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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거인(巨人) 신격호(辛格浩) 롯데 총괄회장, “한국을 인정하게 만들겠다”

마지막 남은 1세대 창업주의 ‘무한책임’ 경영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johh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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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심 많은 차남(신동빈 롯데 회장) 결국 추방될 것”
⊙ “롯데, 반은 한국 반은 일본 기업”
⊙ 일본 나카소네 총리 기다리게 할 정도의 영향력
⊙ “기업에 사회봉사는 실업자 안 만드는 것”
⊙ “내가 책임지겠다는 생각에 상장(上場) 안 해”
⊙ “박정희 대통령은 ‘유능한’ 사람”
⊙ 은행 돈 빌리면 ‘용기’가 없어질 것 같아 무차입(無借入) 경영
⊙ “열심히 하고 기본을 지키면 ‘위기’가올 리 없다”
⊙ 신동주 SDJ 회장, 123층 롯데타워 자리에 ‘아파트’ 짓도록 건의
⊙ 롯데타워는 한국을 인정하게 만들겠다는 식민지 청년의 꿈
  아버지만 한 아들 없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으로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總帥)들은 주요 의혹에 “기억이 없다”, “내가 결정하지 않았다”로 답변했다. 주로 면피(免避)성 답변이었다. 자연스럽게 1988년 현재 총수들의 아버지들이 참석한 5공 청문회가 오버랩됐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내는 게 편하게 산다는 생각으로 냈습니다”며 솔직하게 답변했다. 총수들은 최소한 “내가 결정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지 않았다. 거침없는 발언 역시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이번 청문회를 보며 “아버지만 한 아들 없다”는 말을 떠올리는 이유다. 1988년 청문회에 참석했던 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맨손으로 시작한 창업자’들이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1세대 경영인들이다. 거침없는 자신감의 배경이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기업을 이은 후계자들과는 급(級)과 격(格)이 다른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는 없을까.
 
  기자는 작년 중순부터 한국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기업 창업주 신격호(辛格浩) 롯데그룹 총괄회장 인터뷰를 추진해 왔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 식민지 시절 18세에 맨손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한·일 롯데그룹을 설립한 인간 신화다.
 
  2000년 12월 도쿄 일본 롯데 본사에서 본지 조갑제 편집장이 인터뷰한 이후 16년이 흘렀다. 당시 인터뷰는 외환위기를 간신히 극복해 나가고 있는 한국 경제의 희망을 묻기 위해서였다.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리더십 붕괴로 길을 잃고 헤매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가능이 없었던 창업자에게서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한국의 나아갈 길을 듣는 것이 목적이었다.
 
  신 회장은 1922년 10월 4일(음력) 경상남도 울산군 상남면 둔기리 377번지에서 태어났으니 94세이다. 100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건강 또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신격호 회장을 돌보고 있는 장남 신동주 SDJ 회장측에 “평생 총괄회장이 거의 인터뷰를 하지 않아, 그의 경영철학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지금이라도 마지막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인터뷰 필요성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나이가 많아 기억력이 쇠퇴했고, 평생 언론 인터뷰를 본인이 싫어했다는 이유로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러던 중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동주·동빈 형제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고, 롯데그룹의 검찰 수사 역시 시작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롯데의 구심점인 신 총괄회장의 생각이 더욱 중요해졌다.
 
  신동주 회장측도 인터뷰의 필요성에 점차 공감했다. 이에 9월 중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전해 왔다. 작년 10월 검찰 수사 발표가 나오자, 기왕이면 2017년 신년호에 인터뷰를 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조건 없는 인터뷰’가 가장 중요한 상호 조건이었다. 큰 뜻에 서로 동의하고, 롯데그룹을 만들어 낸 창업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하기로 했다.
 
  인터뷰는 12월 9일, 12일 두 차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신격호 회장 회의실에서 각각 1시간가량 이뤄졌다. 양일 인터뷰에는 장남 신동주 SDJ 회장,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 조문현 변호사가 동석했다. 9일 인터뷰에는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이, 12일에는 신동주 회장의 부인 조은주씨가 동석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경상도 출생으로 특유의 어법과 사투리가 있었다. ‘~잖아’라며 자신의 의견에 동의를 구하는 표현이 대표적이었다. 또 고령의 나이로 인해 발음이 부정확했다. 손자뻘 기자에게 이야기하는 관계로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인터뷰의 경우, 표준어로 말을 순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 회장은 특유의 화법과 발음에 개성과 느낌이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최대한 신 총괄회장이 말한 그대로 기사에 담으려 노력했다.
 
 
  “롯데, 반은 일본 반은 한국 기업”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인터뷰를 위해 걸어서 접견실로 들어오고 있다.
  신격호 회장은 12월 9일, 12일 두 차례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접견실에 나타났다. 간병인이 옆에 서 있었지만, 가능하면 부축 없이 혼자서 걸으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신 회장의 ‘기억의 커튼’이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의 기억을 묻는 질문엔 답변을 어려워했다. 다만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뚜렷하게 답변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기억’을 묻는 질문은 최소화하고, 본인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집중했다.
 
  신 회장은 컨디션에 크게 좌우되는 것 같았다. 질문을 이해 못하고, 기억력에 어려움을 호소하다가도 갑자기 총기(聰氣)를 회복해 날카로운 답변을 할 때가 있었다. 그 순간 5대그룹 총수의 위엄이 느껴졌다. 인터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롯데는 한국 기업인가, 일본 기업인가”라고 질문했을 때이다.
 
  신 회장은 “반반(半半)이지. 한국 일본 반반. 일본에서 출발해 한국에 왔잖아”라고 답변했다. 맞는 말이고 순리에 맞는 답변이지만, 지금껏 롯데그룹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기자로서 거인(巨人)으로 불리는 신 회장이 무슨 말을 할까 조바심이 났다.
 
  창립자로서 롯데의 정신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된 부분은 롯데의 가치를 묻는 질문이었다. 롯데의 정신을 묻는 기자의 거창한 질문에 신 회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지.”
 
  너무나 당연한 답변에 순간 당황해 ‘열심히 일하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물었다.
 
  — 어떻게 하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것인가요.
 
  “(웃으며) 그걸 왜 물어? 열심히 하는 것이 열심히 하는 것이지 ….”
 
 
  경험에서 나온 ‘열심히 일하는 삶’
 
신격호 회장에게 인사하는 필자.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고 생각하는 듯했다. 기자가 계속 궁금해하자 회장은 자신의 일화(逸話)로 설명했다.
 
  “120엔을 가지고 일본에 갔어. 처음에는 돈이 없잖아. 열심히 일했어. 여러 가지 일을 했는데, 짐을 내려 주는 트럭 조수도 2~3년 하고, 개인 전당포에 취업했어. 열심히 일했어. 전당포 주인에게 아들, 딸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나를 더 믿었어. 뭐든 열심히 하면 인재(본인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를 만나게 돼. 사람이란 열심히 하면 처음에는 안 믿지만 1년, 2년, 3년 지나면 완전히 믿게 된다고. 조그마한 전당포에서 일했지만 아들이 있는데도 나를 믿더라고.”
 
  전당포 사원 경험은 인터뷰 중간 중간 끝없이 반복됐다. 성공은 습관이다. 한번 성공하는 방법을 알면, 계속 성공할 수 있다. 눈덩이 굴리는 것처럼 커진다. 1등을 경험하면 계속 1등 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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