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민-최우석의 유쾌한 직설 ⑦ 鄭斗彦 새누리당 의원 : 월간조선

노무현 정부 말인 2008년 1월 1일 이뤄진 성완종(成完鍾)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 번째 특별사면을 두고서 정치권의 공방(攻防)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인 권성동(權性東)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2007년 대선 1주일 전인 12월 12~13일쯤 청와대가 법무부로 성 전 회장이 포함된 사면 검토자 명단을 내려보냈지만, 법무부는 4차례나 성 전 회장에 대한 ‘사면 불가’ 검토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미 대선 전에 법무부에 명단이 전달된 만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 요청으로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는 그동안 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성 전 회장이 당시 이명박 당선인 측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던 것을 내세워 반박했다. 법무부의 반대 의견을 수용해 성 전 회장이 사면에서 제외됐지만, 이 당선인 측 요청 때문에 다시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성 전 회장의 두 번째 특별사면에 노무현 정부가 연관돼 있다는 새누리당 주장이 힘을 얻었다. 사면 발표가 나기 전 성 회장을 인수위 자문위원에 내정한 것을 MB 인수위 압력의 주요 근거로 든 새정치민주연합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성 전 회장을 500명이 넘는 명예직인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임명하기 위해 가뜩이나 사이가 좋지 않았던 노무현 정부에 그의 사면을 요청했다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게다가 1심 당시 강하게 무죄를 주장했던 성 전 회장이 항소심 직후 상고를 포기한 시점은 대선 전인 2007년 11월 30일이다. 2차 사면이 정말 이명박 당선자 인수위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이 맞으려면 성 전 회장은 대선이 치러지기도 전에 이명박 대통령 또는 그의 핵심 측근이 사면해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것이 된다. 정황상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은 힘을 잃어 갔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 ‘개국공신’인 정두언(鄭斗彦) 새누리당 의원이 “당시 (이명박 인수위) 핵심 인사가 성 전 회장의 사면과 공천을 특별히 챙겼다”고 여권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 까닭이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엔 실세 중의 실세로 평가받던 인물이다.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정 의원에게 당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지난 5월 8일 오후 5시 정 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이화익갤러리(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정 의원의 부인인 이화익(李和益) 대표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온 이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아 미술감상을 즐겼고, 대학원에선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그러곤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1기 큐레이터’로 미술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정 의원이 갤러리로 들어왔다. 정 의원과 우리 일행은 이 대표가 갤러리 2층에 마련해 준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의원을 ‘유쾌한 직설’ 코너의 인터뷰이(interviewee)로 섭외한 만큼 가벼운 질문부터 던졌다.

4집 가수 鄭斗彦과 부인 李和益 대표

정 의원이 2007년 말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동료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축가를 부르고 있다. 정 의원은 음반을 4장이나 취입한 가수다.

—4집 가수네요.

“4집 가수면 중견가수인데요. 히트곡이 없으니 무명 중견 가수겠지요? (웃음)”

잘 알려져 있듯 정 의원의 특기는 노래다. 그는 어렸을 때 말보다 노래를 잘했고 ‘부기우기’가 어릴 적 18번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팝송에 심취해 지냈고 대학(서울대)에 들어가서는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리더로 활동했다. 서울시 부시장 시절 그가 음반을 냈더니 연예인협회 가수분과위원회에서 가수증을 보냈다. 국회의원이던 2005년 10월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가수 ‘클릭비’와 합동공연을 해 현역의원이 국회에서 콘서트를 갖는 첫 기록을 세웠다.

정 의원은 2003년 10월 1집, 2005년 10월 21일 2집, 2006년 10월 3집, 2009년 9월 4집을 냈고, 수익금은 전액 심장병어린이 보호재단인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에 기부했다.

—팬은 좀 있나요.

“제가 가끔 역전(驛前)에서 공연하는데, 그럴 때 ‘팬이에요’ 하고 말하는 분들이 계시긴 해요. 물론 저 힘내라고 그러는 것이겠지만요. 한번은 추운 날 공연을 하는데 끝까지 응원하며 보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팬들이 음원 사이트에서 노래를 다운받기도 하나요.

