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민-최우석의 유쾌한 직설 ⑫ 김무성 대표 처남으로 서울 서초 갑 출마 선언한 崔陽五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 월간조선

최근 최양오(崔陽五)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의 20대 총선 서울 서초 갑 출마가 화제를 모았다. 최 고문이 새누리당 김무성(金武星) 대표의 처남(妻男)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부인인 최양옥 여사가 최 고문의 둘째 누나다. 이런 이유로 당내에서는 최 고문의 서초 갑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金聖泰) 의원은 11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 고문은 대표와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만큼 괜한 정치적 오해와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며 “나설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가리는 것도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자 행위이다. (최 고문의) 총선 출마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일리가 있다. 김 의원의 주장처럼 최 고문이 김 대표의 처남이니까 ‘당연히’ 덕을 볼 것이라는 게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최 고문이 ‘공정한 공천룰’에 따라 공천을 받더라도 뒷말이 나올 수 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며 반드시 상향식 공천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김 대표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앞으로 펼쳐질 대권가도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 고문은 정치인 2세다. 선친(先親)이 5선 국회의원이었던 금암(錦巖) 최치환(崔致煥)씨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치를 배운 최 고문이 자신의 총선 출마가 매형(妹兄)인 김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최 고문은 서초 갑 출마를 강행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매형이 대표인 지금이 국회의원 배지 달기에 가장 유리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11월 3일 여의도에서 최 고문을 만났다.

최 고문은 “졸지에 (김 대표) 가족사에 정점을 찍은 천방지축 처남이 됐다”며 인사를 건넸다. 웃는 표정이었지만 자신의 출마를 바라보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이 서운한 듯 보였다.

“9월 중순쯤 김 대표와 총선 출마 상의”

지난 2013년 5월 27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제1국가유공자 묘역에서 열린 ‘금암 최치환 선생 26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최치환 전 의원은 김 대표의 장인이다.

―서초 갑 출마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은데, 서운한가요.

“어느 분은 김복동씨(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남) 예를 들던데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반대했음에도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고요. (참고로 노 전 대통령은 처남 김복동이 국회의원에 출마한다고 하자 경부고속도로에서 납치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그런데 그땐 노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었잖아요. 저는 솔직히 서운한 게 무슨 말썽꾸러기 처남 하나가 사고 치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입니다. 저도 경제학 박사에, 청와대에서 근무도 했고, 다수의 기업 사장을 역임하면서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제가 어디든 가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는 퍼블릭 섹터(Public sector)와 프라이빗 섹터(Private sector), 인터내셔널(International), 도메스틱(Domestic)을 다 해본 사람’이라고요. 그런데 이런 경력은 인정 안 하고, 매형이 대표로 있다는 우연적 변수 때문에 ‘철없다’고 비판하는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받아서는 안 될 비난인데 안타깝죠.”

최 고문은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했고, 줄기세포 제약기업 차바이오텍 대표이사, 페에차일드코리아반도체(반도체 회사) 수석부사장,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반도체 정비회사) 사장을 지냈다. 그는 “페에차일드코리아반도체 수석부사장,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사장 때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왜 하필 20대 총선에 출마하는 것입니까. 매형이 대표가 아닌 시기에 도전하면 별 이야기가 없을 텐데요.

“선친이 12대 국회의원직을 수행하시던 중에 돌아가셨습니다. 국회장(國會葬)을 치렀지요. 이후 재보궐 선거가 있었는데, 제가 출마하려 했습니다. 당시 제가 28세였는데요. 가족회의에서 선친의 뜻을 잇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집안 문중 어르신들이 ‘아버지 유지가 공부를 끝내는 것’이었다면서 말렸습니다. 그래서 포기했죠. 그때부터 계속 총선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4년마다 엉덩이를 들썩거렸으니까요. 다만 그럼에도 출마를 하지 않은 이유는 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나 기업체에 있으면서 정말 많이 느꼈죠. 그런데 저도 지금은 많은 경험을 쌓았고, 결정적으로 20대 총선은 공천을 상향식, 그러니까 오픈프라이머리 아니면 공정한 경선을 통해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출마를 결심한 것입니다.”

최 고문의 부친인 최치환씨는 12대 국회의원 임기 중 폐암으로 1987년 5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의 나이 65세였다.

