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한수원 ‘구원투수’로 취임… “투명경영만이 反원전 잡는다”
⊙ 원전이용률 85% 수준으로 올리고 2014년 순이익 1조4000억원 달성
⊙ UAE 원전 운영 60년 지원사업 계약 막바지… 체코 원전 수출 위해 EUR 인증 추진
趙石
⊙ 58세.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주리주립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경제학 박사.
⊙ 행정고시 합격(25회).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외교안보·경제), 산업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
지식경제부 에너지정책기획관, 산업경제정책관, 성장동력실장,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지식경제부 제2차관 역임.
⊙ 現 한국수력원자력(주) 사장, 세계원자력발전사업자협회(WANO) 회장.
⊙ 원전이용률 85% 수준으로 올리고 2014년 순이익 1조4000억원 달성
⊙ UAE 원전 운영 60년 지원사업 계약 막바지… 체코 원전 수출 위해 EUR 인증 추진
趙石
⊙ 58세.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주리주립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경제학 박사.
⊙ 행정고시 합격(25회).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외교안보·경제), 산업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
지식경제부 에너지정책기획관, 산업경제정책관, 성장동력실장,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지식경제부 제2차관 역임.
⊙ 現 한국수력원자력(주) 사장, 세계원자력발전사업자협회(WANO) 회장.
1981년 행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조석(趙石) 한국수력원자력(주)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출신이다. 공무원으로 일할 당시 ‘마당발’로 통했던 조 사장은 2004년 원전사업기획단장으로 재직하면서 추진력과 기획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19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대형 국책사업인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에 최초로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했다. 그는 2013년 지식경제부 차관을 끝으로 31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2013년 9월 한수원 사장에 취임했다. 한수원이 원전비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투입된, 이른바 ‘구원투수’인 셈이다.
2015년 12월 8일 서울 강남 영동대로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만난 조석 사장은 일부 국민들의 원전 거부감을 의식한 듯, “한수원은 원전 운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국민들과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이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지 않도록 중요한 의사결정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원전 부품 납품 비리와 잇따른 안전사고로 바람 잘 날 없던 한수원 사장직을 수락할 때까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취임 당시에 한수원은 시험성적서 위조 등으로 한창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처음엔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을 맡기나’ 했죠. 언론에서는 한수원 사장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취임사에서 ‘한수원은 종갓집 맏며느리 같은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전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원전은 이른바 기저부하(基底負荷), 즉 기본이 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종갓집 맏며느리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 겁니다.”
“의전부터 없애라” 지시
2014년 공공기관 평가에서 조 사장은 ‘기관장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한수원에 대한 평가는 D였다. 신고리 원전 3호기 가스 누출로 인한 인명사고와 원전 도면 유출 사건 등이 악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조 사장은 “사고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2012년 원전 비리가 터진 뒤 한수원이 ‘원전 마피아’ 집단으로 지목되자 직원들은 크게 위축됐다. 그는 “원전 종사자 사이에 (전문적 기술이 필요한 일은 전문가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엘리티즘(Elitism)’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비리 사태 이후 출퇴근 때 늘 입고 다니던 회사 점퍼를 장롱 깊숙한 곳에 넣어둔 직원이 많았다고 한다. 조 사장은 “문제 일으키지 않고 묵묵하게 일하던 직원들의 패배의식을 씻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열흘에 한 번꼴로 현장에 나가 안전운전을 강조했다. 취임 이후 2년2개월 동안 4만5000km가 넘는 거리를 다녔다. 처음엔 주변에서 “현장에 너무 자주 가면 실무자들이 의전 때문에 힘들어진다”며 말렸다고 한다.
“한수원은 현장(現場)이 전부인 회사입니다.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날로 회사 수명도 끝나는 겁니다. 직원들이 힘들어한다고 사장이 서울에만 앉아 있을 수는 없었어요. 부임하고 얼마 안 돼 ‘의전부터 다 없애라’고 지시했습니다.”
조 사장은 취임 직후 멈춘 원전 3기를 재가동하는 일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한다. 취임 즉시 ‘원전 가동 정상화 전담팀’을 구성했고, 그 결과 원전 3기를 7개월여 만에 안전성을 확인받아 재가동할 수 있었다. 회사 경영지표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조 사장의 설명이다.
