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나는 다시 진보이고 싶다》 책 펴낸 우파 야전사령관 徐京錫 목사 : 월간조선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북핵 폐기 10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한 서경석(徐京錫·68) 목사가 “나를 다시 진보로 끼워 달라. 보수라는 멍에에서 벗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서 목사는 젊은 시절, 극좌이자 지독한 사회주의자였다. “사회주의혁명의 소총수가 되겠다”던 그였다.

1974년 4월, 서울대 공대(기계과)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중위)로 복무 중 제대 3개월을 앞두고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20년 형을 선고받았었다.

기자는 3월 8일 서울 여의도 사단법인 ‘나눔과 기쁨’ 사무실을 찾았다. 그의 커밍아웃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서 목사는 대뜸 만화책을 건넸다. 지난 2월 펴낸 이 책의 제목은 《나는 다시 진보이고 싶다》.

“사람들이 처음엔 저를 위장보수 아니냐고 의심하더니 지금은 극우(極右)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진보주의자입니다. 저는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편에 있었거든요.”

다시 진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 원래 진보였다는 말이다. 학생운동 시절 독재와 싸웠고, 1979년과 80년 사이 YH사건과 동일방직 사건으로 두 번 투옥됐다가 풀려났다. 1989년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을 창립해 ‘경제정의’ 운동을 시작했고,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으로 북한동포를 도왔다. ‘서울조선족교회’도 세웠다. 그의 말이다.

“지금 우리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아주 잘못된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압제자 김정은 편을 들고, 귀족노조 편을 드는 것이 마치 진보인 양 간주되고 있어요. 진짜 진보라면 김정은 편에 서지 않고 억눌림당하는 북한동포의 편에 서야 합니다. 무엇이 기득권이고 무엇이 개혁인가를 가려 우리 사회의 ‘참진보’가 무엇인지 보여줄 겁니다.”

서 목사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최근까지 저는 정부의 재개발 정책 실패를 열심히 지적했습니다. 그것을 보고 김포 한강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쫓겨나게 된 교회 목사들이 찾아와 도움을 청했어요. 저는 교회를 잃은 목사들과 함께 서울시청과 서울역 앞에 드러누웠습니다. 도로교통법 위반과 집시법 위반으로 2번이나 체포당했고, 2번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원주민 85%가 쫓겨나는 현행 재개발 대신 원주민 위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그런데 언론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최초 목사 徐景祖의 증손자

제2기 사학윤리위원회에 참여한 서경석 목사(왼쪽 첫번째). 왼쪽에서 세번째가 송월주 스님.

서 목사는 “앞으로 조세개혁, 기회균등의 실현, 노동개혁을 통해 기득권 세력과 맞서겠다”고 했다. 진보주의자와 같은 말투였다.

서 목사는 서울대를 졸업한 후 ‘프린스턴’과 ‘유니언’ 신학교를 거쳐 1985년 12월 미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한때 무신론자를 자처했고 민중신학에 빠진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 가정에서 자란 신앙인이다.

그의 증조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목사 7인 중 한 명인 서경조(徐景祖·1852~1938) 목사다. 황해도 소래교회와 서울 새문안교회를 세웠다. 소래교회는 1884년 황해도 장연 땅 소래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교회다.

서경조 목사의 아들과 해군제독을 지낸 손자는 모두 새문안교회 장로였다. 서경조의 증손자인 그의 신앙심은 4대째를 이어 올 만큼 뿌리가 깊다.

—신(神)은 고통 받는 북한동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얘기부터 해야겠네요. 주중에는 시민운동하고, 일요일만 목회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조선족교회를 세우면 될 것 같았어요. 식당이나 식모살이하는 동포들이 많아 (주중엔) 심방(尋訪)할 필요가 없거든요. 막상 조선족교회를 여니 동포들이 찾아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우는 겁니다. 불법체류자다, 남편과 헤어졌다, 자식이 잡혀갔다,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속으로 된통 걸렸다고 생각했어요. ‘꾀 많은 서경석이 지 꾀에 넘어갔다’고.

