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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담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 “재벌개혁 논의, 이대로 좋은가”

“‘기업가형 국가’를 만들어야 재벌개혁 완수된다”

글 :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글 : 김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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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때만 되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재벌개혁 논의는 부적절
⊙ 재벌개혁은 경제적 관점에서 효율성을 따져야
⊙ 한국에서 재벌이 왜 생겼는지 역사적으로 고찰부터 해야 한다
⊙ 재벌규제를 시작한 지 30년 넘었지만 경제력의 집중이 완화되는 징후가 없다
⊙ 최순실 사태, 오래된 관행이었지만 앞으로는 정부도 기업에 돈 요구하지 말고 기업도 정부에
    혜택 바라지 말아야 한다
⊙ 재벌개혁은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그러려면 정부부터 변해야 한다
⊙ 중소기업 보호제도 300가지 넘어 그러다 보니 피터 팬 신드롬 생기고 현실에 안주
⊙ 국가권력이 강할수록 분배가 불평등, 북한이 그 대표적 사례
⊙ 지배구조 문제는 재벌 스스로 결정해야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김인호(75) 한국무역협회장이 재벌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연락해 왔을 때 긴장했다. 재벌개혁만큼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이슈가 된 쟁점이 없는데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이 고수(高手)와 무슨 수로 대담(對談)을 나눌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월간조선》 5월호가 발간되는 날로부터 22일 후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열린다. 지금 지지율 상위에 오른 대권 후보들은 너도나도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다. 저마다, 자기만이 재벌의 적폐를 해결할 남다른 비책(策)을 가진 것처럼 언성을 높이고 있지만 불안하다.
 
  재벌개혁이라는 화두(話頭)가 등장한 것은 벌써 30년 전의 일이지만 재벌 구조가 초래하는 경제력 집중이 완화되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정치인은 이를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오히려 압도하는 실정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과연 우리는 재벌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며, 그들은 어떻게 한국경제와 함께 성장해 왔으며 재벌개혁이라는 거대한 과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그를 만난 12일 서울에 강풍이 불었다. 삼성동 무역센터 50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본 서울 상공에 뿌연 안개 같은 것이 덮여 있었다. 20여 일 후 어떤 대통령이 뽑힐지를 암시하는 것 같기도 했고 목표를 잃고 좌초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도 같았다.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 재벌 문제를 왜 공론화하시려 합니까.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에서 절대적이지 않습니까? 항간에 나오고 있는 재벌개혁에 관한 논의가 바람직한가 하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그 말씀은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재벌개혁 논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 같습니다.
 
  “방향이 적절치 않지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기존의 방향을 트는 것도 개혁
 
2016년 9월 7일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긴급 한국화주협의회를 열고 정부와 한진그룹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개혁이란 단어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무엇이 개혁인가? 우리는 항상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게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기존의 방향을 트는 것도 개혁입니다. 개혁을 정의(定義)했다면 그다음은 왜 개혁이 필요한가를 알아야지요. 그러려면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을 먼저 분석해야 합니다. 그걸 다 파악했다면 다음이 개혁의 방향이 무엇이냐를 논하고 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논리적이어야 정확한 개혁이 되지 않겠습니까.”
 
  — 제게 묻지 마시고 그냥 설명해 주시지요.
 
  “재벌이 우리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부터 고찰해야 합니다. 재벌이 생긴 게 고(故) 박정희 대통령 시절입니다. 그때 대한민국은 재벌과 함께 고도성장을 이뤘습니다. 나라도 컸고 재벌도 커간 시기였습니다. 재벌의 몸집이 너무 커지자 대기업 규제정책, 즉 재벌규제가 시작됐습니다. 그게 1980년대부터입니다. 벌써 30년이 지났는데 문제가 해결됐습니까? 재벌규제를 30년 넘게 해왔는데도 재벌개혁이 이뤄졌냐고 묻고 싶습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된다는 말입니까.
 
