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출신 서초고 李大寧 교장의 ‘교육 실험’ : 월간조선

이런 인문계 고등학교 교장이 있다. 그는 나라사랑 교육을 강조한다. 솔선수범하기 위해 교장으로 부임하기 며칠 전인 2013년 2월 말, 자신의 본적지를 독도로 옮겼다. 부인도 함께 본적지를 옮겼다. 교사 등 주변 사람들에게도 본적지를 독도로 옮길 것을 권하고 다닌다. 학교 중앙현관에는 독도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독도 실시간 영상 TV’를 설치했다. 국내 처음이다. 독도 탐방단도 운영하며 학생들을 상대로 독도 방문 감상문 쓰기, 독도 사진 콘테스트 등의 대회도 연다.

교정에는 역시 국내 학교 처음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초청해 강연회도 열었다. 해마다 안중근 의사 순국일인 3월 26일에 맞춰 중국 여순감옥 순례 및 참배 행사를 갖는다. 이 행사 기간 중에는 상해 임시정부 청사 등 항일 유적지도 탐방한다.

‘나라사랑 특성화고’가 있다면 가능할까, 대부분의 사람이 대학 입학의 통로로만 인식하고 있는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 일들이다. 그런데도 그런 사람이 있는 고등학교는 그가 교장으로 부임하기 전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입시성과를 올리고 있다. 서초고의 이대영(李大寧) 교장 이야기다.

2010학년부터 서울시내 고교에 적용한 ‘고교 선택제’ 실시 후 서초고는 서울 강남권에서 주변에 있는 서울고, 반포고, 양재고, 개포고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非)선호학교’로 꼽혔었다. ‘고교 선택제’는 과거 해당 지역 거주자 우선 배정 방식에서 중학생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해서 지원하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 도입 후 서초 지역 중학생들은 서초고보다 이웃에 있는 서울고, 반포고 등으로의 진학을 선호했다.

이 교장이 부임하던 2013학년도에 서초고에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 중학교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이 서너 명에 불과했을 정도다. 불과 2년 후인 2015학년도에는 1등급을 받은 입학생이 2013학년도에 비해 5배나 늘었다고 한다. 비선호학교에서 선호학교로 바뀐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 입시에서 올린 좋은 성과 때문이다. 2014년 대학 입시에서 서초고는 서울대에 11명을 입학시켰다. 이웃에 있는 반포고, 양재고, 개포고 등을 앞섰다. 서울고가 12명을 서울대에 진학시켜 서초고보다 숫자로는 1명 더 많지만 서울고가 16학급이고 서초고가 12학급인 점을 감안하면 학생 수 대비 서울대 진학률은 더 높은 셈이다. 서울시내 일반계 고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2015년 현재 31명이다.

올해 2016년 대학 입시 성적도 의예과 선호 현상을 감안하면 상승세다. 정시 모집이 진행중인 상태에서 2월 2일 현재 수시 모집 합격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소위 ‘스카이대’에만 27명이다. 지난해 정시 포함 합격자 수 31명에 비하면 수시 모집만 끝난 상태에서 약간 줄어든 상황이지만 의예과를 포함하면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의예과 합격자 수가 4명이었던 데 반해 올해는 15명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과생이 4개 학급 116명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합격률이다.

2016학년도 4년제 수도권 주요대학 수시합격생도 180여 명이다. 고3 재학생(388명) 기준으로 치면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수도권 주요 4년제 대학에 합격한 셈이다. 서초고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대영 교장을 만났다.

역사는 팩트만 가르쳐야

2015년 7월 ‘우리 땅 독도에 가다’에 참여한 서초고 학생들. 이대영 교장은 자신의 본적지를 독도로 옮겼다.

이 교장에게 비선호학교를 선호학교로 바꿀 수 있게 된 비결을 묻기 전에 “본인의 나라사랑 정신을 학생들에게 너무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부터 물었다. 이 교장은 서초고 교장으로 부임하기 전 서울시 부교육감과 교육감 대행을 역임했다. 교사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제가 공무원 생활을 30년 넘게 했는데 어느 날 문득 ‘내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가서 죽을 수 있을까’ 하는 자문을 해봤는데 ‘나는 나라를 위해서 죽을 수 있어’ 하고 즉답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국가에서 1급 공무원까지 시켜줬는데 이런 망설임은 문제가 아닌가 싶더군요. ‘평소에 애국심을 다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고위공무원을 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됐죠. 여기서 더 나아가 일선 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학생들에게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애국심을 길러주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라사랑 교육을 실천한 거죠. 애국심은 보수적 가치나 진보적 가치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것이니까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사회적으로 상당한 논란이 벌어진 데서 알 수 있듯이 학교 현장에서의 역사교육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문제가 되었는데요.