“2013년 75.5% 수준이던 원전이용률이 2014년에는 불시 정지 감소와 고장이 크게 줄어드는 등 안정을 되찾아 85% 수준으로 향상됐고, 그 결과 2013년 당기순이익 적자에서 탈피해 2014년 1조4000여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게다가 2015년 2분기 글로벌 선진 원전 운영사들끼리 운영능력을 비교하는 안전성능 종합지수(WANO PI) 측정에서 2위를 달성해 한수원의 실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고요. 또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신한울 원전 주민 대타협을 이뤄내고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승인을 받는 등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책사업 추진이라는 이정표를 마련했습니다.”
원전 누적 발전량 3조kWh 달성
―2016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업무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4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원전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원전 사이버 보안 방호체계를 강화할 겁니다. 또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국내에 신규 원전을 안정적으로 건설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운영사업과 신규 해외사업 수주 추진을 통해 기업 수익성을 높일 겁니다. 또 신사업 분야로 원전 해체 분야를 선정, 단계별 로드맵 이행을 통해 관련 기술을 조기에 확보토록 할 계획입니다. 다음으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홍보활동을 통해 원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사회공헌활동과 지역 맞춤형 지원사업을 통해 원전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나갈 생각입니다.”
한수원은 요즘 서울시대를 정리하고 본격적인 경주시대 준비에 한창이다. 2016년 1월 4일 시무식은 경주에서 한다는 목표로 현재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일원의 신사옥 건설을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경주는 조 사장의 공직생활에서 인연이 깊은 지역이라고 한다.
“2005년 경주가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토록 했을 때죠. 모든 후보 지역 주민이 거세게 반대하던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2월 미국 연수를 채 끝마치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소환(?)당했습니다. 원전사업기획단장을 맡아 방폐장 후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시행해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에 방폐장을 세우자고 제안했습니다. 기피시설물 건설을 주민투표로 결정한 첫 사례죠. 매일 주민들을 직접 만나 방폐장 유치를 설득하던 날들이었죠. 당시 주민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16년 3월 한수원 본사를 경주로 완전히 옮겨가는 것입니다.”
―2015년 4월 20일, 국내 원전의 누적 발전량이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7년 만에 3조kWh를 달성했습니다. 3조kWh는 어느 정도의 전력량이며, 경제적·환경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우리나라 전체가 6년 이상, 서울시는 무려 65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2013년 소비량 465억kWh 기준)이며, KTX로 서울·부산을 약 1억1500만 번 왕복할 수 있는 양입니다. 3조kWh의 경제적 효과는 낮은 전기요금으로 산업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3조kWh의 환경적 효과는 2011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배출량 6억 톤의 3.3배에 달하는 약 20억 톤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였고, 이를 2015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가격을 적용할 경우, 약 20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습니다.”
―2014년 5월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UAE 방문 수행단으로 참여해 UAE 바라카 원전 1호기의 원자로 설치식에도 참석했습니다. 한국이 2009년 수주한 UAE 원전 4기의 수출은 지금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요?
“2009년 12월 27일 APR1400 원전 4기의 UAE 수출 계약이 체결된 이후, 2015년 7월 30일 UAE 원전 4호기의 최초 콘크리트 타설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죠. 현재 UAE 건설현장은 원전 4개 기를 한 부지에 동시에 건설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현장입니다. 1, 2호기 사업공정률은 약 75%, 4개 기 전체 사업공정률은 56%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1호기는 건설 이후 시운전 시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시운전 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2016년 말에는 운영허가를 취득해 2017년 5월 1일 준공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호기가 성공적으로 준공되면 현재 한수원이 추진하고 있는 UAE 운영 지원사업(OSSA)에 따라 한수원 운영 전문 인력이 파견돼 안정적으로 발전소 운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한수원은 UAE 원전 4기의 운영사업 계약을 놓고 2016년 UAE와 본격적인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전 건설사업을 능가하는 경제효과와 함께 청년실업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UAE 원전 운영 지원사업은 한국이 UAE 원전 운영사업권을 갖는 계약이 아니라 UAE의 운영능력을 키우기 위해 한수원의 인력을 대규모로 파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입니다. 1호기 준공부터 10년 단위 계약사업으로, 4개 기 기준으로 최소 2030년까지 원전 운영기술을 지원하는 사업이죠. UAE의 운영 여건을 고려할 때 원전 수명기간인 60년 동안 사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발주자인 국영원자력공사(ENEC)와 계약 막바지 단계에 있고, 상당한 국내 인력이 파견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청년 해외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UAE 운영지원 계약 체결은 한국이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셈입니다. 이를 통해 사우디, 이집트 등 후속 원전 수주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체코 원전 협약, 유럽시장 교두보 확보
조석 사장은 2015년 12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을 수행해 체코를 다녀왔다. 박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한 프로젝트로는 체코의 원전 확대 정책과 관련한 양국 협력 강화를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체코는 테멜린, 두코파니 지역에 최대 150억 달러(17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을 추진 중으로, 우리 정부는 체코 원전 수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우리의 원전을 체코에 건설하면, 유럽 지역으로 첫 수출하는 셈이겠군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체코는 유럽형 원자로 운영에 상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유럽형 원자로 관련 기술 개발에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유럽시장에 우리 원전이 진출하려면 유럽 기준에 맞는 유럽사업자요건(EUR)을 취득해야 합니다. 한수원은 2017년 5월 EUR 취득을 목표로 체코에서 유럽형 한국 원전(EU-APR)의 EUR 인증을 도와줄 스폰서 기관으로 체코원자력공사의 자회사인 스코다프로하(SP)와 EUR 인증 자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 가능성을 얼마로 봅니까.
