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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 인터뷰

“여야 이제는 패권정치 그만둬야 할 때”

글 : 김정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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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 스캔들로 인한 대통령 탄핵… 수치스럽고 부끄러워 눈물 흘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박근혜 대통령과 선 긋고 민생부터 챙길 인물”
⊙ “비상시국에 국회는 정부와 대립하기보다 협력해야”
⊙ “국민 수준이 정치권보다 높아… 협치와 소통으로 민생과 경제부터 신경 쓸 것”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하면 정식 탄핵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은 건국 이래 최초가 된다. 역사적인 순간 의사봉을 휘두른 정세균(丁世均) 국회의장을 만났다.
 
  탄핵안 가결이 확정된 지 6일 만이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정 의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정치인이 됐다. 국회를 책임지는 의장으로서 여야 정당 간 의견 차를 조율해야 하고 대통령이 부재한 상태에서도 행정부가 잘 돌아가도록 당정 간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과거 국회의장의 역할과는 차원이 다른 큰 짐을 안고 있다. 대한민국호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역대 국회의장 중 가장 바쁠 것 같습니다.
 
  “바쁘기보단 머리가 아픕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으니 국정운영이 잘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래서 국회가 중심을 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일은 행정이고 국회는 입법이기 때문에 거들어주는 일밖에 할 수 없습니다.”
 
  ― 개헌을 돕거나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 정책 대안의 일환으로 하신 일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최근에 10년 넘게 국회 청소를 담당해 주시는 직원분들을 정규직 직원화 시키는 등의 일을 했습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도 개선했고 보좌진 채용도 제한하도록 했습니다. 일하고 특권은 내려놓는 국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장은 국민 대신해서 말할 수 있어야”
 
정세균 의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016년 12월 14일 만나 국정현안을 논의했다.
  ― 엄중한 시기인데 국회 청소 담당 직원들의 정규직화는 한가한 일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탄핵 시기에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일이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이고 그런 분들의 고충을 풀어주는 일이 나랏일이기도 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역대 국회의장들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너무 큰 거는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습니다. 의장은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는 것 아닙니까.
 
  “원래 의장직이 기계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자리는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특정 정파의 편을 들지 않을 뿐이죠. 의장이 엄연히 자기 생각이 있는데 없다고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닙니까. 중요한 국정 현안이나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을 대신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의장의 임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어제(12월 14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났는데 특별한 이야기는 있었습니까.
 
  “어제 옆방에 왔었습니다. 한참 국정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소통을 통해 같이 민생을 챙기자고 약속했습니다.”
 
  ― 만나보니 황 권한대행은 어떻던가요.
 
  “사실 박근혜 정부에서 오래 충신으로 일해 그간 박 대통령을 보호하거나 대통령 정책을 충실히 변호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이뤄진 이후에는 국정에 대해서 책임의식을 갖고 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회의 협조를 끌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관계에서 벗어나 일 중심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듯 보였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자리는 과거처럼 총리의 역할에만 머물 수는 없는 자리입니다. 국가를 위해 중요한 자리죠. 다행히 지금으로서는 민생을 돌아볼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탄핵 인용될 것으로 본다”
 
  ― 일부 야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요.
 
  “(대권을 말하는 것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봅니다. 탄핵 결과에 따라서 황 권한대행의 행보가 결정될 겁니다. 탄핵은 인용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탄핵이 인용되면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대행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기 때문에 야권의 견제는 불필요한 견제라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가 탄생할 때까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황 권한대행에게는 지금 정 의장의 도움이 절실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황 권한대행은 국회와 잘 협력을 해야 합니다. 어제 만난 자리에서도 서로 소통하고 협치를 실천해서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번 탄핵 가결은 세계적으로 다 보도되었는데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지난주에 EU대사들과 간담회를 하고 모두발언을 15분간 할 기회가 있어서 국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탄핵 이야기를 하려니 수치스러웠습니다. 부끄러워서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뇌물 관련 스캔들은 종종 발생하지만 이번 스캔들은 복합 스캔들 아닙니까. 참 부끄러운 사태입니다.”
 
 
  “친박은 사실상 끝나”
 
2016년 12월 9일 정세균 의장이 국회에서 탄핵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반대했죠?
 