재작년 7번째 단식할 때 생각 하나가 머리를 쳤어요. ‘왜 너는 이미 하나님이 북한동포를 해방시키려는 역사(役事)를 시작하셨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요.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승만(李承晩) 박사를 통해 남한에 단독정부 세우신 것, 6·25가 났을 때 미군을 참전시켜 우리나라를 지킨 것, 전란(戰亂)과 가난을 딛고 일어선 것이 신의 역사라고요.

얼어 죽을, 맞아 죽을 각오로 탈북한 동포가 3만명 가까이 오고, 세상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북한 규탄에 나선 것은 하나님의 뜻 아닌가요? 갑자기 번개를 쳐서 이끄시기보다 우리를 도구로 당신의 역사를 이루신다고 생각해요.”

서 목사는 “한국 기독교인의 사명은 북한동포를 수령 독재에서 해방시키는 신의 역사를 실천하는 것”이라며 “모세가 이집트를 떠나올 때 이집트 왕 ‘바로’와 무슨 대화를 하고 협상을 했나. ‘let my people go(내 백성을 가게 하라)’라고 명령하시고 모세는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 그게 오늘날 한국교회가 할 길”이라고 했다.

남북통일을 신앙적 언어로 말하면 명쾌

작년 2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송월주 스님(앞줄 가운데), 김진현 상임대표(앞줄 오른쪽 네 번째) 등이 통일지향적이고 원칙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촉구하고 있다.

—사람의 고통은 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이죠? 북한동포의 절망도 신과 무관한 것이죠?

“성경 속에 ‘왜 우리에게 고난을 주십니까’ 하는 절규가 수없이 나옵니다. 1945년 광복 후 71년간 혹독한 고통 속에 살아온 저주 받은 나라가 북한입니다. 그 저주는 누구의 책임입니까.”

수십 년간 고통 받는 북한동포를 생각하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니체 식(式)으로 표현해 신은 죽었을까.

“남북통일을 사회과학적 언어로 설명해 보세요. 복잡하고 혼란스럽잖아요. 그런데 신앙적 언어로 말하면 명쾌해집니다. 1970~80년대 군사독재를 거치며 결국 우리 역사는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와 달리,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민주화 길을 열었어요. 북한이 해방되는 과정도 하나님이 어떤 방식으로든 길을 열어 주시리라 믿어요.”

—북한 정권을 종교집단으로 봅니까.

“그런 시각에 동의합니다. 북한은 일종의 거대한 유사(類似) 종교집단입니다. 탈북 동포들이 ‘기독교인 되기가 굉장히 쉬웠다’고 해요. 김일성 위치에 하나님만 바꿔 놓으면 곧바로 기독교인이 됩니다. 하나님은 김일성, 예수님은 김정일, 주체사상은 성령이고….”

—북한에 가 보셨나요.

“5번 가 봤어요. 북한이 선전하는 봉수교회도 가 봤습니다.”

1988년 건립된 봉수교회는 평양 만경대구역 건국동(옛 봉수동)에 위치한, 북한이 선전하는 ‘국가 브랜드’ 교회다. 서 목사의 계속된 말이다.

“북한 갈 때마다 그 교회에 갔어요. 그런데 봉수교회가 가짜입니다. 처음엔 가짜인 줄 몰랐어요. 7~8년 전 탈북한 지식인 김형식 교수(예일대)의 증언을 들었는데, 그분이 김형직사범대에서 35년간 재직하다 모스크바대 조선어학과 교수로 가게 됐다고 합니다. 떠나기 전 북한 노동당에다 아내를 봉수교회 교인이 되게 해 달라고 청했다고 해요. 인질처럼 아내를 평양에 두고 가야 했었나 봐요. 그 교회 교인이 되면 식량 배급과 옷 배급이 좋아진답니다. 그랬더니 (노동당에서) ‘교인 희망자가 60명이나 돼 61번째 대기자 명단에 올리겠다’고 했대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몰라 포기했다는 겁니다. 그 교회 전도사라는 여성이 뭐라고 했냐면 ‘김일성 장군을 하나님이라 생각한다’는 겁니다. 이게 북한 실상입니다.”