“체코의 원전 건설 결정은 그들 표현대로 먼 길(Long way)입니다. 자문계약 체결은 앞으로 유럽시장에 우리 원전이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체코엔 기존 러시아형 6기가 가동 중이라 표면적으로는 러시아가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만, 시간을 갖고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마 전 원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설계 기술을 ‘원전 종주국’인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요?
“현재 미국은 99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이고 5기를 건설 중인 세계 최대의 원자력발전 국가입니다. 미국은 우리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같은 규제기관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원전 건설에 대한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NRC는 원전 설계와 관련, 안전성을 평가해 설계인증을 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 설계인증이 필수인데, 한수원은 2015년 3월 5일 설계인증 사전심사를 통과해 본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NRC는 한수원이 설계인증 사전심사요건을 대폭 강화한 이후 처음으로 통과했기 때문에 42개월 내에 본 심사를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본 심사에서 설계인증을 취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프랑스, 일본은 2007년 12월에 설계인증을 신청했습니다만, 아직까지 인증을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수원 내부 전산망 해킹당한 적 없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 3월)가 발생한 지 4년여가 지났습니다. 이 사고가 우리나라 원전산업에 미친 영향도 매우 클 것 같은데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 원자력 에너지는 인류의 탄소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혀왔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원전에서 비리 문제가 불거지니까 자연스레 국민들이 원전을 불신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2014년 1월에 발표된 ‘2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원전의 비중이 2009년에 발표된 1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비해 12%(41%→29%)나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등의 이유로 원전을 지속 추진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원전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후쿠시마 후속조치,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이행하며 원전의 안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후속조치와 추가대책,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극한 재해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안전대책에 약 1조1000억원 이상 투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대국민 불안감, 거부감이 심한데요, 신규 원전 건설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요.
“원전사업은 안전성 보장 없이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특히 지역 주민과의 공감은 신규 원전 부지 확보에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역 주민들과 소통의 방법으로 한수원 지역본부와 지자체, 지역 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역별 원전운영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원전안전소통위원회는 원자력 안전, 회사경영 등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하는 대국민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신규 원전 부지 확보 단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원전 건설이 가능한 대상 지자체가 신규 원전 유치를 자율적으로 결정해 신청토록 하고 있습니다. 2012년 4월 영덕지구, 5월 삼척지구에서는 예정구역 고시 전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신규 원전에 대한 주민의견을 수렴한 바 있습니다.”
―최근 사이버 공격 등에 의한 원전 내부자료 유출 등 다양한 악재도 있었습니다만.
“2015년 3월 검찰 중간수사 발표에 따르면, 한수원 내부 전산망 해킹을 통해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를 통해 수개월 동안 수집한 자료를 이용해 사회적 혼란을 목적으로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한 운영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원전 사이버 보안 강화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안정보처 및 원전 사이버보안팀을 신설하고 외부 보안전문가 20명을 채용하는 등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했습니다. 그러나 보안 시스템을 추가하고 정책을 강화해도 결국 직원들의 보안의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의해 원전의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북한이 미사일로 원전의 건물을 공격한다고 해도 파손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원자로 건물은 그 두께가 최소 1.2m 이상이며, 일반 철근 콘크리트보다 강성이 훨씬 큰 ‘프리 스트레스(Pre-Stress) 콘크리트’라고 하는 특수한 재료로 매우 강고하게 제작했습니다. 또 그 안은 철근 및 강선망으로 돼 있고, 건물 내부에는 다시 별도의 강철판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물 내부에 두께가 20cm 이상으로 된 철 구조물인 원자로가 있습니다. 원자로 건물은 반구형으로 설계해 외부에서 미사일 등의 공격이 있을 경우, 충격에너지를 분산하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실제로 팬텀기를 원자로 건물(모형)에 충돌시키는 실험을 수행한 결과, 팬텀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부서졌으나 원자로 건물의 격벽은 약 5cm 정도 파손됐다고 합니다.”