“함께 共存의 정치하기로 했다”

2013년 4·24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는 김무성 대표 가족의 모습. 왼쪽부터 아들 김종민씨, 김무성 후보, 부인 최양옥씨.

―서초 갑 출마가 10월 29일 언론을 통해 갑작스럽게 알려졌습니다. 혹시 여론을 살펴보려고 언론에 흘린 것입니까.

“절대 아닙니다.”

―본인이 아니라면 주변에 돕는 분들이 언론에 알린 겁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저도 언론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어떻게 알려졌을까?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사실 제가 서초 갑 현역인 김회선 의원을 찾아뵌 적이 있습니다. 김 의원님이 불출마 선언하고 나서요. 김 의원이 특정후보를 지원한다는 소문이 들리기에 ‘중립을 지켜달라’고 부탁하러 찾아뵌 것이죠. 한 시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곤 다음날에 터지더라고요. 제가 서초 갑에 출마한다는 기사가요.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새누리당 김회선(金會瑄) 의원은 지난 10월 13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출마에 대해 매형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언짢아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언론 보도 이후 김 대표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김 대표가 저의 결정을 굉장히 존중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출마에) 화가 났다는 보도도 있던데, 사실이 아닙니다.”

―출마에 대해 김 대표와 상의한 적이 있습니까.

“한 달 반쯤 전에 국회의원 출마에 대해 의논을 하려 (김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게 가장 최근 만남이었는데, 그때 대표의 정확한 워딩이 뭐였느냐면 ‘자네가 국회의원 나가려는 진정성은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을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는 데 있어서는 당선 가능성이 제일 중요하다. 자네가 이야기한 지역은 (경선 또는 본선 승리가) 어렵다. 어려운 선거를 할 것이다’였습니다.”

―그때 지역을 서초 갑이라고 확실히 이야기했습니까.

“‘서초는 어떨까요?’라고 말씀드렸어요. 사실 제가 서초 지역을 돌고 이야기를 한 것이었거든요.”

서초는 갑을(甲乙) 선거구로 나뉘어 있다.

―그럼 김 대표가 최 고문이 서초 갑을 중 한 곳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짐작했겠네요.

“서초 갑에 출마한다는 것까지는 몰랐겠지만,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예상했겠지요. 제가 김 대표와 집안 대소사 때 만나면 정치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일 년 반 전에는 ‘같이 공존의 정치를 하자’는 사인도 받았는걸요.”

―그게 무슨 이야기입니까.

“일 년 반쯤 됐어요. 한번은 대표와 만나 ‘우리가 원하는 개혁을 하려면 진영논리를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공존의 정치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데 민주는 됐지만, 공화는 안 되고 있다. 공화는 공공의 선, 그러니까 사회의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를 가늠 지을 수 있는 것인데 아직 공공의 선이 확실히 서지 않았다. 공공의 선이 확실히 서야지만 이분법적 논리를 깨끗하게 깰 수 있는 공존의 정치를 펼 수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니까 대표가 아주 공감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흰 종이에 ‘공존의 정치’라고 쓰고 대표에게 사인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거(공존의 정치) 같이 해보자고 하면서요.”

―확실히 서초 갑에 나가겠다고 대표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까.

“제 출마 기사가 터지기 직전 그러니까 10월 중순쯤 되겠네요. 서초 갑 출마 마음을 굳히고 대표 집에 찾아갔어요. 아침 일찍 갔는데 대표는 회의 때문에 안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누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누이, 내가 이만저만해서 서초 갑을 나가려고 한다’고요. 누이가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러더니 ‘내가 (대표에게) 이야기해 줄까?’라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니요. 제가 말씀드려야죠. 제가 자리를 마련해서 이야기할게요’라고 했어요. 제 말을 가만히 듣더니 누이가 ‘얘야 건강 조심해’라고 걱정해 줬어요. 콧등이 찡했죠.”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됐습니까.

“누이가 제 이야기를 대표한테 했더군요.”

―누님인 최양옥 여사로부터 대표의 반응을 전해 들었나요.

“첫마디가 ‘(거기) 어려운데’였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도와줄 수 없으니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답니다. 당연한 반응이지요. 원래 대표는 측근들(대표 경선 때 도운 사람들) 만날 때마다 ‘내가 도와줄 수 없으니까 살아서 돌아오라’고 이야기합니다.”