“소수지만 몇 건 다운받는 것 같던데요. 아주 가끔 제 통장에 몇천 원씩 찍히는 것이 저작권료 같거든요.(웃음)”

—지역구 다니면 노래를 권하는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지역구 잔치나 축제 같은 데 가서 축사하면 재미없잖아요. 그럴 때 노래 부릅니다. ‘여러분 제가 축사 대신 축가 해 드릴게요’ 하면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부인인 이화익 대표가 전도유망한 작가를 집어내는 데 탁월하다고 정평이 나 있더군요.

“갤러리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적자 본 적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살림 걱정 안 하고 살고 있지요.”

—경제적 내조가 확실하네요.

“그렇죠.”

—동갑이던데요. 어떻게 만나셨어요.

“아이고, 이런 답변을 독자들이 재미있어하실까요. 독자들이 재미있어할 것을 물어봐야지요. (웃음)”

정 의원은 이 질문에 민망한지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말한 바로 두 사람은 1976년 대학교 개강파티 때 처음 만났다. 서울대 무역학과, 이화여대 영문과의 과대표들이었다. 정 의원은 오히려 이씨보다 수줍음을 더 타는 편이었다. 몇 년이 흘렀다. 대학원을 마친 이씨는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면서 맞선을 보느라 바빴다. 하루는 뜬금없이 옛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나야 정두언. 제대하고 공무원 됐어. 별일 없었냐?” 몇 년 만이었다. 정 의원이 이씨 집에 들렀다가 부모님께 인사를 하게 됐고, 얼마쯤 지나면서 결혼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공무원인 정 의원을 이씨의 아버지(이상보 국민대 명예교수)는 마음에 들어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이씨의 어머니도 “다들 교회 장로님이 될 상(象)이라더라”고 하면서 좋아했다. 정 의원이 체육부에 근무하고 있던 1984년 두 사람은 결혼했다.

—그럼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여쭤볼까요.

“슬슬 꺼내려고 하시는구나.”

이명박 인수위 당시 성완종 챙기는 인사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2월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 4월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이명박 인수위) 핵심 인사가 성 전 회장의 사면과 공천을 특별히 챙겼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기자와 사면 관련한 이야기를 사석에서 했습니다. ‘원래 사면은 여야가 협의해서 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 말 사면은 다음 정권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당연한데 마치 잘못된 일인 것처럼 언론이 보도하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을 이야기했는데 기자가 ‘성완종 전 회장은 어떻게 사면된 것 같으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누군가가 성 전 회장을 챙기더라, 공천도 챙기던데 이런 것을 봤을 때는 사면도 챙기지 않았겠느냐’고 이야기한 것이 그렇게 보도가 나갔습니다. 제가 마치 이적행위를 한 것처럼요.”

—실제 인수위 핵심 인사가 성 전 회장을 챙기는 것을 목격했습니까.

“그럼요. 그 인사가 저한테 성 전 회장 공천을 상의하고 했다니까요. 성 전 회장 공천 이야기를 하기에 제가 ‘새누리당 공천 심사 기준에 (성 전 회장은) 부적합해서 접수조차 안 되는 인물인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니, 그 인사가 뭐라고 합디까.

“‘어떻게 주저앉히지’라며 고민을 하던데요.”

—공천심사 자격도 되지 않는 인물의 공천 고민까지 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고민하겠어요. 빚이 있으니까 그렇겠지요.”

—그 핵심 인사가 누구입니까.

“제가 실명을 거론해도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끝입니다. 저만 이상한 사람 됩니다.”

—성 전 회장은 어떻게 이명박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선정됐습니까.

“인수위 명단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밑에 사람들한테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그때 들어간 것 같습니다. 저는 신경도 안 썼는데 ‘왜 이런 사람을 임명했느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응? 성완종 전 회장을 왜 넣었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전부터 성 전 회장을 알고 계셨나요.

“개인적으로는 모르지만, 정치권에서는 유명하신 분이었어요. 이회창 총재 시절부터 유명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떤 점에서 유명했나요.

“다 아시잖아요.”

추부길 주장, 사실일 가능성 매우 커

정두언 의원은 국회의원이자, 4집까지 낸 가수이다. 2009년 2월 16일 열린 토론회에서 정 의원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만약 이명박 인수위 핵심 인사의 요청으로 성 전 회장이 특별사면됐다면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文在寅)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왜 침묵하는 것일까요.

