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민-최우석의 유쾌한 직설 ⑮ 新黨 경험자 李鍾贊 전 국정원장이 바라본 안철수 국민의당 : 월간조선

이종찬(李鍾贊)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민의당을 보는 눈은 각별할 것이다. 24년 전 기억 때문이다. 이 전 원장은 1992년 신당을 창당했다. 3당 통합 후 첫 대선을 치른 1992년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경선에서 맞붙은 이 전 원장은 “YS가 줄세우기라는 구태를 저지르고 있다”며 경선을 거부했다. 이후 ‘새정치’를 내세우며 탈당했고 새한국당을 창당했다. 안철수(安哲秀) 의원(현 국민의당 공동대표)이 ‘새정치’라는 명분 아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이 전 원장이 만든 새한국당은 실패했다. 초반 기세는 괜찮았지만 끝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새한국당은 1992년 대선 전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만든 통일국민당에 사실상 흡수되고 만다. 공식적으론 1995년 3월 사라졌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은 어떨까. 초반 돌풍이 주춤하는 것까지는 당시 새한국당의 상황과 비슷하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정식 창당 전인 1월 중순만 하더라도 20%(20.7%)를 넘었다. 하지만 한국갤럽이 설 연휴를 앞두고(2월 5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를 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12%에 머물렀다. 한 달 사이에 8%포인트가 하락했다. 인사 영입의 원칙이 필요에 따라 바뀌고, 비전 제시 없이 정치 불신의 민심에만 기대려는 국민의당의 모습에 유권자들이 실망했다는 분석이다.

新黨 만들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돈

뾰족한 반전 수가 없다면, 국민의당도 선거 때면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수한 ‘반짝 신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섣부른 예단은 금지다. 국민의당이 4·13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서의 위상을 갖출 수도 있는 까닭이다. 과연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신당 창당 경험이 있는 이 전 원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2월 11일 우당기념관에서 이 전 원장을 만났다. 우당(友堂)은 일제강점기 만주와 중국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 이회영(李會榮) 선생의 호(號)다. 이 전 원장은 이회영 선생의 손자(孫子)이다.

―국민의당 창당 과정이 24년 전이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래요.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안철수 대표보다 더 불리한 상황이었어요. 안 대표는 당 대표도 했고, ‘안철수 현상’도 있었고, 지난 대선 때 후보를 양보하기도 했었고…. 저에 비하면 여러 가지 축적된 것이 많지 않습니까. 저는 단기 필마였어요. 저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도 한 명뿐이었고요. 3김 시대를 깨자, 지역당 구도를 깨지 않으면 내가 정치할 이유가 없다는 명분 하나만으로 탈당했지요.”

―명분은 충분했던 것 같은데 왜 실패했습니까.

“제가 당을 나올 즈음에 정주영씨가 제가 내세운 명분을 앞세워 국민당을 창당하고 대선에 뛰어들었어요. ‘정주영 바람’이 불면서 이목이 정주영씨에게 쏠렸죠. 상대적으로 저에 대한 관심은 떨어졌죠. 제 목소리가 작아져서 무슨 소리를 해도 전달이 잘 안 됐어요. 게다가 당시는 제가 내세운 명분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YS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워낙 컸을 때였으니까요. 솔직한 얘기로 지금 생각하면 (새한국당을 창당한 것이) 후회돼요.”

―당시로 돌아간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3김 시대, 지역당 시대를 깨야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는 제 소신에는 변함이 없어요. 다만 탈당을 하지 않고, ‘당내에서 투쟁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당당하게 이야기 못 했겠지요. 창당을 후회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당을 창당하는 데 굉장히 불리한 환경일 테지만요….”

―아이러니하게도 지역당 시대를 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5대 총선을 앞두고 DJ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제가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의 주역이었죠. 제 잘못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1992년 대선에서 낙선하고 정계를 은퇴하였던 DJ는 1995년 6·27지방선거에서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승리를 이끈 다음 그해 7월 17일에 정계 복귀와 신당 창당(새정치국민회의)을 공식 선언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95명 중 65명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에 참여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는 창당과 동시에 제1야당이 됐다.

