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내 한국 상품 광범위하게 확산 … 한국 상품코드 빗대 ‘88제품’이라 불려
⊙ 북한 붕괴, ‘아래로부터’ 보다 ‘위에서’ 혹은 ‘권력 내부에서’ 일어날 듯
⊙ 의원입법으로 ‘통일준비법’ 마련 중 … 통일 매뉴얼 만들어 북한 급변사태 대비해야
⊙ 북한 붕괴, ‘아래로부터’ 보다 ‘위에서’ 혹은 ‘권력 내부에서’ 일어날 듯
⊙ 의원입법으로 ‘통일준비법’ 마련 중 … 통일 매뉴얼 만들어 북한 급변사태 대비해야
트럼프의 미국은 북한을 어떻게 다룰까.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미국 대선(大選) 다음 날인 1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찾았다. 5선의 심재철 국회 부의장은 “한반도에 시련이 닥칠 것 같다”며 “한국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잡히기 전에 (트럼프 행정부를) 납득시켜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 선입견이 벌써 있는 것 같은데 ….
“그렇죠. 있기는 한데, 대통령이 되면 참모들에게 구체적인 데이터를 받아볼 게 아니겠어요? 트럼프 주변에 한국정부 의중을 왜곡 없이 전달할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있을지 …. 일본 아베 총리는 다음주(11월 17일) 뉴욕에서 트럼프와 만난다는데 ….”
— 주한미군 주둔이나 전시작전권 같은 민감한 문제로 한미 공조가 흔들리고 반미(反美)감정마저 고조되면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어요?
“만약 한미 갈등이 벌어지면 미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감정이 좀 뻣뻣해지기는 하겠죠. 어떻게 녹여 내느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심 부의장은 “한미 양국의 관계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면 먼저 오늘의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요즘 북한 내부사정을 귀띔해 주신다면.
“공식경제가 무너지고 그 빈자리를 시장이 채워 가고 있어요. 장마당 수준을 넘어 ‘상인자본’(돈주)에 의한 상업경제가 깊이 침투하고 있어요. 1990년대 중국 친척에게 도움을 받는 가정을 ‘장백산 줄기’라며 부러워했지만, 이젠 남한 탈북자에게 도움 받는 가정을 ‘한라산 줄기’라 부른대요.”
— 남한 물건이 북한에서 인기가 많다던데요.
“광범위하게 들어가는데, 가성비 대비 품질이 좋아 쉬쉬하고 쓴대요. 북한 주민들은 국가코드로 상품을 구분하는데, 한국은 코드 숫자가 88이잖아요. 그래서 ‘88제품’이라 불려요. 중국제는 ‘690’, 일제는 ‘49’라고 하고요.”
— 북한 주민도 남한소식에 목말라 하죠?
“탈북자 표현을 빌리면 남한소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고 해요. 그렇다고 해도 정보가 제한적이고, 남한 역시 북한 내부를 잘 모릅니다. 남북이 휴전선을 놓고 딴 세상에 살아선 통일 이후 갈등을 겪게 돼요. 서로 정보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 경제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 어떻게?
“휴전선에서 ‘자유의 소리’ 방송이나 KBS의 한민족 방송, 대북전단·지폐·라디오·USB 등을 커다란 풍선에 실어 보내기도 하고, 탈북자 단체 등이 매일 2~4시간씩 대북 단파방송을 내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론 부족해요. 지금 AM주파수 중 KBS 제3라디오 639khz(50kw)와 KBS의 다른 주파수 756khz(100kw)는 그냥 놀고 있어요. 이 주파수의 출력이면 평양 이북을 넘어 북한 전역까지 들리게 할 수 있습니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북한주민 중 외부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비율이 30% 이상이라고 한다. 이들 중 2~3%는 거의 매일 대북방송을 청취하고 있다. 북한 전체 인구로 따져 50만~70만명에 이른다.
심 부의장은 “AM 채널을 활용해 매일 20시간 이상 대북 방송을 해야 한다”고 했다.