  “저는 재벌개혁을 논하려면 방향, 즉 경제정책적인지, 사회정책적 논의가 돼야 하는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 두 가지에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경제정책적으로 논의한다면 재벌은 과연 효율적인 시스템인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합니다. 사회정책적으로 논의한다면 재벌과 중소기업의 형평성에 대해 분석해야겠고요. 예를 들자면 형평, 공정, 공평, 균형성장 같은 말들이 나온다면 사회정책적 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 회장께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저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재벌개혁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한국의 재벌을 둘러싼 3가지 신화(神話)를 알아야겠지요.”
 
  — 세 가지 신화가 무엇입니까.
 
  “첫 번째가 ‘고도성장’의 신화입니다. 두 번째가 ‘경제 제일주의’ 신화입니다. 세 번째가 ‘한국주식회사’의 신화입니다.”
 
  — 그 세 가지 신화가 왜 중요합니까.
 
  “과거 정부와 기업은 똘똘 뭉쳐 있었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때문에 기업은 정부의 정책을 잘 따랐습니다. 서로 주고받는 것입니다. 지금 와서야 재벌이 스스로 큰 것같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재벌은 정부와 같이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구조로 커진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 예를 든다면.
 
  “과거 재벌은 큰 혜택을 정부로부터 많이 받았잖아요. 정책금리도 싸게 받고 금융지원도 받았고. 각종 혜택이 많았습니다. 일례로 대우그룹은 상당히 많은 국영기업체를 불하받으면서 성장했습니다.”
 
 
  정경련, 정부 예산으로 못한 일 돕기도
 
2017년 1월 10일 오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포럼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 토론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 그래도 그때는 재벌이 혼자 부자 되려고 한 게 아니라 국가성장을 위해서 기여했습니다.
 
  “물론이죠. 정부도, 재벌도 목적은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계가 왔죠.”
 
  — 국민들은 최순실 사태를 보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재벌이 최순실에게 거액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사회적 약자와 중소기업에는 군림하고, 그런 이중성을 보면서 재벌에 실망했을 거고 그게 ‘재벌개혁’이라는 열망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건 이렇게 이해하시면 돼요. 정부와 재벌은 앞서 말한 것처럼 서로 도우면서 성장했어요. 그런데 국가 예산으로 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문제가 된 재단들, 그걸 정부 예산으로 할 수 없으니 정부는 기업에 부탁합니다. 기업도 정부의 요구를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관행이었으니까. 정부가 나쁜 짓 하려고 그런 요구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전경련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가 정부가 예산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돕는 것입니다. 삼성이 100억 원 내면 현대자동차가 60억 원 내는 식으로 배당을 해왔지요.”
 
  — 그 말씀은 정부와 재벌 모두 K스포츠니 미르재단이니 하는 것을 만들 때 악의(惡意)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런 관행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왔던 것입니다. 그 이후 이명박 대통령 때까지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정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정부나 기업 모두 죄(罪)를 짓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 저도 그런 지적에 동감합니다.
 
  “정부도 재벌도 다 좋은 일 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최순실 문제도 따지고 보면 재단 형성 과정에서의 문제지 재단 돈을 빼돌린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 시절의 ‘미소재단’은 무슨 돈으로 만들었습니까. 《조선일보》가 하는 ‘통일기금’은 또 뭐고요. 왜 신문사가 통일기금을 기업들로부터 모읍니까?”
 
  — 그거야 신문사는 통일기금을 안 내면 ‘반(反)통일 세력’으로 몰 수 있으니까.
 
  “언론이 비판을 하려면 언론부터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이야기를 했을 때 ‘저분이 앞으로 재벌하고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제가 그때 의아했어요. ‘분명히 재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상황이 올 텐데 왜 저렇게 이야기를 할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5년 전에 이런 보고서를 낸 적이 있어요.”
 
  — 뭡니까, 그게.
 
  “‘경제민주화의 생산적 대안에 대한 연구’라는 문건인데 제가 2012년 대통령 선거 직전인 10월 17일에 발표를 했습니다. 요지는 이제는 대기업이 커졌기 때문에 정부와의 관계에서 받지도 말고 주지도 말아야 한다고요. 저는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관행이 바뀔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아니라고 봅니다.”
 