―신당 창당을 후회한다고 했는데, 뭐가 가장 힘들던가요.

“자금 고갈이었죠. 아내가 백방으로 뛰어 하루하루 자금을 조달했지만 한계가 있었어요. 가까운 친구들도 모두 발을 끊었죠. 너무 힘들어서 김우중씨(당시 대우그룹 회장·이 전 원장과는 경기고 동문)에게 갔어요. 정치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했지요. 냉담하더라고요. 김우중씨 반응이.”

이 전 원장은 회고록 《숲은 고요하지 않다》에서 이같이 썼다.

〈김우중은 기업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지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처음부터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우정이라도 남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예상대로였다. ‘언젠가 자네도 오늘처럼 초라한 나를 기억할 날이 있을 것이다.’〉

―국민의당이 4·13총선에서 선전할 것 같습니까.

“노태우 사태 아시죠? 아주 힘들 겁니다.”

“3자 구도라면 수도권에서 1~2석도 건지기 어려울 것”

―‘노태우 사태’가 13대 대선 당시 야권(野圈)분열(김영삼·김대중 대선 후보 단일화 실패)로 인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승리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네.”

―야권분열로 인해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참패할 것으로 보는 건가요.

“야권분열로 인해 3자 구도가 불가피해졌습니다. 3자 대결은 어떤 경우에든 야당이 불리하지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전국 지역구 대부분에 자당 후보를 출마시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는데요.

“그게 더 문제예요. 수도권에도 후보를 다 낸다는 이야기인데, 3자 구도가 되면 야권 강세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없습니다. 2015년 4월 관악을(乙) 보궐선거 결과 보셨잖아요. 새누리당 오신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 정태호, 국민모임 정동영이 격돌해 오신환이 낙승했잖아요. 관악을이 어떤 지역입니까. 1988년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도입 이래 27년 동안 야권이 석권한 텃밭 아닙니까. 제 생각이지만 이대로 간다면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개헌이 가능한 200석까지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야권분열이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개헌 의석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제가 종로에서 11대부터 14대까지 내리 4선을 하다가 15대 때 낙선을 했습니다. 왜 졌는지 아십니까. 야권이 분열, 3자 구도로 치러졌기 때문입니다. 그때 저 말고도 정대철, 김덕규 등 중진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습니다. 아마 이번 20대 총선은 15대 총선의 재판이 될 것입니다.”

15대 총선은 신한국당과 DJ 신당인 새정치국민회의, 기존 민주당 잔류파(이기택, 노무현 등)와 개혁신당이 통합한 통합민주당, 김종필(金鍾泌) 전 총리가 중심인 자유민주연합의 4파전으로 치러졌다. 이 전 원장이 낙선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는 국민회의 소속의 이 전 원장과 신한국당 이명박(李明博),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출마했다. 득표율을 보면 이명박 후보가 41.00%, 이 전 원장이 33.55%, 노 후보가 17.66%였다. 이 전 원장과 노 후보의 표를 합치면 51.21%로 당선된 이 후보의 득표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야권분열이 여권에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준 것이다.

―국민의당이 수도권에서는 희망이 없는 거네요.

“상당히 부진할 것으로 봅니다.”

―4~5석 정도는 얻을까요.

“4~5석이요? 제가 봤을 때는 자칫 잘못하면 1~2석도 못 얻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1~2석도 못 얻는다면 안철수 대표, 김한길 의원도 패배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15%만 돼도 어려워질 수 있지요. 수도권 격전지는 결국 51대 49의 싸움입니다. 분열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지요.”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상황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렇죠. 박영선 더민주 의원이 막강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양자 대결일 때입니다.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15대 때 3자 구도가 되니까 저를 비롯해 정대철, 한광옥, 조세형, 김덕규, 박실 등 당의 간판 중진들이 대거 낙선했다고요.”