“AM 채널을 활용해 매일 20시간 이상 대북 방송을 해야”
— 그런데 북한의 대남 심리전도 해마다 강도를 더하고 있어요.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우려되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한글파일을 첨부한 악성코드가 유포되고 있어요. 혹시 본 적이 있나요? 이 피싱 메일은 11월 3일 11시13분 한글파일로 만들어져 네이트 이메일 계정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내졌어요. 코드명이 ‘말대가리(MalDaeGaRi)’인데, 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사이버 해킹이나 GPS교란 같은 북한의 대남 전자전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다. 2009년 7월의 디도스 공격과 2013년 3월과 6월의 사이버 테러로 방송사와 금융권, 청와대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미군 장병의 신상정보가 대량으로 털렸다.
“북한 정찰총국의 사이버부대 요원이 6000여 명이고 사이버 공격능력은 세계 6위, 사이버 정보 평가능력은 7위입니다. 대남 심리전은 선거철이나 정치정세가 어수선할 때 집중되고 있어요. 정보 당국의 판단으론 북한이 1만명 규모의 사이버전 부대를 편성하려 한대요. 북한에 맞서려면 사이버테러방지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합니다. 사이버 역량은 하루아침에 커지는 게 아니에요. 서둘러야 합니다.”
탈북자 3만명 시대다. 1997년 마련된 탈북자 정책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그저 단순 지원과 보호가 전부다.
“탈북자 지원금 예산이 1500억원인데, 이는 미국의 한해 난민지원 예산을 훨씬 능가하는 액수예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만족도가 낮고 불만이 쌓이고 있어요. 손질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탈북자 2명이 남북하나재단의 비상임 이사가 됐는데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하나재단의 직원 현황을 보니 하위직에 일부 탈북자가 있을 뿐, 주무부처인 통일부에는 7급 공무원 2명, 9급 2명이 전부입니다. 이제 탈북민 스스로 성공적인 정착을 이뤄낼 수 있게 자립형 정착지원 정책으로 바꿔야 해요.”
— 예를 들면?
“먼저 온 탈북민이 나중에 오는 탈북민을 돕는 방식으로요.”
심 부의장은 이를 ‘생모 이론’이라 불렀다.
“남한 출신 계모보다 북한 출신 생모가 아무래도 탈북자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 주지 않겠어요? 그저 돈이나 찔러 주고 보호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해요. 탈북민은 통일을 위한 매우 훌륭한 인적 자원입니다. 향후 통일준비나 남북통합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분들이에요. 국내 탈북 출신 박사가 20여 명이나 되는데 이분들이 탈북자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심 부의장은 지난 8월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 회의에서 “전세계로 떠도는 북한 탈북자를 안전한 자유의 땅으로 데려오기 위한 국제협력”을 주창했다.
“19세기 당시 미국 흑인노예들이 자유를 찾아 탈출했던 ‘지하철도(Underground Railroad)’가 지금도 필요합니다. 다만, 흑인노예가 아니라 북한을 탈출한 자유이주민들이 그 열차에 올라타야 해요. 또 노예노동에 내몰리는 해외 북한근로자의 임금착취를 감시하는 국제적 네트워크도 필요합니다.
북한 주민이 어디에 있든 이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공동의 전선이 필요하고 우리 국민이, 그리고 정부가 앞장서야 합니다. 저는 ‘한반도 DMZ의 군사적 전선’, ‘남북간 경제·사회·사이버대결 전선’과 더불어 이를 ‘제3전선(The Third Front)’이라 부르고 싶어요.”
“남한출신 계모보다 북한출신 생모가 탈북자의 마음 더 잘 이해”
— 정말 궁금합니다. 북한의 급변사태, 일어날까요.
심 부의장은 “북한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북한 지배 엘리트에게 심각한 불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가족과 함께 망명한 것이 그 예다.
“급변사태는 우리가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여파는 심각할 것으로 보여요. 북한체제의 특성상 ‘아래로부터’보다는 ‘위에서’ 혹은 ‘권력 내부에서’ 촉발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배 엘리트가 보기에, 김정은 리더십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할 때 현실화되지 않겠어요?
김정은 체제 이후 대외 홍보용 시설물이 곳곳에 들어서고, 평양 도심을 단장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어요. 일종의 착시효과를 노린 겁니다. 만성적 경제난이 지속되고 그나마 외자 유치로 추진하려던 특구계획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으니까요.”
