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사람들 〈3〉 모든 생명체에 그물망 무늬 있다는 한의학자 : 월간조선

“음식이 혀에 닿자마자, 혹은 음식을 삼키자마자 몸에서 변화를 느낀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음식을 삼킨 뒤 소화, 흡수되고 성분이 분해돼 온몸에 퍼진 다음에 느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음식이나 약물이 가진 기(氣)가 바로 우리 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봅니다.”

연구실 3면(面)이 한의학 고서(古書)로 가득한 곳에서 만난 경희대학교 백유상 교수는 ‘기’ 얘기를 꺼냈다.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잡을 수도 없는 기에 대한 얘기는 이제 시작이다. 사전적 의미의 ‘기’는 활동하는 힘, 숨 쉴 때 나오는 기운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중국철학 용어로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요소이자 물질의 근원, 본질이라고 한다.

경락에 침놓으면 통증 즉각 사라져

백 교수의 얘기다.

“인체가 물리적 시간을 뛰어넘어 반응하는 것을 단순히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의 산물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요? 먹는 것뿐 아니라 한의학에는 경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경락에 침을 놓으면 통증이 즉각적으로 그 자리에서 없어지기도 하고, 멀리 떨어진 반대편 증상이 개선되기도 합니다. 침 자극의 전달과 효과에 대한 메커니즘이 많이 연구됐지만,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낸 것은 아직 없습니다.”

—한의에서는 ‘기’의 작용으로 봅니까.

“무언가에 의해 즉각 전달되는 것을 단지 기라고 표현하는 겁니다. 그런데 ‘기가 전달된다’고 할 때의 ‘전달’을 다르게 생각해 보죠. 우리는 시간과 공간 내에서 물질이나 생각이 이동하는 것을 ‘전달’로 보는데 어찌 보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전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것은 전달이라기보다 즉각적인 변화고 반응입니다.”

백유상 교수의 말에 따르면 한의학에서는 환자를 치료할 때 우리 몸 전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보고 접근한다. 탈모나 비만 역시 전체의 밸런스가 깨진 것을 원인으로 본다. 현대의학과는 판이하게 다르고, 이 때문에 현대의학은 ‘똑 떨어지지 않는 부분을 한의학이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온다’고 비판한다. 백 교수의 얘기는 이렇다.

“모든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려 하고, 동시에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을 피하려 합니다. 어디까지를 ‘나’라고 보고 있을까요? 우리 몸 구석구석에 신경이 있고, 아픔을 느끼는 통점이 있으니 손끝이 잘려나가려고 할 때 그 손끝을 내 몸으로 인식하고 피하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끝이 아프다는 것을 인식하기 이전에 동물적이고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그 손끝을 내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에서 몸 전체를 네트워크로 보고 치료하는 이유입니다. 가령 몸의 한 부분이 손상됐을 때 다른 부위와 내부 장기에까지 나쁜 결과를 야기하는데 이것은 즉각적으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부분 속에 전체가 있고, 전체에 부분이 있다

—한 부분의 손상이 다른 장기로 이어지는 것을 현대의학은 어떻게 설명합니까.

“한 부분이 손상되면 일단 뇌로 손상의 자극이 전달됐다가 다시 말초신경으로 전달돼 다른 부위가 손상된 것이라 보지만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몸 전체를 하나로 보니까 침 시술이 가능한 거군요.

“단순히 오른쪽 팔을 치료하기 위해 왼쪽 팔에 침을 놓는 대칭적인 개념은 아닙니다. 부분 속에 전체가 있고, 또 전체에 부분이 있다는 홀리즘(holism·전체론)과 맞닿아 있습니다. 어깨가 아픈데 팔이나 다리에 어깨의 한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한의에서는 발 안에 오장육부가 다 들어 있다고 하더군요.

“발 안에, 손바닥에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우리 몸을 하나의 나로 인식하는 의식 자체도 모두 다 나입니다.”

—머리카락이 희어지는 것도 몸 전체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현대의학에서는 머리카락을 검게 하는 색소가 있고, 이 색소를 지배하는 호르몬이 있다고 봅니다. 머리가 다른 사람보다 빨리 희어지는 것은 호르몬의 이상 때문이니, 그 호르몬을 보충해서 다시 머리를 검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의에서는 몸의 밸런스가 흐트러진 것으로 봅니다. 인체와 생체 기능을 둘러싼 온도, 습도 등 조화가 깨진 것이 이유이기 때문에 머리가 쉽게 다시 검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비만도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는군요.