“김 대표, 아버지께 큰절로 결혼 허락받아”

―결국 김 대표에게 서초 갑에 출마한다는 이야기는 직접 하지 못했네요.

“대표에게 말하려는 찰나, 기사가 터졌으니까요.”

―그 이후에는 김 대표를 만난 적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11월 2일 누이가 예술의전당에서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을 연주했어요. 그곳에도 제가 안 갔습니다. 모 언론은 ‘누나 연주회에도 못 온 처남’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던데요.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것입니다. 지금은 대표를 뵙는 게 (대표에게나, 저에게) 도움이 안 됩니다. 만나면 ‘처남이 대표의 후광을 얻으려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할 것 아닙니까. 만약 대표가 여론을 의식해서 저를 모른 척한다면 ‘망나니 처남이 팽 당했다’고 이야기할 것이고요. 오픈프라이머리든 경선이든 서초 갑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는 찾아뵙지 않을 생각입니다.”

김 대표의 부인인 최양옥 여사는 피아니스트로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야기 주제가 자연스럽게 최 고문의 둘째 누나이자, 김무성 대표의 부인인 최양옥 여사로 넘어갔다. 금암 최치환은 슬하에 딸 셋, 아들 셋을 뒀다. 6남매 중 최양옥 여사는 차녀(次女), 최 고문은 삼남(三男)이다.

―최양옥 여사는 어떤 분입니까.

“우리 6남매 중에 ‘가장 정치를 안 할 것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을 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누이가 피아니스트인데, 어렸을 때 피아노밖에 안 쳤거든요. 우리 큰 누이는 화가인데, 스타일이 호방해요. 멋도 좀 부리고, 그런데 둘째 누이는 얌전하다고 해야 하나요. 굉장히 여성스러운 분이에요. 아, 그리고 둘째 누이가 경기여고, 서울대 나오셨거든요. 우리 남매 중에는 학벌이 제일 좋지요. 하하.”

―지금은 정치인 사모님 역할을 잘하고 계신 것 같던데요.

“그렇죠. 뭐 지금이야 정치인 사모님 다 됐지요. 음악이라는 것이 악기를 통해 관객들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누이는 소통이 뭔지 아는 것 같아요. 제가 배울 점이지요.”

지난 10월 1일 최양옥 여사는 새누리당 소속 남성 국회의원들의 ‘사모님’들과 함께 만찬 자리를 가졌다. 새누리당 소속 남성 의원은 140명인데 이날 모임에는 90여 명의 부인이 참석했다. 최 여사는 이 자리에서 정치인 아내로 지내는 고충을 언급하며 ‘사모님’들을 ‘격려’했다. 이어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대한민국국제음악제’를 관람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최 여사가 본격 ‘내조 정치’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최양옥 여사와 김 대표는 어떻게 만났습니까.

“중매죠. 중매로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했는데, 김 대표가 선친께 결혼 허락을 받는 날 제가 현장에 있었어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지요.”

―어땠는데요.

“주말이었어요. 김 대표가 우리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어요. 그러고서 선친과 함께 나가더라고요. 몇 시간 지났나, 두 분이 들어오셨는데 술을 좀 하셨나 봐요. 선친이 집에 들어와서 앉으니까 김 대표가 ‘저를 아들로 거둬주십시오’ 하면서 큰절을 하는 거예요. 식구 모두 당황해 하고 있는데 선친이 둘째 누이를 쳐다보면서 ‘니는 어떻게 생각하노’라고 묻더군요. 곧장 ‘네, 좋아요’ 하는 사람 없잖아요. 누이가 말을 얼버무리니까 선친께서 ‘됐다’ 하면서 허락을 해주셨어요.”

김 대표는 2013년 9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최 여사와의 결혼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재설 장관이라고 예전 체신부 장관 하시던 분인데 이분의 중매로 아내를 만났습니다. 이분이 우리 큰형님하고 경기고 동기였습니다. 장인(최치환)께서도 경기고등학교 동창회장이었고요. 전 결혼할 생각이 없었는데 아버지가 당신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씀하셔서 선을 봤는데 바로 마음에 들었어요. 그때 제가 포항공장에 있었기 때문에 바빴는데 그때는 제가 영화를 좋아해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 하루 영화 두 편씩을 보곤 했어요. 아내는 모처럼 만나면 이야기도 하고 싶고 그랬는데 영화만 보니까 싫었던 모양이에요. 한 4~5번 만나고 결혼했습니다.”