— 대북제재의 수위를 높이려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동참이 필요한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UN)제재도 진전을 못 보고 있어요.
“북핵 불용과 북핵 저지를 위한 강력한 압박 이외 우리가 선택할 카드가 있을까요? 지난 정부에서 대화와 제재를 수없이 반복했지만, 결국 참담한 북핵 진전으로 돌아왔잖아요. 트럼프 정부의 대북, 대중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당장은 (대북 압박이)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도 불가피했다고 보시나요.
“우리가 개성공단을 버려 가면서 선제적으로 나선 덕에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동참했고 봅니다. 개성공단을 가동한 채 북한 제재를 말하는 건 언어도단이죠.”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이 진전되면서 정부 당국은 대북 군사적 옵션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핵 무장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선제적 대응수단을 조기에 마련하자는 주장,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연합 작계’를 심도있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지금 중요한 것은 대북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이라고 봐요. 트럼프 당선자도 후보시절 이야기와 당선자가 돼서 하는 말이 다를 겁니다. 대북 정책은 북핵 불용이라는 원칙과 이를 위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체제보장과 핵 개발을 서로 교환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포기 대가로 한반도 평화협정을 맺고 대신 두둑한 보상을 안기는 식이죠. 하지만 현재로선 어떤 보상도 북한의 핵을 단념 못 시킬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북한도 핵보유국 지위 획득에 사활을 걸고 있고요. 그래서 ‘선제타격’ 이야기가 나옵니다.”
“선제타격 능력 보유해야”
서방 일부 국가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거나 ‘핵 동결론’(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면 북한의 핵능력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우리 정부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심 부의장은 “그래서 우리 정부의 선제타격 능력 보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북 핵 대응방향은 크게 3가지인데, ▲북한 미사일 발사 조짐이 있을 시 원점을 선제타격하는 개념의 킬체인(kill chain)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북한의 핵공격 시, 김정은 지휘부를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이다. 이 3가지를 ‘북핵 3축 체계’라 부른다.
“정부의 당초 계획은 ‘3축 체계’를 2020년대 중반까지 마련하자는 것인데 중반에서 초반으로 앞당겨야 합니다. 또 선제타격 능력은 필수입니다. 먼저 보고 먼저 정확히 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독자적 혹은 한미연합의 ‘대결단’을 선택할 수 있어요.
독자 핵무장론은 매력적으로 보이긴 해요. 하지만 냉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보유 추진으로 인한 기회비용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다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무한잠항 능력을 갖추고 있고, 북한의 SLBM 발사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심 부의장은 현재 ‘통일준비법’을 의원입법으로 마련 중이다.
비슷한 성격의 ‘평화통일기반구축법안’이 19대 국회에서 정부 주도로 국회에 됐으나 폐기되고 말았다.
그는 “통일대박·급변사태·탈북대비 같은 말을 쉽게 하면서도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하면 통일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 틀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통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는 법적 강제도 없다.
“통일준비법안은 통일준비 계획을 미리 세우고,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할 일과 역할을 정하자는 게 핵심입니다. 통일인력을 미리 키우고 대통령 직속의 통일준비위원회를 상설화하자는 목적도 있어요.
통일은 벼락처럼 올 수 있어요. 독일인도 독일통일을 예측한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남북이 극한대치 중이지만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인 우리 정부의 책무라고 봅니다. 남북간 체제경쟁은 끝났고 북한 위기는 계속되고 있어요. 뒤집어 말해 통일 대한민국의 여건과 기반이 지금만큼 성숙된 적이 없었습니다. 통일은 벼락처럼 옵니다.”⊙
— 선입견이 벌써 있는 것 같은데 ….
“그렇죠. 있기는 한데, 대통령이 되면 참모들에게 구체적인 데이터를 받아볼 게 아니겠어요? 트럼프 주변에 한국정부 의중을 왜곡 없이 전달할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있을지 …. 일본 아베 총리는 다음주(11월 17일) 뉴욕에서 트럼프와 만난다는데 ….”