서 목사는 “하나님을 자꾸 평화의 왕으로, 평화의 신으로 생각하고, 김정은 체제를 묵인한 채 대화하려는 것은 신의 뜻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 천주교에 대해 “완전히 좌파세력과 손을 잡고 있고, 정의구현사제단의 주장이 가톨릭의 머조러티(majority·다수)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장상(長上)들이 이들 사제단에 잡혀 있는 것 같다. 불교도 좌파적 성격에 사로잡힌 면들이 많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제가 2014년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을 시작할 때 명동성당 총대리 주교를 뵙고 염수정(廉洙政) 추기경의 참여를 부탁드렸으나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은퇴하신 이한택 주교(전 의정부교구장)를 상임대표로 모셨어요.

고(故)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계실 때는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추기경께서 나오셔서 국민서명 운동을 주도하셨어요. 김 추기경은 결코 좌편향적 면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진보성향의 인사도 추기경께서 선을 정하면 그 선을 따라 걸었죠. 다만, 돌아가시기 몇 년 전부터 행동을 못하시더라고요. 어떤 때는 성명서에 당신 이름을 올려라 했다가 ‘아이고, 이름 좀 빼 줘’ 하며 다시 전화를 주셨어요. 가톨릭 내의 항의를 받고 처신을 조심하시는 눈치였어요.

제가 개신교 목사지만 김 추기경께서 저를 사랑하셨거든요. 안타깝게도 정진석(鄭鎭奭)·염수정 추기경이 김 추기경처럼 그야말로 한국을 이끌 만한 역할을 못하고 계신 것 같아요. 저는 리더십 차원에서 보면 한국 가톨릭을 많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도법 스님, 박원순 시장, 김진홍 목사

—우파 운동을 하며 젊은 시절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친구들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았나요.

“민주화 운동 시절 친구들이 진짜 친구인데 그들을 잃어 버렸으니 얼마나 외롭겠습니까. 저는 그동안 옛 친구의 장례식에도 가지 못했어요. 언젠가 한 후배가 먼저 세상을 떠났길래 조문 갔더니 제 등 뒤로 꼽히는 시선과 뒤에서 구시렁대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김근태(金槿泰) 선배, 박형규 목사 사모님, 오재식 선생님, 나병식이 돌아가셨을 때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못 갔어요.

옛날에 유인태(柳寅泰)·원혜영(元惠榮) 의원과 참 가깝게 지냈죠. 서 있는 자리가 달라서 그렇지, 제가 하는 행동을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그는 “제 자신을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 기회만 있으면 옛 친구들을 만나겠다. 좌파를 공격하기보다 좌파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의 세계관이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번은 도법 스님(조계종 화쟁위원장)이 제게 만나자는 연락을 했어요. 구태여 따지자면 도법 스님은 좌파입니다. 스님이 이러는 겁니다. ‘나는 회색분자고 갈지자 걸음을 걷는 사람이며 좌우를 넘어 서서 합리성을 추구한다’고요. 저는 ‘참 감사하다. 앞으로 좌파진영에도 속하고, 우파진영에도 속하는 이중첩자가 돼 달라’고 말했습니다.

도법 스님이 중간 역할을 해서 좌우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대화를 해 오고 있어요. 그래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수호 선생과 1년 가까이 만나고 있어요. 우리들은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는 시민운동을 함께 했어요. 앞으로 조선족 동포를 껴안는 일도 같이 할 겁니다. 좌와 우가 이념갈등 해소를 위한 공동성명을 함께 내놓을 날도 있지 않겠어요?”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과 인연이 깊지 않은가요.

서 목사는 1989년에 경실련을 창립했고 박 시장은 1994년에 참여연대를 창립했다. 서 목사는 “이념적으로는 달랐지만 두 단체는 부정부패 반대, 경제정의 실현, 시민참여, 지방자치 등의 점에서는 생각을 같이했었다”고 회고했다.

“많은 이가 저하고 박 시장하고 연대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저는 끝내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박 시장은 친북좌파와 손잡고 그들의 지도자가 되었어요. 쓰나미 같은 종북좌파의 파도 위에 그냥 올라타고 말았어요. 그 결과, 한국의 시민운동 주류는 거대한 종북좌파의 앞잡이로 전락하고 말았고 사람들이 반미친북 세력을 규탄할 때 시민운동도 함께 규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때 박 시장이 김지하(金芝河) 선배처럼 이들을 질타했더라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그러나 박 시장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서 목사는 한때 현실정치에 뛰어든 적이 있다. 1995년 10월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았었고 이듬해 4월 서울 양천갑 지구당위원장으로 15대 총선에 뛰어들었으나 낙선하고 말았다.