“저는 올바른 역사 인식이 나라사랑이자 인류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역사의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팩트만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역사관은 그들이 성장해서 자신 스스로 갖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특히 과거의 사실을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고증과 증거, 증언 등을 최대한 확보해 무엇이 참이고 어디까지가 참인지를 알기 위한 노력을 정부가 했어야 하는데 이제까지는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여하튼 역사교육은 있었던 사실만을 전달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역사에는 다양성이 없고 팩트만 있을 뿐입니다.”

—과거의 사실을 현재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예를 든다면?

“현재의 잣대로 본다면 과거 성군(聖君)으로 불리던 왕들도 탕아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식이 수십 명이고 부인이 여럿인 것만으로도 현재의 잣대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 아닌가요?”

역사교육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하던 이 교장에게 서초고를 비선호학교에서 선호학교로 바꾼 비결을 묻자 두루뭉술한 답이 돌아왔다. 아마 스스로를 자랑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 듯싶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바라는 바를 설문 등을 통해 파악한 다음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의 학사 운영이 이루어졌고 그렇게 학교가 추진하는 정책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절실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그 결과가 대학 입시 등에서 좋은 성과로 나타나면서 학교에 대한 신뢰도 급상승했고요. 우수한 학생들이 몰린다는 국제중학교 출신이 입학생으로 들어오고 외국어고에서 우리 학교로 전학을 오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이 서초고 변화의 한 상징이 될 것입니다.”

이런저런 질문을 통해 끌어낸 서초고의 성공 비결은 ‘열정’이었다. 학교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학교장의 열정이 교사들의 열정으로 이어졌고 그 분위기는 곧바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열정으로 이어졌다. 이 교장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참여였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었던 것이다.

서초고가 2015년 5월 14일부터 2016년 2월 5일까지 학생들에게 수여한 총 상장(賞狀)의 수는 2039개다. 전교생이 1127명이니까 9개월여 동안 학생 1인당 1.8개의 상장을 준 셈이다. 상의 종류도 다양하다. 학업 우수상은 기본이고 이 외에도 감사의 편지쓰기 대회, 민속스포츠 대회, 고사성어 탐구대회, 대학 탐방 보고서 대회, 진로진학 비전캠프대회, 교내 토론대회 등 각종 경진대회에서 수여하는 상의 종류만 60개가 넘는다. 다른 일반고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수치라고 한다.

일반高는 수시로 승부해야

맞춤형 진로진학 컨설팅 장면. 서초고는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1대 1 진학상담 컨설팅 시간을 갖는다.

동아리 활동도 학생 1인당 2~3개 동아리에 가입할 정도로 활발하다. 동아리 활동의 폭이 넓다는 것은 그 이름으로도 알 수 있다. 문화탐방반, 보드게임반, 흑인음악반, 다문화봉사연구반, 나라사랑반 등 70여 개에 이른다. 활동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어떤 활동을 하면 반드시 그 활동에 대한 평가를 해주고, 상장 수여 등을 통해 보상을 한다. 평가와 보상이 따르다 보니 학생들의 참여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그렇다면 서초고에서는 왜 이렇게 각종 경진대회와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걸까. 이대영 교장의 답이다.

“일반고가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시에 전념할 수밖에 없어요. 수능 점수로 선발하는 정시 모집에서는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 학생들을 따라잡기 힘들죠. 그 학교들은 입학 때부터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드는 곳이니까요. 수시에서는 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등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생활기록부는 학교가 학생들의 일종의 스펙을 관리해 주고 표현해 줄 수 있는 수단입니다. 우리 서초고의 경우는 경진대회 수상 경력이나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다 보니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칸이 부족할 정도예요. 담당 교과 선생님이나 동아리 지도 선생님들끼리 학생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넣는 게 좋은가에 대해 의견을 조율해야 할 정도로 많은 학내 활동을 하는 거죠. 심지어는 선생님들끼리 자신이 담당한 분야를 더 많이 생활기록부에 적어넣어야 한다며 다투는 일까지 발생합니다. 열의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죠.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보다 교사들이 더 힘들 것 같네요.

