결심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마침 그때 명륜전문학원(明倫專門學院)에서 각 도에서 한 명씩 한문 잘하는 학생을 연구생으로 선발했는데, 연민이 그 시험에 합격했다. 당시 명륜학원에서는 학생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상당한 장학금을 매달 지급하였다. 생활에 걱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급받은 그 돈으로 필요한 책을 사서 볼 수 있었다. 명륜전문학원의 교과내용은 경사와 제자백가(諸子百家) 이외에 약간의 현대적 학문을 보완한 것이었다.

또 명륜학원 부근에 일본 사람들이 설치한 아현문고(阿峴文庫)라는 고전도서관이 있었는데, 중국의 《사고전서(四庫全書)》 등 귀중한 책을 많이 사들여 비치해 두었다. 연민은 귀한 책들을 마음껏 열람하며 지식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김창숙 선생에게 성균관 개혁 방안 제시

연민 선생이 제화(題畫)한 이종상 화백이 연민 선생의 집필 모습을 그린 〈매화노옥도〉.

이때 연민은 명륜전문학원 교수로 있던 성암(聖巖) 김태준(金台俊)을 만나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성암은 일제 말기에 이미 광복을 예견하고, 연민에게 중국문학보다 우리 고전에 더 치중하라고 지도하였다. 김태준은 이미 《조선한문학사》를 썼는데, 연민이 사서 보고는 너무 소략한 것에 실망하고, 김태준에게 질문했더니, 김태준이 그러한 점을 인정하면서 “앞으로 자네가 공부를 많이 해서 완비된 한국한문학사를 저술하라”고 이야기하였다. 김태준은 또 소설 《춘향전》의 가치를 크게 인정하였는데, 연민이 《춘향전》에 상세한 주석을 다는 데 영향을 주었다.

이후 김태준이 공산주의에 빠져 운동을 같이하자고 권유하였으나, 연민은 단호히 거절하였다. 연민은 평생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김태준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 컸다.

서울에 있으면서 당대 한문학의 대가인 산강(山康) 변영만(卞榮晩)과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를 만나 종유(從遊)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특히 연민은 한문으로 지은 자신의 시문을 평가받아 시문을 보는 안목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연민은 위당을 통해서 실학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연민은 1942년 명륜전문학원 연구과(硏究科)의 소정의 과정을 졸업하였다. 다시 경학연구과(經學硏究科)에 진학하여 2년을 더 공부하여 1943년 12월에 졸업하였다. 명륜전문학원에서 5년 동안 독실하게 공부를 하여 한문학의 깊이를 더하였고, 신식학문의 체계를 터득하였다.

1945년 해방될 때까지 고향에서 독서와 저서를 하며 지내다가 해방을 맞이했다. 암울한 시대에도 연민은 포기하지 않고 한문고전을 읽고 원고를 계속 썼다.

해방되자마자 바로 서울 성균관으로 가서 성균관장으로 있던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 선생을 만나 친일 유림들에 의해 오염된 성균관의 새로운 시대에 대응할 세 가지 큰 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현재의 성균관은 너무 좁으니 앞으로 종합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성균관 주변의 터를 다 사서 크게 확장할 것, 둘째 유교를 일반 국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신문사를 하나 창설할 것, 셋째는 서울 시내에 대형 극장을 하나 인수하여 평소에는 영업을 하여 성균관의 경비를 벌어들이고, 유림의 모임이 있을 때는 유림들의 집회를 하여 일반 대중에게 유교의 세를 보여줄 것 등이었다. 그러나 심산이 그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모두 필요 없다고 판단하여 연민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방되자 바로 홍기문(洪起文) 등과 사서연역회(史書衍譯會)를 결성하여 우리의 고전 역사서인 《삼국유사》의 역주에 착수하였다. 연민의 관심이 우리 고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좋은 증거다.

1946년 4월부터 교육계에 진출하여 1953년까지 영주농업학교, 김천여자중학교, 부산고등학교 등지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1948년 심산의 권유로 성균관대학 국문과에 진학하여 1952년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 진학했다.

1955년 성균관대학교에 중문학과가 생겨 조교수로 부임하여 학과장을 맡았다. 총장 심산의 일도 돕고, 대학 운영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의 음모로 심산이 총장에서 쫓겨나자, 심산과 가까웠던 연민도 1년 만에 파면되었다.

3000여 수의 한시 지어

1984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한국의 유학에 대한 국제학술대회에서 강연하는 연민.

실직자로 지내면서도 매일 국립중앙도서관 고서실, 규장각, 창경원 안에 있던 장서각(藏書閣) 등에 나가서 고서 속에서 한국한문학사와 실학연구의 자료를 찾아내어 공책에 베껴 모았다. 이때 뽑은 자료는 평생 학문의 바탕이 되었다. 카드로 2만 장 분량이라고 한다. 나중에 ‘실학연구지자(實學硏究之資)’라는 제목으로 정리하였는데, 아직 출판되지 못했다.

실직자가 되어 극도로 궁핍한 가운데서도 조금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학문연구를 하고 저서를 내었다. 이때 《춘향전》 주석서를 정음사(正音社)라는 출판사에서 간행했는데, 정음사는 한글학자 최현배(崔鉉培) 교수의 아들이 경영하는 출판사였다.

연세대학교 부총장으로 있던 외솔 최현배 교수가 이 책을 읽어 보고, 그 주석이 정확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것에 탄복하였다. 당시 연세대학교는 한문학을 가르치던 위당 정인보 선생이 납북된 이후 그 자리를 비워놓고 한문에 아주 조예가 깊은 대학자를 초빙하려던 중이었다. 최 교수가 백낙준(白樂濬) 총장에게 연민을 천거하자, 백 총장이 즉각 인가하여 국문과 교수로 발탁하였다.