  — 정부가 기업에 돈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고 기업도 응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합니다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청년창업부터 일자리 창출까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재벌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저는 앞으로는 제발 경제가 안 돌아간다며 재벌총수(總帥)들 불러놓고 투자 요구를 하는 식의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경제는 ‘주고받는 것’입니다. 그런 요구를 정부가 기업에 하면 정부도 기업에 뭔가를 줘야지요.”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가 재벌규제를 시작한 게 1986년부터입니다.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서류를 보여주며) 그런데 그 규제 내용이라는 게 대개 이런 식입니다. 30대 그룹으로 하다가 20대 그룹으로 하는 식으로 숫자만 왔다 갔다 합니다. 즉 규제의 대상을 늘릴까 말까 하는 식이었습니다. 이것은 원칙이 없는 겁니다. 순전히 행정 편의적 발상이지요. 시장의 원리나 합리성 같은 것은 없고 정부가 판단한 거지요.”
 
  — 김 회장께서는 어떤 방향이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원칙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다음 논의는 뭐가 문제냐를 짚어봐야지요. 불평등이나 재벌이 너무 비대해졌느냐, 경영이 불투명한가,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인가, 경영권 세습에 문제가 있는가, 순환출자가 문제인가를 짚어보는 것입니다.”
 
  — 새로운 법률이나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까.
 
  “기존의 법률과 제도를 통하면 100%는 아니지만 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문 편집장은 재벌규제를 강화하면 문제를 다 풀 수 있다고 봅니까?”
 
 
  한국은 이미 재벌규제가 가장 강력한 나라
 
  — 아까 말씀하셨듯 30년간 재벌규제를 해왔는데 여전히.
 
  “재벌규제책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제일 강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규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 규제가 아니면 어떻게.
 
  “재벌들은 그들이 가진 힘으로 어떤 형태로든지 규제를 피해 갑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더 클 수 없게 되고 그 결과는 중소기업을 비롯한 국민경제 전체에 돌아갑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처방인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경쟁입니다. 그런 경쟁을 통해서 비로소 기업은 더욱 강해집니다.”
 
  — 경쟁을 촉진시키려면요?
 
  “정부부터 바뀌라는 뜻입니다. 지금 제도는 정부가 상당부분 관여하는 게 많아요. 사업자 단체를 만들고 가격을 담합한다든가 진입 퇴출을 결정한다든가, 이런 걸 정부가 없애서 기업이 스스로 경쟁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면 대통령 선거 같은 게 있을 때 재벌개혁을 논할 게 아니고 재벌개혁은 매우 정밀하고 차분하게 다뤄야 합니다.”
 
  — 말씀은 맞는 것 같은데, 그런데 정부가 규제권한을 놓을까요? 그 맛에 공무원 되려는 건데.
 
  “저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해요. ‘재미없는 세상을 살 각오를 하라’고요. 공무원들이 규제권한을 놓으면 할 일이 훨씬 많아집니다. 시장이 어떻게 작동해야 바람직한가 머리를 싸매야지요. 검찰개혁이 왜 안 됩니까?”
 
  —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견제도 할 수 없는.
 
  “검찰의 파워가 너무 세기 때문이잖아요. 옛날에 수사기관 중에는 용의자가 범죄를 부인하면 폭력까지 행사한 경우도 있었지요. 웬만한 확신범이 아니면 주먹 앞에 버틸 장사는 없습니다. 다 무너지고 말지요. 지금은 그런 일은 안 하지만 그런 관행이 남아 있다 보니 검찰이 증거를 수집하거나 제대로 된 수사를 하는 능력을 배양하지 못한 것입니다. 만일 그런 관행이 없어졌다면 더 많은 인력이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했을 겁니다. 검찰이 수사를 하다 안 된다 싶으면 우리가 흔히 별건(別件) 수사라고 부르는 것으로 몰아붙이잖아요. 이젠 그런 관행도 없어져야 합니다.”
 