—그때 정치한 것을 후회하지 않죠?

“잘못됐다고 생각하고요, 한편으론 한 번쯤 맞아야 할 홍역 주사였다고 봅니다. 제가 10개월간 현실정치에 몸담았는데 그땐 공중에 붕 떠 있었어요. 웃으면서 상대방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용기가 없으면 안 되는 게 정치더군요.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그 후에도 선거철이 되면 온갖 제안을 다 받았어요. 심지어 서울 강남갑 지역을 주겠다, 제 친구 박세일(朴世逸) 교수가 정치 입문할 때 둘 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도 받았어요. 박 교수는 ‘예스’였지만 저는 ‘노’였습니다.”

박세일 전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멘토인 김진홍(金鎭洪) 목사와도 가깝죠? 지난 정권 때 김 목사는 보수우파 최대 단체 ‘뉴라이트 전국연합’이란 조직을 만들었죠.

“김 목사와 같이 만든 단체가 ‘기독교 사회책임’입니다. 과거 시민운동이 전부 좌파로 갈 때 ‘기독교 사회책임’을 만드니까 《동아일보》가 그 단체를 ‘뉴라이트’라고 칭했는데 저는 그 호칭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김 목사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경쟁할 때 이 대통령 편을 확실하게 들었죠. 제게도 ‘향배(向背)를 정하라’ 했는데 전 ‘누가 되든 단일화되는 쪽을 지지하겠다’고 했어요. 이명박 정부를 냉철하게 평가하면,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많지 않나요? 그것 때문에 김 목사가 굉장히 많은 부담을 짊어졌고 이명박 정부가 끝나면서 완전 은퇴의 길로 가셨죠. 하지만 여전히 김 목사를 존경합니다.”

전국에 불을 지핀 북핵 폐기 1000만명 서명운동

서 목사는 2년 전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하 ‘새로운국민운동’)’이란 이름의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직후다. ‘국가개조’를 표방한 이 운동에는 송월주 스님, 이종윤 목사, 천주교 이한택 주교 등 사회 원로, 각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현재 서 목사는 공동대표 겸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새로운 시민운동은 사회지도층, 기득권층부터 기득권 배반(背反)의 모범을 보이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요. 부패가 체질화한 경제 제일주의 세력이든, 진보를 자랑하는 좌파세력이든 모든 기득권을 버려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는 반성부터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반성내용을 분야별로 토론하고 이를 행동에 옮길 생각이에요.”

지난 2월 29일 ‘새로운국민운동’은 북핵 폐기를 촉구하는 1000만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북핵 폐기 서명운동에는 노재봉(盧在鳳)·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 백선엽(白善燁) 전 장군, 김동길(金東吉) 연세대 명예교수, 서경석 목사 등 236명이 이름을 올렸다. 서 목사는 “북핵 폐기와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미국 핵잠수함을 한반도 해역에 상시 배치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가요.

“한국사회 내에서 독자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고 역풍 가능성이 커 합리적 방안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겁니다. 올 여름까지 500만명의 서명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가 미 정부를 설득할 계획입니다.”

서 목사는 “한반도에 배치될 전술핵은 유럽에 배치된 전술핵처럼 그 사용 결정에 한국도 참여하는 통제권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전술핵 배치가 실현되면 동북아에 다시 전쟁 기운이 돌지 않을까요.

“중국이 전술핵 배치를 원치 않는다면 그럼 중국이 북핵을 폐기시켜야죠. 중국으로 하여금 핵 폐기 역할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서명운동의 주체는 누군가요.

“모든 활동이 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서명작업은 ‘새로운국민운동’보다 재향군인회, 대한노인회, 재향경우회, 자유총연맹 등이 활발히 움직일 겁니다.

동시에 우리(‘새로운국민운동’)도 앞으로 4~5개월 동안 전국 시·군·구 단위로 전국조직을 만들어 (서명운동에) 동참합니다. 호남에서도 창립대회를 가질 생각이에요. 북핵 앞에 영·호남이 따로 없잖아요. 지금이야말로 국론을 통일할 절체절명의 호기 아닌가요?”