“한의에서는 비만의 여러 원인 중의 하나를 자세로 봅니다. 바르지 못한 자세가 비만을 불러온다는 겁니다. 물론 그 바르지 않은 자세조차 우리 몸 안에 있는 오장육부의 기능이 잘못돼 그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자세 하나만 바로잡아도 비만을 잡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단기간에 칼로리를 조절해 살을 뺀다고 오래가지 않습니다. 인체의 밸런스를 잘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밸런스’라는 말은 참 모호하다. 백유상 교수는 ‘생명의 밸런스’를 주관하는 그 무엇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대의학은 계통적 의학이라 우리 몸 전체를 주관하는 뇌를 밸런스의 주체로 봅니다. 즉 뇌가 명령을 내리면 신체의 각 기관까지 뿌리처럼 뻗어가서 인체 곳곳에서 그 명령을 실행한다는 겁니다. 몸의 밸런스가 깨졌느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 역시 뇌가 합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뇌와 같은 컨트롤 타워가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이자 부분인 무엇이 반응한다고 봅니다. 가령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현대의학에서는 면역세포가 싸운다고 합니다. 한의에서는 면역세포가 싸우지만, 사실 심장은 심장대로, 간은 간대로 몸 전체가 반응한다고 봅니다.”

—한의에서 생각하는 현대의학의 뇌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은 뭔가요.

“저는 몸을 둘러싼 ‘무늬’라고 표현합니다. 몸과 의식 자체를 인식하는 그물망 형태의 무늬가 각각에 있다고 봅니다. 몸이라는 물질은 그 그물망 안에 있는 것이고요. 우주에서 공간이란 단순하게 물질을 제외한 비어 있는 곳이 아닙니다. 물질, 에너지, 힘, 빈 공간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공간과 그것이 변화하는 시간이 불균일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을 저는 시공의 ‘무늬’라고 가정합니다. 물질은 이런 무늬를 가진 공간 속에서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합니다. 즉 한 부분의 무늬가 변할 때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다른 부분이 즉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왼쪽 팔에 침을 놓았는데 오른쪽 무릎이 나았다고 봅니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물질이 아니라, 그 물질을 둘러싸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무늬, 동양적으로는 기의 개념에 가까운 무언가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학으로는 기억상실 설명 못한다

—인체를 물질로 보지 않고 기의 흐름, 작용 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겁니까.

“공간뿐 아니라 시간 속에도 어떠한 패턴의 무늬가 존재합니다. 흔히 ‘젊어서 1년과 나이 들어서 1년은 다르다’고 합니다. 시간을 물리적으로만 보면 1년 365일, 하루 24시간입니다. 사람마다 이 시간을 보는 느낌이 다 다릅니다. 그런데 이것을 단순히 개개인의 마음이 다르게 느끼는 것이라고 보지 않고, 에너지의 변화라고 보는 겁니다. 몸이라는 물질을 둘러싼 기운, 혹은 무늬가 이러한 시간적 흐름을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으로 보면 인간의 많은 생명 현상이 설명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이 설명됩니까.

“사람이 어떻게 과거를 기억하고 시간의 길이를 인식하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현대의학은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뇌세포의 구조와 기능만으로는 이 능력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기억상실에 걸렸다가 어느 순간에 과거의 기억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뇌 상태, 설명하지 못하죠. 만일 어떤 환자의 뇌세포가 손상됐는데 뇌세포를 둘러싼 무늬에 기억이 저장돼 남아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무늬가 기억력을 되살려 뇌세포를 오히려 자극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억의 형성은 뇌세포를 기반으로 짜인 네트워크이므로 뇌세포가 죽으면 당연히 망가지지만, 만약에 뇌세포를 둘러싼 ‘무늬’가 이를 기억하고 있다면 일부만으로도 전체의 기억을 충분히 살려낼 수 있다는 겁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유전이나 DNA로 설명합니다. 게놈 프로젝트도 한창이죠.