  — 앞서 우리나라 3대 신화가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이 신화 중에 살아 있는 신화가 있다면.
 
  “‘한국주식회사’의 신화는 아직 살아 있다고 봅니다. ‘고도성장’ 신화도 죽었고 ‘경제 제일주의’ 신화도 이제 하위 개념이 돼 버렸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때는 ‘경제’와 ‘비경제’가 붙으면 경제가 100번 붙어 100번 다 이겼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한국주식회사’의 신화가 왜 살아 있느냐. 기업의 확장경영정책이 정부의 고도성장정책과 가장 맞아떨어지는 정책이었습니다. 재벌이 돈을 조금 벌면 그 돈으로 마구 기업을 확장해 나가는 식, 그게 바로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입니다. 그래서 한국주식회사의 신화가 여전히 생존해 있는 겁니다.”
 
  — 앞서 재벌의 문제점으로 형평, 불공평, 경영세습 등 여러 가지를 말씀하셨는데 그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뭐라고 보십니까.
 
  “여러 가지가 다 문제지만 재벌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문제가 주식에 대한 배당(配當)을 적게 주는 것도 고쳐져야 합니다. 외국 기업들은 보통 배당을 50%씩 주는데 우리나라는 10%만 줘도 많이 주는 축에 속하지요.”
 
  — 경영권 세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것은 정답이 없습니다. 거버넌스의 문제, 오너가 경영을 하는 게 좋은지 전문경영인이 하는 게 좋은지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오너가 형사사건으로 사법처리되면 모든 체제가 정지됩니다. 월급쟁이는 아무리 전문 경영인이라고 해도 책임을 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이 원래 가격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주고 사들인 삼성동 한전 부지, 그것은 전문 경영인 입장에서는 하기 어려운 결정이겠지만 오너 관점에서는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꼭 서울에서 그 땅을 사야겠다,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장단점이 있는 거버넌스에 관련해서는 정부가 너무 깊이 관련하는 것이 좋지 않습니다. 다만 권한과 책임은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등기이사지만 이건희 회장은 등기이사도 아니었습니다.”
 
 
  책임지지 않는 정부의 구조적 모순부터 고쳐야
 
  — 법적인 책임을 지기 싫다는 뜻이겠지요.
 
  “그렇습니다. 법적인 책임을 지기 싫다는 것인데 그건 아니라는 거지요. 정부 스스로가 모순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정부가 지배구조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걸 고칠 생각이 있다면 법률상 CEO하고만 이야기를 하겠다, 이렇게 일관성 있게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실상은 정부하고 기업 간에 문제가 생기면 전문 경영인이 아니라 오너를 오라고 재벌총수만 오라고 한다는 말입니다. 안 오면 섭섭해하고. 정작 전문 경영인은 기피하고 재벌총수만 만나려 하면 지배구조에 대해서 말하면 안 되는 거지요. 나도 청와대에 (경제수석으로) 있어 봤지만 청와대의 지배구조부터가 문제 아닙니까?”
 
  —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안종범 전 수석이 직무유기, 직권남용으로 구속됐잖아요. 그런데 청와대의 실상은 달라요. 청와대 직급별 규정을 보면 대여섯 개밖에 없습니다. 경제수석을 둔다, 정무수석을 둔다, 어떤 임무가 있는지 구체적인 게 없습니다. 경제수석의 직무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말입니다. 직무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직무유기가 있고 직권남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거지 그런 규정이 없는데 무슨 직무유기고 직권남용입니까. 청와대는 대통령이 지시하는 것에 따르는 것이고 그게 하기 싫으면 사표 내고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의 것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 그렇습니까?
 