神의 뜻과 레짐체인지

서울 여의도 ‘나눔과 기쁨’재단 사무실에 상근하는 목사들과 실무자들. 서경석 목사(가운데)는 작은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조직이라는 게 다 돈인데….

“아날로그 시절엔 새마을조직 만드는 데 수백억이 들었지만 지금은 SNS와 애국심으로 국민운동이 가능해요. 그러나 정부가 안 도와줘요. 전경련도 안 도와주네요. 하지만 밤낮을 안 가리고 이 일을 해낼 생각입니다.”

—보수·우파 중에도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평화통일을 모색하자는 분이 많아요. 그분들 생각은 신의 뜻과 다르다고 보는 것이죠?

“다르다고 봅니다. 그분들은 일제치하에서 자치를 누리자는 유형의 사람들입니다. 박정희(朴正熙)·전두환(全斗煥) 독재에 순응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역사는 결국 일본을 패망시켰고 군사독재를 무너뜨렸어요. 북한은 반드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세 암흑 왕국과 같은 나라가 21세기에 존속할 수 없습니다.

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레짐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라는 말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확산될 줄 몰랐어요. 속으로 품지 겉으로 드러내기 거북한 말이잖아요. 우리는 신앙의 언어로 하나님이 북한을 해방시킨다고 표현했지, 사회과학 언어인 레짐체인지를 언급조차 안 했는데 지금은 상식이 돼 버렸어요. 이미 시대적 징후는 명명백백해졌습니다. 더 이상 대화로, 평화로 문제를 풀자는 말이 국민에게 먹혀들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쟁도 불가피하다고 보는지요.

“저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리라 보지만 전쟁불사 각오를 해야지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봅니다.”

—국민 다수가 전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일제 강점기 때 독립군 역할을 하면 안 되죠. 그냥 굴종하며 살아야죠. 우리가 군복무를 한다는 의미는 인간의 죄성(罪性)을 인정하고, 차악(次惡)을 선택한다는 것이죠. 미국의 정치신학자 레이놀드 니버(Reinhold Niebuhr)가 말하길 ‘기독교인은 평화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겁니다. 평화가 아니라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정의의 전쟁’이 가져다주는 불가피성을 설파한 말이죠. 만약 우리가 그런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북한 인민군이 남침했을 때 그대로 북 치하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건 기독교인의 입장이 아닙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한국 우파의 진로는 무엇일까요.

“우선은 북핵 폐기 운동입니다. 우리 내부에 북한 핵개발에 편드는 사람이 있다면 용납할 수 없어요. 북핵 폐기에 온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눈덩이 굴리듯 힘을 모으면 결국 모든 사람이 합류하게 되고 국론도 통일될 겁니다.

또 ‘복지개혁 국민운동’도 필요합니다. 이 운동 역시 모든 읍·면·동까지 조직을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 극빈층을 돕고 복지 누수, 복지 비리, 복지 비효율을 시정할 계획이에요.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나눔과 기쁨’이 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 단체는 12년 전 동네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해 이웃을 돌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처음엔 실패하고 말았어요. 그래서 동네 작은교회 목사들이 활동가로 나서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이른바 ‘나누미 목사들’이 동네에서 모금해 어려운 이웃에게 용돈이나 반찬을 만들어 드리며 발 마사지도 하고 아플 때는 병원에 같이 가곤 했어요.

과거 120명에 불과했던 ‘나누미 목사’가 다음해 300명, 그 다음해 700명, 1300명, 2600명, 3500명으로 늘더니 지금은 5700명이 됐습니다. 물질만능주의, 상업주의, 실적주의로 상징되는 초대형 교회 대신 예수님처럼 살려는 작은교회가 한국 교회를 대표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독교가 다시 살아납니다.”

서 목사는 “한국의 운명은 우파에게 역사적 책임이 주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엔 선진국이 된 다음에 통일을 이룬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통일을 실현시킨 다음 선진국으로 행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조직화한 힘을 발휘할 때만 한국의 미래가 열릴 수 있다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