— 주한미군 주둔이나 전시작전권 같은 민감한 문제로 한미 공조가 흔들리고 반미(反美)감정마저 고조되면 내년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어요?
“만약 한미 갈등이 벌어지면 미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감정이 좀 뻣뻣해지기는 하겠죠. 어떻게 녹여 내느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심 부의장은 “한미 양국의 관계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면 먼저 오늘의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요즘 북한 내부사정을 귀띔해 주신다면.
“공식경제가 무너지고 그 빈자리를 시장이 채워 가고 있어요. 장마당 수준을 넘어 ‘상인자본’(돈주)에 의한 상업경제가 깊이 침투하고 있어요. 1990년대 중국 친척에게 도움을 받는 가정을 ‘장백산 줄기’라며 부러워했지만, 이젠 남한 탈북자에게 도움 받는 가정을 ‘한라산 줄기’라 부른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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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논란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의장실을 향하고 있다. |
“광범위하게 들어가는데, 가성비 대비 품질이 좋아 쉬쉬하고 쓴대요. 북한 주민들은 국가코드로 상품을 구분하는데, 한국은 코드 숫자가 88이잖아요. 그래서 ‘88제품’이라 불려요. 중국제는 ‘690’, 일제는 ‘49’라고 하고요.”
— 북한 주민도 남한소식에 목말라 하죠?
“탈북자 표현을 빌리면 남한소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고 해요. 그렇다고 해도 정보가 제한적이고, 남한 역시 북한 내부를 잘 모릅니다. 남북이 휴전선을 놓고 딴 세상에 살아선 통일 이후 갈등을 겪게 돼요. 서로 정보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 경제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 어떻게?
“휴전선에서 ‘자유의 소리’ 방송이나 KBS의 한민족 방송, 대북전단·지폐·라디오·USB 등을 커다란 풍선에 실어 보내기도 하고, 탈북자 단체 등이 매일 2~4시간씩 대북 단파방송을 내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론 부족해요. 지금 AM주파수 중 KBS 제3라디오 639khz(50kw)와 KBS의 다른 주파수 756khz(100kw)는 그냥 놀고 있어요. 이 주파수의 출력이면 평양 이북을 넘어 북한 전역까지 들리게 할 수 있습니다.”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북한주민 중 외부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비율이 30% 이상이라고 한다. 이들 중 2~3%는 거의 매일 대북방송을 청취하고 있다. 북한 전체 인구로 따져 50만~70만명에 이른다.
심 부의장은 “AM 채널을 활용해 매일 20시간 이상 대북 방송을 해야 한다”고 했다.
“AM 채널을 활용해 매일 20시간 이상 대북 방송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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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25일 국회대표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심재철 최고위원이 한 친북매체 사이트를 폐쇄하라고 발언하고 있다. |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우려되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한글파일을 첨부한 악성코드가 유포되고 있어요. 혹시 본 적이 있나요? 이 피싱 메일은 11월 3일 11시13분 한글파일로 만들어져 네이트 이메일 계정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내졌어요. 코드명이 ‘말대가리(MalDaeGaRi)’인데, 이건 빙산의 일각입니다.”
사이버 해킹이나 GPS교란 같은 북한의 대남 전자전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다. 2009년 7월의 디도스 공격과 2013년 3월과 6월의 사이버 테러로 방송사와 금융권, 청와대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미군 장병의 신상정보가 대량으로 털렸다.
“북한 정찰총국의 사이버부대 요원이 6000여 명이고 사이버 공격능력은 세계 6위, 사이버 정보 평가능력은 7위입니다. 대남 심리전은 선거철이나 정치정세가 어수선할 때 집중되고 있어요. 정보 당국의 판단으론 북한이 1만명 규모의 사이버전 부대를 편성하려 한대요. 북한에 맞서려면 사이버테러방지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합니다. 사이버 역량은 하루아침에 커지는 게 아니에요. 서둘러야 합니다.”
탈북자 3만명 시대다. 1997년 마련된 탈북자 정책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그저 단순 지원과 보호가 전부다.
