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108만명의 통합창원시(마산·창원·진해), 광역시 승격해야 세 도시 갈등 봉합 가능해”
⊙ 광역시 승격 위해 경기도 100만명 규모 4개 대도시와 공조… “정부가 5개 대도시 350만 유권자를
무시할 수 없을 것”
⊙ “정치권과 협의해 경남도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지켜 나갈 것”
⊙ “당대표 당시 대권 도전 안하고 ‘내 정치’ 못한 점 아쉬워… 朴대통령은 萬機親覽 끝내야”
安商守
⊙ 69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제15·16·17·18대 국회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대표최고위원 역임.
⊙ 現 창원시장, 새누리당 상임고문.
⊙ 광역시 승격 위해 경기도 100만명 규모 4개 대도시와 공조… “정부가 5개 대도시 350만 유권자를
무시할 수 없을 것”
⊙ “정치권과 협의해 경남도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지켜 나갈 것”
⊙ “당대표 당시 대권 도전 안하고 ‘내 정치’ 못한 점 아쉬워… 朴대통령은 萬機親覽 끝내야”
安商守
⊙ 69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제15·16·17·18대 국회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대표최고위원 역임.
⊙ 現 창원시장, 새누리당 상임고문.
집권여당 원내대표와 대표최고위원을 지낸 4선의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으로 일하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흔치 않다. 국내에서는 안상수 창원시장이 처음이다. 안상수 시장은 국회의원직을 네 번 지내면서 2007,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한나라당 원내대표였고, 2010년에는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그가 2014년 6월, 광역시·도도 아닌 기초단체의 장으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인 안상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난 4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 청문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박 후보 청문회에서는 안상수 시장에게만 5시간에 걸쳐 질문이 쏟아지는 등 흡사 ‘안상수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안상수 시장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로 수사에 참여했고, 이 사건을 다룬 책을 1995년 펴내 진실을 파헤친 검사로 유명해져 1996년 국회의원이 됐다. 박상옥 후보자는 당시 같은 팀의 막내 검사였다. 야당 의원들은 진실을 밝혀 낸 사람이 안상수·박상옥 검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썼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국회에서 안 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을 때만 해도 안 시장이 청문회에 나올 것인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안 시장은 당시 예정돼 있던 투자유치 관련 베트남 출장을 취소하고 청문회에 응했다. “당당한 만큼 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날 안 시장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이게 무슨 안상수 청문회냐”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언론의 관심이 싫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안상수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에 출마하며 “고향을 위해 일하게 해 달라”, “창원을 광역시로 승격시키겠다”며 자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집권여당의 대표까지 지내고 나서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 고향에서 기초단체장으로 일하게 된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또다른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월간조선》은 그가 지금 창원에서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노련한 정치인 안상수의 요즘 생활과 향후 계획에 대해 심도 있게 들어보기 위해 인터뷰에 나섰다.
“갈등 해소 위해서라도 광역시 돼야”
청문회를 통해 야당의원 및 기자들에게 상당히 시달린 듯한 안상수 시장은 기자와 만나서도 ‘정치인 안상수’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을 예상한 듯 “창원 현안부터 이야기하자”고 말을 꺼냈다. 현직인 창원시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었다.
—임기 내에 창원광역시 승격의 기반을 만들어 놓겠다고 했는데, 창원시가 광역시로 승격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창원시는 지난 2010년 7월 1일 이웃하던 진해, 마산, 창원 3개시가 통합한 전국 최초의 자율통합시입니다. 인구 108만(경남의 31.4%), 면적 747km²(경남의 7.1%), 예산규모 2조5000억원, 수출 183억 달러(경남의 35.7%), 지역내 총생산 32조5000억원(경남의 37.4%)으로 도시의 주요지표는 이미 광역시를 능가하고 있으며, 전국 1위의 기초자치단체이자 대한민국 8대 도시의 규모를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또 기업체 수가 4160개, 종사자 수 11만8000명, 두산중공업, LG전자, 현대로템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활발한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곳으로, 대한민국 기계산업의 요람 창원국가산업단지, 수출의 전초기지 마산자유무역지역, 동북아시아 경제교차로의 핵심 진해경제자유구역 등 대한민국을 이끄는 3대 경제축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도시 규모가 크다고 너도 나도 광역시가 돼야 한다면 도(道)가 살아남을 수가 있겠습니까.