“선생님들의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들이죠. 다른 학교에 있다면 자기가 맡은 과목에나 충실하면 크게 비난받을 일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서초고 선생님들은 과외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경진대회에 심사를 맡거나 동아리의 지도교사를 맡는 일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사소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교장 부임 후 학교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수업 중 교장 순시 같은 일들을 없앴습니다. 교사 개개인의 잘못을 교장인 제가 불러서 질책하지도 않습니다. 교감을 통해서 사유서를 받는 게 전부입니다. 이런 일들이 쌓여가면서 교사와 교장 간 신뢰도 쌓이고 그 신뢰가 결국은 학생들에 대한 헌신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경진대회와 동아리 활동이 전부는 아니다. 진학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맞춤형 진로진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 대상 진학 관련 특강, 졸업생 선배를 활용한 진로진학 멘토링 제도 등 다양하다. 다른 일반고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들이 있다. 차이점은 외부 입시 전문가를 초빙해서 특강을 열고 그 횟수도 많다는 것이다. 이 교장의 말이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사교육 기관에 보내는 이유는 간단해요. 입시와 관련한 더 많은 정보를 사교육 기관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죠. 사교육 기관에는 입시 정보만 다루는 전문가들이 많아요.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은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런 정보 역량을 강화하는 데 투자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가 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입시 특강이 아닌 실질적인 특강을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제공했습니다. 학부모의 경우는 우리 서초고 재학생 부모뿐만 아니라 타 고등학교 부모들에게까지 참여를 허용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요령도 외부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학생들을 조별로 지도하게 했습니다. 1대 1 맞춤식 진학상담 컨설팅도 학교가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했고요.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절감에도 한 몫 한 셈이죠.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서 사교육 수요를 충족해 줌으로써 절감되는 사교육비가 대략 3억여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예산이 문제였을 텐데요.

“외부 전문가 특강료, 진학상담 컨설팅료 등 맞춤형 진로진학 프로그램에 연간 한 5000만원 가까이 들어갑니다. 제가 부임한 2013학년도에는 이미 학교 예산이 짜여 있어서 제가 구청과 교육청을 찾아가서 얻어왔죠. 이듬해부터는 예산을 세우면서 그 프로그램에 우선 배정을 했습니다. 학교 건물이 무너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우선 배정을 했는데 그래도 모자라더군요. 마침 학교 주변에 사랑의 교회 등 큰 건물 공사가 벌어지고 있어서 그 시공사들로부터 발전기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대영 교장은 명문대 진학 성과에서보다는 학생들의 발전적인 변화에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2015학년도 대학 입시에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 중 고등학교 입학 성적이 15% 이하인 학생이 두 명 있었어요. 한 명은 18%였고요. 사실상 성적만으로 보면 명문대 입학은 어려운 수준이었지요. 그런데 이 둘의 공통점은 각종 경진대회나 동아리 활동에 아주 열심히 참여한다는 점이었어요. 저는 학교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학생이 꼭 서울대에 합격했다고 해서가 아니라 서초고에는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어느새 전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학생 인권조례 학교 자치에 맡겨야

이 교장이 서울시 부교육감 시절인 2012년 4월 한서초등학교를 방문해 학교 급식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대영 교장은 교사로 출발했지만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을 지내는 등 행정직으로도 일했다. 최초의 교사 출신 부교육감, 교육감 대행을 지냈듯이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 역시 교사 출신으로서는 최초였다. 서초고 교장은 그가 현장 교직을 떠난 지 13년 만에 돌아온 현장이다.

—중앙정부에서의 행정 경험이 현장 교육에 많은 도움을 주던가요?

“행정 경험이 현장 교육에 도움을 주었다 안 주었다 하는 것보다는 만약 제가 행정에 계속 있다가 교육감이라도 했다면 상당한 우를 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중앙부처 근무 시절 저도 현장을 강조하던 사람 중의 하나예요. 실제 열심히 다녔고요. 전국에 안 가본 학교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냥 둘러보는 것과 직접 운영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더군요.”

—실제 예를 든다면?

“학부모와 교사들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라는 게 있어요. 그 운영위에 교장이 당연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장은 학교 운영상 운영위의 결정을 거부해야 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자기가 결정에 참여해 놓고 자기가 거부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거죠. 그건 당연직 위원 자격을 교장 또는 교감으로 바꾸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예요. 하지만 안 바꾸고 있죠. 탁상행정으로 현장 적합도가 고려되지 않은 정책을 양산하고 있는 거죠.”

서울시 교육청은 2012년 1월부터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체벌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임신·출산·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복장·두발 등 용모에 있어 개성을 실현할 권리, 집회의 자유 등이 주요 골자다.