―원전 안전성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원전의 가동률은 미국, 프랑스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요.
“국민들의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세계 원전 운영 국가와 비교해 국내 원전의 가동률은 세계 일류 수준입니다. 2014년 자료에 의하면, 세계 평균은 75.8%로, 미국(90%), 독일(87.4%)에 이어 우리나라(85%)가 세 번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전 선진국 프랑스가 75.5%입니다. 일시정지 횟수가 줄어드니 뉴스에 한수원이 나오는 횟수도 줄어들잖아요? 한수원은 뉴스에 안 나오면 좋은 회사예요(웃음).”
440조원에 육박하는 폐로 시장
―고리 1호기는 2017년까지 계속운전 후 영구정지 하기로 결정을 내렸지요?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는 40년 원전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고리 1호기의 건설부터 운영에 참여하셨던 많은 원자력계 선배님들께서는 아쉽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리 1호기의 건설이 국내 원전산업의 시발점이 되었듯, 저는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가 해체를 포함한 전(全)주기적 원전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대한민국 원전 역사의 ‘획기적’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는 안전성, 경제성, 전력수급 등에 대해 장시간 논의 끝에 결정됐습니다. 이사회에서는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했음을 확인했지만, 경제성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결국 이사회는 전력수급과 관련해 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를 권고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던 겁니다.”
조 사장은 “운영 허가기간 만료일이 다가오는 원전에 대해선 한수원의 자체 안전성 평가 결과를 토대로 경제성, 지역수용성, 정책적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속운전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계속운전 대상 원전의 체계적이고 차질 없는 준비를 위해 ‘운용 종료 2~5년 전 신청’ ‘허용기간 10년’ 등의 현행 규정을 개선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2017년 시작하는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을 앞두고 원전해체(폐로) 사업이 전 세계 원자력 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기한이 도래하는 원전은 588기로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4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최근 마련한 ‘원전 해체산업 육성정책 방향’의 골자는 어떤 겁니까.
“정부는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 결정과 함께 1960년에서 1980년에 건설한 세계 원전의 사용기한이 임박함에 따라 ‘원전 해체산업 육성 정책방향’을 마련했고, 그 골자는 우선 고리 1호기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해체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민간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영구정지 원전이 증가될 때를 대비해 국내 역량을 축적해 인력교육을 강화하고 해체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시장참여 전략 모색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원전해체를 위한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대로라면 2017년 영구정지 후 냉각기간을 거쳐 폐로 작업이 시작되는 고리 1호기를 우리가 할 수 없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고, 국민 불안도 증폭될 것입니다. 우리의 폐로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현재 방사선 준위가 낮은 연구용 원자로 해체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대형기기 교체, 중수로 압력관 교체를 통해 제염, 철거, 방사선 안전관리, 폐기물 처리 등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고방사선을 띤 원자로 원격 절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술은 확보하고 있고, 2013년 수립한 기술개발 로드맵을 현재 국내기술 수준을 반영하도록 2015년 12월 개정했고, 안전성과 효율성이 향상된 기술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원전은 본격 해체 전에 최소 5~6년간의 사용 후 핵연료 냉각시간이 필요한 만큼, 2021년까지 부족한 기술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2015년 11월 25일 발효한 한미 원자력협정은 미국산 우라늄의 20% 미만 저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의 향후 ‘추진 경로(Pathway)’를 마련한 것이 최대 특징입니다. 이 협정이 원전 수출은 물론,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파이로프로세싱이란 연구과제에 대해 미국이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큰 기회를 받은 것이고요.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심각하게 부상한 것은 고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입니다. 정부는 2015년 6월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권고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사용 후 핵연료 처리·처분을 포함한 국가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한수원은 이러한 기본계획에 따라 안전하게 저장, 관리할 예정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추억
조 사장은 2015년 10월 초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사용 후 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리원전 1호기 안전 정지 및 해체 준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는 조석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2017년 폐로 예정인 고리 1호기 해체 준비 작업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선진국 대비 80% 수준인 한국의 원전 폐로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조석 사장의 공직생활은 탄탄대로였다. 지경부 제2차관을 거쳐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엔 대형 공기업인 한수원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조 사장은 힘들 때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나던 날을 떠올린다고 한다. 2011년 1급으로 사표 냈을 때다.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에서 시작하는 이 순례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800km에 이른다.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절반가량을 부인(具武淑씨)과 함께 하루 25km씩 꼬박 20박 21일 동안 걸었다.
