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공사 망명과 관련, 국내 언론 취재원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김주일 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 : 월간조선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가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다. 이 일로 태 공사 가족의 면면이 공개됐다. BBC에 따르면 태 공사는 ‘대사관 차석’으로 선전 업무를 총괄했다. 김정은 체제의 ‘위대성’을 선전하고 북한에 대한 부정적 보도나 ‘최고 존엄(김정은)’ 모욕 등에 대처하는 임무였다. 평양국제관계대학과 베이징외국어대에서 공부한 그는 10년 이상 유럽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대사관에는 4년 전에 부임했다.

태 공사의 아내 오혜선(50)씨는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였던 오백룡(1911~1984) 전 호위총국장 집안 출신이다. 국정원은 “북에서 가장 성분이 우수한 ‘혁명 1세대’ 후손으로 우리로 치면 금수저”라고 했다. 오백룡의 아들 오금철·철산 형제는 각각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해군사령부 정치위원을 지냈다. 태 공사의 자녀는 현지 공립학교에 다녔다.

장남은 영국 해머스미스 병원에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남은 한국 망명 전까지 런던 서부 지역의 공립 액턴고등학교를 다녔으며 학교에서 A플러스 성적을 받는 수재였다고 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차남(금혁군)이 올해 명문대학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에 입학해 수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할 예정이었다”고 보도했다.

태 공사 가족과 함께 덩달아 유명세를 탄 이가 있다. 2005년 북한에서 영국으로 망명한 국제탈북민연대의 김주일 사무총장이다. 런던에 있는 국제탈북민연대는 대북인권단체다. 그는 태 공사 망명 사건과 관련, 한국 언론의 취재원으로 가장 많이 등장했다.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태영호 공사 돈 주고 싶을 만큼 궁핍한 생활

― 태영호 공사에게 딸이 있습니까.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 언론은 태 공사가 슬하에 두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는 ‘태 공사의 딸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 ‘제3국에 체류하고 있으며 망명을 준비 중이다’ 등의 각종 설이 난무했다.

― 태 공사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한테 약한 정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약자에게 강하잖아요. 태 공사는 그렇지 않았어요. 논리에 맞지 않는 상황에 부딪히면 맞섰죠. 태 공사를 아는 지인들도 인정하더군요.”

― 태 공사가 강인한 인품의 소유자라는 것을 느꼈던 사례가 있습니까.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당시, 탈북자들이 북한 공관 앞에서 ‘김정일 사망 축하 만세’를 불렀어요. 화가 난 문명신 2등 서기관이 탈북자들이 붙여놓은 김정일 사진을 떼다 찢어졌죠. 북한에서 김 부자 초상화는 신성불가침 존재로 이것을 찢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징계회의를 열었는데 태 공사가 ‘고의로 한 것이 아니니 봐주자’고 강하게 주장했다더군요.”

― 태 공사를 직접 본 적이 있나요.

“북한 공관 앞에서 시위나 인권 관련 행사할 때 몇 번 보고, 영국에 ‘카 부츠(car boots)’라는 중고 야시장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몇 번 마주쳤어요. 런던 코리안 마트에서도 보고요.”

카 부츠는 사람들이 자기 물건을 자동차에 싣고 나와 파는 곳이다. 영국에서는 차 트렁크를 부트(boot)라고 한다. 중고 시장이다 보니, 가격이 저렴하다. 김 사무총장은 “카 부츠 시장에서는 ‘시장을 자본주의 오물’이라고 주장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상품을 흥정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했다.

― 중고 시장을 다녔던 것을 보니 태 공사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보도가 사실인 모양입니다.

“볼 때마다 쌀 1~2포대와 라면 한 박스를 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굉장히 안쓰러웠어요. 돈을 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 주지 그러셨어요.

“주려고 하니까 그냥 모른 척하고 가버리더라고요.”

― 자존심이 많이 상한 모양이죠.