“저는 유전자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시간과 공간의 무늬가 스스로의 번식과 분화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물질을 결합시킨 산물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심장이 박동하기 위하여 심장을 구성하는 근육, 신경, 혈관들은 매우 정교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자궁에 착상된 후에 심장이 처음 만들어져서 뛸 당시에는 매우 단순하지만 여러 발생의 단계를 거치면서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집니다.

저는 이 모든 것에 대한 설계도가 세포의 DNA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생성한 이후에 우리 몸 안에 다른 부분과 상호 관계를 하는 속에서 만들어진 무늬라고 봅니다. 이 무늬가 점점 정교한 패턴을 만드는 겁니다. 단순히 인간의 DNA 안에 모든 생명현상의 원리와 정보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지나치게 말하면 인체의 물질적 요소와 구조들은 기능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수행하기 위해 무늬가 만들어놓은 장치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등동물의 성장기간이 긴 이유는 높은 차원의 精과 神을 만들기 위함”

백유상 교수는 오늘날 세상이 지나치게 물질주의, 과학적인 시각에만 얽매여 있는 것을 불편해한다. 과학적 교육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뜬금없이 보이는 얘기들을 진지한 표정으로 이어갔다. 백 교수는 “사람과 같은 고등 동물일수록 몸과 마음의 성장기간이 긴데 궁극적으로는 높은 차원의 정(精)과 신(神)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몸을 성장시켜 키우고, 그다음에 기운을 생성하며 마지막으로 정과 신을 정교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시간에 따른 생명 변화의 과정을 음양론(陰陽論)으로 푸는데, 삼음삼양(三陰三陽)의 6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음의 성질을 가진 몸을 키워나가는 것을 순서대로 궐음(厥陰), 소음(少陰), 태음(太陰)이라고 표현했고, 양의 단계인 소양(少陽), 양명(陽明), 태양(太陽)에서는 스스로 기를 생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과 신이 정교해진다고 본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유이지만,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잉태되고 3~4세까지는 궐음의 단계입니다. ‘싹’의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싹이 몇 개나 잘 텄느냐에 따라 향후 나무가 얼마나 번성할지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한 단계로 봅니다. 한의에서 임신하는 순간부터 ‘태교 교육’을 유난히 강조하는 이유가 이 시기를 중요하게 봐서입니다.

소음은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는 시기로 나이로는 청소년기로 봅니다. 태음은 몸의 발달 속도는 늦지만 뼈가 단단해지고, 근육이 붙고 질적으로 몸이 완성되는 30세 전후로 봅니다. 보통 30세 전후를 결혼 연령으로 보는 이유도 저는 삼음삼양을 토대로 설명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보통 몸, 즉 음이 발달하는 때에는 정신적으로 자신이 계속 성장을 하면서, 성장의 밑거름을 주변에서 받아야 한다고 인식합니다. 이러한 의식 속에 자기는 일종의 소비자인 겁니다. 하지만 음이 어느 정도 발달하고 난 뒤 양의 단계에 들어가면 자기도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의식이 생긴다고 봅니다.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바뀌는 겁니다. 그때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이고, 정신적 전환기라고 보는 겁니다. 흔히 청소년기와 갱년기에 큰 변화를 한 번씩 겪는 것이 이 때문이죠.”

—갱년기도 이것으로 설명됩니까.

“비유하자면 우리의 몸은 미리 큰 밑그림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 밑그림이 짜임새 있게 그려지고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그림이 스스로 판단을 해서 이제는 생명의 의도나 목적을 다른 쪽으로 틀어야겠다고 판단한다고 봅니다. 완전히 새 판짜기가 이뤄지는 것인데 계절로 치면 환절기라고 봅니다. 저는 갱년기 역시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갱년기 이전에 체력 소모가 많은 일을 했다면, 이후에는 체력 소모보다는 고차원적인 정신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방향으로 몸이 달라지는 겁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높은 차원의 정과 신의 생산이니까요.”

“열이 몸에 붙으면 열병, 피부에 붙으면 염증, 열을 잘 다스려야 장수”

—결국 정신수양을 위해 몸의 발달이 일어난다고 보는군요.