  “그런데 행정부의 장관 같은 경우는 직책에 대한 규정이 빼곡해요. 반면 청와대 수석에 대해선 그런 게 없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지 권한의 주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밖에서는 주체인 것처럼 행동하고 밖에서도 그렇게 이해하긴 하지요. 우리도 정확히 하려면 미국식으로 치면 대통령부(府·Office of the President)의 개념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은 비서실 이외에도 USTR이다 OMB다 NSC다 하는 직속 부서들이 있고 직무에 관한 규정들이 다 있어요. 한국은 이게 없습니다.”
 
  — 김 회장의 말씀을 들어보면 우리의 재벌개혁 논의는 정치적 논의보다는 경제적 논의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재벌개혁 논의는 경제적 논의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 경제상황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지 않았습니까? 제4차 산업혁명이다 뭐다 하는데 재벌구조가 거기 적합합니까? 우리 재벌은 효율이 없으니 애플이나 아마존, 구글 같은 스타트업 재벌이 탄생하지 못했습니다. 기껏해야 네이버 정도가 있을 뿐입니다. 미국에서는 하루 5000개의 기업이 망하고 7000개가 새로 생긴다고 하지요.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패자부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망해도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인데 우리는 어떤가요. 한번 망하면 패자부활은커녕 패가망신하고 말잖아요.”
 
  — 안철수 후보의 경우 ‘재벌의 독점성이 너무 강해서 스타트업이 못 된다’고 합니다. 그는 ‘삼성동물원’ ‘엘지동물원’이라는 표현도 쓰더군요. 재벌들이 중소기업을 모두 자기 동물원에 가둬놓는다는 것이죠.
 
  “그 말에 부분적으로는 동의합니다. 우리는 금융제도·노사제도 등이 다 얽혀져 있어 스타트업 재벌을 만들어 내려면 다 같이 풀어줘야 해결이 됩니다. 재벌 문제만 손보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경제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 크리티컬 패스(critical Path·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상의 경로)를 찾으라고 말합니다. 크리티컬 패스를 찾아 문제를 풀고 부수적인 것은 수렴하는 식이지요. 그걸 저는 ‘기업가형 국가’라고 부릅니다.”
 
  — 기업가형 국가는 어떤 나라를 말합니까.
 
  “기업에 좋은 것이 국가에 좋고, 국가에 좋은 것이 기업에도 좋다는 조건이 동시에 성취되는 국가를 말합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과 제도가 생산적, 창의적 기업활동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기업에 대한 문화, 제도, 의식 등 사회적 수용 능력(social capability)이 효율적으로 갖춰진 국가를 말하기도 하고요. 경제의 여러 과제, 즉 성장, 고용, 복지, 분배의 해결 주체가 기업이 되는 국가이기도 하고요. 급변하는 세계 환경과 기업경영을 접목할 수 있도록 글로벌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보다 투철한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는 국가가 바로 기업가형 국가입니다.”
 
  — 그러려면 국가나 정부도 능률과 성과를 추구해야겠네요. 기업처럼.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힘들어요. 과거 우리가 경제위기를 겪었을 때 4대 개혁을 말했지요. 정부개혁, 노동개혁, 기업개혁, 금융개혁. 그중에 이뤄진 것은 기업개혁과 금융개혁뿐입니다. 기업개혁이 가장 많이 이뤄졌는데 정부개혁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말하는 정부개혁은 공무원 수를 줄이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철도청장을 지낼 때 인력을 3만8000명에서 3만2000명으로 줄이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어요. 정부에서의 개혁은 그게 유일했습니다. 이제는 정부의 역할이 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과거처럼 목에 힘주지 말고. 정부의 역할을 바꾸려면 정부조직이 바뀌어야죠. 한 과(課)가 어떤 품목과 생산을 담당한다, 그러면 기업보고 어떻게 만들라고 간섭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유착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 그것부터 바꿔야 합니다. 경제운용 정책을 예로 들어볼까요. 정부가 앞장서 금년도 3% 성장하겠다, 물가를 몇 %로 잡겠다, 국가수지 어떻게 하겠다 하는 식의 방식은 바꿔야 합니다. 되지도 않는 일을 하려고 하니까 안 되는 것입니다. KDI가 금년에 성장률이 3%, 한국은행이 2.5%라고 하면 정부는 그것을 참고하면 됩니다. 미국 정부가 성장률 공약 세우는 거 보신 적 있습니까?”
 