“탈북자 지원금 예산이 1500억원인데, 이는 미국의 한해 난민지원 예산을 훨씬 능가하는 액수예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만족도가 낮고 불만이 쌓이고 있어요. 손질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탈북자 2명이 남북하나재단의 비상임 이사가 됐는데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하나재단의 직원 현황을 보니 하위직에 일부 탈북자가 있을 뿐, 주무부처인 통일부에는 7급 공무원 2명, 9급 2명이 전부입니다. 이제 탈북민 스스로 성공적인 정착을 이뤄낼 수 있게 자립형 정착지원 정책으로 바꿔야 해요.”
— 예를 들면?
“먼저 온 탈북민이 나중에 오는 탈북민을 돕는 방식으로요.”
심 부의장은 이를 ‘생모 이론’이라 불렀다.
“남한 출신 계모보다 북한 출신 생모가 아무래도 탈북자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 주지 않겠어요? 그저 돈이나 찔러 주고 보호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해요. 탈북민은 통일을 위한 매우 훌륭한 인적 자원입니다. 향후 통일준비나 남북통합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분들이에요. 국내 탈북 출신 박사가 20여 명이나 되는데 이분들이 탈북자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심 부의장은 지난 8월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 회의에서 “전세계로 떠도는 북한 탈북자를 안전한 자유의 땅으로 데려오기 위한 국제협력”을 주창했다.
“19세기 당시 미국 흑인노예들이 자유를 찾아 탈출했던 ‘지하철도(Underground Railroad)’가 지금도 필요합니다. 다만, 흑인노예가 아니라 북한을 탈출한 자유이주민들이 그 열차에 올라타야 해요. 또 노예노동에 내몰리는 해외 북한근로자의 임금착취를 감시하는 국제적 네트워크도 필요합니다.
북한 주민이 어디에 있든 이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공동의 전선이 필요하고 우리 국민이, 그리고 정부가 앞장서야 합니다. 저는 ‘한반도 DMZ의 군사적 전선’, ‘남북간 경제·사회·사이버대결 전선’과 더불어 이를 ‘제3전선(The Third Front)’이라 부르고 싶어요.”
지금의 새누리당은 … “이정현 대표가 ‘새누리당 소임은 여기서 끝났다’고 선언해야” 비박계인 심재철 국회 부의장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선뜻 입에 올릴 수도 없고 … 초기에 2선후퇴 카드를 던졌더라면 좋았을 텐데 미적거리다 실기했다”고 했다. “하야는 국가적 위험 때문에 적절한 방법이 아니고 … 지금 상황에선 다 내려놓는 것인데 … 다 내려놓더라도 국가간 정상회담은 어떻게 할 거예요? 헌법이 보장하는 국군통수권은요. … 그래서 그런 부분을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 향후 새누리당 미래는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의 새누리당 문패로는 더는 난국을 헤쳐 가기 어렵다고 봅니다. 새로운 틀을 짤 수밖에 없어요. 재창당 형식이 됐든, 제3지대든 새롭게 출발해야지 지금처럼 친박 비박 어쩌고 저쩌고 싸우고, 이정현 대표가 계속 (자리에) 달라붙어 있는 듯한 모습으론 안 됩니다. 차라리 이 대표가 ‘새누리당 소임은 여기서 끝났다’고 털고 가는 게 좋아요. ” — 반기문 총장 카드는 유효한가요. “‘반 카드’는 우리가 어떤 모습을 취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당이 이대로 가면, 반기문 총장이 안 오죠. 기존 새누리당과 절연된 모습을 보일 때 반 총장도 오지 않겠어요? 지금은 꽃가마를 태워 준대도 안 와요. 중요한 것은 상대 특정 유력후보에 대한 반대세력의 단순결집으론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치공학적 접근은 옳은 길이 아니라는 걸 역대선거에서 숱하게 증명된 바 있어요. 어려울수록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국민을 바라보고 철저한 혁신을 통해 통일 대한민국과 선진국가의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여야 합니다.” |
“남한출신 계모보다 북한출신 생모가 탈북자의 마음 더 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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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내 모습. 북한주민 중 외부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비율이 30% 이상이라고 한다. 이들 중 2~3%는 거의 매일 대북방송을 청취하고 있다. |
심 부의장은 “북한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북한 지배 엘리트에게 심각한 불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가족과 함께 망명한 것이 그 예다.