“아까도 이야기했지 않습니까. 사면 복권은 여야가 협의해서 한다고요. 그러니까 아마 문재인 대표가 전모를 다 알 것입니다. 문 대표가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사면 명단을 취합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 뭔가가 있어서 이야기 안 하는 것 아닐까요. 저는 추부길(秋富吉) 전 비서관의 이야기가 단서가 된다고 봅니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4월 2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와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 두 사람 간 핫라인이 대통령선거 전인 2007년 10월에 만들어졌다”며 “형님 라인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BBK 수사에 개입하지 않고, 정권을 인수할 MB 측은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거나 구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밀약도 체결됐다”고 주장했다.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의 주장을 믿습니까.

“믿어요. 그 당시에 저한테 본인이 주선해서 만나고 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추 전 비서관 이야기를 잘 안 믿더라고요.”

—추 전 비서관이 믿을 만한 인물입니까. 취재해 보니 이명박 인수위 인사 중에는 추 전 비서관을 신뢰가 없는 사람으로 평가하는 분들도 있던데요.

“추 전 비서관은 당선인 비서실에서 활동한 사람입니다. 그것도 정책기획팀장으로요.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고 볼 수 있지요.”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은 친이 핵심만 모였었다. 비서실은 인수위 활동 기간 인수위와는 별도로 조각(組閣)을 담당하고 청와대 조직 개편 및 인선까지 담당하는 중책을 맡았다.

—추 전 비서관이 정 의원께 형님 라인과 관련해 어떻게 보고했습니까. ‘BBK 수사를 하지 않는 대신에 MB 측은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거나 구속하지 않는다는 밀약을 맺었다’ 이렇게 전했습니까.

“저는 ‘BBK라든지 도곡동 땅이라든지 이미 과거 무죄로 밝혀진 사안이다. 어차피 우리가 당선될 텐데 당신네(노무현 정부)가 우리를 괴롭혀서 좋을 게 뭐가 있느냐. 그냥 서로 편하게 하자’는 식의 이야기가 (형님들 사이에) 오갔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 보고를 받고 이상득(李相得) 전 의원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영감님(이 전 부의장) 일이니까요. 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추 전 비서관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추 전 비서관은 저를 잘 따르던 사람입니다. 당시만 해도 저랑 계속 일할 사이인데 왜 들통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사실 본인이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에 저한테 굳이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데 했어요. ‘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야기하고 싶었겠지요. 그리고 추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형을 살았지 않습니까. 박연차 회장하고 관계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박 회장하고 추 전 비서관은 무슨 일을 했을까요.”

추 전 비서관은 2008년 9월 9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 근처에서 박연차 회장의 비서실장이던 정승영씨한테서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빨리 끝나게 힘써 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추징금 2억원을 선고 받았다.

—이상득 전 의원은 6선의 국회의원이지만 노건평씨는 평범한 세무공무원 출신입니다. 핫라인을 구성해도 ‘급’이 맞아야 하지 않습니까.

“왜 노건평씨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그것은 편견입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노건평씨보다 더 높은 급으로 누가 있겠습니까.”

—당시 사실상 2인자인 문재인 대표가 나설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가장 실세가 누군지 아십니까. 권력자와 가장 접근도가 높은 사람이 실세입니다. 부인이 제일 실세지요. 매일 같이 잠을 자니까요. 그다음 실세는 누구일까요. 노건평씨일까요? 문재인 대표일까요? 노건평씨가 접근도가 더 높겠지요. 노건평씨는 동생 대통령 만들기 위해 대신 짊어진 짐이 많은 사람입니다.”

“솔직하게 이야기 못하면 자존심 상해”

정 의원의 지인들은 그를 솔직담백하면서도 격정적이어서 이해하는 분들은 아주 좋아하지만 오해받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 정 의원은 돌려 말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래서 그의 인터뷰는 대부분 큰 이슈가 된다.

—돌려 말하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피해를 볼 것 같은데요.

“저는 아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게 자존심 상합니다. A인데 B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말을 안 하면 안 했지, 한다면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합니다. 누구를 음해할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봐도 제가 이상합니다. 돌려 말하는 능력이 현저히 결여돼 있는 장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장애 등급 받아야겠어요. 하하.”