 
  경제정책을 정치공약과 혼동해선 안돼
 
2016년 12월 6일 국회의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정조사 특위의 제1차 청문회가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세운 가운데 국회에서 열렸다.
  — 거시(巨視)경제 목표를 세우면 안 된다는 뜻입니까.
 
  “내부적으로는 세우는 것이야 괜찮지만 공공연하게 국민에게 약속하면 안 되지요.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경제의 왜곡이 생기니까요. 경제성장 정책은 고도의 정책이기 때문에 모든 부서가 협의를 해야 합니다. 재벌의 지배구조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를 놓고 정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너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너희가 결정하라고 하면 되는 것입니다.”
 
  — 재벌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지주회사로 갈 것인지, 오너 체제로 갈 것인지 각각 기업이 찾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재벌 문제는 이런 식의 접근방법이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직도 생존해 있는 ‘한국주식회사’ 신화의 수명은 어느 정도 남았다고 생각합니까.
 
  “‘한국주식회사’ 신화는 이제 종언을 고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넘어서는 기업과 정부와의 관계 설정이 문제입니다. 기업과 정부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중간에는 시장이 존재해야 하고요. 이렇게 가는 게 바람직한 것인데 이렇게 가려면 왜 한국주식회사 형태가 나왔고 재벌 형태가 왜 나왔고 하는 것을 살피는, 편견 없는 역사적 리뷰를 해야지요. 자기가 온 길을 모르고 어떻게 미래를 나아가겠습니까. 미래를 아는 사람이 누가 있어요. 재벌을 규제하자는 것이 미래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재벌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공과(功過)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앞서 제가 말한 것처럼요.”
 
  — 혹시 현재 대권 후보 중에 재벌개혁에 대한 논의가 가장 수준 높은 분이 누구라고 봅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다 오십 보, 오십일 보인 거 같은데.”
 
  — 반대로 레벨이 한심한 수준의 후보가 있습니까.
 
  “문제가 왜 생겼나,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 알아야 해법이 나오지요. 병원에 가도 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수술을 하지 않습니까. 무턱대고 메스부터 들이대면 안 되지요.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Know Why(왜인지 알고), Know What(무엇인지를 알고), Know How(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Know Who(누구 때문인지를 알고)가 있습니다. 우리가 IMF 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Know Who를 안 했어요. 따지고 보면 IMF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아무도 없지요. 그런데 당시에는 일부 관료, 기업인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다 면죄부를 줬어요. 특히 정치인들과 노조는 다 빠져나갔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도 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개혁이 안 되는 거지요.”
 
  — 계속 재벌개혁을 말했는데 그럼에도 재벌에 순기능이 있다면요.
 
  “거대 투자가 가능한 것은 재벌뿐입니다. 대만과 비교하면 우리와 같은 대기업이 없는 대만은 대형 투자를 하지 못합니다. 디스플레이·철강과 같은 분야는 거대 기업만 할 수 있는 건데 대만은 못하지요. 또 재벌에서는 리스크 셰어링(risk sharing), 즉 위기를 분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룹 내 한 계열사가 죽을 수 있는 것을 그룹이 같이 떠안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오너의 경영적 판단이 옳다는 전제에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도 있어요. 외식사업 하나를 해도 재벌이 안 끼고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재벌이 미치는 영향이 거기까지 미친다는 이야기입니다. 재벌의 순기능이 상당히 많아요.”
 
  — 리스크 셰어링을 하다 재벌 전체가 망할 수도 있지요.
 
  “물론입니다.”
 
  — 지금까지 말씀을 들어보면 규제를 푸는 게 옳은 거 같은데 혹시 기업이 이때다 싶어 나쁜 짓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있지 않습니까. 경쟁을 제한하는 것을 처벌하게 돼 있습니다. 미국은 인신구속까지 해버려요. 한국은 미국에 비하면 약한 편입니다. 세법, 환경법, 회계법, 상법, 소비자보호법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있어요. 그뿐 아니라 주주들도 역할을 해야 해요.”
 