“창원시가 광역시를 추진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습니다. 창원은 인구 108만명에 면적은 서울보다 넓습니다. 또 지역내총생산(GRDP)은 광역시인 대전, 광주보다도 크고 전라북도, 강원도와 비슷합니다. 또 기초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소방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복지예산 비중도 늘어 가지만 정부 보전은 충분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어진 인구 5만, 10만의 기초자치단체와 같은 자치권한으로는 108만 대도시의 행정 수요를 감당하는 데 재정적·행정적 한계가 있습니다. 도시 성장과정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창원은 공업도시로 성장해 왔습니다. 1970년대 조성된 창원국가산단은 국가경제에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기계공업 중심의 창원은 성장의 정체에 빠져 있습니다. 창원이 광역시로 승격되면 도세로 징수되는 1200억원이 창원시의 재원이 됩니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으로 도로, 교통 등 각종 도시기반 시설과 문화, 체육, 보건, 의료시설에 투자할 수가 있습니다. 또 광역시로서 정부기관 유치와 각종 국책사업을 따 오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지금은 도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기관을 유치하고 국책사업을 따오는 데 어려웠으나 광역시가 되면 도와 같은 위치가 되기 때문에 창원시의 노력으로 이러한 것들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통합이 지역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까요.
“물론입니다. 3개 시를 정부 주도로 통합한 것이었기에 지금까지도 지역갈등이 잔재해 있지만 광역시 승격은 갈등해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창원이 광역시로 승격되면 진해, 마산, 창원이 구청장을 주민이 직접 뽑는 자치구로 독립해서 예산과 인사권을 가지고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또 광역시 승격 추진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지역 간 갈등을 자연스럽게 해소해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울산이 모델입니까.
“울산은 광역시 승격 이후에 천지개벽했습니다. 울산은 승격 이후에 인구 14%, 예산규모 384%, 경제활동인구 22%가 증가했고, GRDP는 24조3000억원에서 70조7000억원으로, 지역수출도 180억 달러에서 1014억 달러로 수직상승했습니다. 모델로 삼을 만하죠.”
승격해야 할 이유는 “시민이 원하기 때문에”
—더 큰 도시도 있는데 창원이 승격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다른 도시와의 형평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작년 말 시민 1500여 명을 대상으로 광역시 승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찬성이 56%, 반대가 25%로 절반 이상의 시민이 광역시 승격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창원의 광역시 승격에 가장 큰 동력이고 당위성인 것입니다. 또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옛 진해, 마산, 창원을 통합시킨 것이므로 정부는 지역갈등의 해소 차원에서도 창원시를 광역시로 승격시켜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창원이 광역시가 된다면 경기도 대도시들도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시끄럽긴요. 경기도의 100만 대도시인 수원, 고양, 성남, 용인이 다 광역시가 돼도 700만명이 남습니다. 전국 최고의 인구와 경제력을 가진 경기도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어요. 우리는 경기도 내 100만 대도시와 함께 공조체제를 구축해서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5개 대도시의 유권자가 무려 350만이 넘습니다. 대선에 있어 350만 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5개 대도시가 공조해서 정부에 대응하면 지방에 한 곳, 경기도에 한 곳 정도 광역시 승격이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수원시와는 긍정적인 교감이 오가고 있고, 고양·성남·용인시와는 70만 서명운동이 끝나고 나서 특별법을 청원할 즈음에 연대할 생각입니다.”
—일부에서는 ‘광역시 승격은 혹세무민’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난 3월 18일에 140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창원광역시 승격 범시민추진협의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창원광역시 승격 운동에 착수했습니다. 광역시 승격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대 확산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시민추진협의회 출범은 행정 위주의 광역시 승격 추진에서 민간 주도의 활동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광역시 승격 추진에 아주 큰 힘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민추진협의회 주도로 금년 말까지 70만명을 목표로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26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순항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또 5월에는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9월에는 국회 정책간담회를 개최해서 창원광역시 승격을 정책 이슈화하는 등 대외협력 활동도 펼칠 계획입니다.”
홍준표 지사의 입장도 이해해
—홍준표 지사는 (창원광역시 승격이) 본인 임기 중엔 안 될 것이라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광역시 승격이 이뤄진다면 언제쯤으로 예상하는지. 시장 임기 안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창원시장) 재선 도전의 의지는 있는지요.
“경남도의 입장에서 창원의 광역시 승격에 부정적인 점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저는 창원광역시 승격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고 그리 어렵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또 광역시는 우리 시가 가야 할 길이고, 금년이 대장정의 원년이라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울산의 경우에도 경남도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고 7~8년에 걸친 수많은 난관 끝에 광역시 승격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임기 동안에는 광역시 승격 기반을 구축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은 것입니다. 물론, 제 임기 내에 광역시 승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여기에 그동안 쌓은 저의 모든 역량을 쏟을 것입니다.”
—경남도가 무상급식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일각에서는 거물급 정치인이며 정치력과 영향력이 있는 안상수 시장이 무상급식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의견은 이미 주었던 복지혜택을 뺏어 버리는 것은 무리한 것이기 때문에 초등학교의 무상급식은 계속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그리고 읍·면 지역은 중·고교까지 현행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창원시는 기초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경상남도와 보조를 같이하지 않으면 모든 보조금이 끊길 우려가 있어서 고심하고 있어요.”
—창원시의회는 우회지원도 이야기하고 있고 창원시장의 의지가 무상급식 이슈의 중요한 반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지, 그리고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예정인지요.