둘째 누이, 사위 때문에 매일 눈물

―김 대표의 첫인상이 남자다웠겠네요.

“그렇죠. 결혼을 허락받는 장면이 드라마틱 했잖아요. 속으로 ‘멋쟁이다’ 그랬죠. 저희 큰 매형은 의사인데 조용한 편이에요. 그런 분만 보다가 사나이 같은 스타일을 보니까 와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한 것이죠. 그런데 대표가 실은 굉장히 여린 분이에요. 정도 많고요. 와일드하게 말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죠. 기억력도 보통이 아니에요. 초등학교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까지 다 기억한다니까요. 과거 이야기를 줄줄 하는데 (우리 가족의) 입이 쩍 벌어지곤 했지요.”

―매형인 김 대표와는 인간적으로 친한가요.

“사실 형제들 간에도 자기 바로 위 또는 바로 아래와 조금 더 친하잖아요. 저도 둘째 누이랑 가까우니까 (김 대표 부부와) 자주 어울렸지요. 그런데 누이가 결혼할 때 제가 대학생이었어요. 첫인상이 중요하잖아요. 아직도 대표가 저한테 이야기하는 거 보면 대학생으로 생각할 때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웃음)”

―김 대표가 현재 사는 서울 여의도의 대형 아파트를 팔고 서대문구 연희동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한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는 겁니까.

“경복궁을 가운데 놓으면 오른쪽에서 대통령이 나온다고 하던데, 집 위치가 중요한가요. 본인의 역량을 쌓는 게 중요하죠. 제가 듣기에는 지금 사는 아파트가 김 대표와 누이 두 분이 살기에는 너무 커서 이사 가는 것으로 압니다. 딸 둘이 출가하고 아들도 연예계 생활하느라 집에 잘 못 들어오는데 굳이 이렇게 큰 집에서 살 필요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에요.”

김 대표 부부가 이사하려고 하는 연희동은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될 때 살던 곳이다. ‘정치적 명당’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역대 대통령 당선인 가운데 아파트에 거주했던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 김 대표의 이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다.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도 2006년 6월 서울시장 퇴임 후 원래 살던 강남구 논현동 저택 대신 종로구 가회동의 전통 한옥 주택에 전세(傳貰)로 들어가고 나서 이듬해 12월 대권을 거머쥔 바 있다.

―좀 민감한 질문이긴 한데 둘째 사위 때문에 최양옥 여사 마음고생이 심했겠습니다.

“아이고, 사건 터지고 누이에게 매일 전화를 했어요. 누이가 전화를 받으면 말을 못 했어요. 엉엉 우느라고요.”

―둘째 사위 마약 사건과 관련, 김 대표는 “둘째 딸과 사위가 결혼을 하기로 결정하고 양가 부모가 만나서 혼인을 언약하는 상황에서도 전혀 몰랐다”고 했는데, 사실인가요.

“대표 이야기 그대로입니다. 나중에 알고 ‘(결혼은) 절대 안 된다. 파혼이다’라고 설득을 했지만 사위가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앞으로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맹세를 하고, (딸과 사위가) ‘꼭 결혼을 하겠다’고 우니까 허락을 한 것이죠.”

―둘째 사위를 본 적이 있습니까.

“결혼식 날 처음 봤어요. 제가 둘째 사위한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나요. ‘내가 처음 기저귀 갈아준 애야. 자네가 잘해야 해 정말’이라고요. 현경이(김 대표의 둘째 딸)가 아기 때 제가 기저귀를 갈아줬거든요. 제가 처음으로 기저귀를 갈아준 아이죠. 그만큼 현경이는 저에게 각별한 아이였어요. 현경이 힘든 거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죠.”

김 대표의 둘째 사위는 2년 반 동안 코카인 등 마약류를 15차례 투약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2월 7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솔직히 김 대표 부부는 둘째 사위가 밉겠습니다.

“둘째 사위에 대해서는 물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누이가 제게 이런 말은 했어요. 둘째 사위가 검찰에서 마지막으로 검사했을 때 혈액이랑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고요. 중독이라고 하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요.”