 
  배당정책만 바꿔도 많은 문제 해결돼
 
2017년 2월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 센터에서 전경련 이사회가 열렸다. 국회 청문회 이후 삼성과 LG, SK그룹도 탈퇴원을 제출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합니까.
 
  “우리나라 기업에서 주주들이 ‘역할’을 하려면 앞서 말했듯 배당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 증권시장은 잘못됐어요. 모두 주가차익만 바라고 주식을 사잖아요. 저는 배당으로 50%, 주가차익으로 50%를 기대하고 주식 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한 주식시장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주주들이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지요. 오너가 잘못하는 것을 자정(自淨)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평소 기업의 비리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덮어두고 있다가 타깃이 정해지면 쇼하는 식으로 박스 여러 개 들고 기업에 들어가 압수수색하지 말고 평소에 회사가 스스로 감사와 총회를 통해 내부 규제를 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회사가 똘똘 뭉쳐서 비리를 저지르면 외부에서 조사를 해야지요. 주주가 제 역할을 하고 관심을 갖게 해야 합니다.”
 
  — 주주들이 제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게 바로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배당률을 높이라고 하면 기업들은 해외투자자가 60%라고, 국부(國富) 유출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애초부터 해외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지 말아야지요. 돈을 받았으면 번 만큼 나눠줘야 하는 겁니다. 우리는 주주에 대한 배당금을 공돈 주듯 하는데 주주에 대한 사고가 이런 상태라면 절대로 건전한 주식시장이 만들어질 수가 없습니다.”
 
  — 김 회장께서는 아까 현행 법과 제도만 활용해도 재벌견제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상법제도만 해도 대주주 견제장치가 다 되어 있지요. 앞서 말했듯 주주들이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요.”
 
  — 이 모든 것이 이뤄진다고 했을 때 재벌이 없어지는 것인가요.
 
  “아니지요. 현재 상태로 가든지, 지주회사로 가든지, 아니면 브랜드를 유지한 채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로 가든지 하는 몇 가지 형태로 정리가 될 것입니다. 어떤 방식이 효율적이냐 판단하는 것은 재벌의 몫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재벌의 후계자를 보고 ‘엉터리 2세’라고 욕하는데 만약에 경쟁상태가 심해지면 엉터리 대신 전문 경영인을 데려올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 말씀을 듣다 보면 김 회장께서는 자유방임주의자인 것 같습니다. 시장(市場)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기는.
 
  “자유방임주의라기보다는 시장주의자지요.”
 
  — 김 회장께서는 아직도 국가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과거 지향적이 돼 버린 것 같습니다. ‘과거 지향의 한국인’. 전쟁이 난다는데도 언론은 세월호만 다루는 식의. 누가 이런 말씀을 귀담아듣겠습니까.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하고 현재보다는 미래가 중요하지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게 미래담론이지요. 생전에 김영삼 대통령께서 제게 하신 말씀이 있어요. ‘김 수석은 정치 안 해봐서 모르는데 정치인은 선거 때 표밖에 안 보인다’고요. 그런데 표만 보면 안 되지요. 표를 본다는 것은 국내를 본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 간의 관계, 국제적 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안보, 세계 경제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표 계산이나 하고 있으니 ‘폴리티션(politician)’밖에 되지 않지요. ‘스테이츠맨(statesman)’이 못 되고. 우리나라가 가장 강력한 재벌규제 정책을 갖고 있는데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300개가 넘어요. 그런데 왜 재벌개혁은 안 되고 중소기업은 더 성장하지 못하고 안주하고 있을까요?”
 
  — 왜 그렇습니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문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원제도만 300개가 넘으니 중소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는 ‘피터 팬 증후군’에 걸린 거지요. 그러니 대기업이 되지 않고 중소기업에 남고 싶어 하는 겁니다.”
 