“최근에 국회에서 무상급식과 관련한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의 회의가 있었다고 들었고, 정치권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정치권과 잘 협의를 해서 경상남도의 입장도 살리고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도 어떤 형태로든 유지하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메이저리그급 야구환경 조성 계획
창원은 부산 못지않은 야구도시이기도 하다. 안 시장은 마산야구장 건립 문제를 놓고 시의회와 충돌, 달걀세례를 받기도 했다. 부산·경남지역의 야구열기를 온몸으로 느낀 안 시장은 “야구장과 창원시 역점사업인 관광사업을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새 야구장 건립계획이 우여곡절 끝에 시의회를 통과했습니다. 부산 같은 야구도시를 기대하는 시민들이 많은데요. 새 야구장 건립과 야구 지원 계획이 있는지요.
“우여곡절 끝에 새 야구장 부지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마산 회원구에 위치한 마산종합운동장 부지에 들어설 새 야구장은 우리 시가 계획하고 있는 행정절차가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올해 말에 착공해서 2018년 상반기에 준공할 계획입니다. 수용인원 2만2000명 규모로 국내 최고의 시설을 만들려고 해요. 미국의 메이저리그와 같이 생동감 있는 관람환경을 조성하고, 내야 쪽으로 100% 오픈된 복도식 통로 도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야구박물관, 주민편의시설 등 다양한 특화시설을 배치해서 많은 시민이 365일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 겁니다.
—애초 결정됐던 야구장 부지에서 옮겨가는 바람에 시 의회와 충돌이 있었는데요.
“당초 새 야구장 부지로 추진했던 진해구의 옛 육군대학 부지는 작년 10월에 대체개발 계획을 확정했고 여기에 총428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첨단산업기술연구단지가 자리하게 되는데, 연구인력과 지원인력 2000여 명이 상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우리 시는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서, 2020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인데, 첨단산업연구단지가 조성되면 사실상 새 야구장보다도 경제적 가치나 개발이익이 훨씬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안 시장은 이 밖에도 투자유치, 교육, 관광산업 등 창원에 대한 다양한 발전계획을 소개했다.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거물 정치인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조금은 사라지고 창원시장에 어울리는 인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처음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중앙예산 따 올 인물 필요했다
—여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이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솔직한 답변을 원합니다. ‘중앙정치권에서 밀려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광역시 승격에만 관심 있다’는 주변의 시선과 오해도 많은데, 단순히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는 대답 외에 진솔한 대답을 바랍니다.
“원래 제 좌우명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물론 창원시장에 출마할 때 의아해하는 사람은 많았죠. 하지만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창원시장이었고, 고향 창원을 대한민국에 우뚝 설 수 있는 도시로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창원은 원대한 철학과 비전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고, 최첨단산업을 유치하고 균형적인 성장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앙에서 큰 예산을 따 올 수 있는 능력 있는 큰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창원시장에 도전한 겁니다.”
—검사와 국회의원을 거쳐 기초단체장이라는 코스를 거친 사람은 지금까지 못 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노력하고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저야말로 검사, 변호사, 국회의원을 거쳐 고향의 시장으로 왔는데 이게 바로 끝없는 도전의 연속 아니겠어요? 지난 16년간 국회의원과 집권당 원내대표, 당대표를 거치며 쌓은 저의 모든 경험과 인맥을 오로지 고향 창원의 발전과 도약을 위해 온전히 쏟아 부을 것이니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정치를 오래 하다 행정을 하려니 답답하거나 어렵지는 않습니까.
“정치와 행정이 완전히 다르다고는 할 수가 없고,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제가 내놓은 공약을 보고 시민들이 선거로 뽑아준 정치적 행정가의 자리에 있지 않습니까? 또 매듭을 풀지 못했던 통합후유증과 시정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는 악화된 재정건전성, 굵직한 지역현안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행정과 정치를 넘나드는 방법으로 해결을 해 왔습니다. 결국은 정치에서 고민하던 문제들을 행정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정치를 정쟁처럼 이기기만 하려고 하면 안 되고 주고받고 타협하고 끊임없이 물밑에서 대화를 나눠야 올바른 정치문화가 정립된다고 생각하는데요, 행정도 마찬가지로 소속 단체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익을 위해서 소통을 해야 행정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중앙정치를 하다가 지방의 단체장으로서 행정가의 일을 해 보니까 한계는 있었습니다. 지역경제를 살려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충분한 복지예산으로 시민을 돌봐야 하는데 재정적·행정적 권한이 너무나도 미약하다는 겁니다. 또 108만 인구의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인사권이나 도시기본계획 결정과 같은 중요한 시정을 도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까지도 들었고요. 그래서 창원시가 반드시 광역시로 승격이 되어야 하는데 여기에도 행정과 정치를 넘나드는 힘이 필요하다는 거죠.”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전 창원시장이나 현 경남도지사가 모두 후배라 선거 당시부터 주변의 우려가 많았습니다. 후배인 홍준표 지사가 어쨌든 ‘상관’인데 일하기 어렵지는 않은지요.