“코리안 마트의 계산대 직원 대부분이 탈북민이에요. 그들이 보는 데서 돈을 주려 했으니 자존심 상할 수 있죠. 북한의 엘리트 간부가 일반 탈북자한테 어려운 모습을 보인 거니까요. ‘북한에서는 나를 쳐다보지도 못할 놈들이 나를 무시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겠죠.”

― 한 북한 외교관은 부수입을 얻기 위해 중고 인형을 사다가 세탁해 되파는 부업도 했다고 하던데요. 태 공사 가족은 어땠나요.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태 공사 장남이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은 영국 해머스미스 병원은 어떤 병원입니까.

“최고 수준입니다. 영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협력 병원이니까요. 암 수술 전문 병원이죠. 해머스미스 병원의 간담췌암 수술 성적은 영국 내에서도 최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른 병원들의 췌장 절제술 사망률은 10%대지만 해머스미스 병원은 0%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있었습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공립의 과학·기술·의과대학으로 2007년 런던대학에서 나와 독립했다. 옥스퍼드, 케임브리지와 함께 영국 상위 3대 대학 중 하나다.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 태 공사의 차남도 수재(秀才)라고 하던데요.

“저도 보도를 보고 알았습니다. 북한 외교관 가족들은 항상 같이 움직입니다. 따로 외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심하게 통제하죠. 태 공사의 부인, 자식에 대해서는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 태 공사의 탈북을 영국에 사는 탈북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이런 말들을 많이 해요. ‘우리가 주영 북한 대사관 앞에서 시위할 때 저 사람도 같은 마음이었겠구나.’ 저도 혹시 만나게 되면 묻고 싶어요. 우리 시위를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한국 아닌 영국을 선택한 이유

― 자료를 뒤져보니 탈북자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가 영국이더군요.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민은 몇 명쯤 됩니까.

“시민권 취득자를 제외하고 700명 정도입니다. 난민 인정을 받아 체류 허가를 받은 분들이 650명이고, 나머지 50명은 난민 허가를 받지 못해 체류 비자를 기다리는 분들입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탈북자 난민 규모는 13개국 1100여 명이다. 난민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탈북자도 230여 명이다. 탈북자를 가장 많이 받은 국가는 영국으로 622명이며, 2위는 프랑스 146명, 3위 캐나다 126명, 4위 독일 104명, 5위 벨기에 66명, 6위 네덜란드 59명 등의 순이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은 22명으로 집계됐다.

―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운가요.

“과거 유럽 국가는 탈북자가 ‘중국의 강제 북송이 무서워 유럽으로 왔다’고 말하면 대부분 난민으로 받아줬지만, 최근에는 탈북자 난민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그럴 경우에는 한국으로 가겠죠. 불안정하긴 하지만 그냥 체류할 수도 있고요.”

― 물가 하면 영국인데, 생활고에 시달리는 탈북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그렇게들 생각하세요. 그런데 영국이 한국보다 물가가 낮습니다. 기존 자료만 보면 영국이 물가가 높지만, 살아보면 다릅니다.”

― 의외네요.

“유럽에서는 맥도날드의 메뉴인 빅맥의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의 물가 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합니다. 빅맥지수로 비교해 보면 한국에서 빅맥 세트가 5000~6000원에 판매되는데, 영국도 그 수준입니다(4파운드·한화 5900원). 쌀 가격으로 봐도, 한국 마트에서 20kg 쌀 한 포대가 보통 7만~8만원(54파운드) 정도 하지 않습니까. 코리안 마트에서는 20kg 쌀 한 포대가 26~30파운드 정도 합니다. 도매점들을 이용하면 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986년부터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빅맥지수(Bic Mac index)를 발표한다. 빅맥지수는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의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의 물가 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글로벌 경제지표다.

― 탈북민들이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나요.

“어려움이 물론 있죠. 하지만 우리는 절망스러운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들입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존재하지만 북한과 비교하면 영국에서의 삶은 천국이죠.”

― 한국으로 오면 더 편할 텐데요.