“湖南 승리도 장담 못 해”

―수도권은 참패한다고 치고, 호남 쪽은 어떨까요. 국민의당 지지율이 꽤 높지 않습니까.

“동교동계와 천정배, 박주선 의원과 손잡았으니 그렇겠지요. 그런데 저는 호남에서 몇 석 얻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중원에서 기반을 잡아야 총선 이후를 바라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완승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봅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호남에서 더민주에 비해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지지가 DJ에게 보내는 것만큼 확고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만약 더민주에서 호남에 좋은 후보를 집중 출마시키면 상황은 변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DJ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金弘傑)씨의 더민주 입당이 호남 민심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홍걸씨가 더민주에 입당했다고 해서 호남 민심이 더민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홍걸씨의 더민주 입당이 국민의당에 피해를 준 것은 사실이지요.”

―만약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탈당한 무소속 박지원(朴智元) 의원을 영입한다면 어떨까요. 호남 민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될까요.

“도움은 조금 되겠지요. 아주 재기 발랄한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이제 ‘박지원 시대는 지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를 구시대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아니고, DJ를 대변하는 정치를 하는 시대가 아니란 얘기입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야권 진영의 중요한 축인 호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닙니까.

“3김 시대, 지역당 시대는 끝났습니다. 국민의당이 ‘호남 자민련’으로 남는다면 미래가 있겠습니까. 수도권 바람몰이에 성공해야 안 대표도 대선을 내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안 대표가 소(小)영주가 되려 한다면 그것은 전락의 길이죠.”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런 예상도 나온다.

국민의당이 광주·전남에서 70~ 80%를 가져간다면 14석 안팎을 건질 수 있다. 비례대표가 여야 합의대로 47명으로 정해진다면 출렁이는 국민의당 지지율을 일단 15% 정도로 잡고 의석수를 계산할 경우 7석이 나온다. 여기에 전북 몇 석을 합치면 국민의당은 너끈히 원내교섭단체 결성이 가능하다. 이에 국민의당은 4·13총선에서 제1야당으로 약진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세력을 갖춘 제3당으로 자리 잡는 데는 성공해 정치 지형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 이 전 원장의 예측과는 반대되는 이야기다. 이런 분석도 있다고 전하니, 이 전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호남의 맹주인 DJ가 15대 총선을 앞두고 만든 새정치국민회의도 수도권에서 20석(서울 18석, 인천 2석)을 얻었습니다. 당시 이런 결과도 참패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래도 수도권에서 20석을 얻긴 했어요. 그런데 지금 국민의당은 수도권에서 20석은커녕 1~2석도 얻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호남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안 대표가 호남에만 목을 맨다면 그것은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몇 석 정도를 확보해야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까요.

“15대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는 총 79석(지역구 66석, 비례대표 13석)을 얻었어요. 참패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DJ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 많은 현역의원이 쫓아나갔기 때문이에요. 탈당한 규모에 비해 성적이 저조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국민의당은 그렇지 않죠. 안 대표를 따라 탈당한 현역이 20명이 안 되니까요. 이를 감안하면 60석 정도 확보하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요.”

―가능할까요.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봅니다.”

탈출구는 야권연대 하나뿐

―말씀을 종합하면 국민의당은 호남, 그것도 일부 지역에서만 의석을 확보할 것이란 이야기인데 탈출구는 없습니까.

“방법이 하나 있어요. 다당제에서 꼭 필요한 전략이 연대입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면 야권이 대패하는 만큼 연대해야 합니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는 없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결국에는 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안 대표가 야권연대를 선언하면 또다시 ‘철수논란’이 빚어져 치명타를 입을 텐데요.

“총선에서 야권이 참패했을 때 어떤 비판이 나오겠습니까. 안 대표가 탈당하고 신당을 만들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야권분열, 야권 총선 패배의 책임을 고스란히 뒤집어쓸 텐데 살아남겠습니까.”