“정치에서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습니다. 아마도 저돌적인 추진력이 장점인 홍 지사와는 다르게 포용력이라든지 부드러운 리더십을 추구하는 저와 스타일에 차이가 있고, 같은 시기에 정치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가는 것 같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날 땐 무난한 관계를 보여주지만 광역시 승격이나 무상급식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서는 홍준표 지사와 각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현재 관계는 어떤지, 개인적으로 접하는 일은 없는지요.
“지금 홍 지사는 경남도를 위해 일을 하고 있고 저는 고향 창원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부딪칠 때도 있고, 협력할 때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창원시가 광역시급이고 또 도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에 있어서도 창원시의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까 대부분의 사업들이 창원시와 이해관계를 가지는 것이 당연하고 홍 지사나 저나 가지고 있는 의견이 같거나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창원의 광역시 승격 추진과 관련해서는 도의 입장을 대변하는 홍 지사의 반대가 이해되는 것이고, 작년 9월에 무산 위기를 맞았던 LG전자의 R&D센터 창원 입지 문제를 놓고서는 힘을 모아 유치하는 데 성공을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개인적인 감정이라기보다는 정치에 관한 의견 차이는 누구나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기초단체와 달리 서울 여의도에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는데, 중앙정치권과 소통하는 곳입니까. 그 외에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중앙정치권과 소통은 어떻게, 어느 정도로 하고 계신지요.
“그동안 서울사무소는 주로 국회나 중앙행정기관을 상대로 한 국비 확보 창구 역할을 하거나 출향인과의 연결 등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해 왔습니다. 사무소 위치도 용산구에 있었고 인원도 서울사무소장 1명만 근무해 왔습니다. 하지만 쇠퇴기에 들어선 창원의 제2 경제도약을 위해서는 국회와 중앙행정기관과의 연결고리 역할에 더해서 수도권 기업을 유치하고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는 전문적인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금년 초에 2개 팀에 6명이 근무하는 투자유치서울사무소로 확대 개편해서 창원시의 투자·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진기지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또 사무소도 국회와 가까운 여의도로 이전을 했습니다. 앞으로 저나 우리 시 직원들이 국비 확보 등을 위해서 서울을 방문할 때 임시로 업무를 보거나, 미래전략위원회와 균형발전위원회, 그리고 국회의원들을 초청해서 사업과 예산문제 등의 협의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겁니다.”
경남지사 보궐선거 도전설은 ‘글쎄’
—정치 인맥이 시장직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됩니까.
“그렇죠. 16년간 국회의원을 했고 집권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하면서 쌓은 인맥은 제가 창원시장직을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고, 창원의 제2 도약을 위한 우리 시의 4대 핵심기구에도 중앙정계를 대표하던 분들이 참여해서 그동안 쌓아 오셨던 학식과 경험들을 창원시를 위해서 재능기부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도 정치권과는 소통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투자유치서울사무소를 중심으로 해서 여러분들과 소통을 해 가면서 많은 일들을 해 나갈 것입니다.”
—다시 국회의원에 도전하거나 홍준표 지사가 대선에 출마하면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는데, 경남도지사 보궐선거가 이뤄지면 출마할 생각이 있습니까. 창원광역시 승격이라는 명분을 위해서라면 경남도지사 자리가 비면 도전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저는 고향의 발전을 위해서 창원시장에 도전한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고, 저의 임기 동안에는 창원의 광역시 승격과 제2 도약을 위해서 저의 인맥과 경험을 모두 동원할 생각입니다. 정치의 미래는 알 수 없지 않습니까? 광역시 승격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인데, 재임해서 추진해 나갈지 그건 알 수가 없는 거죠. 하지만 현재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다른 정치적인 도전에는 생각한 것이 없고, 오로지 창원의 광역시 승격이 가능하다고 보고 거기에만 제가 가진 역량을 모두 집중할 생각입니다.”
박 대통령은 만기친람 끝내야
—현재 새누리당은 지지율이나 그 존재감이 거대여당답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지방에서 한 발 떨어져 바라본 여당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김무성 대표가 비교적 당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박 대통령께서도 좀 더 친이, 친박 가리지 말고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박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재들을 광범위하게 등용하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합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핌)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
—전 대표로서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또 현재 여당이 다음 대선에선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데요.
“새누리당도 이제는 포용력과 투쟁력을 같이 갖추고 대야관계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투쟁력 없는 새누리당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음 대선이 상당히 힘들어 보이기 때문에 저는 어떤 형태로든 정권재창출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대표 시절 이런 일을 꼭 했어야 했는데’ 또는 ‘지금 대표라면 이런 일을 할 텐데’라는 사항이 있다면.