—새누리당 약세 지역(서대문을)에서의 지지기반이 탄탄한 것도 눈치 안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요건 아닌가요.

“사실 우리 지역에는 새누리당 후보가 공천 신청을 안 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공천을 의식할 필요가 없지요. 제가 강남에서 국회의원 했으면 할 말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신 지역이 힘든 만큼 새벽같이 나가야 하고 정말 열심히 해야 합니다.”

실제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서대문을 지역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朴元淳) 시장(58.5%)에게 표를 몰아 줬다. 새누리당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득표율은 40.7%에 그쳤다.

MB와 관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나왔을 때 “매를 벌었다”고 했습니다. 성격상 진심일 텐데요. 강도 높게 비판했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저는 MB가 착각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잊혔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인데 MB가 이제는 국민이 자신을 호의적으로 생각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전직 대통령이 밖에 나가면 주변 사람들이 셀카 찍자고 하고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까. 호불호를 떠나서 유명 인사에게 그냥 관심을 보이는 것뿐인데 그런 걸 아직도 ‘내 팬이 많구나’라고 착각한 것이지요. 그래서 ‘회고록을 내도 괜찮겠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설마 책을 내겠나 했는데 발간하더군요. 그래서 굉장한 뭔가가 준비됐나 보다 했는데, 속절없이 비판받지 않았습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부추긴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이유도 있겠죠. 주변 사람들이 정치하려면 MB가 떠야 하니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제가 MB 서울시장 경선 때부터 같이 일했습니다. 그때 홍사덕 후보하고 붙었는데 MB 지원하는 지구당위원장(현 당협위원장)이 저 혼자였습니다. 17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도 2006년 말까지 MB를 지지한 현역 의원은 저 하나뿐이었습니다. 이상득 전 의원이 있었지만 드러내고 할 수 없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의원이랑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눴겠습니까. 이 전 의원은 제 후원회장이기도 했고, 큰형님, 아버지 같은 분이었어요. 존경했죠. 그래서 저는 이 전 의원이 MB가 대통령이 되면 표표히 떠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땠습니까. 2008년 공천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65세 이상은 다 공천 배제한다고 해서 박희태 전 의장이니 뭐니 다 쫓겨났는데 나이가 많은 이상득 전 의원은 공천을 받았습니다. 너무 불공정한 것 아닙니까.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 혼자라도 짊어지기로 했습니다. ‘권력 사유화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지요. 그때부터 저에 대한 각종 사찰과 탄압이 시작됐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저는 MB와 얘기할 기회를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기회를 안 줬습니다. MB와 저는 각자 지낸 것과 마찬가지였던 것이지요.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본 적 없으니 싸운 적도 없지요.”

—대화를 나눠 본 적 없으니 오해가 쌓였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저 인간은 이런 이유로 저렇게 하는 겁니다’라고 수도 없이 이야기했겠지요.”

검찰의 표적수사

저축은행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1월 24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정 의원은 지난 2007년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돼 10개월간 구치소에 복역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2014년 6월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11월 21일 정 의원은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최종 선고받았다.

—무죄를 받을 줄 알았습니까.

“저는 2008년 1월 말 유정 한정식집에서 임석으로부터 받은 홍삼세트가 돈인 것을 알자 총리실 후배인 이○○를 통하여 돈을 돌려준 사실이 확인된 바가 있습니다. 또 저를 통하여 이명박 후보를 돕겠다는 임석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그를 이상득 부의장에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즉, 임석과 관련된 다른 사건과 달리 확실하게 거절한 행위가 있었습니다. 또 제 사건의 경우 임석의 진술 이외에는 다른 어떠한 증거도 없으며, 심지어는 임석의 부하직원 등 그 어떠한 관계자의 관련 진술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조사 중에 주○○, 이○○, 박○○, 또다른 이○○ 등 임석의 비자금과 관련된 부하직원들에게 저한테 돈이 전달된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으나 모두가 모른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돈을 돌려준 사실이 명확함에도 법정구속까지 시킨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제가 검찰개혁에 앞장을 섰습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 및 공직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개혁을 끝까지 주장한 최후의 3인방 중에서 한 명은 과거의 불미스러운 일이 석연치 않게 갑자기 언론에 기사로 나오면서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고, 정태근 전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다 낙선함으로써 19대 국회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유일하게 저 혼자였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눈엣가시’인 저를 단골 표적으로 삼고, 웬만한 기업인이 구속되면 저와의 관련성 여부를 추궁하곤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검찰이 전형적인 표적수사, 물타기 수사,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것입니까.