“차기 정권은 야당이 잡아야”

―야권연대 선언으로 인한 타격보다 총선 패배로 입는 상처가 더 클 것이란 이야기시군요.

“그렇죠. 아직 선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조용한 겁니다. 조금 더 지나면 야당끼리 싸울 텐데 여당의 웃는 모습을 지켜보는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분통이 터져 나올 겁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안 대표를 압박하는 세력이 늘 것이고, 연대만이 살길이라는 여론이 만들어질 겁니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안 대표는 물론, 문재인 전 대표도 미래가 없습니다. 야권 선거 패배 책임을 두고 양쪽이 다투면 둘 다 회복불능 상태가 될 것입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제2대 대통령 선거가 1952년 8월 5일에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7월 18일에야 선거일이 공고되었고 같은 달 26일에 등록 마감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은 9일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촉박한 선거일정에서 현직 대통령이라는 기득권과 국민에게 지명도가 있던 이승만 대통령의 압승을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요. 패배할 것이 뻔하니까 다들 출마를 꺼렸어요. 그러자 조봉암 선생이 초대 부통령인 이시영 선생(이 전 원장의 작은할아버지)에게 출마를 권유했어요. 그때 이시영 선생 나이가 83세였어요. 극구 사양하면서 ‘조봉암 당신이 직접 나가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조봉암 선생이 대뜸 7월 24일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지요.

그러자 조봉암 선생과 숙적이었던 민국당은 난리가 난 거예요. 조봉암 선생이 야당을 대표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민국당 측은 이시영 선생을 끊임없이 찾아가 출마를 권유했습니다. 거절하다가, 아주 강청을 하니까 이시영 선생은 결국 대선에 출마했지요. 물론 떨어졌어요. 그걸 알면서 출마하신 것이죠.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총대를 메신 거예요.

지금 정치인들도 이런 식의 정치를 해야 합니다. 안 대표가 정치적으로 아직 미성숙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차기 정권은 야당이 잡아야 한다는 게 제 뜻인데, 이 뜻을 구현하려면 총선에서 야권이 연대해야 한다’고 진정성 있게 호소한다면 유권자들이 안 대표의 진실을 알아줄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안 대표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야권연대를 하면 야권이 총선에서 어느 정도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여소야대(與小野大)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안 대표를 잘 아시죠.

“선량한 사람이에요.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사람이죠. 그 점을 존경합니다. 다만 험악한 정치판에서는 전략과 전술이 기본적으로 필요해요. 나라를 위해 자신이 할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좌표 설정을 확실히 해놔야 합니다.”

―문재인(文在寅) 전 더민주 대표도 잘 아실 텐데, 문 전 대표도 안 대표처럼 선량한 스타일입니까.

“심성이 착한 분이죠. 그런데 문 전 대표가 안 대표보다 조금 더 세상을 알고 있다고 할까요. 안 대표는 정말 순수해요. 그에 비해 문 전 대표는 세상에 좀 부대껴 본 느낌이 나지요.”

―정치하는 사람에게 순수하다는 평가는 칭찬이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젭 부시가 굉장히 순수한 사람입니다. 저는 젭 부시가 부상할 줄 알았는데,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순수함은 언젠가 평가를 받습니다.”

“탄력을 받았을 때 치고 나갔어야”

앞서 언급했지만 최근 국민의당 지지율은 하락세이다. 이 전 원장은 그 원인을 박영선(朴映宣) 의원의 더민주 잔류에서 찾았다.

“안 대표가 탈당하고, 기세가 좋았어요. 현역들도 연이어 탈당하고 분위기가 좋았는데, 박 의원이 더민주 잔류를 선언했어요. 그때부터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지요. DJ가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 때는 대부분 현역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오히려 민주당이 소수 정당이 됐는데, 안 대표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잖아요. 탄력을 받았을 때 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했는데 박 의원의 잔류로 그러지 못했죠. 박 의원이 당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인물이라는 게 아니라, 박 의원 잔류가 국민의당 입장에서 모멘텀(Momentum)이 된 것이죠. 탄력을 받는 상황에서 박 의원이 합류했다면 상황은 지금과 좀 달랐을 겁니다.”