“제가 야당 대표시절 10년 만에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켜 정권교체를 이루어 낸 후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점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집권당 원내대표 시절 미디어법을 통과시켜 TV조선, 동아 채널A, JTBC, MBN 등 종편 4개가 생겼고, 그래서 지금처럼 방송의 다양화가 이루어져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당대표 때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정동기 감사원장의 임명에 제동을 걸어 감사원장 후보를 낙마시킨 적이 있는데 이는 당과 정부를 위해 기여한 것이라 나름대로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당대표로서 대권의 꿈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헌신을 하다 보니 ‘나의 정치’를 펼치지 못했는데 이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창원시장이 돼 시정에 몰입한 지 2년째이지만 아직 기자의 눈에는 ‘창원시장 안상수’ 보다는 거물급 정치인 안상수의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정치인 안상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난 4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 청문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박 후보 청문회에서는 안상수 시장에게만 5시간에 걸쳐 질문이 쏟아지는 등 흡사 ‘안상수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안상수 시장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로 수사에 참여했고, 이 사건을 다룬 책을 1995년 펴내 진실을 파헤친 검사로 유명해져 1996년 국회의원이 됐다. 박상옥 후보자는 당시 같은 팀의 막내 검사였다. 야당 의원들은 진실을 밝혀 낸 사람이 안상수·박상옥 검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썼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국회에서 안 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을 때만 해도 안 시장이 청문회에 나올 것인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안 시장은 당시 예정돼 있던 투자유치 관련 베트남 출장을 취소하고 청문회에 응했다. “당당한 만큼 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날 안 시장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이게 무슨 안상수 청문회냐”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언론의 관심이 싫지는 않은 표정이었다.
안상수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에 출마하며 “고향을 위해 일하게 해 달라”, “창원을 광역시로 승격시키겠다”며 자신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집권여당의 대표까지 지내고 나서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 고향에서 기초단체장으로 일하게 된 그의 속내는 무엇일까. 또다른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월간조선》은 그가 지금 창원에서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노련한 정치인 안상수의 요즘 생활과 향후 계획에 대해 심도 있게 들어보기 위해 인터뷰에 나섰다.
“갈등 해소 위해서라도 광역시 돼야”
청문회를 통해 야당의원 및 기자들에게 상당히 시달린 듯한 안상수 시장은 기자와 만나서도 ‘정치인 안상수’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을 예상한 듯 “창원 현안부터 이야기하자”고 말을 꺼냈다. 현직인 창원시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었다.
—임기 내에 창원광역시 승격의 기반을 만들어 놓겠다고 했는데, 창원시가 광역시로 승격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창원시는 지난 2010년 7월 1일 이웃하던 진해, 마산, 창원 3개시가 통합한 전국 최초의 자율통합시입니다. 인구 108만(경남의 31.4%), 면적 747km²(경남의 7.1%), 예산규모 2조5000억원, 수출 183억 달러(경남의 35.7%), 지역내 총생산 32조5000억원(경남의 37.4%)으로 도시의 주요지표는 이미 광역시를 능가하고 있으며, 전국 1위의 기초자치단체이자 대한민국 8대 도시의 규모를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또 기업체 수가 4160개, 종사자 수 11만8000명, 두산중공업, LG전자, 현대로템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활발한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곳으로, 대한민국 기계산업의 요람 창원국가산업단지, 수출의 전초기지 마산자유무역지역, 동북아시아 경제교차로의 핵심 진해경제자유구역 등 대한민국을 이끄는 3대 경제축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도시 규모가 크다고 너도 나도 광역시가 돼야 한다면 도(道)가 살아남을 수가 있겠습니까.
“창원시가 광역시를 추진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습니다. 창원은 인구 108만명에 면적은 서울보다 넓습니다. 또 지역내총생산(GRDP)은 광역시인 대전, 광주보다도 크고 전라북도, 강원도와 비슷합니다. 또 기초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소방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복지예산 비중도 늘어 가지만 정부 보전은 충분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어진 인구 5만, 10만의 기초자치단체와 같은 자치권한으로는 108만 대도시의 행정 수요를 감당하는 데 재정적·행정적 한계가 있습니다. 도시 성장과정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창원은 공업도시로 성장해 왔습니다. 1970년대 조성된 창원국가산단은 국가경제에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기계공업 중심의 창원은 성장의 정체에 빠져 있습니다. 창원이 광역시로 승격되면 도세로 징수되는 1200억원이 창원시의 재원이 됩니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으로 도로, 교통 등 각종 도시기반 시설과 문화, 체육, 보건, 의료시설에 투자할 수가 있습니다. 또 광역시로서 정부기관 유치와 각종 국책사업을 따 오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지금은 도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기관을 유치하고 국책사업을 따오는 데 어려웠으나 광역시가 되면 도와 같은 위치가 되기 때문에 창원시의 노력으로 이러한 것들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통합이 지역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까요.