“저축은행 사건이 터지고 이상득씨가 조사를 받으면서 솔로몬 임석 회장을 그에게 소개해 준 저를 드디어 엮어넣었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검찰 입장에서는 제가 눈엣가시니까요.”

—따님 결혼식이 2014년 7월 5일이었는데 대법 선고 날짜가 6월 26일이었습니다. 무죄를 확신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부담이 됐을 것 같습니다.

“한 달 내내 스트레스를 받으며 선고 날을 기다렸습니다. 사랑하는 딸아이의 결혼식을 장례식 분위기로 치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매일 밤잠을 설쳤습니다. 6월 26일 집에서 결과를 기다렸는데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열흘 후 딸의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제 처지가 처지인지라 결혼식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알려야 할 분들에게도 축의금은 일절 사절하니 그저 축하만 해 주시고 시간이 돼서 오시면 꼭 식사를 하고 가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정말 많은 분이 오셨습니다. 식장이 있는 세검정 일대의 교통이 마비되어 되돌아가신 분도 부지기수였다고 합니다. 이날 밤 저는 마음속으로 한 가지 서약을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판결이 나오면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국민의 입장에서 반드시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하겠지만, 경멸과 증오가 아니라 사랑으로 하겠다’고요.”

10개월간의 수감생활

—10개월간 구치소에 있었는데요. 텃세는 없었나요.

“신입방으로 배정이 되어 소위 감방으로 들어가자 낯설디 낯선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들로 저를 맞아 줬습니다. 처음 본 수감생들의 배려로 가장 따뜻한 자리에 누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30분 간격으로 자다 깨다 하며 온밤을 선잠으로 설쳤지만요.”

—구치소에 있으면 어떻습니까. 자유 시간이 좀 있습니까.

“구치소에 있다 보면 다른 건 몰라도 시간만큼은 부자입니다. 정신없이 바삐 살다가 그곳에 들어오면 신체의 자유를 포함, 모든 걸 다 빼앗기지만 자신만의 시간은 보다 풍부해집니다. 그곳에 있으면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시간이 많았다면 생각할 시간도 많았을 텐데, 괴롭지 않았나요.

“솔직히 내가 왜 이런 날벼락을 맞았나 하는 회한보다는 내가 이렇게 나쁜 놈이었나 하는 이런저런 잘못한 기억이 수도 없이 떠올랐습니다.”

—출소할 때 기억이 납니까.

“그날 하루 일과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오후 10시쯤 되어 교도관이 ‘의원님 미리 나와서 차 좀 마시고 준비하다 나가시죠’라고 배려를 해 주려 했습니다. 저는 자정이 될 때까지 남아서 수감생들을 위로했습니다. 그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정이 든 분들이 눈물을 쏟더군요. 2013년 11월 24일 밤 자정. 저는 열 달 만에 그렇게 국립기도원을 떠났습니다.”

정 의원은 출소 이후 참회록을 준비했다. 이명박 정부 실패의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 쓰고 난 다음에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이게 무슨 참회냐. 본인이 잘났다는 것이지’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정 의원은 처음부터 다시 참회록을 쓸 계획이다.

—완성한 참회록을 엎은 거네요.

“엎어야지요. 저한테 유리하게 썼다는 반응이 있었으니까요.”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었다. 주변과 두루 화합하면서 지냈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누구 못지않게 영화를 누렸을지 모른다. 직설적으로 말을 하다 보니 적이 많아진 탓인지, 거센 풍파를 겪었다. 풍파를 겪으면서 정 의원은 지난날 자신이 너무 교만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본인의 다짐처럼 과거의 정두언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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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민-최우석의 유쾌한 직설 ⑦ 鄭斗彦 새누리당 의원

“이제 경멸과 증오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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