이때부터 연민은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학문 연구와 제자 양성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동안에 전통 한문학을 기본으로 하여 80종의 저, 역서를 내었고, 연암 박지원의 한문소설을 연구하여 《연암소설연구(燕巖小說硏究)》라는 저서로 1966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80여 종의 저서 가운데 《한국한문학사》는 우리나라에서 나온 최초의 본격적인 한문학사로 한문학사의 체계와 범주를 확립하였다. 80세에 완성한 《조선문학사》는 한문작품과 한글작품을 다 아우른 가장 방대한 문학사다. 《연암소설연구》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 국문학 분야 10대 저서’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학문적 깊이가 인정된다.

한문으로 한시와 문장을 지어 한문시문집 6종을 내었는데, 지은 한시가 3000여 수, 지은 문장이 2500편 정도에 이른다. 그 수준은 옛날의 시문대가에 조금도 손색이 없고, 오늘날 중국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982년 8월 연세대학교에서 정년 퇴임한 이후 1983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대우교수,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등을 역임하였다.

민족문화추진회 창립 참여

연민은 1996년 11월 중국을 방문, 공자의 종손 쿵더청(孔德成) 선생을 만났다. 왼쪽부터 하유집 성균관 부관장, 연민, 쿵더청, 필자.

연민은 민족문화추진회(한국고전번역원 전신) 창립에 참여하여, 기획편집위원으로 계속 활동하였고, 국역연수원(國譯硏修院) 강사도 잠시 맡았다. 《열하일기》를 번역하여 초기에 민족문화추진회의 《고전국역총서》로 간행하였고, 민족문화추진회에서 주관해서 간행한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동문선(東文選)》《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의 번역에도 참여하였다.

학술단체 활동으로는, 한국한문학회를 창립하여 초대 회장을 지냈고, 한국한문교육학회를 창립하여 초대 회장을 지냈다. 퇴계학연구원의 창립에 자문 역할을 했고, 원장을 역임했다.

유림단체 활동으로는, 전국유도회총본부(全國儒道會總本部)를 재건하여 위원장을 지냈고, 도산서원(陶山書院) 등 경향 각지 여러 서원의 원장을 역임했다.

2000년 11월 9일에 향년 84세로 서거하였다.

연민의 퇴임 후에도 제자들은 매주 토요일 모여 연민 댁에서 강학하였는데, 이것이 모체가 되어 그의 학문을 연구하는 연민학회(淵民學會)로 확대 발전하였다. 연민의 생전에 그의 학문과 사상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선생 서거 후에도 학회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매년 2차 이상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연 4회 《연민학지(淵民學志)》를 발간하여 학계에 배포하고 있는데, 현재 50집까지 간행했고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여타의 많은 한학자는 한문을 해독하고 제자를 가르치거나 한문으로 시문을 짓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한글에 능한 분들은 번역 정도까지는 하였다. 그러나 연민은 학문을 연구하여 학술저서와 논문을 내었고, 학회를 조직하여 학회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국제학회에 참여하여 중국, 일본 등 외국의 학자들과 많은 학문적 교류를 했다.

4·19 때 교수단 시위 주도

연민은 4·19 당시 서울에 있는 대학교수들의 교수단 데모를 주도,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앞당겼다.

연민 이가원은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걸출한 학자로 높고 큰 학문을 이루었고,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리고 그는 실천을 겸비한 학자로 결코 문약(文弱)하지 않은 지사적 학자이다. 4·19의거 직후 학생들의 큰 희생을 보고, 재경교수단 시위를 주도하여 이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낸 주역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연민을 그냥 많은 대학교수 가운데 한 사람으로 생각할 뿐 그의 학문을 정당하게 평가해 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대다수 사람은 잘 몰랐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대만의 학자들이 그의 학문적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해 주었고,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 대륙의 학자들도 그의 학문적 수준에 찬탄하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여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생 약 2만 권 정도의 학술서적을 모았고, 4000여 권의 한적을 모았다. 그리고 퇴계의 그림, 허난설헌(許蘭雪軒)의 그림, 연암 박지원,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 겸재(謙齋) 정선(鄭敾),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등의 글씨와 그림, 퇴계 등의 친필원고, 도자기, 벼루 등등 많은 문화재를 수집하였다. 1986년 이 모두를 아무런 조건 없이 한 푼의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단국대학교에 기증하였다. 단국대학교에서는 연민기념관을 지어 수장 관리하고 있다.

평등사상을 지닌 호방한 선비

지난 4월 7일 연세대에서 열린 2017년 연민학회 제16회 학술대회.

연민의 일생은 학문의 일생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국가·민족을 생각하였고, 개인보다는 공공을 우선하였다. 고루한 양반이 아니고, 평등사상을 지닌 호방한 선비였다.

귀중한 보석이 있으면 언젠가는 그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의 젊은 학자들이 연민 이가원 선생의 학문을 연구하는 대열에 참여하여 그 정당한 가치를 찾아주면 다행이겠다.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에서는 연민의 서거 6주기를 맞이하여 연민학(淵民學)을 선포하여 하나의 독자적인 학문 분야로 인정하였다. 위로는 퇴계학, 가까이로는 위당학(爲堂學)과 함께 조선조 한학(漢學)의 적통(嫡統)으로 정립된 것이다.

이번 100주년 학술대회는, 연민학의 위상 제고와 저변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4월 7일의 연민학 국제학술대회로 연민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가 끝난 것이 아니고, 4월 7일을 시작으로 서거한 11월 9일까지 100주년 기념행사가 계속될 것이다. 여러 사람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