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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담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 “재벌개혁 논의, 이대로 좋은가”

“‘기업가형 국가’를 만들어야 재벌개혁 완수된다”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글 : 김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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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때만 되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재벌개혁 논의는 부적절
⊙ 재벌개혁은 경제적 관점에서 효율성을 따져야
⊙ 한국에서 재벌이 왜 생겼는지 역사적으로 고찰부터 해야 한다
⊙ 재벌규제를 시작한 지 30년 넘었지만 경제력의 집중이 완화되는 징후가 없다
⊙ 최순실 사태, 오래된 관행이었지만 앞으로는 정부도 기업에 돈 요구하지 말고 기업도 정부에
    혜택 바라지 말아야 한다
⊙ 재벌개혁은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그러려면 정부부터 변해야 한다
⊙ 중소기업 보호제도 300가지 넘어 그러다 보니 피터 팬 신드롬 생기고 현실에 안주
⊙ 국가권력이 강할수록 분배가 불평등, 북한이 그 대표적 사례
⊙ 지배구조 문제는 재벌 스스로 결정해야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김인호(75) 한국무역협회장이 재벌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연락해 왔을 때 긴장했다. 재벌개혁만큼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이슈가 된 쟁점이 없는데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이 고수(高手)와 무슨 수로 대담(對談)을 나눌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간조선》 5월호가 발간되는 날로부터 22일 후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열린다. 지금 지지율 상위에 오른 대권 후보들은 너도나도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다. 저마다, 자기만이 재벌의 적폐를 해결할 남다른 비책(策)을 가진 것처럼 언성을 높이고 있지만 불안하다.
 
  재벌개혁이라는 화두(話頭)가 등장한 것은 벌써 30년 전의 일이지만 재벌 구조가 초래하는 경제력 집중이 완화되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정치인은 이를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오히려 압도하는 실정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과연 우리는 재벌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며, 그들은 어떻게 한국경제와 함께 성장해 왔으며 재벌개혁이라는 거대한 과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그를 만난 12일 서울에 강풍이 불었다. 삼성동 무역센터 50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본 서울 상공에 뿌연 안개 같은 것이 덮여 있었다. 20여 일 후 어떤 대통령이 뽑힐지를 암시하는 것 같기도 했고 목표를 잃고 좌초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도 같았다.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 재벌 문제를 왜 공론화하시려 합니까.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에서 절대적이지 않습니까? 항간에 나오고 있는 재벌개혁에 관한 논의가 바람직한가 하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그 말씀은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재벌개혁 논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 같습니다.
 
  “방향이 적절치 않지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기존의 방향을 트는 것도 개혁
 
2016년 9월 7일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긴급 한국화주협의회를 열고 정부와 한진그룹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개혁이란 단어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무엇이 개혁인가? 우리는 항상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게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기존의 방향을 트는 것도 개혁입니다. 개혁을 정의(定義)했다면 그다음은 왜 개혁이 필요한가를 알아야지요. 그러려면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을 먼저 분석해야 합니다. 그걸 다 파악했다면 다음이 개혁의 방향이 무엇이냐를 논하고 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논리적이어야 정확한 개혁이 되지 않겠습니까.”
 
  — 제게 묻지 마시고 그냥 설명해 주시지요.
 
  “재벌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부터 고찰해야 합니다. 재벌이 생긴 게 고(故) 박정희 대통령 시절입니다. 그때 대한민국은 재벌과 함께 고도성장을 이뤘습니다. 나라도 컸고 재벌도 커간 시기였습니다. 재벌의 몸집이 너무 커지자 대기업 규제정책, 즉 재벌규제가 시작됐습니다. 그게 1980년대부터입니다. 벌써 30년이 지났는데 문제가 해결됐습니까? 재벌규제를 30년 넘게 해왔는데도 재벌개혁이 이뤄졌냐고 묻고 싶습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된다는 말입니까.
 
  “저는 재벌개혁을 논하려면 방향, 즉 경제정책적인지, 사회정책적 논의가 돼야 하는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 두 가지에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경제정책적으로 논의한다면 재벌은 과연 효율적인 시스템인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사회정책적으로 논의한다면 재벌과 중소기업의 형평성에 대해 분석해야겠고요. 예를 들자면 형평, 공정, 공평, 균형성장 같은 말들이 나온다면 사회정책적 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 회장께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저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재벌개혁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한국의 재벌을 둘러싼 3가지 신화(神話)를 알아야겠지요.”
 
  — 세 가지 신화가 무엇입니까.
 
  “첫 번째가 ‘고도성장’의 신화입니다. 두 번째가 ‘경제 제일주의’ 신화입니다. 세 번째가 ‘한국주식회사’의 신화입니다.”
 
  — 그 세 가지 신화가 왜 중요합니까.
 
  “과거 정부와 기업은 똘똘 뭉쳐 있었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때문에 기업은 정부의 정책을 잘 따랐습니다. 서로 주고받는 것입니다. 지금 와서야 재벌이 스스로 큰 것같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재벌은 정부와 같이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구조로 커진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 예를 든다면.
 
  “과거 재벌은 큰 혜택을 정부로부터 많이 받았잖아요. 정책금리도 싸게 받고 금융지원도 받았고. 각종 혜택이 많았습니다. 일례로 대우그룹은 상당히 많은 국영기업체를 불하받으면서 성장했습니다.”
 
 
  정경련, 정부 예산으로 못한 일 돕기도
 
2017년 1월 10일 오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포럼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 그래도 그때는 재벌이 혼자 부자 되려고 한 게 아니라 국가성장을 위해서 기여했습니다.
 
  “물론이죠. 정부도, 재벌도 목적은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계가 왔죠.”
 
  — 국민들은 최순실 사태를 보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재벌이 최순실에게 거액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사회적 약자와 중소기업에는 군림하고, 그런 이중성을 보면서 재벌에 실망했을 거고 그게 ‘재벌개혁’이라는 열망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건 이렇게 이해하시면 돼요. 정부와 재벌은 앞서 말한 것처럼 서로 도우면서 성장했어요. 그런데 국가 예산으로 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문제가 된 재단들, 그걸 정부 예산으로 할 수 없으니 정부는 기업에 부탁합니다. 기업도 정부의 요구를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관행이었으니까. 정부가 나쁜 짓 하려고 그런 요구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전경련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가 정부가 예산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돕는 것입니다. 삼성이 100억 원 내면 현대자동차가 60억 원 내는 식으로 배당을 해왔지요.”
 
  — 그 말씀은 정부와 재벌 모두 K스포츠니 미르재단이니 하는 것을 만들 때 악의(惡意)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런 관행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왔던 것입니다. 그 이후 이명박 대통령 때까지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정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부나 기업 모두 죄(罪)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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