“그렇죠. 몸이 완성되고 나면 이제 양의 시기로 들어간다는 것이 한의학의 관점입니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바뀐 주체는 소양의 단계에 들어가고, 40~50대에 사회적 활동이 활발할 때 양명합니다. 한의에서는 겉으로 볼 때는 체력이 딸리고 기운이 딸리는 노년의 시절을 태양으로 봅니다. 삶의 지혜, 높은 차원의 노하우를 정리할 수 있는 시기로, 궁극적으로 우리가 도달하는 시점입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인체를 둘러싼 시공의 무늬가 진화해 가는 과정입니다.”

백유상 교수에 따르면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정신 작용을 혼(魂), 신(神), 의(意), 백(魄), 지(志)의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혼과 백은 서로 양과 음의 성질로 대비된다. 양의 성질을 갖고 있는 혼은 사람이 죽으면 하늘로 올라가고, 음의 성질을 가진 백은 땅으로 돌아간다. 혼은 그 사람이 평생 동안 마음을 통해 형성한 무늬이고, 백은 물질인 육신을 중심으로 형성된 무늬다. 백 교수는 “고유한 혼백이 하늘과 땅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우주 전체의 시공 무늬와 합쳐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우리가 흔히 “제철음식이 몸에 좋다”고 말하는 것 역시 ‘음식의 기, 물질을 둘러싼 무늬’로 풀어 해석한다.

“제철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그 음식 재료에 좋은 기운이 있어서입니다. 단순히 식재료의 물질 성분만을 놓고 보자면 자연산이나 양식, 하우스에서 기른 것이나 외국에서 수입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인삼을 세포 배양해서 복제하면 몇천 개의 인삼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인삼이 자연산과 동일한 효과를 내느냐는 원물질을 둘러싼 기운 때문에 다를 것으로 봅니다.”

—만약 딸기의 맛 때문에 먹는 사람에게는 자연산이나 하우스 딸기나 똑같겠네요.

“그렇죠. 맛으로 딸기를 먹는 사람은 아무거나 먹어도 같습니다. 하지만 딸기에 있는 좋은 기운까지 흡수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제철에 난 자연산을 먹는 것이 좋겠죠. 그래서 먹거리가 중요합니다. 안 좋은 음식 재료에서 좋은 기운을 바랄 수는 없습니다. 옛날 어른들은 채소, 곡물을 볼 때 색깔, 모양새, 크기, 윤기, 감촉을 봤습니다. 단순하게 같은 채소를 고르는 것이라면 무조건 큰 것을 사면 되지만 그 기운을 함께 가져가려고 했던 행위로 보입니다. 모든 물질에 반드시 기운이 있듯이, 채소라는 원재료 역시 생명체니까, 그 생명체의 기운과 내 몸의 기운이 좋은 반응을 일으킬 만한 것들을 먹어야 건강합니다.”

분노조절의 중요성

백유상 교수는 ‘사람이 곧 우주’라는 동양 철학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기에 우주적 사고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을 때, 물질이 전부인 듯 생각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개탄한다. 탈 물질주의 운동이 사회적 운동으로 번져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사람이 태어날 때 가진 무늬는 찌그러지고 모순이 있다고 봅니다. 살면서 이 모순을 어떻게 관리하고 개선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선은 분노조절법을 배우는 것이 제대로 사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분노조절이요?

“분노는 상징적으로 또는 실제적으로 열을 야기하는데, 한의학에서는 열이 모든 병의 근원이라고 봅니다. 열은 사실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체온이 떨어지면 양기가 떨어졌다고 안 좋게 봅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에게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불이 궤도를 이탈하면 모든 병의 원인이 됩니다. 몸에 붙으면 열병이 되고, 피부에 붙으면 염증이 되고, 마음에 붙으면 화병이 되는 겁니다. 따라서 열을 잘 다스리는 것이 오래 살고 병을 예방하는 기본입니다.”

—마음을 잘 트레이닝 해야 하는군요.

“제가 말하는 무늬와 결은 마음과 동질성을 갖고 있습니다. 마음 자체가 곧 시간과 공간의 무늬입니다. 우리는 평소에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정상적인 마음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반대로 슬플 때 울지 않는 사람은 마음이나 감정의 왜곡이 있는 상태입니다. 마음 수행을 하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이렇듯 생명체의 시공 무늬는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부분과 전체 속에서 파악해야 함은 물론, 정신과 본질적으로 상통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마음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