2012년 9월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물러나자 부교육감으로서 교육감 권한대행을 맡았던 이대영 교장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각 학교가 규칙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교장은 지금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인권신장은 이미 국가에서 추진하는 정책으로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부모와 교사의 교육을 방해함으로써 학생들을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지 못하는 비인격체로 성장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학생인권조례는 제정에 참여한 진영의 생색내기였다고 봅니다. 단위 학교에서 상황에 맞게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규정을 정하고 실천하는 학교자치가 필요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 분야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대해서도 이 교장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유학기제란 학생들이 과도한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도록 중학교 6학기 중 1개 학기 동안 수업 대신 예술이나 체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진로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제도다.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 동안 자녀들이 학교에서 시험을 안 치르니까 전국에서 몇 등 하는 식으로 자신의 자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 줄 몰라서 불안해하게 됩니다. 벌써 일부 사교육 기관에서 이런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전국적인 모의고사를 치르겠다는 곳이 나타나고 있잖아요? 한마디로 불안 마케팅으로 사교육 수요는 늘어나는 거죠. 그래서 이를 보완할 방법으로 평가는 하지 않아도 교육은 시킬 수 있는 방과 후 학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부는 습관이니까요.”

교육감 직선제에 반대하는 이유

2012년 10월 서울 소의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당시 이대영 서울시 교육감 대행.

—학교교육과 사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뭡니까.

“저는 교육은 케어라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뒤지는 것이 이 케어 기능입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 관련 정보 욕구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는 게 학교의 현실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학교에서만 가능한 생활기록부 등 스펙관리와 같은 것은 사교육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죠. 공교육이 그런 사교육의 장점을 속히 채워야 합니다.”

—“일반고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주장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일반고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입학합니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그중에는 특목고나 자사고 입시에 실패한 학생들도 있고 예술고나 체육고에 못 가고 온 학생들도 있습니다. 다양한 특성과 수준이 존재하는 곳이 일반고입니다. 마치 우리 사회의 구성과도 같은 다양함이 존재하는 학교입니다. 이런 다양한 학생들을 교과 성적만으로 평가하고 서열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어렵겠지만 다양한 학생들의 끼와 적성을 살려줄 수 있는 다양한 평가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사교육 등을 통해 단순히 교과 성적만 좋은 아이가 좋은 학교에 가고 그 아이가 좋은 직장을 잡고 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교육의 양극화가 사회의 양극화를 불러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당장 개선해야 할 고교 입시의 문제점은 어떤 게 있습니까.

“자사고 입시입니다. 현재 중학교 성적 50% 이내에 드는 학생들 중에서 선발하는데 그 하한선을 60%까지 완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반고에 배정되는 자원의 질이 향상되고 선생님들의 교수 욕구도 증진될 것입니다. 저는 대학 입시에서 수시 합격 결과가 일반고 선생님과 학교의 역량을 판단하는 바로미터라고 봅니다.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들이 유리한 정시는 학부모, 학생과 사교육의 합작품이라고 저는 봅니다.”

—대학 입시 제도는요.

“확 바꿔야 한다는 말 외에 떠오르질 않네요.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뜻이죠. 시급한 것 하나를 든다면 일반고의 쇠락을 막기 위해서는 농어촌특별전형처럼 정원 외의 일반고 특별전형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 교육감 대행 시절이던 2012년 10월 교육감 재선거에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당시 출마할 생각은 있었습니까.

“출마할 생각을 가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주변에서도 권했고요. 하지만 대외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일은 없었습니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당시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가 이야기될 때 조전혁 전 의원이 저를 찾아와서 후보 단일화에 찬성하는 사인을 하라고 해서 사인도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저를 도와주겠다던 분도 직접 출마한다고 하고 언론에서는 사실과 다르게 당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교육감으로 저를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가고 해서 출마한다, 안 한다, 이야기도 안 한 상태에서 불출마 선언을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육감 출마도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교육감 직선제에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예요. 임명제를 찬성합니다. 직선제는 표를 의식 안 할 수 없잖아요. 표를 의식해야 한다는 것은 교육자가 아니라 정치인의 길을 가는 거죠. 교육감은 예산권도 없잖아요. 지자체와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대외적으로는 시장과 같은 급이라고 폼은 나죠. 하지만 실속은 없는 거죠. 그런데 선거 자금은 시장 선거 못지않게 들어간다고 해요. 그런 까닭인지 역대 직선제 서울시 교육감들의 마무리가 좋지 않았잖아요.”

마지막으로 이 교장에게 다음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생각인지를 물었지만 대답 대신 그는 서울시 교육감이 갖춰야 할 자격을 몇 개 열거했다.

“초중등 교육을 알고 있는 사람, 서울교육을 알고 있는 사람, 교육 현장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가지고 있는 사람, 서울 교육계의 인맥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 등등이 서울시 교육감이 갖춰야 할 자격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