  — 아무리 김 회장께서 그렇게 호소하셔도 귀담아들을 국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오로지 과거만 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입니다.”
 
  — 재벌 2세의 문제 중에서도 국민들이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태원 SK회장을 사면해 줬는데 그분이 전한 첫 소식이 조강지처 버리고 바람났다는 식의 뉴스였습니다.
 
  “사실 재벌 오너들은 기업 안에서 제왕이지요. 우리나라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데 무슨 제왕이 수갑 차고 감옥에 들어갑니까. 기업총수가 제왕이지요. 그렇다 보니까 재벌 2세 3세들이 도덕성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기는 합니다.”
 
  — 공교롭게도 그런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대한항공 오너 딸의 땅콩 파문이니 라면상무니 하는. 그러니 국민들은 재벌을 개혁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감정 차원에서는 중요한 문제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몇몇의 문제일 뿐 본질은 아니지요.”
 
  — 기업집단법은 있는 게 좋은 겁니까.
 
  “대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면 일관성을 위해 ‘기업집단법’을 제정해서 적용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물론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해야지요.”
 
 
  경쟁정책보다 중요한 게 소비자정책
 
  — 계속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원래 공정위 내에서의 정책 수립과 사건에 대한 판단은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쟁정책이 중요한데 그것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이 소비자정책입니다. 궁극적인 경쟁의 목표가 소비자 선택권의 확대와 후생의 극대화이기 때문이지요. 경쟁정책적 기능은 경제 총괄 부처가 맡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준사법기관으로서 사건에 대한 조사·심판만 하는 방식이 좋다고 봅니다.”
 
  — 기재부하고의 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그럴 경우 현재의 공정위의 경쟁정책과 소비자정책 수립 기능이 기재부의 핵심 기능이 되어야 합니다.”
 
  — 며칠 후면 새 대통령이 나옵니다.
 
  “모든 사람이 성장·분배·복지·고용을 말합니다. 그런데 하나도 되는 게 없어요. 앞서 말했듯 이 모든 것을 풀 수 있는 크리티컬 패스를 제시해야 합니다. 저는 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바로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을 늘려서 고용을 늘리겠다는데 그게 진짜 고용을 늘린 겁니까. 고용의 주체는 기업이지 정부가 아닙니다. 기업이 성장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복지지요. 이게 안 되면 근본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일자리가 없는데 분배와 복지가 어디 있습니까.”
 
  — 한마디로 성장·분배·복지·고용 가운데 성장과 고용이 중요하군요.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기업 전반의 경쟁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장률과 수출을 지금보다 한 단계 올리는 게 가능한데,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정부에서 콩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기업의 경쟁을 촉진시키면 됩니다. 시장경제는 효율적이지만 분배는 불편하다고 하지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100% 균등한 사회라는 것은 없습니다. 성장이 가장 좋은 분배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불공평한 나라가 어디라고 생각합니까?”
 
  — 북한이지요.
 
  “맞습니다. 북한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분배가 잘 됩니까?”
 
  — 제일 안 되지요.
 
  “국가권력이 가장 강한 나라가 북한입니다. 두 번째가 중국이고요. 그들이 분배가 잘 됩니까? 북한 김정은이 생각하는 인민은 200만명밖에 안 돼요. 평양에 사는 사람, 지방의 당 간부, 군 간부만이 그들이 말하는 인민 아닙니까.”
 
  — 국가권력이 강하고 기업에 개입할수록 분배가 오히려 왜곡된다는 말씀이네요.
 
  “내부의 평등을 이야기하면서 기업을 규제하지 말고 기업을 활성화시켜서 흘러넘치게 만들어서 복지가 이뤄지게 해야 합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공무원 채용을 늘리고 근무시간을 줄여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겠습니까만 그건 근본 처방이 아니지요. 제 생각엔 당장 복합의료단지 하나만 만들어도 일자리 몇만 개 생길 겁니다. 그런 식으로 사고의 방향을 바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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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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