“북한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한 탈북자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고층건물 유리창을 닦다가 추락한 사건이 있었죠. 한국은 취업이 어렵습니다. 김정은 비자금을 몰래 가지고 나와야 편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이곳에서 사는 탈북민은 99%가 직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탈북자의 취업률이 30% 미만인데, 영국은 99%니 꼭 한국에서 생활하는 게 편하다고 볼 수 없죠.”

북, 유럽은 주적으로 보지 않아

2013년 10월 10일 영국 의회에서 열린 국제탈북민연대 출범식에서 영국의 피오나 브루스 하원의원이 김주일 국제탈북민연대 사무총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영국에서 탈북민의 취업률이 높은 것은 식당 종업원이나 식료품 가게 보조 등 허드렛일을 하기 때문 아닌가요.

“‘재영조선인협회’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영국에 정착한 탈북민의 직업 종류는 성인 기준으로 식당업에 종사하는 탈북자 30%, 유통업에 종사하는 탈북자 15%, 미용실을 비롯한 기타 서비스 업종 5%, 셀프 사업자 4%, 가게와 사무실을 차린 사업자 10%, 부동산 종사자 2%, 신문과 방송업 종사자 3%,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업종이 1%, 대학생 20%, 가정주부, 노인을 비롯한 무직업이 10% 등의 통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 경제적으로 성공한 탈북민도 있습니까.

“열 분 정도가 개인 사업을 해서 성공했습니다. 아주 풍족한 것은 아니고요. 여행 가고 싶을 때 가고, 아이들 교육 잘 받고, 이 정도 삶을 살고 계시죠.”

― 탈북민들이 영국을 선택할 만하네요.

“취업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자녀 교육입니다. 영국에 정착한 탈북민 대부분이 한국을 경유한 분들이에요. 한국에서 박탈감을 느끼고 영국에 이민 온 케이스가 많습니다. 한국이 교육열이 강하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식은 평생 저런 교육은 받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한 것이죠.”

― 친인척 때문에 영국을 택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북한은 미국, 일본, 한국을 주적으로 간주해요. 이쪽으로 도망친 탈북민 가족은 무조건 처형하죠. 제3국인 영국이나 유럽으로 간 탈북민 가족은 죽이진 않습니다. 북한은 6·25 한국전쟁 당시 영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의 여러 나라가 유엔군 소속으로 참전했음에도 주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북한 영화를 봐도, 유럽인은 북한에 많은 도움을 준 캐릭터로 나옵니다. 대표적인 게 북한 첩보 영화인 〈이름 없는 영웅들〉인데 주인공 유림이를 도와주는 사람이 루이스라는 영국군 장교죠.”

가슴 찡한 사연

한국으로 망명한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가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6·15 남북공동선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영국에서 생활하는 탈북민 중 최고위층 인사가 있나요.

“북한 외교관 가족과 인민군 중좌(중령) 출신이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 가족은 참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가장이 주(駐)오스트리아 북한 대사관 서기관이었습니다. 가족이 탈출해서 네덜란드에 망명신청을 해 허가를 받았지요. 네덜란드 시민권을 취득하고 영국으로 건너와서 생활했어요. 이 남자가 북에 두고 온 부모님 때문에 불면의 나날을 보냈어요. 1년 동안을 꼬박 그렇게 보냈는데, 견딜 수 없었는지 가족을 남겨둔 채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영국에 남은 부인은 평양 옥류관 요리사였는데, 남편이 귀북(歸北)한 뒤 충격을 받아서 자살 시도를 여러 번 했어요. 지금은 정신병 때문에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죠. 중좌 출신은 왜 탈북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 본인은 왜 탈북했습니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굶어 죽으면서도 북한 사람들은 ‘수령님의 만수무강’을 진심으로 빌었습니다.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죠.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 다 사실인 줄 알았어요. 군 복무 이후부터 이런 생각에 금이 가기 시작했죠. 제가 듣고 배운 군대의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군 복무를 하기 싫어서 낫으로 본인 손을 자르고.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탈영자 체포 임무를 맡았습니다. 탈영자를 잡아와 이유를 물어보면 모두 똑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배고파서 도망쳤다고요. 그때 확신했습니다. ‘인민의 지상낙원이라는 북한의 사회주의’가 잘못됐다는 것을요. 그래서 2005년 가족과 함께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중국에 도착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북한은 먹을 게 없어서 사과가 익기 전에 전부 따서 삶아 먹는데 중국은 머리 크기만 한 사과가 떨어져 있는데 안 먹더라고요. ‘잘못된 북한을 바꿔보자’고 결심했죠.”