조 사장은 “하루에 열 시간씩 걷다 보면 30분 정도는 정신이 맑아지는 때가 찾아온다”며 “그때 31년간의 공직생활을 떠올리며 마음을 정리했고, 그때의 고행이 지금도 내 삶의 에너지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5년 산업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 시절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를 경주로 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는데, 10년이 지난 시점에 고리 1호기 해체 작업까지 지휘하게 됐다”면서 “남들이 골치 아파하는 ‘후행 핵연료 주기’의 임무가 내게 맡겨진 것은 어찌 보면 하느님의 운명적 계시 같다”고도 했다.⊙
2015년 12월 8일 서울 강남 영동대로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만난 조석 사장은 일부 국민들의 원전 거부감을 의식한 듯, “한수원은 원전 운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국민들과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이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지 않도록 중요한 의사결정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원전 부품 납품 비리와 잇따른 안전사고로 바람 잘 날 없던 한수원 사장직을 수락할 때까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취임 당시에 한수원은 시험성적서 위조 등으로 한창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처음엔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을 맡기나’ 했죠. 언론에서는 한수원 사장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취임사에서 ‘한수원은 종갓집 맏며느리 같은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전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원전은 이른바 기저부하(基底負荷), 즉 기본이 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종갓집 맏며느리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 겁니다.”
“의전부터 없애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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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이 2016년 본사를 옮겨 새로 입주하게 될 경북 경주의 신청사 조감도. |
2012년 원전 비리가 터진 뒤 한수원이 ‘원전 마피아’ 집단으로 지목되자 직원들은 크게 위축됐다. 그는 “원전 종사자 사이에 (전문적 기술이 필요한 일은 전문가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엘리티즘(Elitism)’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비리 사태 이후 출퇴근 때 늘 입고 다니던 회사 점퍼를 장롱 깊숙한 곳에 넣어둔 직원이 많았다고 한다. 조 사장은 “문제 일으키지 않고 묵묵하게 일하던 직원들의 패배의식을 씻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열흘에 한 번꼴로 현장에 나가 안전운전을 강조했다. 취임 이후 2년2개월 동안 4만5000km가 넘는 거리를 다녔다. 처음엔 주변에서 “현장에 너무 자주 가면 실무자들이 의전 때문에 힘들어진다”며 말렸다고 한다.
“한수원은 현장(現場)이 전부인 회사입니다.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그날로 회사 수명도 끝나는 겁니다. 직원들이 힘들어한다고 사장이 서울에만 앉아 있을 수는 없었어요. 부임하고 얼마 안 돼 ‘의전부터 다 없애라’고 지시했습니다.”
조 사장은 취임 직후 멈춘 원전 3기를 재가동하는 일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한다. 취임 즉시 ‘원전 가동 정상화 전담팀’을 구성했고, 그 결과 원전 3기를 7개월여 만에 안전성을 확인받아 재가동할 수 있었다. 회사 경영지표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조 사장의 설명이다.
“2013년 75.5% 수준이던 원전이용률이 2014년에는 불시 정지 감소와 고장이 크게 줄어드는 등 안정을 되찾아 85% 수준으로 향상됐고, 그 결과 2013년 당기순이익 적자에서 탈피해 2014년 1조4000여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게다가 2015년 2분기 글로벌 선진 원전 운영사들끼리 운영능력을 비교하는 안전성능 종합지수(WANO PI) 측정에서 2위를 달성해 한수원의 실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고요. 또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신한울 원전 주민 대타협을 이뤄내고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승인을 받는 등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책사업 추진이라는 이정표를 마련했습니다.”
원전 누적 발전량 3조kWh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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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과 한수원은 2015년 6월 16일 아랍에미리트 바라카(Barakah) 원전 2호기 원자로 설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날 행사에는 UAE 부총리인 세이크 함단 빈 자이드, 아부다비 행정청 장관 겸 ENEC 이사회 의장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락 등 UAE 정부 주요인사가 참석했다. |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4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원전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원전 사이버 보안 방호체계를 강화할 겁니다. 또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국내에 신규 원전을 안정적으로 건설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운영사업과 신규 해외사업 수주 추진을 통해 기업 수익성을 높일 겁니다. 또 신사업 분야로 원전 해체 분야를 선정, 단계별 로드맵 이행을 통해 관련 기술을 조기에 확보토록 할 계획입니다. 다음으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홍보활동을 통해 원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사회공헌활동과 지역 맞춤형 지원사업을 통해 원전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나갈 생각입니다.”