“물론입니다. 3개 시를 정부 주도로 통합한 것이었기에 지금까지도 지역갈등이 잔재해 있지만 광역시 승격은 갈등해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창원이 광역시로 승격되면 진해, 마산, 창원이 구청장을 주민이 직접 뽑는 자치구로 독립해서 예산과 인사권을 가지고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또 광역시 승격 추진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지역 간 갈등을 자연스럽게 해소해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울산이 모델입니까.
“울산은 광역시 승격 이후에 천지개벽했습니다. 울산은 승격 이후에 인구 14%, 예산규모 384%, 경제활동인구 22%가 증가했고, GRDP는 24조3000억원에서 70조7000억원으로, 지역수출도 180억 달러에서 1014억 달러로 수직상승했습니다. 모델로 삼을 만하죠.”
승격해야 할 이유는 “시민이 원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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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창원에서는 시민단체 주도로 ‘광역시 승격 범시민시민추진협의회’가 출범해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
“작년 말 시민 1500여 명을 대상으로 광역시 승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찬성이 56%, 반대가 25%로 절반 이상의 시민이 광역시 승격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창원의 광역시 승격에 가장 큰 동력이고 당위성인 것입니다. 또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옛 진해, 마산, 창원을 통합시킨 것이므로 정부는 지역갈등의 해소 차원에서도 창원시를 광역시로 승격시켜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창원이 광역시가 된다면 경기도 대도시들도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시끄럽긴요. 경기도의 100만 대도시인 수원, 고양, 성남, 용인이 다 광역시가 돼도 700만명이 남습니다. 전국 최고의 인구와 경제력을 가진 경기도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어요. 우리는 경기도 내 100만 대도시와 함께 공조체제를 구축해서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5개 대도시의 유권자가 무려 350만이 넘습니다. 대선에 있어 350만 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5개 대도시가 공조해서 정부에 대응하면 지방에 한 곳, 경기도에 한 곳 정도 광역시 승격이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수원시와는 긍정적인 교감이 오가고 있고, 고양·성남·용인시와는 70만 서명운동이 끝나고 나서 특별법을 청원할 즈음에 연대할 생각입니다.”
—일부에서는 ‘광역시 승격은 혹세무민’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난 3월 18일에 140명의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창원광역시 승격 범시민추진협의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창원광역시 승격 운동에 착수했습니다. 광역시 승격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대 확산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시민추진협의회 출범은 행정 위주의 광역시 승격 추진에서 민간 주도의 활동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광역시 승격 추진에 아주 큰 힘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민추진협의회 주도로 금년 말까지 70만명을 목표로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26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순항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또 5월에는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9월에는 국회 정책간담회를 개최해서 창원광역시 승격을 정책 이슈화하는 등 대외협력 활동도 펼칠 계획입니다.”
홍준표 지사의 입장도 이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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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0월 18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안상수 대표. |
“경남도의 입장에서 창원의 광역시 승격에 부정적인 점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저는 창원광역시 승격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고 그리 어렵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또 광역시는 우리 시가 가야 할 길이고, 금년이 대장정의 원년이라 생각하고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울산의 경우에도 경남도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고 7~8년에 걸친 수많은 난관 끝에 광역시 승격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임기 동안에는 광역시 승격 기반을 구축하는 것으로 목표를 삼은 것입니다. 물론, 제 임기 내에 광역시 승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여기에 그동안 쌓은 저의 모든 역량을 쏟을 것입니다.”
—경남도가 무상급식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일각에서는 거물급 정치인이며 정치력과 영향력이 있는 안상수 시장이 무상급식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의견은 이미 주었던 복지혜택을 뺏어 버리는 것은 무리한 것이기 때문에 초등학교의 무상급식은 계속 지원하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그리고 읍·면 지역은 중·고교까지 현행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창원시는 기초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경상남도와 보조를 같이하지 않으면 모든 보조금이 끊길 우려가 있어서 고심하고 있어요.”
—창원시의회는 우회지원도 이야기하고 있고 창원시장의 의지가 무상급식 이슈의 중요한 반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지, 그리고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예정인지요.
“최근에 국회에서 무상급식과 관련한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의 회의가 있었다고 들었고, 정치권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정치권과 잘 협의를 해서 경상남도의 입장도 살리고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도 어떤 형태로든 유지하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메이저리그급 야구환경 조성 계획
창원은 부산 못지않은 야구도시이기도 하다. 안 시장은 마산야구장 건립 문제를 놓고 시의회와 충돌, 달걀세례를 받기도 했다. 부산·경남지역의 야구열기를 온몸으로 느낀 안 시장은 “야구장과 창원시 역점사업인 관광사업을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새 야구장 건립계획이 우여곡절 끝에 시의회를 통과했습니다. 부산 같은 야구도시를 기대하는 시민들이 많은데요. 새 야구장 건립과 야구 지원 계획이 있는지요.