―박 의원이 더민주에 잔류한 것은 김종인(金鍾仁)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컸는데, 결과적으로 더민주 입장에서는 ‘김종인 카드’가 성공한 것이네요.

“그렇죠. 박 의원 잔류뿐만이 아니라, 김종인씨 영입으로 문 전 대표도 화합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문 전 대표가 모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는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불구대천 원수 아닙니까. 그런 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셨으니, 국민에게 통 큰 인물로 비쳤죠.”

거취를 두고 고심하던 박 의원은 1월 21일 잔류를 결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의 30년 인연이 오늘의 결정을 만들었다.”

―예상보다 국민의당에 세(勢)가 모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당이 성공하려면, 세가 모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세를 모으는 것은 자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돈을 좀 써야 한다는 이야기죠.

“펌프에서 물이 나오려면 물을 부어야 하지 않습니까.”

―안 대표는 초기 창당자금을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했는데요. 얼마쯤 써야 합니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가 새한국당을 만들면서 한 20억 정도를 썼어요. 24년 전 이야기니 지금으로 따지면 한 100억은 될 것 같네요.”

이 전 원장은 “돈으로 세를 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옛날 정치인들을 보면 새로 정치하러 들어온 신인한테 어느 정도의 돈을 지원해 줬어요. 그런 것을 YS가 참 잘했지요. 장점 중 하나가 돈이 생기면 측근들에게 다 나눠준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너무 구시대적 발상 아닙니까.

“제가 최근 본 이야기를 하나 할게요. 누가 선거법에 걸렸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 뒤를 봐주는 정치인이 변호사 구하는 데 쓰라고 천만원을 내주더군요. 선거법에 걸린 사람이 이 정치인을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겠습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돈으로 세를 사라는 것이 아니라, 자금 여유가 있으면 세 확장을 위해 쓸 수도 있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손학규가 오겠나?

최근 정치권에는 칩거 중인 손학규(孫鶴圭) 전 더민주 대표가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손 전 대표가 설 연휴 때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출마를 준비하는 자신과 가까운 전·현직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더민주에 남은 정장선(鄭長善) 전 의원, 조정식(趙正湜) 의원 등에게는 전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과 호남에서 일정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고, 합리적 개혁 이미지가 강한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합류한다면 그야말로 천군만마(千軍萬馬)일 것이다.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합류할까요.

“그림은 좋아요. 그런데 손 전 대표가 왜 합류하겠습니까.”

―왜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겁니까.

“선거 때 돌아오면 선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습니까.”

―그럼 더민주에도 가지 않겠네요.

“야권연대가 성공하지 않는 이상, 아무 당에도 안 갈 것 같습니다.”

―측근들에게 전화는 돌렸지만, 총선을 앞두고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말씀이군요.

“움직일 이유가 없죠.”

―야권연대가 실패, 야권이 총선에서 참패하게 되면 문 전 대표와 안 대표가 큰 타격을 받는다고 하셨잖아요. 그때는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문 전 대표와 안 대표가 큰 상처를 입으면 야권에서 손학규 부활론, 박원순 재활론 등이 나올 테니까요.”

―국민의당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가 충고 한마디 하자면요. 국민의당은 자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명확히 하고, 이슈를 선점해 나가야 합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잘한 게 뭐든 야당보다 먼저 선점한 것이었습니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도 그렇고, 당의 색깔도 그렇고. 먼저 치고 나오니까 야당은 어땠습니까. 할 게 없었잖아요. 예를 들어 북한의 잇단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정부가 개성공단 전격 중단을 선언했잖아요. 이에 반대한다면 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국민에게 속 시원하게 해줘야 합니다.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할 게 아니라요. 과거 DJ는 이런 부분에 탁월했어요. 밤새 공부를 해서, 국민의 귀에 쏙 들어오는 이야기를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