― 사무총장으로 있는 국제탈북민연대는 북한인권개선운동을 주로 하지요.

“우리 민족이 하얀 쌀밥에 고기를 먹으려면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길뿐이라고 생각했죠. 북한인권개선운동은 그 첫걸음이고요.”

― 북한 입장에서 북한인권개선운동을 주도하는 총장님이 눈엣가시겠습니다. 북핵 반대시위, 탈북자 강제 북송 규탄 시위도 하시잖아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제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깨어날 수 있도록 북한에 《자유북한(FreeNK)》이라는 종이신문도 만들어 보내거든요.”

― 지금은 북한 사람들도 알 만한 것은 다 알지 않습니까.

“아직도 북한에는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계층과 없는 계층이 존재합니다. 나름 외부 소식을 접하는 계층은 40% 정도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60%는 그냥 속고 사는 것이죠. 3대 세습에도 불구, 주민 봉기가 일어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

― 혹시 테러위협을 당한 적 있나요.

“없습니다. 저는 자유로운 인권운동가입니다.”

― 영국에서 경호는 해줍니까.

“영국은 탈북자에 대한 경호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다른 난민들과 똑같이 대하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 공개 이후 북한 바라보는 시각 바뀌어

― 영국인들은 북한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제가 2008년부터 영국에서 북한인권운동을 했는데, 당시 영국 시민에게 북한에 대해 물어보면 ‘1966년 런던 월드컵 때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올라간 팀’으로만 기억했어요. 북한의 참담한 실상에 대해 전혀 몰랐죠. 지금은 좀 아는 것 같습니다. 특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 발간 이후로는 북한에 대한 유화적 태도가 많이 사라졌지요.”

― 영국이 북한에 대해 잘못 알고 있어 이곳에서 활동하는 겁니까.

“유럽 사람들이 북한에 관광을 많이 갑니다. 특히 영국 사람들이요. 그만큼 북한에 대한 경각심이 낮지요. 이런 분들도 사실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북한에 대한 유화적 태도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한반도 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은 여전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북한의 실체를 알리고, 공감대를 이끌어낸다면 통일의 가장 큰 지원군이 되지 않을까요. 이 믿음으로 지금껏 활동하는 것입니다.”

― 활동자금은 어떻게 조달합니까.

“제가 지금껏 북한인권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묵묵한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희 수입은 아내가 청소 일을 해서 일당으로 벌어오는 돈과 장애인인 맏딸 앞으로 나오는 지원 비용이 다입니다. 생활비로 쓰고 남은 돈의 전부를 북한인권활동 하는 데 쓰고 있지요.”

― 대단하시네요. 따님이 아프신데도.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심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애아동이다 보니 영국인 장애인 학교에 다닙니다. 다행히 영국은 장애인을 그냥 일반인들과 같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바라보더군요.”

그는 김정은에 대해 이같이 이야기했다.

“역사가 보여준 진실이 있습니다. ‘절대권력’은 절대 망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죄는 뉘우치고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요. 김정은이가 살려면 문호를 개방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김 사무총장이 이 말을 한 날(9월 1일) 《조선일보》는 북한 교육 담당인 김용진(63) 내각부총리가 회의 중 ‘자세 불량’을 이유로 지난 7월 총살당했으며, 최휘(61)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지난 5월부터 ‘혁명화 처벌’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에 김 총장은 한숨을 쉬며 “(김정은이) 죄를 뉘우칠 생각이 없네요”라고 말하고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