“우여곡절 끝에 새 야구장 부지 문제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마산 회원구에 위치한 마산종합운동장 부지에 들어설 새 야구장은 우리 시가 계획하고 있는 행정절차가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올해 말에 착공해서 2018년 상반기에 준공할 계획입니다. 수용인원 2만2000명 규모로 국내 최고의 시설을 만들려고 해요. 미국의 메이저리그와 같이 생동감 있는 관람환경을 조성하고, 내야 쪽으로 100% 오픈된 복도식 통로 도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야구박물관, 주민편의시설 등 다양한 특화시설을 배치해서 많은 시민이 365일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 겁니다.
—애초 결정됐던 야구장 부지에서 옮겨가는 바람에 시 의회와 충돌이 있었는데요.
“당초 새 야구장 부지로 추진했던 진해구의 옛 육군대학 부지는 작년 10월에 대체개발 계획을 확정했고 여기에 총428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첨단산업기술연구단지가 자리하게 되는데, 연구인력과 지원인력 2000여 명이 상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우리 시는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서, 2020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인데, 첨단산업연구단지가 조성되면 사실상 새 야구장보다도 경제적 가치나 개발이익이 훨씬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안 시장은 이 밖에도 투자유치, 교육, 관광산업 등 창원에 대한 다양한 발전계획을 소개했다.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거물 정치인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조금은 사라지고 창원시장에 어울리는 인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처음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중앙예산 따 올 인물 필요했다
—여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이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솔직한 답변을 원합니다. ‘중앙정치권에서 밀려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광역시 승격에만 관심 있다’는 주변의 시선과 오해도 많은데, 단순히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는 대답 외에 진솔한 대답을 바랍니다.
“원래 제 좌우명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물론 창원시장에 출마할 때 의아해하는 사람은 많았죠. 하지만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창원시장이었고, 고향 창원을 대한민국에 우뚝 설 수 있는 도시로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창원은 원대한 철학과 비전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고, 최첨단산업을 유치하고 균형적인 성장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중앙에서 큰 예산을 따 올 수 있는 능력 있는 큰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창원시장에 도전한 겁니다.”
—검사와 국회의원을 거쳐 기초단체장이라는 코스를 거친 사람은 지금까지 못 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노력하고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저야말로 검사, 변호사, 국회의원을 거쳐 고향의 시장으로 왔는데 이게 바로 끝없는 도전의 연속 아니겠어요? 지난 16년간 국회의원과 집권당 원내대표, 당대표를 거치며 쌓은 저의 모든 경험과 인맥을 오로지 고향 창원의 발전과 도약을 위해 온전히 쏟아 부을 것이니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정치를 오래 하다 행정을 하려니 답답하거나 어렵지는 않습니까.
“정치와 행정이 완전히 다르다고는 할 수가 없고,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제가 내놓은 공약을 보고 시민들이 선거로 뽑아준 정치적 행정가의 자리에 있지 않습니까? 또 매듭을 풀지 못했던 통합후유증과 시정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는 악화된 재정건전성, 굵직한 지역현안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행정과 정치를 넘나드는 방법으로 해결을 해 왔습니다. 결국은 정치에서 고민하던 문제들을 행정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정치를 정쟁처럼 이기기만 하려고 하면 안 되고 주고받고 타협하고 끊임없이 물밑에서 대화를 나눠야 올바른 정치문화가 정립된다고 생각하는데요, 행정도 마찬가지로 소속 단체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익을 위해서 소통을 해야 행정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중앙정치를 하다가 지방의 단체장으로서 행정가의 일을 해 보니까 한계는 있었습니다. 지역경제를 살려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충분한 복지예산으로 시민을 돌봐야 하는데 재정적·행정적 권한이 너무나도 미약하다는 겁니다. 또 108만 인구의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인사권이나 도시기본계획 결정과 같은 중요한 시정을 도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까지도 들었고요. 그래서 창원시가 반드시 광역시로 승격이 되어야 하는데 여기에도 행정과 정치를 넘나드는 힘이 필요하다는 거죠.”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전 창원시장이나 현 경남도지사가 모두 후배라 선거 당시부터 주변의 우려가 많았습니다. 후배인 홍준표 지사가 어쨌든 ‘상관’인데 일하기 어렵지는 않은지요.
“정치에서는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습니다. 아마도 저돌적인 추진력이 장점인 홍 지사와는 다르게 포용력이라든지 부드러운 리더십을 추구하는 저와 스타일에 차이가 있고, 같은 시기에 정치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가는 것 같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날 땐 무난한 관계를 보여주지만 광역시 승격이나 무상급식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서는 홍준표 지사와 각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현재 관계는 어떤지, 개인적으로 접하는 일은 없는지요.