한수원은 요즘 서울시대를 정리하고 본격적인 경주시대 준비에 한창이다. 2016년 1월 4일 시무식은 경주에서 한다는 목표로 현재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일원의 신사옥 건설을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경주는 조 사장의 공직생활에서 인연이 깊은 지역이라고 한다.
“2005년 경주가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토록 했을 때죠. 모든 후보 지역 주민이 거세게 반대하던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2월 미국 연수를 채 끝마치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소환(?)당했습니다. 원전사업기획단장을 맡아 방폐장 후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시행해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에 방폐장을 세우자고 제안했습니다. 기피시설물 건설을 주민투표로 결정한 첫 사례죠. 매일 주민들을 직접 만나 방폐장 유치를 설득하던 날들이었죠. 당시 주민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16년 3월 한수원 본사를 경주로 완전히 옮겨가는 것입니다.”
―2015년 4월 20일, 국내 원전의 누적 발전량이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7년 만에 3조kWh를 달성했습니다. 3조kWh는 어느 정도의 전력량이며, 경제적·환경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우리나라 전체가 6년 이상, 서울시는 무려 65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2013년 소비량 465억kWh 기준)이며, KTX로 서울·부산을 약 1억1500만 번 왕복할 수 있는 양입니다. 3조kWh의 경제적 효과는 낮은 전기요금으로 산업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3조kWh의 환경적 효과는 2011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배출량 6억 톤의 3.3배에 달하는 약 20억 톤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였고, 이를 2015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가격을 적용할 경우, 약 20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습니다.”
―2014년 5월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UAE 방문 수행단으로 참여해 UAE 바라카 원전 1호기의 원자로 설치식에도 참석했습니다. 한국이 2009년 수주한 UAE 원전 4기의 수출은 지금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요?
“2009년 12월 27일 APR1400 원전 4기의 UAE 수출 계약이 체결된 이후, 2015년 7월 30일 UAE 원전 4호기의 최초 콘크리트 타설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죠. 현재 UAE 건설현장은 원전 4개 기를 한 부지에 동시에 건설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현장입니다. 1, 2호기 사업공정률은 약 75%, 4개 기 전체 사업공정률은 56%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1호기는 건설 이후 시운전 시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시운전 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2016년 말에는 운영허가를 취득해 2017년 5월 1일 준공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호기가 성공적으로 준공되면 현재 한수원이 추진하고 있는 UAE 운영 지원사업(OSSA)에 따라 한수원 운영 전문 인력이 파견돼 안정적으로 발전소 운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한수원은 UAE 원전 4기의 운영사업 계약을 놓고 2016년 UAE와 본격적인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전 건설사업을 능가하는 경제효과와 함께 청년실업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UAE 원전 운영 지원사업은 한국이 UAE 원전 운영사업권을 갖는 계약이 아니라 UAE의 운영능력을 키우기 위해 한수원의 인력을 대규모로 파견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입니다. 1호기 준공부터 10년 단위 계약사업으로, 4개 기 기준으로 최소 2030년까지 원전 운영기술을 지원하는 사업이죠. UAE의 운영 여건을 고려할 때 원전 수명기간인 60년 동안 사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발주자인 국영원자력공사(ENEC)와 계약 막바지 단계에 있고, 상당한 국내 인력이 파견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청년 해외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UAE 운영지원 계약 체결은 한국이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셈입니다. 이를 통해 사우디, 이집트 등 후속 원전 수주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체코 원전 협약, 유럽시장 교두보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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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2월 2일 체코 프라하 대통령궁에서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블라지미르 바르틀 산업부차관과 기술·혁신 MOU를 체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
―우리의 원전을 체코에 건설하면, 유럽 지역으로 첫 수출하는 셈이겠군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체코는 유럽형 원자로 운영에 상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유럽형 원자로 관련 기술 개발에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유럽시장에 우리 원전이 진출하려면 유럽 기준에 맞는 유럽사업자요건(EUR)을 취득해야 합니다. 한수원은 2017년 5월 EUR 취득을 목표로 체코에서 유럽형 한국 원전(EU-APR)의 EUR 인증을 도와줄 스폰서 기관으로 체코원자력공사의 자회사인 스코다프로하(SP)와 EUR 인증 자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 가능성을 얼마로 봅니까.