―올해 추석 때 둘째 사위가 김 대표 댁을 방문했나요.

“그건 모르겠어요. 다만 대표 생일이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20일이었는데 그때는 두 딸만 왔어요. 두 딸이 아버지 생일상을 처음으로 같이 차렸다고 하더군요. 도미 탕수육을 하고 그랬다는데, 아주 맛있게 음식을 드셨대요. 대표께서.”

9월 20일은 김 대표의 64번째 생일이었다.

서초 갑을 선택한 이유

이야기는 다시 정치로 넘어왔다.

―원래는 선친의 고향인 경남 사천·남해·하동 지역 출마설이 나돌았는데요.

“요즘 대한민국 화두가 혁신, 개혁 아닙니까. 혁신, 개혁이라는 화두를 선친의 정치 이념인 삼평삼민(三平三民)이라는 그릇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제가 가진 기득권부터 내려놔야 했습니다. 제가 가진 기득권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선친의 후광이더군요. 솔직히 아직도 경남 사천·남해·하동 지역에는 선친의 지지자들이 상당합니다. 이곳에 출마했으면 조금 쉽게 갈 수 있었겠지만, 기득권을 유지하는 꼼수를 부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삼평삼민은 평등의 민주정치, 평준의 민생경제, 평안의 민권사회로 금암 최치환이 1986년 6월 국회대정부 질문을 통해 최초로 제시했다.

최 고문은 “삼평삼민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지력과 권력과 부력의 향유를 평등하게 하여 국가의 번영을 꾀하고, 각자가 개개인의 행동과 나라의 발전에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이론”이라며 “선친은 물론 나의 정치적 소신이기도 하다”고 했다.

―기득권을 내려놓았다는 분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서초 갑’을 선택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이게 참 오해를 하시는데요. 서초 갑 지역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으면 쉽게 당선되는 곳인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제가 공천을 받았습니까. 저는 경선을 하러 왔습니다. 김 대표가 계속 공천개혁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여당 텃밭에서도 상향식 공천이 가능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서초 갑을 선택한 것입니다.”

―오픈프라이머리 또는 경선을 했을 때 아무래도 미래 권력인 김무성 대표의 처남이라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상향식 공천이 아니지 않습니까.

“솔직히 대표의 후광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표의 처남이라 제가 피해 보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철없는 사람’이 된 것만 해도 그렇지 않습니까. 김 대표가 매형이라는 사실은 제게는 뗄 수 없는 꼬리표입니다. 후광을 최소화하고 철저히 제 힘으로 경선을 치를 것입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김 대표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아 죄송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경선을 치르는 게 대표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습니다. 제가 경선에서 졌을 경우, ‘와, 대표 처남도 안 되네. 정말 공정한 상향식 공천을 했네!’라고 평가할 것 아닙니까.”

―경선에서 패배했을 경우를 이야기하셨는데, 반대로 승리했을 경우에는 경선 방식이 뭔가 개운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까요.

“전략공천도 아니고,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없지요. 제가 출마한다고 경선 방식이 달라지지 않을 것 아닙니까. 저의 경선 승리를 깎아내린다면 경선에서 승리한 분들 모두 마찬가지 아닐까요.”

―만약 서초 갑이 전략공천 지역이 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럴 일은 없다고 믿고 싶고요. 정말 서초 갑에서만큼은 공정한 경선을 통해 후보를 가렸으면 합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2월 당헌·당규 개정 때 “공천개혁을 이루겠다”며 전략공천제 자체를 없앴다. 하지만 당시에 대신 도입된 ‘우선추천지역제’도 역시 전략공천적 요소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지적에 기대, 친박계는 수도권 중 새누리당 우세지역과 영남 일부 지역에서 전략공천을 통해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초 갑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강한데 경선 자신 있습니까.

“자신 있습니다. 《매일경제》와 MBN이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여성 후보의 가상 경선대결에서 조윤선 전 장관이 38.7% 지지율을 기록하며 32.1%의 이혜훈 전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응답이 30% 가까운 것입니다. 밑바닥 민심을 다지면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서초 갑 지역에는 최 고문 외에 이 지역에서 17·18대 의원을 역임한 이혜훈 전 의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혜훈·조윤선 중 누가 더 강한 상대로 느껴지나요.