“지금 홍 지사는 경남도를 위해 일을 하고 있고 저는 고향 창원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부딪칠 때도 있고, 협력할 때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창원시가 광역시급이고 또 도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에 있어서도 창원시의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까 대부분의 사업들이 창원시와 이해관계를 가지는 것이 당연하고 홍 지사나 저나 가지고 있는 의견이 같거나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창원의 광역시 승격 추진과 관련해서는 도의 입장을 대변하는 홍 지사의 반대가 이해되는 것이고, 작년 9월에 무산 위기를 맞았던 LG전자의 R&D센터 창원 입지 문제를 놓고서는 힘을 모아 유치하는 데 성공을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개인적인 감정이라기보다는 정치에 관한 의견 차이는 누구나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기초단체와 달리 서울 여의도에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는데, 중앙정치권과 소통하는 곳입니까. 그 외에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중앙정치권과 소통은 어떻게, 어느 정도로 하고 계신지요.
“그동안 서울사무소는 주로 국회나 중앙행정기관을 상대로 한 국비 확보 창구 역할을 하거나 출향인과의 연결 등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해 왔습니다. 사무소 위치도 용산구에 있었고 인원도 서울사무소장 1명만 근무해 왔습니다. 하지만 쇠퇴기에 들어선 창원의 제2 경제도약을 위해서는 국회와 중앙행정기관과의 연결고리 역할에 더해서 수도권 기업을 유치하고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는 전문적인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금년 초에 2개 팀에 6명이 근무하는 투자유치서울사무소로 확대 개편해서 창원시의 투자·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진기지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또 사무소도 국회와 가까운 여의도로 이전을 했습니다. 앞으로 저나 우리 시 직원들이 국비 확보 등을 위해서 서울을 방문할 때 임시로 업무를 보거나, 미래전략위원회와 균형발전위원회, 그리고 국회의원들을 초청해서 사업과 예산문제 등의 협의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겁니다.”
경남지사 보궐선거 도전설은 ‘글쎄’
—정치 인맥이 시장직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됩니까.
“그렇죠. 16년간 국회의원을 했고 집권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하면서 쌓은 인맥은 제가 창원시장직을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고, 창원의 제2 도약을 위한 우리 시의 4대 핵심기구에도 중앙정계를 대표하던 분들이 참여해서 그동안 쌓아 오셨던 학식과 경험들을 창원시를 위해서 재능기부하고 있습니다. 또 지금도 정치권과는 소통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투자유치서울사무소를 중심으로 해서 여러분들과 소통을 해 가면서 많은 일들을 해 나갈 것입니다.”
—다시 국회의원에 도전하거나 홍준표 지사가 대선에 출마하면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는데, 경남도지사 보궐선거가 이뤄지면 출마할 생각이 있습니까. 창원광역시 승격이라는 명분을 위해서라면 경남도지사 자리가 비면 도전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저는 고향의 발전을 위해서 창원시장에 도전한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고, 저의 임기 동안에는 창원의 광역시 승격과 제2 도약을 위해서 저의 인맥과 경험을 모두 동원할 생각입니다. 정치의 미래는 알 수 없지 않습니까? 광역시 승격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인데, 재임해서 추진해 나갈지 그건 알 수가 없는 거죠. 하지만 현재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다른 정치적인 도전에는 생각한 것이 없고, 오로지 창원의 광역시 승격이 가능하다고 보고 거기에만 제가 가진 역량을 모두 집중할 생각입니다.”
박 대통령은 만기친람 끝내야
—현재 새누리당은 지지율이나 그 존재감이 거대여당답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지방에서 한 발 떨어져 바라본 여당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김무성 대표가 비교적 당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박 대통령께서도 좀 더 친이, 친박 가리지 말고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박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재들을 광범위하게 등용하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합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핌)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
—전 대표로서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또 현재 여당이 다음 대선에선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데요.
“새누리당도 이제는 포용력과 투쟁력을 같이 갖추고 대야관계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투쟁력 없는 새누리당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음 대선이 상당히 힘들어 보이기 때문에 저는 어떤 형태로든 정권재창출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대표 시절 이런 일을 꼭 했어야 했는데’ 또는 ‘지금 대표라면 이런 일을 할 텐데’라는 사항이 있다면.
“제가 야당 대표시절 10년 만에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켜 정권교체를 이루어 낸 후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점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집권당 원내대표 시절 미디어법을 통과시켜 TV조선, 동아 채널A, JTBC, MBN 등 종편 4개가 생겼고, 그래서 지금처럼 방송의 다양화가 이루어져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당대표 때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정동기 감사원장의 임명에 제동을 걸어 감사원장 후보를 낙마시킨 적이 있는데 이는 당과 정부를 위해 기여한 것이라 나름대로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당대표로서 대권의 꿈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헌신을 하다 보니 ‘나의 정치’를 펼치지 못했는데 이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창원시장이 돼 시정에 몰입한 지 2년째이지만 아직 기자의 눈에는 ‘창원시장 안상수’ 보다는 거물급 정치인 안상수의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