“체코의 원전 건설 결정은 그들 표현대로 먼 길(Long way)입니다. 자문계약 체결은 앞으로 유럽시장에 우리 원전이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체코엔 기존 러시아형 6기가 가동 중이라 표면적으로는 러시아가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만, 시간을 갖고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마 전 원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설계 기술을 ‘원전 종주국’인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요?
“현재 미국은 99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이고 5기를 건설 중인 세계 최대의 원자력발전 국가입니다. 미국은 우리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같은 규제기관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원전 건설에 대한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NRC는 원전 설계와 관련, 안전성을 평가해 설계인증을 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미국에서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 설계인증이 필수인데, 한수원은 2015년 3월 5일 설계인증 사전심사를 통과해 본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NRC는 한수원이 설계인증 사전심사요건을 대폭 강화한 이후 처음으로 통과했기 때문에 42개월 내에 본 심사를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본 심사에서 설계인증을 취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프랑스, 일본은 2007년 12월에 설계인증을 신청했습니다만, 아직까지 인증을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수원 내부 전산망 해킹당한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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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원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쓰나미에 대비한 고리해안 방벽 공사(왼쪽)를 마쳤고, 이동형 발전차(오른쪽)를 배치했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 원자력 에너지는 인류의 탄소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혀왔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원전에서 비리 문제가 불거지니까 자연스레 국민들이 원전을 불신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2014년 1월에 발표된 ‘2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원전의 비중이 2009년에 발표된 1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비해 12%(41%→29%)나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등의 이유로 원전을 지속 추진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원전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후쿠시마 후속조치,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이행하며 원전의 안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후속조치와 추가대책,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극한 재해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안전대책에 약 1조1000억원 이상 투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대국민 불안감, 거부감이 심한데요, 신규 원전 건설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요.
“원전사업은 안전성 보장 없이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특히 지역 주민과의 공감은 신규 원전 부지 확보에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역 주민들과 소통의 방법으로 한수원 지역본부와 지자체, 지역 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역별 원전운영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원전안전소통위원회는 원자력 안전, 회사경영 등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하는 대국민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신규 원전 부지 확보 단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원전 건설이 가능한 대상 지자체가 신규 원전 유치를 자율적으로 결정해 신청토록 하고 있습니다. 2012년 4월 영덕지구, 5월 삼척지구에서는 예정구역 고시 전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신규 원전에 대한 주민의견을 수렴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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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2월 12일 경주시 월성원전 주제어실에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훈련을 하기 전 한수원 관계자가 설명을 하고 있다. |
“2015년 3월 검찰 중간수사 발표에 따르면, 한수원 내부 전산망 해킹을 통해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를 통해 수개월 동안 수집한 자료를 이용해 사회적 혼란을 목적으로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한 운영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원전 사이버 보안 강화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안정보처 및 원전 사이버보안팀을 신설하고 외부 보안전문가 20명을 채용하는 등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했습니다. 그러나 보안 시스템을 추가하고 정책을 강화해도 결국 직원들의 보안의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의해 원전의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북한이 미사일로 원전의 건물을 공격한다고 해도 파손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원자로 건물은 그 두께가 최소 1.2m 이상이며, 일반 철근 콘크리트보다 강성이 훨씬 큰 ‘프리 스트레스(Pre-Stress) 콘크리트’라고 하는 특수한 재료로 매우 강고하게 제작했습니다. 또 그 안은 철근 및 강선망으로 돼 있고, 건물 내부에는 다시 별도의 강철판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물 내부에 두께가 20cm 이상으로 된 철 구조물인 원자로가 있습니다. 원자로 건물은 반구형으로 설계해 외부에서 미사일 등의 공격이 있을 경우, 충격에너지를 분산하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실제로 팬텀기를 원자로 건물(모형)에 충돌시키는 실험을 수행한 결과, 팬텀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부서졌으나 원자로 건물의 격벽은 약 5cm 정도 파손됐다고 합니다.”
―원전 안전성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원전의 가동률은 미국, 프랑스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요.
“국민들의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세계 원전 운영 국가와 비교해 국내 원전의 가동률은 세계 일류 수준입니다. 2014년 자료에 의하면, 세계 평균은 75.8%로, 미국(90%), 독일(87.4%)에 이어 우리나라(85%)가 세 번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전 선진국 프랑스가 75.5%입니다. 일시정지 횟수가 줄어드니 뉴스에 한수원이 나오는 횟수도 줄어들잖아요? 한수원은 뉴스에 안 나오면 좋은 회사예요(웃음).”