“아무래도 이혜훈 전 의원 기반이 탄탄하니까 제일 신경 쓰이죠.”

―그러고 보면 이혜훈 전 의원과 ‘경제 전문가’라는 점이 겹치네요.

“그렇긴 한데 저는 경제학을 했지만, 현장을 다닌 사람입니다. 이 전 의원이 책상, 연필이라면 저는 현장, 망치죠.”

삼남의 기억 속 금암 최치환

5선 의원을 지낸 금암 최치환 선생. 최양오 고문은 최치환 선생의 삼남이다.

―공교롭게도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주변에는 2세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박 대통령과 인연이 있습니까.

“어렸을 때 몇 번 뵌 기억이 있습니다. 성인이 돼서는 없고요.”

―2013년 4월 KBS 제1라디오 경제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발탁됐다가, 친박 논란으로 자진하차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왜 친박으로 분류됐던 겁니까.

“참 제가 할 말이 많은데, 선친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만주군관학교 출신이라는 점, 매형이 김무성 대표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어요. 당시 김 대표는 현역의원도 아니었어요. 부산 영도 재보선 선거에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저울질하는 상태였죠. 그럼에도 노조가 저보고 물러나지 않으면 김무성 낙선운동 한다는 거예요. 당장 그만둔다고 이야기했죠. 대표께 피해가 갈까 봐서요. 물러났는데 솔직히 억울하더라고요. 자유인인 저를 친박으로 몰았으니까요.”

―당시 만주군관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선친의 친일 의혹도 나왔었죠.

“진짜 황당한 게 저희 선친은 27세이던 1950년 경무관으로, 대구지구방위사령관으로 무공을 세운 분입니다. 백선엽 장군과 함께 대구를 사수했지요. 선친께서 저 어렸을 때 1~2달에 한 번은 다부동 전투가 벌어졌던 칠곡에 데려가서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시곤 했습니다.”

실제 최치환 선생은 6·25전쟁 당시 나라를 사수하는 데 큰 공을 세워 태극 무공훈장 등 30여 개의 훈장을 받은 바 있다.

최 고문은 “지리산 빨치산 대장 이현상도 선친이 잡았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이현상이라고 지리산 빨치산 대장이 있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이현상이를 잡지 못했대요. 그러던 어느 날 10대 중반의 북괴 소년 병사를 체포했는데 옷차림이랑 모양새가 말이 아니었나 봐요. 당시 선친이 토벌대 사령관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먹을 것도 챙겨주고, 당신 옆에다가 재웠대요. 선친의 배려에 감동한 소년이 이현상 위치를 알려줘서 체포할 수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소년이 이현상 연락병이었던 거예요. 참, 전설 같은 이야기죠.”

이승만(李承晩) 전 대통령은 빨치산 토벌을 위하여 내무부 치안국에 근무한 총경 최치환과 국군 장군 정일권(丁一權)을 토벌대장으로 임명했다.

―선친은 어떤 분이었습니까.

“선친을 닮으려 하지만 부족함을 느껴요. 제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28세 때 작고했는데 늘 바쁘게 일했던 아버지였지만 일요일 저녁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했고 자식들에게 다정다감했습니다. 선친과 등산이나 테니스를 자주 즐겼는데, 아버지 덕분에 종종 정치인들이나 축구인들을 만나기도 했지요.”

―요즘 현역 정치인 중에도 가깝게 지내는 분이 있습니까.

“대표실 들락날락하는 분들은 대개 잘 알지요.”

―최 고문의 출마를 강하게 비판했던 김성태 의원도 잘 아십니까.

“(김 대표의) 최측근이라고 하던데, 저는 잘 모릅니다.”

그는 “김 의원께서 제가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보도자료를 냈을 때 지역의 여성 지지자들이 김 의원 사무실 앞에서 피켓시위 하겠다는 것을 말리느라 정말 힘들었다”며 “정말 제 마음을 이해해 주고 지지해 주는 분들에게는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나려 하자 최 고문은 “설령 김 대표가 하지 말라고 했다 하더라도, 출마를 강행할 것이다. 나도 나이가 있지 않으냐. 승리하든, 패배하든 경선이 끝나면 (대표도) 내 진심을 알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