“급변사태는 우리가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여파는 심각할 것으로 보여요. 북한체제의 특성상 ‘아래로부터’보다는 ‘위에서’ 혹은 ‘권력 내부에서’ 촉발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배 엘리트가 보기에, 김정은 리더십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할 때 현실화되지 않겠어요?
김정은 체제 이후 대외 홍보용 시설물이 곳곳에 들어서고, 평양 도심을 단장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어요. 일종의 착시효과를 노린 겁니다. 만성적 경제난이 지속되고 그나마 외자 유치로 추진하려던 특구계획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으니까요.”
— 대북제재의 수위를 높이려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동참이 필요한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UN)제재도 진전을 못 보고 있어요.
“북핵 불용과 북핵 저지를 위한 강력한 압박 이외 우리가 선택할 카드가 있을까요? 지난 정부에서 대화와 제재를 수없이 반복했지만, 결국 참담한 북핵 진전으로 돌아왔잖아요. 트럼프 정부의 대북, 대중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당장은 (대북 압박이)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도 불가피했다고 보시나요.
“우리가 개성공단을 버려 가면서 선제적으로 나선 덕에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동참했고 봅니다. 개성공단을 가동한 채 북한 제재를 말하는 건 언어도단이죠.”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이 진전되면서 정부 당국은 대북 군사적 옵션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핵 무장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선제적 대응수단을 조기에 마련하자는 주장,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연합 작계’를 심도있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지금 중요한 것은 대북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이라고 봐요. 트럼프 당선자도 후보시절 이야기와 당선자가 돼서 하는 말이 다를 겁니다. 대북 정책은 북핵 불용이라는 원칙과 이를 위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돼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체제보장과 핵 개발을 서로 교환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포기 대가로 한반도 평화협정을 맺고 대신 두둑한 보상을 안기는 식이죠. 하지만 현재로선 어떤 보상도 북한의 핵을 단념 못 시킬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북한도 핵보유국 지위 획득에 사활을 걸고 있고요. 그래서 ‘선제타격’ 이야기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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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법 실천을 위한 단체 연합’ 발대식 모습.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은을 규탄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
심 부의장은 “그래서 우리 정부의 선제타격 능력 보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북 핵 대응방향은 크게 3가지인데, ▲북한 미사일 발사 조짐이 있을 시 원점을 선제타격하는 개념의 킬체인(kill chain)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북한의 핵공격 시, 김정은 지휘부를 응징하는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이다. 이 3가지를 ‘북핵 3축 체계’라 부른다.
“정부의 당초 계획은 ‘3축 체계’를 2020년대 중반까지 마련하자는 것인데 중반에서 초반으로 앞당겨야 합니다. 또 선제타격 능력은 필수입니다. 먼저 보고 먼저 정확히 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독자적 혹은 한미연합의 ‘대결단’을 선택할 수 있어요.
독자 핵무장론은 매력적으로 보이긴 해요. 하지만 냉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보유 추진으로 인한 기회비용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다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무한잠항 능력을 갖추고 있고, 북한의 SLBM 발사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심 부의장은 현재 ‘통일준비법’을 의원입법으로 마련 중이다.
비슷한 성격의 ‘평화통일기반구축법안’이 19대 국회에서 정부 주도로 국회에 됐으나 폐기되고 말았다.
그는 “통일대박·급변사태·탈북대비 같은 말을 쉽게 하면서도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하면 통일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 틀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통일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는 법적 강제도 없다.
“통일준비법안은 통일준비 계획을 미리 세우고,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할 일과 역할을 정하자는 게 핵심입니다. 통일인력을 미리 키우고 대통령 직속의 통일준비위원회를 상설화하자는 목적도 있어요.
통일은 벼락처럼 올 수 있어요. 독일인도 독일통일을 예측한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남북이 극한대치 중이지만 미리 대비하는 것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인 우리 정부의 책무라고 봅니다. 남북간 체제경쟁은 끝났고 북한 위기는 계속되고 있어요. 뒤집어 말해 통일 대한민국의 여건과 기반이 지금만큼 성숙된 적이 없었습니다. 통일은 벼락처럼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