440조원에 육박하는 폐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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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 2017년 고리 1호기 해체를 앞두고 정부는 원전 해체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려 440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폐로 시장에 진출할 정책을 마련 중이다. |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는 40년 원전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고리 1호기의 건설부터 운영에 참여하셨던 많은 원자력계 선배님들께서는 아쉽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리 1호기의 건설이 국내 원전산업의 시발점이 되었듯, 저는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가 해체를 포함한 전(全)주기적 원전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대한민국 원전 역사의 ‘획기적’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는 안전성, 경제성, 전력수급 등에 대해 장시간 논의 끝에 결정됐습니다. 이사회에서는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했음을 확인했지만, 경제성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결국 이사회는 전력수급과 관련해 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를 권고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던 겁니다.”
조 사장은 “운영 허가기간 만료일이 다가오는 원전에 대해선 한수원의 자체 안전성 평가 결과를 토대로 경제성, 지역수용성, 정책적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속운전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계속운전 대상 원전의 체계적이고 차질 없는 준비를 위해 ‘운용 종료 2~5년 전 신청’ ‘허용기간 10년’ 등의 현행 규정을 개선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2017년 시작하는 고리 1호기 해체 사업을 앞두고 원전해체(폐로) 사업이 전 세계 원자력 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기한이 도래하는 원전은 588기로 원전 해체시장 규모는 4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최근 마련한 ‘원전 해체산업 육성정책 방향’의 골자는 어떤 겁니까.
“정부는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 결정과 함께 1960년에서 1980년에 건설한 세계 원전의 사용기한이 임박함에 따라 ‘원전 해체산업 육성 정책방향’을 마련했고, 그 골자는 우선 고리 1호기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해체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민간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영구정지 원전이 증가될 때를 대비해 국내 역량을 축적해 인력교육을 강화하고 해체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시장참여 전략 모색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원전해체를 위한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대로라면 2017년 영구정지 후 냉각기간을 거쳐 폐로 작업이 시작되는 고리 1호기를 우리가 할 수 없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고, 국민 불안도 증폭될 것입니다. 우리의 폐로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현재 방사선 준위가 낮은 연구용 원자로 해체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대형기기 교체, 중수로 압력관 교체를 통해 제염, 철거, 방사선 안전관리, 폐기물 처리 등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고방사선을 띤 원자로 원격 절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술은 확보하고 있고, 2013년 수립한 기술개발 로드맵을 현재 국내기술 수준을 반영하도록 2015년 12월 개정했고, 안전성과 효율성이 향상된 기술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원전은 본격 해체 전에 최소 5~6년간의 사용 후 핵연료 냉각시간이 필요한 만큼, 2021년까지 부족한 기술 확보에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2015년 11월 25일 발효한 한미 원자력협정은 미국산 우라늄의 20% 미만 저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의 향후 ‘추진 경로(Pathway)’를 마련한 것이 최대 특징입니다. 이 협정이 원전 수출은 물론,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파이로프로세싱이란 연구과제에 대해 미국이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큰 기회를 받은 것이고요.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심각하게 부상한 것은 고준위 폐기물 처리 문제입니다. 정부는 2015년 6월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권고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사용 후 핵연료 처리·처분을 포함한 국가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한수원은 이러한 기본계획에 따라 안전하게 저장, 관리할 예정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추억
조 사장은 2015년 10월 초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사용 후 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리원전 1호기 안전 정지 및 해체 준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는 조석 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2017년 폐로 예정인 고리 1호기 해체 준비 작업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선진국 대비 80% 수준인 한국의 원전 폐로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조석 사장의 공직생활은 탄탄대로였다. 지경부 제2차관을 거쳐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엔 대형 공기업인 한수원 사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조 사장은 힘들 때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스페인으로 떠나던 날을 떠올린다고 한다. 2011년 1급으로 사표 냈을 때다.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에서 시작하는 이 순례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800km에 이른다.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절반가량을 부인(具武淑씨)과 함께 하루 25km씩 꼬박 20박 21일 동안 걸었다.
조 사장은 “하루에 열 시간씩 걷다 보면 30분 정도는 정신이 맑아지는 때가 찾아온다”며 “그때 31년간의 공직생활을 떠올리며 마음을 정리했고, 그때의 고행이 지금도 내 삶의 에너지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5년 산업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 시절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를 경주로 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는데, 10년이 지난 시점에 고리 1호기 해체 작업까지 지휘하게 됐다”면서 “남들이 골치 아파하는 ‘후행 핵연료 주기’의 임무가 내게 맡겨진 것은 어찌 보면 하느님의 운명적 계시 같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