  “일단 탄핵이라는 상황 자체가 발생하면 안 됩니다. 수십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다른 나라는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걷고 있습니다. 이런 스캔들이 발생하면 국가 이미지 손상이 심합니다.
 
  그래도 이번 사태를 통해 하나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락시킨 국가 이미지를 국민이 다시 세운 것이죠. 그 많은 인파가 시위를 했는데도 폭력과 무질서가 거의 없었잖습니까. 국민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절감했고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입니다.”
 
  ―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세력정치 또는 패권정치에서 비롯되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친박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친노도 친박을 반면교사로 삼아 개인을 추종하는 시대는 끝내야 합니다.”
 
  ― 현재 정치인 중 패권정치로 거론되는 인사는 문재인 대표인데요.
 
  “밖에서 보기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죠. 과거에 개인을 추종하는 정치 행태들은 끝나야 합니다. 그리고 끝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야당의 주요 차기 대선 후보들을 보면 후보의 능력보다는 세력 싸움부터 펼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렇게 비칠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의 역량이라는 게 소위 말하는 실력만 갖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그때그때 인기에 따라서 선택을 받기도 하고 못 받기도 하는 게 정치인이죠. 이번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의 경우는 포퓰리즘에 의해 당선된 것이 분명하지만 트럼프가 실력이 있는지 어떤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습니다.”
 
  ― 정치인이라면 포퓰리즘에 기대고 싶을 때도 있을 텐데요.
 
  “글쎄요. 우리 같은 스타일은 일꾼 스타일입니다.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한다고 자부합니다. 정치인이지만 저는 포퓰리즘은 경계하고 있습니다.”
 
 
  “너무 미국에 의존하지 말아야”
 
  ― 이재명 성남시장과 트럼프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저는 이재명 시장과 트럼프가 포퓰리즘 관점에서 비슷한 행태를 보일 수는 있는데 트럼프와 이재명의 캐릭터는 아주 다르다고 봅니다. 이 시장은 진보주의자이고 트럼프 당선자는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트럼프의 정책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러스트 벨트의 실업자들을 부추겨서 대통령이 된 분 아닙니까.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다고도 했고요. 제가 미국에서 9년을 살았습니다. 미국의 도로망은 놀랄 정도로 잘 갖춰져 있습니다. 4차 산업 등과 관련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산업에 투자해야지 눈앞의 곶감만 쫓는 것이 실제 국익으로 연결될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 트럼프 시대를 맞아 미국과 협력을 잘 할 수 있는 우리 정부가 들어설 수 있을까요.
 
  “미국은 사실상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입니다. 정치・외교・군사적으로 우리가 미국의 도움 없이는 사실 전쟁도 못 치릅니다. 우리는 땅덩어리가 작을 뿐이지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입니다. 누가 봐도 만만한 나라가 아닌데 우리에게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없습니다. 지금은 국제적으로 새로운 질서재편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것에 잘 대응해야 합니다. 너무 미국에 의존하지 말아야 합니다.”
 
  ―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트럼프의 정책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지켜봐야겠죠. 선거 때의 공약들을 뒤집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트럼프 당선자는 신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는데 길게 보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한미 관계도 급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과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하려고 하면 대부분 할 수 있지만 미국은 의회의 권한이 훨씬 더 세기 때문에 트럼프의 의도대로 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재명, 개천에서 용 난 것”
 
  ―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 중에서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적격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대답 않겠습니다.”
 
  ―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했는데 잘 꾸려질까요.
 
  “국민들께서는 국회가 중심을 잡으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여야정 협치를 위한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국회가 평시에는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긴급 상황에는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3일 전 임시국회 일정과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야권에서는 국정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고 여당에서도 긍정반응이 나왔습니다.”
 
  ― 야당 대선 후보군에 대한 품평 좀 해주시죠.
 
  “이재명 시장의 경우는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 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남시를 리빌딩하는 능력도 보여주었으니까 앞으로 좋은 인재로 성장할 역량이 있다고 봅니다. 안희정 지사도 아주 우량주고요. 김부겸 의원도 그렇고요. 박원순 시장도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 문재인 전 대표의 그늘에 이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게 문 대표의 의도겠습니까. 본인이 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경선에서는 최선을 다해 선의의 경쟁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누가 가장 적합한 후보인지는 국민들께서 결정해 주실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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